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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형준 ‘삭발 투쟁’ 지방선거 쟁점 떠오른 글로벌허브법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글로벌법)이 6·3 지방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3일 국회 앞에서 삭발까지 감행하며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이 법은 부산을 국제 물류·금융 중심의 자유 비즈니스 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부산을 싱가포르나 상하이, 두바이와 같은 글로벌 허브 도시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이지만, 정작 국회에서는 2024년 5월 발의 이후 2년 가까이 심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박 시장은 여당을 향해 “국가와 부산의 미래가 달린 법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역단체장의 삭발이라는 극단적 선택은 사안의 절박성을 드러낸다. 이와 맞물려 법안을 공동 발의한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곧바로 SNS를 통해 24일 원내 지도부와 만나 법안 처리를 매듭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의원과 박 시장은 6·3 지선을 앞두고 여야 부산시장 유력 후보들이다. 전 의원은 오늘 국회에서 한병도 원내대표,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 윤건영 간사 등과 공개 면담을 갖고 글로벌법 상정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마침 같은 날 행안위 법안 1소위원회에서는 해당 법안의 상정 여부가 논의될 전망이다. 박 시장의 삭발 투쟁과 전 의원의 담판 시도가 맞물리며 글로벌법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력과 책임성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부상한 셈이다. 글로벌법은 2024년 5월 부산 지역 국회의원 18명 전원이 공동으로 참여해 여야 협치 1호 법안으로 발의된 바 있다. 그렇기에 현재 이 법안은 정부와 정치권 사이에 기본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법안은 발의 과정에서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 사전 협의를 거쳐 마련됐고, 정부 역시 남부권 혁신거점 구축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필요성을 인정해 왔다. 국회 검토보고서에서도 신속한 입법 필요성이 언급된 바 있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글로벌법은 특정 정당의 정책이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동 과제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법안이 장기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지역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박 시장은 ‘민주당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전 의원은 당 지도부와의 공개 면담을 통해 법안 처리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법은 더 이상 정치적 공방 속에 머물 사안이 아니다. 여야가 성과를 다투는 사이, 법안 처리가 지연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이제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라 국회의 결단이다. 과거 부산에서는 글로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에 약 160만 명이 참여하며 지역의 기대와 요구가 분명히 표출된 바 있다. 수년간 축적된 논의와 시민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정치권 전체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산의 미래를 둘러싼 선택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사설] 1500원대 천장 뚫은 환율, 금융시장 위기관리 ‘발등의 불’
한국 경제가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마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여파로 코스피도 급락하는 등 우리 경제가 위기 상황을 맞았다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환율 1500원 시대가 사실상 뉴노멀이 되면서 고환율, 고물가, 저성장이라는 3중고에 따른 파장도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다가 실물경제 곳곳에선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아우성도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중동 전쟁이 장기화 양상으로 치닫는 등 불확실성도 증가하는 중이다.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 근본 체력을 크게 저하시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종가는 1517.3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10일 장중 1561원까지 오른 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18일 1505원을 기록, 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한 것을 시작으로 20일에도 1506.5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은 미국·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이란이 원유 수송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안전 자산인 달러 가치가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환율 추가 상승 여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에너지와 원자재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중동 전쟁으로 브렌트유 가격도 이미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항공업계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비닐 포장재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들썩이는 물가 때문에 가계 부채 부담과 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금융시장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이다. 다행히 현재 우리 경제 체질은 2009년보다 훨씬 강하다. 하지만 파장이 확산되지 않도록 환율 상승에 따른 경제 불안 요소를 조기에 안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정부는 이번 기회에 원화 약세의 근본 원인을 정밀하게 진단하는 등 우리 경제에 대한 적극적인 체질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대외적인 요인과 별도로 한국은행이 그동안 금리를 내리고 시중 통화량을 과도하게 늘린 것도 환율 상승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여당과 정부 등이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해 100조 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과 25조 원 규모의 추경을 추진하더라도 핀셋 처방을 통해 돈 풀기가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치권도 개인투자자와 기업이 달러를 국내로 갖고 오도록 독려하는 ‘환율안정 3법’ 처리를 최대한 서두르는 게 마땅하다.
[사설] 중동 전쟁 격화, 부울경 지역 경제 전방위 피해 확산
중동 전쟁이 점점 장기화의 수렁에 진입하는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에서의 군사작전 축소 방안 검토 발표 하루만에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 불응시 이란 발전소 초토화를 공언하면서다. 이에 따라 전쟁 초기부터 우려돼 온 국내 경제에 대한 심각한 타격이 본격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전쟁의 포화 속에 중동발 뱃길이 끊어지면서 원료 부족이 현실화하자 부울경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석유화학·철강 등 관련 업체들은 감당 못할 피해 앞에서 신음하는 중이다. 피해는 기업체에만 머무르지 않고 물가를 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해 서민들은 기름값 폭등에 이어 밥상 물가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 됐다. 동남권 지역의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와 에틸렌 등 원료 공급 차질로 인해 실제로 저조한 공장 가동률를 나타내고 있다. 울산에 공장을 둔 대한유화는 중동산 나프타 대신 미국산으로 수입처 다변화에 일찌감치 나섰으나 물량 확보가 저조해 최근 공장 가동률이 70% 수준으로 떨어졌다. 나프타 뿐만이 아니라 에틸렌 수급도 중동발 공급선이 끊어지다시피 하면서 동남권 자동차부품·조선업이 연쇄적 타격을 입는 중이다. 그나마 선제적 물량 확보가 가능했던 대기업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동남권 제조업의 ‘잔뼈’ 역할을 해 온 중소 조선사들은 이대로라면 공장 셧다운을 고려해야 하는 실정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중동 전쟁의 여파는 제조업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부산지역 경제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고 있는 관광과 유통을 비롯해 수산업까지 휘청거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항공유 급등으로 에어부산이 내달 국제선 3개 노선 운항을 포기하는 등 극도 긴축은 일상이 됐다. 잇따른 여행 취소 등으로 여행업계가 생존 위기에 놓이는가 하면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업계도 고객 감소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수산업계는 선박가스오일 가격이 최근 100% 넘게 오르자 참치업계를 필두로 원양조업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따라 참치·명태·오징어 등 원양어업 의존도가 높은 어종의 가격 급등에 따른 소비자 물가 인상도 우려된다.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전쟁 양상이 계속된다면 비상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대비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특히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는 동남권 석유화학·조선업 등의 산업군에 대한 지원책을 이제부터라도 고려해야 한다. 지자체도 지역업체의 가동률 조정 등과 연계한 고용안정책 등을 선제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교통비를 비롯한 각종 물가의 상승은 결국 사회 취약층에 더 큰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에 대한 지원책도 빠트려선 곤란하다. 단기적으로 유가와 물가의 충격을 잡고 장기적으로 에너지 안보의 재편까지 아우르는 지자체와 정부의 ‘2인3각’ 정책이 시급하다.
4·7세 고시 금지법
‘개학 대비 리더십 캠프.’ 초등학교 앞 학원에 내걸린 선전 문구다. 발표력, 설득력, 자기소개법을 가르친다. 발성, 표정, 제스처 요령과 논리적으로 말하는 훈련이 커리큘럼이다. 쉽게 말하면 ‘반장 학원’이다. 사교육은 학습 성과를 넘어 관계 맺기의 우열에까지 스며들었다.학원은 한국 고유의 사회문화 현상이다. 외신도 번역하지 않고 ‘hagwon’으로 지칭한다. ‘private academy(사설 교습소)’로 옮기면 대학입시 사교육뿐만 아니라 초등 방과후 심화 학습, 나아가 영유아까지 확장된 선행 교육의 특성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한국의 6세 미만 영유아 47.6%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취학 전 아동 학원 시장이 거대 산업화했다는 기사에서 좁은 영어유치원의 문을 뚫기 위한 ‘4세 고시’ 실태를 전했다. 유명 영어·수학 학원에 다니려면 구술시험을 포함한 레벨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데 수준이 높다 보니 고시 수험생처럼 매달린다는 것이다. 유치원 졸업 때가 되면 ‘7세 고시’가 기다리고 있다. 초등생이 된 뒤 더 좋은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다.4·7세 아동에 영어로 주관적이고 논리적인 설명력을 강요하는 극성 사교육에 원성이 들끓었다. 그 결과 ‘4·7세 고시’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개정안이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모처럼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앞으로 영유아 레벨 테스트는 금지되고, 어기면 영업정지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환영하는 목소리가 다수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학원에 다니는 동안 관찰·면담 방식의 ‘진단 행위’는 허용되기 때문에 서열화 수단으로 오용될 소지는 여전하다. 자체 시험을 치르지 않고 계열 유치원생만 받는 꼼수가 나올 수도 있다.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돼 더 좁은 문이 되거나, 조기 교육을 앞당길 부작용도 걱정이다.한국 특유의 집단 경쟁이 낳은 괴물을 잡으려 세계 유일의 ‘영유아 시험 처벌법’까지 나왔다. 교육 당국의 관리 감독이 중요하지만, 심리적·사회구조적 요인이 바뀌지 않으면 근절은 요원하다. 백방의 규제로도 좀체 잡히지 않는 부동산 광풍이 겹치는 대목이다. 벌써 유명 학원의 상혼과 수많은 ‘대치맘’의 조바심이 결국 편법의 우회로를 만들 것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아이를 경쟁의 도구로 내모는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면 ‘4·7세 고시’는 이름만 바꿔 되살아날 뿐이다.
논설주간/상무이사
강윤경
수석논설위원
김승일
논설위원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데스크 칼럼] 뉴이재명은 ‘보수’인가
2004년 5월 29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1980년대 운동권 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열린우리당) 17대 총선 당선자의 만찬에서 80년대 학번 운동권 출신 당선자 30여 명이 이 노래를 선창하자 노무현과 다른 참석자들도 모두 따라 불렀다. 보수 진영에서는 난리가 났다. 급진적인 개혁과 국가 체제의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어르신들은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지금은 국가가 주관하는 5·18 기념식에서 제창하는 노래지만 그때는 파격이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은 보수세력의 걱정만큼 급발진하지 않았다. 이라크 전쟁 파병을 결정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오히려 진보 진영으로부터 욕을 먹었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을 둘러싼 ‘부안 사태’는 진보를 내세운 노무현 정부의 생채기가 됐다. 152석의 과반 의석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개혁 정책을 관철시키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백팔번뇌’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여당 초선의원 108명의 진보 정체성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때가 덜 묻었던 원리주의자들은 실용 노선을 걸으려고 했던 노무현을 임기 내내 괴롭혔다. 그 때문인지 진보 지지층 내에서 발생한 균열로 노무현 국정수행 지지율은 집권 5년 차에 27%까지 폭락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때 자신이 ‘중도 보수’라고 주장했다. 외연 확장을 위한 선거 전략의 하나로 이해됐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까지는 실용주의 정책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미국과 일본을 중시하는 외교 노선, 검찰 개혁 과정에서 불거진 강경파들의 주장을 ‘외과 시술적 교정이 유용하다’는 논리로 뚫어 나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며 “검찰 개혁이든 노동·경제 개혁이든 언론 개혁이든 법원 개혁이든 그 무슨 개혁이든 그래야 한다는 게 제 생각”(3월 9일 X 메시지)이라고 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화두로 들고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마약범죄·공직부패·보이스피싱·부동산 불법 행위·고액 악성 세금체납·주가조작·중대재해 등을 ‘7대 비정상’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비정상적인 요소를 정상화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는 “국가정상화위원회라든지 일종의 팀을 만들어 ‘비정상의 정상화’ 사업을 각 부처 단위로 주요 과제를 뽑아 종합해서 한번 해보면 어떨지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사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다녀온 직후인 2013년 8월이었다.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은 모든 정부 부처에 비정상 사례를 수집해 보고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은 그해 광복절 경축사와 이듬해 신년사를 통해 거듭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운영의 기조로 천명하면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다만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6년 총선 패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국정의 구심력을 잃고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빛이 바랬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누가 봐도 보수의 용어다. 진보 입장에서 비정상은 청산해야 할 적폐이지, 정상화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성향이나 습관을 바꾸긴 쉽지 않기 때문에 아예 교체해야 맞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굳이 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심정적인 저항감을 유발할 필요가 없다”, “실제 상황을 바꾸면 되는 것이고 결과가 중요하다”(3월 10일 국무회의)고 말한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런 실용주의적 노선을 추종하는 ‘뉴이재명’ 그룹이 태동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이 노선을 추구한다면, 뉴이재명 세력은 그때까지 든든한 지원군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진짜 보수인지 실용적 진보인지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 명확해질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대통령의 진의가 드러나기 전까지 보수정당임을 내세우는 국민의힘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석호 정치부 선임기자 psh21@busan.com
[노트북 단상] “뭐 하고 놀아야 해?” 부모에게 묻는 아이들
지난해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 딸이 입학했다. 자기 덩치보다 큰 가방을 멘 자녀의 등하굣길을 함께하는 일은 생각보다 큰 보람이었다. 종이 울리면 운동장은 인조잔디 위를 뛰어다니며 깔깔대는 아이들로 금세 왁자지껄해졌다. 약 30년 전 초등학교에 다녔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시간이 지나도 ‘동심’은 여전하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하교 풍경이 달라졌다. 아이들 손에 입학 선물로 받은 스마트폰이 하나둘 쥐어지기 시작하면서 운동장 한쪽이 눈에 띄게 조용해졌다. 친구의 얼굴을 마주 보기보다 각자 화면을 들여다본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서로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스마트폰만 보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요즘 아이들은 심심할 틈이 없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의 동선과 학원 출석을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주는 마음이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연락 수단을 넘어 가장 중독적인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친구를 기다리는 빈틈, 학원이나 집으로 가는 잠깐의 시간까지 작은 화면이 차지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현실 세계에선 ‘과잉보호’, 온라인 세계에선 ‘과소보호’로 요약된다. 놀이터에 나온 7~8세쯤 돼 보이는 아이가 엄마에게 “뭐 하고 놀아야 해?”라고 묻는 장면은 낯설고도 충격적이었다. 부모가 빽빽한 학원 일정으로 아이를 빈틈없이 관리하면서도, 정작 아이가 들여다보는 화면 속 위험에는 너무나 무지하다. 국민을 경악하게 한 조주빈의 ‘n번방’ 사건 당시, 디지털 성착취 피해자 중 최연소는 만 11세 초등학생이었다.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온라인에서는 사실상 무방비로 내몰린 셈이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저서 ‘불안 세대’에서 스마트폰이 청소년 정신건강을 구조적으로 악화시킨다고 경고한다. 특히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후 10대 여자 청소년의 우울증과 자살 충동 등 정신 건강 지표가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다. 과거 전쟁과 국가적 위기를 겪은 세대조차 오늘날 청소년에게서 나타나는 수준의 우울과 불안, 자해 충동을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자아가 형성되기 전 무분별한 스마트폰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위태로운 청소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현실은 학교 현장에서도 드러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0년 만에 학교 일과 중 휴대전화 수거·보관을 인권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을 바꿨다. 2014년 이후 관련 진정을 모두 인권침해로 인정했지만, 2024년 10월 전원위원회에서 8대 2로 이를 기각한 것이다. 사이버 폭력과 성 착취물 노출 등 휴대전화 부작용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학교 안에서조차 강력한 규율이 필요해진 현실이라면, 무방비 상태인 학교 밖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역시 더 이상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최근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 SNS 금지법’을 시행한 호주에 이어 영국, 덴마크 등 유럽 일부 국가들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거나 검토 중이다. 하굣길 운동장에서 사라져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아이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선택이, 정작 아이가 몸으로 부딪치며 배워야 할 세상을 작은 화면 속에 가둬버린 것은 아닌지.
[중앙로365] 봄, 아침 산책, 다중문화 생각
이란 전쟁의 비극이 계속하여 세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그래도 봄이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도 싫고, 여러 모순을 해결하고 삶의 조건을 개선해달라고 일어선 시위 국민을 ‘폭도’와 ‘순교자’로 동시에 내모는 이란 내 지배세력도 못마땅하다. 늪으로 빠져드는 이 비극을 딛고서 그래도 세계가 관용과 공존의 정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가속페달을 밟으며 밑으로 밑으로만 추락할 것인가? 뒤숭숭한 마음을 안고 아침 산책을 나선다. 그래도 때가 되면 꽃은 피고, 새는 노래하고, 물빛은 짙다. 부산 기장군 좌광천을 따라, 저수지를 지나, 대천사로 오른다. 유리 나기빈(1897~1975)의 소설 제목에서 따서 내가 ‘어두운 참나무’라고 부르는 아름드리 벚나무가, 지석골을 굽어보며 오늘도 우뚝하다. 저 밑동에선 다시 온갖 벌레와 유충들이 우글거릴 거고, 쌀알같이 잔잔한 저 꽃망울들 위에 산들바람이 한 번만 더 불면 지나가는 고양이의 잔털에도 봄 향기가 짙겠다. 나뭇등걸에 앉아서 어제 일을 되돌아보며 멀리 아른아른한 청거북의 등에 괜히 시선을 던져본다. 밖은 전쟁으로 아우성인데, 이 안은 무릉도원이다. 평화로운 물소리, 새소리에 귀를 대며 어슬렁어슬렁 절 안으로 들어간다. 올 적마다 느끼는 거지만, 봄날이 오니 더한 것 같다. 다른 고향과 다른 문화적 배경을 안고 여러 이질적인 요소들이 봄빛의 따스한 치마 안에서 서로에게 녹아들어 있는 느낌을 준다. 일주문 안쪽에는 왕방울 눈을 부릅뜬 인도 수미산 중턱에서 온 두 명의 사천왕 아저씨가 보초를 서 있고, 중앙아시아의 12지신, 낙태되거나 물에 빠져 죽은 어린아이의 영혼을 구제한다는 일본풍의 수자(水子)령 지장보살이 마당의 돌부처를 지키고 있다. 동남아시아 절의 관욕(灌浴) 문화, 중국 왕실의 전각과 처마, 조선의 왕들이 다닌 길을 이어받은 법당 중앙의 어간(御間), 산신각에서 뛰어나오는 수천 년 묵은 신령과 호랑이도 있다. 용왕, 칠성님, 돌 할미,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우리 불교만의 나반존자 등도 이 작은 절간의 주인들이다. 뜯어보면 여러 국적의 여러 문화가 한 공간에 있고, 한국 문화라고 해도 민중문화, 양반문화, 궁중문화 등 지층이 다양하다. 포토존을 표시한다고 그랬는지, 홍문관을 연상시키는 저 옥당(玉堂) 벽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리스 올림포스산에서 온 듯한 서양 천사의 하얀 날개가 그려져 있었다. 말하자면, 능청스럽다. 서로 낯설었을 상징과 표상들이 여러 사연을 안고 극동의 이 동쪽 끝에 모여 독특한 하모니를 내고 있다. 오랜 세월 부딪히며 하나의 둥그런 만다라를 이루었으면서 본래부터 근원이 하나인 듯이, 처음부터 한 가족이었던 듯이 천연덕스럽다. 오늘을 기준으로 굳이 역산해 본다면, 372년 고구려 소수림왕 때 전진의 순도 화상이 처음으로 한반도에 불교를 전한 이래 이 다색의 자연스러운 공간이 만들어지는 데 무려 1700여 년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한 번이면 족하지, 또다시 그만한 세월을 기다려서 우리 사회를 다(多) 지층화, 다 음성화할 순 없을 것이다. 전술 전략을 잘 세우고 생활 속에서 철저하게 실천하여, 다시 하나 되는 시간을 인위적으로 크게 앞당겨야 한다. 그런데 이런저런 상념도 잠시, 점차 확전 되는 미국-이란 전쟁이 블랙홀이 되어 모든 걸 삼키고 앗아가 버린다. 시인 세르게이 예세닌(1895~1925)의 예언대로 이 찬란한 봄기운, 뭇 생명의 부활, 문화 결합과 용융의 에너지마저도 저 거대한 악과 욕망 앞에선 그저 속수무책인 걸까? 결국은 물질 문명과 전체주의의 검은 쇠 손바닥이 우리의 작은 생명의 노래, 화합의 노래를 영원히 걷어가 버리고 말까? 이 악다구니에도 결국은 끝이라는 게 있을 건데, 그 끝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걸까. 어둑어둑 저수지에 산 그림자가 비쳐들고, 물소리도 잦아졌다. 거북이들도 물 구슬을 뚫고 용궁으로 뛰어든 지 오래다. 내려오는 길에 다시 만난 ‘어두운 참나무’, 오늘도 귀갓길을 잊고 한 소년이 흙바닥에 앉아 나무 밑동을 열심히 살피고 있다. 다중문화란 결국 생명 존중, 존재 간의 연민을 말할 것이다. 어제와 다른 빛깔과 다른 움직임의 오늘, 저 소년은 아침 등굣길에 그랬던 것처럼 돌아갈 때도 주변의 모든 사물과 생명의 변화에 일일이 반응하고 감탄하다가, 아마도 밤이 늦어야 집으로 돌아가리라. 러시아 숲엔 늑대와 곰이 우글거리는데 겁도 안 나는지…. 40리 밖 학교에선 사범대학을 갓 졸업하고 이 시골 학교에 부임한 새내기 선생님이 안절부절못하며 소년의 무사 귀가를 기도하고 있을 테고, 시커먼 언덕을 한참 오르내려야 나오는 소년의 통나무집에선 오늘도 홀어머니가 아들 녀석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편집국에서] 국민의힘, 부산 없이 선거 치르겠단 건가
6·3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부산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을 향한 근본적인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선거 승리를 준비하는 정당이라기보다, 패배 이후를 염두에 둔 조직처럼 보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박형준 부산시장 경선 컷오프 논란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한차례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당 지도부로부터 공천 관련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선언과 함께 복귀했고, 곧바로 현역 시장 컷오프라는 초강수를 밀어붙였다. 이 장면이 보여준 것은 후보 간 유불리를 떠나 명분과 상식의 붕괴였다. 후보 난립으로 사전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고, 사법 리스크나 중대한 도덕성 논란이 제기된 것도 아니다. 박 시장의 시정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산업은행 이전과 부산 글로벌허브 특별법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듯 민주당의 반대와 의도적 처리 지연이 그의 시정 구상 실현 동력을 꺾어 놨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전략적으로도 패착이라는 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현재 판세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에게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일수록 당내 경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경선은 단순한 후보 선출 절차가 아니라 조직을 재정비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컨벤션 효과’를 만들어낼 거의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두 후보의 정치적 조건을 고려하면 그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박 시장은 두 차례 시장 선거를 거치며 행정 경험과 선거 검증을 동시에 통과한 인물이다. 반복된 선거 과정에서 여러 논란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고, 중도 확장성 측면에서도 비교적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 반면 주 의원은 초선으로 행정 경험과 대형 선거 경험이 적고 조직 기반 역시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따른다. 강성 지지층 결집에는 강점이 있을지 몰라도 행정가로서의 역량이나 외연 확장이라는 과제에서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경선은 특정 후보를 위한 절차가 아니라 시민들이 후보의 행정 철학과 리더십, 도덕성을 검증할 최소한의 장치다. 동시에 패배 분위기를 반전시킬 마지막 동력일 수도 있다. 그 과정을 생략한 채 단수 공천을 밀어붙이겠다는 발상은 선거 전략 차원에서도 쉽게 납득되기 어렵다. 공천 방향이 당 전체 선거 전략과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이 위원장 개인의 돌출 행동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당 지도부와 일정 수준의 교감이나 공감대 없이 이런 결정을 독자적으로 추진했겠느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으로 합동수사본부 수사를 받고 있는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전 의원이 유력 후보라는 점을 앞세워 단일대오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선거 경험과 조직력 등을 고려할 때 본선 상대는 박 시장보다 주 의원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 전략과 승리를 향한 절박함이라는 측면에서 국민의힘이 이미 지고 들어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심각한 생채기만 남긴 채 경선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장동혁 지도부의 노선 문제는 선거 전망을 한층 암울하게 만든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에서 분명한 절연 대신 모호한 기조를 유지하고, 극단적 성향 유튜버의 목소리가 내부의 절박한 자성과 쇄신 요구를 무력화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부산 보수의 역사적 정체성과도 거리가 있다. 부산 보수의 뿌리는 권위주의 권력과 결별하며 군부 정치의 잔재를 척결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강성 지지층이 추구하는 ‘윤 어게인’과는 결이 다르다. 이대로라면 부산의 중도층은 물론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는 많은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등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당 지도부가 선거 승리보다 이후 당내 권력 재편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이는 현장에서 뛰는 후보와 지지자들에게 치명적인 신호가 된다. TK(대구·경북)가 보수 지지의 중심이라면, PK(부산·경남)는 그 세력을 둘러싸며 변화와 혁신으로 외연을 넓혀온 지반에 가깝다. 이 지반이 무너지면 중심 역시 버틸 수 없다. 부산에서의 균열은 단순한 지역 선거 패배를 넘어서 보수 정치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쇄신은 구호가 아니라 결단에서 시작된다. 부산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국민의힘은 부산과 함께 선거를 치를 것인가, 아니면 부산 없이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인가.
[오금아의 그림책방] 특별한 안경
“안경을 쓰면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게 보인단다.” 세상에 그렇게 특별한 안경이 진짜 있을까? 핌 판 헤스트가 쓰고 닌케 탈스마가 그린 <안경을 쓰면>(책과콩나무)의 주인공은 의사에게서 안경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속상한 아이에게 안경점 주인은 안경을 쓰면 아주 특별한 것들이 보인다고 말한다. 1주일 뒤 완성된 안경을 쓰니 책상 아래 반짝이는 것이 보인다. 안경점 주인이 잃어버렸던 결혼반지를 ‘안경 쓴 주인공’이 찾아냈다. 나무 위 비둘기, 저 멀리 가게 간판, 땅을 기어가는 개미까지 예전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매일 보던 구름마저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니 주인공에게 새 세상이 열린다. 안경을 벗어도 새로운 것이 보인다. 레오 티머스 작가의 <뭐가 보이니?>(그린북)는 머리 위에 안경을 올려두고 깜빡한 곰 이야기다. 안경을 쓰지 않은 곰의 눈에 나무는 ‘사슴’, 풀숲은 ‘악어’, 바위는 ‘코끼리’로 보인다. 친구인 기린이 머리 위 안경을 찾아주자, 곰은 자신이 본 동물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체 악어가 어디 있다는 거야?” 기린의 질문에 곰은 안경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며 안경을 벗는다. 그러니 눈앞에 없는 새로운 동물이 다시 보인다. 안경을 써야 보이는 것이 있고, 안경을 벗어야 보이는 것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가 알던 세상과 다른 것을 보게 된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그림책은 안경과 비슷하다. 그림책을 보며 상상의 날개를 펴고,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잊고 있던 가치를 발견한다. 심예진 작가의 그림책 <자란다>(노란상상)에서 여기에 딱 맞는 장면을 찾았다. 어린이가 안경을 쓰고 즐겁게 독서하는 모습(그림)이다. <자란다>는 일상에서 한 뼘씩 자라고 변화하는 아이들을 보여준다. 공동 현관 숫자판에 드디어 손이 닿은 날, 보조 바퀴를 떼고 자전거 타기에 성공한 날, 친구들과 떡볶이를 사 먹은 날 등 평범하게 보이는 하루에도 성장의 순간이 있다. 아이와 어른 모두 ‘특별한 안경’ 같은 그림책을 만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면 좋겠다. 그 소중한 순간을 선물하는 그림책 세상에 감사를 전한다.
[오션 뷰] 연안 여객선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고언
어청도, 상왕등도, 횡도, 홍도, 가거도, 여서도, 거문도. 이 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23개 영해 기점 중 하나이자, 여객선을 타고 방문할 수 있는 섬이다. 이 중 3곳은 ‘국가보조항로’로 지정되어 정부 소유 선박이 운항한다. 연안 여객 항로의 유지 및 확대가 섬 주민의 교통권 확보뿐만 아니라 해양 관할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도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시사하는 사례다. 2025년 말 기준, 우리나라에는 100개 항로, 149척의 여객선이 운항하고 있으며 약 1260만 명의 섬 주민과 관광객을 수송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항로 수는 변동이 없으나 여객선은 18척이 감소했고, 수송 실적은 20% 가까이 줄었다. 섬 주민 감소, 연륙교 개통, 해외 관광 수요 증가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사의 상황은 어떨까? 작년 54개 연안 여객선사의 전체 매출액은 3767억 원 규모로 선사당 약 70억 원 수준이다. 이는 시외버스 업체당 매출액의 4분의 1 수준이고 국내 항공 운송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규모이다. 특히, 제주도, 울릉도 등 주요 관광 항로를 운항하는 13개 선사의 매출액 비중이 60%에 가까운 점을 감안할 때 나머지 선사는 40억 원 미만으로서 격차가 더 벌어진다. 지속적인 수요의 감소, 선박 건조비 상승 등 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연안 여객 운송업계의 지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 상태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표본의 한계는 있지만 과반수의 선사가 재무적으로 ‘심각’한 단계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안 여객선이 섬 주민의 교통 이동권과 직결되는 준공공재적 서비스임을 감안할 때,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 카페리 여객선을 중심으로 현대화 펀드 사업을 시작하였고, 차도선 등 중소형 여객선에 대한 금융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항로 단절 방지를 위한 국가보조항로와 소외 도서 항로 운영 지원 사업 등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연안 여객선에 대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적자 항로에 대한 지원은 결을 같이 하지만, 개별 업체에 대한 직접적 보조보다는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직접 운영하거나 공공 법인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40개 전 항로를 교통부 산하 ‘국가도로페리청’에서 운영하고 운임 무료 정책 등 교통 복지 차원에서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각 나라의 사정과 관련 산업 생태계가 다르기에 무조건 외국 사례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이제는 연안 여객 운송업에 대한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새로운 방안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마침 이재명 정부는 섬 주민의 교통권 확보와 섬 관광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관광 항로와 나머지 항로를 다른 시장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특히 시장 원리 작동이 어려운 국가보조항로 등의 경우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운영 방식, 즉, 공공 부문의 통합 운영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선박, 즉 여객선을 철로,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으로 보고 공공 부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의 연안 여객 시장 여건상 어느 항로를 막론하고 막대한 신조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공공 부문의 ‘선주사’ 개념과도 닿아 있지만,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것이 해당 선박을 운영하는 선사의 항로 운영을 보장하는 보완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는 목적은 선사의 이익 보장이 아니라 도서민의 교통권 보장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장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 정책 발굴이다. 작년 인천광역시에서 시행한 ‘인천 I-바다패스’ 같은 운임 지원 확대는 물론 항로 특성에 맞는 스토리텔링형 관광 자원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공공 부문의 재정 부담은 늘어날 수 있지만 무너져 가는 산업 생태계 유지를 통해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현재, 연안 여객선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다수의 해운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지난 19일 관련 상임위 법안 소위에서 처음 심의가 이루어졌지만 아쉽게도 의결은 다음으로 미루어졌다고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국가보조항로의 운영을 민간 위탁에서 공공 위탁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중단 없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조속한 법안 의결을 기대해 본다 오는 4월 16일은 제12회 국민 안전의 날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아픔을 딛고 온 국민이 연안 여객선을 안심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첫 출발이 되는 4월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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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완에게 팬이란…15년 전에도 '깐도리 XX들 혼날라구'(종합)
[속보] 박형준, 국회서 ‘삭발’ 투쟁… “‘부산 글로벌법’ 왜 처리 안 하나” (영상)
[영상] ‘삭발 투쟁’ 나선 박형준…“민주, 지역 차별 멈추고 글로벌법 처리해야”
부산시장 경선, 주도권 경쟁 ‘점화’
이 대통령, 검찰개혁 논란 끝나자 다시 '부동산 투기' 조준
결국 ‘부산 글로벌법’만 미루는 민주…전재수 “원내 지도부 만날 것”
구포시장 이어 사직구장 찾은 한동훈…부산 출마 결심 굳히나
트럼프, 이란에 최후통첩…“호르무즈 안 열면 초토화”
[영상] 울산시장 본선행 확정한 김상욱…민주 지지층 ‘몰아주기’ 이유는
국힘, 박형준 컷오프 검토… 개혁 하랬더니 ‘개악’
조길형 전 충주시장 '국민의힘 탈당…충북지사 예비후보 사퇴'
지역 반발에도 ‘부산 글로벌법’ 빼고 ‘3특법’ 밀어붙이는 민주당
민주당 울산시장 경선 격화…김상욱 대부업체·후원금 ‘허위 해명’ 논란
“외국인 잡아라” 부산 광안리에 팝업내는 현대백화점
팰리세이드 ‘시트 접힘 사고’ 예고된 인재였다
[단독] 이마트 직원, NCT 재민 상품권 꿀꺽…신세계그룹 “죄송, 내부 조사중”
주가 뛰자 떠난 개미…‘국민주’ 삼성전자 100만 명 이탈
부산시민공원 주변 재정비 사업 ‘본궤도’
카카오뱅크 한때 접속 불가… 대기 10만 명·대기시간 3시간 이상
“이러다 셧다운 될 판” 중동쇼크 덮친 지역경제
“성과급 4.5억 달라”…노조 요구에 삼성 ‘DS·DX 두 회사’ 우려
현대차, 美사고에 팰리세이드 판매 중단…고객 사과
코스피, 중동 확전 우려에 6%대 폭락…환율 17년 만 최고치
휘청하는 국내 은행 건전성…금리인상 가능성에 ‘비상’
'이란 공습 최대 수혜 기업' 외신 주목한 ‘장금상선’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20일(음 2월 2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19일(음 2월 1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21일(음 2월 3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16일(음 1월 28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17일(음 1월 29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23일(음 2월 5일)
세계에 광화문 새긴 BTS…전통과 현대 연결한 축제의 장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24일(음 2월 6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18일(음 1월 30일)
세계인의 관심, 부산박물관으로 향하다
구포국수, 면면히 이어져 온 음식이자 미래의 유산
부산교구 박재범 라파엘 신부 선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