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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전력 약점” 손정의 오판

“韓 전력 약점” 손정의 오판

‘ASI 시대, 한국의 약점은 에너지.’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초인공지능’(ASI) 시대의 전력 공급 능력을 지적했다. 한국이 가진 AI 국가로서의 비전과 잠재력에 비하면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 규모가 너무 작고, 이를 키우는 데 전기 부족이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대다수 언론은 ‘뼈아픈 지적’이라며 원전 확충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논리라면 지방에 추가 원전을 지어 수도권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에 송전 채비를 갖춰야 한다. 이는 전기 생산(지방)과 소비(수도권)의 불균형을 더 악화시키는 나쁜 처방이다.한국은 전력 부족 국가가 아니다. 11월 전국 기준 예비율은 44%로 발전 용량이 수요를 초과한다. 문제의 본질은 전기를 대량 사용하는 시설이 수도권 내륙에 쏠린 지리적 불일치다. 동·서·남해안의 원전·화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서울·경기도가 끌어다 쓰는 구조는 막대한 송전 비용과 주민 수용성 저하로 한계에 이르렀다.미국 사례를 보면 명확하다. 구글은 오리건주 컬럼비아강 주변과 아이오와주 카운슬블러프스에 데이터센터를 지었는데, 지척의 수력·풍력 발전소를 보고 찾아간 것이다. 아마존이 버지니아주 애쉬번에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구축한 이유도 가까이 원전·화전이 있어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워싱턴주 퀸시의 수력 발전소 주변에 데이터센터를 차렸다. 일본은 정반대다. 첨단 인프라는 도쿄 주변에 몰린 반면, 발전소는 수도권과 먼 지방의 해안가에 있다. 오사카와 도쿄의 전력 계통 차이 등으로 장거리 송전이 어려워 수도권은 전력 공급이 벅차지만, 규슈에서는 전기가 버려지는 모순까지 발생한다.손정의 회장의 조언은 ‘수도권의 약점은 에너지’라고 고쳐서 이해해야 유용하다. ASI 시대의 최대 위험 요인은 전기 부족이 아니라 수도권 일극 체제다. 발전소가 있는 지방에 반도체와 AI 시설이 들어서는 게 옳다. 마침, 10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첨단산업 특화단지는 비수도권에 한해 신규 지정하는 방침이 발표됐다. 지방시대위원회가 한미 관세 협정 이후 대기업이 약속한 국내 투자 1400조 원이 지역 성장에 쓰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기업 투자로 지방에 AI·반도체 혁신 벨트가 형성되면 지역 대학과 산업 생태계 혁신,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면서 균형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전기 부자’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김승일 논설위원 dojune@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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