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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돌봄 패러다임 대전환, 지자체 예산·인력 부족이 숙제
노인과 장애인 등이 병원과 시설이 아닌 ‘살던 곳’에서 노후를 이어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오늘부터 전국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 병원과 시설 중심 돌봄에서 벗어나, 주민이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복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방문요양은 장기요양기관, 건강관리는 보건소, 복지서비스는 주민센터를 각각 찾아야 했던 구조가 한 번의 신청으로 통합된다는 점에서 기대는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노인의 87.2%가 살던 곳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답한 현실을 고려하면, 통합돌봄은 단순한 복지 확충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시도라 할 만하다. 한마디로 ‘돌봄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다. 통합돌봄의 핵심은 흩어진 돌봄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데 있다. 그동안 돌봄이 필요한 이들은 방문요양이나 복지서비스 등을 각기 다른 기관에 신청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정보 부족과 절차의 벽에 막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결과 돌봄 공백은 가족의 부담으로 전가되거나 병원과 시설로의 회귀로 이어졌다. 하지만 통합돌봄은 행정복지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한 번 신청하면 지자체가 50여 개 항목을 종합 평가해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구조다. 실제 부산의 경우 100병상 이상 병원 53곳이 퇴원 전 돌봄 수요를 파악해 지자체와 연계하기로 하면서 ‘퇴원 후 지역사회’로 이어지는 흐름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제도 취지와 달리 현실의 벽은 높다. 무엇보다 재정과 인력이 문제다. 올해 통합돌봄 사업에 배정된 지자체 예산은 평균 2억~3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국 단위 제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한 규모로 보기 어렵다. 인력 사정도 비슷하다. 정부는 부산에 통합돌봄 필요 인력 344명 기준의 인건비를 올해와 내년 각각 6개월씩 지원하기로 했지만, 실제 신규 채용은 245명에 그쳤다. 더구나 채용 절차가 완료되는 시점이 9월 초로 예상되면서 시행 초기 약 5개월간 인력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부서 및 관계 기관 간 협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서비스 지연과 혼선은 불가피하다. 통합돌봄은 신청부터 개인별 지원계획 확정까지 1~2개월이 걸려 초기 이용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부산시가 ‘선 서비스 후 조사’ 방식을 검토한 것도 이런 한계를 보여준다. 시행 초기에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건·복지 기관 간 협력으로 현장의 혼선부터 줄여야 한다. 동시에 제도가 현장에서 잘 작동하려면 복지부의 명확한 지침도 필요하다. 또한 의사들이 방문 진료를 기피하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되며, 건강보험 수가를 현실화하고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직종이 지역을 순회하며 돌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을 넓힐 필요도 있다. 결국 통합돌봄의 성패는 국가가 국민의 노후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설] K방산 약진, 자주국방 넘어 산업생태계 지평 넓혀야
국산 전투기 KF-21(보라매) 양산 1호기가 25일 출고됐다. 우리가 독자 개발했다는 점에서 항공우주 강국이자 세계 4대 방산 국가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쾌거다. 한국이 세계에서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를 갖기까지는 위기와 반전의 연속이었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의 개발 선언 이후 기술·자금력 우려로 “무모하다”는 반대·회의론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은 안보 자산이라는 핑계로 약속했던 레이더 기술 공여를 거부했고, 공동 개발을 하던 인도네시아는 분담금 약정을 파기했다. 하지만 한국은 오뚝이처럼 일어나 끝내 자주국방의 이정표를 세웠다. 기술 혁신의 산실이 경남 사천이라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조선·방산·항공우주·기계산업이 촘촘히 얽힌 동남권 산업생태계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KF-21은 노후화된 F-4, F-5를 대체하고 고성능 전투기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다. 2021년 4월 시제기가 나온 뒤 불과 5년 만에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올가을 공군에 배치될 예정이다. 표류나 좌초 고비를 뚫고 되레 개발 기간을 1년 6개월 단축한 데서 K방산의 저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같은 날 경남 거제에서 건조된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사상 처음으로 태평양 횡단에 나선 것도 상징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마침내 대한민국의 땅과 바다에 이어 하늘에서까지 우리 기술과 의지로 평화를 지키는 무기를 보유하게 됐다”고 감격한 것도 이유가 있다. 국민 성금으로 전투기를 구해야 했던 약소국에서 초음속 전투기를 실전에 배치하는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올라선 것은 관련 연구진과 기업, 정부가 합심해 이뤄낸 성과다. 산업적으로는 방위 산업 혁신 클러스터가 형성된 동남권의 유기적 생태계가 주효했다. 방산과 항공우주에 조선 분야까지 골고루 갖춰진 경남과 정유·자동차 산업의 울산, 항만·물류·해양 산업의 부산이 연계되면서 발휘되는 시너지 효과는 적지 않다. 미래 산업의 핵심 기반 측면에서 동남권이 국가 성장축으로 도약할 잠재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까지의 성공을 뛰어넘는 혁신 성장을 위한 국가 전략이 절실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사태를 계기로 경쟁력이 입증된 K-9 자주포와 천궁-Ⅱ 지대공 미사일은 ‘수출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KF-21의 등장으로 K방산 수출은 육지에서 하늘로 뻗어 나가게 됐다.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성능 고도화 등 기술 개발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방위 산업 생태계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이다. 일부 대기업의 실적 개선에 그쳐서는 안 되고 지역 중소 협력업체로 기술과 이익이 확산하고, 지역 청년 일자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급망 재편, 기술 이전, 인력 양성 정책을 재구성해야 한다. K방산의 지평을 지역과 전 산업 분야로 확장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사설] 갈 길 먼 해수부 기능 강화, 황종우 장관 어깨 무겁다
전재수 전 장관 사퇴 이후 3개월이 넘게 수장 공백 상태였던 해양수산부에 새 장관이 취임했다. 25일 부산 해수부 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진 황종우 신임 해수부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행정고시 합격 이후 줄곧 해수부에서 잔뼈가 굵어온 공무원 출신인 그의 장관 기용을 두고 지역에서는 해수부의 현실을 잘 아는 안정형 인물의 기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 이전 직후 벌어진 수장 공백 상태가 다소 길었던 부처 특성이 반영됐겠지만 해양강국 대한민국으로 가는 엔진 역할을 해야 할 해수부의 신임 장관에게 걸린 기대는 결코 적지가 않다. 당장 해수부의 비전과 위상을 정립해야 할 숙제부터가 그 앞에 놓여 있다. 황종우 신임 해수부 장관의 취임 일성은 ‘부울경 해양수도권 구축’이었다. 정부의 5극 3특(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 전략 중에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과제인 동남권 지역 해양수도권 육성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지역에서 성장동력을 창출해 지역을 살림으로써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따르겠다는 점은 원론적으로 너무나 옳은 방향 설정이다. 이후 그가 밝힌 수산업 혁신과 북극항로 개척 등을 통한 해운·항만산업 경쟁력 강화 등도 해수부의 역할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그의 취임 일성에 해수부의 부산 이전과 함께 줄곧 거론돼 온 해수부의 새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것은 다소 아쉽다. 해수부가 부산으로 전격 이전한 것은 해양 정책의 현장성과 실효성을 모두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현장성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해운 대기업들의 잇단 본사 부산 이전과 해수부 산하 기관들의 부산 이전 등이 현실화함으로써 점점 강화하는 중이다. 문제는 실효성의 강화 측면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선·해양플랜트(산업부), 해양물류(국토부), 해양레저(문체부), 해양환경(환경부) 등으로 분산된 해양 정책들을 한시라도 빨리 한 데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해수부 기능 강화’라는 명목으로 해수부 부산 이전과 함께 제기돼 온 이 같은 실효성 강화에 대해 신임 장관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단순히 정부 부처 하나를 지역으로 옮긴다는 뜻이 아니다.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은 해양경제가 국가 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하지만 해수부 예산은 국가 예산의 1%에 불과할 정도로 해양 정책에서 해수부의 역량 발휘는 늘 아쉬웠다. 이재명 정부가 해양강국과 지역 균형발전 실현을 내세우며 해수부 부산 이전을 감행한 이상 부처의 새 비전과 위상 정립은 해수부의 시급한 과제가 됐다. 그 과제를 해결하라는 자리가 해수부 장관이다. 신임 장관은 취임식에서 직원 노고에 눈물을 내비쳤다. 아무쪼록 장관의 과제 해결 노고에 부산지역 모두가 눈물을 내비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간절히 당부한다.
플라스틱 유감
슈퍼마켓조차 찾기 힘들던 1970년대 초반, 아이들에게 고른 영양을 공급하겠다며 우유를 배달해 먹는 가정이 제법 있었다. 당시 우유는 대부분 유리병에 담겨 배달됐다. 마분지처럼 딱딱한 내부 종이 뚜껑을 따다가 손가락을 잘못 밀어넣는 통에 병에 든 우유가 치솟아 옷을 버리곤 하던 게 다반사였다. 우유 뿐만이 아니다. 집이나 학교, 직장에서 물을 마실 때는 주전자에 담긴 물을 유리나 금속 컵에 따라 마시는 게 당연했다. 음료수도 유리병에 담긴 것을 마시고 공병을 반납한 뒤 몇 원씩 받아가는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시장에 장을 보러갈 때에도 생선과 육류는 신문지 같은 종이에 싸 오는 게 당연했으며 천 보자기를 이용해 장을 보는 풍경도 익숙했다.그렇게 유리와 금속, 종이, 천을 중심으로 생활을 이어오던 대한민국은 이제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최상위권 수준인 나라가 됐다. 2023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전체 생활·상업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770만 톤을 넘어섰으며 이대로라면 2030년엔 1000만 톤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인당 한 해 거의 200kg 수준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리는 셈이 된다. 먹고 입고 사용하는 모든 측면에서 플라스틱을 빼고는 생활이 안 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이 때문에 중동 전쟁 여파로 나프타 공급선이 타격을 받는 현실은 예사롭지가 않다. 나프타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초 원료로서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나프타의 재고는 보수적으로는 보름치, 많이 잡아도 3주치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 업체인 LG화학이 최근 전남 여수의 나프타분해시설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나프타 공급 차질의 결과는 플라스틱 없는 생활로의 회귀다. 단순하게는 쓰레기봉투·일회용기에서부터 복잡하게는 자동차·스마트폰까지 플라스틱 없는 현대인의 생활은 상상하기가 힘들다. 2024년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가 부산에서 열렸으나 플라스틱을 줄이면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한사코 반대한 나라들의 반발로 인해 상징적인 ‘부산 협약’ 체결이 무산됐을 정도다.나프타 공급 차질은 어쩌면 기름값 인상보다 일상 생활에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위기라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그 위기는 우리가 얼마나 플라스틱에 의존하며 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논설주간/상무이사
강윤경
수석논설위원
김승일
논설위원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편집국에서] 지역소멸 멈추는 지방선거를 바라며
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선거는 팍팍한 일상의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희망 고문’이라 냉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번 선택으로 내 생활이, 아이들의 삶이 바뀔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희망을 간절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절망이 깊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의 절망은 수도권 일극주의 폐해에서 비롯됐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으로 가장 고통받는 곳과 전국 최저의 출생율을 기록하는 곳이 서울이라는 사실은 수도권 일극주의가 국가 전체의 재앙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산이 절망을 돌파하기 위한 비전으로 제시한 대표적 어젠다는 글로벌특별법과 행정통합이다. 하지만 이들 어젠다가 겪고 있는 현실을 지켜보는 부산 시민은 착잡하다. 글로벌특별법은 부산이 대상이고, 행정통합은 부산·경남과 울산이 적용 대상이라 논의 범위가 다르지만, 지역의 역량을 극대화해 일자리를 늘리고 사람을 불러 모아 지역 발전은 물론 정체된 국가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거듭난다는 희망은 동일하다. 우울하게도 이들 부산의 비전이 수도권 중심의 정치 지형에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같은 처지이다. 글로벌특별법은 그야말로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를 겨우 통과한 이 법안은 2024년 1월 25일 부산 전체 18명의 국회의원과 당시 여당 원내대표까지 가세해 최초 발의됐다. 부산을 싱가포르·상하이·홍콩과 같은 글로벌 해양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특별법으로, 물류·금융 산업 발전 지원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2023년 11월 엑스포 유치 실패로 낙담한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시작된 법안이지만, 부산의 미래를 견인할 방안이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었기에 당시 야당인 전재수 의원을 포함해 부산의 모든 의원이 법안 발의에 참여했다.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채택 했지만, 처리에 속도를 못 냈고 결국 넉 달 뒤 21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재발의 되긴 했지만, 2년 넘게 표류하다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이달 중순께 다시 주목받게 된다. 전북·강원·제주 관련 이른바 ‘3특법’이 먼저 처리되면서 글로벌특별법의 ‘찬밥 신세’가 더욱 도드라졌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삭발과 유력 부산시장 후보인 전재수 의원의 역할로 행안위 문턱을 가까스로 넘었다. 행정통합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정부의 ‘선착순 당근’으로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정부는 통합 지방정부에 대해 연간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과 함께 차관급 부단체장 신설, 공공기관 이전 우선권 부여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일시적으로 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는 행정통합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가 없다. 가까운 마산·창원·진해 통합의 사례를 통해 부산과 경남은 지역 주민의 동의 없는 행정통합의 부작용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들 지역은 물리적 통합은 했지만, 통합의 시너지를 이끌 수 있는 설계가 엉성했다. 통합 이후 해당 지역 인구와 일자리 모두 줄어들었고, 세 지역의 갈등은 계속됐다. 정부의 지원마저 흐지부지되면서 통합 무용론이 나오는 실정이다. 지역민의 공감대와 통합 지역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치밀한 설계가 행정통합의 핵심이다. 실질적 권한 이양 없이 지원금만 내미는 방식으로는 지방분권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선거는 기존 정치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미국의 정치학자 존 킹던이 말한 ‘정책의 창이 열리는 순간’의 조건 중 하나다. 그는 사회가 문제라고 인식하는 ‘문제의 흐름’과, 정치권이 움직이는 ‘정치의 흐름’, 그리고 대안이 준비된 ‘정책 대안의 흐름’이 서로 맞물릴 때 유효한 정책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지역 소멸’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선거로 ‘정치의 흐름’이 바뀔 수 있는 지금,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지역 소멸은 양대 정당인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집권 시기에도 가속화했다는 점에서, 상대방을 탓하는 분노의 정치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역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전환시키고, 중앙의 정책 결정 과정에 능동적으로 개입해 국가발전의 판을 바꾸는 리더십이다. 수도권 중심의 정치 지형이 바꿀 수 없는 ‘게임의 룰’이라면, 중앙 정치의 역학을 꿰뚫는 전략적 사고와 지역의 이해를 국가적 언어로 번역하는 소통 역량, 그리고 방향을 잃지 않는 철학적 일관성으로 생존 위기에 처한 지역의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로 지역소멸의 시계가 멈추길 기대한다.
[오션 뷰] 'ABC론' 활용법
지난 2년 부산 시민을 애달프게 했던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글로벌도시법)이 곧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 지방선거 앞두고 이렇게 쉽게 통과시킬 일, 지난 2년을 왜 허송해야 했는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 상정된 북극항로특별법, 동남권투자공사법 등의 법안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회를 통과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글로벌도시법은 이재명 대통령이 북극항로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공약하기 1년 전부터 국회에 발의돼 있었다. 국가 균형 성장의 축을 부산 등 동남권에 조성한다는 취지는 이 대통령의 공약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지역 여야 의원이 함께 발의한 이 법안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한 채 근 2년을 보냈다. 그 사이 여야도 바뀌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의 외면과 방기에 가로막힌 시간이었다. 국가와 공동체 발전을 도모하려는 새로운 법·제도는 오랜 기득권 세력의 저항 앞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공평하게 바로잡는 일에는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힘을 모으는 것뿐 아니라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는 전략까지 포함된다. 여야 시장 후보의 경합이 없었다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이 시점, 글로벌도시법 국회 통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지역 민심을 예측하기 어렵고 정당 간 승부가 엎치락뒤치락하면 유권자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 선의의 경쟁이 반복되면서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 이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발의된 ‘북극항로특별법’과 ‘동남권투자공사법’ 국회 통과가 남았고, 해양수산 공공기관과 해운 대기업의 부산 이전을 이뤄내야 한다. 이 대통령의 북극항로 공약에 부정적이던 국민의힘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도 법안을 냈고, 이달 말께 해수부의 ‘북극항로 개방 대비 상업 운항을 위한 경제성 분석’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 심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동남권투자공사법은 속도가 더딘 편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경기 안양동안갑)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발의한 법안은 8월 한 차례 심의 후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넘겼으나 그 이후 심사가 멈췄고, 지난해 12월 같은 당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아직 심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두 법안 모두 공사 자본금을 3조 원으로 상정했다. 공사의 주요 업무 범위로, 김 의원 안은 ‘투자, 신용 공여, 자산 인수 등의 방식으로 동남권 산업 개발·육성, 인프라 확충, 기업 지원 등의 자금 공급 업무’를, 민 의원 안은 ‘금융·투자 지원, 산업 연구·컨설팅, 인프라 개발, 동남권 기업 및 벤처·스타트업 투자·융자’를 공사 주요 업무 범위로 삼아 대동소이하다. 지역 산업 재편과 대전환에 마중물이 필수적이기에 이 법 또한 신속한 심사와 통과가 필요하다. 효능감을 강조하는 정치권 기조에 맞춰 ‘해양수도권 조성’이라는 국정과제가 조속히 달성되도록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AI) 같은 새 기술과 산업은 법이 앞서기 어려워도, 수십 수백 년 굳어진 기득권을 타파하는 일은 법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몇몇 법만으로 만족할 수도 없고, 두터운 관행의 벽과 기득권 고리를 각자의 자리에서 부단히 뚫고 끊어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ABC론’으로 보면, 지역(국가) 발전을 추구하는 A, 정치적 이익을 우선하는 B, A와 B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C가 있다 치자. A와 B가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 정파가 내건 공약이라서 지역과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나 법안도 지연·무산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공천이라는 목숨줄과 복잡한 여의도 문법 앞에 지역 유권자 목소리가 짓눌리기 십상이다. 이럴 때 A형 유권자들이 현명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글로벌도시법 통과는 내 덕분이다’, ‘해사중재법원 유치는 내 공이다’ 이런 말에 휩쓸리거나, 아전인수 행태에 넌더리만 낼 일은 아니다. 그들의 지난 행적, 내거는 공약의 중장기적 효과를 꼼꼼히 따져, 조금이라도 A에 가까운 세력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그럴 때 B에 쏠린 정치인들도 서서히 C형으로 변화해 나갈 것이다. 부산항 개항 150년, 해수부 출범 30년을 맞는 올해는 해양수도권과 글로벌허브도시 부산의 원년이기도 하다. 활력 넘치는 동남권의 시작은 법과 제도, 그리고 이를 만드는 정치에서 비롯된다. 법이 전부는 아니지만 지역 발전의 중요한 틀과 계기인 것은 분명하다. 주권자로서 눈 부릅뜰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호진 해양산업국장 jiny@busan.com
[박혜랑의 취재海랑] 해수부 이전의 진짜 의미
해양·수산 업계 관계자들의 사무실을 방문하면 한 켠에 붙은 특이한 지도를 마주하곤 한다. 북반구를 아래로, 남반구를 위로 배치한 ‘거꾸로 세계지도’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광활한 태평양이 지도 한복판에 펼쳐져 있다. 2017년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바다의 가능성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배포하기도 했던 이 지도는 해양인의 자부심을 나타내는 상징과도 같았다. 해수부가 부산에 둥지를 튼 지 4개월, 이 지도는 이제 ‘상징’을 넘어 ‘현실’이 되고 있다. 단순히 청사가 옮겨온 동구 수정동 일대의 유동인구가 늘어난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변화의 신호는 숫자로 먼저 증명됐다. 해수부 이전 직후인 지난 1월, 부산의 신설법인은 452개로 전년 동월 대비 약 28% 증가했다. 특히 정부의 인공지능(AI) 전략과 부산항의 항만·물류 인공지능 전환(AX) 흐름이 맞물리며 정보통신업 법인은 무려 73.9%나 폭증했다. 창업은 경기 회복과 미래 가치의 바로미터다. 부산이라는 엔진에 새로운 연료가 주입되고 있는 것이다. 흩어져 있던 ‘해양력’이 부산으로 집결하며 내는 시너지는 취재 현장에서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이미 세계적 수준의 항만 인프라를 갖춘 부산은 창업가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의 땅이다. 동삼해양클러스터의 연구 시설과 보안구역인 부산항 현장이 테스트 베드로 전격 개방되고, 기관들 또한 조직을 재정비하며 이들을 뒷받침할 새로운 프로젝트를 쏟아내는 중이다. 이에 따른 연관효과로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등 대기업을 포함해,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도 부산으로 옮겨오고 있다. 기업이 모이니 자본도 움직인다. 해양 반도체 등 신산업에 특화된 모태펀드가 속속 결성되고 있다. 미래를 짊어질 인재들의 시선도 바뀌었다. 올해 부산 지역 해양·수산 특성화 대학들의 정시 경쟁률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산에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학생들의 선택지를 바꿨다. 취재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해수부가 이전한 뒤 진짜 부산이 변했느냐”는 거다. 당장 시민들의 일상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산의 미래에 더해 국가의 체질을 바꿀 거대한 지각변동은 이미 수면 아래에서 꿈틀대고 있다. 독일이 일궈낸 ‘라인강의 기적’ 뒤에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이 있었다. 내륙에 집중된 독일의 공업력을 전 세계 바다로 연결해 준 통로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도약이다. 이것이 ‘거꾸로 세계지도’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의 힘이다. 다시 ‘거꾸로 세계지도’를 펼쳐본다. 휴전선에 막혀 외딴섬처럼 갇혀 있던 대한민국이 아닌, 바다라는 무한한 영토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이 비로소 보인다. 그 거대한 항해의 시작점은, 언제나 그랬듯 부산이 될 것이다.
[공감] 소리를 듣다
‘작은 거인’으로 불려온 대중가수가 최근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가 텔레비전에 등장한 건 반세기 전이었다. 더벅머리 청년이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쓰고 쌀자루만 한 기타를 들고나와 무대 위에서 펄쩍펄쩍 뛰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노래를 불렀다. 당시의 텔레비전 무대는 대체로 단정했다. 가수들은 마이크 앞에 서서 몸을 크게 움직이지 않은 채 목청을 돋우며, 멜로디 중심의 발라드나 사색적인 포크송 같은 노래로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런 무대 위로 불꽃 튀듯 작은 체구가 자꾸만 위로 솟구치면서 샤먼의 몸짓 같은 야생의 춤을 추었는데, 마치 다른 세계에서 막 건너온 사람처럼 보였다. 관중들은 그 낯선 광경이 어리둥절했으나 곧 묘한 흥미에 사로잡혀 환호를 질렀다. '작은 거인'으로 불리던 대중가수 최근 첫 개인전 '소리그림' 열어 소리의 파동을 그림으로 표현 미처 알지 못했던 소리 찾는 재미 물론 그를 자세히 본 것은 음악 무대가 아닌 스크린이다. 내 청춘의 인생 영화인 시대로부터의 탈출극 ‘고래사냥’에서였다. 짝사랑에 실패하여 가출한 소심한 철학과생 병태라는 인물로 요즈음 젊은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찰떡 캐스팅’이었다. 감독이 원하는 ‘키 작고 어리바리한 청년’에 딱 당첨(?)되어서 캐스팅됐다는 웃픈 일화가 있지만 참으로 반가웠다. 화면 속의 병태는 주변에도 한둘씩 존재하던 우리의 친애하는 동무로서 가엾고 측은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런데 그 어리바리한 청년이 실제로 전통 소리인 국악 공부를 하고 있었고, 출연한 영화의 음악까지 맡았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러나 그것은 훗날 ‘작은 거장’이 될 한 예술가의 시작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그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음악과 병행하여 삼십 년 동안 천여 점의 그림을 그려 왔었다. 생애 처음 연 전시회에는 ‘소리그림’이라는 재미있는 타이틀이 붙었다. 소제목으로도 ‘소리 탄생’, ‘소리 너머 소리’, 또 자신의 이름을 붙인 ‘수철소리’ 등으로 표현했다. 화폭에서 푸른 물결이 번져 나가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를 보이고, 붉은빛은 들끓는 용암처럼 비집고 솟구치며, 회색 덩어리들은 느리게 흘러내리거나 부딪치고 갈라진다. 작가는 그것을 소리의 파동이라 말했다. 캔버스라는 음표 위에 그림으로 옮겨 놓았다고도 했다. 나는 적잖이 놀랐다. 세상의 소리가 음악이 된다는 생각은 해 보았으나 만물의 소리가 그림이 된다는 발상은 한번도 떠올려 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 굽이치고 튀어 오르고 돌진하는 그 선들은 음악의 리듬처럼 흔들리며 살아 움직이고 있다. 어느 선은 알레그로처럼 빠르고 활기차게 화면을 가로지르고, 어느 덩어리는 아다지오가 되어 느리고 깊은 음처럼 묵직하게 가라앉는다. 그때였다. 인터뷰를 듣다가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는 사람의 소리, 지구촌의 소리를 넘어 우주의 소리, 행성의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아니, 별들의 소리가 들린다고? 그동안 많은 시인과 수필가가 숲이 흔들리는 기척을 느낀다거나, 저녁 종이 울리면 하루가 접히는 소리가 난다고도 했다. 때로는 나도 그들을 흉내 내어 우리 동네 제뢰등대가 등불을 끄고 입을 닫았다고도 했으며, 빗방울 화석지를 찾아가서는 석종 소리가 들린다고 떠들었고, 내 몸속의 뼈를 두고 골관 악기 소리가 난다며 과장법을 많이도 썼었다. 어쩔 것인가, 행성의 소리가 들린다는데. 놀란 것은 그의 광대무변한 세계관과 상상력의 스케일과 예술적 직관의 깊이였다. 현실의 틀 안에서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것들이 예술의 세계로 건너가면 비로소 형체를 얻게 되는 것이다. 단지 우리가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뿐. 그렇게 생각하니 세상에는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소리가 참 많다. 그러니 이 봄날, 그림을 그리지 않더라도 글을 쓰지 않더라도 세상의 소리를 찾아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 볼 일이다.
[기고]부마민주항쟁, 헌법에 새겨야 할 이름
1979년 10월, 부산과 마산의 거리에서 울려 퍼진 함성은 유신독재의 어둠을 흔들었다. 청년 학생과 평범한 시민들이 함께 외친 “유신철폐, 독재타도”의 외침은 두려움을 넘어선 용기의 언어였다. 그것이 바로 부마민주항쟁이다. 18년에 걸친 박정희 군사독재와 유신 체제 종식을 이끌어낸 위대한 시민항쟁이자 민중항쟁. 이 항쟁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예비했고, 1987년 6·10민주항쟁의 바람이 되었으며, 결국 2016년 ‘촛불혁명’으로, 그리고 2024년 말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빛의 혁명’의 마중물이었다. 무엇보다 부마민주항쟁은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군부독재를 종식시킨 최초의 항쟁’이라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전환점이자, 민주공화국 정신의 뿌리였다. 1987년 6·10항쟁의 승리로 우리는 ‘87년 헌법체제’를 갖게 되었고, 그것의 정치적 결과물이 대통령직선제였다. 또한 그것은 유신 체제 이후 오랜 기간 빼앗긴 ‘국민주권을 되찾은 민주화 역사의 시발점’이었다. 또한 6월 항쟁의 승리는 헌법전문에 ‘임시정부’와 ‘4·19혁명’을 새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이후 우리 역사는 여러 번 굴곡을 겪었고, 마침내 2016년 ‘촛불혁명’과 2024~25년 ‘빛의 혁명’을 거치면서, 다시 대두한 반헌법·반민주 세력으로부터 ‘형해(形骸)화’된 국민주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두 번에 걸친 대통령 탄핵 사태는 우리 민주주의의 허약한 토대와 시민 항쟁의 위대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헌법정신과 가치의 명시적 선언이 바로 헌법전문이라는 점에서 6·10민주항쟁의 또 하나의 성과는 헌법전문에 새겨진 ‘임시정부’와 ‘4·19혁명’이었다. 이제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민주항쟁의 성과물은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헌법전문에 새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헌법전문에는 아직 그 이름들이 없다. 국가의 근본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명시하는 헌법전문에 4·19혁명과 함께 이들을 새기는 것은 민주주의 연대기에서 공백으로 남아 있는 한 페이지를 제대로 완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마민주항쟁’을 헌법에 새기는 일은 단지 지역의 명예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서사를 완성하는 일이다. 헌법전문은 한 나라의 정신적 좌표다. 거기에는 국민이 어떤 고통을 감내하며 어떤 자유를 쟁취했는지가 새겨져야 한다. 부마민주항쟁은 서슬 퍼런 군부독재의 총칼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은 시민의 용기,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던 시민의 각성이 응축된 사건이다. 이 항쟁이 있었기에 유신의 종말이 가능했고, 민주주의의 새 아침이 올 수 있었다. 따라서 부마민주항쟁의 헌법전문 수록은 과거를 기념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민주주의의 원형을 복원하는 헌정사적 책임이다. 문재인 전대통령, 후보 시절의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같은 주요 정치 지도자들과, 국회와 각 지방의회, 그리고 수많은 시민사회가 이미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의 헌법전문 수록”을 촉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난해 5월 18일 개헌입장 발표문에서 “더 촘촘한 민주주의 안전망으로서의 헌법을 구축할 때”라며 “부마항쟁과 6·10항쟁, 촛불혁명과 빛의 혁명으로 이어진 국민 승리의 역사가 헌법에 수록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고 말했다(‘문화일보’, 2025.5.18.). 그리고 더 나아가 최근 3월 17일 국무회의에서 5·18을 헌법전문에 넣고 동시에 “부마항쟁도 헌정사에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같이 하면 형평성도 맞고 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2026.3.17. 한겨레). 또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부마민주항쟁은 민주주의의 원형이며, 우리 헌법의 서두에 반드시 기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오마이뉴스’, 2015.10.13.). 우리가 헌법 속에 부마민주항쟁을 새기는 순간, 국가는 당시 시민의 희생을 공식적으로 기억하고, 그 정신을 미래 세대에 계승하게 될 것이다. 부마민주항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여전히 우리 안에서 억압에 맞서는 양심의 목소리로 살아 있다. 역사는 잊힌 이름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 4·19, 5·18, 6·10과 함께 헌법 속에 새겨진 부마민주항쟁의 이름이야말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역사 속에 올바로 자리매김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스마트기기 GPS, 미사일 부를 수도
전쟁과 첩보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가 눈부시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서도 알고리즘을 활용해 상대방 국가 주요 인사들의 동선을 파악하는 첨단 기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의 위치를 정확히 포착, 미사일 공습으로 사망케한 것도 정보 당국의 첨단 사이버 역량 덕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전이 이런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군인 등 특정 직업군의 경우 적국에 동선 정보를 제공할 여지가 높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 스마트기기의 위치정보(GPS)와 관련 앱 사용이 지금보다 훨씬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 하메네이 암살한 최첨단 정보 수집 역량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대외 정보국 모사드가 하메네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과정은 치밀했다. 뉴욕타임스 보도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 수도 테헤란 교통 카메라를 대거 해킹하는 방법으로 하메네이 경호 인력과 운전사들이 출근하는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했다. 경호원들의 주차 위치와 자택 주소, 근무 시간, 호위 대상 등도 속속들이 파악했다. 특히 온갖 경로로 수집된 수십억 개의 정보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첨단 알고리즘을 활용해 오인 정보를 걸러내는 등 데이터베이스의 정확성을 높였다. 이스라엘 등은 이런 방식으로 폭격 당일 하메네이가 집무실에 있을 시점과 동석할 인물까지 정확히 예측했다. 집무실 인근 거리에 있는 12개의 이동통신 기지국을 교란해 하메네이 경호팀이 공습 경고를 제때 받지 못하도록 만드는 기술도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GPS가 설치된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을 활용한 위치 파악 기술도 적극적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하메네이가 미사일에 폭사한 직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당국의 시신 수습 사진까지 확인했다는 점으로 미뤄 적국 인사의 스마트폰을 활용한 정보 수집 기술은 일반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 위험천만 GPS 데이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서 드러났듯이 요즘 전쟁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수집 첩보전을 기반으로 한다. 상대방의 정보를 더 많이 수집할수록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물론 공격 정확도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대 국가의 중요 인물이나 경호원, 군인 등으로부터 가장 쉽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지구촌 대부분 사람들이 휴대하고 있는 스마트기기에서 나오는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2018년 1월 조깅, 자전거 타기,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동 경로, 평균 속도, 심박수 측정, 달린 거리 계산 등을 위해 애용하는 트래킹 앱 때문에 미군 비밀기지들의 위치가 드러나는 일이 발생했다. 발단은 미국의 한 트레킹 앱 업체가 제공한 GPS 기반 서비스 때문이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앱 사용자들은 다른 사용자들의 위치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당시 미국 매체들은 “조깅앱 스트라바의 ‘글로벌 히트 맵’은 전 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들이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 보여주는데 그 과정에서 드러난 위도와 경도가 3조 개에 달한다”면서 “이때 세계 곳곳의 미군기지와 그곳에 주둔하는 미군 장병들의 현재 위치까지도 파악하기 쉽게 나타나 논란이 됐다”고 보도했다. 실제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인 미군 부대들의 주둔지와 순찰 경로 등도 노출됐다. 앱 사용자가 이 앱을 사용하는 장병들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 사례는 2023년 7월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에서도 발생했다. 흑해함대 소속 잠수함장을 역임한 퇴역 해군 장교인 스타니슬라프 르지츠키가 자택 인근에서 운동을 하다가 우크라이나인에 의해 피살됐는데 이 과정에서도 GPS 데이터가 활용된 것으로 추정됐다. 2022년 7월 르지츠키가 지휘한 잠수함은 우크라이나 도시 빈니차 도심을 순항 미사일로 공격해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우크라이나는 이 공격과 관련해 르지츠키를 전범으로 지정한 상태였다. 러시아 매체들은 범인이 르지츠키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 스트라바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매체들은 또 르지츠키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피트니스 앱 계정에 조깅 기록을 업로드하고 늘 비슷한 코스를 달렸다고 밝혔다. 피트니스 앱이 표적 확인 도구로 활용되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특정 직군 스마트기기 통제 더 강화되나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에서 유출된 데이터가 정확한 타격 좌표를 제공하는 시대로 진입하면서 각 국가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장 미국·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이란 혁명수비대는 개인 스마트폰과 GPS 내장 웨어러블 기기의 기지 내 반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강력한 제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고지도자 폭사를 계기로 피트니스 앱 기록 관리의 중요성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이미 2018년 8월 국방부 부장관 명의로 '작전 지역 내 위치 정보 기능 사용 금지' 지침을 하달했다. 군인들이 작전 지역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물론 각종 스마트워치와 피트니스 트래커 등 GPS 기능을 갖춘 모든 기기의 위치 표시 기능을 전면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다. 이란과 미국뿐만 아니라 지구촌 대다수의 국가들도 군인들의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통제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를 실시 중이다. 우리 군도 GPS 기능과 통화 녹음, 카메라 기능을 차단하도록 요구하는 등 보안 규정을 가동 중이다. 하지만 최근엔 AI 스크래핑 봇이 피트니스 앱의 공개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해 비정상 패턴을 자동 탐색하는 등의 기술이 갈수록 발전함에 따라 향후 군대 내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의 사용은 지금보다 한층 강력한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술의 발전 때문에 군대와 국가 지도자 경호팀 등 일부 직군 종사자들은 되레 첨단 통신 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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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그 날 이후 죄스러워 야구 못 봐” 창원NC파크 관중 사상 사고 1주기
부산교통공사, 공공기관 첫 원·하청 교섭 절차
상가 건물 사이, 1m 좁은 공간에 20대 여성 숨진 채 발견
부산 강서구에서 승용차가 오토바이 '쾅'…1명 부상
돌아온 야구의 계절…28일 롯데 삼성과 개막전
'가을 점퍼 사세요” 가을야구 자신감 드러낸 롯데 김태형 감독
롯데 외국인 '원투펀치' 로드리게스-비슬리 ‘폰세급’ 활약 기대
‘공격 따로 수비 따로’…홍명보호 코트디부아르에 0-4 완패
사직극장 올해는 희극… 윤동희가 나가면 한동희가 부른다
[주목 받는 신인 4인방] 명장 웃게 하는 신인들 “올해 승산 있다”
‘노검사’ 노진혁, 점점 날카로워지는 칼날로 롯데 하위타선 이끈다
사직구장에 ‘미슐랭’ 입점한다
'5할 승률, 내가 지킨다' 롯데 유강남, 불방망이 리더십 포텐 폭발
세계 최고 축구 더비는 아르헨티나 ‘엘 수페르클라시코’
휴스턴 투수 4명, 월드시리즈 합작 첫 ‘노히트 노런’
롯데-삼성, 연승 기세 탄 두 팀이 만났다…사직서 주중 3연전 ‘격돌’
박준금 몸무게 깜짝 공개 '아이유와 같은 사이즈 입는다'
[경건한 주말] 심장 떨리게 재밌는 ‘슬픔의 삼각형’과 ‘분노의 질주’
전도연 남편 강시규, 외모·학벌·능력 다 갖춘 엄친아
'불후의명곡' 정태춘 박은옥 나이는?…딸 정새난슬도 뮤지션
최불암 나이 궁금? '한국인의 밥상' 포항 호미곶 돌문어-고성 거진항 도루묵-문경 거정석 한우-속초 장사항 여선장
'2TV 생생정보' 광어뼈물회(꽃물회)&모둠회 60접시 반찬 한상차림, 인천 연안부두 전라도김삿갓…부자의탄생(생생정보통 맛집오늘)
태연 SNS 업로드, 눈길 사로잡는 코 피어싱
'2TV 생생정보' 얼큰 주꾸미 만두전골, 인천 부평 다올만두전골…부자의탄생[오늘방송맛집]
공현주 '금융맨♥' 남편 누구?
원예치료사 된 한성주, 월급은 어느 정도일까?
히어로 군단·인어공주…상반기 해외 블록버스터 몰려온다
스타일리시한 사극물 탄생…BIFF 개막작 ‘전,란’ [경건한 주말]
박형준·주진우 첫 대결…“백일몽 공약” vs “현실성만 따져”
'삭발' 박형준 '6070 짐짝 취급하나'…이재명 '피크타임 노인 무임승차 제한'
전재수 '부산 북항에 바다 품은 돔구장…사직구장 너무 낡았다”
“부산을 월드클래스 도시로”…박형준 캠프 개소
박형준 '월클 도시 만들겠다' vs 주진우 '부산 경제 뛰게 할 것”…경선캠프 개소(종합)
“정책·비전으로 경쟁하길”… 전재수-이재성 부산시장 경선 돌입 (종합)
'5월 1일 모두가 쉬자' 행안소위, 노동절 법정공휴일 지정안 의결
李대통령 '팔자 고치는 데는 로또보다 확실히 쉽다'…주가조작 신고 독려
민주당, 영도·사상구청장 단수→경선 변경 논란
국힘,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총출동…'이재명 정부 대북 저자세' 공세
조국,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 “檢 문 닫아, 웃음 짓고 계실 것”
“강한 추진력으로 부산 경제 뛰게 할 것”…주진우 캠프 개소
주가 뛰자 떠난 개미…‘국민주’ 삼성전자 100만 명 이탈
은행 주담대 금리 7% 돌파…영끌족 어쩌나
‘2차 석유 최고가제’ 시행 첫날…부산 휘발유·경유 12원 급등
구윤철 '유가 120∼130달러 땐 위기 3단계…차량 5부제 민간에도'
고유가 어쩌나…당국, 5부제 연계 車보험료·주유 할인 추진
사외이사 새로 뽑은 HMM, 부산 이전에 힘 실었다
두 차례 유찰 ‘삼호가든 재건축’ 대우건설로 가닥
‘2차 석유 최고가제’ 시행 이틀만에 전국 휘발윳값 34원 급등…부산은 22원↑
금융허브 부산 놔두고, 전주로 몰려가는 글로벌 금융
엑소디움 시그니처 해운대, 최고급 호텔과 커뮤니티 공유… 오션뷰 감동 극대화
'21억 대박' 제1217회 로또 1등 행운의 주인공은 14명
르노코리아, 사직·잠실야구장서 야구 팬 만난다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29일(음 2월 11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28일(음 2월 10일)
‘깊이를 마주하다’… 조성진 협연으로 막 오른 통영국제음악제
[경주 대릉원 봄나들이] 천년 왕릉, 이 고요… 흐드러진 목련인들 어찌하랴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30일(음 2월 12일)
흙의 시간 위에 쌓여가는 삶의 지혜
배우 이준호 '세계디자인수도' 부산 홍보대사 위촉
[제46회 전국서도민전] “대상작, 장법 정확하고 기초 단단하다는 평가”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27일(음 2월 9일)
BTS 부산 공연, 아시아드경기장서 열릴 듯
힘찬 청룡의 해 ‘극장의 봄’ 이어갈 영화들 ‘개봉박두’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6년 3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