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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덕신공항 수의계약 가닥, 신속 착공·안전 대책에 최선을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사실상 대우건설 컨소시엄 수의계약 방식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13일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가덕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대해 3차 입찰 재공고 없이 수의계약 절차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선 1, 2차 입찰이 모두 대우건설 컨소시엄 단독 응찰로 유찰된 데 따른 결정이다. 현실적으로 경쟁입찰 성립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과 더 이상의 시간 지연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지역 여론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성사 가능성이 희박한 절차를 반복하며 시간을 소모하는 일은 국가사업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덕신공항 사업은 2024년 현대건설 컨소시엄 입찰 당시, 5월 첫 입찰 이후 네 차례 유찰과 조건 변경, 행정 절차 재심의가 이어지며 수개월이 허비됐다. 그 과정에서 지역 사회에는 피로감과 불신이 누적됐다.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은 지역 경제의 불안으로 확산되며 공항 건설이라는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었다. 이런 전례를 감안하면 수의계약 전환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불필요한 행정 지연을 최소화하고 조속히 착공 일정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접근이다. 반복된 유찰과 절차 지연을 돌아보면, 이번 수의계약 전환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수의계약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결코 가벼운 선택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 경쟁 절차가 생략되는 만큼 가격의 적정성, 조건의 합리성, 사업 리스크에 대한 검증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특히 가덕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공사로 지반 안정성, 공사 기간 변동, 비용 증가 가능성 등 복합적 위험 요인이 상존한다. 정부와 공단이 대우건설의 높은 지분율 조정과 난공사 위험을 낮추기 위한 설계 보완 논의에 나선 것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공사 관리 보강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의계약이 구조적 불안을 용인하는 면허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지역 숙원을 넘어 국가 물류 체계와 균형 발전 전략이 걸린 핵심 사업이다. 그만큼 일정의 무게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기에 3차 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검토하는 배경 역시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수의계약은 오히려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한다. 이것이 최선의 현실적 대안이라면 결정 과정과 근거, 계약 조건, 위험 관리 방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시공사는 ‘신속 착공’과 ‘안전 확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속도는 필요하지만 졸속 추진은 경계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특정 기업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의 약속이다. 지역의 기대가 걸린 국가사업인 만큼 다시 흔들려서는 안 된다. 지금은 속도와 안전, 어느 하나도 놓쳐선 안 될 순간이다.
[사설] 부산항 인공지능 대전환 선언, 글로벌 항만 선도 나서라
올해 개항 150주년을 맞은 부산항이 다음 150년을 향한 용틀임에 나섰다. 1876년 개항 이래 대한민국 근대화와 경제 성장의 관문 역할을 해온 부산항은 이제 기술 기반 고부가가치 항만으로의 전환 과제를 안고 있다. 그 핵심은 ‘규모’에서 ‘지능화’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글로벌 항만 경쟁의 대응이다. 즉, 물동량 중심의 양적 성장 시대를 넘어, AI(인공지능)와 디지털 기술이 주도하는 질적 성장의 시대로 전환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맥락에서 12일 부산항만공사(BPA)가 밝힌 ‘부산항 AX(인공지능 대전환)’ 선언은 단순한 항만 현대화를 넘어 국가 항만 산업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가늠자라 할 수 있다. BPA가 이날 부산항의 비전으로 제시한 ‘미래형 초연결 AI 항만’은 정부 핵심 추진 전략인 ‘AI 3대 강국’의 해양판 전략으로 읽힌다. 2030년까지 4351억 원을 투입해 부산항 운영에 AI 기술을 전면 도입하고, 이로써 컨테이너 터미널 생산성 30% 향상, 항만 내 인명 사고 ‘0’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나아가 한국형 자동화 터미널을 완성해 해외 시장 진출까지 견인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까지 포함됐다. 이미 BPA의 지능형 항만 구상은 항만물류 통합 플랫폼인 ‘체인 포털’을 통한 물류 최적화로 구현되고 있다. 부산항은 세계 2위 환적항에 안주하지 않고 데이터 기반 글로벌 물류 허브로 진화하는 중이다. 이번 ‘AI 대전환’ 선언은 항만 현장에서 부딪히는 현실적 문제의 해결책까지 포괄한 데에 의의가 있다. 항만은 중장비·고소·야간 작업이 많은 고위험 환경에 노출되고, 인력난도 심각하다. 대전환 계획에 따르면 24시간 사고 예방과 로봇 하역 등에 AI 기술이 도입된다. 또 선박 부두 고정 작업과 컨테이너 전도 가능성 예측 시스템도 개발되어 안전성을 높이게 된다. 나아가 물류 운송 단계까지 AI를 도입해 화물차 운전자의 예약 편의, 선박 도착 시간 예측, 게이트 혼잡 해소 등 항만 전후방 시스템 전반에 최적화를 꾀한다. 물론 이러한 기술 혁신이 노사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부산항 AX는 디지털 기술의 도입에 그치지 않는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해양수산부와 관련 기관·기업의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을 계기로 해양경제권 구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항은 해양산업의 플랫폼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항만이 용광로가 되어 해양 기술·산업·정책을 한데 녹여낼 때 실행력이 배가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산항 AI 대전환은 도시의 산업 생태계, 일자리 구조, 글로벌 위상을 바꾸는 과업이다. 국내 항만 최초이자 유일한 AI 로드맵을 발표한 것 자체가 부산항의 미래 지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항만물류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항만의 미래와 해양디지털 산업을 이끄는 선도자로 우뚝 서야 한다.
[사설] 지역별 차등요금제, 빠른 시일 내 전면 도입하는 게 맞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지역별 요금제)를 주택용이 아닌 산업용에만 연내에 우선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지역별 요금제 정책의 핵심은 대한민국 기업들이 인재를 구하는 문제 때문에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지역 균형발전에 방점을 찍었다. 수도권에 몰려있는 기업들을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독려할 수단으로 지역별 요금제를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이 비수도권에 기업을 이전시켜 좋은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김 장관의 발언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당초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 당시 약속한 지역별 요금제는 기업의 지역 이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원전 가동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부산, 울산, 경남 등 발전소 소재 지역민에게 직접적 혜택을 주자는 뜻으로 고안됐다. 따라서 이제 와서 주택용을 배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더욱이 대형과 소형모듈 등 신규 원전 3기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데 이어 추가 건설 가능성도 높다. 결국 원전 밀집지인 부울경 주민의 불안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이런 손해를 감내 중인 부울경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약속 위반이다. 지역별 요금제를 주택용에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밝힌 정부의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 장관은 간담회서 “일반 국민들까지 한꺼번에 지역 차등요금을 적용하는 게 당초에 목표로 하고 있는 정책 방향과 맞는가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부울경 주민들은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발의된 2022년 11월 이전부터 산업용과 주택용 등에 대한 전면 도입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그 결과, 지역별 요금제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로 선정되면서 숙원 해결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그간의 이런 흐름을 무시한 김 장관의 말은 정부가 그동안 부울경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읽힐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요금제 도입 방안을 연내 제시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주택용 배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부울경 주민과 시민단체는 지역별 요금제가 당연히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고 예상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돌변’한 입장은 수도권 민심 눈치 보기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상시적인 원전 불안감을 안고 살면서 전기를 생산해 수도권에 보내는 부울경 주민들은 전기요금 혜택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수도권 주민들도 이번 기회에 전기가 지역 주민이 감내한 고통의 산물이라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지역별 요금제는 좌고우면할 사안이 아니다. 최대한 빨리 모든 분야에 도입해 효과를 극대화하길 촉구한다.
그 시절 '로또' 백색전화
130년 전만 해도 한국은 전화라는 존재도 모르던 나라였다. 1896년 10월 덕수궁에 3대를 비롯해 정부 부처에 7대, 평양과 인천에 각 1대의 전화가 설치된 게 국내 최초다. 호칭은 영어 ‘텔레폰’을 음역해 ‘덕률풍(德律風)’이라 불렀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1941년에 1만 7000여 명까지 전화 가입자 수가 늘었지만 일본인이나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가입이 힘든 사치품에 속했다.6·25전쟁으로 시설 대부분이 파괴되면서 전화 설비는 1957년께에 이르러서야 복구가 완료됐다. 이후 국민 생활이 향상되면서 주택용 전화 수요가 급증했으나 공급은 턱없이 부족했다. 전화 가입 신청을 하고서도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일이 일상화했다.전화 공급 적체가 심각해지면서 청약 경쟁 과열로 인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1970년 전기통신법을 개정하기에 이른다. 전화 가입권을 양도 가능한 재산권이 아니라 전화국에서 빌려 쓰는 사용권 개념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법을 소급 적용할 수 없었기에 이미 양도 가능한 전화를 소유한 사람들까지 규제할 순 없었다. 법 개정 전에 보급된 전화는 신청서가 흰색이어서 사고 팔 수 있는 전화의 이름은 ‘백색전화’로 불렸다. 반면 법 개정 이후 보급된 임대형 전화는 신청서 색깔이 파란색이어서 ‘청색전화’가 됐다.이 같은 조치 이후 백색전화 값은 하루가 멀다 하고 뛰어올랐다. 1970년대 중반 전화 신청 대기자만 무려 60만 명에 이르면서 백색전화 한 대 값은 260만 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서울 시내 50평 집값이 230만 원 안팎이었으니 전화가 바로 로또가 된 셈이다.1970년대 ‘로또’ 백색전화의 거품은 1978년이 돼서야 비로소 꺼지기 시작했다. 세계 10번째로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디지털식 전자교환기가 도입되면서 회선 적체가 한방에 해소돼서였다. 그렇게 백색전화 거품이 꺼지고 나서야 전화는 서민 통신수단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후 유선전화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1000만 회선을 돌파하면서 집집마다 전화를 구비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올해는 전화라는 문명의 이기가 인류 앞에 등장한 지 150년이 되는 해다. 1876년 2월 14일 미국 특허청에 전화 관련 특허 신청이 접수됐으니 설 명절 직전 딱 150년이 됐다. 그 사이 전화는 휴대전화가 보편화하면서 가정용 유선전화가 불필요한 지경으로까지 발전했으니 격세지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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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여기 사람이 산다
충남대전·전남광주·대구경북의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 12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달 중 본회의 의결을 마치면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뽑고, 7월 통합 지자체가 출범한다. 충남대전은 국민의힘 소속 현직 단체장이 반발하고 있지만,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의 통합특별시 탄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광역 행정통합 논의는 1990년대까지 거슬러올라가지만, 지금의 속도전은 불과 두 달 전 불이 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5일 충남 타운홀 미팅에서 “그냥 연합 정도 수준이 아니라 가능하면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고, 같은 달 18일 여당 충남·대전 국회의원 간담회에서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통합된 자치단체의 장을 뽑을 수 있게” 하자고 시간표까지 제시했다. 행정통합은 단숨에 전국 사안이 됐다. 충남대전에 이어 전남광주가 출범을 앞두고 있던 특별광역연합 대신 돌연 행정통합을 들고 나왔다. “(대구시장이 공석인) 이럴 때가 찬스”라는 대통령 언급 이후 대구경북도 ‘6월 통합’에 뛰어들었다. 부산경남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주민투표와 분권 보장을 전제로 ‘2028년 통합’ 로드맵을 내놓았지만, 행정통합의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행정통합의 배경은 명확하다. 수도권 일극체제의 폐해 속에 수도권과 지방 모두 위기를 호소한다. 수도권에 맞먹는 거점 권역을 만들어 지방 주도 성장을 유도한다는 균형발전은 지방 살리기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생존 전략이 되었다.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역대 정부 가운데 행정통합과 지방분권에 이 정도의 추진 의지와 실행력을 보여준 정부는 없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중앙이 재정 지원을 ‘당근’ 삼아 절박한 지방끼리 경쟁을 시킨 모양새는 아무래도 개운치 않다. 6월 통합 선거를 행정통합의 ‘골든 타임’으로 정하고, 통합하면 연간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 인센티브를 준다고 했다. 재원과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한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중앙에 종속된 지방재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비판은 ‘관성과 기득권의 저항’이라는 대통령 발언에 묻혔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입장도 불안을 부추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부산경남처럼) 자체 일정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지역에 대해 상대적인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해놓고는 충남대전의 반발에는 “한 군데가 통과되지 않으면 그 영향을 해당 지역 주민이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행정안전부 차관은 “행정통합이 늦어져서 3년 뒤에 된다고 하면 1년밖에 (인센티브를) 못 줄 수도 있다”고도 했다. 무엇보다도 지역 주민의 의견을 배제한 행정통합은 ‘무엇을 위한 통합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광역 행정통합은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고, 지역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전남광주 국회의원들과 만나 “주민투표는 불필요한 소요를 만들 수 있어 시·도의회 의결 방식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고 통합 방식 가이드라인까지 내놓았다. ‘중앙이 허락한 행정통합’ 국면에서 정작 주민들은 논의에서 소외돼 있다. 충남대전·전남광주·대구경북이 각각 100~300여 개의 특례를 담은 행정통합 특별법을 만들고, 국회가 ‘번갯불에 콩 볶듯’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는 동안 주민들은 특례 내용은커녕 통합의 효과조차 알기 힘들다. 최근에야 시민사회단체들이 최저임금 미적용이나 영리병원 추진 같은 독소조항을 발견해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눈에 띄는 성과를 위해 졸속 행정통합을 만병통치약처럼 추진한다는 비판도 힘을 얻는다. 명분과 의지가 분명하더라도 그 방식이 진짜 ‘기득권’인 중앙부처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지방분권 개헌이라는 시대적 과제조차 밀어둔 채 지방을 경쟁시키는 방식이라면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판을 흔들 수 있다는 계산도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행정통합은 지역 주민에게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행안부는 청년을 위한 행정통합 기대 효과를 알리는 카드 뉴스에서 양질의 일자리 확보와 지역 경제 활성화, 문화 접근성 강화를 든다. 그런데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 조사에서 18~29세의 행정통합 찬성률을 보면 전 세대 가운데 부산에서는 가장 낮고, 경남에서는 가장 높다. 정부는 이들에게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 부산경남도 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일이 아니다. 특별법안의 통합청사 위치 같은 민감한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어떤 통합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지금 당장 주민과 함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지방선거 전략이 아니라 주민 삶을 바꾸는 행정통합이 될 수 있다. 최혜규 사회부 차장 iwill@busan.com
[중앙로365] 지자체 홍보 지속가능성 묻게 한 '충주맨' 사직
‘충주맨’ 김선태 충주시청 뉴미디어팀 팀장이 공직을 떠난다. 그는 지난 13일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 ‘충TV’에 올린 영상을 통해 “공직에 들어온 지 10년, 충주맨으로 살아온 지 7년의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제 작별 인사를 드리려 한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7년을 마무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6초. 댓글에선 간결한 퇴장에 “충주맨 답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선출직을 제외하면 충주맨 김선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공무원일 것이다. 2018년 고등학교 동창인 조남식 주무관의 뒤를 이어 충주시 소셜미디어를 맡게 된 그는, 공무원 사회에선 상상하기 어려웠던 ‘B급 감성’의 웹 포스터로 온라인에서 주목받았다. 때마침 시작된 유튜브 열풍은 그에게 일생일대 전환점이 되었다. 인터넷 밈을 활용해 빠른 호흡으로 담아낸 그의 홍보 방식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것이다. 충TV는 2019년 개설되자마자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한때 97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모으기도 했다. 약 21만 명인 충주시 인구의 네다섯 배에 달하는 숫자다. 충주시 뉴미디어팀장 돌연 퇴직 의사 7년 동안 독특한 시정 포스팅 유명세 전 시장 전폭 지원에 전국 인기 몰이 단체장 바뀌면 홍보 정책 대거 변경 6월 지선 뒤에도 유사 사례 우려돼 '홍보 브랜드는 자산' 인식 확산되길 충TV의 흥행에 조길형 전 충주시장의 역할이 컸다는 건 잘 알려졌다. 조 전 시장이 있었기에 충주맨도 엄격하고 경직된 공직사회에서 자기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 수 있었다. 같은 이유로 온라인에선 충주맨의 사직이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도 나온다. 비단 공무원을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되면 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유튜브 댓글 창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충주맨이 계속 자리를 지킨다면 험한 꼴 당할 것”이라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시장 교체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조길형 전 시장은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처음 충주시장에 당선돼 내리 3선을 지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법(제108조) 상 지방자치단체장은 세 번까지만 연달아 재임할 수 있다. 사람들이 벌써부터 우려하는 건, 우리나라에서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시정이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전임자와 후임자의 소속 정당이 다르기라도 하면 변화의 폭은 더욱 커진다. 전임자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다. 실제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많은 지역에서 권력 교체가 이뤄졌다. 덩달아 슬로건·캐릭터 등 시의 홍보 브랜드도 바뀌었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더러는 ‘흑화(악화)’된 경우도 적지 않다. 대전광역시는 그런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대전은 2020년 9월 새 브랜드 슬로건으로 ‘대전 이즈 유(Daejeon is U)’를 채택했다. “대전이 바로 당신이다”라는 의미인데, 충청도 사투리 “대전이쥬”를 연상케 하는 문장으로 많은 이들에게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 슬로건은 2022년 지방선거로 시장이 바뀌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 자리를 대체한 시정 구호는 ‘일류 경제도시 대전’. 조례 개정 없이 브랜드 슬로건을 내리고 시정 구호를 내건 데 따른 ‘꼼수 교체’ 의혹도 나온다. 경기 고양특례시 또한 시장 교체 이후 ‘고양고양이’ 캐릭터를 ‘가와지볍씨’로 교체했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시의 캐릭터를 시장 한 명 바뀌었다고 교체하는 게 타당하냐는 비판은 지금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 당장의 지지율만 놓고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적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교체가 예상된다. 2022년 지방선거는 직전에 있었던 대선 효과로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뒀다. 지금은 상황이 반대로 바뀌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공개한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44%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그 절반인 22%에 그쳤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더불어민주당(39%)이 국민의힘(24%)을 크게 앞섰다. 더군다나 지방선거는 선거 종류와 후보자 수가 많아 유권자들이 줄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 단체장을 이기면 광역·기초의원도 줄줄이 이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단체장이 브랜드 교체를 결정했을 때 지방의회가 견제하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혈세 낭비는 오롯이 지역민들의 몫이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지자체 홍보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양산시장이 누군지는 몰라도 양산시청 홍보팀 팀장과 주무관이 누구인지는 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슬로건·캐릭터 등 브랜드도 지역의 자산인 시대다. 이 중요한 자산이 단체장 개인의 치적 쌓기용 도구로 전락해 새 단체장이 들어설 때마다 갈아엎어진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충주맨은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당시 “시장님이 바뀌면 (자신도) 순장”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 적이 있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지금, 그 발언은 단체장 교체 시기마다 존폐의 기로에 서는 지자체 홍보에 지속가능성을 묻는 것만 같다.
[시론] 금정산국립공원 지정 의미와 관리 방향
지난해 11월 28일 금정산국립공원 지정 및 공원계획(안)이 고시됐다. 부산광역시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국립공원 지정을 건의한 지 6년 만의 성과다. 금정산국립공원은 부산 6개 자치구와 경남 양산시에 걸쳐 있으며 면적은 66.859㎢다. 대전·충남에 걸친 계룡산국립공원보다 큰 규모로, 부산과 양산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국립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작은 면적이 아니다. 금정산은 ‘도심형 국립공원’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국립공원은 제도적으로 유형 구분이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관리상 도시형·산악형·사적형·해상·해안형 등으로 나눠 왔다. 북한산·계룡산·무등산·팔공산국립공원이 도시형으로 분류되지만, 이들 공원이 도시 외곽에 있는 것과 달리 금정산은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다. 동서남북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어 등산뿐 아니라 산책과 휴식을 위한 일상적 여가 공간으로 이용되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제도적 의미도 크다. 금정산국립공원은 1987년 소백산국립공원 지정 이후 38년 만에, 기존 군립·도립공원을 승격한 사례가 아닌 비보호지역을 온전히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첫 사례다. 국립공원공단 설립 이후, 기후에너지환경부(옛 환경부) 출범 이래 처음 시도되는 유형이기도 하다. 그만큼 기존의 인수인계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국립공원 관리 체계 정착이 요구되며, 지자체와 시민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요구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광주의 무등산, 대구의 팔공산과 비슷한 시기에 논의가 시작됐지만, 비보호지역이자 도시지역에 있는 금정산은 지정 시 규제가 강화될 수밖에 없어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그럼에도 시민사회단체의 꾸준한 노력과 관심이 지자체를 움직였고, 결국 국가 차원의 타당성 조사로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도심 한가운데 있는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타당성 조사 결과 금정산은 자연공원법 상 국립공원 지정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 통도사·해인사와 함께 영남 3대 사찰로 꼽히는 금정총림 범어사를 비롯한 다수의 문화재를 품고 있고, 국내 최대 규모의 산성인 금정산성이 위치하는 등 문화경관 측면에서 전국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낙동정맥에 위치하면서도 도심 개발로 단절된 환경 속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4종의 서식이 확인되며 생태적 가치 역시 입증됐다. 이제 과제는 관리다. 금정산은 도심형 국립공원 특성상 이용과 개발 압력이 상존한다. 공원 외부에서 탐방로로 직접 진입할 수 있는 곳이 100곳이 넘고, 반려견 산책과 산악자전거, 마라톤, 암벽등반, 각종 산악행사 등 다양한 이용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지형 유실과 식생 훼손, 세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 전체 면적의 약 70%가 사유지로 전국 국립공원 평균을 크게 웃돈다. 사유권 침해를 둘러싼 민원 가능성이 높고, 사유지 내 불법 건축물 설치나 토지 형질 변경 등 위법 행위도 적지 않다. 도심 인접 입지로 인한 개발 압력은 외래생물종 유입과 멸종위기종 서식지 훼손 위험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금정산국립공원 준비단은 환경·생태 분야 전문학회와 함께 보전·관리계획 수립 연구를 진행 중이다. 1년에 걸쳐 자연환경과 이용 실태를 면밀히 분석해 도심형 국립공원에 걸맞은 차별화된 보전·관리 방안과 중장기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정산국립공원은 시민과 환경단체, 사찰, 지자체 등 다양한 주체의 협력으로 탄생한 공원이다. 도심과 맞닿아 있는 만큼 이해관계자도 다양하다. 시민·환경단체, 지자체, 주민, 범어사를 비롯한 사찰 등 모든 주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국립공원공단은 공원 시설과 안전 인프라를 국립공원 수준에 맞게 정비하고, 시민들의 휴식과 힐링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도 설치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시민, 지자체, 사찰 등과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관리 모델을 만들어갈 것이다. 금정산국립공원이 부산 도심 속 환경·생태의 상징적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계엄의 시간, 예술이 기억하는 얼굴
2026년 2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가 열리는 날이다. 판결은 어떻게 내려질 것이며, 정치권과 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또한 훗날 역사는 이날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우리나라 비상계엄의 역사는 1948년 10월 21일 여순사건 당시 이승만 정권의 계엄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 4·19혁명 직전 이승만 정권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계엄은 군사정권의 권력 장악 도구가 되었다. 1972년 유신체제 아래에서 계엄은 긴급조치와 더불어 사실상 상시적 통치 수단으로 기능했다. 1979년 10월 16일 부마민주항쟁 발발 후, 박정희는 10월 18일 0시 부산에 계엄령을, 20일 낮 12시 마산에 위수령을 선포했다. 1980년 5월 18일 0시 전두환은 전국 확대 계엄을 선포하고 광주 시민을 학살했다. 이 사건들은 계엄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장치로 작동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마르크스는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헤겔에 기대어 말했다. “위대한 세계사적 사실과 인물은 두 번 나타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소극(笑劇)으로.” 이는 브뤼메르 18일(1799년 11월 9일) 나폴레옹의 쿠데타와 1851년 나폴레옹 3세의 친위 쿠데타를 지칭하는 것이었지만, 이 말은 대한민국의 2024년 12·3 내란 사건에도 해당하는 격언이 될 수 있다. 그 핵심 의미는 ‘반복’이 아니라, 권력이 과거의 권위를 빌릴 때, 역사는 소극(익살극)으로 전락한다는 경고였다. 비극은 피를 남겼고, 반복된 소극은 권력의 초라함을 폭로한다. 고야는 ‘1808년 5월 2일’에서 프랑스군에 소속된 북아프리카 출신 맘루크 기병을 앞세워 마드리드 시민과 충돌하는 나폴레옹 군대를 그렸고, ‘1808년 5월 3일’이라는 작품에서 나폴레옹 군대가 마드리드 시민을 처형하는 장면을 그렸다. 어둠 속에서 총을 겨눈 군인들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개인이 아니라 체제의 장치처럼 묘사된다. 반면, 흰 셔츠를 입은 남자는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다. 그런데 고야는 그의 손에 예수의 ‘성흔’을 연상시키는 상처를 그려 넣어 이 사람이 억압받는 순교자이자, 민중의 대변자처럼 묘사했다. 따라서 이 장면은 단순한 처형의 기록을 넘어, 권력의 폭력과 시민의 존엄이 충돌하는 순간을 응축한다. 이 그림은 ‘비극’의 순간을 기록하지만, 동시에 반복되는 권력의 ‘모방극’을 예고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얼굴 없는 권력은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는 총을 든 자가 아니라, 총을 마주한 자의 얼굴을 기억한다. 계엄의 시간 속에서도 훗날 역사와 예술이 주목하는 것은 권력의 명령이 아니라, 존엄한 시민의 얼굴일 것이다. 미술평론가·철학박사
[기고] 좋은 공동체가 넘치는 행복한 도시, 부산
“요즘 참 밝아 보인다.” 최근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아마도 매일 새벽 운동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을 진정으로 환하게 하는 것은 몸을 움직이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니다. 함께 어울려 땀을 닦고, 웃음을 나누며 서로의 등을 토닥이는 사람들의 온기, 바로 공동체의 따뜻한 힘 덕분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공동체가 낯설고 어려웠던 사람이다. 40년이 넘는 긴 직장 생활 동안 나는 15번 넘게 이사를 다녔고, 그때마다 지역의 테니스장을 찾았다. 하지만 낯선 곳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기존 회원들의 텃세 문화 속에서 나는 늘 외톨이였다.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경기에 끼워주지 않거나, 소외감에 결국 포기하고 돌아선 적도 많았다. 나는 늘 공동체의 주변을 맴도는 영원한 초보 신세였다. 그러던 중, 지금 살고 있는 부산에서 내게 뜻밖의 선물이 찾아왔다. 바로 외진 반송마을의 시니어 테니스클럽이다. 60대부터 80대까지, 삶의 무게를 묵묵히 이겨낸 30여 명의 노년층들이 주축을 이룬 모임이다. 처음 내가 그곳을 찾았을 때, ‘우리 후배가 왔다’며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반갑게 끌어안아 주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경쟁 대신 환대가, 텃세 대신 따뜻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 따뜻한 포옹 덕분에 나는 1년 만에 이 공동체의 중심에 굳건히 뿌리내리며 초보를 면할 수 있었다. 이 모임은 단순한 운동 클럽을 넘어섰다. 이 공동체의 회장은 공을 치는 일보다 코트 주변을 쓸고, 낙엽을 치우는 일에 더 열심이다. 총무는 회원들의 경조사를 내 일처럼 챙기고, 테니스를 잘 치는 경기이사는 나 같은 초보자에게 무료로 레슨을 해준다. 서로 가져온 간식을 나누고, 경기가 끝난 후에는 서로의 어깨를 다정하게 두드리며 격려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은 경쟁과 효율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잊고 지냈던 섬김과 배려, 책임과 나눔이라는 소중한 가치들이 살아 숨 쉬는 풍경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정(情) 문화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꽃피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진짜 맛을 배운다. 이웃을 보듬고, 함께 웃으며, 나이와 직업, 사회적 배경을 넘어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원천이라는 것을 매일매일 확인한다. 은퇴 후 굳이 서울로 돌아가지 않고, 이 따뜻한 부산 공동체와 함께 인생의 다음 장을 열어가고 싶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만약 이처럼 따뜻하고 끈끈한 공동체가 우리 사회의 골목마다, 마을마다, 학교와 직장 속에 널리 퍼진다면,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얼마나 달라질까. 나는 행복은 결코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고 믿는다. 수많은 제도와 정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결국 사람들의 마음과 태도에서 시작된다. 서로에게 먼저 미소 짓고 인사하고, 서로의 안부를 챙기며, 작은 것을 나누는 일상의 작은 실천들이 모여 견고한 공동체를 만들어낼 것이다. 우리 부산이 진정으로 아름답고 강한 도시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거창한 구호나 웅장한 계획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책임을 다하고, 자신의 욕심을 조금 비우며, 이웃에게 친절과 따뜻함을 건네는 시민들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오랜 세월 지탱해 온 전통적인 예절과 훈훈한 정(情)을 현대적으로 되살리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만약 이러한 공동체가 우리 사회 곳곳에 살아 숨 쉰다면, ‘노인과 바다’라는 부산에서 우리는 더 이상 외로움에 몸서리치지 않을 것이다. 이웃의 존재는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서로의 어깨를 기대며 함께하는 행복은 넘치고, 모든 사람이 살고 싶은 곳으로 변모할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세계가 주목하는 경쟁력 있는 행복 도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굳게 믿는다. 행복한 도시는 결코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곁의 이웃에게 먼저 건네는 작은 친절, 그리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에서 시작되는, 우리 모두가 만들고 함께 누릴 수 있는 현실이다.
[김상훈의 포커스온] 청년에게 버팀목 되는 사회
최근 지인의 자녀가 서울에 있는 기업에 취업했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해 취업한 사례다. 지인은 서울에서 월세가 없는 전셋집을 찾아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계약했다. 이후 지인의 자녀는 금융기관에 청년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했다. 월급의 상당 부분이 월세로 나가면, 청년기 자산 형성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청년 고용 부진이 심각한 현실에서 지인의 자녀는 행복한 축에 속한다. 국가데이터처가 11일 발표한 ‘2026년 1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만 5000명 줄었다. 고용률도 43.6%로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1월 기준 2021년(41.1%)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6만 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1%(3만 5000명)나 증가했다. 채용 시장이 수시·경력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구직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 취업자들이 대학 등 최종 학교를 졸업한 후 첫 직장을 얻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1.3개월이다.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04년만 해도 이 기간이 9.5개월이었는데, 20년 새 2개월가량 늦춰졌다. 최근 휴학이나 졸업 유예 등을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첫 직장을 얻기까지 2~3년 이상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인공지능(AI) 확산 여파로 연구개발과 과학, 법률·회계 등 전문직 고용마저 얼어붙는 분위기다. 중장년 세대는 고성장기에 소득과 자산을 모두 불릴 수 있었지만, 지금 청년층은 부를 축적하기가 쉽지 않다. 저성장과 부동산 자산 가격만 폭등하는 상황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취업난과 대출 규제로 청년들의 기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청년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해 ‘디딤돌대출’ 등 정책 대출을 제공하고 있지만, 대출 한도가 수도권 집값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이용하기가 어렵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5억 원, 수도권 전체 주택 평균 매매가가 7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집값이 폭등했지만, 조건에 따라 5억 원이나 6억 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만 이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주택도시기금 수요자 대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 등 정책대출 집행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18조 원 감소했다. 주택 구입자금 성격의 디딤돌대출 실행액은 지난해 19조 3072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26조 6714억 원에 비해 7조 원 이상 줄었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정책대출 접근성이 더 낮아진 것이다. 전세자금 대출인 버팀목대출도 6·27 대출 규제 이후 대출 한도가 조정되면서 지난해 집행액은 전년보다 10조 원 이상 줄었다. 청년층의 고용 부진과 주택 비용 부담 증가는 청년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로 보아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청년 일자리 양극화도 심각하다. 수도권에 주요 기업이 편중하면서 지방 청년들은 대·중소기업과 지역 격차라는 ‘이중 격차’에 시달려야 한다. 불균형이 지속하면 청년 세대 내에서도 자산 격차가 고착할 우려가 있다. 이런 가운데 청년층이 대를 이어 지방(비수도권)에 머물 경우 ‘인생 역전’이 더 힘들어진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1일 공동 발표한 ‘지역 간 인구 이동과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에 따르면,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은 소득보다는 부동산 등 자산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며,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세대를 이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출생·거주 지역과 맞물려 경제력 대물림이 심화하는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용이 될 재목’을 강으로 보내도록 이동성을 강화하고, 근본적으로는 지방을 ‘작은 개천’에서 ‘큰 강’으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방 거점대학·거점도시에 대한 과감한 투자, 지방 산업 기반과 일자리 개선, 공공기관 추가 이전 등 구조적인 대응이 시급한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균형발전과 ‘5극3특’ 정책이 제대로 작동해 지역별로 산업 생태계를 고르게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시는 지난 10일 청년정책 추진 계획을 통해 일자리 지원 고도화, 주거·문화 지원 확대, 참여형 정책 강화 등 3대 전략 104개 사업에 462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청년들이 부산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이뤄가기를 기원한다. 사상 최강 스펙을 지녔지만, 힘겨운 현실에 직면한 청년들이 힘찬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기성세대를 비롯해 지역사회, 지자체, 국가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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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 신지아, 완벽한 연기 피겨 종합선수권 2연패
[영상] 롯데 김태형 감독 “가을야구 너머 강한 롯데를 만들겠다”
“최동원이 삼성 레전드라고… ” KBO 팀 표기 논란
사직에 새 둥지 튼 여자 농구 BNK썸, 팀 리빌딩 ‘한창’
롯데호텔 조리장의 가을야구 위한 만찬
WBC 역대 최고 경기는 2009년 한국-일본 결승전
이변은 없었다…호주오픈 4강 별들의 전쟁
[자이언츠 치어리딩팀] #사직 승리요정 #새 얼굴 새 응원 #완벽 팀워크
부산 선수단, 수영서 금 3개… 육상·양궁서도 정상 올라
'미녀 골퍼 끝판왕' 허무니, 팔로워 25만 명 설레게 한 비키니 사진
부산 KCC, SK에 져… 팀 창단 최다 타이 ‘10연패’
알카라스, 호주오픈 첫 준결승
류승완 감독 ‘휴민트’ 여성 관객들 혹평 이유는
'워너원 조작 멤버' 피해자는 김종현? 실수로 올린 데뷔조 사진 재조명
배명호 결혼, 오는 11월 9일 미모의 일반인 여자친구와
31일 KBS 특선 다큐멘터리 '다이너스티, 야생의 지배자들' 재방송…제3편 사자
악당도 개연성도 때려잡는 ‘비키퍼’…스테이섬표 액션은 인정 [경건한 주말]
김미진 아나운서, 한석준과 이혼 왜 했나? '연애와 결혼은 달라'
'퀸' 프레디 머큐리, 사망원인은? 에이즈 왜?
'미스코리아 진' 장윤정, 15살 연상 재혼한 남편 누구…전남편과 이혼 사유는?
'생활의 달인' 콩찹쌀떡 달인… 서울떡방앗간의 쫀득·달콤한 찹쌀떡 비법은 감자·사과!
'한국인의 밥상' 덕우마을 돼지고기 육회-양주 돼지족탕-족채&돈육구이-용인 백암순대…최불암 나이는?
채시라 녹색어머니 활동 인증샷 '초등생 엄마 이제 곧 졸업'
류승범 불참, 일명 '예수님 머리'로 화제 모은 근황사진
이 대통령, 설 맞이 인사 “모두의 대통령…국민 아우르고 섬길 것”
결국 '윤 어게인' 택한 장동혁?… 전한길 “장동혁, 尹과 절연 안 한다 해”
“여야 절대 강자는 없다” 요동치는 부산 설 민심 [설 밥상 달군 6·3 지방선거]
김도읍 “부산시장 선거 불출마” 박형준-전재수 양강 구도 무게
장동혁, 李 대통령에 “다주택자 사회악 규정, 애처로워”
민주, 국민의힘 부동산 공세에 “주택 6채 장동혁부터 입장 밝혀야”
민주 '대통령, 95세 노모 사는 장 대표 시골집 팔라 한 적 없다'
[리얼미터]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56.5%… 3주 연속 상승
'선거 브로커' '사회악은 정치인'…李·장동혁 다주택 두고 충돌
민주당, 설 맞아 “민생 회복 버팀목 되겠다”
정동영 “9·19 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 복원 선제적 검토”
명절 기간 교통법규 위반 줄었지만 음주 운전 늘었다
부산 모모스커피, '세계 최고의 카페 100곳' 선정
“거의 아무도 한국 주식을 사지 않는다”…글로벌IB의 충격 보고서
실수로 꽂힌 비트코인 잽싸게 현금화…안 돌려주고 버티면?
[속보] 설 연휴 마지막 날 유튜브 일부 장애…'문제 발생'
“설 지나고 어디 투자할까”…증권가 ‘반도체·바이오 주목”
수십조 이자이익에도 사라지는 은행 점포
메가커피 일부 가맹점주, 컵 직접 조달 '본사 판매 컵 반값'
[생활경제뉴스] 풀무원다논, 창립 10주년 기념 이벤트 실시 外
마운티아, 강추위 막아줄 방한 아이템 3종 출시
“가을 맛보세요”… 호텔가는 지금 ‘미식의 대향연’
“바다 열리고 대륙 뚫린다”… ‘부산발 해양수도’ 구상 본격화 [부산은 열려 있다]
‘20대 청년 고용한파’ 심각…반듯한 직장은커녕 알바 자리도 없다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2월 19일 목요일(음력 1월 3일)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6년 2월 15일~ ]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2월 18일 수요일(음력 1월 2일)
부산 ‘달동네 작가’ 엄경근 별세… 향년 43세
[부고] 엄경근 작가 별세
별이 된 엄경근, 작품으로 만난다
한 알 한 알 모으는 콩알금, 제값 받을 수 있을까? [궁물받는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부산국악원서 차리는 설날 한 상
'컴백' BTS가 세계에 던진 질문…'당신의 러브송은 무엇입니까?'
해운대 온천서 묵은 때 빼고, 새해 광 내자
“설 명절 많이 먹어 배 아픈 줄 알았는데…” 단순 복통 아닐 수도
인생 별 거 아닌데 왜 아등바등 살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