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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밑줄 '좌악'

책에 밑줄 '좌악'

미국을 대표하는 교육 철학자이자 시카고대 교수였던 모티머 애들러는 저서 〈독서의 기술〉에서 책에 밑줄을 치고 메모를 해야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읽는 행위는 ‘능동적 사고’이며 책에 밑줄을 치거나 메모를 하는 것은 그 능동적 사고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과정이라고 봤다. 심지어 그는 책에 그은 밑줄은 저자와의 대화이며 문장을 더 선명하게 의식하도록 만들어 기억에 오래 남긴다는 주장도 펼쳤다.애들러와 결을 같이하는 이론가들은 책에 밑줄 긋는 행위가 정보 선별 과정에서 인지적 노력을 유발함으로써 기억을 강화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심지어 밑줄 긋기가 정보를 심층적으로 처리하도록 촉진하기 때문에 장기기억에 깊숙하게 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식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반면 미국 켄트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인 존 던로스키와 그의 동료 학자들은 최신 연구를 통해 책에 밑줄을 긋는 행위는 비효율의 극치라고 지적한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재에 밑줄을 그으며 학습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비교했을 때 오히려 과도한 밑줄 집단이 이해도 등에서 더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게 연구 결과였다. 그들은 밑줄이 뇌에 입력되는 정보를 낮은 처리 수준에 머물게 해 정보의 적극적 인출과 정교화를 방해한다고 해석했다.무언가를 학습한다는 과정은 정보를 두뇌에 저장했다고 해서 종료되는 것이 아니다. 두뇌에 저장된 정보를 제때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제대로 된 학습이라 할 것이다. 던로스키의 실험은 책에 밑줄을 긋는 것이 겉핥기식 정보 처리로 ‘익숙함의 착각’을 만듦으로써 정보의 정교화와 인출 수준을 낮춰 학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최근 연예인 김지호 씨가 공공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볼펜으로 밑줄을 그은 사진을 온라인 상에 올렸다가 사회적 논란을 불렀다. 그는 “마지막에 기억하고 싶어 습관적으로 책에 밑줄을 긋던 행위가 나왔다”며 사과를 했지만 본인 소유도 아닌 책에 함부로 밑줄을 긋는 행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이와는 별도로 책에 밑줄을 긋는 행위가 습관이라고 한 그의 해명에서 과연 책에 밑줄을 긋는 것이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새롭게 소환되고 있다. 올바른 독서법이나 학습법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도 한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까.이상윤 논설위원 nurumi@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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