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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양수도 부산의 미래 100년 부산일보가 함께 뛰겠습니다
2026년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창간 80주년을 맞는 부산일보는 어느 해보다 무거운 사명감을 느낀다. 1946년 창간 이후 정론직필의 정신과 불편부당·엄정중립의 기치를 지켜온 부산일보는 해방기의 혼란과 산업화의 격동, 민주화의 열기와 세계화의 파고 속에서도 권력과 자본의 중심이 아니라 시민과 지역의 편에 서서 늘 지역의 현장을 지키며 시민의 삶과 호흡해 왔다. 지난 80년 동안 부산 시민의 눈과 귀, 그리고 입이 돼 현장을 지켰던 셈이다. 한국전쟁 속 피란수도의 일상을 전했으며 민주화와 산업화의 격랑 속에서 도시의 흥망과 시민의 희로애락을 담아냈다. 특히 수도권 중심의 프레임과 진영 논리가 지역의 현실을 왜곡할 때도 부산일보는 현장에서 문제의 본질을 짚어 왔다. 지역의 질문을 대한민국의 과제로 확장해 온 이 원칙은 지난 80년의 기록이자 앞으로 부산일보가 지켜나갈 자세다. 부울경의 지난 80년은 부산일보 지면 위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현대사 굽이마다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부산일보는 최선을 다했다. 최루탄을 맞은 김주열 열사 사진은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무엇보다 권력 감시에 충실했는데, 이해찬 총리 ‘3·1절 골프’ 특종 보도는 대표적인 예다. 형제복지원의 인권 침해 보도는 시대의 아픔에 응답하며 진실을 다시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렸다. ‘우리 곁의 빈곤’ 시리즈를 통한 차상위 계층 공론화는 지역이 곧 국가 운영의 현장임을 보여줬다. 내부적 변화도 멈추지 않았다. 2023년 2월 지역 언론 최초로 네이버 구독자 300만 명을 돌파하며 전국구 매체로서 영향력도 입증했다. 최근에는 부산일보 TV방송국 개국을 통해 시대적 요구에도 부응하고 있다. 이는 지면을 넘어 뉴미디어 환경에서도 부산일보가 전국 독자들의 신뢰를 받는 뉴스 플랫폼으로 경쟁력을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성과라 하겠다. 부산은 해양수산부 이전을 계기로 정책·산업·금융·물류가 집적된 명실상부한 해양수도로 도약할 전환점에 서 있다. 이에 2026년은 해양 수도권 구축을 통해 해양강국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자 국가균형발전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 전환을 실질적 성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해양산업의 종합적 집적과 함께 북극항로의 실질적 개척이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부산은 비로소 글로벌 해양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동안 부산일보는 해양수산부의 창설과 존폐를 둘러싼 굴곡진 과정마다 현장을 지키며 기록과 공론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부산일보는 해수부 부산 시대와 북극항로 개척이 구호에 머물지 않도록 정책의 방향과 실행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글로벌 해양수도 완성을 향한 여정에서 시민과 함께하며, 책임 있는 공론 형성에 끝까지 힘을 보탤 것이다. 앞서 살폈듯이 올해는 부산에 있어 새로운 출발점이자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결정적 시기다. 실질적인 해양수도 부산 완성과 해운 기업 집적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개별 정책을 넘어 도시 전체를 관통하는 전략적 통합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전환, 청년 유출, 생활 안전과 기후 위기, 수도권 일극 구조 등 부산이 마주한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지방소멸 경고는 이미 현실이 됐다. 가덕신공항 건설을 비롯한 핵심 현안 역시 더는 미룰 수 없다. 공공성을 지키면서도 과감한 실행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급변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도 부산일보가 전국 최대 지역신문으로 자리할 수 있었던 힘은 부울경 독자들의 신뢰였다. 부산일보의 지난 80년은 성취의 시간이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100년이다. 해양수도 부산의 미래를 향해 부산일보는 시민과 함께 다시 뛸 것이다.
[사설] 새해 대한민국 균형 성장 원년… 지역이 살아야 나라 산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국가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주의를 타파해야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분권과 지역 균형발전 관련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지방시대위원회에 힘을 실어준 것도 이런 이유다. 지역은 지금도 고사 위기로 아우성이다. 균형발전은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더욱이 집권 2년 차로 접어드는 내년엔 반드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31일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을 균형 성장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밑그림을 그린 권역별 메가시티화 정책인 ‘5극(초광역권) 3특(특별자치도) 균형 성장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토 곳곳에 다양한 성장축을 만들어 국가 발전을 견인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틀을 바꾸는 혁명적인 정책을 기대한다. 근본적인 치유책을 내놓지 못한 채 말 잔치에 그치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김 위원장은 경남도지사 시절에 부산과 울산, 경남 메가시티를 강하게 추진했다. 그는 지방이 국가 경쟁력이자 전략 자산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제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더욱이 균형 성장 전략이 각 지역의 특성과 규모를 감안하지 않는 호혜성 균등 분배에 그쳐서도 안 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도권에 견줄 수 있는 핵심 성장축을 지역에 만들어야 한다.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당부한다. 부산은 최근 해양수산부가 이전을 완료하는 등 해양강국을 이끌 글로벌 해양도시로 발돋움할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부산 추가 이전과 대기업 투자 활성화, 첨단·창업도시 구축, 제조업 위주 낡은 경제 구조 쇄신 등 과제도 산적하다. 특히 부산 등 지역의 상당수는 현재 활력을 잃고 소멸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청년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살아난다. 지역의 국민들이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사설] 김병기 사퇴했지만 점점 커지는 의혹… 수사로 밝혀내야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특혜와 보좌진에 대한 갑질 의혹이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전격 사퇴했다. 9월 초 언론에 각종 의혹이 보도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3개월 가까운 시일이 흐른 뒤였다. 그동안 의혹 제보자가 문제 있다는 식으로 버텨 오던 김 전 원내대표가 전격 사퇴하게 된 결정타는 사퇴 전날 터진 ‘공천 청탁’ 묵인 의혹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사퇴는 그동안의 의혹을 책임진다는 해결책이라기보다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정당 공천이 당선과 직결되기 쉬운 현실에서 여권에서 공천을 두고 돈이 오가는 청탁이 있었다는 ‘판도라의 상자’급 실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전 원내대표와 관련한 의혹은 쿠팡 접대 논란에서 시작해 보좌진에 대한 국정원 근무 장남 업무 보좌 지시 논란 등으로 이어지며 점점 강도가 세지는 모양새였다. 의혹은 배우자의 지역구 구의원 업무 추진비 사적 유용 논란이 터지면서 결국엔 공천권과 관련한 일탈로 질적 변화를 하고 말았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강선우 민주당 의원이 보좌진을 통해 당시 서울시의원 후보 지원자에게 1억 원을 받은 사실을 김 전 원내대표와 의논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질적 변화는 정점을 찍었다. 강 의원은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고 김 전 원내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기에 공당의 ‘공천 청탁’ 의혹이 돼 버린 것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자신 관련 의혹이 민주당의 공천 과정에까지 이어지자 전격 사퇴를 결정했으나 이는 역으로 이 의혹의 중대성을 더욱 키우게 됐다. 이미 유사한 사례로 특검의 수사까지 진행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이라 불린 민중기 특검은 김상민 전 검사가 김건희 여사 측에 고가 그림을 제공한 대가로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으려 했다는 사실을 공소사실에 포함시켰다. 그럼에도 김 전 검사는 결국 공천을 받지 못하고 ‘컷오프’된 반면 이번 민주당 공천 청탁 의혹의 당사자는 단수 공천돼 시의원에 당선되기까지 했다. 돈이 전달된 사실을 김 전 원내대표가 듣고도 묵인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예사롭지가 않다. 결국 민주당의 공천 청탁 관련 의혹은 수사로 명백히 밝히는 것 외에는 해소할 길이 없어졌다. 관련 의혹과 관련해 강 의원과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고발장도 이미 경찰서에 접수된 상태다. 하지만 장관 후보로 지명될 정도의 유력 국회의원과 여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권력 실세가 연루된 사안을 일선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사건을 특검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살아있는 정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을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것이 특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수사 주체가 누가 되든 국민이 납득할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는다면 역풍은 태풍이 될 터이다.
안세영과 15점제
2001년 국제탁구연맹(ITTF)은 탁구공의 지름과 무게를 늘린 일명 ‘라지볼’을 도입했다. 그러면서 점수제를 21점에서 11점제로 바꾸었다. 라지볼(지름 40mm)을 사용하면 기존 공(38mm)을 쓸 때보다 랠리가 길어져 경기 시간이 늘어나고, 경기의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게 당시 국제탁구연맹의 11점제 채택 이유였다.하지만 이 같은 국제탁구연맹의 결정을 두고 ‘중국 견제’라는 의견이 나왔다. 중국이 전 세계 탁구계를 휘어잡다 보니 파워에서 앞서는 유럽 선수들에게 유리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는 것이다.이로부터 14년 뒤 국제탁구연맹은 100년간 사용해 오던 기존 셀룰로이드 공 대신 플라스틱 공 사용을 결정했다. 셀룰로이드가 발화성이 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여기서도 중국 견제 이야기가 나온다. 11점제에서도 중국 탁구의 독주가 계속되자 탁구공의 재질을 바꾸었다는 것. 플라스틱 공이 회전이 더 적어 기술 위주의 동아시아 선수에게 불리할 거란 전망에도 중국 탁구는 현재까지 세계 최강 자리를 지키고 있다.요즘 ‘배드민턴 15점제’ 도입이 논란이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기존 1세트 21점제를 15점제로 줄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배드민턴연맹은 “15점제 도입은 현대 관전 트렌드에 발맞춰 배드민턴을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종목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하지만 이번 논의가 사실상 배드민턴의 ‘절대 강자’ 안세영의 독주를 막기 위한 견제책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안세영은 올 시즌 무려 11개 대회(여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여자 선수로는 최다승, 남자 선수까지 확대하면 최다승 타이를 기록할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특히 안세영은 강철 체력을 바탕으로 경기 후반에 전세를 뒤집는데 탁월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15득점제가 안세영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정작 안세영은 이러한 제도 개편에 대해 담담하다. 안세영은 인터뷰에서 “당연히 초반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경기를 치르다 보면 적응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어떠한 경기 규칙 개정에서도 세계 최강을 지키는 한국 양궁과 중국 탁구에서 보듯 세계 정상의 자리는 경기 규칙으로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경기 규칙 개정은 견제가 아닌 팬과 선수 보호가 최우선 고려돼야 한다.김진성 선임기자 paperk@busan.com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데스크 칼럼] 2026년의 항해 앞에서
왜 ‘우주차’나 ‘우주비행기’가 아니고 ‘우주선’일까. 이런 질문을 봤다.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비행 물체를 차나 비행기가 아니라 ‘배(船)’라고 부르는 이유는 뭘까.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1865년작 ‘지구에서 달까지’ 속 대포 모양의 유인 발사체 ‘콜롬비아드’를 우주선 개념의 시작으로 보는 의견이 있다. 아폴로호의 달 착륙은 100년도 더 뒤다. SF 문학이 과학보다 먼저 우주 여행을 상상하면서 당시 가장 멀리 가는 수단인 배의 이미지를 가져왔고, 그 표현이 굳어졌다는 이야기다. 차나 비행기가 잠깐 탔다가 내리는 것이라면 우주선은 일정 기간 고립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설비와 식량을 갖추고 거주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배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기권에서 날개와 공기의 힘으로 나는 비행기나 바퀴를 굴려서 노면을 이동하는 차와 달리 우주선은 진공에 가까운 우주 공간을 탐사한다는 건 구동 환경과 원리의 차이다. 사실 이런저런 설명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직관적으로 왜 ‘우주선’인지 안다.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바다를 미지의 세계, 극한 환경, 두려울 만큼 넓고 큰 것에 빗댔다. 고개를 들어 광활한 밤하늘의 별을 볼 때 인간이 상상한 우주는 아는 것 중에 바다와 가장 가까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를 탐험하는 일은 항해다. 배가 망망대해 바다를 헤쳐나가듯 우주선은 끝없는 우주 공간을 나아간다. 영토 확장과 번영을 향한 인류의 여정도 항해에 비유된다. 그 결과 극지와 우주, 해저까지 미답의 영역에 깃발이 꽂혔다. 돈만 있다면 민간인도 우주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생명 과학은 질병 정복과 젊음의 연장을 꿈꾼다. 인공지능이라는 요술 방망이는 일상과 산업을 뒤흔들고 창작까지 넘본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현대인은 과거 한 사람이 평생 접했을 분량의 정보를 하루에 처리한다. 그러나 미지의 세계를 정복했다고 미래의 불확실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 강대국과 초거대기업에 조타석을 넘긴 결과 인류 공동체의 항해는 종종 길을 잃는다. 기후 변화는 실재하는 위협으로 다가왔다. 사람은 개인 정보와 쇼핑 기록으로 쪼개져 바코드와 알고리즘이 되었다. 인공지능은 일자리와 사회의 신뢰를 공격한다. 인류는 과거보다 더 똑똑해지지도 건강해지지도 행복해지지도 못했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가 국내 이용자 98만 명의 종교관, 정치관, 동성 결혼 여부 등 민감 정보를 무단 수집해 광고주에게 넘긴 일로 216억 원 과징금 결정을 받은 게 2024년이다. 국민 3370만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챗GPT의 성인 콘텐츠 허용 방침을 밝히면서 “우리는 세계의 선출된 도덕 경찰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한 해는 유독 길을 잃은 것 같은 막막함이 컸다. 계엄의 대혼란으로 시작해 정치적 격변과 기술적 충격을 겪으면서 지금 지나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좌표를 알아차리기가 좀처럼 힘들었다. 온갖 플랫폼이 들이미는 쇼츠 뒤에는 인간성이 오염되는 감각이 찾아왔다. 무한한 우주를 떠도는 우주선의 이미지가 잔상을 남긴 건 그래서였던 것 같다. 억울한 죽음들도 있었다. 가자전쟁 2년 동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어린이 1만 8430명이 사망했다. 전국택배노조 추산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쿠팡 택배기사와 물류센터 노동자 최소 29명이 과로나 안전사고로 숨졌다. 세밑에는 179명이 사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의 1주기와 미등록 노동자 단속을 피하려다 숨진 25살 뚜안 씨 아버지의 108배가 있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지나가는 무한한 공간의 형태에 대한 정확하고 예민한 감각이 있다. 그들은 자신을 담고 있는 시간의 틀이 마치 크기가 다른 사발들이 차례로 조금 더 큰 사발 속에 들어 있는 것처럼 층층이 포개진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그러니까 하루 중의 특정 시간이 음력 또는 양력에서 특정한 날 속에 담겨 있고, 다시 이 모든 것이 한 문화적 시대 안에 자리하고 있음을 의식하고 있다.” 미국의 여행 작가 배리 로페즈가 〈호라이즌〉에서 아프리카 북동부 사막에서 초기 현생인류의 화석을 수색하는 케냐인 탐사대를 묘사한 대목이다. 진화론 연구의 배경이 된 태평양의 화산섬 갈라파고스에서는 이렇게 쓴다. “내가 보고 있던 항해도의 한 귀퉁이에는 자주색으로 이런 글이 적혀 있다. “경고: 분별 있는 뱃사람이라면 하나의 항해 보조물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다시 새해가 시작됐다.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묻고, 분별 있는 뱃사람으로서 익숙한 지도 대신에 새로운 지도를 상상하기 좋은 때다. 항해의 길잡이별은 경제적인 번영보다는 공동체의 안녕이라면 좋겠다. 최혜규 사회부 차장 iwill@busan.com
[중앙로365] 신해양수도 부산, 2026년 해양국가의 미래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 부산은 오랜 시간 염원하던 해양수도 비전이 마침내 현실로 드러나는 중요한 순간을 맞고 있다. 지난달 해양수산부 개청은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을 넘어선 역사적 대전환이었다. 대한민국 해양 행정의 사령탑이 본격적으로 남쪽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부산이 단순히 항만을 가진 지방 도시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해양 강국 대한민국의 전략적 심장임을 의미한다. 행정의 이동은 필연적으로 자본과 사람의 이동을 부른다. 지난해 말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이 본사의 부산 이전을 공식 발표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에너지·원자재 운송을 책임지는 이들 기업의 부산행은 주소지 이전뿐만 아니라, 기업의 핵심 기능인 전략 수립과 의사 결정 기능이 부산으로 온다는 뜻이다. 여기에 국회를 통과한 ‘부산 해양수도 이전 기관 지원 특별법’은 부산이 해양수도임을 역사상 처음으로 법률에 공식화하며 이러한 흐름에 제도적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해수부·해운기업 이전, 해사법원 신설 현장·의사 결정 분리 불균형 구조 타파 해양 강국 기반 조성 위한 역사적 전환 해양 금융, 디지털·친환경 항만 기술 행정·대학·산업 공동 목표 공유·실천 도시 전략 통합 새 경제 모델 창출 기회 그동안 부산은 세계적인 환적항이라는 압도적 물류 기반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해양 행정과 법률·금융·연구개발(R&D) 기능은 서울에 의존하는 불균형한 구조를 안고 있었다. 현장과 의사 결정이 분리된 탓에 해운기업의 효율은 떨어졌고, 해사 분쟁과 중재 비용으로 매년 수천억 원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었다. 우수한 R&D 잠재력 또한 산업 현장과 겉돌며 기술 경쟁력으로 직결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 구조적 약점을 넘어설 절호의 기회 앞에 서 있다. 해수부 이전과 기업 본사 집적이 촉발한 변화는 단순한 행정 재배치가 아니라, 부산이 해양 산업의 전 주기를 완결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정책과 금융이 만나고, 기술과 기업이 현장에서 즉각 반응하는 이러한 연결의 힘이야말로 해양 산업의 혁신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 싱가포르와 로테르담이 세계 해운 시장을 주도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연결 구조 덕분이다. 진정한 해양수도의 완성을 위해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특히 최근 여야 합의로 논의의 방향이 잡힌 ‘해사법원 부산·인천 분산 설치’ 방안이 자칫 부산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항소심 관할의 부산 일원화는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해사법원이 두 지역으로 분산되고 항소심 관할마저 나뉜다면, 부산은 여전히 서울 중심 법률 시장의 하부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 부산은 단순한 1심 재판지에 머무는 도시가 아니라, 판례와 규칙을 만들어내는 실질적인 해사 사법의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물리적인 청사 건립 논쟁이 아니라, 사법 기능의 조속한 가동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먼저 확보하는 일이다. 해사법원이 하루라도 빨리 가동될 때, 그동안 반복되어 온 국부 유출을 막는 가시적인 효과가 비로소 나타날 것이다. 이와 함께 해양 금융 생태계와 해양 테크 클러스터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항만만으로는 도시 성장의 지속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선박 투자, 친환경 연료 전환, 조선·해운 산업의 재편을 떠받치는 특화 금융 기능이 뒷받침되어야 산업 전체의 구조적 전환이 가능하다. 다행히 부산은 한국해양진흥공사와 부산국제금융센터, 대학·연구기관 등 관련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어, 해양 금융을 전략적으로 키울 조건이 충분하다. 여기에 인재 양성 체계가 더해진다면 부산은 금융·기술·교육이 선순환하는 해양 혁신도시가 될 것이다. 또한 부산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동화·디지털화·친환경 기술력 확보가 관건이다. 무인 운반 장비, 디지털 물류 시스템, 스마트 양식 등 해양·수산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운영할 역량이 없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구 기관과 기업, 대학과 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는 부산형 해양 테크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기술 개발과 산업 적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국제 해양 질서는 이미 거대한 전환기에 진입했다. 탄소 중립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파도 속에서는 규범을 따르는 도시가 아니라 표준을 만드는 도시만이 살아남는다. 이제 부산도 경쟁에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표준을 제안하는 글로벌 해양 규범의 주도자로 도약해야 한다. 2026년은 부산에게 새로운 출발점이자,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결정적 시간이다. 해수부 이전과 해운 기업 집적이라는 흐름이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하나의 전략으로 통합하고 도시 전체가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 한다. 행정·기업·산업·학계가 연결되고, 그 속에서 부산만의 해양 경제 모델을 창조할 때 비로소 부산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전략 축이 될 것이다. 신해양수도 부산이라는 말이 더 이상 비전이 아니라, 2026년을 살아가는 부산 시민 모두가 체감하는 새로운 현실이 되기를 소망한다.
[다른 시선으로] 사적 세계의 일
사람은 대체로 고된 삶을 산다. 청소년들은 학업을 하고, 비청소년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눈앞의 일을 쳐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버겁다. 그러니 이 일이 끝나고 나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으로 돌아가 편히 쉴 것을 다짐한다. 내가 하는 일이 고될수록 일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에 대한 갈증은 커진다. 이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일이 없는 그 시공간에 가서는 마침내 마음껏 풀어보리라 다짐한다. 그렇게 누군가가 일을 마치고 일 없음의 공간으로 향하노라면, 그곳은 일이 없기는커녕 또다른 형태의 일들로 자욱하다.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사람의 몸과 마음을 돌보고 가꾸고,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일 그 모든 행위는 엄연히 또다른 종류의 일이다. 그럼에도 그곳 바깥에서 하는 일만이 일이고 거기서의 일은 일이 아니라는 발상에서 공·사 이분법이 출발한다. 가사노동도 노동이라는 생각은 가족 내 구성원과 역할의 평등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집에서의 전업 돌봄 노동이 없으면 바깥에서의 전업 임금 노동은 불가능하다. 그 노동 중 어느 한쪽을 영원히 한 사람, 한 성별이 맡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관계 안에서 노동 분업은 남들이 그렇게 하고 있거나 남들이 하라고 해서가 아니라, 그 관계의 당사자들이 서로 합의해 정할 문제다. 또 그 노동의 가치를 세는 기준은 돈을 받고 안 받고를 넘어, 인간에게 그 노동이 얼마나 필수불가결한지로 따져야 한다. 돈을 쓰는 경제적 부양과 돈으로 해결 안되는 정서적 돌봄은 인간의 삶에 반드시 필요하고, 그 중 하나만을 선택하기란 불가능하다. 인간에 반드시 필요한 일 사이에 우열을 매기는 일은 어리석다. 일한 뒤에 쉬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같다. 문제는 쉬는 요령과 분별이다. 사람의 사적 세계는 누군가가 처음부터 온전히 허리띠 풀고 쉬라고 있는 곳이 아니다. 사적인 세계의 일도 일이다. 그게 어찌 일일 수가 있나 싶은 사람은, 여태껏 그 일을 내가 아닌 남에게 미뤄버릇했기 때문이다. 일은 모름지기 공평히 분배돼야 하고, 일을 시키고 받는 과정은 정의로워야 하며, 사적 세계의 일을 하는 사람도 휴식이 필요하다. 사람은 공적인 세계에서는 그리 쉽게 실수하지 않는다. 사람은 사적인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실수한다. 그 까닭은 주로 사적인 세계의 일을 일로 여기지 않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을 나와 같은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고, 내가 고되게 일한 후에 뒤따를 물질적·정서적 뒤치닥거리를 그 사람이 마땅히 짐져도 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 때 그 사람은 그런 식으로 쉬면 안됐고, 상대에게 일을 그런 식으로 떠맡겨서는 안됐다.
[김필남의 영화세상] 완성된 유토피아는 없다
세상은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날 선 편견과 보이지 않는 차별이 공존한다. 9년 전 토끼 경찰관 주디와 여우 닉이 보여준 ‘주토피아’가 그 균열을 극복하려는 열정의 공간이었다면,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한 그들의 세계는 전편의 화려한 성취 뒤에 숨겨진 현실적인 고민을 담고 있다. 재러드 부시와 바이런 하워드 감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는 전편의 성공에 안주하는 대신, 우리가 사는 사회의 복잡한 층위를 한 꺼풀 더 벗겨낸다. ‘주토피아 2’는 주토피아의 평온한 일상을 뒤흔드는 의문의 파충류 ‘게리’의 등장으로 포문을 연다. 주디와 닉은 1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침입자를 추적하기 위해 새로운 구역인 ‘습지 구역’으로 잠입한다. 물속과 지상이 입체적으로 연결된 이 공간은 동물의 생태와 크기를 세밀하게 반영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수중 터널과 수변 도로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마시 마켓’의 풍경은 시각적 경이로움을 넘어, 서로 다른 종이 한 공간에서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정교한 설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지를 시각적으로 증명해 보인다. 2025년 관객 수 1위 '주토피아 2' 전작에 없던 새 공간과 종의 등장 공존을 위해 견뎌야 할 몫은 뭘까 따뜻한 유머 속 묵직한 질문 남겨 이러한 공간의 확장은 단순히 볼거리로만 그치지 않는다. 습지 구역의 복잡한 구조는 주토피아가 지향하는 다양성이 쉽게 완성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각기 다른 생존 조건을 가진 존재들이 서로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연결되어야 하는 설계는, 곧 우리가 타인과 부대끼며 살아갈 때 감내해야 하는 모습의 은유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 정교한 도시 설계를 통해 공존이란 결국 치열한 고민과 배려가 빚어낸 결과물임을 일깨운다. 이번 작품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파충류라는 새로운 집단의 편입이다. 포유류 중심이었던 주토피아 사회에 차가운 피부를 가진 파충류들이 등장하며 발생하는 미묘한 갈등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이때 뱀 게리는 수사 과정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면서도 끊임없이 주인공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관객들은 게리를 보며 “저 캐릭터를 믿어도 될까?”라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데, 감독은 그 의심 자체가 우리가 낯선 타인을 대하는 편견의 시작임을 알린다. 묵직한 주제 의식 속에서도 영화적 재미는 놓치지 않는다. 1편의 나무늘보 ‘플래시’처럼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 코믹한 캐릭터들도 여전하다. 느릿느릿한 파충류 공무원부터 성격이 급해서 말이 꼬여버리는 조류 캐릭터까지, 동물의 생태적 특성을 뒤튼 부조리한 유머가 가득하다. 닉의 냉소적인 유머와 주디의 열정적인 리액션이 만드는 코믹한 앙상블도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이야기는 전편의 버디 무비 형식을 따르면서도 다르다. 1편이 개인의 가능성을 응원했다면 2편은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은 나쁜 의도가 없더라도 나의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위협이나 불편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 주디와 닉이 마주하는 수많은 갈등은 단순히 악당과의 대결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존 방식을 가진 존재들이 부딪히며 발생하는 불가피한 파열음인 셈이다. 결국 ‘주토피아 2’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빌려 변화의 가능성을 묻는다. 변화는 가능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으며, 우리가 그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까 싶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까?” 혹은 “더 나은 공존을 위해 내가 견뎌야 할 몫은 무엇일까?”. 따듯한 유머 속에서도 묵직한 여운이 남는 이유는 진정한 주토피아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공존을 향한 고민을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된다.
[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걸음마의 미학: 반 고흐가 밀레에게서 발견한 '인간의 첫 제스처'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 속에는 언제나 복합적 감정이 응축되어 있다. 반 고흐는 밀레의 ‘첫걸음’을 다시 그렸다. 물감 자국이 선명한 붓질은 강렬하고 생동감이 있다. 화면 전체에 흘러넘치는 곡선과 흔들리는 붓의 결은 그가 포착하는 세계가 정적인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물러나며 감각의 층위를 흔드는 장(場)임을 말해준다. 여기서 가족의 작은 정원은 아이에게 첫 무대이자, 삶 전체를 압축한 축소판이다. 이곳에서 아이는 수없이 반복해야 할 ‘작은 발걸음’을 처음 시도한다. 그림 속 부모는 환대와 돌봄의 제스처를 보여준다. 아빠는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추고 팔을 넓게 벌린 채 아이를 기다린다. 반면 엄마는 아이의 몸을 살짝 받쳐주며, 균형을 유지할 최소한의 힘만 제공한다. 이는 보호와 자율의 섬세한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의 기술’(art)에 가깝다. 이를 바탕으로 아이는 불안하고 흔들리는 첫걸음임에도 손을 뻗는다. 반 고흐는 밀레의 장면에서 노동의 고단함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맺는 가장 근원적인 관계, 즉 돌봄과 의지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여기서 걸음마는 한 개인의 성장 과정에서 인간 사이의 첫 신뢰 관계가 형성되는 순간이다. 반 고흐는 밀레의 장면에 자신의 색과 감정을 불어넣는다. 초록의 울렁이는 색면, 노란 땅의 따스함, 파란 옷이 가진 고요한 안정감, 모든 색은 빛을 머금은 듯한 울림을 내뿜으며 아이의 첫 발걸음을 축복한다. 특히 아버지의 몸짓에서 느껴지는 앞선 이의 기다림, 허리 굽혀 아이를 감싸는 어머니의 자세에서 보이는 보호의 에너지 등은 반 고흐 특유의 정서적 깊이가 만들어 낸 것이다. 들뢰즈의 관점에서 보면, 이 장면은 감각을 통해 지각하기 이전에 우리 몸에 떨림이 발생하는 정동(affect)의 사건이다. 반 고흐의 ‘첫걸음’은 새해를 맞아 ‘처음’이라는 말의 무게와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가장 단순한 몸짓인 걸음마는 결국 우리가 평생 반복하는 행위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또다시 발을 내딛는 행위.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매번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 이 지점에서 니체의 말을 떠올린다. “삶에 ‘왜’가 있는 사람은 거의 모든 ‘어떻게’를 견딜 수 있다.” 우리가 새해마다 다시 첫걸음을 내딛는 힘은 바로 그 ‘왜’에 관한 감각, 누군가의 기다림, 세계의 환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2026년, 우리의 첫걸음도 이 그림 속 아이처럼 떨림과 용기를 품고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서로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따뜻한 손짓이 더해지기를 바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미술평론가·철학박사
[기고] AI의 시대에 인간의 길을 생각한다
흔히 AI를 '초지능'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이것은 인간의 지능을 초월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지능이 어떻게 구속되어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현재의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될 것이다. 비록 만물의 영장으로 불리는 인간이지만 시한부의 삶을 사는 것은 다른 유한한 생물들과 마찬가지이다. 그들 또한 죽음을 본능적으로 회피하고자 하지만 시한부를 피해 나갈 수는 없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도 또한 조건부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더 나은 조건 혹은 더 나은 상태를 찾아 지능을 발휘하는 것은,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생물들에게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닌가? AI가 인간 존재에게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은 '전기 에너지의 공급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시한부와 조건부에서 인간의 한계를 쉽게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조건부는 시한부에 귀속되는 하위 범주이다. 예를 들면 바둑에서처럼 바둑판에서 돌(시간)이 채워질수록 방법(조건)의 수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시간의 존재로서 인간의 효용성과 가치가 AI와는 비교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 시간은 근대의 시간, 즉 유클리드 시공간에서의 단순한 시간이 아닌가 싶다. 근대 인간의 일과로서의 노동 시간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의 8시간이며 이 시간은 방향성을 갖고 일직선으로 흐르지 않는가? 이 8시간의 노동 생산성에서 인간은 AI에게 패배를 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 존재에게 시간은 과연 직선으로만 흐르는 것일까? 일을 하다가 불현듯 깊은 상념이나 과거의 기억에 잠길 때 시간은 직선성에서 이탈하는 것 아닐까? 혹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이 다른 분야(공간)에서 초래할 미래의 여파를 상상해보는 것 또한 시간의 단순한 직선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시간의 직선성에서 벗어나는 이 순간은 사실은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몸은 이 순간 이곳에 있으나 정신은 이 순간 다른 곳과 다른 시간대(과거 혹은 미래)에 가 있는 것이다. 저는 이것이 인류가 근대의 사유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근대의 생산관리 체계에서는 사람이 일하다가 이런저런 상상과 몽상에 빠진다면 생산성 저하는 물론이고 휴먼 에러로 중대한 안전사고까지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렇게 복잡 미묘한 인간을 단순한 산업 현장에서 도저히 가둬둘 수 없어서 AI를 탑재한 로봇이 새로운 가성비로 출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간 존재가 어떤 길을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인지 조금은 보이지 않을까? 시한부와 조건부의 세계에서 ‘슈퍼 을’인 초지능의 기계(AI)에 대응하여 인간이 다시 ‘갑’의 자리를 회복하기 위해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과거와 같은 지능이 아니라 이제는 상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별 존재가 갖는 무의식과 상상의 세계, 그리고 그것을 나타내는 애매하거나 모호한 은유적 표현을 AI 알고리듬이 인식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다. 즉, 말과 문자(기호)가 사람의 마음과 뜻(기의)을 온전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호만을 학습하는 AI가 인류와의 사회적 공간에서 야만적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혹은, 반대로 인간이 AI와의 공동체를 추구하면서 인간의 언어가 전혀 여백이 없는 무미건조하며 직설적인 언어로 변모될(AI를 닮아갈) 가능성도 커지지 않을까? 사람과 사람 간에 이미 직설의 언어가 난무하면서 반목과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지금의 세태 또한, 인간을 단순하게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그렇게 길들이려는 근대의 폭력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풍부한 상상력에 의한 은유와 비유, 유머 있는 말솜씨가 더욱 그리워지는 시대이다. 그것은 말과 문자의 ‘스리 쿠션’이고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는 적과의 칼부림이 아닌 함께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과의 ‘땡꼬 때리기’ 게임이며, 이것은 근대정신의 야만성을 극복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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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무계~삼계 국도대체우회도로 29일 완전 개통
갑작스러운 국토부 2차관 교체…무슨 일 때문에?
빨라지는 해빙·치열해지는 경쟁… 남방항로 대안으로 급부상 [북극항로, 바다 중심 되다]
서부산권 복합산단 비롯 부산 1900만㎡ 족쇄 풀린다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12월 31일 수요일(음력 11월 12일)
김혜윤·이주빈·남지현… 청춘 배우 안방극장 나들이
연출·제작·출연·배급 모두 류현경 손에서… 영화 ‘고백하지마’
“지역에서 세계로, 예술의 연대로” 이숙경 휘트워스 관장의 실험
77주년 봉생기념병원 AI 기반 제3관 문 연다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월 2일 금요일(음력 11월 14일)
해넘이와 해맞이를 한꺼번에?!… 충남 당진 왜목마을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월 3일 토요일(음력 11월 15일)
'해수부 부산 이전 환영' 함께해(海) 콘서트 대성황
부산 낙동아트센터 내달 10일부터 '개관 페스티벌'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월 4일 일요일(음력 11월 16일)
[모심의 주역] 2026년 병오년과 택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