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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왜곡죄 1호 고발 조희대 대법원장, 선 넘는 사법개혁
‘사법개혁 3법’이 12일 0시를 기해 정식 공포됐다.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는 법률 공포와 동시에 시행됐고 대법관 증원은 2년 뒤인 2028년 3월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 첫날부터 사법부 수장이 형사 고발 대상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며 사법 체계는 시작부터 거센 혼란에 휩싸였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제도가 본격 시행된 바로 그날 조희대 대법원장이 고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치 사건을 둘러싼 판검사 고소·고발 남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모양새다. 사법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제도가 출발하자마자 사법부 최고 책임자를 겨냥한 형사 고발로 이어진 장면은 제도 변화의 파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할 것이다. 재판소원이나 법왜곡죄 모두 재판의 독립과 직결된 장치다. 이날 이병철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 과정에서 서면주의 원칙이 의도적으로 배제됐다며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전 법원행정처장을 법왜곡죄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사법부 최고 책임자가 새로 도입된 제도로 고발된 첫 사례라 하겠다. 대법원장이 지닌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 점에서 사법부 수장에 대한 형사 고발이 제도 시행 첫날 등장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사법 3법은 삼권분립이라는 권력 분립의 한 축을 건드리는 중대 사안이다. 그런데도 법 개혁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문제는 이런 중대한 제도 개편이 사법부와 충분한 논의 없이 정치권 주도로 밀어붙여졌다는 점이다. 헌법기관의 권한과 구조를 바꾸는 문제를 정치적 다수의 힘으로 처리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재판의 독립과 직결되는 제도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법조계에서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 도입이 정치의 사법영역 개입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 왔던 이유기도 하다. 그런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제도 시행 첫날 조 대법원장이 법왜곡죄로 고발된 상황은 그 경고가 단순한 가정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법조계에서는 사법 3법 도입으로 정치가 사법 영역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사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전국 법원장들은 12일부터 이틀간 충북 제천에서 간담회를 열어 재판소원 도입에 따른 절차 변화와 법왜곡죄 대응, 대법관 증원에 따른 사법 구조 조정 등을 논의하고 있다. 당연히 사법개혁 3법이 공포된 이상 초기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삼권분립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렇기에 대법원 수장의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치 사건을 둘러싼 사법 판단이 형사 고발의 대상이 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재판의 독립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사설] 미 무역법 301조로 관세 복원 시동, 슬기롭게 대처해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효화된 상호관세를 대체할 새로운 관세 정책 추진에 나섰다. 상호관세를 복원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라는 플랜B를 동원한 것이다. 무역법 301조 적용을 받을 경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중동발 유가 파동을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트럼프발 관세전쟁 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경제와 안보 불확실성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은 301조를 빌미로 새로운 통상 압박 수단을 광범위하게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한층 돌발적이면서 충격적인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11일(현지시간)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16개 국가를 상대로 추가 관세 부과를 위한 사전 절차인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무역법 301조는 자국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대응할 관세 부과 권한 등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특히 USTR은 이날 관보를 통해 ‘한국이 지속적 대미 무역 흑자를 통해 구조적으로 과잉 생산한 증거’라고 언급하며 우리의 주력 수출 산업 분야인 전자 장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선박 등을 정조준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우리 경제가 엄청난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301조 저촉 여부에 대한 조사가 미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즉, 301조의 취지가 표면적으로는 외국의 부당한 무역 관행을 저지하는 것이지만 실제는 정치 목적이나 국가 이익에 따른 관세 압박용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높다. 특히 USTR은 7월 하순 전까지 서면 의견 제출, 공청회, 반박 기회 제공 등의 절차를 거쳐 301조 위반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우리에게 불리한 결론 도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다가 USTR은 미국 산업계가 그동안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의약품, 수산물 등에 대한 추가 조사까지 예고했다. 정부의 슬기로운 대처가 절실하다. 이번 301조 사태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힘을 합치는 것이 필요하다. 정쟁에 매몰된 정치권은 지난해 7월 타결된 한미 무역합의 실천을 위해 필요한 대미투자특별법을 같은해 11월 발의한 데 이어 12일에야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한국 국회가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빌미로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했다. 여야는 당시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 스타일은 이제 뉴노멀이 됐다. 미국에 또 트집을 잡히지 않도록 정치권이 앞장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이번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힘을 모아 앞으로 닥칠 각종 변수에 철저히 대비하길 당부한다.
[사설] 해수부·부산시 해양 공공기관 부산 이전 지원 진력해야
부산은 해양수산부 이전을 계기로 글로벌 해양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책 부처 이전을 발판 삼아 해운·항만·수산 등 해양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해양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부산 이전은 해수부 이전 이후 가장 중요한 후속 과제로 꼽힌다. 이는 단순한 기관 이전 문제가 아니라 향후 대형 해운기업 이전과 해양산업 집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들 공공기관은 10일 현재 부산 이전과 관련한 노사 협의 등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 공공기관의 부산 이전 논의가 출발선에서 멈춰 있는 것이다. 부산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은 해양환경공단을 비롯해 6곳이다. 이들 기관은 본사 이전 시 노사 협의가 필수적이지만 핵심인 이주 대책 등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부재해 본격적인 논의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다 기관별 여건도 제각각이어서 협의 또한 힘든 상황이다. 서울 본사의 해양환경공단은 200여 명이 근무하는 조직으로 사옥 처분과 이전 비용 마련이 과제이고, 세종에 사옥을 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재정자립도가 낮아 별도 재정 지원 없이는 이전 논의가 쉽지 않다. 다른 기관들도 자체 수입 비중이 낮아 이전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결국 이전 정책이 성공하려면 기관별 현실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요구된다. 앞서 해수부는 이들 기관에 부산 이전 로드맵을 3월까지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 이전을 완료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전 대책이 지연돼 내년 공공기관 2차 이전 일정과 겹칠 경우 해양 공공기관을 부산에 집적하려는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전국 지자체들이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경쟁에 나서는 상황에서 해양 공공기관 부산 집적이라는 명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 정책은 해운·항만·수산·환경 등 현장 산업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가 부산에 있다면 연구와 현장 기능 역시 같은 공간에 모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해양 공공기관 이전 논의는 HMM과 같은 대형 해운기업의 입지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산은 해수부 이전을 계기로 해양산업과 정책, 연구 기능을 집적한 해양수도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등 해운 대기업들이 본사 이전 계획을 밝히면서 해양산업 클러스터 형성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런 흐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해수부와 부산시의 행정 지원 체계가 신속하고 정교하게 정비돼야 한다. 아울러 해당 기관 노조 역시 졸속 이전 우려를 제기하되 조직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는 소모적 버티기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해양 공공기관 부산 이전은 단순한 기관 이동이 아니라 국가 해양 정책과 지역 균형발전 전략이 맞물린 과제다. 이제는 실행으로 의지를 보여줄 때다.
축복과 그늘, 석유
2020년 4월 20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 가격이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는 희한한 일이 발생했다. 사상 처음이었다.코로나19가 터져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원유 수요가 급감했고 재고는 넘쳐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매수세가 실종됐다. 물론 마이너스라고 해서 돈을 받고 원유를 수입한 것은 아니었고, 선물거래의 특성과 국제 원유시장 구조 때문에 나타난 단기적 현상이었다. 당시 6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20달러였다.하지만 너무 급격한 가격 변동이 발생하자 국내에서는 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해 거래를 중단시키는 등 시장이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4월 21일 부산지역 주유소 경유가격은 L당 974원까지 떨어졌다.당시 상황은 원유를 100%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되레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며 불안감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중동 사태로 WTI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가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가격이 뚝 떨어지는 등 원유 가격이 2020년 못지 않게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더구나 호르무즈해협에 이란이 기뢰를 풀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면서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게 됐다.석유는 지구온난화 주범이라는 시선이 있다.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탄소를 뿜어내면서 기후변화를 촉발시킨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태양광 풍력 등 대체에너지 시장도 급부상하고 있다.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 ‘월드 에너지 아웃룩’ 보고서에는 원유 수요는 2050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제품 원료인 나프타 수요가 견고해 원유의 지위는 매우 공고하다.폴리에스테르 등 합성섬유로 제작된 옷은 지구상에 판매되는 의류의 70%다. 반도체를 깎고 씻고 보호하는 데 쓰는 포토레지스트와 각종 용제도 모두 석유화학 제품이다. 석유 없이는 스마트폰도 없다는 설명이다. 항공, 농업, 자동차 등 경제를 떠받치는 많은 산업이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 인구 82억 명 지탱이 가능한 것도 사실상 석유 때문이다.인류는 상당 기간 석유에 의존해 살아가야 할 운명이다. ‘석유시대의 종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김덕준 세종취재부장 casiopea@
논설주간/상무이사
강윤경
수석논설위원
김승일
논설위원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김상훈의 포커스온] 전쟁은 현실이다
걸프전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무력으로 점령한 뒤 미국이 개입하면서 1991년 발발했다. 걸프전은 TV로 실시간 생중계된 최초의 전쟁이다. 이때부터 CNN은 NBC, CBS, ABC 등 미국 지상파 빅3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ABC와 NBC는 바그다드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제휴를 맺었던 이라크 통신 시설이 파괴되는 바람에 방송을 할 수 없었다. CNN은 자체 통신 시설을 가동하고 있었다. 몇 주일 동안 CNN은 24시간 내내 바그다드 현지에서 전쟁 상황을 생중계한 유일한 방송국이었다. 당시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이 CNN 방송을 직간접적으로 시청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기점으로 CNN은 24시간 생중계의 대명사로 국제적 명성과 권위를 획득했다. 반면, 걸프전은 전쟁이 미디어를 통해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라는 인상을 남겼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걸프전 당시 미군의 미사일 발사 장면을 반복해서 내보낸 CNN 보도를 비판하며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라는 역설적인 주장을 했다. 걸프전이 미디어 속에서만 존재했고, CNN이 보여준 걸프전 장면들은 전쟁영화와 구분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미디어가 전쟁의 강렬한 이미지를 유포하면서 참혹한 진실을 가리고, 전쟁을 영화나 비디오 게임처럼 보이게 한다는 비판이었다. 현재 미국과 이란 전쟁은 걸프전은 물론 아프가니스탄전(2001년)·이라크전(2003년) 등 과거 중동전의 공식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지상군 중심에서 드론·미사일 위주 공중전으로 바뀐 데다, ‘전선’(戰線)도 군사 시설을 넘어 중동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로 확대됐다. 드론과 AI가 전쟁 판세를 바꿀 핵심 전력으로 부상하며 ‘가성비 전쟁’ 시대가 도래한 것도 특징이다. 이란은 ‘자폭 드론’(샤헤드-136)과 미사일을 대량 동원해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전역의 미국 동맹국들을 타격하고 있다. 대당 3만 달러(약 4400만 원)로 추정되는 샤헤드 드론은 대당 약 400만~600만 달러(약 59억~89억 원)에 달하는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과 수백만 달러의 전차·장갑차를 무력화한다. 한계를 느낀 미국도 샤헤드를 모방한 자폭형 공격 드론 ‘루카스’를 전장에 투입했다. 수조 원짜리 항공모함이나 방공망이 수천만 원짜리 드론의 벌떼 공격에 무력화할 수 있다는 ‘비대칭 전쟁’의 서막이다. 이번 전쟁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첫 번째 중동전이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제거 작전에선 미국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가 위성·드론이 수집한 데이터로 실시간 상황판을 제공했다. 앤트로픽의 AI 챗봇 ‘클로드’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은신처와 급습 시점을 제시했다. 미군은 이란 공습 작전 곳곳에서 클로드를 활용해 정보 평가, 목표물 식별, 전장 시뮬레이션 등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SF 영화처럼 AI 드론이 스스로 사람을 추적해 공격하거나 로봇 병사가 지상전에 투입될 날도 머지않았다”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민간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 28일 공습으로 175명이 숨진 이란 미나브 초등학교 피격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이란 소행이라던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 달리, 미군의 표적 식별 오류로 인한 오폭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은 증폭되는 상황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에선 민간인 1300여 명이 사망했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에선 무고한 외국인의 죽음이 이어진다. 이번 전쟁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각각 국내 정치적 위기를 대외적 안보 이슈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목적을 위해 선택한 전쟁이라는 시각이 많다. 미국의 이란 공격은 국제 에너지 질서와 달러 패권, 세계 질서 재편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번 전쟁은 중동의 친미 아랍 산유국들에도 전략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중국의 에너지 접근과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란에는 체제 존속이 걸린 ‘생존 전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켄터키주 히브런에서 이란 전쟁에 대해 “우리가 이겼다”면서도 임무를 마칠 때까지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일방적 승리 선언을 통해 조기 종전 출구 전략을 모색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독단적인 전쟁 종료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종전 조건으로 전쟁 피해 배상과 재공격 방지 보장을 요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중동 지역 민간인 피해는 점점 커질 것이다. 생사 갈림길에 선 그들에겐 전쟁은 ‘쇼’가 아니라 참혹한 현실이다.
[배학수의 문화풍경]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답다
이른 봄이 오면 사람들은 나무를 올려다보기 시작한다. 거리와 공원, 하천가의 나무들은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마른 가지였지만 어느새 꽃망울이 터져 나온다. 한국에서 벚꽃 개화는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특별한 사건이 된다. 가족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이고, 연인들은 꽃 아래를 거닐며, 여행사들은 꽃구경 관광버스를 운행한다. 온 나라는 짧은 기간 동안 펼쳐지는 색채의 향연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 고작 며칠이면 사라질 꽃에 사람들은 왜 이토록 마음을 빼앗길까.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꽃은 단지 식물의 생애 주기에서 나타나는 한 단계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의 문화 속에서 꽃은 단순한 생물학적 현상을 넘어서는 상징이 되어 왔다. 시와 그림, 음악 속에서 봄꽃은 생명의 재탄생을 의미한다. 긴 겨울 동안 얼어붙어 있던 땅과 나무는 마치 생명이 멈춘 듯 보이지만, 봄이 오면 다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그래서 많은 문화에서 봄꽃은 죽음처럼 보였던 자연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상징한다. 봄꽃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삶도 오래 머물지 않아 감동적이며 찰나의 아름다움, 함께 즐기라는 것 그러나 우리가 꽃에 매혹되는 이유를 단지 부활 때문이라고만 설명할 수는 없다. 꽃의 아름다움은 그 연약함에 있다. 여기서 연약함이란 오래 머물지 않는 존재라는 의미다. 강한 바람이나 며칠의 비에도 꽃잎은 쉽게 흩어진다. 꽃은 잠시 피었다가 곧 사라진다. 꽃은 짧은 생을 지녔음에도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짧은 생 때문에 더욱 아름답다. 아름다움이 덧없음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일상 속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사람들이 석양을 바라보는 순간을 떠올려 보자. 하늘의 색이 몇 분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을 멈추고 조용히 수평선을 바라본다. 만약 석양이 밤새 계속된다면 지금처럼 감동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당나라 시인 이상은(李商隱)은 ‘등락유원’(登樂遊原)」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석양은 한없이 아름다운데, 이미 황혼이 가까이 왔다.”(夕陽無限好,只是近黃昏). 봄꽃의 아름다움도 이와 같다.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강하게 마음을 울린다. 예술 가운데 이러한 순간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르는 음악일지도 모른다.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 ‘봄’ 1악장에서는 활기찬 바이올린 선율이 꽃이 피어나는 장면과 새들의 노래를 그려낸다. 그러나 곧 먹구름이 몰려오고 천둥을 동반한 폭풍이 몰아치며, 온화한 봄 풍경을 휩쓸어 버린다. 꽃과 새와 따뜻한 봄 공기는 빗속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렇게 음악 속에서도 봄의 아름다움은 한순간 스쳐 지나간다. 꽃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덧없음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꽃이 피는 계절이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모인다. 공원과 강변에는 낯선 사람들이 모여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는 작은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부산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온천천 벚꽃길을 걷거나 삼락생태공원의 봄꽃을 찾아 나선다. 또 전국적으로는 진해 벚꽃축제가 열리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며칠 동안 꽃은 평범한 공간을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는 장소로 바꾸어 놓는다. 이런 순간들은 종종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가까운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앞으로도 수없이 다시 만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저녁은 평범하게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친구가 먼 나라로 떠나간다는 사실을 안다면 같은 저녁도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이러한 깨달음은 철학자들도 오래전부터 이야기해 왔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는 〈에세이〉에서 “철학 한다는 것은 인간이 언젠가 죽는 존재임을 배우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죽음은 두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생각하려 하지 않지만, 몽테뉴는 그것이 어리석은 태도라고 보았다. 우리는 항상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며, 그럴 때 삶의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은 20세기 철학에서도 중요한 통찰로 이어진다.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의 존재를 ‘죽음을 향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죽음은 삶의 끝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들에 긴장과 의미를 부여하는 지평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이 꽃을 사랑하는 데에는 여러 겹의 이유가 있다. 꽃은 긴 겨울 뒤에 찾아오는 생명의 부활을 알리고, 사람들을 거리와 공원으로 불러 모아 함께 아름다움을 나누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꽃이 우리 마음을 깊이 움직이는 이유는 그것이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봄 꽃잎이 하나둘 떨어질 때 우리는 깨닫는다. 아름다움은 사라질 것을 알 때 더욱 깊이 마음을 울린다는 사실을. 그래서 봄이 오면 사람들은 또다시 나무를 올려다보게 되는지도 모른다.
[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도시의 경계가 중심이 되다. 필하모니 드 파리
파리 북동부 라빌레트 공원(Parc de la Villette)은 오늘날 현대 문화 공간의 실험장이지만, 그 출발점은 산업 시설이었다. 19세기 후반 이곳에는 파리 최대 규모의 도축장과 가축 시장이 자리하며 도시의 식량 공급을 담당했다. 그러나 1970년대 도축장이 폐쇄되면서 약 55ha(헥타르)에 이르는 거대한 유휴 부지가 파리 도심 인근에 남게 되었다. 이 공백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당시 도시정책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프랑스 정부는 이 공간을 단순한 공원이 아닌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국제 설계 공모를 진행했다. 당선자는 스위스 출신 건축가 베르나르 츄미였다. 그는 자연 풍경 중심의 전통적 공원 대신 ‘사건이 일어나는 도시적 무대’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공원 전역에 약 120미터 간격으로 배치된 붉은 철골 구조물 ‘폴리(Follies)’는 전망대, 전시장, 카페, 놀이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으며 공원을 하나의 문화 플랫폼으로 조직했다. 그 결과 라빌레트 공원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공연과 전시, 영화 상영과 축제가 이어지는 도시 문화 실험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문화지구의 정점을 이루는 건축물이 바로 필하모니 드 파리(Philharmonie de Paris)다. 라빌레트 공원 끝자락에 자리한 이 공연장은 2015년 개관 이후 파리 음악 문화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설계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맡았다. 건물의 외관은 전통적인 콘서트홀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회색빛 알루미늄 패널이 겹겹이 덮인 외피에는 약 34만 개의 금속 조각이 모자이크처럼 배열되어 있는데, 이는 하늘을 나는 새의 군집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패턴이다. 멀리서 보면 건물은 마치 공원 위에 솟아오른 거대한 금속 지형처럼 보인다. 하지만 핵심은 내부 공간에 있다. 2,400석 규모의 메인 콘서트홀은 무대를 중심으로 객석이 둘러싸는 빈야드형 구조로 설계되었다. 이 방식은 관객과 연주자 사이의 거리를 줄이고 음악적 몰입감을 높이는 현대 공연장 설계의 중요한 모델이다. 필하모니 드 파리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다. 이 건물 안에는 음악 교육시설과 전시 공간, 리허설룸,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등이 함께 운영된다. 즉, 음악을 감상하는 장소를 넘어 음악을 배우고 경험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라빌레트 공원에 이미 자리 잡고 있던 시테 드 라 뮈지크(Cité de la Musique)와 함께 이곳은 오늘날 파리의 중요한 음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파리의 문화 중심은 오랫동안 루브르와 오페라 가르니에 같은 역사적 건축물이 자리한 센강 주변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필하모니 드 파리는 도시의 문화 지도를 북동쪽으로 확장시켰다. 과거 도축장이 있던 산업 지역이 오늘날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 문화 공간 가운데 하나로 변모한 것이다.
[데스크 칼럼] AI로 무장한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
미군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은 완벽에 가까운 성공이었다. 1월 3일 오전 2시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항구와 주요 군사시설에 공습이 이뤄진다. 사이버공격으로 정전도 발생한다. 혼란을 틈타 미군 헬기가 마두로 대통령의 안전가옥으로 향한다. 안전가옥은 여러 채이지만, 헬기는 정확한 은신처로 향한다. 엄호를 받고 특수부대 델타포스팀이 헬기에서 내린다. 마두로 대통령의 침실 옆엔 이런 날을 위해 만든 튼튼한 대피소가 있었다. 총소리에 놀란 마두로는 대피소로 달려가지만, 철문을 닫기 직전 붙잡힌다. 그만큼 속전속결로 침투가 이뤄졌다. 미군은 중상자도 없었다. 모든 걸 꿰뚫어 보고 가장 효율적인 경로로 짜인 체포 작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놀랍게도 작전의 설계자는 사실상 AI로 지목된다. 앤트로픽사의 ‘클로드’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미 국방부에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는 위성 영상·감청 데이터·드론의 실시간 스트리밍 등 방대한 정보를 초 단위로 분석해, 마두로 대통령의 위치를 파악했다. 최적의 시뮬레이션 과정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공습 후보지와 침투 경로를 뽑아냈다. 사람이 설계를 전담했으면, 단기간에 수립하기 어려운 작전이었다. 두 달이 안돼,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롯해 국방장관, 총사령관 등 이란의 주요 인물들이 무더기로 피살됐다. 하메네이 사망으로부터 5거래일 만에 팔란티어 주가는 14% 올랐다. 자본시장도 알고 있다. 적중률 높은 공습은 AI 결과였고, 당연히 AI 방산회사들에게 큰 호재였다. 이미 팔란티어 시총은 전통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3배 정도다. 지금 전장은 AI 능력이 재래식 무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게 자본의 평가인 셈이다. 2022년 본격화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AI는 활약하고 있다. AI 기반 표적시스템 덕에 드론 명중률이 몇 배가 올라갔다. 특히 이 전쟁에선 유난히 드론 시점에서의 공격 영상이 많이 공개됐는데, 상당히 실감이 난다. 자폭드론은 망설임 없이 표적을 향해 날아간다. 굶주려 앙상한 젊은 병사들이 살려고 도망치거나, 벙커에 숨어도, 자폭드론은 귀신같이 쫓아가 임무를 완수한다. 거기에 비하면 조종사가 폭탄을 직접 떨어뜨리는 수동 드론은 인간적이다. 드론을 본 어떤 병사들은 살려 달라고 두 손 모아 애원하고, 어떤 이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성호를 긋는다. 그들은 폭탄의 희생자가 되기도 하고, 살아서 포로가 되기도 한다. AI가 전쟁 수행 능력을 끌어올리는 건 명백하다. 효율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길을 제시해 준다. AI가 대신 판단해주면, 군인도 살상에 따른 책임이나 양심적 가책을 덜 수 있다. 아마도 전쟁은 더 잔인해질 것이다. 이런 우려 탓에, 대량 살상 무기에 자신의 기술 활용을 금지할 것을 공식화하는 AI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인간이 판단하는 게 AI보다 더 인간적이고 덜 잔인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믿음이기도 하다. 2월 28일 미국의 공습이 한창일 때, 이란 호르모즈간주 ‘샤자레 타예베’ 여자 초등학교에 폭탄이 떨어졌다. 여러 정황상 미군의 오폭이 확실시 된다. 사망자 180여 명 대다수는 7~12세 여자 아이였다. 전쟁과는 아무 상관없는 아이들이었다. 시신 훼손이 심해, 부모들은 얼굴이 아닌 팔찌나 옷문양으로 자식의 신원을 확인했다. 유례없는 비극이지만, 묘한 건 이후 반응이다. 이란을 제외하면 어느 나라도 딱히 초등학생들의 희생을 크게 문제를 삼지 않고 있다. 미국 안에서도 전쟁 중 발생한 안타까운 참사 정도로 다뤄지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선 전쟁 중 크고 작은 사건 정도로 보도됐다. 주변에 주가 폭락으로 전쟁에 분개하는 이는 많지만, 초등학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는 드물다. 아니, 없다. 대부분 기억에서 지운듯하다. 베트남전 당시 ‘네이팜 소녀’ 사진이 반전 여론에 불을 지폈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울부짖으며 달려오는 9살 소녀의 모습에 인류가 분노했다. 비슷한 사진이 지금 찍힌들, 큰 변화가 있을까. 사실 마두로 체포 작전에서도 베네수엘라에서 민간인을 포함해 80여 명이 숨졌다. 관심이 없기에, 이들의 죽음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제 전쟁에서마저 인간은 밀려가고 있고, 인간적인 갈등 없는 살상은 늘어날 것이다. 더 무서운 건 인간마저 인간미를 잃어가는 거다. 아픔을 공감하는 우리의 능력이 퇴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쟁이 잔인해지는 것 이상으로 우리도 무서워지고 있는 듯하다.
[중앙로365] 유가 급등에 관광도시를 다시 묻는다
드디어 봄이 왔다. 농장의 이중 비닐을 걷어도 될 만큼 날씨가 풀리고 봄꽃이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맘때면 늘 기대되는 것이 벚꽃 시즌이다. 하지만 올해 봄은 예년과 조금 다른 느낌이다. 설렘보다는 이동이 먼저 걱정된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부산에서 경북 왜관을 다녀온다. 그렇게 다닌 지도 벌써 10년이 되어 간다. 평소 같으면 일요일 경부 고속도로와 부산·대구 고속도로는 관광버스와 나들이 차량으로 꽤 붐비는 편이다. 그래서 조금만 늦게 출발해도 상당한 정체를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 주말에는 올라가는 길도 내려오는 길도 예상보다 한산했다. 사람의 이동이 기반인 관광 산업 중동전쟁 따른 유가 급등에 민감 운임 인상 등에 따른 영향도 다양 국제·국내 관광 희비 엇갈릴 수도 급변하는 환경 속 관광도시 부산 진지하게 새 전략 고민 시작해야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한 장면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 다른 곳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표가 붙은 한 주유소 앞에 자동차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제서야 왜 도로가 한산했는지 이해가 갔다. 치솟은 기름값 때문이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사람들의 이동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꼭 필요한 외출이 아니라면 이동을 줄이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듯하다. 최근 중동 정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이란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국제 유가는 빠르게 반응해 왔다. 중동은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지역이기 때문에 작은 정치적 충돌이나 군사적 긴장만으로도 국제 유가는 크게 출렁인다. 문제는 유가 상승이 단순한 에너지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와 관광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관광 산업은 사람의 이동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다. 이동에는 교통비가 따른다. 대표적 교통수단인 항공기 관련 산업에서도 항공유 가격은 가장 중요한 비용 요소가 된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항공유 가격도 오르고 결국 항공 운임 상승으로 이어진다. 여행 비용이 높아지면 관광 수요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유가 상승이 관광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국제 유가 상승은 장거리 이동 비용을 높여 국제 관광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동시에 환율 상승이라는 변수도 함께 작용한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한국 여행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때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는 현상은 여러 차례 나타난 바 있다. 내국인 관광 흐름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가 상승과 항공료 인상은 해외여행 수요를 줄이는 요인이 된다. 이때 일부 여행 수요는 해외 대신 국내 관광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관광 시장에 일시적인 활력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교통비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 여행 자체를 줄이는 소비 위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가 상승은 국제 관광과 국내 관광 모두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관광도시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관광객 이동이 줄거나 관광 패턴이 바뀌면 관광도시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광은 숙박, 음식, 쇼핑, 교통 등 다양한 산업과 연결되어 있는 도시 경제의 중요한 축이기 때문이다. 부산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관광 전략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부산은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을 돌파하며 글로벌 관광도시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중국과 대만 관광객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부산이 국제 관광도시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관광객 수 증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부산이 지향하는 도시 비전은 ‘시민이 행복한 도시’, ‘즐거운 도시’, 그리고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이다. 관광 역시 이러한 도시 비전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 관광객이 찾는 도시이면서 동시에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도시가 될 때 관광도시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관광 인프라 역시 더욱 세밀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을 위한 언어 서비스뿐 아니라 할랄 음식, 채식 식단, 종교적 생활환경 등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 관광 환경이 필요하다. 단순히 방문하는 도시가 아니라 머무르고 싶은 도시가 되어야 한다. 치솟은 유가는 단순한 에너지 가격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제 관광 흐름과 국내 관광 구조를 동시에 바꾸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관광도시는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부산이 시민에게는 행복하고 즐거운 도시가 되고 세계인에게는 매력적인 관광도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관광 환경 속에서 더욱 탄탄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부산 관광의 방향을 다시 점검해 볼 때다.
[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세계 여성의 날, 기억의 기념비
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이날은 1908년 뉴욕에서 1만 5000여 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더 나은 근로조건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벌인 시위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흐름을 국제적 의제로 끌어올린 인물이 독일의 사회주의 운동가 클라라 체트킨이다. 그녀는 1910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사회주의여성회의에서 여성의 참정권과 노동권을 요구하는 ‘국제 여성의 날’을 제안했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러시아의 여성 노동자들은 ‘빵과 평화’를 외치며 대규모 파업 시위를 벌였다. 시위 4일 만에 차르가 폐위되었고, 여성들은 임시 정부로부터 투표권을 얻어냈다. 당시 시위가 시작된 날이 율리우스력으로 2월 23일(일)이었는데, 이날이 현재의 그레고리력으로 3월 8일이었다. 이후 3월 8일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여성의 정치적·사회적 권리를 요구하는 날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종종 여성의 날을 꽃과 축하의 이미지로 소비한다. 그러나 그 기원은 축제가 아니라 거리 행진, 구호, 피켓, 체포, 해고 등으로 점철된 투쟁이었다. 이처럼 여성의 권리는 인권과 마찬가지로 선물처럼 주어진 적이 없다. 그것은 끈질긴 집단적 행동의 결과였다. 주디 시카고의 ‘디너 파티’는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 역사에서 지워진 여성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내 계보로 작성한 기념비적 설치 작품이다. 거대한 삼각 테이블 위에는 39인의 여성을 위한 식탁이 놓여 있고, 바닥에는 999명의 여성 이름이 금박으로 새겨져 있다. 39인의 여성은 신화와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이르는 여성 문명의 계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여신 이슈타르로부터 흑인 여성 노예해방 운동가 소저너 트루스를 거쳐, 화가 조지아 오키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이 포함된다. 이들 모두는 각자의 시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역사 서술의 중심에서는 종종 밀려나 있었던 ‘여성’들이다. 그리고 바닥에 새겨진 999명의 여성 이름은 역사 속에서 업적을 남겼지만,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거나 주변부로 밀려난 ‘여성’을 상징한다. 이 이름을 기록하는 것은 지워진 역사를 복권하는 작업이다. 시카고는 왕이나 장군, 남성 영웅을 내세우는 기념비의 형식을 전복시켜 식탁을 기념비로 만들었다. 권력의 동상이 아니라, 공동의 식사 자리를 통해 여성의 역사를 기억하게 하였다. 또한 자수, 도자기, 직물처럼 ‘여성 공예’로 폄하되던 매체를 대형 설치 미술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이렇듯 ‘디너 파티’는 역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여성들의 ‘이름과 기억’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동시에 서구 중심적 여성 역사를 서술하는 1970년대 페미니즘의 한계를 드러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역사에서 지워진 여성들 이름을 복권한 최초의 기념비적 시도였다. 미술평론가·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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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오늘 저녁' 60년 전통 메밀국수, 봉천동 서울대입구 연소바…가화맛사성(오늘방송맛집)
안재모, 25년 만에 의남매와 재회
'좀이 쑤시다' 어원, 알고보면 '씁쓸'… 어떤 뜻 담고 있나?
'빨간 점퍼 입기 겁난다' 국힘 후보들 아우성
“부산·대구시장 경선에 이견”… 이정현 국힘 공관위원장 사퇴
지지율 17%에 PK도 비상… 국민의힘 경남 의원들 ‘긴급 회동’
한동훈 출마 여부 따라 여야 ‘부산 북갑 카드’ 달라진다
“해양수도 부산 완성” 전재수, 부산시장 출마 선언
지방선거 최초 ‘대선주자급 부산시장’ 탄생 여부도 주목
김어준 “고소·고발 무고죄로 맞대응”… 책임 여부엔 선 그어
전재수 “사람의 관점에서 경선해야”… 부산시장 예비후보 합류
민주당 태업에 3년째 막힌 ‘부산 글로벌법’, 전재수 역할 주목
이재명 대통령 '다주택 팔기 싫으면 두라…이익·손해는 정부가 정해'
트럼프 “우리가 이겼다”…이란 “배상금·침략 방지 보장”
국민의힘 부산 시의원 공천 62명 신청…현역 맞대결도
주가 뛰자 떠난 개미…‘국민주’ 삼성전자 100만 명 이탈
‘최고가격’ 시행 첫날 기름값 하락 지속…L당 부산 휘발유 5원↓·경유 7원↓
서부산 행정타운 기술심의 태영건설 컨소 1위
같은 돈 내는데… 버스부터 타는 김해공항
‘석유 최고가격제’ 13일 시행…출고가 ‘휘발유 1724원·경유 1713원’
기지개 켜는 전기차 시장…'캐즘' 탈피·'전국 단일 충전요금' 시대 성큼
산업용 전기료 KWh당 낮 16.9원↓·밤 5.1원↑…봄·가을 휴일 반값(종합)
해피바스, '달잠' 바디케어 라인 출시
건강보험보수총액신고 사실상 폐지…세무사회 “오랜 노력끝에 얻은 행정개혁 사례”
일동후디스, 반려묘 영양제 ‘후디스펫 오메가케어’ 출시
널뛰기 유가에 고민 깊어진 항공사…유류할증료, 항공권 가격 인상 도미노
가덕신공항 연결철도 예타 통과… 부전역에서 신공항까지 26분
구포국수, 면면히 이어져 온 음식이자 미래의 유산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13일(음 1월 25일)
다 큰 어른들이 왜 ‘건담’에 빠지는 걸까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14일(음 1월 26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15일(음 1월 27일)
''왕사남' 1000만, 지역 활성화에도 큰 힘이 된다는 걸 느꼈죠'
2026년 프리츠커 건축상에 칠레 건축가 스밀얀 라디치 클라크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6년 3월 1일~ ]
‘17년 만에 8강 진출’ WBC 한국-호주전…티빙 최고 트래픽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12일(음 1월 24일)
‘밥하는 아줌마들’에서 ‘조리실무사’까지… 학교 급식 노동의 현실을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