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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덕신공항 새 컨소시엄 가시화, 공기 단축 방안 찾아야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에 참여할 컨소시엄 구성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 앞선 현대건설 컨소시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던 포스코이앤씨가 새 컨소시엄 불참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설 현장의 잇따른 인명 사고 발생으로 포스코이앤씨가 신규 사업에 발을 빼기로 결정했기에 이번 탈퇴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의 이탈에 따른 새 컨소시엄 구성과 공기 등 진행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특히나 이번 공사 입찰에서도 경쟁 응찰이 이뤄질지 여부가 불투명하기에 컨소시엄 구성의 내실과 공기 준수 등에 대한 지역의 요구는 더욱 높은 실정이다. 대우건설은 오는 16일 가덕신공항 부지 건설공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신청을 앞두고 13일부터 컨소시엄 구성 회의에 들어갔다. 포스코이앤씨가 불참하는 대신 한화 건설부문과 롯데건설, HJ중공업 등 대형 건설사들이 참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해당 공사가 경쟁 입찰로 진행되기 힘들 전망이라는 데 있다. 자칫 컨소시엄이 좌초하거나 이전처럼 공사 지연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이에 부산시는 시공사가 선정되는 대로 국토부와 공항건설공단, 시공사, 부산시가 참여하는 업무 조정 협의체를 구성해 준공과 개항을 분리해서라도 개항을 앞당기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부산시가 이처럼 준공에 앞서서라도 개항을 앞당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필요성에 대한 압력이 그만큼 상승했기 때문이다. 가덕신공항 건설의 이유인 김해공항의 포화도는 지난해 크게 심화했다. 대한항공 등 대형 항공사가 기항을 줄임으로써 운항편수가 6.7%나 감소했음에도 국제선 승객은 10% 이상 증가해 연간 이용객이 1695만 명에 육박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1693만 명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국내 타 공항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이용객이 줄어든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인천공항이 그나마 승객이 늘었지만 운항편수가 5.4%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김해공항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없었다면 김해공항 포화도는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이란 점은 이처럼 수치로써 증명된다. 따라서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은 엑스포 같은 대형 이벤트의 유치를 위한 생떼가 아니라는 점도 명백하다. 이런 명분에도 이전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기를 늘리고 사업을 포기하기에 이르기까지 부산시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은 무척 아쉬웠다. 이번 입찰을 앞두고 컨소시엄 구성 시작 시점부터 업무 조정 협의체 구성 등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나서려는 부산시의 모습은 그래서 반갑다. 시공사와 함께 공기 단축 방안을 찾는 전향적 행정으로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꼭 이뤄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설] 광안리 드론레이저쇼 부산의 대표 관광 콘텐츠로 키우자
수영구청이 오는 9월부터 광안리 드론레이저쇼 상설 공연에 나선다. 기존 ‘광안리 M 드론 라이트쇼’에 레이저를 결합해 드론레이저쇼를 격주 정기 공연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드론레이저쇼는 14분간 드론쇼를 진행한 뒤 10분간 레이저쇼가 이어지는 구조라고 한다. 수영구는 드론쇼 공연 시간이 짧다는 반응에 따라 관광객 체류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 드론레이저쇼를 기획했다. 오는 5월 드론레이저쇼 마지막 시범 공연을 열어 최종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드론 공연과 레이저쇼가 합쳐진 상설 공연은 세계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부산 관광 활성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안리 드론쇼는 2022년 4월 국내 최초 상설 드론쇼로 시작해 매주 토요일 광안리 해변에서 열렸다. 연말 카운트다운과 추석·설 특별 공연 때는 해외와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수영구청은 지난해 7월과 11월 기존 드론쇼를 업그레이드한 드론레이저쇼 시범 공연을 실시했다. 7만 5000명이 몰린 지난해 7월 시범 공연 당시 일부 구간에서 레이저가 잘 보이지 않고, 공연 연출이 단조롭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5월부터 공연 비용을 기존 회당 50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늘리고, 공연에 투입되는 레이저빔 기기도 6대에서 20대로 3배 이상 늘린다고 한다. 공연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콘텐츠의 질적 개선에 주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광안리 드론레이저쇼가 부산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드론 추락 사고 방지 등 관람객 안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3년 8월 드론쇼 도중 추락해 관람객 2명이 다친 사고는 지금도 아찔하다. 무게 500g의 드론이 통신 오류로 공중에서 추락했는데, 이런 사고는 앞으로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드론쇼에는 보통 1000대의 드론이 투입되는 만큼 빈틈 없는 대책이 필요하다. 드론레이저쇼가 상설화되면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은 자명하다. 인파 밀집으로 인한 혼란과 사고 예방을 위해 수영구는 부산시, 경찰 등과 공조해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관람객 안전을 지키는 것이 지속 가능한 드론레이저쇼를 담보하는 길이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역대 최초로 300만 명을 돌파했다. 불꽃축제 등 대형 행사와 미식, 크루즈 관광 등 체험 중심의 관광 콘텐츠가 기록적인 증가세를 이끌었다고 한다. 부산시는 2028년까지 유치 규모를 500만 명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부산이 스쳐 지나가는 경유지가 아니라 머무르고 즐기고 누리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가 되어야 한다. 불꽃축제도 눈길을 끌지만, 연 1회로 제한적이어서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드론레이저쇼 상설 공연은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매력적인 볼거리가 될 수 있다. 국제 관광도시 부산의 도시 브랜드를 높일 수 있도록 대표 관광 콘텐츠로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사설] 시민이 건강한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다
사람이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더 오래 살거나 일찍 죽는 것이 결정된다면 정상적인 공동체라 할 수 없다. 그런데 부산은 너무나 오랫동안 ‘단명 도시’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통계상으로 7대 대도시 중 사망률 1위, 기대수명 7위로 꼴찌 수준이다. 〈부산일보〉가 건강사회복지연대와 함께 1985년부터 2024년까지 통계청 생명표를 분석한 결과, 부산과 서울의 기대수명 차이는 40년째 2.5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부산 시내 생활 권역별 수명 격차가 최대 6세까지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건강마을사업이나 마을건강센터 운영 등으로 노력했는데도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부산 시내에서 점차 커지는 건강 양극화는 고령화나 소득 수준 범주를 벗어난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시내를 62개 생활권으로 나눠서 2020~2024년의 기대수명을 분석한 결과, 해운대구 반송석대와 우동의 차이는 최대 6세까지 벌어졌다. 서구의 아미충무 생활권은 2010~2014년 81.39세였던 기대수명이 2020~2024년 80.60세로 하락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시대에 되레 단명으로 역행하는 기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미충무권에서 고위험 음주율과 흡연율이 낮아졌고, 걷기 실천율도 평균을 상회한 점에서 저소득 고령 1인 가구 밀집 지역의 열악한 거주 여건 등에서 수명 단축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미충무와 반송석대 같은 취약 생활권은 40대부터 사망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60대에 이르면 비교 지역보다 네 배가량 높은 초과 사망률을 보였다. 이는 수명 격차가 단순히 고령화 때문만은 아니며, 젊은 연령대부터 누적된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소득 수준과 경제적 여건이 건강 지표와 연관성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영구임대주택 밀집지, 고지대 산복도로, 기초수급자 비율이 높은 지역과 신도시와 전통적 부촌의 지표는 대비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건강 불평등은 경제적 격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 지표를 높이려는 공공의료 수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개인의 책임을 넘어선 사회적 구조 문제로 접근해야 해결할 수 있다. 부산의 기대수명이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 지 오래다. 게다가 도시 내 거주지에 따른 수명 격차도 커지고 있다. 우선 그간의 건강 정책에 허점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의료 접근성 향상, 건강 거버넌스 구축, 생활 기반 인프라 정비 사업에서 어떤 한계점이 있었기에 ‘건강 최악 도시’에서 탈피하지 못하는지를 밝혀야 한다. 1인 가구의 증가 등 변화된 조건에 적합한 건강 돌봄 모델이나 지역 커뮤니티 회복 또한 필요하다면 적극 추진해야 한다. 건강 지표가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렵다. 중요한 건 함께 잘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공동체 정신이다.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일은 지역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다.
도로 위 암살자
2011년 12월 24일, 충남 지역엔 짙은 안개가 드리웠다. 전날엔 눈도 많이 내렸다. 이날 논산천안고속도로에서 총 104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남논산 톨게이트 인근 4㎞ 구간 10여 곳에서 일어난 이 추돌사고로 34명이 다쳤다. 안개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고였다. 원인은 블랙아이스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고는 ‘블랙아이스’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블랙아이스는 도로 표면에 코팅한 것처럼 얇은 얼음막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얼음 자체 색이 검은 것은 아니지만, 아스팔트의 검은색이 얇은 얼음에 투과되면서 블랙아이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도로 살얼음이라고도 불린다. 주로 겨울철 다리 위, 터널의 출입구, 그늘진 도로, 산모퉁이 음지 등 그늘지고 온도가 낮은 곳에 주로 생긴다. 특히 운전자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도로가 살짝 젖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빙판길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해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도로 위 암살자’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런 이유다.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는 치사율이 높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2020∼2024년 빙판길 교통사고 4112건을 분석한 결과, 빙판길 사고의 치사율은 100건당 2명에 달했다. 마른 길은 100건 당 1.3명에 그쳤다. 특히 고가도로와 교량 구간의 치사율이 각각 100건 당 4.8명과 5.9명에 이른다. 지난달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로 결빙으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83명으로 집계됐다.지난 10일에도 블랙아이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경북 지역 고속도로 등에서 잇따라 발생해 7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이날 오전 서산영덕고속도로 남상주 나들목(IC) 인근 도로에서 4중, 5중, 9중 추돌 사고가 각각 발생했다. 사고 전 해당 지역에는 비가 내렸고 사고 당시 기온이 영하 1도 안팎으로 떨어져 블랙아이스가 형성되기 쉬운 조건이었다고 한다.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를 막으려면 겨울철 감속 운전과 안전거리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염화칼슘 예비 살포 등 블랙아이스의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도로 관리도 요구된다. 도로에 결빙 감지 센서 설치 구간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상습 결빙 구간에는 관리자를 배치해 서행 운전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등의 탄력적인 대응도 고려해야 한다. 안타까운 블랙아이스 사고가 더이상 이어지지 않길 기원한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강윤경 칼럼] 미군의 '확고한 결의'와 정보전의 진화
미국의 첨단 과학기술 발전이 군대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제법 알려진 사실이다.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에 허를 찔린 미국은 이듬해 고등연구계획국(ARPA)을 설립한다. 1960년대 접어들면서 냉전이 심화하자 미군은 과학 연구 필요성을 더 절실히 깨닫는다. 아르파는 탄도미사일 방어, 핵 실험 탐지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프로젝트를 맡으며 연구 범위를 확장한다. 1972년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으로 이름을 바꾸고 단순 군사기술을 넘어 신호처리, 음성인식 등 첨단 과학기술 투자를 확대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혁신을 이끈 원천 기술 대부분이 다르파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의 원형인 아르파넷, GPS, 드론, AI, 심지어 반도체 기술도 다르파에서 시작됐다. 양자컴퓨터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곳도 다르파다. 미국이 초격차 기술로 세계 패권을 유지하는 배경에 다르파가 있는 것이다.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 연구개발을 수행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가장 먼저 만들어내야 하는 게 다르파의 존재 이유다. 인간의 욕망이 극단적으로 충돌하는 전쟁 상황이 인류에게 기술적 진보를 가져다준다는 게 아이러니이기는 하다. 미군이 새해 벽두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한 일명 ‘확고한 결의’ 작전은 첨단기술로 무장한 정보전 위력을 만천하에 과시한 사건이었다. 작전은 사이버 공격으로 카라카스 도심을 암흑에 빠트린 후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첫 폭발음이 들리고 3분 만에 미군 특수부대 요원이 안전실로 대피하려는 마두로 부부 앞을 가로막았다. 이 압도적 작전 전개 과정 곳곳에는 다르파의 첨단기술이 숨어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베네수엘라 정부 내부 정보원을 통해 마두로의 이동 정보를 확보했고 생활 패턴을 장기간 추적했다. 마두로가 특정 시간대에 어디에 있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 애완동물은 어떤 종류인지까지 알아냈다. 스파이를 통한 ‘휴민트 정보’뿐 아니라 인공위성, 스텔스 드론으로 정보를 수집한 후 AI 알고리즘으로 최적의 침투 동선을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것은 공교롭게도 한때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쿠바 정보기관이었다. 이번 작전으로 희생된 56명 중 32명이 마두로를 근거리에서 지키던 쿠바 특수 요원이었다. 미군은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다. 쿠바는 냉전시설 소련 KGB와 손잡고 첩보 수출국으로 이름을 날렸다. CIA의 집요한 피델 카스트로 암살 시도를 차단하고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 원수 경호를 담당하며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이번 작전 과정에서 그 전설 속 ‘아바나의 독거미’는 ‘종이호랑이’로 판명 난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에 이어 쿠바까지 낮은 기술력과 인력 중심의 정보망에 의존해 온 공산권 특수부대와 정보기관이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냉전시대 낡은 이념의 틀에 갇혀 조직 문화에서 정치적 충성심이 전문성을 압도하고 급격한 기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번 베네수엘라 작전 개시를 앞둔 시간 미 전쟁부인 펜타곤 주변에는 직원들의 비상근무로 피자 주문이 늘었다며 이른바 ‘펜타곤 피자지수’로 작전 개시 징후까지 읽어내는 시대다. 이쯤 되면 우리 정보기관과 정보전 수준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엄중한 상황이라 더 그렇다. 하지만 우리 정보기관은 전문성에 대한 고민보다 정권 부침에 따라 정치적 논란거리가 되는 게 현실이다. 국가정보원은 대공 수사권 폐지로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져 있고 국군 방첩사령부는 12·3 비상계엄을 주도한 혐의로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방첩사는 방첩과 보안, 수사 기능을 각각 분리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 중인데 이 과정에서 안보 역량 강화라는 본질적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의 안보 환경이 사이버전, 심리전, 내부 교란을 포함한 하이브리드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방첩사 재편 방향에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2024년 국군정보사령부의 대북 블랙요원 신분이 외부로 유출되는 참사가 알려진 것도 우리 군의 안보 역량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미군의 ‘확고한 결의’ 작전은 철저히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 질서의 단면을 보여줬다. 이제 진영조차 냉전의 추억일 뿐 우리 앞 현실은 냉혹한 각자도생의 길뿐이다. 스스로 안보 역량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게 정보기관이다. 정보력이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다. 국내 정치에 휘둘리고 있는 우리 정보기관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문우석의 기후 인사이트] 범용 인공지능 앞에 선 대기과학의 과제
2025년엔 정치·경제·외교 전반에 걸쳐 굵직한 이슈들이 이어졌지만, 사회 전반에 가장 깊고 넓은 영향을 미친 변화는 챗지피티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일상의 구석구석까지 스며든 일일 것이다. 인공지능은 특정 산업이나 기술 영역에 머물지 않고, 사고방식과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바꾸며 사회의 작동 방식을 재편하고 있다. 대기과학 역시 연구 설계부터 자료 해석, 예보와 소통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구글은 그래프캐스트(GraphCast)와 젠캐스트(GenCast)와 같은 인공지능 기반 대기 모델을 통해 수치예보 수준의 정확도를 빠른 계산으로 구현하며 중기 예보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로라(Aurora) 모델을 중심으로 대기와 해양, 기후 요소를 통합적으로 학습해 태풍 경로와 극한 기상 예측에 활용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IBM은 그래프(GRAF)와 프리스비(Prithvi) 계열 모델을 통해 기후 재분석과 장기 예측, 재난 위험 평가 분야에서 인공지능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모델은 이미 항공·해운·에너지 산업은 물론 재난 대응과 기후 서비스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 예보 모델 통해 기후 서비스 양질 데이터 안정적 생산·관리 체계 시급 기상 현상 핵심 변수·구조 선별해 접근을 기존의 기상 예측 모델은 관측 자료로부터 산출한 초기조건과 경계조건을 바탕으로 유체역학 방정식을 직접 풀어 대기의 변화를 모의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과정에는 방대한 계산량이 수반돼 초고성능 슈퍼컴퓨터가 필수적이며, 한 번의 예보를 생산하는 데에도 막대한 시간과 자원이 투입된다. 더욱이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물리 과정을 세분화하고 모델의 복잡도를 높일수록, 그에 비례해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반면 인공지능 기반 모델은 과거의 방대한 관측·재분석 자료에서 패턴을 학습해 상대적으로 적은 계산 자원으로도 경쟁력 있는, 때로는 더 나은 예측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성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인공지능 기반 예측 모델이 빠른 속도로 기상·기후 예측 분야 전반을 장악해 나갈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기과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모델이 실제 예측 현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인다면,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양질의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생산·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인공지능 모델의 성능은 결국 어떤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학습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데이터 생산 기술의 수준이 곧 예측 역량을 좌우한다. 특히 인간의 일상과 직접 맞닿아 있는 시공간 규모에서 발생하는 대기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자료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기후 재난의 빈도와 피해가 증가하고 탄소중립이라는 다음 사회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시 스케일의 기상 정보가 체계적으로 생산되고 장기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인공위성과 지상 관측을 포함한 관측 기술의 고도화는 물론, 초고해상도 도심 기상 모델의 활용과 지속적인 고도화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범용적인 인공지능 예보 모델의 실효성과 효율성에 대해서도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가용한 모든 데이터를 동원해 모든 기상 현상을 한 모델로 예측하는 방식이 과연 가장 효율적이며 최선의 선택인지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폭우로 인한 홍수를 예보하는 상황과 강풍에 따른 피해를 예측하는 일은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물리 과정과 핵심 정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인공지능 모델이 각 상황에 맞춰 어떤 정보를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극한 기상에 대해서는 범용 모델보다 특정 현상에 최적화된 특성화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더 현명한 대안일 수 있다. 예측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 대신, 대상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핵심 변수와 구조를 선별해 모델을 설계하는 접근이 효율성과 예측성을 동시에 높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를 위해 대기과학계는 기초 이론 연구를 다시 중심에 놓고, 물리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 기술과의 전략적 결합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범용적인 인공지능 기반 예측 모델의 등장은 대기과학계에 적지 않은 혼란과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전환기의 혼란 속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해 보인다. 시대의 유행과 기술의 속도에 휩쓸리기보다 학문의 본질을 다시 붙잡으려는 보수적인 성찰과, 동시에 새로운 프레임의 등장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를 함께 갖추는 일이다. 그 균형 속에서만 대기과학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사회에 필요한 과학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데스크 칼럼] '시민 중심 기부 사회' 꿈꾸며
세운철강(주) 신정택 회장이 새해 첫날 부산대에 개교 80주년을 축하하고 응원하기 위해 1억 원의 발전기금을 기탁했다. 신 회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열린 부산대 디지털 명예의 전당 설치 준공식 및 80주년 기념 발전기금 릴레이 기부 출범식에 참석해 부산대의 역사와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상징 공간 조성 취지에 깊이 공감한 바 있다. 신 회장의 이번 1억 원 출연은 부산대 개교 80주년 기념 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시계탑 복원사업을 위한 지정 기부였다. 신 회장은 기업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 지역사회에서 큰 신망과 존경을 얻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 기업인이다. ‘지역 산업과 교육이 함께 살아야 지역의 미래도 지속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기부·봉사·경제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실천해 오고 있다. 신 회장은 “부산대 개교 80주년은 대학의 역사이자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 온 시간”이라며 “기부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을 보태는 실천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강충걸 회장과 가족도 새해 첫 기부를 20여 년간 이어오며 따뜻한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강 회장 가족은 지난 2일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을 방문해 이웃돕기 성금으로 1019만 9510원을 전달했다. 강 회장 가족은 2005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새해 첫 날 부산사랑의열매를 찾아, 한 해 동안 가족이 함께 모은 성금을 기부하며 나눔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올해는 손녀들까지 기부에 동참해 더욱 뜻깊었다. 매년 기부에 참여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본 두 손녀는 1년 동안 저금통에 용돈을 모아 직접 전달했다. 이날 기부금 전달식에 강 회장 대신 참석한 아내 박영희 씨는 “매년 나눔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일이 우리 가족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하다”며 “계속해서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을 나누고 싶다’며 손녀들이 가져온 저금통을 보며 우리가 이어온 나눔의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부산에서 광고매체 업체인 (주)파나컴을 운영하며 장애인 사회인식 개선 및 다양한 복지사업을 운영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 새해맞이 기부를 21년간 이어가고 있는 강 회장 가족의 부산사랑의열매 누적 기부금은 1억 1000만 원에 달한다. 이처럼 신 회장과 강 회장 가족의 새해 첫 기부는 올 한 해도 부산의 나눔 문화가 활성화되길 염원하는 신호탄이자 기폭제로 여겨진다. 이와 더불어 병오년 부산의 나눔 온도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상들이 여러 곳에서 탐지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와 부산 400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탄생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부산 지역 고향사랑기부액이 약 58억 39만 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고액을 기록한 것이다. 2024년(19억 4489만 원)과 비교하면 약 3배 증가했다. 기부금의 사용처와 목표액 등을 정할 수 있는 지정 기부와 100종이 넘는 다채로운 신규 답례품들이 놀라운 흥행을 견인했다. 노후 구급 장비 교체와 화재취약 지역 주민자율소방함 설치 사업 등 부산시의 지정 기부 프로젝트가 인기를 끌면서 부산의 구·군들도 올해 잇따라 지정 기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업그레이드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도 기부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부산 지역 지자체들은 지난해 100종이 넘는 답례품을 신규로 개발했다. 기장 미역, 대저 짭짤이 토마토 등 기존에 제공되던 계절성 특산품은 물론, 동구 차이나타운의 유명 식당인 신발원의 만두, 고액 기부자를 위한 해운대 5성급 호텔 웨스틴조선 투숙권 등도 등장했다. 지난달 22일 열린 (주)보명금속 홍수식 대표의 부산 400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1억 원 이상 기부) 가입식도 무척 반가웠다. 이날 홍 대표의 아너 가입으로 부산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아너 400호 회원을 배출한 지역이 됐다. 이는 인구 규모가 약 4배에 달하는 경기도보다 많은 고액 기부자 회원 수를 보유한 것으로, 부산의 나눔 활동이 전국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상징적인 성과로 분석됐다. 부산은 기업 고액 기부자 모임인 나눔명문기업도 94곳에 달해 서울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기부 주체가 일부 기업인이 아닌 시민 중심으로 바뀌어 나눔이 일상적인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는 점은 올 한 해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부산아너소사이어티클럽 이성근 회장은 “지금까지는 기업인과 전문직 중심의 기부 참여가 많았다면, 이제는 젊은 창업가, 프리랜서, 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이 나눔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부 문화가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의 말처럼 올 한 해는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나눔 문화가 더욱 활성되길 기대한다.
[노트북 단상] '흑백요리사'에서 리더십을 읽다
드디어 오늘 우승자가 결정된다. 최근 애착을 갖고 시청하고 있는 넷플릿스 시리즈 ‘흑백요리사2’ 이야기다. 평소 집에서 음식 하는 걸 재미있어 하는 편인데다,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가 먹어보는 게 취미인 덕분에 보는 내내 흥미진진하다. 1년 3개월여 만에 다시 돌아온 ‘셰프들의 계절’이 반가울 정도다. 이번에도 출연한 셰프들은 각자의 개성을 부각하며 큰 인기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화제가 된 한식조리명장 임성근 셰프는 직설적인 화법과 거침없는 조리 방식,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으로 눈길을 끌었다. 초반엔 그의 언행이 허세로 그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났는데, 근거 있는 실력을 보여주며 열광적인 반응을 쌓아가고 있다. 임 셰프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하루 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니 ‘거짓말 조금 보태’ 그야말로 ‘끝’났다. 양식과 한식,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2곳을 운영하고 있는 손종원 셰프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매너와 섬세하면서도 여유 있는 태도로 ‘느좋남’이라는 별명이 붙여졌고, 시즌 1에 이어 다시 등장한 ‘재도전의 아이콘’ 최강록 셰프는 신중하면서도 다소 어눌한 말투와 경연에 강한 전략적 시도를 성공시키며 응원을 받고 있다. 음식을 만들면서 수행한다는 선재스님 또한 승패 대신 재료와 조리 과정에 집중하는 태도, 차분한 손놀림을 보여주며 존경심을 자아냈다. 흑수저 요리사 중에서 가장 파이팅 넘치는 ‘요리 괴물’ 셰프는 남다른 열정과 독특하고 차별화된 재료 선정, 발군의 요리 실력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경연의 재미를 넘어 리더십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제한된 시간과 부족한 재료, 갑자기 바뀌는 룰 속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요리 경연장은 흡사 조직의 축소판 같았다. 극한의 압박 속에서 어떤 이는 날카로워지지만 또다른 이는 성숙한 태도와 내공을 발휘하며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실력도 인상적이었지만, 결국 그들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팀의 분위기와 경연의 결과를 바꿔냈다는 점이 오래 남았다. 특히 전설적인 중식 대가 후덕죽 셰프는 팀전에서 리더가 아닌 조직원이 되었지만 권위를 앞세우지 않았다. 리더를 자처하는 후배들에게 흔쾌히 기회를 내어주고 큰 흐름에 자신을 맞췄다. “잘하네”라고 격려하고, “편하게 재미있게 하자”는 멘트로 팀이 과업을 달성하는 데 불필요한 긴장을 완화시켰다. ‘무한 요리 지옥’ 미션에서는 당근 딤섬, 당근 짜장면을 내놓으며 위기에서 더 빛나는 문제해결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프렌치 요리 1세대 박효남 셰프는 또 어떤가. 흑백 1대1 경연에서 자신과 겨루는 후배 셰프의 우승을 진심으로 응원했고, 또다른 후배에게는 “너 잘 살았다”고 격려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일상적인 칭찬이 아니라, 상대의 시간과 노력,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존중으로 정리해주는 태도였다. 조직에서 리더는 성과에는 피드백을 하지만 과정이나 사람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그런 상황은 조직원을 더 열심히 달리게 하지 못한다. ‘흑백요리사’는 리더에게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걸 말해주었다. 긴장을 낮추고 해법을 만들고 먼저 나아가고 인정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 리더는 결국 조직의 결과물을 다르게 할 수 있다. 책임질 수 있는 일에 나서고 결과로 자신의 자리를 증명하는 ‘꼰대’가 아닌 ‘어른’다운 리더가 늘어나길 바란다.
[중앙로365] 돌봄 비상의 시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돌봄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어제는 육아가 문제였다면 오늘은 간병이 새로운 걱정거리로 떠오른다. 육아와 살림, 간병으로 이어지는 돌봄의 목록은 끝이 없다.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다. 돌이켜 보면 그 많은 돌봄은 오랫동안 사적 공간에서 ‘엄마’, ‘며느리’, ‘아내’로 호출되던 여성의 몫이었다. 어머니가 쓰러지면 집안 풍경부터 무너진다고 했던가. 지구를 떠받친 아틀라스처럼, 가정은 여성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떠받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다른 누군가의 삶이 희생되어야 하는 사회는 정의롭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이 거대한 돌봄의 공백은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사회의 위기의식은 점차 높아져 간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4%가 초고령사회에서 가장 우려하는 문제로 ‘돌봄·간병 부담의 증가’를 꼽았다. 이에 정부는 오는 3월부터 ‘돌봄통합지원법’을 시행하며 대응에 나선다. 노인과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의료·돌봄·주거·복지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사회 안에서 존엄한 일상을 유지하겠다는 방향성은 분명 반가운 진전이다. 그러나 돌봄 제도의 끝에는 결국 돌봄을 제공할 사람의 노동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 현실은 심각하다. 요양보호사의 경우 자격 취득자는 311만 명에 달하지만 실제 활동 인력은 22.5%에 불과하다. 활동 중인 요양보호사 10명 중 7명은 60대 이상의 여성이며, 월평균 급여는 87만 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들은 대부분 시간제·불안정 노동에 놓여 있다. 고령의 여성 노동자들이 다시 고령의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가 돌봄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셈이다. 사회복지 분야로 그 영역을 확장해보면, 2031년까지 약 37만 명의 사회복지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해법으로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 논의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돌봄을 또 다른 저임금 노동으로 외주화하는 방식이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일지는 질문이 남는다. 돌봄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인력만 바꾸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국 돌봄 위기는 저출생이나 초고령화와 같은 인구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의 문제다. 통합돌봄이 여전히 장애인과 고령자 중심의 의료·요양 연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제도 이상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용호 돌봄혁신허브 넥스트케어 대표는 돌봄 위기의 원인이 초고령화에만 있지 않다고 말한다. 연결되지 않는 사회, 외로움이 기본값이 된 관계 단절의 현실은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돌봄은 특정 집단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삶 전반을 관통하는 사회적 기반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보편적 돌봄은 정부 정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숙랑 중앙대 간호대학과장은 공식 돌봄이 확대될수록 비공식 돌봄과의 관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사회의 비공식 돌봄은 여전히 여성 노인에게 집중돼 있다. 제도가 확대되더라도 성별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돌봄의 부담은 다른 형태로 반복될 뿐이다. 돌봄을 특정 취약계층만을 위한 복지 서비스로 한정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다.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는 모든 시민이 생계 부양자인 동시에 돌봄 제공자가 되는 ‘보편적 돌봄 제공자’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돌봄이 여성이나 저임금 노동자의 몫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기본값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통합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되는 제도라면, 보편적 돌봄은 모든 사람이 언젠가 돌봄의 당사자가 된다는 전제 위에서 사회를 다시 설계하는 기준이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전국의 지자체장들은 신년사에서 ‘민생 안정’과 ‘혁신 성장’을 외쳤다. 그러나 돌봄은 단순한 민생 안정의 하위 과제가 아니다. 돌봄의 질을 높이고 돌봄 노동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새로운 성장과 혁신의 가능성도 열릴 수 있다. 돌봄이 특정 성별의 굴레나 가계의 부담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의 언어가 될 때, 우리 사회는 고립과 외로움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 통합돌봄제도 시행을 앞둔 올해가 대한민국 돌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제도가 현장에 스며들고, 그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노동이 정당하게 평가받으며, 모든 시민이 돌봄의 주체임을 자각하는 사회. 아틀라스가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우리 모두가 조금씩 나눌 때, 돌봄은 비로소 비상의 날개를 달고 우리 삶을 더욱 단단하게 떠받칠 것이다.
[편집국에서] CES 2026이 국내 제조업에 던진 숙제
‘CES 2026’도 눈부신 첨단 기술의 향연을 풀어냈다. 빅테크들이 제시한 일상으로 깊숙히 들어온 인공지능(AI) 기술에 감탄하는 한편으론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약진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제조업과 AI 간에 산업 경계를 넘어 진행되는 결합 시도들이었다. 세계 AI 산업을 이끄는 혁신 기업인이 한국 조선기업의 변화를 언급한 일이 대표적이다. 이번 CES 기조연설을 맡은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한국 HD현대의 디지털 트윈 기반 조선소를 호평한 것이다. 전통 제조업이자 동남권 산업 주축인 조선업이 AI 기술 기반을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상적이었다. 그는 엔비디아와 여러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사례 가운데 HD현대를 콕 집어 “우리가 협력해 온 디지털 트윈 개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고 극찬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기술이 아닌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공개로 피지컬 AI 사업 청사진을 제시하는 ‘변신’을 선보였다. 키 190cm, 몸무게 90kg의 아틀라스가 56개 관절을 360도 회전하며 부품을 옮기고 자연스럽게 작업대 사이를 오가는 장면에서 머지않은 시기에 숙련공을 뛰어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을 상상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현대차는 그 시점을 2년 후라고 못박았다. AI 기술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글로벌 기업들이 이 시점에 한국 제조업에 주목하고 있는 모습에서는 안도감마저 느껴졌다. 세계인이 글로벌 빅테크들이 선보이는 첨단 AI 기술에 홀려 있는 사이 그들은 실험실 속 AI를 구현할 현장이자 학습의 최적지로 한국 제조업을 지목한 것이다. 한때 국가 위기의 대상으로 지목되던 우리 제조업이 화려한 부활 기회를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제조업 중심인 부산·울산·경남 기업에도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CES는 AI 혁신 흐름에서 이탈하지 않으려는 국내 제조 기업들이 고민해 온 결과물을 풀어놓은 장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구, 뷰티, 장난감, 주방기기 등 그동안 AI와 거리가 멀 것 같던 소비재 기업들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새삼 확인됐다. AI 기반 분석 기술을 중심으로 맞춤형 케어 설루션을 선보인 화장품기업 아모레퍼시픽이나 전자 피부(e-skin) 기반 기술로 단순 미용을 넘어 새로운 영역 확장에 나선 한국콜마 같은 기업의 행보는 이른바 ‘B뷰티’ 산업을 꿈꾸는 지역 화장품 업계도 눈여겨봐야할 움직임이다. ‘제조업 르네상스’가 예고된 상황에서 다시 우리 제조업, 특히 부울경은 어떤 준비를 해왔느냐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부울경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CES에도 지역 혁신기업들과 손잡고 별도 전시관을 마련했다. 부산은 전년보다 확대된 30개 전시부스를 갖춘 통합부산관을 갖추고 박형준 부산시장이 직접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건너가 참여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했다. 부울경의 여러 기업이 올해의 최고혁신상 또는 혁신상을 수상하는 성과도 냈다. 문제는 CES의 화려한 쇼 뒤에 가려진 부울경 제조기업들의 곤궁한 처지다. 국내 대·중견기업은 인력과 자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과의 연합이나 새로운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반면 대다수 중소기업들에 AI 전환은 ‘필요는 알지만 시작할 엄두를 못 내는 일’이다. 정부 지원을 받거나 간혹 운이 좋아 대기업 낙점을 받은 경우에만 AI 전환이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이참에 몇몇 기업 지원기관과 단체에 지역 기업 AI 전환 상황을 문의했더니 개별 기업의 AI 도입 여부는 통계가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국내 중소기업의 스마트 공장 도입은 적극적인 정부 지원으로 가속화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고도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경남과 부산은 스마트 공장 구축이 빠른 편이지만 AI를 실행할 ‘고도화 단계’에 이른 경우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들 기업은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데이터와 전문 인력,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만이 가진 자산인 다양한 제조 기업 현장을 찾아 먼저 다가서는 이때, 산업 현장에서의 부족함을 채울 주체는 국가 말고는 없어 보인다. 제조업 현장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공동 제조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대기업이 확보한 AI 노하우가 중소기업으로 흐르는 통로를 내는 일들이 국가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일상과 전 영역의 산업 현장에서 AI 기술을 얼마나 빨리 수용하고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제조업 르네상스는 결국 현장의 작은 변화까지 이끌어내야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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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성모안과병원
부산일보가 선정한 디지털 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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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부산 사하구 신평 예비군 훈련장, 대규모 시민 체육시설로 바뀐다
[속보] 서울은 한파 속 출근대란…오세훈, 시내버스 파업에 '교통수단 총동원'
“신공항 ‘준공 전 개항’ 포함 공기 단축 최적 방안 찾겠다”
월 468만원 벌어도 기초연금… 연봉 9500만원 맞벌이도 수급권
사형? 무기징역? 윤 전 대통령 구형 결심공판 13일 재개
양산시 '연간 96만 원 ‘도민연금’ 가입자 모십니다'
따로 놀아 아쉬운 부산 지역화폐… “시-구·군 연계 강화해야”
신임 법원행정처장, 부산 출신 박영재 대법관 임명
우동-반송석대 주민 수명 격차 ‘6년’ [함께 넘자 80세 허들]
쉬는 날 목욕탕에서 심정지 환자 구한 부산 경찰
‘여행 취소됐는데, 돈 돌려 달라’… 부산 산악회에서 유럽 여행비 두고 ‘시끌’
[영상] 겨울 바다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이번 주말 해운대로! [해운대 북극곰축제]
눈길 끄는 전야제 ‘나이트 웨이브 해운대’ [해운대 북극곰축제]
수비 불안 ‘진땀승’ 한국 축구… 공격력 발판 조 1위로 8강 간다
송교창 복귀 6연패 탈출… 다시 강해지는 ‘슈퍼팀’ KCC
롯데, 내년 외국인 선수 3명 모두 바꾸나
롯데, 2026년 개막전 삼성과 맞대결
부산아이파크, 김홍섭 단장 선임…41세 행정가 출신 “혁신 기대”
한국 여자골프 ‘톱6’ 총출동 ‘해외파 대 국내파’ 뜨거운 샷 대결
‘롯데맨’ 주형광 코치 kt에 새 둥지
‘제2회 부산일보 파크골프’ 화려하게 마무리
“상금 500만 원 부산파크골프 통합 챔프는 바로 나!”
농구장 없는 부산 동주여중 농구부, 소년체전 값진 은메달
박지윤과 재혼 조수용, 이혼한 전 부인은 누구?
윤아, 전 남친 이승기와 결별 이유도 역시...
'인형 미모' 구잘 나이·국적·귀화·결혼 여부는?
이상해보다 김영임 닮은 아들·딸 가족사진
'2TV 생생정보' 랍스터 대게 세트, 부산 자갈치시장 백호상회…테마맛집(생생정보통 맛집오늘)
순우리말 '얄라차' 뜻은?
봉준호 기획의도 ''기생충' 인간에 대한 예의·존엄에 관한 이야기'
선우용여(선우용녀) 딸 최연제, 전 남편과 이혼 후 미국인 남편 케빈과 재혼
'아침마당' 손정혜 변호사 나이는? 사시 1·2차 한번에 붙은 수재
감독 바뀐 ‘노바디 2’, 원작과 비교하면… [경건한 주말]
'생활의 달인' 햄버그스테이크 달인 '동네함박'… 육즙 가득 강렬한 부드러움
최불암 나이 궁금? '한국인의 밥상' 대마도 로쿠베-에구치간장-스키야키&이시야키-돈짱
전재수 ‘부산 북갑’ 비우면 여권 대안은 하정우 AI수석?
[속보]이 대통령 '아픈 과거, 새로운 60년'…다카이치 '일한 관계 발전'
[영상] 경남지사 지지도… 다자대결 김경수 선두, 박완수·김태호 경합 [6·3 지방선거 경남·울산 여론조사]
손잡은 장동혁·이준석… '항소 포기·통일교·공천 비리 진상규명해야'
침례병원엔 여야 없다…부산 국힘, 간담회 열고 건정심 현장 방문 대비
중수청 ‘9대 중대 범죄’ 수사…행안부 장관이 지휘·감독
김 총리 '지방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파격 지원하겠다'
친명계 세력 약화 불가피… 힘 실리는 친노·친문
이 대통령, 오늘 다카이치 총리와 정상회담… 공동 언론 발표도
부산시의회 핵심 3인방 구청장 출마 촉각
‘제명’ 김병기 재심 청구… 최종 처분은 미뤄질 듯
또 외교 효과? 이 대통령 지지율 56.8%… 두 달 만에 최고치
원화 가치 추락 어쩌나… 환율, 달러 약세에도 1470원 돌파
[단독] 한국인 선장이 모는 국적선, 10년 전 북극항로 뚫었다
1군 건설사 발길 ‘뚝’… 몸값 떨어진 에코델타시티
미 해군 함정 영도조선소 입항… HJ중공업, MRO 닻 올렸다
“원화 휴지조각은 유튜버 얘기”라더니… 환율 8거래일 만 50원 치솟아
[영상] 이기대 입구에 결국 25층 아파트… 시민단체 '감사원 감사 청구'
삼성전자 ‘훨훨’, 금 이름값 ‘톡톡’, 비트코인·달러는 ‘손실’
정유 수익 그대로 삼킨 SK온…SK이노 4분기 실적 딜레마
“에어부산 틈새 노려라”… 국내 LCC들, 부산 하늘길 도전장 [커버스토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공공기관 2차 이전 완수해 무너진 지방 세울 것”
강호동 농협 회장 “특별감사 지적, 책임통감 사과드린다”…주요 임원 자진 사임
풀체인지부터 고성능까지… 국산·수입차 역대급 ‘신차 보따리’
K팝 소재 ‘케데헌’ 골든글로브 2관왕
‘케데헌’ 골든글로브 주제가상…이재 “꿈이 이뤄졌다” 눈물
집단 광기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나
‘아바타: 불과 재’ 600만 돌파
좋은강안병원, 갑상선암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1000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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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예술인과 함께하는 '무장애 음악회'
부산현대미술관, 생태·예술로 지속가능한 미래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