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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동 에너지 전쟁 장기화 조짐, 백척간두의 한국 경제
이란 사태가 끝내 에너지 전쟁으로 비화해 세계 질서를 흔들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 지도부를 추가로 제거한 데 이어 사우스파르스 가스전까지 폭격하며 레드라인을 넘어섰고, 이란은 카타르의 라스라판 가스 시설을 타격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미국 또한 이란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 점령을 위한 지상군 개입을 예고했다. 에너지 공급망 자체가 전장의 표적이 되면서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에너지 수급 불안이 커지자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석유와 가스를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이 가장 원치 않는 상황이다.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닌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엄중한 상황 인식이 급선무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 장기화 조짐에 산업 현장은 초토화되고 있다. 특히 나프타 등 화학 원료는 수입의 60% 이상이 막히면서 재고가 2~3주 수준으로 떨어져 공급 부족과 연쇄 가동 중단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나프타 쇼크’는 플라스틱·섬유·자동차·전자 제품을 비롯해 건설 자재와 타이어 생산 등 전 산업 분야로 파급된다. 원유 수급은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최우선 공급 다짐과 함께 비축유 방출 등 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중동 수입선이 끊기면 4월부터 재고로 버티는 상황은 불가피하다. 석유화학산업의 연쇄 효과로 소비재 생산 마비와 물가 상승 우려까지 겹치면서 일각에서 4월 위기설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에너지 위기가 국제 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호르무즈 이용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재차 동맹의 참여를 압박했다. 스스로 에너지 안보를 책임지라는 논리다. 반면 이란은 중국 위안화로 결제하는 국가만 안전 통행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페트로 달러’ 체제의 균열을 시도하고 있다. 또 인도 등은 러시아산 원유 확보에 나서며 독자 노선을 걷는다. 에너지 전쟁을 계기로 세계 질서가 혼돈에 빠지는 양상이다. 한국은 중동 수입 의존 구조와 한미 동맹 체제라는 한계에 선택지가 제한돼 있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갈림길에 섰다는 각오로 국익 우선의 대응책을 도출해야 한다. 충격은 이미 금융과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환율은 1500원대로 치솟고 증시는 흔들리고 있다. 고유가와 달러 강세가 겹치면서 물가와 금리를 자극하는 복합 위기 양상이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지는 좁아지고 스태그플레이션 위험까지 거론된다. 상황은 명확하다. 에너지 문제는 경제 현안의 일부가 아니라 국가 안보 그 자체다. 수입선 다변화와 장기 계약 확대, 전략 비축 체계 재설계, 에너지·산업재 통합 공급망 관리,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가 시급하다. 일시적 유가 상승이라는 안이한 상황 인식은 위험하다. 대응이 늦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한국이 백척간두에 섰다는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사설] 울산 일가족 사망 사건, 사회 구조적 문제 잘 살펴봐야
울산의 한 주택가에서 생활고와 육아에 시달리던 30대 가장이 미성년 자녀 4명과 함께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미성년 자녀 중 초등학생인 아동이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등 심상찮은 전조가 있었음에도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상한 낌새를 챈 지자체와 경찰이 사건 발생 전 해당 가정에 대한 방문 조사를 수차례 실시했으나 사건 발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위기 가구 발굴과 관리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해당 가정의 가장은 일정한 직업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기초생활 수급자 선정과 특례 적용 과정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울산경찰청과 울주군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5시께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에서 30대 가장과 7세·5세·3세·1세 네 자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검안 결과 일가족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외상이 없고 가장의 유서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경찰은 극단적 선택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가장은 사실상 생계를 책임지던 부인이 지난해 12월부터 개인적 사유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생활고와 ‘고립’ 육아의 고통을 주위에 토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촘촘하지 못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인해 이번 사건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더 꼼꼼히 따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부산일보〉의 취재를 복기하면 해당 가정에는 두 차례나 결정적인 위기 신호가 있었다. 첫 번째 신호는 취학 연령이 된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나타나지 않아 경찰에 신고가 들어옴으로써 포착됐다. 즉시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가장과 네 자녀들을 직접 면담했으나 가정 폭력 등의 징후가 없고 양육 환경이 양호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두 번째 신호는 나흘째 무단 결석한 첫째로 인해 포착됐다. 담임교사가 신고하면서 경찰과 지자체 담당자까지 출동했으나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해 돌아서고 말았다. 대신 지자체 복지 지원 연계를 했으나 해당 가장이 기초생활 수급자 신청 등을 안 해 안타까움을 남겼다. 이번 사건을 놓고 학교나 경찰, 지자체 등의 조치를 비판하기는 쉽지가 않다. 위기 신호를 포착하고 관련 조치를 취하려 노력한 징후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가족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 이상 이면을 살피려는 노력은 더 한층 강화돼야 옳다. 당사자가 신청해야만 가능한 기초생활 보호 수급자 선정 과정을 직권주의로 바꿔 위기 신호 가정에 대한 보호 강화 방안을 서두르는 등의 노력이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누구를 비판하거나 책임을 묻는 일차원적 대처를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돌아보는 계기로 승화돼야 한다. 그게 사회적으로 일가족의 명복을 비는 방식이다.
[사설] 결속력 키우는 부울경 경제동맹, 행정통합 디딤돌 돼야
동남권을 ‘동북아 8대 초광역경제권’으로 육성하기 위한 부울경 초광역경제동맹 추진본부가 공식 출범했다. 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는 18일 국민연금관리공단 부산지사에서 본부 현판식을 개최했다. 메가시티 구상이 좌절된 뒤 2023년 느슨한 협력체로 출범한 ‘추진단’이 3급이 이끄는 ‘추진본부’로 격상되고, 2개 전담 부서가 신설돼 정책 실행력이 높아졌다. 정부의 행정통합 압박 속에 지역 주도로 실물 경제부터 유기적으로 결합하겠다는 의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요한 것은 경제 협력의 성과를 딛고 행정통합으로 나아가겠다는 방향성이다. 별도의 트랙이지만 결국 동일 생활·경제권을 만들겠다는 지향이 같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5극(초광역권) 3특(특별자치도)’ 성공 여부는 지역 경제권의 안착에 달려 있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추세를 반전시키려면 실제 작동하는 지역 경제권 모델이 필요한데 동남권이 가장 유력한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예컨대 부산을 중핵으로 한 해양경제권은 수도권 일극주의의 폐해를 끊고 국가 성장축을 다원화시킬 수 있는 시험대다. 부산의 해양·물류·금융 중심 기능에 울산의 제조 역량과 경남의 생산 기반을 연결해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때 시너지 효과가 가장 높다. 산업 기반과 기술, 인력이 갖춰진 부울경이 실패하면 ‘5극 3특’이 구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추진본부 격상은 부울경 산업 생태계를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조직 확대만으로 성과가 담보되지는 않는다. 조선·방산·이차전지 등 성장 엔진을 전략적으로 분할하고,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동시에 정책과 정보, 인프라를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 실질적인 공동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 이날 3개 시도가 제시한 북극항로 거점화, 지역 인재 양성 등 경제 과제와 60분 교통 체계, 주거·교육·의료·복지 연계 등 생활 과제는 기본 조건이다. 특히 동일 경제권 정서를 형성하는 것에 성패가 달려 있다. 억지춘향식 강제 통합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민 스스로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체감하는 것이다. 메가시티가 ‘제도 중심의 강한 통합’이라면, 경제동맹은 ‘성과 중심의 단계적 협력’이다. 현실적인 이유로 경제적 결속을 선택했지만, 궁극에는 행정통합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두 모델은 단절이 아니라 연속선상에 있다. 행정, 재정, 인프라 전반을 포괄하는 정책적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 광역권 통합은 필수불가결이기 때문이다. 또 위로부터의 통합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점진적 협력 모색도 중요하지만 느슨한 연대가 장기화하면 실행력 저하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협력을 선언하는 것은 쉽고,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부울경 3개 시도와 추진본부가 이끄는 동남권의 변화와 실적에 주목한다.
마두로 매치
야구 월드컵인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베네수엘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로 출범 20년째를 맞은 WBC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슈퍼 스타들이 총출동하며 세계 최고의 야구 국가대항전으로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은 어느 대회보다 강한 승부욕으로 국가를 대표하며 경쟁했다. 대한민국도 최강의 전력을 꾸려 나섰고, 17년 만에 기적 같은 8강 진출을 이뤄냈다.미국과 함께 세계 야구의 대세로 통하던 일본은 WBC 출전 사상 처음으로 8강전에서 탈락했다. ‘야구의 신’ 오타니 쇼헤이를 앞세워 2연패를 노렸지만 허사였다. 축구 강국이면서 야구의 변방으로 알려졌던 이탈리아는 최초로 4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이번 대회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건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결승전이었다. 결승전이란 상징적인 관심도 있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끼어들면서 관심은 증폭됐다. 트럼프는 지난 16일 베네수엘라가 이탈리아를 4-2로 꺾고 결승에 진출하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요즘 베네수엘라에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미국의 51번째 주로 승격? 어떤가?”라고 자극했다.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결승전이 확정되자 일각에서는 이번 대회 결승전을 ‘마두로 매치’라 불렀다. 미국이 지난 1월 베네수엘라를 공격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압송한 사건을 두고 한 말이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꺾고 우승하자 베네수엘라를 향해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언급해 또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스포츠를 정치로 끌어들인 것이다.오마르 로페스 베네수엘라 감독은 사상 첫 우승 직후 “우승은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셨으면 한다”라고 했고,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밤하늘 위로 축포가 연달아 터졌고, 팬들은 서로를 껴안고 비명을 질렀다. 일부 시민들은 신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광장에선 “베네수엘라”라는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이것이 스포츠의 힘이자 진정한 의미다. 정치와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스포츠가 희망과 감동을 주고, 힘들어도 버티며 살아가야 한다는 강한 힘을 가지게 했다. 스포츠는 국민 개개인의 것이다. 더 이상 정치가 스포츠의 고귀함을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
논설주간/상무이사
강윤경
수석논설위원
김승일
논설위원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정달식의 일필일침] 대심도, 터널이 아니라 시스템을 설계하라
부산 도심 지하 깊은 곳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북구 만덕과 해운대 센텀을 잇는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다. 길이 약 9.6㎞, 왕복 4차로, 총사업비 8000억 원가량이 투입된 대형 인프라다. 만덕에서 센텀까지 40분 걸리던 이동 시간을 10분대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취지 역시 분명했다. 상습 정체 구간의 교통을 분산하고 지상 혼잡을 줄이겠다는 구상이었다. 시민 역시 이를 기대했다. 하지만 개통 직후 마주한 풍경은 기대와 다르다. 대심도 주변은 빠져나온 차량과 이를 피해 가려는 차들이 뒤엉키며 멈추고, 서기를 반복한다. 교통 상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개통 이후 평일 출근 시간대 미남교차로에서 만덕 방향 통행 속도는 시속 20.6㎞에서 11.3㎞로 떨어졌다. 만덕사거리에서 구포 방향 역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터널 내에서는 차량이 빠르게 흐른다. 마치 노래 가사처럼 10분 내로 관통한다. 그러나 출구를 빠져나온 차량은 이내 정체에 갇힌다. 길은 뚫렸지만 흐름은 막힌 셈이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도시 교통 설계의 방향 자체를 되묻게 한다. “도대체 이 대심도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문제의 핵심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내재된 구조적 한계다. 현재 진입 방식은 중앙 차로를 통해 이뤄지면서 짧은 구간에서 여러 차로를 가로지르는 ‘엇갈림’을 유발한다. 운전자는 제한된 시간 안에 차로 변경과 감속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지체는 연쇄적인 정체로 확산된다. 무엇보다 급차선 변경이 반복되는 구조는 안전 측면에서도 취약하다. 도로 설계의 기본인 단순성과 예측 가능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결과다. 주변 교통 여건과의 부조화도 문제를 키운다. 센텀 일대는 전시·상업·관광 기능이 밀집된 지역으로 평소에도 교통 수요가 높은 곳이다. 여기에 대심도에서 빠져나온 차량이 한꺼번에 유입되며 병목이 심화된다. 향후 해운대구청까지 센텀 IC 인근에 들어서면 혼잡은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도로 확충이 교통량 증가로 이어지는 ‘유발 교통’ 현상까지 겹치면서, 정체는 구조적으로 고착될 우려가 있다. 특히 만덕 쪽은 고속도로와 연결돼 있다. 남해고속도로에서 들어올 때는 대심도와 무관한데도 낙동강 다리에서부터 꼼짝없이 묶이는 구조다. 본래 정체구간이 더 정체되는 꼴이다. 이대로라면 대심도 인근 혼잡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사례는 행정과 전문가 집단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대심도 도로는 단순한 공사가 아니라 도시 전체 교통 체계를 재구성하는 작업에 가깝다. 그럼에도 개통 수년 전 교통영향평가 단계에서 여러 차례 제기된 구조적 문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설계에서 걸러낼 수 있었던 위험을 사후 대응으로 넘긴 셈이다. 더욱이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강조되는 사이, 공공 인프라로서의 균형은 뒤로 밀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이 도로는 교통 흐름의 정교한 설계보다 ‘터널 관통’ 자체에 집중한 결과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시민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 도시 교통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사업임에도 사전 설명과 의견 수렴 과정은 미흡했다. 도로는 행정의 성과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이다. 이용자의 동선과 체감 불편이 설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지만, 이번 사업은 그 기본을 놓쳤다. 향후 부산에는 대심도 사업이 추가로 거론되고 있으며, 지하 공간을 활용한 교통 인프라 확충이 도시 발전 전략의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후 대응이 아닌 구조적 보완이다. 단기적으로는 엇갈림 구간을 단순화하고, 차선 유도와 안내 체계를 강화해 운전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지하 구간에서부터 교통 흐름을 분산시키는 구조 개선과 함께 인근 도로와의 연계 운영, 신호 체계 조정이 병행돼야 한다. 나아가 향후 사업에서는 교통 수요 예측의 독립성과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시민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 민간투자 방식이라 하더라도 공공성 확보를 위한 장치는 분명히 해야 한다. 부산은 지형적 제약이 큰 도시다. 그만큼 도로 하나에도 더 치밀한 설계가 요구된다. 중요한 것은 길을 냈다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이 도시 전체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다. 설계의 빈틈은 또 다른 혼잡과 위험으로 되돌아온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설계 허점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전문가의 진단에 귀 기울이며, 시민의 목소리를 정책 중심에 놓는 일이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대심도는 또 하나의 ‘거대한 병목’으로 남게 될 것이다. 만덕~센텀 대심도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대심도는 끝난 사업이 아니라 이제 검증을 시작한 사업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문제를 외면하는 태도가 아니라, 무엇이 잘못됐는지 직시하고 바로잡는 용기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홍준성의 개념 쌓기] 지능과 능지 그리고 교만한 안도감
새삼스러운 지적이긴 하나,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곧 대박이 날 주식 정보를 알려주겠다거나 손쉬운 부업을 통해 고수익을 올리게 해주겠다는 등의 온갖 스팸 문자들이 쇄도한다. 금융기관을 사칭해 가짜 정책금융상품 가입을 유도하고 돈을 갈취하기도 한다. 사기는 유행에도 발 빠르게 적응한다. 최근 중동 사태가 불거지면서 주민센터 직원 행세를 하며 유류비 지원을 미끼로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는 신종 수법까지 등장했다. 통신사와 경찰청 통합대응단이 손잡고 실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지만, 유감스럽게도 미래를 낙관하긴 힘들다. 지난날을 돌아보건대, 새로운 대책에 맞춘 또 다른 사기 수법이 등장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인간사에는 사기에 대한 일종의 절대량 보존 법칙 같은 게 작용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사기를 둘러싼 또 하나의 익숙한 풍경은, 가해자보다 피해자의 어리석음을 탓하는 경향이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다룬 유튜브 영상에는 어김없이 이른바 ‘능지’를 비난하는 댓글이 넘쳐난다. 이 단어는 ‘지능’을 거꾸로 뒤집어 누군가의 지적 수준을 비꼬는 신조어인데, 곱씹어 보면 묘한 함의가 있다. 본래 지능이란 상황을 파악하는 ‘지’혜와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능’력이 조화를 이루는 개념인데, ‘능지’는 그 순서가 뒤바뀐 상태를 가리킨다. 즉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우둔함을 뜻한다. 결국 이는 수화기 너머의 사기꾼이 던진 미끼를 의심 없이 덥석 무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통상 지능과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여겨지는 고학력자들은 사기로부터 자유로울까? 통상 이들은 사회에서 상황의 본질을 눈치 빠르게 파악하며, 복잡한 정보를 논리적으로 처리하는 존재로 인식되기에, 사기에 대한 절대적인 면역체계를 가졌을까? 자신 있게 대답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필자는 직업상 상아탑 안에 있기에, 박사학위 소지자들을 종종 본다. 그런데 여기서도 사기 피해는 낯선 일이 아니다. 당장 지난 겨울에도, 검찰을 사칭하는 사기꾼 꾐에 넘어가 수사 협조를 명목으로 텔레그램을 설치했던 한 선생님의 소식을 들었을 정도다. 또한 회식 자리에서 주식 리딩방에 깜빡 속아 목돈을 급등주에 밀어 넣었다가 큰 손실을 본 교수의 이야기가 오르내리기도 했다. 다시 말해 학력과 사기 피해는 별다른 상관이 없다. 어떤 의미에서 고학력자들이야말로 사기꾼에게는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사기는 심리적 허점과 정보의 불균형을 파고드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두 요소는 서로를 강화하며 작동한다. 예컨대 사기꾼이 가장 신뢰하는 통로는 오만이다. 자신의 판단이 틀릴 리 없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주어진 정보의 왜곡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동시에 왜곡된 사실에서 비롯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자만이 더 강화되기도 한다. ‘나 같은 사람이 속을 리 없다’라고 믿으며 감지된 논리적 균열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이처럼 오만과 오류는 서로를 조건 지으며 점점 증폭된다. 그렇다면 자신의 지식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는 고학력자들이 사기꾼의 눈에 얼마나 매력적인 표적일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기의 결정적 한 수는 공포다.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실제로 공포는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피질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편도체에서 발산된다. 숲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 후 피하는 것보다 즉시 그 자리서 벗어나는 게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포는 정확성보다 신속성을 우선하는 감정이다. 그렇기에 공포가 작동하는 순간, 고학력자들이 자부하던 대뇌피질은 사실상 먹통이 되고 만다. 마치 최첨단 무기는 있는데, 정작 그걸 작동시킬 전선이 뽑혀버린 꼴이다. 그렇다면 사기꾼은 고학력자에게 어떻게 공포를 심어줄까? 이는 어리석은 질문에 가깝다. 오만이 곧 공포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고학력자에게 공포는 자신의 최대 자산인 지능이 무력화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중간에 사기를 의심하게 되더라도, 이를 좀처럼 인정하지 못한다. 금전적 피해를 넘어, 스스로의 지능이 ‘능지’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데서 지혜가 시작된다고 말하며, 이른바 ‘무지의 지’를 설파했다. 그러나 상아탑에서도 빈번히 벌어지는 사기 피해를 보면, 이 교훈이 제대로 계승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이러한 문제는 비단 박사학위 소지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을 향해 ‘무지의 지’를 강조했듯 자만은 인간에게 보편적인 약점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기 피해자를 조롱하는 이들은, 그들을 통해 자신의 지능은 아직 ‘능지’로 전락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얻는다. 그리고 바로 그 교만한 위안이야말로 사기꾼들이 가장 노리는 지점이다.
[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글라주노프의 색소폰 협주곡을 아시나요?
흔히들 색소폰은 재즈를 위해 만들어진 악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색소폰은 1840년대에 발명되었으며 재즈는 20세기 초에 등장했다. 즉 재즈보다 약 70년 먼저 존재한 악기다. 벨기에의 악기 제작자 아돌프 삭스(Adolphe Sax, 1814~1894)가 목관악기의 유연함과 금관악기의 강한 음량을 합친 악기를 고안하다가 만든 것으로 1846년에 특허가 등록됐다. 여기서 잠깐. 또 하나의 흔한 오해가 금속으로 만들어졌으니 색소폰을 금관악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색소폰은 재질은 금속이지만 원리는 클라리넷과 동일하다. 클라리넷처럼 마우스피스와 싱글 리드를 사용하는 ‘목관악기’다. 불행히도 색소폰은 현대 오케스트라 편성이 정착된 이후에 발명된 악기라서 오케스트라 체계에 들어가지 못했다. 비록 표준 편성에는 없지만, 여러 작곡가가 특수한 색채를 위해 사용했다. 가령 비제 ‘아를의 여인 모음곡’, 라벨 ‘볼레로’,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라흐마니노프 ‘교향적 무곡’ 등에서 색소폰이 사용됐다. 마침 내일이 러시아 작곡가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Alexander Glazunov, 1865~1936)의 90번째 기일이기도 하니 그가 남긴 색소폰 협주곡을 소개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원장으로 있던 글라주노프는 1928년에 빈에서 열리는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기 위해 러시아를 떠났다. 그러나 행사를 마치고도 귀국하지 않은 채 계속 유럽을 돌아다녔다. 본국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못 돌아간다고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정치적 망명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파리 근교에 정착하여 활동하다가 끝내 고국으로 가지 않고 1936년 3월 21일에 세상을 떠났다. 파리에 있을 당시, 글라주노프는 독일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지구르트 라셔로부터 알토 색소폰을 위한 협주곡을 작곡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는다. 라셔는 색소폰을 클래식 독주 악기로 정착시키려 했던 선구적 연주자였다. 글라주노프는 이 요청을 받아들여 낭만적 선율과 고전적 형식을 결합한 협주곡을 완성한다. 1934년에 완성하여 그해 11월, 스웨덴에서 초연했다. 이상하게도 글라주노프의 1932년작 색소폰 4중주와 색소폰 협주곡의 작품번호가 같은 109번으로 표기되어 있다. 아마도 두 작품 성격이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처리한 듯하다. 약 15분 정도의 단악장으로 된 곡이지만 구조는 4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빠른 제시부를 거쳐 짧은 전개부, 그리고 느린 재현부를 거쳐 푸가토의 결말을 갖는다. 연주자에게 만만한 곡은 아니다. 넓은 음역과 긴 프레이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음악적으로 노래 부를 수 있는 서정성이 중요한 곡이기 때문이다. 색소폰의 시대를 내다본 망명객 글라주노프의 심정과 파리의 정취가 어우러진 명곡이다.
[데스크 칼럼] 음모론이 가장 쉬웠어요
사하구 장림동으로 기억한다. 제보 전화를 받고 달려갔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진지했다. “국정원으로부터 감시당하고 있습니다. 집안 곳곳에 도청 장치가 있어요.” 지금이라면 한 귀로 듣고 흘렸을 테지만 사회부 막내 기자 시절엔 지나칠 수 없었다. 좁다란 골목길을 헤맨 끝에 제보자 주소지에 도착했다. 그러고 현관으로 들어서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걸 직감했다. 잔뜩 어지럽혀진 집안 어둠 속에서, 덥수룩한 머리와 때 묻은 운동복 차림의 남성이 나타났다. 그는 안쪽 방으로 잡아끌더니 벽지와 천장에 묻은 검은 점을 가리키며 감시 카메라라고 설명했다. TV도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한다며, 24시간 감시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드린 뒤 간신히 빠져나왔다. 그는 따라 나오지 않고 어둠 속에서 배웅했다. 옛날 기억을 장황하게 떠올린 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이들이 겹쳐 보여서다. 지난달 27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인가’를 주제로 끝장토론이 진행됐다. 18일 저녁 기준 해당 동영상은 무려 624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댓글도 4만여 개가 달렸다. 중복 클릭을 감안하더라도 어림잡아 대한민국 성인 10명 중 1~2명은 시청한 것으로 추산된다. 안 보신 분들에게는 권하지 않겠다. 날짜를 넘겨 7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을 끝까지 보고 나서 허무함과 후회가 밀려왔다. 양측 주장은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 전한길 대표(전한길뉴스)와 이영돈 PD, 박주현 변호사, 김미영 대표(VON뉴스)가 의심스러운 물증을 제시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부정선거가 아니라 부실 관리 사례라며 맞받았다. 뒤로 갈수록 이 대표가 힘겨워 보였다. 홀로 4명을 상대한 탓도 있지만, 경찰 수사가 아닌 토론회에서 사실관계를 명명백백 가리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비밀리에 핵 개발에 참여한 ‘맨해튼 프로젝트급’ 운운하며 대법원 판결마저 선거 조작의 일부라 여기는 이들 앞에서, 이 대표는 토론 결과를 예상 못 했을까. 음모론의 힘은 그럴듯함에서 나온다. 이는 확증 편향과 강하게 연결된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에게는 공통된 편향이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이 당선돼야 마땅하다는 확신이다. 빨간 안경으로 보면 온통 ‘빨간당’ 세상인데, ‘파란당’의 승리를 납득할 리 만무하다. 상대 진영이라고 다르지 않다. 6년 전에는 영화 ‘더 플랜’을 만든 김어준과 그 지지 세력이 그랬다.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고 결론 내리는 순간, 수많은 정황이 부정선거의 증거로 보인다. 선거인명부에 등재된 197세 유권자, 배춧잎·일장기 투표지, 화웨이 와이파이, 회송용 봉투 배송경로 오류 등 선관위의 관리 부실과 실수가 거대한 세력의 선거 조작으로 귀결된다. 음모론을 만들기는 쉽지만, 깨부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허위 여부를 밝히려면 지난한 팩트체킹을 거쳐야 한다. AI 프로그램으로 단 몇 초 만에 ‘전쟁 영상’을 만들 수 있지만, 허위 판독에는 몇 배 몇십 배의 시간과 품이 들어간다. 거짓으로 판명돼도 외려 가짜뉴스라며 외면하는 이들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끝장토론 이후 제기된 36가지 의혹을 정리해 20쪽 분량의 해명자료를 냈다. 이도 모자라 주요 쟁점만 따로 떼어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럼에도 음모론은 끄떡없다. 한국판 맨해튼 프로젝트의 당사자가 내놓은 자료를 누가 믿겠는가. 음모론의 초기 대처법은 간단하다. 무관심과 무대응이다.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에 굳이 대응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부정선거 주장을 공론장으로 끌어낸 이준석 대표는 음모론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17년 전 장림동 제보자의 이야기를 기사로 다룬 셈이다. 조명해야 할 건 제보자 주장이 아니라,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정신적·사회적 고립이다. 벽지를 새로 바른다고, TV를 신형으로 바꾼다고 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생각하니, 장림동 아저씨가 현관 밖으로 나와 세상과 소통하게끔 도왔어야 했다. 뒤늦은 반성과 함께, 골방에 틀어박혀 곰곰이 생각해 본다. 결과적으로 파란당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전한길 대표는 빨간당에 해로운 세력이다. 그의 주장과 행동이 황당할수록 민주당에는 호재다. 혹시 맨해튼 프로젝트급 비밀 세력으로부터 ‘X맨 활동’ 지령을 받은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처음엔 계엄을 비판하다 정반대로 돌아섰다. 생각하면 할수록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연 수십억 원씩 벌던 일타강사가 본업을 내팽개치다니. 분명 지령과 함께 거액의 활동비도 받았을 것이다. 어떤가. 그럴듯하지 않나. 음모론 만들기가 이렇게 쉽다. 거짓이라면 어디 한번 증명해 보라. djrhee@busan.com
[중앙로365] RWA 혁명, 부산의 '인프라 금융'을 깨우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 일환으로 주요 금융기관들과 핀테크 기업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대해 조각투자 거래소 설립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자본시장법의 테두리 안에서 디지털 자산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되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그동안 뜬구름처럼 여겨졌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이 실질적인 투자 상품으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RWA(Real World Asset, 실물 기반 토큰화 자산)가 있다. RWA란 부동산, 미술품, 채권 등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화한 것이다. 자산을 잘게 쪼개 디지털 증권 형태로 발행함으로써 과거에는 기관투자자나 자산가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우량 자산에 일반 개인들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금융위, 조각투자 거래소 설립 승인 디지털 자산 제도권 금융 편입 전환점 해운·물류 인프라, 블록체인 결합 부산 ‘선박 RWA’ 등 새 금융 모델 구현 가능 가덕신공항 등 사업에 이 방식 적용 땐 자금 조달, 사회적 합의 이끌 수 있어 사실 조각투자라는 개념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강남의 빌딩, 유명 작가의 미술품, 심지어 한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한 상품들이 출시됐다.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초자산의 매력도’와 ‘수익성’의 한계였다. 이제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RWA의 진정한 혁신은 기존에 이미 활발히 거래되던 자산이 아니라, 수익성은 확실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거대 인프라 영역에서 일어나야 한다.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선박, 항공기, 터널, 교량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러한 자산은 운영 기간이 길고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지만, 단위 당 투자 금액이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해 일반인의 투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만약 RWA를 통해 이 거대한 자산을 소액 단위로 쪼개어 유통한다면, 금융시장에는 전례 없는 리테일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해양수도인 부산은 이러한 ‘인프라 RWA’의 최적지다. 부산이 가진 독보적인 강점인 해운과 물류 인프라는 RWA 혁신의 가장 강력한 병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박 금융은 대표적인 ‘그들만의 리그’였다. 수천억 원을 호가하는 컨테이너선 한 척을 건조하기 위해선 대형 은행과 정책 금융기관의 복잡한 신용 공여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부산의 선박 금융 노하우와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부산은 이미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한국해양진흥공사(KOBC)와 다수의 해운사가 집결해 있는 동북아 물류의 허브다. 여기에 선박의 소유권이나 용선료 수익권을 토큰화해 유통하는 ‘선박 RWA’ 모델이 더해진다면, 부산은 단순히 배가 드나드는 항구를 넘어 ‘선박의 가치가 거래되는 글로벌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선박 건조 자산의 일부를 리테일 투자자로부터 조달하고, 투자자들은 선박 운영 수익을 투명하게 배당받는 모델은 부산만이 시도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RWA의 미래다. 필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덕신공항 건설과 배후 단지 조성 자금의 일부를 RWA 방식으로 조달할 것을 제안한다. 기존의 국책 사업이 정부 예산이나 대규모 채권에만 의존했다면, 이제는 ‘시민 참여형 디지털 인프라 펀드’를 구축할 때다. 이를테면 신공항의 핵심 수익원인 여객 터미널 면세점 입점 수익권이나 공항 주차장 운영권, 혹은 배후 물류 단지의 창고 부지 등을 자산화하여 토큰으로 발행하는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부산 시민들이 매달 적금을 붓듯 자신이 이용할 공항의 지분을 소액으로 소유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이용료와 면세점 매출의 일부를 디지털 지갑을 통해 실시간 배당받는 구조다. 이는 자본 조달을 넘어 신공항에 대한 시민들의 ‘주인 의식’을 고취하고, 국책 사업을 둘러싼 지역 내 갈등을 상생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사회적 합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세 가지 측면에서 효과를 낸다. 첫째, 금융의 민주화다. 국가나 지자체 주도의 우량 인프라 성과를 특정 자본가가 아닌 시민이 공유하게 된다. 둘째, 자산 유동화의 가속이다. SOC 사업에 민간 자금을 원활히 유입해 재정 부담을 줄이고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셋째, 부산의 정체성 강화다. 블록체인 특구 부산이 시민과 기간시설을 공유하는 ‘디지털 금융 허브’ 사례를 제시할 수 있다. RWA는 단순한 기술적 수단이 아니다. 자산의 소유 구조를 재정의하고 부의 분배 방식을 혁신하는 도구다. 부산의 거대한 항만이, 그리고 새로 지어질 신공항의 활주로가 디지털 토큰을 통해 시민들의 자산으로 연결될 때, 부산은 비로소 명실상부한 글로벌 디지털 금융 도시로 도약할 것이다. 이제 ‘무엇을 쪼갤 것인가’에 대한 답은 명확해졌다. 작고 사소한 자산에서 벗어나 도시의 뼈대를 이루는 거대한 자산에 디지털의 숨결을 불어 넣어야 할 때다.
[시론] 2028년 유엔해양총회, 부산서 개최하자
지난해 12월 10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2028년 유엔해양총회(UNOC) 개최국이 대한민국으로 확정된 것이다. 190여 개국 정상과 해양 전문가 1만 5000여 명이 모이는 이 총회는 ‘해양 올림픽’이라 불릴 만큼 상징성과 영향력이 크다. 이제 다음 과제는 국내 개최 도시를 정하는 일이다. 해양수산부는 공모를 거쳐 올해 상반기 중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유엔해양총회 개최지는 단순히 국제회의장을 제공할 도시를 선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 총회는 인류가 직면한 해양 문제를 논의하는 글로벌 정책 플랫폼인 만큼, 개최 도시는 대한민국이 어떤 해양 국가이며 어떤 미래 해양 질서를 지향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부산은 가장 설득력 있는 선택지다. 대한민국 해양 경제의 중심이자 정책과 산업, 지식이 집적된 도시가 바로 부산이기 때문이다. 최근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해양 행정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수도권 중심이던 해양 정책의 축이 실제 해양 산업이 작동하는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정책과 실행의 간격이 크게 좁혀졌다. 이는 부산이 사실상 국가 해양 행정의 중심 도시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부산의 가장 큰 강점은 높은 수준의 해양 지식과 인프라다. 한국해양대와 부경대 등 국립 해양 특성화 대학을 비롯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핵심 국책 연구 기관이 밀집해 있다. 정책·연구·교육이 한 도시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드문 해양 지식 생태계다. 산업 기반 또한 세계적 수준이다. 부산항은 글로벌 환적 허브이자 국제 물류의 핵심 거점이며 해운·조선·해양 서비스 산업이 긴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스마트 항만과 친환경 선박, 해양 바이오 등 미래 해양 산업도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APEC 정상회의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 대형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MICE 인프라도 잘 갖추고 있다. 부산은 또한 북극항로 시대의 전략적 거점이다. 기후변화로 열리는 북극항로는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다. 2028년 유엔해양총회는 부산이 첨단 해양 산업을 선도하는 ‘북극항로 허브‘임을 세계에 보여줄 중요한 무대가 된다. 부산은 오랫동안 스스로를 ‘해양수도’라 불러왔다. 그러나 그것이 국내적 슬로건에 머문 측면도 있었다. 해양 산업과 지식 기반은 충분했지만, 세계 해양 정책 논의의 중심이자 해양 설루션(Ocean Solution)의 도시로 인식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유엔해양총회의 부산 개최는 의미가 크다. 해양수도라는 이름이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위상으로 확인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10월에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주도하는 세계 해사의 날 기념행사가 부산항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애초 서울 개최 예정이었으나 해수부 이전과 함께 부산으로 옮겨졌다. 전 세계 170여 개국의 장관급 인사와 해양 리더들이 부산을 찾는다. 이는 부산이 이미 국제 해양 거버넌스의 주요 무대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다만 아쉬움도 있다. 세계의 해양 리더들이 부산으로 모이는 이 시점에 정작 부산의 상징적 해양 공간인 북항 재개발은 지극히 지지부진하다. 북항 재개발은 단순한 도시 개발이 아니라 부산이 세계 해양도시로 도약하는 상징적 프로젝트다. 반복된 청사진과 구호만으로 도시의 미래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시민들에게 오히려 희망 고문만 남길 뿐이다. 이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실행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부산의 해양수도 위상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인정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해수부 이전에 이어 6개 해양수산 공공기관과 HMM 등 해양 기업들의 부산 이전도 뒤따를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올해 10월 세계 해사의 날 행사에 이어 2028년 유엔해양총회가 부산에서 열린다면, 부산은 명실상부한 세계 해양수도로 세계인들에게 각인될 수 있다. 동시에 K해양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 전기가 될 것이다. 유엔해양총회 개최 도시 결정은 지역 경쟁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문제다. 해양 정책·산업·지식 역량이 집적된 도시, 바다와 함께 성장해 온 도시가 그 무대를 맡아야 한다. 바로 부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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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 가리고 나서…” 부산시, 퐁피두 계약 또 연기
빵값 내리자 손님도 복지 시설도 빵긋
부울경 의과대학정원 121명 늘어난다…지역의사제 적용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예타 통과 등 3개 시도 협업 결과물 [부울경 경제동맹 추진 성과]
4번타자 한동희 이탈…시범경기 1위에도 머리 아픈 롯데
믿을 건 ‘괴물’ 뿐…WBC 8강 도미니카전 류현진 선발 등판
도미니카는 강했다, WBC 2라운드 한국 0-10 콜드패
KBO 최고 연봉은 두산 양의지, 롯데 최고액은 박세웅
‘포켓몬 데이’로 롯데 홈 개막 시리즈 열린다
160km 직구·신인 패기, 롯데 승리 지킨다
롯데 내야는 치열한 경쟁 중, 빈 자리 노려라
롯데 경기 예매 올 시즌엔 ‘2~3주 전’부터 하세요
이강인 17분 뛴 PSG, 챔스 8강행
‘별들의 전쟁’ 코리안 더비 성사될까
농구장 없는 부산 동주여중 농구부, 소년체전 값진 은메달
돌아온 야구의 계절, 12일부터 시범 경기 ‘플레이 볼’
한고은♥신영수, 근황 궁금했는데…남편 나이·집안·직업은?
김미화 재혼 남편은 윤승호 교수…발달장애 아들은 가슴으로 낳은 자녀
배명호 결혼, 오는 11월 9일 미모의 일반인 여자친구와
'억'소리 나는 신혼집 클라라, 아버지는 '원조 한류스타' 코리아나 이승규
'생활의달인' 은둔식달 찹쌀떡, 종로 60년 전통 떡집 최고의 인기메뉴
순우리말 두루치기 뜻? 여러 방면에 능통 팔방미인…'오빠는 풍각쟁이야' 최초의 디스곡(옥탑방의 문제아들)
이대로 묻히긴 아깝다…잘 만든 킬링타임 영화 ‘랜드 오브 배드’ [경건한 주말]
'6시내고향' 가정식 백반, 을지로 주교동 방산시장 단군나라…40년 전통(고향노포)
'2TV 생생정보' 직화닭불고기&닭다리백숙(닭불백숙), 청송 신촌식당(45년 전통)…전설의맛(생생정보통 맛집오늘)
소찬휘 'Hole Me Now(홀드 미 나우)' 화제, 가사는?
박명수, 일본 일침 '글로벌 시대에 유치한 행동'
'결혼' 클라라, '원조 한류스타 父' 코리아나 이승규와 다정한 모습
“부산·대구시장 경선에 이견”… 이정현 국힘 공관위원장 사퇴
李대통령 '팔자 고치는 데는 로또보다 확실히 쉽다'…주가조작 신고 독려
전재수 “사람의 관점에서 경선해야”… 부산시장 예비후보 합류
“해양수도 부산 완성” 전재수, 부산시장 출마 선언
'빨간 점퍼 입기 겁난다' 국힘 후보들 아우성
지방선거 최초 ‘대선주자급 부산시장’ 탄생 여부도 주목
국힘, 박형준 컷오프 검토… 개혁 하랬더니 ‘개악’
한동훈 출마 여부 따라 여야 ‘부산 북갑 카드’ 달라진다
지지율 17%에 PK도 비상… 국민의힘 경남 의원들 ‘긴급 회동’
국힘 공관위, ‘박형준 컷오프’ 소동 하루 만에 “부산시장 후보 경선”
부산시장 경선, 주도권 경쟁 ‘점화’
김어준 “고소·고발 무고죄로 맞대응”… 책임 여부엔 선 그어
선박 수주 늘자 작업장 부족…관세청 '장외 작업도 관세 유보'
부산시민공원 주변 재정비 사업 ‘본궤도’
카카오뱅크 한때 접속 불가… 대기 10만 명·대기시간 3시간 이상
‘최고가격’ 시행 첫날 기름값 하락 지속…L당 부산 휘발유 5원↓·경유 7원↓
[단독] 이마트 직원, NCT 재민 상품권 꿀꺽…신세계그룹 “죄송, 내부 조사중”
팰리세이드 ‘시트 접힘 사고’ 예고된 인재였다
'이란 공습 최대 수혜 기업' 외신 주목한 ‘장금상선’
서부산 행정타운 기술심의 태영건설 컨소 1위
현대차, 美사고에 팰리세이드 판매 중단…고객 사과
양 공항공사·가덕도공단 통합론 급부상
“성과급 4.5억 달라”…노조 요구에 삼성 ‘DS·DX 두 회사’ 우려
주가 뛰자 떠난 개미…‘국민주’ 삼성전자 100만 명 이탈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16일(음 1월 28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17일(음 1월 29일)
구포국수, 면면히 이어져 온 음식이자 미래의 유산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13일(음 1월 25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14일(음 1월 26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15일(음 1월 27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18일(음 1월 30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20일(음 2월 2일)
다 큰 어른들이 왜 ‘건담’에 빠지는 걸까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19일(음 2월 1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21일(음 2월 3일)
지금 광화문은 온통 BTS!…일대 'BTS 효과' 기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