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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형준 ‘삭발 투쟁’ 지방선거 쟁점 떠오른 글로벌허브법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글로벌법)이 6·3 지방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3일 국회 앞에서 삭발까지 감행하며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이 법은 부산을 국제 물류·금융 중심의 자유 비즈니스 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부산을 싱가포르나 상하이, 두바이와 같은 글로벌 허브 도시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이지만, 정작 국회에서는 2024년 5월 발의 이후 2년 가까이 심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박 시장은 여당을 향해 “국가와 부산의 미래가 달린 법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역단체장의 삭발이라는 극단적 선택은 사안의 절박성을 드러낸다. 이와 맞물려 법안을 공동 발의한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곧바로 SNS를 통해 24일 원내 지도부와 만나 법안 처리를 매듭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의원과 박 시장은 6·3 지선을 앞두고 여야 부산시장 유력 후보들이다. 전 의원은 오늘 국회에서 한병도 원내대표,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 윤건영 간사 등과 공개 면담을 갖고 글로벌법 상정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마침 같은 날 행안위 법안 1소위원회에서는 해당 법안의 상정 여부가 논의될 전망이다. 박 시장의 삭발 투쟁과 전 의원의 담판 시도가 맞물리며 글로벌법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력과 책임성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부상한 셈이다. 글로벌법은 2024년 5월 부산 지역 국회의원 18명 전원이 공동으로 참여해 여야 협치 1호 법안으로 발의된 바 있다. 그렇기에 현재 이 법안은 정부와 정치권 사이에 기본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법안은 발의 과정에서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 사전 협의를 거쳐 마련됐고, 정부 역시 남부권 혁신거점 구축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필요성을 인정해 왔다. 국회 검토보고서에서도 신속한 입법 필요성이 언급된 바 있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글로벌법은 특정 정당의 정책이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동 과제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법안이 장기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지역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박 시장은 ‘민주당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전 의원은 당 지도부와의 공개 면담을 통해 법안 처리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법은 더 이상 정치적 공방 속에 머물 사안이 아니다. 여야가 성과를 다투는 사이, 법안 처리가 지연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이제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라 국회의 결단이다. 과거 부산에서는 글로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에 약 160만 명이 참여하며 지역의 기대와 요구가 분명히 표출된 바 있다. 수년간 축적된 논의와 시민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정치권 전체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산의 미래를 둘러싼 선택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사설] 1500원대 천장 뚫은 환율, 금융시장 위기관리 ‘발등의 불’
한국 경제가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마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여파로 코스피도 급락하는 등 우리 경제가 위기 상황을 맞았다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환율 1500원 시대가 사실상 뉴노멀이 되면서 고환율, 고물가, 저성장이라는 3중고에 따른 파장도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다가 실물경제 곳곳에선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아우성도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중동 전쟁이 장기화 양상으로 치닫는 등 불확실성도 증가하는 중이다.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 근본 체력을 크게 저하시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종가는 1517.3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10일 장중 1561원까지 오른 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18일 1505원을 기록, 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한 것을 시작으로 20일에도 1506.5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은 미국·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이란이 원유 수송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안전 자산인 달러 가치가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환율 추가 상승 여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에너지와 원자재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중동 전쟁으로 브렌트유 가격도 이미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항공업계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비닐 포장재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들썩이는 물가 때문에 가계 부채 부담과 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금융시장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이다. 다행히 현재 우리 경제 체질은 2009년보다 훨씬 강하다. 하지만 파장이 확산되지 않도록 환율 상승에 따른 경제 불안 요소를 조기에 안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정부는 이번 기회에 원화 약세의 근본 원인을 정밀하게 진단하는 등 우리 경제에 대한 적극적인 체질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대외적인 요인과 별도로 한국은행이 그동안 금리를 내리고 시중 통화량을 과도하게 늘린 것도 환율 상승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여당과 정부 등이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해 100조 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과 25조 원 규모의 추경을 추진하더라도 핀셋 처방을 통해 돈 풀기가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치권도 개인투자자와 기업이 달러를 국내로 갖고 오도록 독려하는 ‘환율안정 3법’ 처리를 최대한 서두르는 게 마땅하다.
[사설] 중동 전쟁 격화, 부울경 지역 경제 전방위 피해 확산
중동 전쟁이 점점 장기화의 수렁에 진입하는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에서의 군사작전 축소 방안 검토 발표 하루만에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 불응시 이란 발전소 초토화를 공언하면서다. 이에 따라 전쟁 초기부터 우려돼 온 국내 경제에 대한 심각한 타격이 본격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전쟁의 포화 속에 중동발 뱃길이 끊어지면서 원료 부족이 현실화하자 부울경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석유화학·철강 등 관련 업체들은 감당 못할 피해 앞에서 신음하는 중이다. 피해는 기업체에만 머무르지 않고 물가를 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해 서민들은 기름값 폭등에 이어 밥상 물가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 됐다. 동남권 지역의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와 에틸렌 등 원료 공급 차질로 인해 실제로 저조한 공장 가동률를 나타내고 있다. 울산에 공장을 둔 대한유화는 중동산 나프타 대신 미국산으로 수입처 다변화에 일찌감치 나섰으나 물량 확보가 저조해 최근 공장 가동률이 70% 수준으로 떨어졌다. 나프타 뿐만이 아니라 에틸렌 수급도 중동발 공급선이 끊어지다시피 하면서 동남권 자동차부품·조선업이 연쇄적 타격을 입는 중이다. 그나마 선제적 물량 확보가 가능했던 대기업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동남권 제조업의 ‘잔뼈’ 역할을 해 온 중소 조선사들은 이대로라면 공장 셧다운을 고려해야 하는 실정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중동 전쟁의 여파는 제조업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부산지역 경제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고 있는 관광과 유통을 비롯해 수산업까지 휘청거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항공유 급등으로 에어부산이 내달 국제선 3개 노선 운항을 포기하는 등 극도 긴축은 일상이 됐다. 잇따른 여행 취소 등으로 여행업계가 생존 위기에 놓이는가 하면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업계도 고객 감소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수산업계는 선박가스오일 가격이 최근 100% 넘게 오르자 참치업계를 필두로 원양조업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따라 참치·명태·오징어 등 원양어업 의존도가 높은 어종의 가격 급등에 따른 소비자 물가 인상도 우려된다.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전쟁 양상이 계속된다면 비상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대비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특히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는 동남권 석유화학·조선업 등의 산업군에 대한 지원책을 이제부터라도 고려해야 한다. 지자체도 지역업체의 가동률 조정 등과 연계한 고용안정책 등을 선제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교통비를 비롯한 각종 물가의 상승은 결국 사회 취약층에 더 큰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에 대한 지원책도 빠트려선 곤란하다. 단기적으로 유가와 물가의 충격을 잡고 장기적으로 에너지 안보의 재편까지 아우르는 지자체와 정부의 ‘2인3각’ 정책이 시급하다.
'국민 실속 고등어'
고등어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생선이 있을까. 입맛에 따라 최애 생선은 다를 수 있지만, 굵은 천일염 척척 뿌려둔 손바닥 두세 배 크기의 고등어를 연탄불이나 후라이팬에 구워낸 고등어 구이, 그걸 마다할 사람은 없다.고등어는 구이, 조림, 찌개, 회 등으로 요리해 먹는다. 조선 광해군 때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고등어를 두고 “동해에서 나는데 내장으로 젓을 담근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물론 고등어 내장젓은 귀해 통영 욕지도 같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먹는다. 귀한 걸로 치자면 고등어회도 으뜸이다.그래도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고등어 요리는 역시 구이와 조림이다. 부산 남포동 뒷골목에 줄지어 영업했던 고갈비집의 추억이나, 안동 ‘간고등어’를 맛있게 기억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무와 감자를 깔고 토막 썬 고등어에 갖은 양념을 올려 졸인 고등어조림과 김치와의 조합이 일품인 고등어찌개도 빼놓을 수 없다.고등어가 대중에게 널리 소비된 것은 20세기 초 근대식 어로 기법이 보급되면서부터다. 고등어는 연근해에서 멸치 다음으로 많이 잡히고 값도 싼 편인 데다 영양 성분도 우수하다. 특히 남해 이남에서 잡히는 참고등어는 지방이 많아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그런데 요즘엔 예전만큼 큰 사이즈의 고등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집에서 생선 요리를 직접 해먹는 일도 줄었지만, 문제는 ‘우리가 사랑했던 그 큼직한 고등어’가 마트나 시장에 나오지도 않는다는 거다. 수십 년간 이어진 기후변화로 국내 연근해 수온이 꾸준히 상승했고, 씨알 굵은 고등어는 점점 잡히지 않는다.2000년대 이후에는 국내 연근해 고등어만으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수입돼 우리 식탁에 올랐다. 맛이 미묘하게 달랐지만 크기만큼은 안도감을 줬다. 그런데 이마저 지난 1월 노르웨이가 고등어 어획 쿼터를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인다고 발표하면서 수출 물량이 급격히 적어지고 가격도 올라버렸다.해양수산부가 이달 말부터 대형 마트에 300g 내외의 소형 고등어를 ‘국민 실속 고등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해수부 직원들의 블라인드 시식회에선 크기 차이에 비해 맛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과연 국민 실속 고등어는 소비자 선택을 받을까. 한 젓가락에 가득 잡히던 뽀얗고 통통한 고등어 살은 이제 기억 저편으로 떠나보내야 하나. 아쉬움만 가득하다.김경희 해양수산부장 miso@
논설주간/상무이사
강윤경
수석논설위원
김승일
논설위원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강윤경 칼럼] 부울경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6·3 지방선거 부울경 시도지사 대진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부산시장은 여야가 경선으로 후보를 정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재수 의원과 이재성 전 시당위원장 간 대결로 가닥이 잡혔다. 국민의힘은 박형준 시장의 3선 행보에 주진우 의원이 도전장을 던진 상황에서 다음 달 11일 최종 후보 결정을 놓고 경선을 벌인다. 울산시장은 국힘 김두겸 시장과 민주당 김상욱 의원이 맞대결을 펼친다. 경남도지사는 국힘 박완수 지사와 민주당 김경수 전 지사의 전현직 매치가 성사됐다. 이밖에 부산시장에 개혁신당 정이한 대변인, 울산시장에 진보당 김종훈 전 동구청장, 경남지사에 진보당 전희영 후보가 출사표를 던져 거대 여야 대결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부울경이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이들 후보에 대한 전국적 관심도 뜨겁다. 전통적 보수 텃밭인 PK 정치 지형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상승세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둘러싼 국힘 내분으로 급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부산시장 선거전은 박형준 현 시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재수 의원에 열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주진우 의원과 까다로운 당내 경선도 거쳐야 한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으로 지역 민심이 들썩이는 가운데 당의 분열이라는 내부 적과도 싸워야 하는 힘겨운 국면이다. 박 시장이 23일 국회에서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며 삭발 투쟁에 들어간 것도 이런 위기의식에서다. 평소 삭발하고 단식하는 자해적 행위에 부정적이었던 그였지만 부산 발전의 발목을 잡아 온 게 민주당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전재수 의원은 해수부 부산 시대를 연 첫 장관이라는 상징성과 업무 추진력에 힘입어 압도적 여당 후보로 부상했지만,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이 큰 변수다. 사법 리스크에도 탄탄한 지지세를 믿고 정면 돌파를 선택했지만, 수사 상황에 따라 표심이 어떻게 요동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울산시장은 김두겸 현 시장의 시정 연속성과 안정 기대감을 김상욱 의원이 변화의 바람으로 어떻게 흔들지가 관전 포인트다. 2024년 총선에서 국힘 후보로 당선됐던 김 후보가 12·3 비상계엄을 거치면서 당적을 바꾼 후 당내 경선을 뚫고 집권 여당 울산시장 후보에 올랐다는 자체가 지역 정치 지형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경남지사 선거는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후 처음으로 열리는 전현직 시도지사 대결이다. 경남지사는 탄탄한 행정 경험을 내세운 박완수 현 지사와 지방시대위원장을 지낸 김경수 전 지사가 팽팽한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빅매치’로 부상했다. 김 후보는 지역 주민이 땀 흘려 이룬 성장의 과실이 경남 밖으로 빠져나가는 ‘외화내빈’의 상황이라며 공격의 포문을 열었지만 스스로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으로 도정 공백을 초래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아킬레스건이다. 현재는 여당 후보들이 여론조사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전통적 보수 지지세가 만만찮았던 게 앞선 선거의 결과였다. 이번 선거에서 PK가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그런 학습효과 때문이다. 격전 상황이 후보들에게는 피를 말리는 일이지만 지역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지역 발전을 놓고 벌이는 후보들의 치열한 경쟁이 반갑다. 특히 이번 선거가 지역 소멸 위기를 반전시킬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 때문에 더 그렇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통합의 리더십이다. 수도권 일극을 극복하려면 힘을 합해야 한다. 부산, 울산, 경남을 갈라치는 ‘우물 안 개구리’ 식 리더십으로는 공멸을 면하기 어렵다. 해양수도권, 가덕신공항, 우주항공청, 수소 산업생태계, 제조업 AI 전환 등은 부울경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할 미래다. 다행히 여야의 시도지사 후보들도 시기와 방법론에서 일부 차이를 보이지만 부울경 통합의 대의에 같이한다. 주민 의사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지역민의 여론 또한 단체장이 어떤 리더십과 비전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의 초기 부정적이던 여론도 숙의 과정을 거치자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지역민의 부울경 통합 열망을 가로막은 것도 따지고 보면 단체장들의 정치적 이해 다툼이다. 성장 잠재력 한계에 갇힌 대한민국을 구할 유일한 길은 수도권과 같은 광역경제권을 비수도권에도 만드는 일이다. 그 중심에 부울경이 있다. 중앙정부가 권한과 자원을 지방정부에 전향적으로 이양하고 지역은 힘을 합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의 시대정신이 통합과 분권이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선거를 통해 부울경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단체장들이 나오고 국가의 미래를 이끌 리더로 부상하는 모습을 유권자들은 보고 싶다. 강윤경 논설주간 kyk93@busan.com
[안상욱의 글로벌 산책] 중동발 위기가 기회 될 수 있을까
집 주변 공원을 산책하다 보니 이미 벚나무에서 벚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계절의 흐름은 봄으로 향하고 있다. 그런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는 혹한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이후 중동 전역에 전쟁의 불길이 치솟았다. 2월 27일 배럴 당 67달러였던 국제 유가는 배럴당 119달러까지 상승했었고, 이후 IEA 회원국들은 원유 공급 차질 우려를 해소하고자 4억 배럴 수준의 비축유를 긴급 투입해서 유가 급등을 겨우 막았다. 중동발 위기로 세계는 또다시 ‘에너지 안보’라는 오래된 과제 앞에 서 있다. 그런데 이번 위기가 과거와 다른 점은, 우리가 이미 이 문제의 답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공습은 단순한 국지적 충돌을 넘어, 현재 이 해협을 통과하던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선박 보험료가 급등하고 물류 경로 우회에 따른 추가 비용이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도돌이표 같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 유럽은 러-우 전쟁 때 구조적 전환 우리도 체질 바꾸는 노력 기울여야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의 불안정성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다. 에너지 수송 경로의 위기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충격은 일시적 변동을 넘어 장기적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확산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동시에 주요 수입국 간 에너지 확보 경쟁이 심화하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국내 원유 수입량의 70%를 중동산이 차지한다. 원유 수입이 막히면 석유화학 공장이 멈추고, 제조업 전체가 연쇄 타격을 받으며, 수출 기업들의 운송비 부담도 치솟는다. 우리 정부도 결국 원유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하며 비축유 방출과 강제 에너지 절약 카드를 꺼내 들었다. 1991년 걸프전 이후 처음으로 차량 부제 운행까지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은 이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웅변한다. 시선을 유럽으로 돌리면 흥미로운 대조가 눈에 들어온다. 유럽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를 거치며 이미 혹독한 수업료를 치렀다. 그 결과물이 바로 REPowerEU다. REPower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2030년 이전에 단계적으로 완전히 퇴출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EU가 발표한 친환경 전환 가속화 계획이다. 2027년까지 2100억 유로가 투입되는 REPowerEU 계획의 핵심은 에너지 절약,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이다. REPowerEU 추진 이후 러시아산 가스 수입 비중은 2022년 45%에서 2025년 13%로 대폭 감소했다. 이번 중동 위기로 EU는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동 위기로 화석 연료 의존도의 취약성을 재확인한 EU는 2030년대 초 SMR(소형모듈원자로) 가동을 목표로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해 2억 유로 규모의 보증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EU의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위기는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단, 그 계기를 잡는 국가와 흘려보내는 국가의 운명은 갈린다. 사실 에너지 다변화의 필요성은 1970년대 오일쇼크 때부터 반복해서 제기돼 왔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되풀이되었지만, 에너지 공급구조 다변화는 지금까지 구호에만 그쳐왔다. 이제 우리에게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와 같은 대체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여기에 더해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사회적 합의다. 에너지 전환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적 변화이기 때문에,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될 수 있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산업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에너지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비용 부담과 이익을 공정하게 분담하는 사회적 합의도 필수적이다. 결국 에너지 안보는 기술이나 자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의지와 선택의 문제이다.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미래 산업 구조와 경제 안보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중동 정세 불안이 한국에게 던지는 과제는 단기적인 위기 관리를 넘어, 장기적인 경제 안보와 산업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EU가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를 REPowerEU라는 구조적 전환의 계기로 삼았듯, 한국도 이번 중동발 충격을 에너지 체질을 바꾸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위기는 반복된다. 그러나 위기에서 배움을 얻는 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갈 수 있다.
[데스크 칼럼] 뉴이재명은 ‘보수’인가
2004년 5월 29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1980년대 운동권 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열린우리당) 17대 총선 당선자의 만찬에서 80년대 학번 운동권 출신 당선자 30여 명이 이 노래를 선창하자 노무현과 다른 참석자들도 모두 따라 불렀다. 보수 진영에서는 난리가 났다. 급진적인 개혁과 국가 체제의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어르신들은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지금은 국가가 주관하는 5·18 기념식에서 제창하는 노래지만 그때는 파격이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은 보수세력의 걱정만큼 급발진하지 않았다. 이라크 전쟁 파병을 결정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오히려 진보 진영으로부터 욕을 먹었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을 둘러싼 ‘부안 사태’는 진보를 내세운 노무현 정부의 생채기가 됐다. 152석의 과반 의석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개혁 정책을 관철시키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백팔번뇌’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여당 초선의원 108명의 진보 정체성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때가 덜 묻었던 원리주의자들은 실용 노선을 걸으려고 했던 노무현을 임기 내내 괴롭혔다. 그 때문인지 진보 지지층 내에서 발생한 균열로 노무현 국정수행 지지율은 집권 5년 차에 27%까지 폭락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때 자신이 ‘중도 보수’라고 주장했다. 외연 확장을 위한 선거 전략의 하나로 이해됐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까지는 실용주의 정책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미국과 일본을 중시하는 외교 노선, 검찰 개혁 과정에서 불거진 강경파들의 주장을 ‘외과 시술적 교정이 유용하다’는 논리로 뚫어 나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며 “검찰 개혁이든 노동·경제 개혁이든 언론 개혁이든 법원 개혁이든 그 무슨 개혁이든 그래야 한다는 게 제 생각”(3월 9일 X 메시지)이라고 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화두로 들고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마약범죄·공직부패·보이스피싱·부동산 불법 행위·고액 악성 세금체납·주가조작·중대재해 등을 ‘7대 비정상’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비정상적인 요소를 정상화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는 “국가정상화위원회라든지 일종의 팀을 만들어 ‘비정상의 정상화’ 사업을 각 부처 단위로 주요 과제를 뽑아 종합해서 한번 해보면 어떨지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사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다녀온 직후인 2013년 8월이었다.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은 모든 정부 부처에 비정상 사례를 수집해 보고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은 그해 광복절 경축사와 이듬해 신년사를 통해 거듭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운영의 기조로 천명하면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다만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6년 총선 패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국정의 구심력을 잃고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빛이 바랬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누가 봐도 보수의 용어다. 진보 입장에서 비정상은 청산해야 할 적폐이지, 정상화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성향이나 습관을 바꾸긴 쉽지 않기 때문에 아예 교체해야 맞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굳이 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심정적인 저항감을 유발할 필요가 없다”, “실제 상황을 바꾸면 되는 것이고 결과가 중요하다”(3월 10일 국무회의)고 말한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런 실용주의적 노선을 추종하는 ‘뉴이재명’ 그룹이 태동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이 노선을 추구한다면, 뉴이재명 세력은 그때까지 든든한 지원군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진짜 보수인지 실용적 진보인지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 명확해질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대통령의 진의가 드러나기 전까지 보수정당임을 내세우는 국민의힘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석호 정치부 선임기자 psh21@busan.com
[노트북 단상] “뭐 하고 놀아야 해?” 부모에게 묻는 아이들
지난해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 딸이 입학했다. 자기 덩치보다 큰 가방을 멘 자녀의 등하굣길을 함께하는 일은 생각보다 큰 보람이었다. 종이 울리면 운동장은 인조잔디 위를 뛰어다니며 깔깔대는 아이들로 금세 왁자지껄해졌다. 약 30년 전 초등학교에 다녔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시간이 지나도 ‘동심’은 여전하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하교 풍경이 달라졌다. 아이들 손에 입학 선물로 받은 스마트폰이 하나둘 쥐어지기 시작하면서 운동장 한쪽이 눈에 띄게 조용해졌다. 친구의 얼굴을 마주 보기보다 각자 화면을 들여다본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서로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스마트폰만 보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요즘 아이들은 심심할 틈이 없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의 동선과 학원 출석을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주는 마음이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연락 수단을 넘어 가장 중독적인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친구를 기다리는 빈틈, 학원이나 집으로 가는 잠깐의 시간까지 작은 화면이 차지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현실 세계에선 ‘과잉보호’, 온라인 세계에선 ‘과소보호’로 요약된다. 놀이터에 나온 7~8세쯤 돼 보이는 아이가 엄마에게 “뭐 하고 놀아야 해?”라고 묻는 장면은 낯설고도 충격적이었다. 부모가 빽빽한 학원 일정으로 아이를 빈틈없이 관리하면서도, 정작 아이가 들여다보는 화면 속 위험에는 너무나 무지하다. 국민을 경악하게 한 조주빈의 ‘n번방’ 사건 당시, 디지털 성착취 피해자 중 최연소는 만 11세 초등학생이었다.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온라인에서는 사실상 무방비로 내몰린 셈이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저서 ‘불안 세대’에서 스마트폰이 청소년 정신건강을 구조적으로 악화시킨다고 경고한다. 특히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후 10대 여자 청소년의 우울증과 자살 충동 등 정신 건강 지표가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다. 과거 전쟁과 국가적 위기를 겪은 세대조차 오늘날 청소년에게서 나타나는 수준의 우울과 불안, 자해 충동을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자아가 형성되기 전 무분별한 스마트폰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위태로운 청소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현실은 학교 현장에서도 드러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0년 만에 학교 일과 중 휴대전화 수거·보관을 인권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을 바꿨다. 2014년 이후 관련 진정을 모두 인권침해로 인정했지만, 2024년 10월 전원위원회에서 8대 2로 이를 기각한 것이다. 사이버 폭력과 성 착취물 노출 등 휴대전화 부작용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학교 안에서조차 강력한 규율이 필요해진 현실이라면, 무방비 상태인 학교 밖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역시 더 이상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최근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 SNS 금지법’을 시행한 호주에 이어 영국, 덴마크 등 유럽 일부 국가들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거나 검토 중이다. 하굣길 운동장에서 사라져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아이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선택이, 정작 아이가 몸으로 부딪치며 배워야 할 세상을 작은 화면 속에 가둬버린 것은 아닌지.
[중앙로365] 봄, 아침 산책, 다중문화 생각
이란 전쟁의 비극이 계속하여 세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그래도 봄이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도 싫고, 여러 모순을 해결하고 삶의 조건을 개선해달라고 일어선 시위 국민을 ‘폭도’와 ‘순교자’로 동시에 내모는 이란 내 지배세력도 못마땅하다. 늪으로 빠져드는 이 비극을 딛고서 그래도 세계가 관용과 공존의 정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가속페달을 밟으며 밑으로 밑으로만 추락할 것인가? 뒤숭숭한 마음을 안고 아침 산책을 나선다. 그래도 때가 되면 꽃은 피고, 새는 노래하고, 물빛은 짙다. 부산 기장군 좌광천을 따라, 저수지를 지나, 대천사로 오른다. 유리 나기빈(1897~1975)의 소설 제목에서 따서 내가 ‘어두운 참나무’라고 부르는 아름드리 벚나무가, 지석골을 굽어보며 오늘도 우뚝하다. 저 밑동에선 다시 온갖 벌레와 유충들이 우글거릴 거고, 쌀알같이 잔잔한 저 꽃망울들 위에 산들바람이 한 번만 더 불면 지나가는 고양이의 잔털에도 봄 향기가 짙겠다. 나뭇등걸에 앉아서 어제 일을 되돌아보며 멀리 아른아른한 청거북의 등에 괜히 시선을 던져본다. 밖은 전쟁으로 아우성인데, 이 안은 무릉도원이다. 평화로운 물소리, 새소리에 귀를 대며 어슬렁어슬렁 절 안으로 들어간다. 올 적마다 느끼는 거지만, 봄날이 오니 더한 것 같다. 다른 고향과 다른 문화적 배경을 안고 여러 이질적인 요소들이 봄빛의 따스한 치마 안에서 서로에게 녹아들어 있는 느낌을 준다. 일주문 안쪽에는 왕방울 눈을 부릅뜬 인도 수미산 중턱에서 온 두 명의 사천왕 아저씨가 보초를 서 있고, 중앙아시아의 12지신, 낙태되거나 물에 빠져 죽은 어린아이의 영혼을 구제한다는 일본풍의 수자(水子)령 지장보살이 마당의 돌부처를 지키고 있다. 동남아시아 절의 관욕(灌浴) 문화, 중국 왕실의 전각과 처마, 조선의 왕들이 다닌 길을 이어받은 법당 중앙의 어간(御間), 산신각에서 뛰어나오는 수천 년 묵은 신령과 호랑이도 있다. 용왕, 칠성님, 돌 할미,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우리 불교만의 나반존자 등도 이 작은 절간의 주인들이다. 뜯어보면 여러 국적의 여러 문화가 한 공간에 있고, 한국 문화라고 해도 민중문화, 양반문화, 궁중문화 등 지층이 다양하다. 포토존을 표시한다고 그랬는지, 홍문관을 연상시키는 저 옥당(玉堂) 벽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리스 올림포스산에서 온 듯한 서양 천사의 하얀 날개가 그려져 있었다. 말하자면, 능청스럽다. 서로 낯설었을 상징과 표상들이 여러 사연을 안고 극동의 이 동쪽 끝에 모여 독특한 하모니를 내고 있다. 오랜 세월 부딪히며 하나의 둥그런 만다라를 이루었으면서 본래부터 근원이 하나인 듯이, 처음부터 한 가족이었던 듯이 천연덕스럽다. 오늘을 기준으로 굳이 역산해 본다면, 372년 고구려 소수림왕 때 전진의 순도 화상이 처음으로 한반도에 불교를 전한 이래 이 다색의 자연스러운 공간이 만들어지는 데 무려 1700여 년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한 번이면 족하지, 또다시 그만한 세월을 기다려서 우리 사회를 다(多) 지층화, 다 음성화할 순 없을 것이다. 전술 전략을 잘 세우고 생활 속에서 철저하게 실천하여, 다시 하나 되는 시간을 인위적으로 크게 앞당겨야 한다. 그런데 이런저런 상념도 잠시, 점차 확전 되는 미국-이란 전쟁이 블랙홀이 되어 모든 걸 삼키고 앗아가 버린다. 시인 세르게이 예세닌(1895~1925)의 예언대로 이 찬란한 봄기운, 뭇 생명의 부활, 문화 결합과 용융의 에너지마저도 저 거대한 악과 욕망 앞에선 그저 속수무책인 걸까? 결국은 물질 문명과 전체주의의 검은 쇠 손바닥이 우리의 작은 생명의 노래, 화합의 노래를 영원히 걷어가 버리고 말까? 이 악다구니에도 결국은 끝이라는 게 있을 건데, 그 끝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걸까. 어둑어둑 저수지에 산 그림자가 비쳐들고, 물소리도 잦아졌다. 거북이들도 물 구슬을 뚫고 용궁으로 뛰어든 지 오래다. 내려오는 길에 다시 만난 ‘어두운 참나무’, 오늘도 귀갓길을 잊고 한 소년이 흙바닥에 앉아 나무 밑동을 열심히 살피고 있다. 다중문화란 결국 생명 존중, 존재 간의 연민을 말할 것이다. 어제와 다른 빛깔과 다른 움직임의 오늘, 저 소년은 아침 등굣길에 그랬던 것처럼 돌아갈 때도 주변의 모든 사물과 생명의 변화에 일일이 반응하고 감탄하다가, 아마도 밤이 늦어야 집으로 돌아가리라. 러시아 숲엔 늑대와 곰이 우글거리는데 겁도 안 나는지…. 40리 밖 학교에선 사범대학을 갓 졸업하고 이 시골 학교에 부임한 새내기 선생님이 안절부절못하며 소년의 무사 귀가를 기도하고 있을 테고, 시커먼 언덕을 한참 오르내려야 나오는 소년의 통나무집에선 오늘도 홀어머니가 아들 녀석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편집국에서] 국민의힘, 부산 없이 선거 치르겠단 건가
6·3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부산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을 향한 근본적인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선거 승리를 준비하는 정당이라기보다, 패배 이후를 염두에 둔 조직처럼 보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박형준 부산시장 경선 컷오프 논란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한차례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당 지도부로부터 공천 관련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선언과 함께 복귀했고, 곧바로 현역 시장 컷오프라는 초강수를 밀어붙였다. 이 장면이 보여준 것은 후보 간 유불리를 떠나 명분과 상식의 붕괴였다. 후보 난립으로 사전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고, 사법 리스크나 중대한 도덕성 논란이 제기된 것도 아니다. 박 시장의 시정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산업은행 이전과 부산 글로벌허브 특별법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듯 민주당의 반대와 의도적 처리 지연이 그의 시정 구상 실현 동력을 꺾어 놨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전략적으로도 패착이라는 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현재 판세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에게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일수록 당내 경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경선은 단순한 후보 선출 절차가 아니라 조직을 재정비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컨벤션 효과’를 만들어낼 거의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두 후보의 정치적 조건을 고려하면 그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박 시장은 두 차례 시장 선거를 거치며 행정 경험과 선거 검증을 동시에 통과한 인물이다. 반복된 선거 과정에서 여러 논란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고, 중도 확장성 측면에서도 비교적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 반면 주 의원은 초선으로 행정 경험과 대형 선거 경험이 적고 조직 기반 역시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따른다. 강성 지지층 결집에는 강점이 있을지 몰라도 행정가로서의 역량이나 외연 확장이라는 과제에서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경선은 특정 후보를 위한 절차가 아니라 시민들이 후보의 행정 철학과 리더십, 도덕성을 검증할 최소한의 장치다. 동시에 패배 분위기를 반전시킬 마지막 동력일 수도 있다. 그 과정을 생략한 채 단수 공천을 밀어붙이겠다는 발상은 선거 전략 차원에서도 쉽게 납득되기 어렵다. 공천 방향이 당 전체 선거 전략과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이 위원장 개인의 돌출 행동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당 지도부와 일정 수준의 교감이나 공감대 없이 이런 결정을 독자적으로 추진했겠느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으로 합동수사본부 수사를 받고 있는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전 의원이 유력 후보라는 점을 앞세워 단일대오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선거 경험과 조직력 등을 고려할 때 본선 상대는 박 시장보다 주 의원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 전략과 승리를 향한 절박함이라는 측면에서 국민의힘이 이미 지고 들어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심각한 생채기만 남긴 채 경선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장동혁 지도부의 노선 문제는 선거 전망을 한층 암울하게 만든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에서 분명한 절연 대신 모호한 기조를 유지하고, 극단적 성향 유튜버의 목소리가 내부의 절박한 자성과 쇄신 요구를 무력화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부산 보수의 역사적 정체성과도 거리가 있다. 부산 보수의 뿌리는 권위주의 권력과 결별하며 군부 정치의 잔재를 척결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강성 지지층이 추구하는 ‘윤 어게인’과는 결이 다르다. 이대로라면 부산의 중도층은 물론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는 많은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등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당 지도부가 선거 승리보다 이후 당내 권력 재편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이는 현장에서 뛰는 후보와 지지자들에게 치명적인 신호가 된다. TK(대구·경북)가 보수 지지의 중심이라면, PK(부산·경남)는 그 세력을 둘러싸며 변화와 혁신으로 외연을 넓혀온 지반에 가깝다. 이 지반이 무너지면 중심 역시 버틸 수 없다. 부산에서의 균열은 단순한 지역 선거 패배를 넘어서 보수 정치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쇄신은 구호가 아니라 결단에서 시작된다. 부산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국민의힘은 부산과 함께 선거를 치를 것인가, 아니면 부산 없이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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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용연부두서 지게차 사고…50대 여성 검수원 숨져
[단독] 살인 계획 위해 배달원 복장으로 수시로 아파트 드나들어 (영상)
[속보] 소방청 '대전 공장화재 국가소방동원령…다수 인명피해 우려'
[영상] '부산 현직 기장 피살 사건' 직장서 억눌린 분노 치밀한 계획범죄로
'이재모피자' 효과 …대청·광복동에 '피자거리' 생긴다
‘신’을 없애도 되겠습니까? ‘신해운대역’→‘해운대역’ 변경 추진
'픽시자전거 탄 중학생들 새벽에 소리 지르며 몰려다녀'…부모, 방임 혐의 입건
11경기 1패…롯데, 4년 만에 시범경기 1위 확정
시범경기 1위 롯데의 걱정 박세웅, 마지막 경기도 부진
MLB 개막전, 이정후 출격 준비 끝
‘포켓몬 데이’로 롯데 홈 개막 시리즈 열린다
믿을 건 ‘괴물’ 뿐…WBC 8강 도미니카전 류현진 선발 등판
4번타자 한동희 이탈…시범경기 1위에도 머리 아픈 롯데
롯데, 2026년 개막전 삼성과 맞대결
시범경기 4할 김혜성, 마이너리그에서 시즌 시작
KBO 최고 연봉은 두산 양의지, 롯데 최고액은 박세웅
부산아이파크 신바람 3연승… 2위 ‘우뚝’
월드컵에서 네이마르 못보나? 평가전 명단 제외
주말 2연전 쓸어 담은 롯데, 시범경기 1위 질주
강동원 주연 ‘설계자’에 역대급 혹평 쏟아지는 이유는 [경건한 주말]
'옥주부' 정종철 똑닮은 아들 정시후 '표정'…'근데 잘생겼다'
우창범·BJ열매 실검 등장 왜?… BJ케이·BJ서윤·마크·정준영 단톡방까지 강제 소환
방탄소년단(BTS) 지민·뷔, 한양사이버대 대학원 진학…막내 정국 제외한 6인이 동문
'박환희 저격' 빌스택스(바스코) 재혼 아내 글 재조명 '아들 몇 번이나 봤다고'
리마리오-만사마(정만호) 근황…'간간이 공연하며 지내'-'1인 방송 구독자 50명'
'결혼' 클라라, '원조 한류스타 父' 코리아나 이승규와 다정한 모습
최불암 나이 궁금? '한국인의 밥상' 담양 윤선도 강하주-임진강 물쑥-강원도 김치떡죽-서산 육쪽마늘…
로이킴 아버지에 쏠리는 시선…'장수 막걸리' 금수저 집안
'서민갑부' 화재&명품세탁 갑부, 관악구 신림동 워시웰…그을음과 탄 냄새로 찌든 옷을 새 옷처럼
‘열혈 학부모’ 된 배우 주민경 “엄마 마음 더 이해하게 됐어요”
'2TV 생생정보' 6000원 바지락 칼국수 무한리필 보리비빔밥, 인천 용현동 인하칼국수…리얼가왕(생생정보통 맛집오늘)
부산시장 경선, 주도권 경쟁 ‘점화’
'5월 1일 모두가 쉬자' 행안소위, 노동절 법정공휴일 지정안 의결
‘특별법 통과 해냈습니다’ 이 문구는 내 현수막에…전재수·박형준 치열한 ‘수싸움’
전재수 요청에 민주당 지도부 “부산 글로벌법 조속히 통과시킬 것”
박수영·오은택 만났지만 공천 갈등 평행선
국민의힘 부산시장 최종 후보 내달 11일 확정
결국 ‘부산 글로벌법’만 미루는 민주…전재수 “원내 지도부 만날 것”
초토화 데드라인 째깍째깍… 나토 “한·일 등 동맹국 결집”
[영상] 최대 격전지 부산, 글로벌특별법 통과에 사활
법적 대응·무소속 출마 거론…커지는 국민의힘 공천 갈등
부산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 라인업…동래·금정·서·수영·중구 경선
이번엔 까르띠에 시계 수리 의혹…전재수 ‘사법 리스크’는 여전
“외국인 잡아라” 부산 광안리에 팝업내는 현대백화점
회원제 리조트 ‘반얀트리 부산 해운대’ 10~11월 개장 ‘잰걸음’
석유화학업계 초비상… “다음 달까지 버티기 어렵다”
주가 뛰자 떠난 개미…‘국민주’ 삼성전자 100만 명 이탈
지방에 15년 이상 거주하면 공무원시험 3% 가산점 준다
운항하면 할수록 적자만… 원양어선 조업 ‘비틀비틀’
[르포] 금정산국립공원, 새단장 ‘한창’…“지역관광 연계해 생태관광 프로그램 우선 개발”
1000억 수혈에도 3월 급여 체불…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사활
노란봉투법 눈치?…사내하청 문전박대 제동 ‘포스코 주총’
“HMM, 올해 안 부산 이전해야” 부산 시민 75% 조기 이전 요구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 25일부터 의무 강화…민간은 ‘자율’
금양 공사 대금 미납 공장용지 경매 개시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20일(음 2월 2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21일(음 2월 3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22일(음 2월 4일)
부산교구 박재범 라파엘 신부 선종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19일(음 2월 1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24일(음 2월 6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25일(음 2월 7일)
세계인의 관심, 부산박물관으로 향하다
'의술로 지역 사회에 선한 영향력 전파'…사랑의 의사회 발기인대회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6년 3월 15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3월 16일(음 1월 28일)
잭팟 터뜨린 BTS 아리랑·장항준 왕사남…'K', 콘텐츠 원천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