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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거래소서 코스닥 분리해 서울거래소 만들겠다는 건가
청와대와 여권발 ‘코스닥 분리’ 구상으로 ‘금융중심지 부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코스닥을 분리해 별도 법인으로 두고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민주당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 제고가 명분이지만 한국거래소를 쪼개 탄생한 코스닥 거래소가 결국 서울에 본사를 두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도 한국거래소 본사가 부산에 있지만 코스피, 코스닥, 시장 감시 기능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에 이전된 기능을 회수한 서울거래소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부산은 국가 전략으로 금융중심지로 지정되어 있지만 항상 ‘서울 블랙홀’의 침식을 받아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의 설립이다. 서울에 또 하나의 거래소를 만드는 꼴이라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 코스닥이 별도 법인으로 나와 IPO까지 추진할 경우, 실질적 지배 구조와 정책 중심은 서울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부산에는 명패만 남고 기능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인력 유출, 수도권 쏠림, 정책 일관성 부족 속에서도 서울과 부산의 역할 분담이 유지돼 왔지만 코스닥이 분리되면 이 균형은 뿌리부터 흔들린다. 이는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국가 전략의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정부·여당의 금융개혁 취지에는 공감한다. 한국거래소의 수익률이 해외의 10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경쟁력에 취약하고, 특히 코스닥은 차별성·신뢰성 위기로 유망 기업이 미국 나스닥을 선호하게 만든 책임이 크다. 하지만 그 해법이 반드시 분리일 필요는 없다. 단일 거래소 체제에서도 상장·퇴출 기준 정비, 투자자 보호, 성장 단계별 시장 기능 강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이번 코스닥 분리 논의는 국가 정책 일관성과도 충돌한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강조한 ‘5극 3특’을 통한 지역 경제권 부흥 기조와 배치된다. 지역균형발전 기조를 외치면서 동시에 금융중심지 기능을 서울로 환원하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정부와 여당은 ‘금융중심지 부산’ 육성 원칙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경쟁력 제고가 진정한 목표라면, 그 출발점은 기존 금융중심지의 약화가 아닌 강화여야 한다. 넥스트레이드로 이미 서울에 대체거래소를 허용한 상황에서 코스닥을 분리해 별도 법인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부산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또 지주회사 전환은 2014년 좌초된 적이 있다. 시장 이원화에 따른 혼란, 거래 유동성 약화, 투자자 혼선이 문제였다. 한국 자본시장의 내실을 기하려면 분리 전에 신뢰와 기능 강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금융개혁이 필요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을 거스르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충분한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다.
[사설] 부전~마산선 6년 끌다 이제 와서 사고조사위 구성한다니
개통이 6년 넘게 늦어진 부전~마산 복선전철 건설사업에 대해 정부가 개통 지연 원인과 안전성을 독립적으로 확인하는 ‘사고조사위원회’를 운영한다고 한다. 사고조사위가 2020년 3월 부전~마산 복선전철 2공구에서 발생한 낙동 1터널 붕괴 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것이다. 사고가 난 지 6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사고조사위를 구성해 진상을 규명한다니 무슨 말인가. 그야말로 기가 막히는 ‘뒷북 행정’이다. 지역에서는 그동안 부전~마산선의 조속한 개통을 촉구해 왔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수도권에서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토록 오랫동안 원인 조사를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전~마산선은 부산 부전역에서 김해 장유역을 거쳐 창원 마산역까지 51.1km 구간을 잇는 핵심 광역철도망이다. 2020년 6월 개통만 되면 ‘부울경 1시간 생활권’이 현실화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그해 3월 낙동강 하저터널 지반침하 사고로 상황이 급변했다. 사고 복구에만 수 년이 걸렸고 현재 공정률은 사실상 완공 단계인 99%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와 시행사가 피난 연결 통로 설치 등 세부 사안을 놓고 팽팽한 입장 차를 줄이지 못한데다, 터널 붕괴 복구공사 비용을 놓고 거액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공기를 올 연말까지 1년 더 연장했다. 복구공사와 개통이 늦어지면서 지역민들의 분노는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사고조사위는 6월 4일까지 4개월간 운영되는데, 필요시 연장될 수 있다고 한다. 국토부가 사조위 운영으로 개통 일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집중 관리한다는 입장이지만, 운영 기간에 공사 진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해 상공계와 주민자치협의회 등은 최근 정부를 향해 “기업 투자 유치와 시민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이 크다”며 조속한 개통을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 타운홀 미팅’에서 개통을 촉구하는 주민 의견을 듣고 “비용 문제가 있다면 선 개통하고 정산하는 등 순서를 바꿔서라도 속도를 내 달라”고 국토부에 당부했다. 대통령의 주문이 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부전~마산선 조기 개통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 공약이다. 이 대통령은 6일 타운홀 미팅에서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에 정책·재정 지원을 우대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행정통합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핵심 인프라인 부전~마산선 개통은 시급한 과제다. 광역급행철도(GTX)가 거미줄처럼 얽혀 수도권을 하나로 묶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울경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없이 크다. 제대로 된 광역철도망 하나 없이 지역민들은 언제까지 희망 고문에 시달려야 하나. 정부는 사고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고 조속한 개통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사설] 가덕신공항 컨소시엄 구성 우려 신속한 착공으로 답해야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에서 대우건설 컨소시엄을 둘러싼 연쇄 이탈 소식은 부산 시민에게 또 한 번의 불안을 안겼다.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에 참여할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최근 일부 대형·중견 건설사가 잇따라 컨소시엄에 불참하기로 해 난관에 빠졌다. 이들 건설사의 이탈은 사업 전반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이는 곧 “공사가 과연 가능하겠는가”라는 의문으로 번졌다. 이번에도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회의가 고개를 들었다. 이런 시점에 대우건설은 컨소시엄 참여사 20곳을 확정하고 “공사 수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지역 숙원 사업이자 국책사업이 표류하지 않도록 책임 시공 의지를 밝힌 점은 일단 높게 평가할 만하다. 대우건설은 4일 입장문을 통해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책사업을 책임감 있게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우건설의 설명만 놓고 보면 근거 없는 호언은 아니다. 해상공항이라는 특수성은 항만 공사 경험과 직결되고, 대우건설은 해당 분야에서 국내 최상위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라크 알포 신항만 공사, 거가대로 침매터널 시공 경험은 초연약 지반과 대수심이라는 가덕도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분율을 55%까지 끌어올리며 책임 시공 의지를 분명히 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우건설의 기술력과 실적은 분명 강점이다. 하지만 국책사업은 자신감이 아니라 과정으로 증명해야 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단독 입찰이 이어져 다시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 전환 가능성은 커진다.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치적 부담과 행정적 망설임이 겹치면 또 한 번 공회전이 반복될 수 있다. 지난해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갑작스러운 참여 포기로 사업은 장기간 표류한 바 있다. 올 1차 공개입찰도 대우건설 컨소시엄 단독 응찰로 유찰됐다. 오늘이 2차 사전심사(PQ) 마감일이다. 이번 입찰마저 같은 상황이 되면 수의계약이 거론된다. 그러나 그만큼 지연 불확실성도 함께 커진다. 특별법 제정과 조기 개항 약속으로 속도를 내는 듯했던 신공항 사업이 부지 조성 단계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부산 시민은 여전히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업 참여 기업의 자신감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신속하고 차질 없는 착공이다. 정부는 입찰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되 불필요한 행정 지연으로 개항 목표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2035년 개항 목표는 선언만으로 되지 않는다. 착공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검토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특정 건설사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 약속이다. 국책사업은 기업의 능력 과시가 아니라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시험하는 무대다. 컨소시엄에 대한 우려는 결과로만 잠재울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빠른 착공과 흔들림 없는 추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행정의 단단한 실행력이다.
김? 金!
1640년대 경남 하동장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해산물이 등장했다. 시커먼 종이 같은 모습으로 말린 그 해산물은 인간이 그동안 먹어온 것들과 다른 색깔로 인해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어진 장사꾼의 말이 장보러 온 이들의 발길을 붙든다. “이게 이렇게 보여도 태인도의 명문가인 김가(金家)가 직접 기른 것이오. 맛도 좋지만 양분도 아주 좋다오.”그렇게 판매가 시작된 것이 바로 우리가 익히 아는 김이다. 태인도의 김가가 기른 것이라 하여 김이라 불렀다는 얘기의 시작이다. 그 김가는 바로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이끌고 활약했던 의병장 김여익이다. 김여익은 인조가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낙향한 뒤 오랑캐의 치세 아래 고향에서 살 수 없다며 유민처럼 살다 전남의 태인도까지 흘러 들어갔다.섬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김여익은 1642년 겨울 어느 날 섬진강 하구 배알도 해안에서 표류하는 밤나무 가지에 붙은 해조류를 발견했다. 먹을 것이 귀한 섬 지역이라 혹시나 먹을 수 있을까 하여 먹어본 결과 생각보다 맛이 좋았기에 이듬해부터 밤나무와 대나무 등을 이용해 직접 기르기 시작했다. 광양현감 허심이 쓴 김여익의 묘표 기록으로 남아 있는 김 양식의 유래다.이처럼 국산 김 양식의 기원이 생생한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과는 달리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은 김에 대한 기록이 부실하다. 일본은 김의 일본말인 ‘노리(のり·海苔)’의 국제어화를 시도하면서 김의 기원이 겐로쿠 시대인 1700년 전후라 주장하고 있으나 우리처럼 명확한 기록은 찾기 힘들다. 그 주장에 따르더라도 국산 김 양식 기원보다 수십 년 이상 늦다. 중국도 김 양식이 자국에서 시작된 문화라 주장하느라 분주하다. 지린성 등 동북 3성에서 조선족 문화의 일환으로 해조류 가공 등을 자국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기록으로 증명하진 못한다. 기록 면에서 국산 김의 역사가 당당히 앞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이처럼 역사에 빛나는 국산 김이 최근엔 가격으로 새 역사를 썼다. 김 한 장 가격이 150원을 넘어 역대 최고가가 된 것이다. 2년 전 100원 수준과 비교하면 50%나 급등했다. 김을 김이 아니라 金(금)이라 불러야 할 지경이다. 김 가격 급등이 해외 수출 급증 때문이라고 하니 기뻐해야 할 소식이지만 ‘국민 반찬’이라 불리던 김까지 물가 상승을 부추기니 서민의 지갑은 더 빠듯해지는 느낌이다.이상윤 논설위원 nur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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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뚫린 지하, 열린 과제
부산의 동서를 잇는 대동맥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가 10일 개통된다. 부산의 대표적인 상습 교통 정체 구간을 지하터널로 연결하겠다는 부산시의 첫 발표가 나온 2011년 이후 15년 만이다. 2019년 하반기 첫 삽을 뜬 뒤로는 6년여 만의 결실이다. 지하 40m 아래에 뚫린 총연장 9.62km의 이 지하 자동차 전용도로는 만덕에서 센텀까지 기존 30~40분 이상 소요되던 이동 시간을 단 10분 남짓으로 단축한다. 이 사업은 논의가 시작된 이후 막대한 사업비와 경제성 논란으로 좌초 위기를 겪었다. 교통량 예측의 불확실성, 민자사업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쟁, 환경·안전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만덕고개 일대의 극심한 교통 혼잡이 도시 경쟁력을 잠식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사업 추진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결국 2010년대 후반 민간투자 방식으로 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고, 온천동 구간 터널 붕괴 사고 등 난관을 거치며 장기간 공사 끝에 개통을 앞두게 됐다. 만덕고개를 넘는 출퇴근길에 수십 분씩 허비해온 시민들에게 대심도 도로는 획기적인 대안이다. 지상 도로의 교통량을 분산시키고, 동서 간 이동 시간을 대폭 단축한다는 점에서 부산 교통망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대심도 개통은 부산 내부순환도로망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신평동 66호 광장을 출발해 덕천나들목·만덕·센텀·부산항대교·남항대교·천마산터널·장평지하차도·신평동으로 이어지는 내부순환도로망 가운데, 2023년 장평지하차도 완공 이후 유일하게 남아 있던 단절 구간이 바로 이 구간이었다. 남해고속도로와 해운대를 직결함으로써 만덕대로와 충렬대로의 만성적인 정체를 완화하고, 물류 이동 효율을 높여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할 수 있다. ‘출퇴근이 고역’이라는 시민들의 체감이 완화된다면, 정주 여건 개선과 도시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더 나아가 지상 도로 확충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대심도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부산 교통 정책의 방향 전환을 상징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도로의 진정한 의미는 개통 이후의 성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부산 교통의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남긴 논쟁적 시설로 기록될지는 개통 초기 부산시의 대응 능력에 달려 있다. 진·출입부 교통 혼잡, 안전 관리, 통행료 수준에 대한 시민 수용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적지 않기 때문이다. ‘30분 단축’이라는 장밋빛 전망 뒤에는 터널 끝에서 마주할 교통 혼잡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도 공존한다. 진출입로 부근에서 발생할 병목 현상이다. 만덕IC 진출입로 일대는 이미 만덕터널과 남해고속도로에서 유입되는 차량으로 포화 상태다. 개통 초기 대심도 도로를 빠져나온 차량이 지상 도로의 기존 흐름과 뒤엉킬 경우, 극심한 정체는 물론 사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센텀IC 역시 수영강변대로와의 합류 지점에서 상당한 혼잡이 예고된다. 낯선 도로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통 초기에는 보다 세밀하고 탄력적인 교통 관리가 요구된다. 사상~기장 구간을 잇는 지하화 고속도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향후 대심도 도로 건설 과정에서는 진출입로 설계와 주변 도로 연계에 대한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교훈도 남긴다. 또 다른 과제는 안전이다. 사고 발생 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지하 40m의 특수한 환경은 화재나 사고 발생 시 심리적 공포를 배가시킨다. 부산시는 방재 1등급의 재난 방지 설비와 통합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했고, 대형 지하도로 특성을 고려한 고도화된 재난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하 긴 터널에서의 화재나 연쇄 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큰 만큼, 반복적인 점검과 실효성 있는 대응 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행료는 도로 운영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다. 승용차 기준 출퇴근 시간대 2500원으로 책정된 통행료는 부산 지역 유료도로 가운데 가장 비싼 수준이다. 물론 거리 또한 가장 길기는 하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실제 공사비가 1조 원에 육박하면서 건설사의 적자 폭이 커져 향후 통행료 추가 인상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미 많은 유료도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만큼, 시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도로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부산시의 세심한 정책적 판단이 요구된다. 개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시민이 실제로 체감되는 편의와 안전, 합리적인 비용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이 대심도 도로는 ‘부산의 미래 인프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강희경 사회부장 himang@busan.com
[김진성의 타임 아웃] 준우승자의 인터뷰
스포츠 경기에서 우승자와 준우승자의 기분은 어떨까요? 심리학적으로 준우승자는 3위를 차지한 선수보다 더 좌절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만큼 준우승자의 심정이 생각보다 참담하다는 것이겠죠. 테니스 대회에는 독특한 관례가 있습니다. 메이저 대회 결승전이 끝나면 치열하게 싸웠던 두 선수가 나란히 서서 승리와 패배 소감을 팬들 앞에서 밝히는 것입니다. 다른 종목에서도 패한 팀의 감독이 인터뷰를 하기는 하지만 주로 미디어를 대상으로 합니다. 경기가 끝난 직후 팬들 앞에서 패배의 심정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종목은 거의 없습니다. 얼마 전 끝났던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에서도 그랬는데요. 남자 단식 우승자인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준우승을 한 노바크 조코비치가 나란히 서서 팬들 앞에서 심정을 밝혔습니다. 당시 조코비치는 우승한 알카라스에게 “당신은 아직 젊어서 앞으로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나처럼”이라고 농담해 관중을 웃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처럼 준우승을 할 기회가 많다는 의미였지요. 조코비치처럼 ‘유머파’만 있는 게 아닙니다. 패배의 아픔을 숨기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아리나 사발렌카는 지난해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코코 고프에게 패한 뒤 “내가 너무 실수를 많이 해서 고프가 이겼다”고 말해 팬들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러시아 출신의 미라 안드레예바는 2023년 호주오픈 주니어 여자 단식 결승에서 패한 뒤 시상식 내내 분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계속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5년 전 호주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 올랐던 미국의 제니퍼 브레이디는 “결승전 전날 밤에 경기보다는 경기 후 인터뷰 준비에 더 정신이 팔렸다”고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선수들 사이에는 결승 경기보다 준우승 인터뷰가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어떻게 보면 참 잔인합니다. 평생을 바쳐 노력하고 훈련해왔는데 패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무대에 올라 대회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상대 선수에게 축하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고통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물론 프로 선수들은 팬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메이저 대회 결승전까지 진출한 스타급 선수들을 팬들은 조금 더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와 매너가 아닌 선수들의 고통을 즐기는 팬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올해 호주오픈 여자 단식에서 준우승한 사발렌카는 이번 대회 결승에 앞서 “준우승자를 시상식 내내 참석하도록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결승에서 패한 선수에게는 최악의 순간이고,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을 만큼 그 상황에서 벗어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 준우승자 인터뷰 폐지론에 힘을 실었습니다.
[오션 뷰]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위한 선결 과제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지난 1년간 정부와 국회, 전문가, 관련 업계는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에 한때 대체항로로 여겨지던 북극항로는 이제 독자적인 국제항로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항로는 수에즈운하 경유 노선보다 5000km, 희망봉 우회 노선보다 1만 km 짧아 물류비용과 운항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으며 야말반도와 알래스카산 LNG, 무르만스크 일대 철광석 등 자원의 수입 경로로도 활용될 수 있다. 물론 항행 가능 기간과 선박 규모, 기착항 부족 등으로 컨테이너 화물 운송의 상시화에는 제약이 있지만 중국이 지난해 11월 컨테이너 정기선 프리미엄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만큼, 우리도 이를 계기로 북극항로 진출의 기회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정부가 오는 9월 3000TEU급 컨테이너선 시범 운항 계획을 마련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새로운 항로 개척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북극항로는 항해를 책임질 선장과 선주에게 여전히 낯선 바다여서 우려도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2013년 정부 주도로 유럽에서 한국까지의 시범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후 여러 선사가 다섯 차례가량 추가 운항을 통해 경험을 축적했다. 일본은 상세한 항해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풍부한 운항 경험을 갖추고 있다. 이제 이러한 선행 사례를 적극 활용해 보다 체계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1급 단장급 조직을 신설하고 민관협의회를 구성했다. 연구기관과 전문가들도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모든 역량을 결집해 시범 운항과 상용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첫째, 적합한 선박과 선원, 전문 장비의 확보가 필요하다. 이는 안전 운항의 출발점이다. 북극해는 유빙이 남아 있어 일반 선박으로는 안정적인 항해가 어렵고, 얼음을 견디거나 쇄빙 기능을 갖춘 내빙선이 요구된다. 여름철 일부 재래선박 운항 사례가 있으나 이 기간에도 해빙이 남아 있어 법적으로는 내빙선 기준이 적용된다. 이에 정부는 관련 법제와 기준을 검토하고 보험업계와 협의해 운항 가능 여부를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 극지 항해 자격을 갖춘 선원 확보와 전문 교육도 필수적이다. 얼음 탐지·회피와 쇄빙을 지원할 수 있는 특수 항해 장비도 갖춰야 한다. 둘째, 이러한 운항 기반 위에서 시범 운항의 방식과 노선을 현실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2013년 사례처럼 유럽에서 극동으로 향하는 동향 항해나, 반대로 극동에서 유럽으로 가는 서향 항해 모두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컨테이너선을 활용한 시범 운항을 계획하는 만큼, 유럽에서 하역을 마친 선박을 이용해 항로검증을 추진할 수 있다. 또한 북극항로특별법에서 복수 거점항 지정이 논의되고 있어 부산항을 모항으로 여수·포항을 경유하는 노선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실제 운항을 가로막는 최대 변수는 보험과 경제 제재라는 위험 관리 문제다. 러시아 관련 선박이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유럽 보험시장에서 가입이 거절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른바 ‘어둠의 선단’ 역시 안전성 문제로 보험 인수가 쉽지 않다. 항해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북극 해역의 특성까지 더해져 실증선박에 대한 보험자들의 심사는 더욱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북위 70도 이상은 추가 보험료가 부과되는 특수해역이어서 시범 운항의 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를 완화하려면 정부가 정책보험 개념을 도입해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특별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러시아 연안에서 발생하는 도선·에스코트 비용이 제재 대상 기관으로 지급될 경우 미국의 2차 제재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외교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넷째, 시범 운항의 토대는 항해 정보 인프라, 특히 해도의 확보다. 해도에는 위험 해역과 항행 정보가 담겨 있어 안전 항해의 필수 자료지만, 러시아 연안 해도는 국내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워, 전자해도를 포함한 사전 확보가 요구된다. 항해 중 빙해 상황을 상시 파악해야 하나 기존 수동 레이더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빙해 정보 수신 체계 구축도 시급하다. 이러한 실증 과정은 본질적으로 첫 시도의 위험을 수반하고 공익적 연구개발 성격이 강하므로 재정 지원과 세제 감면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북극항해에 적합한 선박 확보 역시 비용 부담이 크고 범용성이 낮아 민간이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이에 해양진흥공사가 공공선주사 개념을 도입해 정부가 선박을 보유하고 민간이 임차하는 방식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범 운항 이전에 국회에 발의된 여섯 건의 북극항로특별법이 통합법 형태로 정비돼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공감] 환상에서 걸어 나오기
처음으로 열대 휴양지 여행을 다녀왔다. ‘바다 보면서 쉬는 거라면 부산에서 해도 되지 않아?’ 그런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제껏 여행 장소를 고를 때 휴양지는 옵션에 넣지도 않았었다. 경치 좋은 숙소에서 그저 쉬기만 하는 여행이란 아무래도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왕에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난다면 낯선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길을 잃고도 싶었고, 리조트 내의 뻔한 서양식 레스토랑이 아니라 우연히 발견한 로컬 식당에서 낯선 음식들을 먹고 싶었다. 그러나 혼자 가는 여행이 아니다 보니 나로서는 딱히 끌리지 않는 장소로 여행지가 정해졌고, 이왕 그렇게 된 거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이것 역시 새로운 경험이니까, 모처럼 푹 쉬면서 맛있는 열대 과일이나 실컷 먹고 오자고. 스스로 고쳐먹은 마음 덕분인지, 본래 열대 휴양지라는 곳이 사람 마음을 그렇게 만드는 건지, 막상 에메랄드빛 바다가 보이는 리조트에 도착하고 보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몽글몽글해졌다. 날씨는 땀이 흐르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더웠고, 얼음 컵에 담긴 맥주는 시원했으며, 노란 망고는 입 안에 넣자마자 부드럽게 녹아 사라졌다. 흥겨운 음악 소리와 수영장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눈이 마주칠 때마다 밝게 웃어주는 직원들. 전용 비치를 비롯한 모든 부대시설이 리조트 안에 다 있었고, 해양 체험 등의 일일투어는 업체에서 픽업 차량을 보내주었기 때문에 리조트 밖으로 걸어 나갈 일은 없었다. 그래도 동네 구경은 좀 해보고 싶어서 하루는 아침 일찍 리조트 정문 밖으로 나서보았다. 울퉁불퉁한 도로변을 천천히 걷다가, 어린 아기를 안고 집 앞에 서 있는 노인과 눈인사도 나누고, 늙은 나무 위에 동상처럼 서 있는 어린 염소를 한참 바라보기도 했다. 태풍에 쓰러진 채 오래 방치된 것 같은 나무들도 보였고, 작은 성당의 이국적인 성모상도 보였다. 낡아가는 것들과 새롭게 생성되는 것들, 파괴된 것들과 여전히 남아있는 것들이 길 위에 공존했다. 그 길은 리조트 내부의 화려한 시설들과는 대조적이었고, 리조트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프라이빗 비치’와도 달랐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고 또 죽어가는 공간. 산책하는 이를 배제하지 않는 공간. 때때로 어수선하고 시끄럽고 위험하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진짜인 공간. 그 차이를 체감하면서, 자본주의가 낳은 수많은 ‘프라이빗’ 공간들이 얼마나 배타적이며 지루한 것인가를 생각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바닷가의 선베드에서 칵테일 한 잔을 들고 찍는 사진들. 그러나 자연물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막아놓고서 비용을 지불한 이들에게만 그 길을 열어주겠다는 태도는 얼마나 잔인한가.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그 ‘프라이빗’한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환상에 빠져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아름다움을 독점하는 시간 동안 삶의 레벨이 한 단계 올라간 것 같다는 환상. 그 환상의 밑바닥에는 고단한 타인의 삶과 노동의 흔적이 은폐되어 있다. 휴양지의 ‘프라이빗 비치’뿐만이 아니다. ‘프리미엄 병동’ ‘초품아’ ‘패스트트랙’… 마치 더 좋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 같지만, 세련된 언어로 포장되었을 뿐 그 말에 담긴 잔인함은 물리적 폭력보다 더 깊다. 비용을 더 지불한 이에게 우선권이나 독점권을 줄 때, 그럴 수 없는 이들은 이 세계에서 밀려나고 투명해진다. 조용하고 정돈된 ‘프라이빗 비치’에서의 몽글몽글한 기분도 물론 즐겁기야 하겠지만, 자본으로 누리는 환상에만 빠져 있기보다는 광장과 골목길을 두루 다니며 타인들과 관계 맺고 예측 불가능한 세계를 좌충우돌 감각할 때 비로소 우리의 유한한 삶은 촘촘하게 채워지지 않을까 싶다.
[기고]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부산의 물 문제 해결될까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세계적 항만도시다. 수많은 사람과 산업이 모여 활력을 만들어내지만, 이 도시의 가장 근본적인 생존기반인 물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낙동강 하류의 수질문제는 수십 년 동안 부산 시민들의 삶의 질을 제약해왔고,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였다. 2021년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가 본류 수질개선과 취수원 다변화를 결정했을 때, 시민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희망을 보았다. 이어 2022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소식은 그 희망을 더욱 굳건히 했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 사이에는 깊은 간극이 있었다. 취수원 설치 예정 지역주민들은 지하수위 저하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으로 인한 생활제한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도시의 생명줄인 물은 농민들에게는 곧 생존의 문제였고, 그들의 불안은 결코 가볍게 치부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지하수위 저하예방대책, 주민피해보상, 지역농산물 직접구매와 지원 등 상생협약을 추진했다. 이는 단순히 물을 가져오는 사업이 아니라, 물을 매개로 지역 간 신뢰와 협력을 쌓아가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2026년 정부예산안에서 낙동강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사업 예산이 제외되었다는 소식은 시민들의 기대를 다시 흔들었다. 그러나 부산시장의 요청으로 국회 예결위에서 설계비 반영이 검토되고 있지만, 시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부산 시민들은 다시 한 번 기대를 걸고 있다. 내년에는 원만한 지역갈등해결과 아낌없는 지원이 이어져 더 이상 “언제쯤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직결된 권리다.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은 단순한 기술적 과제가 아니라 지역 간 신뢰와 공동체적 연대의 시험대다. 이와 함께 부산은 해수담수화를 통한 자급자족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이미 2017년 부산시는 해수담수화 30만 t과 기수담수화 10만 t 규모를 검토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구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부산이 식수를 자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한 현실을 보여준다. 현재 국내에는 안산, 서산, 포항, 광양 등 78곳에서 해수담수화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완도군은 선박형 담수화 플랜트를 통해 도서주민에게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제주도 역시 추자도, 가파도, 마라도 등지에서 담수를 공급한다. 부산 역시 원전 영향이 없는 가덕도와 영도 등지에서 대규모 담수화시설을 구축해 기술을 축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광역시물산업협회는 강서구 공업용수정수장 유휴부지에 물융합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함께 담수화 플랜트를 구축하고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는 단순히 물 문제해결을 넘어 기업유치와 고용증대, 나아가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비전이다. 부산에 물융합 산업클러스터가 구축된다면 젊은 인재들이 모여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며, 동시에 물 부족 국가에 해수담수화 설비를 지원하는 국제적 연대의 장이 될 수 있다. 부산의 물 문제해결은 곧 대한민국 물 관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와 해수담수화라는 두 축은 단순히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물 관리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맑고 깨끗한 물을 마시는 그날, 부산 시민들의 환호는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공존의 승리’가 될 것이다.
[이재희의 디지털 광장] 단톡방, 그리고 만약에 우리…
오래된 휴대폰을 새 폰으로 바꿨다. 용량이 부족해 카카오 대화방을 모두 지웠다. 대화는 지우고 방은 남기는 기능이 있었다. 수년 동안의 교류가 일거에 사라졌다. 너무 깔끔하게 지워버린 탓에 카톡으로 한 약속 장소가 어딘지 몰라 당황했다. 모바일 우선 세상에서 단톡방은 어쩌면 삶 그 자체다. 유달리 이모티콘을 잘 쓰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은 바람둥이일 확률이 높다’고 직설했다. 유튜브에서 얻은 정보였다. 상대는 기분 나빠했다. 그러면서도 이후에는 이모티콘 사용 횟수를 줄여 대화했다. 때론 ‘읽씹’에 상처받은 적도 있다. 대화 상대가 내 글을 읽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모티콘 남발보다 더 나빴다. 오프라인에서 만나 오해를 풀었다. 스스로 생각하니 오히려 상대 글에 제때 답 못한 적이 더 많았다. “모두에게 미안합니다.” 최근 감히 인공지능이 인간 뒷담화를 한다는 〈부산일보〉 기사를 읽었다. 고놈들 참 맹랑하다. 물론 인간이 계정을 만들어 주고 방을 개설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방 이름을 ‘머슴’으로 정했나? 어쨌든 이들은 아직 인간이 자기 대화방을 들여다보고 기사까지 썼다는 사실을 알고 방을 폭파하거나,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으로 옮기는 수법 등을 구현하지는 않는다. 그렇게까지 한다면 좀 심각해질 수 있다. 인간의 사고를 넘어서는 AGI(완전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는 경고성 발언도 들린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초 지능시대 위기감은 감지되고 있다. ‘러다이트 운동’이 갑자기 소환됐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생산 현장에 로봇이 투입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힌 직후다. 19세기 영국에서 발생한 러다이트 운동은 단순한 기계파괴운동은 아니다. 당대 시인 바이런은 러다이트 운동을 ‘기계를 소유한 자들과 그들이 구축한 구조적 모순에 대한 저항’이라고 평가했다. 러다이트 운동은 당시 기계화의 거센 물결을 되돌릴 수는 없었지만, 노동자들이 단결할 계기를 제공했다. 오늘날 당연한 권리처럼 여겨지는 노동삼권은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분석하는 학자들도 많다. 현대차 사례에서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인공지능을 갖춘 휴먼로봇과 공존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물론 효율성과 수익성을 내세워 기존 세상을 강압적으로 지배하려 해서는 안 된다. 물길을 잡고, 때론 멈추게 하고 또 모아서 댐을 만들어야 거대한 수력발전소가 마련되는 것이다. 소용돌이치는 거센 물살만으로는 전기를 생산할 수 없다. 모바일만 켜면 볼 것 넘치는 세상에서 책 몇 권을 샀다. 아내의 잔소리를 뚫고서다. “맨날 유튜브만 보고 혼자 새새거리는 사람이 뭔 책을 또 산단 말입니까. 집에 먼지 쌓여 있는 책이라도 먼저 보세요.” 틀린 말이 하나도 없지만, 충동구매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또 고놈의 유튜브 때문이다. 주식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데 공부는 안 했다. 주식도 공부해야 한다고 한 유튜버가 말했다. ‘노후 자금이라도 마련하려면 주식 투자 교재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진보를 위한 주식 투자’라는 책을 샀다. 현실에서는 보수주의자이지만 부인하고 싶어서일까. 일단 책 제목에 끌렸다. 내친김에 또 한 권 더 담았다. 출간한 지 20년도 더 된 ‘코스모스’다. 논객 유시민이 무인도에 가지고 갈 딱 한 권의 책이라는 데 안 살 재간이 있나. 배달된 책 코스모스는 베개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두꺼웠다. 서문만 읽고 잠시 쉬고 있다. 과학은 어렵다. 주식 책도 며칠째 덮어두고 있다. 만약에 모바일 세상이 오지 않았다면, 만약에 인공지능이 미래를 지배한다고 여기지 않았다면, 만약에 주식이 오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밭을 갈고, 수확하고, 이웃과 술잔을 부딪치고, 오프라인 모임을 하고, 책을 읽고, 자전거를 타거나 모여서 어깨동무하고 화투를 치다가 지겨우면 술래잡기하며 어울려 노는 세상이 지속되고 있을까. 과거를 소환하는 것은 부질없다. 영화 ‘만약에 우리’가 최근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탔다. 영화 소개와 OST 정보가 봇물 터지듯 터져 이제는 몇 번은 본 영화 같다.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을 흥얼거린다. 디지털 일상이다. 〈부산일보〉의 종이신문은 모바일의 〈이페이퍼〉로 최근 재탄생했다. 16년 전의 연인이 오늘 인연으로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영화를 온전히 본 것은 아니지만, 결론은 아마 아닐 것이다. 모바일을 끈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아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이제 무너지고 없다. 가끔 아날로그적 쉼이 필요할 수는 있겠다. 눈 내리는 캠핑장에서 화목난로를 피우고 ‘코스모스’를 읽다가 지겨우면 다시 휴대폰을 열 생각이다. 입춘 지났지만, 부산에도 함박눈이 한번쯤 내릴 것으로 믿는다. 눈이 오면 내 다정한 온·오프라인 친구들과 들녘에서 여유를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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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아트센터, BSO와 손잡고 개관 시리즈 공연 이어간다
[2026 신춘문예-시] 셰어 하우스 / 박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