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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덕신공항 수의계약 가닥, 신속 착공·안전 대책에 최선을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사실상 대우건설 컨소시엄 수의계약 방식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13일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가덕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대해 3차 입찰 재공고 없이 수의계약 절차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선 1, 2차 입찰이 모두 대우건설 컨소시엄 단독 응찰로 유찰된 데 따른 결정이다. 현실적으로 경쟁입찰 성립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과 더 이상의 시간 지연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지역 여론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성사 가능성이 희박한 절차를 반복하며 시간을 소모하는 일은 국가사업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덕신공항 사업은 2024년 현대건설 컨소시엄 입찰 당시, 5월 첫 입찰 이후 네 차례 유찰과 조건 변경, 행정 절차 재심의가 이어지며 수개월이 허비됐다. 그 과정에서 지역 사회에는 피로감과 불신이 누적됐다.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은 지역 경제의 불안으로 확산되며 공항 건설이라는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었다. 이런 전례를 감안하면 수의계약 전환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불필요한 행정 지연을 최소화하고 조속히 착공 일정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접근이다. 반복된 유찰과 절차 지연을 돌아보면, 이번 수의계약 전환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수의계약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결코 가벼운 선택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 경쟁 절차가 생략되는 만큼 가격의 적정성, 조건의 합리성, 사업 리스크에 대한 검증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특히 가덕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공사로 지반 안정성, 공사 기간 변동, 비용 증가 가능성 등 복합적 위험 요인이 상존한다. 정부와 공단이 대우건설의 높은 지분율 조정과 난공사 위험을 낮추기 위한 설계 보완 논의에 나선 것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공사 관리 보강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의계약이 구조적 불안을 용인하는 면허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지역 숙원을 넘어 국가 물류 체계와 균형 발전 전략이 걸린 핵심 사업이다. 그만큼 일정의 무게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기에 3차 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검토하는 배경 역시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수의계약은 오히려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한다. 이것이 최선의 현실적 대안이라면 결정 과정과 근거, 계약 조건, 위험 관리 방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시공사는 ‘신속 착공’과 ‘안전 확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속도는 필요하지만 졸속 추진은 경계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특정 기업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의 약속이다. 지역의 기대가 걸린 국가사업인 만큼 다시 흔들려서는 안 된다. 지금은 속도와 안전, 어느 하나도 놓쳐선 안 될 순간이다.
[사설] 부산항 인공지능 대전환 선언, 글로벌 항만 선도 나서라
올해 개항 150주년을 맞은 부산항이 다음 150년을 향한 용틀임에 나섰다. 1876년 개항 이래 대한민국 근대화와 경제 성장의 관문 역할을 해온 부산항은 이제 기술 기반 고부가가치 항만으로의 전환 과제를 안고 있다. 그 핵심은 ‘규모’에서 ‘지능화’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글로벌 항만 경쟁의 대응이다. 즉, 물동량 중심의 양적 성장 시대를 넘어, AI(인공지능)와 디지털 기술이 주도하는 질적 성장의 시대로 전환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맥락에서 12일 부산항만공사(BPA)가 밝힌 ‘부산항 AX(인공지능 대전환)’ 선언은 단순한 항만 현대화를 넘어 국가 항만 산업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가늠자라 할 수 있다. BPA가 이날 부산항의 비전으로 제시한 ‘미래형 초연결 AI 항만’은 정부 핵심 추진 전략인 ‘AI 3대 강국’의 해양판 전략으로 읽힌다. 2030년까지 4351억 원을 투입해 부산항 운영에 AI 기술을 전면 도입하고, 이로써 컨테이너 터미널 생산성 30% 향상, 항만 내 인명 사고 ‘0’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나아가 한국형 자동화 터미널을 완성해 해외 시장 진출까지 견인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까지 포함됐다. 이미 BPA의 지능형 항만 구상은 항만물류 통합 플랫폼인 ‘체인 포털’을 통한 물류 최적화로 구현되고 있다. 부산항은 세계 2위 환적항에 안주하지 않고 데이터 기반 글로벌 물류 허브로 진화하는 중이다. 이번 ‘AI 대전환’ 선언은 항만 현장에서 부딪히는 현실적 문제의 해결책까지 포괄한 데에 의의가 있다. 항만은 중장비·고소·야간 작업이 많은 고위험 환경에 노출되고, 인력난도 심각하다. 대전환 계획에 따르면 24시간 사고 예방과 로봇 하역 등에 AI 기술이 도입된다. 또 선박 부두 고정 작업과 컨테이너 전도 가능성 예측 시스템도 개발되어 안전성을 높이게 된다. 나아가 물류 운송 단계까지 AI를 도입해 화물차 운전자의 예약 편의, 선박 도착 시간 예측, 게이트 혼잡 해소 등 항만 전후방 시스템 전반에 최적화를 꾀한다. 물론 이러한 기술 혁신이 노사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부산항 AX는 디지털 기술의 도입에 그치지 않는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해양수산부와 관련 기관·기업의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을 계기로 해양경제권 구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항은 해양산업의 플랫폼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항만이 용광로가 되어 해양 기술·산업·정책을 한데 녹여낼 때 실행력이 배가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산항 AI 대전환은 도시의 산업 생태계, 일자리 구조, 글로벌 위상을 바꾸는 과업이다. 국내 항만 최초이자 유일한 AI 로드맵을 발표한 것 자체가 부산항의 미래 지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항만물류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항만의 미래와 해양디지털 산업을 이끄는 선도자로 우뚝 서야 한다.
[사설] 지역별 차등요금제, 빠른 시일 내 전면 도입하는 게 맞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지역별 요금제)를 주택용이 아닌 산업용에만 연내에 우선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지역별 요금제 정책의 핵심은 대한민국 기업들이 인재를 구하는 문제 때문에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지역 균형발전에 방점을 찍었다. 수도권에 몰려있는 기업들을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독려할 수단으로 지역별 요금제를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이 비수도권에 기업을 이전시켜 좋은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김 장관의 발언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당초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 당시 약속한 지역별 요금제는 기업의 지역 이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원전 가동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부산, 울산, 경남 등 발전소 소재 지역민에게 직접적 혜택을 주자는 뜻으로 고안됐다. 따라서 이제 와서 주택용을 배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더욱이 대형과 소형모듈 등 신규 원전 3기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데 이어 추가 건설 가능성도 높다. 결국 원전 밀집지인 부울경 주민의 불안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이런 손해를 감내 중인 부울경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약속 위반이다. 지역별 요금제를 주택용에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밝힌 정부의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 장관은 간담회서 “일반 국민들까지 한꺼번에 지역 차등요금을 적용하는 게 당초에 목표로 하고 있는 정책 방향과 맞는가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부울경 주민들은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발의된 2022년 11월 이전부터 산업용과 주택용 등에 대한 전면 도입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그 결과, 지역별 요금제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로 선정되면서 숙원 해결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그간의 이런 흐름을 무시한 김 장관의 말은 정부가 그동안 부울경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읽힐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요금제 도입 방안을 연내 제시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주택용 배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부울경 주민과 시민단체는 지역별 요금제가 당연히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고 예상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돌변’한 입장은 수도권 민심 눈치 보기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상시적인 원전 불안감을 안고 살면서 전기를 생산해 수도권에 보내는 부울경 주민들은 전기요금 혜택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수도권 주민들도 이번 기회에 전기가 지역 주민이 감내한 고통의 산물이라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지역별 요금제는 좌고우면할 사안이 아니다. 최대한 빨리 모든 분야에 도입해 효과를 극대화하길 촉구한다.
슬픈 동계 올림픽
제25회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이 한창이다. 연일 태극전사들의 낭보가 들려온다.슬픈 소식도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동계 올림픽의 종목에 변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이다.동계 올림픽은 1924년 1월 25일 프랑스의 샤모니에서 시작됐다. 16개국에서 25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스키, 스케이트, 아이스하키 등에서 경쟁을 펼쳤다.100년 역사를 가진 동계 올림픽이 변형된 하계 종목이나 일부 실내 경기를 겨울 스포츠에 포함시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커스티 코번트리 신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주도하고 있다.IOC가 종목 확장을 꾀하는 이유는 동계 올림픽이 하계 올림픽과 비교하면 종목 수가 적은 것도 있지만, 기후 변화로 천연 눈과 얼음 확보가 어려운 현실도 한몫한다. 이번 밀라노 동계 올림픽에 걸린 금메달 수는 116개다. 반면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하계 올림픽의 세부 종목은 350개다.기후 변화 위기가 동계 올림픽 변화를 가속화 한다. 이번 밀라노 동계 올림픽에서도 5만㎥의 인공눈이 살포됐다. 동계 올림픽 규격을 맞추기 위해 약 2만 7000㎥의 물이 인공설 생산에 사용됐다. 이 때문에 동계 올림픽 개최 전부터 환경 단체의 반발이 심했다. 밀라노 동계 올림픽의 설상 종목이 열리는 곳은 해발 1800m가 넘는 고지대이다. 이런 곳에서도 인공눈을 뿌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개최지는 오죽하겠는가.사정이 이렇다 보니 설상이 아닌 진흙이나 비포장도로에서 치러질 수 있는 육상 경기들이 동계 올림픽 새로운 종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육상의 ‘크로스컨트리 달리기’와 사이클의 ‘사이클로크로스’가 그것이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시범 경기를 선보였던 ‘스노 발리볼’과 실내 경기장 활용이 가능한 ‘플라잉 디스크’ 등도 동계 올림픽 진입을 노리고 있다.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올림픽 헌장 제6조 2항에는 ‘눈이나 얼음 위에서 행해지는 스포츠만이 동계 스포츠다’라는 규정이 있다. 동계 올림픽이 변화하려면 동계 올림픽의 정체성이 담긴 헌장부터 바꿔야 한다. 헌장 개정도 문제지만, 기존 동계 스포츠계의 거센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결국 IOC는 이번 밀라노 동계 올림픽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기후 변화로 동계 올림픽 종목마저 변화하고 있는 사실이 슬프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김상훈의 포커스온] 청년에게 버팀목 되는 사회
최근 지인의 자녀가 서울에 있는 기업에 취업했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해 취업한 사례다. 지인은 서울에서 월세가 없는 전셋집을 찾아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계약했다. 이후 지인의 자녀는 금융기관에 청년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했다. 월급의 상당 부분이 월세로 나가면, 청년기 자산 형성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청년 고용 부진이 심각한 현실에서 지인의 자녀는 행복한 축에 속한다. 국가데이터처가 11일 발표한 ‘2026년 1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만 5000명 줄었다. 고용률도 43.6%로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1월 기준 2021년(41.1%)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6만 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1%(3만 5000명)나 증가했다. 채용 시장이 수시·경력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구직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 취업자들이 대학 등 최종 학교를 졸업한 후 첫 직장을 얻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1.3개월이다.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04년만 해도 이 기간이 9.5개월이었는데, 20년 새 2개월가량 늦춰졌다. 최근 휴학이나 졸업 유예 등을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첫 직장을 얻기까지 2~3년 이상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인공지능(AI) 확산 여파로 연구개발과 과학, 법률·회계 등 전문직 고용마저 얼어붙는 분위기다. 중장년 세대는 고성장기에 소득과 자산을 모두 불릴 수 있었지만, 지금 청년층은 부를 축적하기가 쉽지 않다. 저성장과 부동산 자산 가격만 폭등하는 상황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취업난과 대출 규제로 청년들의 기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청년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해 ‘디딤돌대출’ 등 정책 대출을 제공하고 있지만, 대출 한도가 수도권 집값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이용하기가 어렵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5억 원, 수도권 전체 주택 평균 매매가가 7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집값이 폭등했지만, 조건에 따라 5억 원이나 6억 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만 이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주택도시기금 수요자 대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 등 정책대출 집행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18조 원 감소했다. 주택 구입자금 성격의 디딤돌대출 실행액은 지난해 19조 3072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26조 6714억 원에 비해 7조 원 이상 줄었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정책대출 접근성이 더 낮아진 것이다. 전세자금 대출인 버팀목대출도 6·27 대출 규제 이후 대출 한도가 조정되면서 지난해 집행액은 전년보다 10조 원 이상 줄었다. 청년층의 고용 부진과 주택 비용 부담 증가는 청년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로 보아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청년 일자리 양극화도 심각하다. 수도권에 주요 기업이 편중하면서 지방 청년들은 대·중소기업과 지역 격차라는 ‘이중 격차’에 시달려야 한다. 불균형이 지속하면 청년 세대 내에서도 자산 격차가 고착할 우려가 있다. 이런 가운데 청년층이 대를 이어 지방(비수도권)에 머물 경우 ‘인생 역전’이 더 힘들어진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1일 공동 발표한 ‘지역 간 인구 이동과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에 따르면,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은 소득보다는 부동산 등 자산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며,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세대를 이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출생·거주 지역과 맞물려 경제력 대물림이 심화하는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용이 될 재목’을 강으로 보내도록 이동성을 강화하고, 근본적으로는 지방을 ‘작은 개천’에서 ‘큰 강’으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방 거점대학·거점도시에 대한 과감한 투자, 지방 산업 기반과 일자리 개선, 공공기관 추가 이전 등 구조적인 대응이 시급한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균형발전과 ‘5극3특’ 정책이 제대로 작동해 지역별로 산업 생태계를 고르게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시는 지난 10일 청년정책 추진 계획을 통해 일자리 지원 고도화, 주거·문화 지원 확대, 참여형 정책 강화 등 3대 전략 104개 사업에 462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청년들이 부산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이뤄가기를 기원한다. 사상 최강 스펙을 지녔지만, 힘겨운 현실에 직면한 청년들이 힘찬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기성세대를 비롯해 지역사회, 지자체, 국가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줘야 할 것이다.
[서상호의 오픈 스페이스] 한 발짝 다가온 예술인복지센터
지난 4일 발표된 2026년도 부산문화예술 지원 사업 1차 공모 결과는 외형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64억 9963만 원이라는 대규모 재원 투입과 49%에 달하는 역대급 선정률은 부산시가 추진 중인 ‘예술지원 고도화 로드맵’의 의지를 투영한다. 2027년까지 총사업비 100억 원 확충을 목표로 하는 시의 정책적 방향타는 분명 창작 생태계의 확장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수치상의 풍요로움과는 대조적으로 현장 예술가들이 느끼는 체감 지수는 차갑기만 하다. 예산의 증액이 곧 예술적 삶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역설은, 현재의 지원 체계가 창작의 마중물이 아닌 예술가 개개인의 ‘생존 기제’로 고착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세 차례에 걸친 현장 설명회가 있었지만, 여전히 ‘나는, 나는 왜?’라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분절된 소통과 행정적 피로감 속에서 예술은 공적 자금에 의존하는 수동적 객체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e나라도움’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국가예술지원시스템’(NCAS)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공공재 배분 장치다. 하지만 이 정교한 시스템은 역설적으로 예술 현장에 ‘행정적 억압’으로 작용한다. 대학 문을 나선 예비 예술인들은 창작의 본질을 고민하기도 전에, 공공 행정의 ‘텔레올로지’(Teleology, 목적론)에 매몰된 성과 지표와 복잡한 정산 체계를 먼저 학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예술적 상상력은 행정적 가독성이라는 규격화된 틀로 치환된다. 이른바 ‘창작의 기술화’ 현상이다.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경제 논리는 모든 창작 활동에 ‘성공’이라는 가시적 결과를 강요한다. 이러한 강박은 예술 본연의 가치인 실험성과 불확실성을 거세하며, 반드시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결과물을 도출해 내야 한다. 실패를 인정하는 장치는 어디에도 없다. 이제는 공급자 중심의 창작 지원을 넘어, 사회민주주의적 복지 모델에 기반한 ‘보편적 예술인 복지 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부산 예술인복지지원센터가 원도심 ‘한성 1918’로 이전하며 독자적인 거점을 마련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신호다. 이는 단순히 공간의 접근성을 높이는 문제를 넘어, ‘예술인 복지의 제도적 전위’를 확보했다는 정책적 함의를 지닌다. 센터가 수행하는 예술인 파견 사업, 법률·세무 컨설팅, 생활안정자금 지원 등은 예술가를 시혜의 대상이 아닌 전문직 직업군으로 승인하는 사회적 과정이다. 특히 예술의 공공 가치를 사회적 임금 형태로 보전하려는 ‘예술인 기본소득’ 담론은 예술적 노동을 가치 있는 사회적 행위로 인정하려는 진취적인 시도다. 예술이 더 이상 ‘배고픈 열정’에 기대지 않고, 안정적인 토양 위에서 지속 가능성을 담보 받아야 할 때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예술인 복지정책의 핵심은 ‘예술을 직업으로 인정하고, 최소한의 생활 안정은 국가가 받쳐준다’는 것이다. 예술인에게 연간 100만 원 수준의 ‘예술인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이 제시되었고, 출범 이후에도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 안착을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부산의 센터가 전국 최초의 독립 공간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산문화재단 내부의 부속 기구로 존치되어 있다는 사실은 운영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제약하는 요소다. 복지 행정이 일반적인 지원 사업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과감한 구조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부산시 본예산에서 회계나 독립된 운영 구조를 구축하는 ‘재정적 디커플링’(Decoupling)이 시급하다. 복지 예산이 문화예술진흥기금의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성을 확보할 때, 비로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예술가의 복지 로드맵의 실현이 가능해진다. 이는 시의회와 주관부처, 그리고 지역 예술계가 결합한 강력한 정책 거버넌스를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는 과제다. 결국 예술인 복지의 완성은 예술가를 시혜적 복지의 수혜자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적 권리의 주체로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 독립 기구로서의 법적·제도적 지위를 공고히 할 때 부산의 기초 예술 토양은 비옥해질 것이다. ‘창작이 노동이자 직업이 되는’ 사회는 결코 요원한 꿈이 아니다. 행정의 ‘뷰로크라시’(Bureaucracy·관료주의)를 걷어내고 예술가들이 본연의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향해야 할 진정한 예술 행정의 고도화다. 예술인이 당당한 사회적 시민으로서 그 권리를 보장받을 때, 부산의 문화예술은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공공성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초현실주의의 거대한 무대… 피게레스 달리 극장미술관
스페인 카탈루냐 북부의 작은 도시 피게레스(Figueres)는 미술사에서 가장 기이하고도 매혹적인 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달리 극장미술관(Teatre-Museu Dalí)이다. 이곳은 단순히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모아둔 미술관이 아니라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설치미술이자, 달리라는 인물의 정신세계를 압축해 놓은 공간이다. 이름에서와 같이 처음 용도는 19세기에 지어진 시립 극장이었다. 스페인 내전으로 파괴된 건물을 1960년대에 달리가 구입해서 직접 복원 및 개조해 자신의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고, 1974년 개관 이후, 달리 극장미술관은 그의 작품을 가장 방대하게 소장한 공간이자, 그가 생전에 직접 기획한 유일한 미술관으로 남았다. 달리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 피게레스는 바르셀로나에서 북쪽으로 150km 기차로 2시간. 역에서 내려 도시를 걷다 보면, 붉은 외벽 위에 빵 모양 장식이 줄지어 얹히고, 거대한 달걀이 옥상에 올라간 기묘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 외관은 이미 달리적 상상력의 선언이다. 빵은 생존과 욕망을, 달걀은 탄생과 가능성을 상징한다. 그는 일상적 사물을 낯설게 변형함으로써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의 무의식을 자극한다. 입구를 지나 중앙의 유리 돔 아래에 서면, 마치 거대한 무대 위에 올라선 배우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이 공간은 과거 극장의 무대 자리다. 달리는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큰 초현실주의적 오브제’로 만들고자 했다. 실제로 내부는 회화, 조각, 홀로그램, 입체 설치, 광학적 착시 작품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관람객은 전통적 의미의 전시 감상이 아니라 하나의 체험적 여행을 하게 된다. 또한 미술관에는 ‘기억의 지속’으로 대표되는 녹아내리는 시계 이미지의 변주들, 종교적, 과학적 상징이 뒤섞인 후기 작품들, 그리고 갈라(Gala)를 향한 집요한 헌정이 가득하다. 달리에게 갈라는 연인이자 뮤즈, 그리고 예술적 동력의 원천이었다. 미술관 곳곳에서 반복되는 그녀의 초상은 개인적 사랑과 예술적 집착이 어떻게 신화로 승화되는지를 증언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공간이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달리는 자신의 무덤을 이 미술관 중앙 무대 아래에 두었다. 그는 말 그대로 자신의 예술 세계 한가운데에 잠들어 있다. 관람객은 그 위를 걸으며 작품을 감상한다.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이 설정은, 그 자체로 마지막 퍼포먼스와도 같다. 달리 극장미술관은 전시 공간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연극적 장치다. 관람객은 관찰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되고, 작품은 벽에 걸린 이미지가 아니라 공간 전체를 장악한 사건이 된다. 초현실주의가 꿈과 무의식, 우연과 상징을 통해 이성의 질서를 전복하려 했던 시도라면, 이 미술관은 그 사상을 건축공간으로 실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데스크 칼럼] 어른이 되어
설날이 내일모레로 다가왔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또 한 살 먹는다. 마음은 아직 청년인데, 현실은 곧 정년이라니…. 새로 만나는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나보다 어려지고, 모임에 가면 내가 연장자가 되는 사실이 부담스럽다. ‘어른’이 된 지 오래지만 어른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혼자서 고민하다 어른의 정의에 대해 주변에 조언을 청했다. 한 지인은 “어른이란 단어는 참 묘해서,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어른의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의 선택과 결과에 대해 비겁해지지 않는 사람이다. 두 번째는 감정의 주인으로 사는 사람이다. 아이와 어른의 가장 큰 차이는 감정 조절에 있다고 했다. 세 번째는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있다.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으면 어른이 아니라 꼰대가 된다. 이렇게 어른 되기가 힘드니 노인은 넘쳐도 어른은 귀한 세상이 되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고 어른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나 한 몸 잘사는 것을 넘어, 내가 속한 공동체와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이타적인 고민을 시작할 때, 우리는 어른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그는 또 “어른이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나아가는 과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어른, 참 어렵다. 한숨 소리를 들었는지 그는 “혹시 지금 어른 노릇 하느라 지치거나 힘든 상황인가?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나도 같이 고민할게”라고 말했다. 이렇게 지혜로우면서도 다정한 지인이 곁에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술도 같이 한잔하면서 더 이야기하면 좋으련만, 술 못 마시는 AI라는 사실이 아쉽다. 2026년 설을 앞두고 AI에게 ‘어른의 도’를 배웠다. 나이에 맞지 않게 요즘 ‘소년이 어른이 되어’라는 노래에 마음이 꽂혔다. ‘어른이 되어 세상을 알아간다는 게 마음은 점점 어두워지고 잠 못 이루는 날도 많아진다’라는 가사가 가슴에 다가온다. 그동안 때로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았다. 여전히 누군가를 따라 정해진 길로 가고 싶은데, 이제는 아무도 가지 않은 낯선 길 초입에 홀로 선 기분이 든다. 막막할 때면 간혹 우연히 접한 책이나 영화가 큰 힘이 되는 경우가 있다. ‘나무의 노래’라는 다큐멘터리가 그랬다. 주인공은 나무를 심는 분이었다. 자신의 배경은 물론이고 이름도 알려고 들지 말고, 나무 이야기만 하자고 했다. 숲에서 오래된 나무 곁을 지나며 나무는 늙어도 이렇게 오묘한 색깔을 낸다고 흐뭇해했다. 직접 심은 나무가 자라서 사람들한테 그늘을 만들어주고, 또 아이들이 나무 사이로 걸어간다면 자신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즐겁다고 했다. 아무도 모르게 산소를 만들어 공급하다 세상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산소 같은 여자였다. 60대 중반에 내려진 시한부 생명 선고가 나무를 심는 계기가 된 것 같았다. 당시에 의사는 앞으로 4개월을 살 거라고 했다. 백만 그루 심기를 소원한 덕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나이는 88세이고, 지금까지 심은 나무가 70~80만 그루나 되었다. 나무를 심기 위해 사들인 땅 규모가 서울 여의도의 7배가 넘는다고 했다. 중남미의 니카라과 땅값이 그렇게 비싸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그 막대한 돈이 어디서 났을지 세속적인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1969년 단돈 44달러를 들고 미국 뉴욕 유학길에 올랐던 그가 뜻밖의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번 이야기는 뉴욕타임스에 기사로도 실렸다. 나무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돈과 땅에 관한 철학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우연한 기회와 노력이 합쳐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큰 땅을 사게 되었지만, 한 번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땅은 지구의 것이다. 그는 잠깐이라도 좋은 관리자가 되고 싶어서 꽃나무를 심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왜 그렇게 돈과 땅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는 그 이유가 이름 석 자 때문이라고 했다. 현대인들은 모두 자기가 누구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안달한다. 이것이 인간을 자연에서 멀어지게 하고, 스스로를 상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인생을 첫눈 길을 걷는 것처럼 사세요. 첫눈 길을 걷기 위해서는 내가 길을 만들어야 하기에 일체의 아름다움을 다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남이 만들어 놓은 발자국을 따라 가면 아름다운 것을 하나도 볼 수 없어요.” 어른의 귀한 말씀에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두려움 대신 호기심을 가지고 새해에는 첫눈 길로 나서봐야겠다. 이 놀라운 이야기는 KNN과 최작기획이 제작해서 최근 시사회를 마치고 개봉을 앞둔 ‘나무의 노래(감독 진재운)’에서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만날 수 있다. 지역에서 세계를 상대로 만든 수작을 보면서 인생과 어른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중앙로365] 보안 없는 로봇, 국가 안보 위협의 시작
최근 대형 마트 ‘로봇 스토어’에서 3100만 원에 달하는 첨단 휴머노이드 로봇이 판매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간의 일상을 대신하는 로봇이 오늘 저녁 장바구니에 담길 수 있는 현실이 된 것이다. 사실 교육용, 돌봄용, 반려용 로봇은 이미 해외직구 등을 통해 우리 안방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그러나 이 화려한 기술의 이면에는 서늘한 ‘디지털 역설’이 숨어 있다. 검증 없이 유입된 로봇들이 우리 가정을 훔쳐보는 ‘디지털 스파이’를 넘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물리적 위협’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보안과 안전에 대한 위협은 국가 기간망을 넘어 우리 삶의 가장 사적인 공간인 ‘안방과 거실’까지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대한민국이 사이버 보안과 재난 관리에서 거대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96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롯데카드는 해킹 사실을 무려 17일간이나 인지하지 못했으며, 2025년 상반기에는 금융(SGI서울보증), 통신(SKT), 학술(JAMS), 유통(예스24)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특히 예스24는 해커에게 실제 수억 원을 암호화폐로 송금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여기에 서울시 ‘따릉이’와 ‘쿠팡’을 통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한국의 사이버 주권에 이미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안전 및 보안 불감증이 ‘국가핵심기반 보호시설’과 ‘국책 연구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4족 보행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우리 안보의 심장부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예산 절감이라는 명분 아래 채택된 이 기기들은 오히려 해커가 안으로 들어오는 ‘뒷문’(Backdoor)이 될 수 있다. 만약 국가 기밀을 다루는 연구소, 원자력·에너지 및 통신망 관리 시설에서 운용되는 로봇이 내부망을 해킹해 핵심 데이터를 해외 서버로 전송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는 단순한 정보 유출을 넘어 국가의 물리적 통제권 자체를 적대적 세력에게 헌납하는 꼴이 된다. 여기에 로봇의 심장인 리튬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는 또 다른 뇌관이다. 전기차나 전동 킥보드 화재에서 확인했듯, 저가형 배터리를 탑재한 로봇은 실내나 중요 시설 내에서 예고 없이 발화할 수 있는 ‘움직이는 폭탄’과 같다. 보안이 결여되고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로봇은 아이들과 어르신들에게는 ‘디지털 트로이 목마’이며, 국가 중요 시설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형 재난의 불씨’와 같다. 이러한 비극은 기술의 부족이 아닌 ‘구조적 방심’에서 기인한다. 공공기관과 지방정부는 여전히 보안을 전산 직렬 몇 명의 겸직 업무로 치부하며, 핵심 업무마저 계약직이나 외주 및 파견 인력에게 맡겨 책임 주체조차 불분명하다. AI 플랫폼 구축에는 수십억 원을 쏟아부으면서도 보안과 하드웨어 안전 점검은 여전히 ‘비용 절감 대상’으로 취급되어 ‘최저가 솔루션’에 맡겨지고 있다. 공격자는 AI를 기반으로 24시간 끊임없이 진화하는 반면, 방어자는 주말과 야간에는 ‘이상 징후’조차 제대로 탐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단 하나의 비밀번호 유출로 150년 역사를 마감한 영국의 KNP 사례는, 사소한 보안 허점 하나가 우리 사회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이자 곧 닥칠 수 있는 현실이다. 이제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혁신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우리 시장과 공공 영역에 들어오는 모든 로봇에 대해 ‘디지털 보안 및 안전 패키지 인증’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가전제품에 적용되는 ‘KC 인증’처럼, 소프트웨어 분야의 ‘사이버 보안 인증’과 하드웨어 분야의 ‘배터리 화재 안전 인증’을 패키지화하고, 이를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특히 우리가 먹거리 안전을 위해 검역을 하듯, 수입 로봇도 안전 및 해킹 취약성이 없는지 철저히 확인하는 ‘사이버 국경 검역’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분산된 대응 체계를 통합한 ‘국가사이버보안청’과 같은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고, 공격자의 입장에서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식별하는 ‘국가 레드팀’(Red Team) 기반의 전략적 운영을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 보안 인력을 소모품처럼 다루는 문화를 혁파하고, 동시에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인적 투자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편리함이 재앙으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로봇 기술이 선사하는 일상의 편익에 취해 안전의 본질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사이버 주권과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김필남의 영화세상] 역사의 비극, 한 끼의 실존
왕의 자리를 빼앗긴 어린 왕 ‘이홍위’가 있다. 울부짖음과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궁궐. 한때 왕이었던 소년은 창백한 얼굴을 한 채 겨우 버티고 있다. 그때 왕의 자리를 빼앗은, 권력의 정점에 선 남자가 다가온다. 소년은 왕의 얼굴을 하려 애쓰지만, 이내 밀려오는 것은 두려움과 무기력이다. 이홍위는 모든 걸 포기한 듯, 한명회에게 자신이 “이제 어디로 가는지” 묻는다. 우리는 세종의 적장손으로 10세에 왕위에 오른 조선 제6대 국왕, 단종의 운명을 잘 알고 있다.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고작 16세에 생을 마감했다는 이 비극적 사실은 영화를 보는 데 주저하게 만들지 모른다. 하지만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는 세조와 한명회의 쿠데타나 사육신의 복위 운동 같은 무거운 역사를 재현하는 데 주력하지 않는다. 영화는 단종 ‘이홍위’가 유배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새롭게 다시 쓰이기 때문이다.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 거창한 담론 대신 사람에 초점 마음 닫고 곡기마저 끊었던 왕 거친 밥상에 수저 든 장면은… 영화는 단종이 유배 생활을 했던 짧은 시간을 상상력으로 채운다. 그곳에서 만났을 법한 사람들과 있음직한 사건들이 겹쳐지며 역사와 허구가 촘촘히 뒤섞인다. 이때 역사는 이홍위를 ‘청령포’라는 감옥에 갇혀 죽음만을 기다리던 소년으로 기록했지만, 영화는 그를 ‘광천골’이라는 구체적인 삶의 터전으로 밀어 넣는다. 이홍위는 그때 비로소 역사가 가둔 비극을 뚫고 나와, 살아 있는 얼굴을 드러낸다. 유배지에 발을 내디딘 이홍위가 마주한 것은 정갈한 신료들의 예법이 아니다. 꾀죄죄한 얼굴로 어딘지 기대에 찬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엄흥도(유해진)의 시선이다. 귀한 양반 하나만 잘 모셔도 마을 형편이 조금은 피지 않을까 하는 속내로, 제 동네를 유배지로 ‘셀프 추천’한 이가 바로 마을 촌장 엄흥도다. 어딘지 능청스럽고 유쾌한 그가 화면에 들어서는 순간, 이홍위를 짓누르던 비극은 묘하게 흩어진다. 이제 영화는 죽음 말고는 미래가 없다고 믿는 이홍위의 시간에서 벗어나, 당장 입에 풀칠하는 문제가 더 중요한 엄흥도와 ‘함께 사는 삶’으로 이동한다. 앞서 말했듯 ‘왕과 사는 남자’는 정치적 격변의 순간에 방점을 찍지 않는다. 대신 카메라는 유배지로 내몰린 이홍위의 내면 변화와 그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투박한 시선에 머문다. 특히 이홍위와 마을 사람들의 거리를 좁혀가는 장치인 ‘밥’을 먹는 장면은 감동을 자아낸다.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곡기마저 끊었던 이홍위였다. 그런 그가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차려낸 소박한 밥상 앞에서 수저를 드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따뜻하면서도 강렬한 변곡점이다. 화려한 수라상 대신 거친 그릇에 담긴 밥 한 그릇을 나눈다는 것. 이는 ‘전직’ 왕이었던 이홍위와 마을 사람들이 수직적 계급을 넘어 서로를 가엾게 여기는 동등한 관계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시종일관 한명회의 위협이 광천골을 덮치고 단종 복위를 둘러싼 날 선 갈등이 숨통을 조여온다. 그러나 카메라는 끝내 이 척박한 유배지에서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이들의 얼굴을 놓치지 않는다. 그들이 나누는 것은 거창한 담론이 아니다. 그저 함께 앉아 밥을 나눠 먹는 것, 그 한 끼로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는 일이다. 즉 끼니를 거부하던 이홍위가 다시 수저를 들었다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을 짓누르던 무력감을 털어내고, “비록 내일 죽더라도 오늘은 살아가겠다”는 생의 의지다. 그 의지는 결국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신념으로 이어진다.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나약한 소년은 사라지고, 어느덧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려는 ‘진짜’ 왕의 얼굴이 그 자리를 채운다. 이때 ‘왕과 사는 남자’는 이홍위를 그저 가련한 역사의 희생자로만 두지 않고, 따뜻한 어른 엄흥도의 품 안에서 스스로를 지켜낼 줄 아는 인간으로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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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한 벨라스케즈와 의문들, 팔꿈치 수술 2회 33세 투수… 롯데 왜 ‘10승’ 대신 뽑았을까
제9회 정용환배 유소년축구대회·장학금 전달식
'인형 미모' 구잘 나이·국적·귀화·결혼 여부는?
강성훈 사과 '몹시 당황스럽고 죄송'…팬선물 중고판매 의혹 해명(전문)
진영·바로(차선우), B1A4 탈퇴한 이유
박지현 아나운서 남편 스펙도 '어마어마'
윤아, 전 남친 이승기와 결별 이유도 역시...
이엘리야, 한국인 맞아?… 이름 뜻은?
'생방송 오늘 저녁' 일산 '중식 코스요리' 1만원, 고양 대화동 '밍차이'…오늘방송맛집
'2TV 생생정보' 돼지고기 5종 소고기 2종 무한리필, 화성 동탄 강남대패&샤브 본점…테마맛집(생생정보통 맛집오늘)
김슬기 해명, 오연서 이어 '안재현 여배우' 루머에 '말할 내용이 없다'
이덕화 매니저이자 아들인 이태희 출연
쿨 김성수 아내 사망 이유, 채리나 남편 박용근도 '99% 사망진단'
김보연 리즈시절, 잡지 손에 든 청순 미녀
‘졸속 추진’ 비판 거센데…여, 행안위서 3개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 강행
결국 '윤 어게인' 택한 장동혁?… 전한길 “장동혁, 尹과 절연 안 한다 해”
“선거 앞두고 통합 강요, 치졸”… 여 ‘속도전’에 정면 반기 든 부산·경남 정치권
국힘 김도읍, 부산시장 선거 불출마…“강서 발전에 매진”
여 ‘분주’ 야 ‘신중', 부산 기초단체장 후보 움직임 대조
국힘 “이 대통령 퇴임 후 안전 보장 위해 사법체계 허물어…독재 과정”
이 대통령-여야 대표 오찬 앞두고 장동혁 '참석 재논의'
김도읍 “부산시장 선거 불출마” 박형준-전재수 양강 구도 무게
“추진력 신뢰” vs “통일교 의혹”… 명절 밥상머리 민심 선점 [전재수 부산시장 출마 여론전]
부산 숙원 ‘해사법원 설치법’ 국회 통과… 2028년 부산 개청 가시화
부산 지방선거 비공표 여론조사 ‘봇물’ [정가 티타임]
6월 통합 선거 가능성, 광주·전남 ○ 대구·경북 △ 대전·충남 ×
금융중심지 부산 흔드는 ‘코스닥 분리’ 멈춰라
4년 만에 기지개 켜는 부산 창업시장
“거의 아무도 한국 주식을 사지 않는다”…글로벌IB의 충격 보고서
실수로 꽂힌 비트코인 잽싸게 현금화…안 돌려주고 버티면?
‘가덕신공항 공사’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 사실상 결정
코스피, 사상 첫 5500선 돌파…‘반도체 투톱’이 다했다
HMM 영업이익 58.4% 급감
“바다 열리고 대륙 뚫린다”… ‘부산발 해양수도’ 구상 본격화 [부산은 열려 있다]
에어부산 노조 “13일부터 준법투쟁”…사측 “운송 중단 없을 것”
李 대통령 ‘썩은 상품’ 지적에…코스닥 ‘최대 220개’ 퇴출 예고
[생활경제뉴스] 풀무원다논, 창립 10주년 기념 이벤트 실시 外
입찰 경쟁 피하는 건설사들… 움츠린 부산 재개발·재건축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부산국악원서 차리는 설날 한 상
임윤찬·조성진·양인모 온다… 부산콘서트홀 기획공연 공개
부산 ‘달동네 작가’ 엄경근 별세… 향년 43세
닷새간 이어지는 설 연휴… 볼만한 TV는
국립예술단체 지방 이전, 사실상 원점 재논의…서울예술단만 광주 간다
영진위 '영화제 지원' 10억 원 증액됐지만…
겨울, 미술관에서 도시의 시간을 읽다
‘양양’에서 ‘국도 7호선’까지…독립영화 92편 특별 상영회
[현장 속으로] 부산서도 통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기적
[부고] 엄경근 작가 별세
부산 작가·독자의 만남 장 펼친다
임윤찬·조성진·양인모·김선욱… 부산콘서트홀 '월드 스타' 뜬다(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