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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전락한 '평화 상징'

무기 전락한 '평화 상징'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다. 피카소가 1949년 파리평화회의 포스터에 흰 비둘기를 그리면서 국제 평화운동 상징이라는 이미지가 전 세계에 확산됐다. 이에 앞서 성경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 비둘기가 올리브 잎을 물고 돌아오자 물이 빠지고 평화가 찾아왔다고 묘사되는 등 역사 속에서도 비둘기는 고귀함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6·25전쟁 전사 유엔군을 기리는 부산 유엔기념공원 위령탑에 비둘기를 조각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특히 비둘기는 귀소 본능이 뛰어나 편지를 전달하는 ‘전서구’로 활용되는 등 인간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왔다.하지만 비둘기는 2009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건물 틈, 다리 교각 등 도심 건축물에 둥지를 틀고 번식하는 능력이 뛰어난 데다 천적이 없고 음식물 쓰레기 등 먹이도 풍부하다 보니 개체 수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물론 20세기 각종 국가적 행사에서 각광받던 ‘비둘기 전성기’ 때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최근 살아있는 비둘기를 드론화하는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화를 상징하던 비둘기가 이제는 파괴적인 전쟁 도구로 활용된다는 섬뜩한 소식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러시아의 신경기술 분야 스타트업 기업이 비둘기의 뇌에 신경 칩을 심어 원격으로 조종하는 이른바 ‘사이보그 비둘기’를 개발 중이다. 비둘기 두개골에 초소형 전극을 삽입해 신경 신호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비행 방향을 원격 제어한다. 비둘기 가슴에는 카메라를, 등에는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소형 비행 제어 장치를 각각 장착한다고 한다. 비둘기 드론은 하루 최대 480㎞를 이동할 수 있고, 레이더나 시각 감시로 포착하기 어렵다는 게 장점으로 꼽혔다.살아있는 비둘기를 무기로 만든다는 소식은 기술혁신을 둘러싼 윤리 의무 위반과 동물 학대 논란을 촉발시키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는 비둘기 이외에도 돌고래와 개 등을 군사 도구로 이미 활용하고 있다. 중국도 ‘사이보그 벌’을 만들 수 있는 초경량 곤충 두뇌 조종장치 개발에 성공한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미국-이란 전쟁 등 최근 발생한 현대전 양상을 보면 드론의 중요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생명체의 뇌와 신경을 자극해 드론화하는 것까지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잇따르는 생체 드론 개발 소식을 보면서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쟁의 냉혹함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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