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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세와 재정 분권 이뤄져야 균형발전도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사 등에서 지역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도 5극 3특 정책, 공공기관 이전 등 지역을 소생시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 동력인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성과 조세 자율성에 대한 공감대는 부족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지역을 되살려 미래 발전 동력으로 삼으려면 지방 재정부터 튼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현재의 재정 구조를 혁신적으로 개편하지 않으면 균형발전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특히 이미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에 따른 악순환은 고착화 단계로 진입했다. 적극적인 분권을 전제로 한 균형발전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시도의 재정자립도 평균은 43.2%다. 서울의 재정자립도는 73.6%, 경기도는 55.7%로 집계됐다. 반면 부산은 42.7%에 그쳤다. 경남은 34.3%까지 떨어졌다. 경북 24.3%, 전남 23.7%, 전북 23.6% 등으로 다른 지역 재정자립도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수치들은 수도권 일극주의를 장기간 방치한 폐해를 여실히 드러낸다. 특히 수도권이 전국의 인구와 좋은 일터를 모두 빨아들이는 현재의 기형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지역의 사정은 처참하다. 지역 특성에 맞춘 조세·재정 제도 개편을 기반으로 한 분권 정책이 시급하다. 더 이상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시민단체들은 적극적인 지방분권 정책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경실련은 최근 전국 단위의 ‘지방분권운영본부’를 발족했다. 중앙정부가 재정적 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현재 상황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지역 균형발전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부산 시민단체들도 시혜적인 현재의 지방 재정정책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분권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부산 시민단체들은 헌법 개정을 통해 조세와 재정 분권을 제도적으로 담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무척 합당한 주장이다. 다음 개헌은 지방분권 강화에 초점을 맞춰 연방제에 준하는 강력한 조세·재정 권한을 지방정부에 서둘러 이양시켜야 한다. 수도권은 갈수록 부유해지고 지역은 가난해지고 있다. 지역에 지금 필요한 것은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권한이다. 조세 자치권이 강화되면 과감한 세제 혜택을 통해 기업들의 자발적 이전과 창업을 유도할 수 있다. 이렇게 될 때 지역의 재정 자립도가 높아지고 인구도 유입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예산 시즌이면 세종시를 찾아가 예산 지원을 ‘읍소’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지방정부의 자치권 자체가 유명무실한 상태다. 역대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모두 그럴 듯했지만 결국 조세와 재정 분권을 이루지 못해 실패로 끝났다. 이재명 정부가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고대한다.
[사설] 윤 전 대통령 사형 구형, 새 정치 출발점 삼아야
내란 특검팀이 지난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전직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된 것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30년 만이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사형을 구형받은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특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무기징역, 같은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는 징역 30년을 각각 구형했다. 12·3 비상계엄이라는 느닷없는 사태에 경악했던 국민은 이어진 탄핵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형 구형이라는 참담한 역사적 장면을 마주하며 깊은 허탈감과 분노, 그리고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검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반국가 세력에 의한 중대한 헌법 질서 파괴 사건”으로 규정했다. 권력 유지를 위해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가기관을 압박한 점에서 죄질은 극히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다시는 이 땅에서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시도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사법적 경고로 읽힌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윤 전 대통령의 태도는 국민의 참담함을 분노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사형이 구형되는 순간까지도 그는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과나 반성조차 없었다. 오히려 90분에 걸친 최후 진술을 통해 계엄의 정당성을 되풀이하며 이를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무대로 활용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특검의 이번 구형을 두고 민주당은 “사필귀정”이라며 환영했지만, 국힘은 “공정한 재판을 기대한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형 구형은 정파의 이해득실로 바라볼 사안이 아니다. 대결과 대립만 반복해 온 정치권이 이를 민주주의에 대한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되돌아봐야 한다. 계엄 사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정치권은 이 비극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국힘은 뒤늦은 사과와 미온적인 과거 단절로 신뢰를 스스로 허물었다. 민주당 역시 입법 독주와 사법부에 대한 압박으로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약속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권력의 주체만 바뀌었을 뿐 이를 대하는 태도는 여야 모두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법의 심판이다. 다음 달 19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재판부는 정치적 소음과 외압을 배제하고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명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12·3 사태는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 개인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해 입법권과 사법권을 침탈하려 한 것이다. 이는 국가 안전을 위협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다. 이런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치가 이번 사태를 환골탈태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구형이라는 참담한 비극이 역설적으로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새 정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사설] 무르익는 부산·경남 행정통합 주민 공감 통해 결실 맺어야
부산과 경남의 행정통합이 여론을 등에 업고 한껏 무르익고 있다.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한데 뭉쳐야 한다는 막연한 수준의 구상을 훌쩍 넘어섰다. 이재명 정부도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을 일굴 다극 체제 확립 구상으로 인식하고 나선 만큼 향후 추진에는 큰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정치공학적인 시도가 횡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을 한껏 부풀린 뒤 선거가 끝나자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어서다. 행정통합을 정치적 이벤트화하려는 그 모든 시도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13일 활동을 끝낸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는 이날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에게 활동 보고와 함께 최종 의견을 제안했다. 공론화위는 일단 두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과반 이상의 주민이 행정통합을 찬성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통합 절차에 있어서는 지역별로 온도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주민투표를 실시해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론화위는 아울러 기초지자체가 참여하는 권역별 상생협력기구를 통한 균형발전 정책 마련 필요성을 지적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울산을 포함해 완전한 통합이 필요하다는 점도 역설했다. 공론화위의 이 같은 제안은 타지역 행정통합 논의의 속도전과는 사뭇 다른 스탠스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곳은 대전·충남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6월 지방선거 전에 행정통합을 성사시키는 것을 목표로 주민투표를 생략하고 시·도의회 의결만으로 통합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선거 전 행정통합이 이슈화하자 정치권의 의제 선점 시도가 곧장 이어진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9일 최고위원회에서 “부울경 메가시티 결실을 맺게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본인이 경남도지사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 전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을 표명하기도 했다. 부울경은 2018년부터 일찌감치 공동연구 등을 통해 ‘메가시티’ 조성 방안을 추진해 왔다. 부울경의 상위 특별지자체를 만들기로 하고 2021년 공동준비기구까지 꾸리는 등 현실화를 눈앞에 둔 듯했으나 2022년 지방선거 이후 시장과 도지사가 바뀌자 백지화하고 말았다. 단체장의 소속 당에 따른 입장 변화 등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는 후문까지 나돌았다. 위로부터 추진된 메가시티의 한계가 4년 전 여실히 드러난 만큼 이번 행정통합은 아래로부터 추진돼야 옳다. 철저히 주민 공감을 얻어가는 방식을 통해 정치적 셈법을 최대한 배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방선거가 끝났다고 흐지부지되지 않으려면 더욱 그래야 한다.
통합 특별시의 명칭
조선 시대 8도(道)는 행정, 사법, 군사, 치안, 재정 전반에 걸쳐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했다. 지방이 고도의 자율성을 누리는 동안, 중앙은 통제력 부족에 대한 불만이 쌓여 갔다. 동학군이 호남을 장악하고, 의병 봉기에 이어 단발령 등에 대한 반발로 전국이 혼란에 빠진 1895년 고종은 행정 분할을 돌파구로 삼았다. 경상·전라·충청 등 5개 도를 남북으로 나누는 동시에, 과세·재정·군사 등을 중앙에 집중해 지방 권한을 해체하는 정책을 폈다. 왕권 강화를 위해 도입된 13도 체제는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광복 이후까지 유지되며 오늘날의 서울공화국으로 이어졌다.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충남·대전, 전남·광주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와 여야는 조세·인허가 특례 등을 담은 특별법의 2월 국회 통과와 통합단체장 선출을 공론화했다. 경남과 부산도 출발선에 섰다. 통합체의 가칭은 ‘대전충남특별시’, ‘광주전남특별시’, ‘경남부산특별시’처럼 행정명을 붙여 쓰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다소 길지만 어느 한쪽을 배제하기 어렵고, 새 명칭을 만들려다 긁어 부스럼이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엿보인다.실제 여당이 ‘충청특별시’를 제안했다가 대전과 충남·충북 모두의 반발을 자초했다. ‘충청’이 충북 충주와 청주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니 ‘북도’의 지명으로 ‘남도’를 대표하긴 어렵다. 전주(전북)와 나주(전남)가 합쳐져 ‘전라’가 됐는데 ‘광주전남특별시’에는 전북 유래만 남고 자기 지역인 나주는 사라진 셈이 됐다. 경상(경주·상주)의 연원은 경북이니, ‘경남’은 권역 밖의 지명 기원을 유지한 채 통합시 가칭에 포함됐다. 창원·마산·진해가 창원으로 합친 경우가 있지만 어찌 된 셈인지 광역권 통합에는 병렬 호칭이 대세다. 이대로면 울산까지 확장한 메가시티는 ‘경남부산울산특별시’가 된다.지방은 쪼개지면서 무력해졌지만 이제 합쳐서 힘을 회복하려 한다. 정부가 ‘5극 3특’으로 지방 살리기를 약속한 지금이 재결합의 기회인 점은 분명하다. 결집 초기에는 당위성 확보, 지역민 설득, 정부 권한 이양이 핵심 과제가 된다. 하지만 새 광역권의 성패는 소속감, 연대 의식, 융합에 달려 있다. 정체성의 통일을 위해서는 연합의 명분을 상징하는 명명도 중요하다. 그저 공간을 합치려는 것인지, 아니면 역사성을 살리면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려 하는 것인지. 서울공화국에 균열을 내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질문이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김상훈의 포커스온] 대학에 부는 해수부 온풍
연초부터 부산 지역 대학가에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한파를 녹일 만큼 온기가 충만하다. 부산 지역 4년제 대학 15곳의 2026학년도 평균 정시 경쟁률이 5.35 대 1로, 2025학년도 3.65 대 1보다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해양·수산 특성화 대학들이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립부경대의 정시 경쟁률은 7.19대 1로 지난해 5.61대 1을 크게 넘어섰다. 개교 이래 최고 경쟁률이라고 하니 놀랍다. 해양·수산 계열 학과의 강세도 두드러졌다. 나군에서 해양공학과는 14.6대 1, 수해양 생물 전반을 다루는 생물공학과는 13.8대 1을 나타냈다. 국립한국해양대는 평균 6.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2009학년도 이래 17년 만에 최고 경쟁률이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효과가 대학 입시에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해수부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 등 해양산업을 둘러싼 정책 환경 변화와 함께 부산이 미래 해양산업 인재 양성의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수험생들에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역 사립대의 경쟁률 상승도 두드러졌다. 경성대가 8.88대 1로 지역 대학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신라대 6.96대 1, 동서대 6.75대 1, 부산가톨릭대 6.41대 1, 동의대 6.38대 1, 부산외국어대 6.28대 1, 동아대 5.95대 1 순이었다. ‘벚꽃 피는 순으로 폐교 위기’라던 대학가의 오랜 자조가 올해만큼은 무색할 정도다. 정시 경쟁률 3대 1 미만 대학이 무려 8곳에 달했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무작정 인서울 대학’ 현상이 주춤해진 데에 대해선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정부의 비수도권 거점대 육성 정책, ‘불수능’·의대 정원 회귀·‘사탐런’ 확산 등 입시 환경 변화에 따른 안정 지원 경향, 지역 대학들의 정원 감축과 수험생 수요를 반영한 학과 개편, 수시 모집 이월 인원 축소와 황금돼지띠(2007년생) 수험생 증가 등이 거론된다. 고물가로 인한 수도권 거주 비용 부담도 원인이다. 수도권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다 보니 실리를 추구하면서 지역의 경쟁력 있는 학과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지방대학 육성법’에 따른 비수도권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35% 채용 의무화, ‘혁신도시법’에 따른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30% 채용 의무화 제도도 지역 대학 출신에겐 매력적이다. 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대 육성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서울대의 70% 수준까지 부산대를 비롯한 9개 지방거점국립대의 예산 지원을 늘릴 방침이다. 향후 5년간 지방대에 4조 원 이상을 집중 투자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실현을 위해 올해 거점국립대 투자 예산으로 총 8855억 원을 투입한다. 정부의 지방대 육성을 위한 다른 정책으로는 ‘글로컬대학30’ 사업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사업이 있다. 3년에 걸친 글로컬대 심사 결과 부산에서는 경성대(단독), 부산대·부산교대(통합), 동아대·동서대(연합)가 지정된 바 있다. 비수도권 대학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정 대학은 재정 지원과 규제 특례를 받고 대학당 5년간 최대 1000억 원을 지원받는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은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적 동반관계를 구축해 지역 혁신과 발전을 이끄는 것이 목표다. 정부가 이처럼 각각 다른 사업들을 잘 연계하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대학·산업·도시가 동반 성장하는 추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해수부 부산 시대가 열린 것은 지역 대학에는 큰 기회이자 전환점이 된다. 해수부 이전을 계기로 SK해운, 에이치라인해운 같은 해운 대기업이 본사 부산 이전을 공식화한 바 있다. 여기에다 해운 대기업 HMM과 해양수산 공공기관 이전, 동남권투자공사와 해사법원 설치, 북극항로 거점 구축 등 해양 행정·사법·금융을 포함한 해양산업의 종합적인 집적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실현돼야 지역 대학들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더 가팔라질 학령 인구 감소와 학업·일자리를 위한 청년들의 수도권행은 여전히 대학과 지역엔 위기의 요소다. 올해는 지역 대학 지원자들이 많았지만,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지, 어떤 변화가 펼쳐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지역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더라도 지역에서 연속적으로 교육, 취업, 정주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기업, 지자체의 협력은 필수다. 특히 대학은 지역 혁신의 중심이자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전략적 자산이 되어야 한다. 지역 대학의 위기는 도시 전체의 존립 조건과 연결된다. 대학이 무너지면 청년이 떠나고, 산업 기반은 축소되고, 고령화는 심화한다. 수험생의 탈지역 추세 반전을 대학 혁신과 지역 사회 성장의 선순환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정화의 크로노토프] 해양수도 부산, '축적'의 시간으로
새해는 언제나 약속의 시간이다. 늘 계획과 목표로 시작된다. 지난해 12월 23일,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개청식은 구호로만 외쳐왔던 해양수도가 현실로 전개되는 새로운 한 해의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7조 3566억 원이라는 예산과 함께 온 해양수산부의 정착이 단순한 물질적 팽창이 될지 도시의 문화적 자생력과 자존심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도시는 문화적 경험이 반복되고 기억이 축적되어 쌓일 때, 비로소 한 세대의 유행을 넘어 영속적인 생명력을 지닌 ‘문명의 그릇’이 된다.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고 지탱하고 유지하는 핵심적인 비결이자 에너지가 문화와 예술이다. 지난해, 부산은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을 운영하기 위해 부산클래식문화재단을 설립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마저도 여전히 불안하게 보인다. 화려한 물질적 기반은 갖췄으나. 정작 그 공간을 채울 ‘부산만의 기억과 시간’이라는 준비 과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공연예술 장르에서 공공 예산으로 유명세를 임대하는 일은 쉽다. 알려진 거장을 영입하고, 이미 완성된 대형 기획사의 공연 상품을 쇼핑하듯 사 오는 방식은 단기적인 박수갈채를 보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도시 문화의 축적이 아니라, 아직 채워지지 않은 빈자리를 임시방편으로 가리는 ‘문화적 가림막’에 가깝다. 당장에 곶감만을 빼 먹는 근시안적 소모다. 예술과 문화는 시간을 먹고 자라는 본질을 갖고 있다. 도시는 사람들이 살며 일군 실천들이 모인 복합적인 산물이다. 한순간 화려한 박수보다 수십 년의 제작 역량과 실패와 재도전이 쌓이는 구조가 필요하다. 부산에 정착한 해양수산부 예산 중 아주 작은 일부라도 해양도시의 문화예술을 위해 사용되기를 바란다. 총예산의 0.3%만이라도 해양 문화와 해양 예술을 꽃피우기 위한 마중물로 쓰이면 좋겠다. 그 예산으로 부산이 완성품만 소비하는 ‘문화 변방’에서 벗어나게 되고, 지역 예술가들이 부산의 바다와 해양을 소재로 직접 콘텐츠를 빚어내는 주체가 되면 좋겠다. 해양문화도시는 개념이나 방향 없이 반복되는 전시와 축제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사오거나 빌려온다고 저절로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부산의 바다와 항구는 단순한 경관이 아니다. 전쟁을 통한 이주와 노동으로 이루어낸 삶이 켜켜이 쌓여 만든 ‘기억의 서사 공간’이다. 관광객들이 단순히 스치고 지나갈 ‘볼거리’가 아니라, 예술적 형식으로 정형화되고 반복 생산되어야 할 소중한 ‘문화 자산’이다. 도시의 문화예술은 연구와 기록, 창작과 재공연, 교육과 전승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만 살아남는다. 예술과 문화는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 과정을 제도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야 지속적으로 꽃피울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사치품을 명품이라 부르며, 외부에서 가져온 비싼 공연에 ‘세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것은 그 도시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그곳의 사람과 시간이 축적된 것이라야 한다. 그리스 음악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가 “가장 그리스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 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바다와 해양, 그리고 부산만이 가진 독창성이 빠진 ‘수입산 콘텐츠’만으로는 이 도시의 정체성을 담아낼 수도, 세계적인 것이 될 수도 없다. 지역의 경험과 시간으로 만들어진 고유한 창작물이 지층처럼 쌓일 때, 부산은 세계적인 도시가 된다. 병오년 새해에 부산은 무엇을 더 빨리 가져올 것인가 보다, 무엇을 더 오래 키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문화가 다시 ‘곁다리’나 ‘전시행정’으로 밀려난다면, 도시는 양적으로 팽창할지언정 질적으로는 같은 자리를 맴도는 공허한 성장에 그치고 말 것이다. 문화재단이나 문화회관 또한 수도권 대형기획사의 일회성 공연 유치를 위한 ‘부산분점’ 역할에 그치지 말고, 지역 예술가들의 자생적 제작 기지를 자처하며 ‘부산발 콘텐츠’를 길러내야 한다. 예술가가 다음 작업을 지속적으로 준비하는 시간과 조건을 보장해야 한다. 문화예술 예산은 미래를 담는 냉철한 정책의 언어라야 한다. 부산의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꿈을 꾸어야 한다. 부산의 꿈이 유명인들의 방문 횟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숫자로 만든 성은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지만, 부산 사람의 땀으로 쌓은 기억과 그 기억이 빚어낸 예술은 풍랑에도 휩쓸리지 않는다. 부산이 단순한 소비의 파동을 넘어, 깊고 단단한 창작의 심연을 담아낼 시간이 되었다. 자본이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항구에 머물게 할 것인지, 오랜 세월 사람이 살며 문화와 더불어 빛나는 해양도시로 만들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새로 둥지를 튼 해양수산부가 사람을 부르고, 사람이 머무는 도시 부산을 만드는 데 진정한 문화적 동반자가 되기를 바란다.
[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부다페스트 무파, 버르토크 벨라 콘서트홀에서 만난 넵트랩코
헝가리를 대표하는 20세기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버르토크 벨라의 이름을 딴 콘서트 홀이 부다페스트에 2005년 개관했다. 오늘날 유럽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공연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지만,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다뉴브 강변에 자리한 부다페스트의 복합공연예술센터 무파(헝가리어로 ‘예술궁전’이란 뜻) 내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은 헝가리 현대 문화정책과 예술적 야심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버르토크 벨라 국립 콘서트홀을 중심에 두고 페스티벌 극장과 루드비히 현대미술관까지 결합되어,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기관으로 기능한다. 무파가 위치한 소로크사리 거리와 라코치 다리는 과거 산업지대의 흔적이 남아 있던 지역이다. 헝가리 정부는 이곳을 문화지구로 재생하며, 국립극장과 무파를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예술이 도시 재생의 중심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외관은 절제된 현대주의적 언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부로 들어서면 공간의 위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중심에는 약 1700석 규모의 버르토크 벨라 국립 콘서트홀이 자리한다. 이 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음향을 자랑하며, 파이프 오르간과 가변형 음향 구조를 통해 바로크에서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한다. 콘서트홀의 기본 형식은 전통적인 슈박스(shoebox) 타입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빈 무지크페라인이나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로 대표되는 고전적 콘서트홀의 계보를 잇는 선택이다. 길게 뻗은 직사각형 공간은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균형 있게 확산시키며, 관객석 전반에 균질한 음향을 전달하는 데 유리하다. 이 홀의 가장 주목할 요소는 가변 음향 반사판과 천장 구조다. 천장에는 조절 가능한 반사 패널이 설치되어 있어, 공연 성격에 따라 잔향 시간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 대편성 교향곡에서는 풍부하고 깊은 울림을, 실내악이나 현대음악에서는 선명하고 또렷한 음상을 구현한다. 이는 단일한 이상적 음향을 고정하는 대신, 레퍼토리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동시대 공연장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버르토크 벨라 콘서트홀의 진정한 가치는 기술적 완성도에만 있지 않다. 이 홀은 헝가리 음악의 정신을 공간으로 번역한 결과물이다. 버르토크가 헝가리 민속음악의 본질을 현대적 언어로 재구성했듯, 이 콘서트홀 역시 전통적 홀의 형식을 현대적 기술로 재해석한다. 과거의 유산을 존중하되, 현재의 감각으로 재구성하는 태도는 이 공연장을 단순한 좋은 콘서트홀이 아니라 헝가리의 문화적 자존심의 결과물이다. 지난주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나 넵트랩코가 버르토크 벨라 콘서트홀에서 그의 경력 중 처음으로 베르디 ‘레퀴엠’에서 소프라노 파트를 무대에 올렸다. 이 역사적인 연주회 때문에 부다페스트를 찾았지만, 공연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무파와 콘서트홀을 이 지면에 소개하고 싶었다.
[데스크 칼럼] 개인정보 유출 사고, 제도적 보완 나서야
통신사, 카드사, 유통사로 확대된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 ‘소비자 보상’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회사들은 정부의 ‘중재안’을 거부하고 ‘생색 내기’ 보상에 나서 소비자 불만을 키웠다. 소액, 다수 피해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결국 법·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4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유심(USIM) 교체를 위해 직접 대리점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유심 확보도 제때 되지 않아 교체를 위한 대기 기간도 길었다. 이런 불편과 불안에 대한 보상은 한 달 통신비 반값 할인 등이었다. SK텔레콤은 가입자 1인당 30만 원을 배상하라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산하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거부했다.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강제력을 갖지 않는다는 제도적 한계가 SK텔레콤의 조정안 거부로 다시 부각됐다. 결국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배상은 일부 소비자가 참여한 민사 소송을 통해 결론이 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가입자 297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롯데카드도 ‘쥐꼬리’ 보상으로 비판 받았다. 대부분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는 최대 10개월 무이자 할부, 연말까지 카드 사용 알림 문자 무료 서비스 보상에 그쳤다. 카드번호와 비밀번호 등 핵심 개인정보가 유출된 28만 명도 카드 재발급 시 연회비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데 머물렀다. 개인정보 유출과 대응 과정에서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던 쿠팡의 경우 가입자 3370만 명에게 1인당 5만 원의 보상금을 발표했지만 결국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쿠팡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은 5000원에 그쳤다. 개인정보 유출 관련 보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소액, 다수 피해자를 위해 도입한 소비자보호법상 집단분쟁조정제도, 개인정보보호법상 집단분쟁조정재도가 무력화되면서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증권과 관련된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만 집단소송제가 도입된 상태다. 민사소송의 경우 같은 내용의 소송에 참여하는 여러 사람이 ‘공동 소송인’으로 당사자가 되는 공동소송 제도가 있지만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까지 보상하는 집단소송제와는 거리가 있다. 미국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건에 대해 집단소송(Class action)을 허용한다. 미국의 집단소송은 ‘제외신청’을 하지 않으면 법원의 판결이 관계자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원고가 승소하면 피고 측이 출자한 자금에 의해 조성된 구제 기금을 각 구성원에게 분배,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일본도 모든 소비자 계약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제를 실시하고 있다. 2단계로 진행되는 일본의 집단소송은 1단계에서 소비자단체가 패소하더라도 소비자 개인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승소한 경우에만 소비자들이 2단계 참가를 결정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도 집단소송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수차례 있었지만 재계 반대로 무산됐다.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현 한국경제인협회)은 집단소송제 도입에 반대하며 “막대한 소송 비용은 물론, 기존 행정제재, 형사처벌에 더해 민사적 처벌까지 ‘3중 처벌’에 시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계 반발로 집단소송제 도입이 좌절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미국 집단소송 결과에 영향을 받는 일도 벌어졌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세타2 GDi 엔진 집단소송에 합의하면서 국내 차량에 대해서도 ‘평생 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한 바 있다. 그러나 통신사처럼 내수 시장에 서비스가 집중된 경우 해외에서 집단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한국에서 장사하는 미국 회사’인 쿠팡도 미국 집단소송 가능성이 없다. 결국 국내에서 집단소송제를 확대해야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가 가능하다. 정부의 ‘개인 데이터 사용 확대’ 정책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확대에 대해 우려가 크다. 마이데이터란 정보 주체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를 한 곳에 모아 통합적으로 관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정부는 마이데이터의 ‘본인전송요구권’을 모든 산업 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 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정보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전송요구권을 통한 개인정보 유통 활성화가 결국 개인 정보의 ‘헐값 거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는 정보의 유출이나 오남용 등 침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김종우 서울경제부 부장 kjongwoo@busan.com
[시론] K해양반도체 얼라이언스, 부산 미래 위한 공동선언
인류 문명은 바다를 따라 확장돼 왔다. 항해술은 제국을 만들었고, 증기기관과 컨테이너는 세계를 연결했다. 바다는 늘 가장 가혹한 환경이었고,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그리고 지금, 바다는 다시 한번 기술을 부르고 있다. 이번에는 선박 크기나 항로 길이가 아니라, 반도체다. 바다 위 안전과 에너지 효율, 자율 운항과 무인화는 철판과 엔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해양반도체가 선박의 두뇌와 신경, 심장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지방 주도 성장’을 대한민국 재도약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며, 수도권 1극 체제에서 5극 3특 체제로의 대전환을 강조했다. 특히 ‘남부권 반도체 벨트’를 언급하며, 첨단산업 발전이 지역 성장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하겠다고 했다. 이는 균형발전을 넘어, 지방이 국가 산업 전략의 주체가 되는 구조 전환 선언이다. 이러한 국정 철학은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에도 제시되었다. 광주-부산-구미를 잇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는 그 상징적 비전이다. 단순한 지리적 연결이 아니라, 지역별로 역할을 분담하는 국가 반도체 가치사슬 재설계다. 친환경과 자율 운항, 스마트 항만 해양산업 디지털 전환 핵심 기술 부산 SiC 전력반도체로 기반 갖춰 민간 주도 실행 플랫폼 출범 신호탄 ‘지방 주도 성장’ 현실적 구현 모델 부산은 이 전략에서 새롭게 등장한 도시가 아니다. 이미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의 기반을 착실히 다져왔다. 특히 부산시는 전력반도체 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설정하고, 단기간 성과보다 중장기 생태계 구축에 방점을 둔 정책을 지속해 왔다. 그 과정에서 부산은 역외 기업 유치뿐만 아니라, 기술 수요와 산업구조를 전제로 한 선택적 투자 유치를 추진해 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기업들은 부산을 ‘실험 가능한 도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시가 인프라, 연구 장비, 테스트 환경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노력이 있다. 단순한 공장 부지가 아니라, 연구-제조-실증-검증이 도시 안에서 가능한 구조를 만들면서 기업에 분명한 신호로 작용했다. 이는 부산이 더 이상 ‘값싼 입지’가 아니라, 기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 거점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흐름 속에서 SiC(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는 부산 전략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SiC 전력반도체는 전기차와 재생에너지를 넘어, 고온·고압·고신뢰성이 요구되는 해양과 에너지 전환 시대의 핵심 기술이다. 정부의 30대 선도 프로젝트에도 핵심 기술로 포함된 SiC 전력반도체는, 부산이 지향하는 해양반도체 전략의 기술적 모태라 할 수 있다. 부산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전력반도체를 바다로 확장하는 해양반도체 전략이다. 해양반도체는 염분, 습기, 진동, 고압의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반도체 소자와 모듈을 의미한다. 전기추진선, 자율 운항 선박, 스마트 항만까지 해양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고신뢰 반도체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육지서 검증된 반도체는 많지만, 바다서 끝까지 버티는 반도체는 드물다. 해양은 까다로운 실증 현장이며, 동시에 가장 높은 부가가치 시장으로 가는 관문이다. 해양반도체는 조선·해양·에너지·국방·AI를 하나의 기술 축으로 묶는 융합 산업이다. 극한 환경에서의 신뢰성과 시스템 통합 역량은 부산이 가진 산업구조와 정확히 맞물린다. 이는 지방 주도 성장의 가장 현실적인 구현 모델이다. 부산은 반도체를 ‘많이 만드는 도시’가 아니라, 해양 현장에서 쓰이며 검증되는 반도체를 ‘완성시키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부산시는 부산테크노파크,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과 함께 차세대 해양반도체 허브도시 조성 계획을 수립해 클러스터를 준비중이다. 해양반도체 얼라이언스 출범은 이 구상을 실행으로 옮기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 얼라이언스는 수요 기반 공동 기획, 공급망 연계,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 표준·인증 체계 마련, 전문 인력 양성까지 함께 추진하는 민간 주도 실행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도시는 언제 미래를 결정하는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디에서,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순간이다. 부산에서 출범하는 해양반도체 얼라이언스는 바로 그 선택의 선언이다. 해양수도 부산은 이제 항만과 물류의 도시를 넘어, 해양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기술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해양반도체 얼라이언스는 그 출발선이다. 부산은 지금, 미래에 가장 현실적인 답을 내놓고 있다.
[중앙로365] 의료관광 시대 '사각지대' 넓은 부산
모처럼 SRT를 타고 서울의 한 병원을 다녀왔다. 오래전부터 검사를 받아오던 곳이지만, SRT를 왕복으로 이용한 것은 꽤 오랜만이다. 그런데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변화가 느껴졌다. 병원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몇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어져 있었다. 부산이나 대구 등 지역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대전에서 탑승한 이들은 업무차 이동하는 직장인들처럼 보였다. 여섯 대의 셔틀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겨우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울 병원에 서울 사람이 많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에서 올라온 환자 역시 결코 적지 않다. 부산에도 여러 대학병원이 있고, 진료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는 병원도 많은데 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향하는 것일까. 셔틀을 기다리며 나눈 대화 속에서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드러났다. 부산의 병원에서 경험했던 불편함을 비슷하게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필자 역시 주 진료는 부산에서 받고 있고, 가족의 입원 경험을 통해 여러 병원의 서비스를 접해왔다. 그러나 서울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가장 먼저 체감하는 것은 병원 시설이다. 해운대나 광안리 인근 일부 대형 병원을 제외하면, 서면이나 구도심에 위치한 대형 병원 상당수는 병실 규모나 보호자에 대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하다. 2인실임에도 침대 간 간격이 지나치게 좁아 보조 침대를 놓으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경우도 흔하다. 시설의 불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화장실에 턱이 있어 휠체어나 링거대를 들고 이동해야 하는 병원도 있고, 검사와 진료를 위해 이동할 때마다 중간 수납을 반복해야 하는 구조도 많다. 서비스 측면에서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서울의 대형 병원들은 접수와 대기 관리 측면에서 자동화 시스템을 빠르게 도입했다. 예약 환자는 키오스크를 통해 진료실 접수까지 한 번에 마칠 수 있고, 대기 현황과 진료 진행 상황은 실시간으로 안내된다. 이는 환자에게 신뢰를 줄 뿐만 아니라 보호자에게는 일정 관리의 부담을 덜어주는 중요한 서비스다. 반면 부산의 병원 대기실에서는 여전히 “내가 몇 번째인가요”를 물어봐야만 대략적인 대기 시간을 가늠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 격차를 체감할 수밖에 없다. 2007년 무렵 시작된 의료관광은 어느덧 20년을 바라보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 돼 가는 지금, 의료관광 인프라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의료기술과 의료진의 역량은 부산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의료 관광객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치료 결과만이 아니다. 병원의 시설과 서비스, 즉 ‘의료 경험’ 전반이 경쟁력이다. 의료관광의 경쟁력은 진료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병원에 도착해 처음 마주하는 안내 체계, 대기 공간의 쾌적성, 보호자를 고려한 병실 구조와 이동 동선, 다국어 응대 여부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의 ‘의료 경험’으로 축적된다. 이러한 경험은 치료 결과만큼이나 의료 관광객의 만족도와 재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의료관광은 재방문 가능성이 높은 분야여서 경험에 대한 평가는 온라인과 주변 사람에게 빠르게 확산한다. 한 도시의 병원 경험은 곧 도시 이미지로 연결되며, 이는 관광과 연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의료관광을 개별 병원의 문제가 아닌 도시 차원의 경험 산업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이미 300만 명을 넘어섰고,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의료 인프라 수준으로 과연 재방문을 이끌 수 있을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관광산업이 신규 방문객 유치에서 재방문 관리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의료관광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의료 서비스의 중심은 결국 환자다. 병원 곳곳에 ‘환자 권리장전’이 게시되어 있지만, 구조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환자를 위해 어떤 서비스가 실제로 제공되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완치와 회복은 의료기술의 영역이지만, 그 과정에서 환자와 의료진, 시설 사이의 틈을 메우는 것은 서비스의 몫이다. 부산 시민이 진료를 위해 하루를 들여 기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 도시, 외국인 의료 관광객이 다시 찾고 싶은 의료 경험을 제공하는 도시. 부산 의료관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제 분명하다. 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진지한 투자와 혁신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병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공공 차원의 인프라 개선과 서비스 표준화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부산 의료관광의 경쟁력은 더 이상 홍보 문구가 아니라, 병원 문을 여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현장 경험’에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현실을 직시하고 방향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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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골프 ‘톱6’ 총출동 ‘해외파 대 국내파’ 뜨거운 샷 대결
‘제2회 부산일보 파크골프’ 화려하게 마무리
한국, 2027 야구 프리미어12 본선 직행
롯데, 2026년 개막전 삼성과 맞대결
2월 부산서 데이비스컵… 한국-아르헨티나 격돌
‘롯데맨’ 주형광 코치 kt에 새 둥지
김민재·주형광·김주찬…'롯데 레전드’ 김태형 사단 코치진 합류
롯데, 내년 외국인 선수 3명 모두 바꾸나
디미트로프 날자 OK저축은행도 날았다
부산중학교 야구부, 전국체전 부산 예선 우승
린 댓글로 불거진 이수 성매매…16살인데 '미성년인지 몰랐다'?
'아는형님' 이엘리아 국적·본명·나이·혀마중·박서준 연관검색어 총정리
'아는형님' 송가인 '시그니처 멘트, 특별한 자기소개 위한 선택'
장윤정, 전 남편 김상훈과 이혼&결혼 비하인드 연일 관심↑
유례없다-유래없다 중 바른 말은?… '우리말 겨루기' 시청자 문제
강문영 '뽕2' 치근네 역할…'일제강점기 독립운동 배경'
'미우새' 배정남, 서울풍물시장부터 동묘 구제시장까지 보물찾기 삼매경
'생방송투데이' 익선동 남도분식, 시래기떡볶이&전국구 분식 메뉴…대박신화(오늘방송맛집)
개그맨 윤택, 가수 변신… ‘오지:객’ OST 발매
전유성 딸 전제비 결혼식에 진미령이 참석하지 않았던 이유
'생방송투데이' 고기품은 두부전골, 대전 매봉식당(계족산두부전골)…맛의승부사[오늘방송맛집]
'집사부일체' 전유성 딸 전제비 씨의 이름이 '제비'인 황당한 이유
[영상] 한동훈 징계 수순에 PK 의원들도 “부적절”…“민심 역행 중단해야”
전재수 시장후보 자격심사 미신청
지역 재정 위기, 이대로는 미래 없다 [다시, 지방분권]
한동훈 심야 제명, 극한 분열 치닫는 국힘
[영상] 장동혁 ‘한동훈 제명’ 의결 미뤘지만…반발 감안한 시간 벌기인 듯
서울서 부산 출향 인사 신년인사회 개최
기장 숙원 ‘정관선’ 예타 통과 여부 주목…지역 정치권 총력전
여야 막판 협상 결렬…민주 ‘2차 종합특검’ 강행, 국힘 필리버스터 맞불
'중앙 권한 지방에 대폭 이양, 부총리급 '균형성장 발전부' 필요' [다시, 지방분권]
[영상] 부산시장 출사표 이재성 “다대포 디즈니랜드 유치”…부산 뉴딜 2026 공약
시정 부정 평가 높은 박 시장…왜?
전재수 ‘부산 북갑’ 비우면 여권 대안은 하정우 AI수석?
북항 재개발 랜드마크 부지 ‘BPA 직접 참여’ 법안 추진
고속철도 지난해 1억 1900만 명 탑승… 부산역 이용 2090만 명으로 전국 3위
부산도 24평 ‘10억 시대’… 공급·전세 부족 영향
가덕신공항 우여곡절 끝에… 대우 컨소에 한화·롯데·HJ중공업 '구원 투수' 나선다
[영상] 해운대 오션뷰 카페 커피 로스팅 막는 ‘커피도시 부산’
[영상] 이기대 입구에 결국 25층 아파트… 시민단체 '감사원 감사 청구'
홈플러스 점포 7곳 추가 영업 중단키로 1월 급여도 ‘지연’
홈플러스, 부산감만점 등 점포 7곳 추가 영업중단 '자금상황 한계… 1월 급여도 연기'
치솟는 환율에…기준금리 연 2.50% 5연속 동결
아반떼·베뉴·K3 24만여대 무단변속기 결함에 리콜
삼성전자 ‘훨훨’, 금 이름값 ‘톡톡’, 비트코인·달러는 ‘손실’
“세금 환급될까, 더 내야 할까”…‘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15일 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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