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 테크] 아이오니아에너지, 지붕·옥상에 태양광 설치… 가상발전소로 ‘제2 도약’ 준비 착착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과 탄소국경세 도입, ESG 경영의 확산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가 아이오니아에너지(주)다. 지난해 준공된 부산 태양광 발전소의 80%를 시공한 아이오니아에너지의 강남욱 대표를 해운대구 사옥에서 만났다.
26세에 등록증 하나 걸고 사업 시작
10년 만에 부산 ‘태양광’ 80% 시공
누수 지붕수리까지 해 줘 큰 호응
기장 명례산단 수소연료발전소 추진
매출액 10% 이상 사회 환원 다짐
■지붕, 옥상 태양광이 대세
한때 산지나 농지에 태양광 시설이 많이 설치됐다. 하지만 이는 녹지를 없애고 그 자리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이어서 환경훼손 문제가 제기됐다. 꾸준한 법 개정과 정책 전환을 거쳐 최근에는 공장 지붕과 건물 옥상 등 유휴 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사업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최근 지붕, 옥상 같은 건물형 태양광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는 1.5로 유지됐지만 임야 태양광의 REC 가중치는 0.7에서 0.5로 줄어들었다. REC는 가중치가 높아지면 에너지 판매 수익금이 높아진다.
강 대표는 “지난해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지급한 그린뉴딜 정책자금 사용 실적 중 산업단지 지붕임대형 태양광 보급 실적에 있어 부산이 전국 지자체 중 1위를 차지했고 부산 지역 12MW 중 11MW를 우리 회사가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제로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만큼, 올해 들어 문의전화도 부쩍 더 많아졌다.
태양광 시공에서 가장 염려되는 것이 ‘누수’다. 아이오니아에너지는 지붕을 임대해주는 업체에 지붕리뉴얼 사업을 진행해주고 있다. 지붕을 빌려준 대가로 공장 주인에게 임대료를 주는 건 물론이고 지붕강판 교체와 노후 지붕 수리까지 해주니 반응이 좋다. 아이오니아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50억 원, 연말까지는 100억 원 정도가 예상된다.
아이오니아에너지는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장군 명례산단에 수소연료전지발전소의 첫삽을 뜬다는 목표로 현재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 100MW 규모의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들어서면, 기장군민 전체가 연간 사용하는 전기를 모두 충당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발전소에 주목
실증 사업을 거쳐 제도화를 앞두고 있는 스마트그리드(Smart Grid)에 대한 주목도도 높다. 기존 전력망의 경우 최대 수요량에 맞춰 예상 수요보다 15% 정도 전기를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전기를 만들었는데, 다 쓰지 못하면 전기가 버려지는 형태다. 스마트그리드는 데이터를 활용해 전기량을 예측하고 전기 사용자에게 전기 사용량과 요금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에너지 낭비를 막아준다. 또 가정 내 전력 네트워크를 구성해 전기요금이 가장 저렴한 시간에 충전도 가능하다.
스마트그리드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바로 에너지 저장 장치(ESS)로, 이를 통해 에너지를 대형 배터리에 저장해둘 수 있다. ESS를 이용하면 다양한 재생 에너지 발전소에서 얻은 전기를 저장해 나중에 쓸 수 있다.
아이오니아에너지는 ESS는 물론 가상발전소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강 대표는 “가상발전소를 이용하게 되면 태양광설비가 설치된 각 발전소가 하나의 초소형 발전소가 되기 때문에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아이오니아에너지는 블록체인 기술개발 전문기업인 하이블럭스, KT와 업무협약을 맺고 IoT(사물인터넷), 스마트컨트랙 기능을 활용한 ‘전기 공유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물여섯에 차린 회사
강 대표는 호주 유학을 다녀온 뒤 26세에 창업했다. 아버지가 중소건설업체를 운영 중이어서, 유학 후 곧바로 아버지 회사에 입사했는데 “유학까지 다녀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힘들었단다. 강 대표는 평소 눈여겨봤던 독일 신재생에너지, 그 중 태양광에 주목했고 아버지 반대를 무릅쓰고 기술보증기금의 청년지원 자금 1억 원을 지원받아 회사를 차렸다.
26세 때 부산 해운대구 센텀의 공유 오피스에서 사업자등록증 하나 걸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27세, 28세 때는 커팅식도 다니고 150억 짜리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사업이 무서운 속도로 확장했지만 침체되기도 했다. 심할 때는 2년간 40억 가까이 적자를 봤다.
사업의 ‘쓴맛 단맛’을 보는 사이 강 대표는 35세가 됐다. 회사에는 이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기상청 날씨경영우수기업상 등이 놓여있다. 창업을 반대하던 아버지는 회사를 접고 강 대표 회사로 들어와 영업을 돕고 있다.
태양광 사업 자체에 정부 지원이 많다 보니 강 대표는 매출액 중 10% 이상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재단 설립도 생각했지만 여러 제약이 많아 쉽지가 않더란다. 강 대표는 “폐지를 주워 파는 분 등을 찾아가 돕기도 했고 기부도 많이 했는데 좀 더 체계적으로 필요한 곳에 도움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