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해진 G2 패권전쟁, 기로에 선 부산 [부산, 미중 패권의 중심]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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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 해군사령부 이전 10년
핵잠 들락날락 전략기지 급부상
북중 반발 등 지정학 변화 가속
지역사회, 논의커녕 무관심 일관

지난해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미 해군 핵 추진 잠수함 '그린빌함'이 입항하고 있다. 길이 110m, 폭 10m, 승조원 110여 명인 그린빌함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12개의 수직발사시스템, 어뢰 및 4개의 발사관 등을 갖추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해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미 해군 핵 추진 잠수함 '그린빌함'이 입항하고 있다. 길이 110m, 폭 10m, 승조원 110여 명인 그린빌함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12개의 수직발사시스템, 어뢰 및 4개의 발사관 등을 갖추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의 전략적 위상이 급변하고 있다. 2016년 주한 미 해군작전사령부가 부산 백운포로 이전한 지 10년 만의 변화다. 전선의 후방으로 취급됐던 부산은 이제 핵잠수함과 항공모함이 오가는 연합군의 ‘전략적 허브 기지’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노골화된 결과로, 한미 동맹이 강화되는 만큼 주변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 상황은 요동치고 있는데, 정작 지역 사회는 무관심과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국방부 브리핑 등을 종합해 보면 지난해 핵추진 공격 잠수함과 항공모함 등 모두 4차례의 미군 전략자산이 부산에 입항했다. 이로써 2022년부터 4년 연속 연간 3~7차례씩 미군 전략자산의 부산 입항이 이어지고 있다. 유례없는 일이다. 부산이 핵잠수함과 항공모함의 거점이라는 지정학적 입지도 굳어지고 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연간 입항 건수는 없거나 한두 차례 정도였다.

부산의 ‘전략자산 거점화’는 2016년 2월 서울 용산의 주한 미 해군작전사령부(CNFK)가 남구 백운포로 옮겨오면서 시작됐다. 다만 최근 3~4년 사이 국내외 정세 변화로 흐름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CNFK 이전 당시 빌 번 사령관은 “단순히 주소지가 바뀌는 것 이상의 의미다. 사고방식의 변화, 대한민국 해군과의 관계 변화다”며 “부산은 한국 해군의 심장이자, 한미 동맹 해상 활동의 허브다”고 향후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부산의 전략자산 거점화는 ‘제1도련선(중국의 해양 진출을 봉쇄하는 가상의 선)’ 연장의 의미로 읽힌다. 연합군이 핵잠수함과 항공모함을 과시하면서 봉쇄선을 대한해협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북한을 주로 상대할 때는 부산이 전선의 최후방이었지만, 대중 견제에 있어서는 연합군의 핵심 거점인 셈이다.

지역 안보 측면에서 부산은 미군의 군사 방어 우산에 명확하게 편입됐다. 반면 상대국들에 부산은 위협적인 군사 자산을 품고 있는 경계 대상이 됐다. 북한은 전략자산 입항 때마다 매번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으며, 중국 역시 “스스로 안보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부산이 미중 패권이 충돌하는 무대가 된 것이다.

외부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지역 사회 내부에선 안보와 전략적 상황 변화에 매우 둔감하다. 전략자산 입항은 ‘안보 이벤트’로 소비될 뿐 지정학적 영향 등에 대한 보도나 학술적 토론은 드물다. 부산시, 시의회 등도 지정학적 문제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전략적 위상, 안보 위기 등에 대한 논의가 주로 중앙 단위로 이뤄진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역사회 내 전문가 그룹이 많지 않고, 수도권 내 전문가들은 지역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평화·통일 시민단체인 부산평통사 손기종 대표는 “무관심에 더해 설마 전쟁이 나겠냐는 안일함까지 있는 것 같다. 미군이 오는 게 익숙해서인지 거부감이 덜해, 문제를 못 느끼는 것도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 상황은 빠르고 심각하게 변하고 있다. 패권 다툼에 부산이 던져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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