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항공사·가덕도공단 통합, 가덕신공항 활성화 계기 돼야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공항 관련 공사·공단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해당되는 기관은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등 3곳이다. 당초 공사 2곳의 통합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최근 가덕도공항건설공단도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다. 공사 2곳은 각각 인천국제공항과 전국 14개 지방공항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며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운영이 아니라 신공항 건설만 담당하는 한시적 기관이다. 공사 2곳은 국제선과 국내선의 손익 차이로 인한 적자 상계 문제로, 공단은 건설이라는 기능 차이로 인한 재원 조달 문제로 통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공항 관련 공공기관 통폐합 추진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모아 해당 기관 소관 정부부처에 전달했다. 부처별 의견 검토와 협의가 끝나면 재경부는 통합 방안 초안을 청와대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 같은 소식에 당장 인천공항공사 측이 반발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인천공항공사는 488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반면 한국공항공사는 134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서다. 인천공항공사는 한국공항공사가 지방공항 운영 기관인 점을 들어 지방공항 정책 실패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국제선 대부분이 이착륙하는 인천공항의 지리적 이점만 챙기려 한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가덕도공항건설공단 통합 문제는 사정이 더 복잡하다. 정부는 기관 단일화를 통한 업무 효율성 제고를 내세우지만 해당 공단은 국토부 조직만으로 신공항 건설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되기 어렵다며 별도 입법으로 만들어진 건설 전담 공단이다. 신공항 완공 이후엔 국가로 시설을 넘기고 향후 운영 주체를 새로 정해야 한다는 점이 공단 관련 법의 입법 단계에서부터 분명히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공사 측은 공사·공단 통합으로 인천공항에서 발생한 수익을 신공항 건설에 쏟으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통합 공사의 공사채 발행 등으로 건설비를 충당함으로써 정부의 신공항 건립 예산 부담을 줄이려 한다는 것이다. 공항 관련 공사·공단 3곳의 통합을 둘러싼 논란은 통합과 함께 고려돼야 할 여러 의미들을 드러내는 과정으로 볼 필요가 있다. 통합 대상 공단의 활약 무대인 동남권으로서는 고려할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가장 큰 의미는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의 신속한 진행이다. 한 차례 엎어진 공사계약이 이제 겨우 수의계약 절차를 통해 시작되려 하는 단계이기에 더욱 그렇다. 공사에 진력해야 할 공단의 조직 여력이 분산된다면 받아들이기 힘들 터이다. 오히려 이번 통합 논란은 그 과정에서 부각된 신공항 건립 예산 조달의 안정성을 높이고 완공 이후 운영 주체 문제를 미리 고민함으로써 신공항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돼야 마땅할 것이다.
[사설] 중동 전쟁·관세 '복합 위기'… 부산 수출기업 버티기 어렵다
미국과 이란 간 중동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부산 지역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상승과 해상 물류 마비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지난해 부산 기업의 중동 수출 비중은 5.6% 수준이지만, 고유가와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 가격과 해상 운임 상승 영향이 지역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부산시와 유관기관이 구성한 ‘중동 사태 위기 대응 상황실’에는 선적 취소·차질, 항공편 운항 중단으로 인한 수출 물량 출하 중단, 대금 수수와 거래 지연 등 총 15건의 기업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중동발 리스크가 지역 수출기업에 이미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도 지역 기업들엔 여전히 부담이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효가 된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301조라는 대체 카드를 이미 꺼낸 상황이다. 트럼프는 글로벌 제조업 공급 과잉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 주력 수출품인 전자장비,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철강, 조선, 기계 등을 지목했다. 지역 주력 수출품들이 미국의 통상 압박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지난해 부산 전체 수출의 18.3%를 차지한 최대 수출국이다. 이미 관세 정책 영향으로 지난해 대미 철강 제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6.1%, 자동차 부품은 20.2% 급감했다고 한다. 지역 기업이 중동 전쟁과 관세라는 복합 위기에 내몰린 형국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 전쟁으로 인해 기축통화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환율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2일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가공 무역’ 중심의 산업 구조를 지닌 부산 경제는 고환율 위기에 특히 취약하다. 환율 급등으로 동·주석 같은 원자재 가격 인상, 중동산 알루미늄 수급난을 호소하는 기업이 많다. 원자재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지역 수출기업들은 납품 지연, 투자 축소 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역 기업들은 환리스크를 전담할 부서나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중소기업들은 부산 전체 수출기업의 97%를 차지할 만큼 지역 경제의 근간이다. 하지만 중동 사태 장기화, 미국의 관세 정책, 공급망 변화, 중국·동남아와의 가격 경쟁 심화 등에 시달리고 있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한다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 정부는 중동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유류세 인하 유지, 물류비 직접 지원 등 선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수출 보험 지원 확대, 유관기관 간 정보 공유를 통한 대외 리스크 최소화, 산업별 대응 전략 마련도 시급하다. 지역 기업들이 대외 복합 변수에 더는 휘둘리지 않고 경영 안정과 수출 활로 개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사설] 국힘 박형준 부산시장 컷오프 검토, 지선 포기하려는 건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16일 열린 국힘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서는 후보 선출 방식을 두고 의견이 충돌해 일부 위원이 회의 도중 퇴장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정현 공관위원장과 일부 위원이 ‘혁신 공천’을 내세워 현역 박형준 부산시장을 경선 없이 컷오프하고 주진우 의원을 단수 공천하는 방안을 거론하자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반발이 터져 나왔다. 특히 당연직 공관위원인 정희용 사무총장과 부산 지역 몇몇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회의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부산시장 공천이 중앙당 내부 충돌로 번진 셈이다. 이번 사태는 현직 단체장을 경선 없이 배제하려는 시도에서 촉발됐다. 배경에는 이 위원장이 강조해 온 ‘혁신 공천’과 인적 쇄신 기조가 있다. 그는 회의 직전 현역 광역단체장인 김영환 충북지사를 컷오프하며 이를 현실화했다. 그러나 현역 시장까지 같은 방식으로 배제하려는 방안이 거론되자 당내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역 사정을 제대로 아느냐”는 비판도 이어졌다. 후보 선출 과정에서 최소한의 경쟁과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지도부의 ‘윤 어게인’ 기조를 비판한 데 따른 보복 공천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이는 국힘 스스로 자멸하는 길이다. 단수 공천설이 제기되자 박 시장은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히며 경선을 요구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혁신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당을 망하게 하는 행위이자 망나니 칼춤”이라며 이 위원장을 정면 비판했다. 또 “공천은 공정해야 하며 부산 시민의 의사를 왜곡하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경쟁자로 거론된 주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경선을 정중히 요청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같은 입장을 밝혔다. 결국 두 후보 모두 공정한 경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중앙당이 컷오프와 단수 공천을 검토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공천 논란의 본질을 드러낸다 하겠다. 이는 두 후보자 모두 반발한다는 데서 읽어낼 수 있다. 공관위원장이 지역 여론을 외면한 채 단수 공천을 추진하려 한 것은 지나치게 무모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부산은 국힘 핵심 지지 기반이다. 그럼에도 공천을 둘러싼 최근 행태는 지역 정치의 상식과 책임을 저버린 모습으로 비친다. 지선 공천은 단순한 당내 절차가 아니라 지역 민심을 반영하는 정치적 약속의 과정이다. 공정한 경쟁과 경선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해야 본선 경쟁력도 생긴다. 이는 주 의원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당사자들조차 경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컷오프와 단수 공천을 밀어붙인다면 공정성도 설득력도 없다. 이런 방식의 공천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힘은 스스로 6·3 지선을 포기하려 하는가.
휴먼과 브리지
관광 대국 이탈리아의 대표 도시 피렌체를 상징하는 수평 구조물은 아르노강을 가로지르는 베키오 다리다. 고대 에트루리아 시절 지어진 베키오 다리는 〈신곡〉의 저자 단테가 첫사랑 베아트리체를 만나 사랑에 빠진 곳으로도 유명하다. 르네상스의 주인공들이 오가면서 인문학적 서사를 쌓아온 대표적 ‘휴먼브리지’로도 꼽힌다.고대나 중세에는 모든 교량이 사람 위주 보행교인 휴먼브리지였으나 산업혁명 이후 차량 보급이 보편화하면서 교량은 차량용으로 지어지는 것이라 여겨졌다. 차량용 교량 바깥쪽에 보행로를 만들기도 했지만 교량이 차량 위주 시설물이라는 점은 점점 확고해졌다.그러다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차량 위주의 ‘작용’에 사람 위주의 ‘반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행권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반작용은 도로 위 육교를 걷어내고 횡단보도를 만들어 사람 위주 교통을 강조하는 식으로 전개됐다. 그 반작용의 흐름은 마침내 차량 위주 교량에까지 미치게 됐고 지구촌 곳곳에서 휴먼브리지 개통 붐을 일으켰다.대표적인 것이 2000년 영국 런던에 지어진 밀레니엄 브리지다. 세인트 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잇는 길이 370여m의 이 휴먼브리지는 런던의 새로운 시그니처로 떠올랐다. 템즈강 남북을 잇는 유동인구를 늘려 상권 활성화와 부동산 가치 상승 등 막대한 경제 효과까지 낳은 것으로 알려진다.2010년 건립된 싱가포르의 헬릭스 브리지도 휴먼브리지로는 세계적 명성을 누리는 교량이다. DNA의 사슬 구조를 연상하게 하는 세계 최초 이중나선형 다리라는 타이틀도 거머쥔 이 다리는 마리나베이센터와 마리나사우스를 이어준다. 태양광 발전과 실시간으로 변하는 스마트 조명 시스템 뿐만 아니라 각종 센서가 균열과 변형을 모니터링하는 IoT 기반 산업 테스트베드로도 눈길을 끈다.여기에 부산의 수영강 휴먼브리지가 도전장을 냈다. 이달 초 개통된 수영강 휴먼브리지는 수영강 양안을 잇는 보행자 전용 교량이다. 수영구 주거지와 해운대구 APEC나루공원, 영화의전당 등을 곧장 이어줌으로써 보행자 만족도가 높다는 전언이다. 곧이어 울산에서도 남구 신정동과 중구 태화강 국가정원을 잇는 수상정원 형태의 휴먼브리지 설치가 추진된다.잇따라 개통하는 휴먼브리지들이 탄소 배출은 낮추고 삶의 질은 높이는 상징으로 동남권 각 지역을 대표하는 시그니처가 되길 기대한다.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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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음모론이 가장 쉬웠어요
사하구 장림동으로 기억한다. 제보 전화를 받고 달려갔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진지했다. “국정원으로부터 감시당하고 있습니다. 집안 곳곳에 도청 장치가 있어요.” 지금이라면 한 귀로 듣고 흘렸을 테지만 사회부 막내 기자 시절엔 지나칠 수 없었다. 좁다란 골목길을 헤맨 끝에 제보자 주소지에 도착했다. 그러고 현관으로 들어서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걸 직감했다. 잔뜩 어지럽혀진 집안 어둠 속에서, 덥수룩한 머리와 때 묻은 운동복 차림의 남성이 나타났다. 그는 안쪽 방으로 잡아끌더니 벽지와 천장에 묻은 검은 점을 가리키며 감시 카메라라고 설명했다. TV도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한다며, 24시간 감시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드린 뒤 간신히 빠져나왔다. 그는 따라 나오지 않고 어둠 속에서 배웅했다. 옛날 기억을 장황하게 떠올린 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이들이 겹쳐 보여서다. 지난달 27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인가’를 주제로 끝장토론이 진행됐다. 18일 저녁 기준 해당 동영상은 무려 624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댓글도 4만여 개가 달렸다. 중복 클릭을 감안하더라도 어림잡아 대한민국 성인 10명 중 1~2명은 시청한 것으로 추산된다. 안 보신 분들에게는 권하지 않겠다. 날짜를 넘겨 7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을 끝까지 보고 나서 허무함과 후회가 밀려왔다. 양측 주장은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 전한길 대표(전한길뉴스)와 이영돈 PD, 박주현 변호사, 김미영 대표(VON뉴스)가 의심스러운 물증을 제시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부정선거가 아니라 부실 관리 사례라며 맞받았다. 뒤로 갈수록 이 대표가 힘겨워 보였다. 홀로 4명을 상대한 탓도 있지만, 경찰 수사가 아닌 토론회에서 사실관계를 명명백백 가리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비밀리에 핵 개발에 참여한 ‘맨해튼 프로젝트급’ 운운하며 대법원 판결마저 선거 조작의 일부라 여기는 이들 앞에서, 이 대표는 토론 결과를 예상 못 했을까. 음모론의 힘은 그럴듯함에서 나온다. 이는 확증 편향과 강하게 연결된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에게는 공통된 편향이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이 당선돼야 마땅하다는 확신이다. 빨간 안경으로 보면 온통 ‘빨간당’ 세상인데, ‘파란당’의 승리를 납득할 리 만무하다. 상대 진영이라고 다르지 않다. 6년 전에는 영화 ‘더 플랜’을 만든 김어준과 그 지지 세력이 그랬다.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고 결론 내리는 순간, 수많은 정황이 부정선거의 증거로 보인다. 선거인명부에 등재된 197세 유권자, 배춧잎·일장기 투표지, 화웨이 와이파이, 회송용 봉투 배송경로 오류 등 선관위의 관리 부실과 실수가 거대한 세력의 선거 조작으로 귀결된다. 음모론을 만들기는 쉽지만, 깨부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허위 여부를 밝히려면 지난한 팩트체킹을 거쳐야 한다. AI 프로그램으로 단 몇 초 만에 ‘전쟁 영상’을 만들 수 있지만, 허위 판독에는 몇 배 몇십 배의 시간과 품이 들어간다. 거짓으로 판명돼도 외려 가짜뉴스라며 외면하는 이들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끝장토론 이후 제기된 36가지 의혹을 정리해 20쪽 분량의 해명자료를 냈다. 이도 모자라 주요 쟁점만 따로 떼어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럼에도 음모론은 끄떡없다. 한국판 맨해튼 프로젝트의 당사자가 내놓은 자료를 누가 믿겠는가. 음모론의 초기 대처법은 간단하다. 무관심과 무대응이다.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에 굳이 대응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부정선거 주장을 공론장으로 끌어낸 이준석 대표는 음모론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17년 전 장림동 제보자의 이야기를 기사로 다룬 셈이다. 조명해야 할 건 제보자 주장이 아니라,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정신적·사회적 고립이다. 벽지를 새로 바른다고, TV를 신형으로 바꾼다고 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생각하니, 장림동 아저씨가 현관 밖으로 나와 세상과 소통하게끔 도왔어야 했다. 뒤늦은 반성과 함께, 골방에 틀어박혀 곰곰이 생각해 본다. 결과적으로 파란당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전한길 대표는 빨간당에 해로운 세력이다. 그의 주장과 행동이 황당할수록 민주당에는 호재다. 혹시 맨해튼 프로젝트급 비밀 세력으로부터 ‘X맨 활동’ 지령을 받은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처음엔 계엄을 비판하다 정반대로 돌아섰다. 생각하면 할수록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연 수십억 원씩 벌던 일타강사가 본업을 내팽개치다니. 분명 지령과 함께 거액의 활동비도 받았을 것이다. 어떤가. 그럴듯하지 않나. 음모론 만들기가 이렇게 쉽다. 거짓이라면 어디 한번 증명해 보라. djrhee@busan.com
[중앙로365] RWA 혁명, 부산의 '인프라 금융'을 깨우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 일환으로 주요 금융기관들과 핀테크 기업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대해 조각투자 거래소 설립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자본시장법의 테두리 안에서 디지털 자산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되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그동안 뜬구름처럼 여겨졌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이 실질적인 투자 상품으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RWA(Real World Asset, 실물 기반 토큰화 자산)가 있다. RWA란 부동산, 미술품, 채권 등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화한 것이다. 자산을 잘게 쪼개 디지털 증권 형태로 발행함으로써 과거에는 기관투자자나 자산가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우량 자산에 일반 개인들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금융위, 조각투자 거래소 설립 승인 디지털 자산 제도권 금융 편입 전환점 해운·물류 인프라, 블록체인 결합 부산 ‘선박 RWA’ 등 새 금융 모델 구현 가능 가덕신공항 등 사업에 이 방식 적용 땐 자금 조달, 사회적 합의 이끌 수 있어 사실 조각투자라는 개념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강남의 빌딩, 유명 작가의 미술품, 심지어 한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한 상품들이 출시됐다.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초자산의 매력도’와 ‘수익성’의 한계였다. 이제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RWA의 진정한 혁신은 기존에 이미 활발히 거래되던 자산이 아니라, 수익성은 확실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거대 인프라 영역에서 일어나야 한다.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선박, 항공기, 터널, 교량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러한 자산은 운영 기간이 길고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지만, 단위 당 투자 금액이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해 일반인의 투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만약 RWA를 통해 이 거대한 자산을 소액 단위로 쪼개어 유통한다면, 금융시장에는 전례 없는 리테일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해양수도인 부산은 이러한 ‘인프라 RWA’의 최적지다. 부산이 가진 독보적인 강점인 해운과 물류 인프라는 RWA 혁신의 가장 강력한 병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박 금융은 대표적인 ‘그들만의 리그’였다. 수천억 원을 호가하는 컨테이너선 한 척을 건조하기 위해선 대형 은행과 정책 금융기관의 복잡한 신용 공여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부산의 선박 금융 노하우와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부산은 이미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한국해양진흥공사(KOBC)와 다수의 해운사가 집결해 있는 동북아 물류의 허브다. 여기에 선박의 소유권이나 용선료 수익권을 토큰화해 유통하는 ‘선박 RWA’ 모델이 더해진다면, 부산은 단순히 배가 드나드는 항구를 넘어 ‘선박의 가치가 거래되는 글로벌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선박 건조 자산의 일부를 리테일 투자자로부터 조달하고, 투자자들은 선박 운영 수익을 투명하게 배당받는 모델은 부산만이 시도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RWA의 미래다. 필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덕신공항 건설과 배후 단지 조성 자금의 일부를 RWA 방식으로 조달할 것을 제안한다. 기존의 국책 사업이 정부 예산이나 대규모 채권에만 의존했다면, 이제는 ‘시민 참여형 디지털 인프라 펀드’를 구축할 때다. 이를테면 신공항의 핵심 수익원인 여객 터미널 면세점 입점 수익권이나 공항 주차장 운영권, 혹은 배후 물류 단지의 창고 부지 등을 자산화하여 토큰으로 발행하는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부산 시민들이 매달 적금을 붓듯 자신이 이용할 공항의 지분을 소액으로 소유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이용료와 면세점 매출의 일부를 디지털 지갑을 통해 실시간 배당받는 구조다. 이는 자본 조달을 넘어 신공항에 대한 시민들의 ‘주인 의식’을 고취하고, 국책 사업을 둘러싼 지역 내 갈등을 상생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사회적 합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세 가지 측면에서 효과를 낸다. 첫째, 금융의 민주화다. 국가나 지자체 주도의 우량 인프라 성과를 특정 자본가가 아닌 시민이 공유하게 된다. 둘째, 자산 유동화의 가속이다. SOC 사업에 민간 자금을 원활히 유입해 재정 부담을 줄이고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셋째, 부산의 정체성 강화다. 블록체인 특구 부산이 시민과 기간시설을 공유하는 ‘디지털 금융 허브’ 사례를 제시할 수 있다. RWA는 단순한 기술적 수단이 아니다. 자산의 소유 구조를 재정의하고 부의 분배 방식을 혁신하는 도구다. 부산의 거대한 항만이, 그리고 새로 지어질 신공항의 활주로가 디지털 토큰을 통해 시민들의 자산으로 연결될 때, 부산은 비로소 명실상부한 글로벌 디지털 금융 도시로 도약할 것이다. 이제 ‘무엇을 쪼갤 것인가’에 대한 답은 명확해졌다. 작고 사소한 자산에서 벗어나 도시의 뼈대를 이루는 거대한 자산에 디지털의 숨결을 불어 넣어야 할 때다.
[시론] 2028년 유엔해양총회, 부산서 개최하자
지난해 12월 10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2028년 유엔해양총회(UNOC) 개최국이 대한민국으로 확정된 것이다. 190여 개국 정상과 해양 전문가 1만 5000여 명이 모이는 이 총회는 ‘해양 올림픽’이라 불릴 만큼 상징성과 영향력이 크다. 이제 다음 과제는 국내 개최 도시를 정하는 일이다. 해양수산부는 공모를 거쳐 올해 상반기 중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유엔해양총회 개최지는 단순히 국제회의장을 제공할 도시를 선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 총회는 인류가 직면한 해양 문제를 논의하는 글로벌 정책 플랫폼인 만큼, 개최 도시는 대한민국이 어떤 해양 국가이며 어떤 미래 해양 질서를 지향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부산은 가장 설득력 있는 선택지다. 대한민국 해양 경제의 중심이자 정책과 산업, 지식이 집적된 도시가 바로 부산이기 때문이다. 최근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해양 행정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수도권 중심이던 해양 정책의 축이 실제 해양 산업이 작동하는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정책과 실행의 간격이 크게 좁혀졌다. 이는 부산이 사실상 국가 해양 행정의 중심 도시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부산의 가장 큰 강점은 높은 수준의 해양 지식과 인프라다. 한국해양대와 부경대 등 국립 해양 특성화 대학을 비롯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핵심 국책 연구 기관이 밀집해 있다. 정책·연구·교육이 한 도시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드문 해양 지식 생태계다. 산업 기반 또한 세계적 수준이다. 부산항은 글로벌 환적 허브이자 국제 물류의 핵심 거점이며 해운·조선·해양 서비스 산업이 긴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스마트 항만과 친환경 선박, 해양 바이오 등 미래 해양 산업도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APEC 정상회의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 대형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MICE 인프라도 잘 갖추고 있다. 부산은 또한 북극항로 시대의 전략적 거점이다. 기후변화로 열리는 북극항로는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다. 2028년 유엔해양총회는 부산이 첨단 해양 산업을 선도하는 ‘북극항로 허브‘임을 세계에 보여줄 중요한 무대가 된다. 부산은 오랫동안 스스로를 ‘해양수도’라 불러왔다. 그러나 그것이 국내적 슬로건에 머문 측면도 있었다. 해양 산업과 지식 기반은 충분했지만, 세계 해양 정책 논의의 중심이자 해양 설루션(Ocean Solution)의 도시로 인식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유엔해양총회의 부산 개최는 의미가 크다. 해양수도라는 이름이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위상으로 확인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10월에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주도하는 세계 해사의 날 기념행사가 부산항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애초 서울 개최 예정이었으나 해수부 이전과 함께 부산으로 옮겨졌다. 전 세계 170여 개국의 장관급 인사와 해양 리더들이 부산을 찾는다. 이는 부산이 이미 국제 해양 거버넌스의 주요 무대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다만 아쉬움도 있다. 세계의 해양 리더들이 부산으로 모이는 이 시점에 정작 부산의 상징적 해양 공간인 북항 재개발은 지극히 지지부진하다. 북항 재개발은 단순한 도시 개발이 아니라 부산이 세계 해양도시로 도약하는 상징적 프로젝트다. 반복된 청사진과 구호만으로 도시의 미래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시민들에게 오히려 희망 고문만 남길 뿐이다. 이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실행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부산의 해양수도 위상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인정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해수부 이전에 이어 6개 해양수산 공공기관과 HMM 등 해양 기업들의 부산 이전도 뒤따를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올해 10월 세계 해사의 날 행사에 이어 2028년 유엔해양총회가 부산에서 열린다면, 부산은 명실상부한 세계 해양수도로 세계인들에게 각인될 수 있다. 동시에 K해양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 전기가 될 것이다. 유엔해양총회 개최 도시 결정은 지역 경쟁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문제다. 해양 정책·산업·지식 역량이 집적된 도시, 바다와 함께 성장해 온 도시가 그 무대를 맡아야 한다. 바로 부산이다.
[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봄의 문턱, 보는 방식의 재탄생: 세잔을 생각하다
3월 19일. 성모 마리아의 남편, 예수의 양부. 한마디 말도 남기지 않은 ‘침묵’의 성인, 그는 목수였다. 성 요셉의 축일에 폴 세잔을 떠올린다. 현대 회화의 개척자 세잔 역시 격렬한 선언도, 급진적 이론도 남기지 않았다. 그는 당시 화단의 중심지였던 프랑스 파리 대신 고향 엑상프로방스에서, 묵묵한 노동처럼 같은 산과 사과와 탁자를 수없이 다시 그렸다.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말처럼, 마네가 회화의 ‘평면성’을 선언하면서 현대 회화의 출발점을 마련했다면, 세잔은 재현을 구조의 문제로 전환함으로써 이후 탈재현적 실험의 길을 열었다. 그전까지 회화의 과제는 캔버스 위의 대상이 실제‘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잔은 실제의 외형이 아니라, 실제가 지각 속에서 구성되는 방식을 그리고자 했다. 예컨대 식탁 위에 놓인 과일 바구니를 그리는 정물화에서 실제 우리 눈은 식탁과 그 위의 사물들을 한꺼번에 다 볼 수 없다. 왼쪽을 주목하면 다른 쪽은 보이지 않고, 또 과일 바구니 안쪽을 보려면 과일 바구니에 가까이 가서 위에서 보아야 한다. 세잔의 정물화는 이렇게 위치 이동을 통해 ‘다시점’에서 포착된 대상을 한 캔버스에 모아둔 것이다. 회화의 목적은 더 이상 모방이 아니다. 자연은 모사의 대상이 아니라, 지각이 형성되는 장이 된다. 철학적으로 이 변화를 가장 섬세하게 읽어낸 이는 메를로-퐁티였다. 그는 〈세잔의 회의(의혹)〉에서 세잔의 회화를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니라 ‘지각의 현상학’으로 해석했다. 우리는 세계를 본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세계를 끊임없이 구성한다. 세잔의 화면은 그 구성의 과정을 드러낸다. 세잔의 그림은 완성된 사물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보는 중인 상태’를 남겨 둔다. 흔들리는 윤곽, 불안정한 원근, 색의 긴장 속에서, 관람자는 실제처럼 보이는 캔버스를 소비하는 대신 지각의 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이때 회화는 눈앞의 풍경이 아니라, 보는 행위 자체를 사유하게 만드는 장이 된다. 그래서 세잔 이후의 회화는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연은 더 이상 외부에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주체와 세계가 만나는 지각의 구조 속에서 생성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전통적 재현 회화의 화면이 세계를 하나의 중심 시점에 고정시켰다면, 세잔의 구조적 화면은 세계가 지각 속에서 끊임없이 구성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그의 위대함은 격정이 아니라 반복에 있고, 영감이 아니라 구축에 있다. 그는 자연을 모방하지 않았다. 대신 자연을 보는 방식을 해부했다. 3월 19일, 성 요셉의 침묵을 떠올리며 세잔을 생각한다. 그가 남긴 ‘보는 방식의 변화’는 현대미술 전체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었다. 그럼으로써 그는 현대 회화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오늘 우리가 세잔을 다시 읽는 이유도 여기 있다. 미술평론가·철학박사
[기고] 유년의 꿈 실현하는 교육으로 전문가 대한민국 만들자
우리는 어렸을 때 모두가 장래에 대해 막연한 꿈을 꾼다. 대통령이 꿈으로도 등장하고, 의사, 판검사, 소방관, 경찰관 등등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유년시절에 흥미를 가진다. 그런데 이런 꿈들은 본인의 자질에 맞는 희망이기보다는 부모나 주위의 상황에 의해 그 꿈이 재단된 것이다. 따라서 꿈만 꾸는 유년시절을 지나면 이러한 꿈들은 사라진다. 여태까지의 교육과 진로지도는 자신의 꿈과 자질은 도외시되고 40, 50세가 되어서야 본인에게 맞는 적성을 깨닫고 후회하기도 한다. 이는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본인에게 맞는 꿈을 일찍 발견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양성되고 사회구성원들도 하는 일에 만족하여 더욱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교육 백년대계는 본인의 자질에 맞는 꿈을 꾸고 의지를 갖추어서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꿈을 실현하는 교육의 첫 번째 단추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 자라나는 새싹들의 동화 속에 있는 막연한 꿈에 맞는 각 분야의 은퇴전문가를 만나게 하여 그 꿈을 체험해 보게 하는 것이다. 아무 꿈이 없어도 좋다. 막연한 직업상에 대해 한 발짝 다가서는 체험을 다양하게 해보면 자신이 몰랐던 자신의 자질을 발견하면서 구체적인 자신만의 꿈을 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막연한 꿈에 대해 학년별로 다양한 분야의 체험을 해나가다 보면 초등학교 마칠 때쯤에는 상당히 그 꿈이 벼려지고 또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앞으로 어떻게 노력해야 하겠다는 자기 주도적인 계획을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는 본인의 자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진로를 정하고 강요한 측면이 많았다. 또한, 학생들도 미래를 정하는 데 있어서 자기 주도적으로 되지 못하니까 학습하는 데 있어서 더 몰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꿈 없이 그냥 사회의 시류에 밀려 학습했던 과거보다는 꿈의 현실적 체험으로 훨씬 나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 학교에서 지도하시는 분들도 선생님 개인의 경험이나 사회의 양상에 학생의 미래를 맞추기보다는 학생의 자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중등학교 마칠 때까지 이와 같은 체험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해나가면 고등학교 진학 무렵에는 학생들이 자기에게 맞는 진로를 알아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가일층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대학을 나와서 직업을 택하면서도 진정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방황하는 청년층도 많다. 국가적으로도 매우 큰 손실이다. 은퇴한 전문가의 활용이라는 측면도 경제적인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갑자기 길어진 기대수명과 맞지 않게 우리 주위에는 일찍 은퇴한 전문가가 많이 있다. 은퇴전문가의 활용도 인구절벽을 맞이한 현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일인데 그 한 가지 방법으로 은퇴전문가를 자라나는 새싹들과 연결하여 본인들의 전문성이 사회에 기여될 수 있도록 한다면 은퇴의 상실감을 극복하고 신구세대가 함께 노력하는 조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하나하나 소중한 우리 미래세대들이 본인에게 맞는 꿈을 가지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교육이 뒷받침해준다면 선순환으로 미래세대가 늘어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유년의 꿈을 체계적으로 실현하여 국민 전체를 전문가로 만드는 교육은 꼭 필요하다.
[천영철의 사리 분별] '청년이 행복한 나라' 만드는 진짜 부동산 정책
서울 강남 집값은 거침없이 올랐다. 온갖 대책도 무용지물이었다. 강남 불패가 거듭되는 동안 서울 전역 등 수도권 집값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집값이 기형적으로 뛰어오르면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청년들은 내 집 마련 꿈은 물론 연애·결혼·출산까지 포기하도록 강요당하는 ‘3포 세대’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전국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기업이 밀집한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가 이어졌다. 정규직 취업은커녕 계약직도 구하기 어려운 것이 청년들의 현실이다. 청년들 사이에 “이번 생은 망했다”는 자조적 아우성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의대, 한의대, 로스쿨 등 강남에 입성할 수 있는 전문직 코스에서 이탈한 보통 청년들에게 이 땅은 그야말로 지옥 같은 ‘헬조선’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왜 강남 집값을 잡지 못하는가. 역대 정부는 공급 증가, 세제 강화 등 대동소이한 부동산 정책으로 일관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세금 부과를 예고하는 등 집값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만으로는 청년들의 꿈을 앗아가고 대한민국을 지옥으로 만든 강남 등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없다. 벌써부터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어떻게 해야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집값 상승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공급 부족 등 표면적인 이유 뒤엔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수도권에 행정, 경제 등 모든 기능을 집중시키는 고효율 전략으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뤘다. 현재의 경제 신화는 수도권 일극화로 이룬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서울 집값의 고공행진은 비상식적인 것이 아니다. 기형적 수도권 일극화 정책에 따른 필연적 결과물일 뿐이다. 결국 역대 정부의 대책이 무위로 끝나고, 청년들이 계속 눈물지을 수밖에 없는 이 안타까운 문제의 근원은 수도권 일극화라는 결론에 이른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수도권에 대부분의 기능을 집중시킨 일극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이 질문은 서울 집값을 계속 고공행진토록 할 것인가, 청년들의 참혹한 ‘헬조선 살이’를 방관할 것인가라는 물음과 동일하다. 터져 나오는 각종 부작용들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기반으로 한 기존 국가 발전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 일극화 폐해를 줄인다며 ‘5극 3특’ 성장축 조성과 제2차 공공기관 이전 등을 통한 지역 균형발전을 국정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진행 상황을 보면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 지역 균형발전은 지방정부에 재정, 조세 등 실질 권한을 이양해 수도권에 견줄 초광역권으로 발돋움시킬 때 가능하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분권을 전제하지 않은 행정통합만 추진 중이다. 지역별 통합 법안을 처리하면서 갈등만 부추겼다. 부산을 제2수도권으로 만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도 장기간 표류시키고 있다. 이런 흐름을 지켜보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국가 구조를 미래형으로 재편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마저 든다. 청년들의 삶과 꿈을 빼앗는 헬조선의 구조에 대한 대대적 수정 없이 서울공화국을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함을 넘어 미래 세대 행복추구권을 빼앗는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산업 등의 호황에 힙입어 현재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인구가 급감하고 청년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는 데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미국 등의 시장 잠식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다. 도시국가 수준인 서울공화국 체제로는 국가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운 시한부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지적이 거세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다수의 성장축을 만들자는 것은 해당 지역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역이 수도권 몫을 뺏겠다는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 경제 파이를 키우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산이 북극항로와 해양 물류·금융에 특화된 글로벌 해양도시로 발돋움하도록 지방정부에 강력한 권한을 위임한다면 다양한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고 그 혜택은 국가 전체에 돌아간다. 수도권 주민들도 지역 균형발전이 서울공화국의 예견된 몰락을 피할 효율적 전략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청와대와 여당이 할 일은 지방정부가 새로운 산업 씨앗을 뿌려 세계 속에서 성장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강남 집값이 치솟을 수밖에 없는 현재 국가 구조는 밝은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강력한 분권형 행정통합과 지역 특성에 맞춘 과감한 미래산업 육성으로 이젠 유효기간이 끝난 서울공화국이라는 도시국가 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서울공화국을 상징하는 강남 집값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청년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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