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란 몰이'에 빠진 민주, '계엄의 강'서 허우적대는 국힘
내일이면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만 1년이 된다. 우리 현대사를 장식한 숱한 고비들이 있었으나 1년 전 느닷없이 선포된 비상계엄은 그 이후의 대한민국을 전혀 다른 국가로 환골탈태하게 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헌정 질서를 헌법의 정신에 걸맞도록 신속하게 회복한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은 그 저력을 만방에 떨쳤다고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1년이 지났으나 국민들은 비상계엄 선포 이전과 다름없거나 오히려 더욱 악화한 정치권의 행태와 마주하는 중이다. 선거 앞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여념이 없어 보이는 여야 정치권의 이 같은 모습에서는 미래 청사진을 일절 찾아볼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선 비상계엄 이전에 여당이었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을 잃은 국민의힘이 보이는 분열적 퇴행이 가장 두드러져 보인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년이 다 됐지만 국힘은 아직까지도 계엄에 대한 사과 여부조차 당내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안철수 의원 등 몇몇 의원들의 개인적 사과 의사 표시는 있었으나 당론은 아직도 분열된 상태다. 심지어 사과를 할 경우 여당의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의견까지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심지어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 문제를 놓고는 당내 강성 친윤들이 아직도 ‘윤 어게인’을 외치는 수준이라 향후 당론 결집 방향에 따라 당의 앞날이 달라질 우려도 큰 상황이다. 국힘이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틈을 타 민주당은 다시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확정하는 데 당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일 최고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사법개혁안 처리, 특검 연장 등 소위 ‘내란 청산’ 3법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3일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내란 청산에 대한 의지를 밝힐 계획이다. 비상계엄 선포 1년이 지나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대부분 법정에 섰고 판결만 앞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민주당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여당이 되고 나서도 국정 수행보다 내란 몰이에 더 치중한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판이다. 12·3 비상계엄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대통령의 그 행위를 놓고 탄핵 결정을 한 헌법재판소가 내렸다고 할 수 있다. 헌재는 탄핵 결정 당시 대통령의 비상계엄이라는 반헌법적 수단 선택을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도 민주당의 전횡이 국정 마비와 국익 저해라는 대통령의 인식을 낳았을 수 있다는 비판을 잊지 않았다. 그 결정 이후에도 국힘은 아직 계엄의 반헌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민주당은 전횡을 멈출 기미가 없어 보인다. 서로가 강성 지지세력만 바라보며 극단을 치닫는 모양새다. 비상계엄을 겪고도 그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한 반성이 없는 여야 정치권의 행태에 중도의 상식적 국민들은 계엄 때만큼이나 절망하고 있다.
[사설] 해수부 부산 이전의 의미 해양수도특별법으로 완성해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국회의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지원하는 특별법 처리에 환영 논평을 쏟아냈다고 한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특별법은 해수부와 산하기관의 부산 이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이주 기관과 직원의 정착 지원 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부산을 법적으로 ‘해양수도’로 명시하면서 명확한 지위를 부여했다. 해수부 이전 특별법 처리는 당연하다. 해수부는 이달 개청식을 한 뒤 부산에 안착한다. 해수부 이전은 해양수도 부산을 향한 로드맵 중 1단계 매듭을 지은 것이다. 진정한 해양수도 건립을 위한 해수부의 과제 실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부산의 거대 양당이 해수부 이전 특별법 처리에 환영 일색의 목소리를 냈지만, 안일한 인식으로 비친다. 해당 법안의 핵심인 해수부 기능 강화와 조직 확대가 빠져 ‘반쪽짜리 입법’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부산으로 이전한 해수부가 실질적 해양정책 컨트롤타워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현재 산업통상부가 담당하는 해양플랜트·조선산업 기능과 국토교통부 등에 분산된 국제물류 기능을 해수부에 이전해야 한다. 북극항로 시대를 앞두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양당은 해수부 기능 보강과 해양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포함한 구체적 로드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동남권투자공사, 해사법원, 산하 공공기관과 해운 대기업 등 설립·이전 계획이 담긴 ‘해양 패키지’ 로드맵을 내년 1월 중순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각 기관·기업의 입지 선정과 이전 일정 등 구체적인 윤곽도 이때 드러날 것이다. 해수부가 부산 시대를 어떻게 개척하느냐가 중요한데 이는 해양수도특별법 제정에 초첨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부산항만산업총연합회 등 26개 단체가 지난달 28일 해양수도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단순한 부산 이전 차원을 넘어 해양산업 생태계 재편과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해양수도특별법 제정은 필요하다. 조선·물류·에너지 기능의 해수부 이관 요구는 꾸준히 제기됐지만, 해수부 부산 이전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해수부 이전 특별법에는 빠지게 됐다. 이번에 매듭짓지 못한 해수부 기능 강화, HMM 등 해운 대기업과 해양 관련 기관 이전이 뒤따라야 진정한 해양수도를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조선·해운·플랜트·친환경 에너지 등 분야별 집적 지원, 북극항로 개척, 해양금융 활성화를 종합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이것이 해양수도특별법이다. 부산이 글로벌 해양 허브로 도약하려면 산업·인재·재정·국제 협력을 지원하는 종합적인 법적 틀 마련은 필수다. 해수부 부산 이전의 의미는 해양수도특별법이 완성될 때 더욱 빛날 수 있다.
[사설] 쿠팡 초대형 고객 정보 유출, 산업계 근본 대책 세워야
대한민국 성인 4분의 3에 해당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돼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1위 업체인 쿠팡 고객 정보 3370만 건이 지난 6월부터 해외 서버로 빼돌려졌는데도 해당 업체는 깜깜이였다. 온라인으로 물품을 구매한 사용자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 연락처 등 개인 식별 정보가 통째로 넘어갔으니, 시쳇말로 ‘다 털린 것’이다. 이 대목에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일당의 범죄 행각에 치를 떨던 악몽이 겹쳐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다. 또 다른 사이버 악당들이 우리 국민의 신상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며 사기·폭력에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적 공분이 부족한 탓인지, 자괴감을 떨칠 수가 없다. 쿠팡 측의 보안 사고 대응은 실망스럽다. 쿠팡은 유출이 시작된 이후 5개월이나 지나서야 발견했다. 중국 국적 직원을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이미 출국한 상태라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사이 민감한 개인정보는 해외 서버로 옮겨졌고, 피해 규모는 처음 4500명에서 단기간에 7500배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쿠팡은 “결제·로그인 정보는 안전하다”며 책임 축소에 급급했다. 최근 해킹과 고의 반출을 통한 정보 유출이 통신(SK텔레콤·KT)과 카드사(롯데카드) 등 전 산업과 전 플랫폼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이들 사건에는 우려스러운 공통점이 있다. 범죄의 잠복과 뒤늦은 인지, 축소 급급으로 이어지는 패턴의 반복이다. 이번 쿠팡 사건은 개인정보 보호 위반으로 개인정보보호위로부터 역대 최대 과징금(1348억 원) 처분을 받은 SK텔레콤(약 2324만 명)을 뛰어넘는 규모다. 문제는 이들 대기업이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P)’ 인증을 받았지만 실제 사고에 취약했다는 점이다. ISMS-P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정보보호 인증 제도다. 쿠팡은 2021년과 2024년 인증을 받았지만, 이 기간에 네 차례 유출이 있었다. 사고가 되풀이되면서 제도에 대한 신뢰 기반은 무너졌다. 인증 심사 및 사후 감시 체계의 강화 대책은 즉시 마련돼야 한다. 국민 보호뿐만 아니라 산업의 신뢰 회복에도 절실하다. 산업 전반의 정보보안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온 국민이 스팸, 피싱, 스토킹, 금융사기 등 2차 범죄 위험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신뢰 기반도 흔들린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범국가적이고, 전 산업계를 대상으로 한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정부는 뒤늦게 전수 조사와 과징금 부과에 나섰지만, 근본적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감내해야 할 정보보호의 기준을 높여야 한다. 기업은 고객의 정보 유출 방지에 기업 존립이 걸려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인권·안전 문제를 넘어 안보·산업에 직결되는 국가 인프라 리스크로 인식하고, 법·제도 정비와 거버넌스 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
이름 또 바꾸나
미국 재무부(Department of the Treasury). 경제정책 수립, 세금 징수, 금융기관 규제, 정부 재정관리 등을 하는 미국의 핵심 행정부처다. 미국 의회가 1789년 설립했다. 236년간 지금까지 한번도 이름이 바뀐 적이 없다.우리나라 기획재정부는 내년 1월 2일부터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된다. 우리나라는 처음에 국가 재정을 담당하는 부처로 재무부를 설립했다가 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로 바뀌었다. 이번에 또 바뀐다.환경부는 지난 10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분야를 이관받으면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바뀌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변경됐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농림부로 부르는 부처의 정확한 이름은 농림축산식품부이며 줄임말은 농식품부다. 통계청은 1990년 통계청으로 공식 출범 후 이번에 국가데이터처로 변경됐다.새 조직, 새 사람이 등장하면 원하는 바를 실행하기 위해 ‘조직개편’이라는 것을 한다. 특정 조직을 다른 곳에 이관시키고, 신설 조직을 만들기도 한다. 필요성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 있나’ 하는 여론도 많다.명칭 변경은 신중해야 하지 않나 싶다. 사람들이 새로운 이름에 익숙해지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문교부가 교육과 문화 기능으로 분리된 때는 1990년이다. 당시 교육부가 출범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이 문교부라고 불렀다. 교육부도 교육인적자원부→교육과학기술부→교육부로 바뀌었다. 앞으로 통계청이 국가데이터처로 사람들이 알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이름에 모든 기능을 다 넣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중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라는 곳이 있다. 국토부 출입기자 중에서도 이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냥 ‘해외개발공사’나 ‘해외인프라개발공사’ 정도면 됐을 일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도 주택보증공사로 간단하게 했으면 국민들이 더 이해하기 쉬웠을 일이다.정부 부처의 소비자는 일반 국민이다. 국민 입장에서 이름이 자꾸 바뀌면 어떤 곳이 어떤 일을 하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조직을 이관시키고 신설 조직을 만드는 것은 때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간판 명칭은 그대로 두고, 조직 내에서 변화를 주면 된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데스크 칼럼] 에어부산 '위축 경영'에 날아간 자카르타 직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에 따른 운수권 재분배 과정에서 인천~자카르타 노선이 인기 노선으로 부상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상업 도시로 ‘비즈니스 승객’ 수요가 높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다수가 자카르타 노선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자카르타 노선은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부산 직항 노선도 배분한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부산 직항 ‘취항’ 소식이 없다. 어찌 된 일일까. 지난해 1월 우리 정부는 인도네시아와 항공 회담을 열고 한국 지방공항과 자카르타를 연결하는 항공 노선을 주 7회 운항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부산~자카르타 노선 운수권 신청을 받았고 지난해 5월 항공교통심의위원회에서 해당 노선을 에어부산(주3회)과 진에어(주4회)에 배분했다. 인도네시아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신발 제조·소재·부품 업체가 다수 진출해 있어, 부산에서도 상용 출장 수요가 많다. 부산시는 부산~자카르타 직항 운수권 확보에 대해 “지방공항 중 부산이 유일하게 5000㎞ 이상 장거리 국제노선을 확보한 것”이라며 “그간 인천공항 이용이 불가피했던 부울경 지역 상용 여객의 이동 불편이 획기적으로 해소되고, 인도네시아발 인바운드 관광객 유치에도 기여해 지역경제도 함께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운수권을 확보한 에어부산과 진에어는 1년이 지나도록 해당 노선에 취항하지 않았다. 에어부산은 이에 대해 “항공기 화재와 해외 중정비 공정 지연 등으로 기재 운영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며 취항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진에어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조치 사항 이행 등으로 해당 노선 취항이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운수권을 배분 받은 항공사는 1년 이내에 취항해야 하며 연간 20주 이상 운항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에어부산과 진에어는 부산~자카르타 운수권을 반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당 운수권은 이미 반납된 상태”라며 “부산시는 국토부에 해당 운수권이 조속한 시일 내에 재배분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일부 LCC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부산~자카르타 운수권 배분을 신청할 당시,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에 따른 공정위 조치는 내려진 상태였다. 이 때문에 기업결합이 예정된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부산~자카르타 노선을 사실상 독점하려 한 것이 처음부터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어부산의 기재 부족 문제 역시 지난해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에어부산과 진에어의 ‘욕심’으로 부산~자카르타 직항 취항이 1년 이상 늦어졌고 결국 부울경 항공소비자들의 불편이 장기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선 진에어 흡수통합을 앞둔 에어부산이 위축 경영을 계속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경쟁 LCC가 적극적으로 새 항공기를 도입하고 노선을 확대하는 동안 에어부산은 항공기를 늘리지 않았다. 여유 항공기가 없는 에어부산은 항공기 화재 사고, 정비 문제가 불거지자 곧바로 운항이 급감했다.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지난 3분기 운항이 전년 동기 대비 17.6%나 줄었다. 이 기간에 운항이 줄어든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0.3%)과 에어부산 뿐이다. 에어부산은 특히 수익성 지표인 탑승률도 감소했다. 에어부산의 3분기 탑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포인트(P) 감소했다. 에어부산의 탑승률 하락폭은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위축 경영이 계속되는 에어부산의 경우 이직률도 경쟁 항공사에 비해 매우 높다. 에어부산의 ESG 보고서에 따르면 에어부산의 자발적 이직(정년퇴직, 해고 등이 아닌 개인적 사정으로 인한 퇴사)은 급등 추세다. 총 재직인원에서 자발적 이직자의 비율을 뜻하는 자발적 이직률은 2022년 6.1%에서 2023년 7.9%, 2024년에는 11.6%로 증가했다. 반면 경쟁 LCC인 제주항공은 자발적 이직률이 2022년 7.8%에서 2023년 6.6%, 2024년 6.5%로 줄었다. 에어부산의 자발적 이직률은 모회사 등 관계자와 비교해도 2~3배 수준이다. 에어부산을 흡수통합하는 진에어의 2024년 자발적 이직률은 5.6%다. 에어부산의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자발적 이직률은 3.2%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하는 대한항공의 자발적 이직률은 1.7%에 불과하다. 진에어 흡수 통합을 앞두고 에어부산이 위축 경영을 계속하는 데 대해 항공업계에선 기업결합에 대비한 ‘기업가치 축소’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에어부산의 기업가치가 줄어들면 에어부산 주주들의 손해를 보지만 흡수통합하는 진에어나 대한항공은 이득을 볼 수 있다. 김종우 서울경제부 부장 kjongwoo@busan.com
[노트북 단상] AI 시대, 인간의 역할은?
지난 10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글로벌 ITC 행사 ‘자이텍스 글로벌(GITEX Global) 2025’는 인공지능(AI)의 거대한 물결로 굽이쳤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시스코, 화웨이 등 내로라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그들의 AI 기술과 데이터센터 역량을 자랑했다. 심지어 기자는 구글 전시 부스에서 언론인 맞춤형 AI도 소개 받았다. 그곳의 구글 직원은 자사의 AI 프로그램 중 하나를 시연하며 취재와 기사 작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아부다비 기반 AI 기업 G42 그룹의 펑 샤오 CEO는 화상으로 만나 AI가 바꿔갈 미래 변화를 대담 테이블 위에 올렸다. 대화 중 펑 CEO는 오픈AI의 챗GPT가 UAE에서 사용된 재미있는 사례 하나를 소개했다. UAE의 셰이크 타흐눈 빈 자이드 알 나흐얀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신의 새 자택을 짓는데 AI를 활용했다. 챗GPT 도움을 받아 전문가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건축 설계를 직접했다는 것이다. 챗GPT에 500번 이상의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랐지만, 설계 비용 절약을 고려한다면 그 정도 수고는 분명 가치 있을 것이다. 당시 현장에서 이 대담을 듣고 있던 기자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기 미래에 없어질 직업, 건축가 하나 추가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한 남성이 AI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 ‘그녀(Her)’를 시청했다. 2013년 작품이지만 이야기가 2025년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지금 우리가 맞이한 현실과 묘하게 포개지는 지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컴컴한 기내에서 영화를 보는 내내, 기자는 또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인간관계도 AI가 대체하는 시대가 오는 건가. AI 아내나 여자친구라면 잔소리도 없겠지.’ 한참 선 넘은 생각이었다. 아내가 이 글을 봐서는 안 될 것 같다. 전대미문의 AI 시대에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전망하는 보고서가 속속 나오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노동의 변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10월 발표한 ‘AI와 한국 노동시장’ 보고서는 한국 기업의 AI 도입률이 OECD 평균(50.8%)보다 낮은 30%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AI가 노동 시장에도 큰 변화를 불러오겠지만, 대규모 실업보다는 직무 전환과 기술 수요 변화를 점쳤다. 인간 관계에도 거대한 변화가 예고됐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미디어랩의 올해 연구 ‘내 남자친구는 AI’는 AI 챗봇과의 감정적 관계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분석한 것이다. MIT 미디어랩은 AI 동반자가 외로움 감소와 정신건강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진단하면서도, 감정 의존성과 현실 해리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올해 자이텍스를 취재하는 동안 기자의 머릿속을 맴돈 질문은 단 하나였다. AI가 고도화될수록 인간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어쩌면 그 질문을 이어가는 일 자체가 인간다움을 지키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중앙로365] 비어가는 도시와 채워지는 관광객
주말 저녁, 모처럼 전철을 타고 자갈치에서 남포역까지 걸어가던 길, 예상보다 훨씬 한산한 역사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다. 주말 밤이면 북적여야 할 남포동이었지만 전철은 자리가 널널했고, 플랫폼에도 젊은이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편히 앉아 집으로 향할 수 있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부산의 인구 감소가 통계 속 수치가 아니라 ‘체감의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 인근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활기가 넘쳤다. 무비자 입국 완화의 영향인지 유명 맛집 앞에는 외국인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남포동 화장품 가게를 기웃대는 이들도 외국인 청년들이 대부분이었다. 도시는 비어가는데, 방문객이 그 빈틈을 채우고 있는 기묘한 풍경. 부산 청년은 줄고 외국인 청년 관광객은 늘어난 이 대비가 도시의 구조 변화를 더욱 선명하게 했다. 특히 지역 대학의 상황은 변화의 방향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만 해도 외국인 재학생 비율이 이미 60%를 넘었고, 필자가 가르치는 학생들 가운데 한국인은 20명, 외국인은 150명에 달한다. 청년 감소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는 공간이 바로 대학인 셈이다. 부산의 미래 활력은 결국 ‘외국인 청년’과 ‘관광객’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밖에 없다. 이 문제의식을 다시 확인한 자리가 바로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미래경제포럼’이다. 이날 포럼의 핵심 주제는 ‘글로벌 관광도시로의 전환’이었고, 필자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발제자로 나선 퍼듀대학교 장수청 교수는 필자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학회에서 논문 발표를 준비할 때마다 연구의 즐거움을 몸소 보여주며 큰 자극을 주셨던 스승 같은 분이다. 세계적인 관광학 연구자이자, 필자에게 학문적 열정을 심어준 그 분이 부산에서 강연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찼다. 장 교수님의 발제는 부산 관광산업의 본질적 경쟁력에 대한 방향성을 정확히 짚었다. 부산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발표하신 내용의 핵심에는 ‘수용태세’, 즉 외국인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의 문제와 관광 서비스 품질관리에 대한 내용이었다. 대중교통 이용 불편, 도로표지판 및 안내에 있어서 외국어 안내 미비, 메뉴판 번역 오류, 결제 방식 호환, 정보 접근성 등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부산시가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최규환 교수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재무관련 보고서의 주요 책임자였다. 필자 입장에서 ‘이론과 실증을 겸비한 전문가’가 허브앤스포크에 기반한 부산 관광 활성화 전략을 제시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순간이었다. 두 분의 발제 방향이 필자가 지난해 집필했던 ‘부산 외국인관광 활성화 보고서’와 일치했다는 점에서, 데이터 기반 분석이 결국 같은 결론으로 수렴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이어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관광MICE 데이터·AI 포럼’에서는 관광 분야에 있어서 AI 활용 방안과 관광 데이터의 질과 활용 전략이 논의되었다. 관광 정책이 개발·홍보 중심으로만 흐르면서 정작 기본 데이터는 여전히 미흡한 현실, 그리고 부산연구원에 관광 전문 연구자가 거의 없다는 구조적 문제까지 제기되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공공 데이터 품질을 개선하고 AI 기반 관광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 두 포럼을 나란히 놓고 보니 부산의 과제가 선명해진다. 첫째, 인바운드 관광을 위한 외국인 수용태세 점검, 둘째, 관광 데이터 품질 강화를 통한 지속적인 관광 서비스 품질 관리, 셋째, 전문 연구·정책 조직 확충이다. 이는 단순 행정이 아니라 부산의 미래 산업을 결정짓는 인프라다. 남포동과 자갈치역에서 느낀 ‘청년 부재’는 인구 감소 때문이기도 하지만, 젊은 세대가 온라인 세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구조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부산은 오프라인의 강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온라인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경험 즉 맛보고, 걷고, 보고, 듣는 감각적 경험이 부산의 경쟁력이다. 도시는 비어갈 수 있다. 그러나 ‘경험의 도시’, ‘머무르고 싶은 도시’는 관광으로 다시 채워질 수 있다. 부산은 지금, 외국인 관광객이 만든 활기와 인구 감소가 만든 공백 사이에서 갈림길에 서 있다. 미래의 부산이 활력을 회복하려면 개발보다 기본, 홍보보다 데이터, 그리고 무엇보다 ‘찾아온 사람에게 불편하지 않은 도시’가 되는 것이 먼저다. 이것이 즐거운 도시, 재미있는 도시, 행복한 도시를 향해 부산이 정말 해야 할 일일 것이다.
[편집국에서] 12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핸드폰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목적이 있었다. LAFC 손흥민의 올 시즌 마지막 경기를 다시 보는 것. 2025 MLS컵 PO 서부 준결승 경기에서 손흥민의 동점 프리킥 골은 너무나 마법 같았다. 요즘 표현대로 도파민이 제대로 터지는 장면이었다. 공식 중계 쇼츠부터 시작해 ‘야유를 경악으로 바꾼 손흥민골’ ‘동료들 찐 반응’ ‘키퍼 시점 기적의 골’ 등 골 장면을 다른 각도에서 찍은 유튜브 쇼츠 수십 개를 반복해서 보다가, 어느 순간 알고리즘을 타고 뉴욕 추수감사절 ‘케데헌’ 퍼레이드에 누리호 4호 발사, 고 이순재 배우 별세 등을 거쳐 토트넘 팬들 반응, 청룡영화제 시상식 퍼포먼스 관련 영상까지 보고 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동영상을 여러 개 봤을 뿐인데, 시간이 ‘순삭(순간 삭제)’이다. 내가 무엇 때문에 핸드폰을 들었는지 애초 목적이 언뜻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뇌 썩음, 브레인 랏(brain rot) 현상이었다. 브레인 랏은 온라인 콘텐츠의 과도한 소비로 정신이나 지적 상태의 악화를 일컫는 말로, 2024년 옥스퍼드가 선정한 그해의 단어이기도 했다. 올해는 AI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콘텐츠의 ‘도파민 개미지옥’은 더욱 견고해졌다. AI 기술을 이용해 영상 제작이 이전보다 수월해지면서 디지털 콘텐츠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제작 속도도 빨라졌다. 영상 콘텐츠에는 영상 관련 제품의 구매 링크가 자동으로 노출되면서 온라인 쇼핑과 영상 사이를 무한반복으로 오갈 수 있는 환경도 구축되었다. 이제 물건을 사기 위해 검색이라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됐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올 연초 발표한 ‘2025 콘텐츠 소비 전망’에 따르면 한국인의 주당 평균 유튜브 동영상 콘텐츠 소비 시간은 6.88시간으로 전년(6.54시간)보다 늘 것으로 전망됐다. 일활성이용자수(DAU)와 사용 시간을 분석한 한 통계에서는 한국인 5명 중 3명이 하루 2시간 넘게 쇼츠 등 유튜브 콘텐츠를 소비하며, 인스타그램의 짧은 동영상인 ‘릴스’는 1인당 하루 평균 50분을 사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과도한 디지털 콘텐츠 소비에 의한 ‘도파민 중독’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최근 AI 기술의 발달은 그 폐해의 속도와 규모를 짐작하게 어렵게 만든다. 이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를 술이나 담배와 비슷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고,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최소한 아동과 청소년은 보호하자는 조치들이다. 호주에서는 이번 달 세계에서 처음으로 16세 미만은 부모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SNS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이 시행된다. 이 법의 특징은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것으로,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엑스(X)·유튜브 등 SNS 및 스트리밍 플랫폼은 16세 미만 사용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해야 하고, 위반 시 최대 약 5000만 호주 달러(약 48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덴마크 정부는 15살 미만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마련해 의회 상정을 앞두고 있고, 유럽의회도 지난달 말 13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차단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술과 담배가 과하면 어른에게도 좋을 리 없듯이, 디지털 콘텐츠에 중독된 성인들의 부작용도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인 극단적인 정치 편향성이다. 편향적 디지털 콘텐츠에 과몰입한 나머지 ‘내가 옳다’는 신념에서 느껴지는 안정감과 우월감의 세계에 빠져 상식에 대한 감각마저 마비된 이들을 인터넷 댓글 창에서 수시로 목격한다. 역으로 디지털 콘텐츠 중독에 빠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한다. 모든 앱의 푸시 알림을 끈다거나 스마트폰과 특정 어플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식이다.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을 피하기 위해 시청 기록을 주기적으로 삭제하는 방법도 있다. 달력을 한 장 남겨 놓은 12월. 2025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본다. 힘겹게 버틴 날들 속에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각종 디지털 콘텐츠는 일과 후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 같은 소소한 즐거움이기도 했다. 하지만 맥주 한 잔으로 시작했다가 소맥 폭탄주 십여 잔을 들이킨 날처럼, 잠깐만 봐야지 했다가 어느새 정신을 놓은 날도 부지기수다. 정보 습득과 여가 활용 그리고 제어하기 어려운 몰입 사이를 오가며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 중인 셈이다. 폭식과 술을 줄이고, 운동과 식단 관리를 하겠다는 내년 새해 다짐에 디지털 디톡스도 추가해 본다.
[오션 뷰] 해양수산부 부산 안착에 거는 기대
부산의 겨울바람이 더욱 차가워지는 12월, 그 바람 속에 묵직한 변화가 일고 있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 전광석화처럼 실행된다. 다음 주부터 동구의 IM빌딩과 협성빌딩으로 향할 이삿짐 행렬은 이달 셋째 주까지 이어진다. 이달 하순에는 임시 청사 개청식도 예정돼 있다. 800여 명의 삶과 책상, 꿈과 문서가 한꺼번에 옮겨오는 만큼 두 건물은 요즘 분주한 발걸음과 낯선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히 한 부처의 ‘주소 이전’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핵심 부처가 세종을 떠나 부산에 둥지를 튼다는 것은 부산이 오래전부터 선언해 온 ‘해양수도’의 위상을 실질적으로 재정립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산 시민들은 ‘해양수도 부산’이라는 슬로건을 자부심과 기대감을 담아 외쳐 왔다. 이제 그 외침에 실질적인 정책 동력이 더해지는 셈이다. 이번 이전은 해양 관련 인력과 기능, 예산의 부산 집중을 의미한다. 부산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물류·수산·항만·해사 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더 많은 인력과 기업, 기관이 부산으로 모여드는 흐름이 만들어진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 청년 일자리 확대, 인재 유출 방지 등 부산이 꾸준히 고민해 온 문제들에도 변화의 실마리가 생길 수 있다. 시민들의 기대도 자연스레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업 종사자들은 “드디어 부산이 해양수도의 길을 제대로 걷게 됐다”며 반색하고, 시민들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기대 뒤편에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물음이 남아 있다. 이번 이전이 부산의 해양산업 체질을 정말 개선할 수 있을까. 부처 이전을 통해 지역 발전을 이끌겠다는 정부의 복안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유효할까. 부산 시민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해수부만 내려와서는 절반의 성공도 어렵다는 것을. 그래서 해사법원 설치,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각종 해양 관련 기관·기업의 이전까지 이어져야 진정한 해양 생태계가 구축된다고 말해왔다. 수도권 중심의 구조를 벗어나 부산이 스스로 해양산업의 전 주기를 완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바람이 깃들어 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최근 “동남권투자공사, 해사법원, 산하 공공기관과 해운 대기업의 설립·이전 계획을 담은 로드맵을 내년 1월 중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로드맵이 현실화한다면 부산의 해양산업 지형도는 크게 변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 수차례의 ‘이전 발표’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던 경험도 있다. 중앙 정부가 부산을 균형 발전의 실험대로 삼고자 한다면 단순한 이전이 아니라 인력·권한·예산·산업이 함께 내려오는 ‘기능 이전의 완결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한 부산이 진정한 해양·물류 허브로 거듭나려면 이전 기관과 기업이 지역 대학·연구기관·중소기업과 촘촘히 연결된 산업 생태계를 함께 그려나가야 한다. 인재를 키우고 연구를 이어가며 지역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없다면 이번 이전의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특히 되묻고 싶다. 부산을 바라보는 핵심 의사결정권자들이 글로벌 해양도시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비전을 지니고 있는지? 기업과 기관이 부산에 장기적 투자 계획을 세우는지? 이 질문들에 ‘예’라고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전의 의미는 완성될 것이다. 부산은 오래전부터 ‘해양수도’를 꿈꿔왔지만, 그 꿈은 선언에 비해 늘 실체가 부족했다. 이번 해수부 이전과 추가 계획이 그 간극을 좁히는 계기가 될지, 지금 부산은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이전만 해놓고 ‘임무 완료’를 선언한다면 변화는 반쪽짜리로 남을지도 모른다. 지속적인 정책 추진과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함께해야만 이 변화가 진짜 부산의 시간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공은 부산시로 넘어왔다. ‘해양수도 부산’을 향한 길을 더 빠르게, 더 힘있게 내달려야 한다. 해수부의 정책과 연구개발(R&D)을 지렛대 삼아 해운·항만의 디지털 전환, 미래 해양산업 선점, 수산물 가공·유통·첨단 양식 산업 육성, 해양 관광·마리나 산업 활성화 등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 인재 양성과 글로벌 해양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긴 호흡의 전략도 함께 펼쳐야 한다. 정부 의지와 지역 전략이 어우러지고,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갈 때 부산은 대한민국 해양 중심이자 세계적 해양도시라는 이름을 스스로 증명하게 될 것이다. 류순식 해양산업국장·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ssryu@busan.com
[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국내여행 관심 적은 젊은 층
최근 여행 정보 사이트 야놀자 리서치에서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젊은 층은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폭등해서 여행비용이 부담이 늘어나는 데도 해외로 나가는 걸 선호한다. 20대 이하 젊은 층의 해외여행 선호 비율은 48.3%로 국내여행(28.6%)의 1.7배에 달했다. 30대도 45.9%로 국내여행(33.8%)보다 높았다. 젊은 층이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는 ‘새롭고 이색적인 경험’(39.1%), ‘다양한 볼거리’(28.1%)가 가장 많았다. 해외여행을 할 때 선택 기준은 ‘일상탈출의 느낌’(5.5점), ‘새로운 문화 접촉’(5.4점)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국내여행에 대한 불만족 이유 1위는 ‘가성비’였다. 여기에 특색 있는 관광 콘텐츠 부족도 주요 이유로 거론됐다. 이에 관련된 기사 댓글에서 한 네티즌이 ‘국내에는 어디로 여행을 가도 출렁다리, 케이블카, 집라인, 레일바이크뿐’이라고 지적한 내용은 왜 젊은 층이 국내여행을 꺼리는지를 단적으로 알려준다. 젊은이들은 새롭고 이색적인 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보면서 일상탈출을 하고 싶은데 국내여행은 어디에 가나 똑같은 콘텐츠, 똑같은 음식뿐이어서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익숙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보고 싶은데 그런 관광지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 볼 만한 곳이라고는 부산, 제주도, 경주시밖에 없으며, 게다가 숙박비는 물론 식음료 가격은 비싸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그들에게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기자도 6년 가까이 여행 취재를 다니면서 매번 행선지 결정을 두고 고민했다. 한마디로 갈 만한 곳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여행지에 가면 어디나 비슷비슷해서 독창적인 면모를 찾기 어려웠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하트나 액자 모양 포토존, 거의 유사한 유형의 벽화마을 그리고 창의적 콘텐츠라고는 하나 없는 전통 테마파크, 이곳이나 저곳이나 똑같은 음식뿐이었다. 새로운 문화, 새로운 음식을 찾으려면 헤매고 또 헤매야 했다. 야놀자리서치는 젊은 층의 해외여행 쏠림 현상을 매우 걱정했다. 현재 국내 관광시장은 장년층에 의존해 유지되고 미래시장 주역인 MZ 세대의 선호는 이미 해외 시장으로 이동한 상태인데,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관광의 미래 수요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젊은이들이 배낭을 메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같은 유럽 안에서도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음식이 달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젊은이들이 배낭 하나 메고 여행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여행지의 모습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 같은 상황으로는 젊은 층의 마음을 잡는 게 불가능하다.
비상계엄 1년… 與 '무소불위' 野 '지리멸렬'
인증 개발 퇴사자, 쿠팡 정보 유출 가능성
부산 '빈집' 내년부터 본격 정비
우후죽순 기장 오션뷰 카페 한물가나
[단독] “가까운 학교 두고 먼 데로” 불만… 중학교 배정 기준 손본다
“고객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봤나” 안일한 사과문에 분노 ‘폭발’ [쿠팡 개인정보 유출 파장]
부울경 정치권 지형 변화… 뒤집힌 여야 역학관계 [계엄 1년]
리더십 부재에 수렁 빠졌던 지역 경제 서서히 회복 [계엄 1년]
잘나가던 '실리콘밸리 운동화'까지… 지역 신발 연쇄 불황
부산 빈집 자발적 철거·활용하는 ‘투 트랙’ 전략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