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장 후보들, 앵커 기업 유치 등 상공계 목소리 경청하길
부산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도시다. 하지만 수도권 일극체제로 인한 지방 홀대 정책에 묶여 여태껏 제대로 도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부산의 현주소다. 특히 부산 경제는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 6월 지방선거 최대 화두가 ‘부산의 재도약’인 것은 이런 이유다. 부산이 글로벌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제 활성화 비전 마련과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경제 부흥을 위한 가덕신공항 등 각종 기존 대형 인프라 구축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이대로 간다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지역 상공계가 여야 부산시장 후보들과 연이어 간담회를 갖고 정책 과제를 제안한 것은 이런 절박함을 반영한다. 부산상공회의소는 29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시장 후보와 간담회를 갖고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과 2단계 확장, 취수원 다변화 조속 추진,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북극항로 특별법 조속 제정, HMM 본사 부산 이전 등 앵커 기업과 기관 유치, 해운거래소 부산 설립,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 조기 이전 등 24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상의는 다음 달 6일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와도 간담회를 갖고 정책 제안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도 지난 28일 박 후보와 가진 간담회에서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조선해양기자재 산업 경쟁력 강화, 기업 유치, 인재 확보, 인프라 개선 등 40여 건을 주문했다. 부산상의와 중기중앙회가 제안한 정책들은 부산 산업 경쟁력과 지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단체는 지역 경제 파급효과가 큰 앵커 기업과 기관 유치, 가덕신공항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의 조속한 추진이 시급하다며 입을 모았다. 이어 지역 경제 마중물 역할을 할 해양수산 관련 기업과 기관의 집적화 문제 등을 한층 더 적극적으로 챙겨줄 것을 후보들에게 부탁했다. 이들이 절절한 건의에 나선 것은 부산 경제를 살릴 특단의 대책이 너무도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젠 인프라 확충과 제도적 개선 등이 뒤따르지 않으면 지역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의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지방선거는 부산 미래를 좌우할 전망이다. 글로벌 해양도시로 도약하려면 상공계가 제안한 정책들을 관철할 수 있는 강력한 실천력을 가진 시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은 수도권 우선주의 때문에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만에 자영업자 8만 명 이상이 감소하는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심각한 경제 침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산업 생태계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은 물론 가덕신공항과 북극항로 거점 항만 조성 등 미래 인프라의 차질 없는 조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결국 부산의 굵직한 지역 현안들은 모두 경제 문제로 귀결된다. 후보들이 상공계 목소리를 적극 반영, 진심을 담은 공약으로 화답하길 당부한다.
[사설] 첫 법정공휴일 맞은 노동절, 취약 지대 노동자 잘 살펴야
올해부터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로 바뀌고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시대적 맥락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일하는 사람의 존엄과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다짐이라서다. 노동절은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의 8시간 노동제 요구 시위에 연원을 둔다. 국내는 1923년부터 노동절로 기념해 오다가 1963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근로자의 날’로 사용해 왔다. 무려 62년 만의 노동절 복원이다. AI(인공지능)와 로봇이 일터를 잠식하는 시대에, 노동절이 이름을 되찾고 법정공휴일이 된 의미는 분명하다. 땀을 흘려 생계를 잇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존중받는 원칙을 확인하는 날이어야 한다. 이번 노동절은 법의 사각지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지방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중 5인 미만의 소규모 비율이 압도적이다. 5인 미만의 경우 주 52시간제가 제한되고 연차 유급휴가, 일부 수당이 적용되지 않는다. 2023년 기준 부산의 5인 미만 사업장은 34만 7000여 곳으로 전체의 86.6%를 차지하고, 고용자 수는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 노동절에 근무하면서 법정공휴일 지정의 기쁨을 공유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너무 많다. 더 큰 문제는 매년 1만 건이 넘는 근로기준법 위반 신고가 되풀이되는 점이다. 일터의 불평등 해법이 시급하다.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수적 과제다. 법의 보호 밖에 놓인 노동 약자는 5인 미만 사업장만이 아니다.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공공부문 단기 계약직 등 너무 많다. 최근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 앞 화물연대 집회 현장에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에서 보듯이 고용 구조의 복잡성이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부문 단기 계약직에게 ‘공정수당’을 추진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왜 별도의 수당이 필요할 정도로 불안정한 처우가 방치됐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특고와 플랫폼 노동은 물론이고 다양한 비정형 노동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구조가 됐다. 개별 사업장이나 업계의 선의에 맡겨서는 해결되기 어렵다. 숙의를 통해 사회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모두 일과 연결되어 있다. 청년층의 구직난은 결혼·출산에 영향을 미쳐 인구 문제로 파급되고, ‘그냥 쉬었다’는 2030의 증가는 세대 단절을 초래한다. 저임금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 양산에 따른 불평등 심화는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 주 4일제 모두 일하는 사람을 위해 풀어야 할 난제이고, 해법을 찾아야 미래로 전진할 수 있다. 노동절이 진짜 노동절이 되려면 노동의 권리가 시혜가 아니라 사회가 보장하는 기본 질서가 돼야 한다. 국가와 기업, 노동이 공유하는 전략적 공동선이 필요하다. 그래야 노동의 존엄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힘없는 노동자들까지 혜택받을 수 있다.
[사설] 조선-해운 상생 협의회, 해수부 기능 이전 출발점 되길
조선과 해운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격화일로를 걷고 있다. 북극항로와 같은 미래 먹거리뿐만 아니라 중동전쟁 이후 해양 중심의 안보 상황까지 무한 경쟁에 놓인 상태다. 이 때문에 해양강국 대한민국을 향한 양대 산업 축인 조선과 해운이 각자도생보다 동반성장을 위해 뭉쳐야 한다는 지적이 일찌감치 제기돼 왔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마침내 국내에서 두 산업의 상생 협력과 산업 경쟁력 동반 강화를 위한 민관 협력체계가 본격 출범했다는 소식이다.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코리아 원팀’의 주체가 될 해당 협력체계가 해양수도 부산을 이끄는 주축으로 범정부적 발걸음을 내딛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부는 28일 ‘조선-해운 상생발전 전략협의회’ 발족식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두 정부 부처의 장관을 비롯해 국내 주요 조선사와 해운사 대표들이 대거 참석해 조선과 해운의 전략적 연대 강화를 다짐했다. 이날 발족한 전략협의회는 초격차 기술 확보와 두 산업의 연계 동맹 구성, 국적 선대 확충과 조선사 일감 확보, 지역경제 기반 상생 생태계 구축 등 네 가지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최우선적으로는 국내 해운사의 국내 조선사에 대한 전략적 집중 발주 방안이 거론된다. 이를 위해 두 정부 부처는 각각 실증 수요 발굴과 핵심기술 개발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태세다. 두 정부 부처가 이처럼 조선과 해운산업 등 민간 산업계까지 아우르는 전략적 동반 관계를 만들고 나선 것은 조선·해운업이 더 이상 ‘개인전’이 아닌 ‘팀전’이 됐다는 인식에서다. 중동전쟁 과정에서 보듯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 위기 사태 발생 때 외국 선박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자국 건조 능력이 부족하면 유사시 운송수단 확보가 곤란해지는 것도 자명하다. 한때 조선과 해운 분야에서 강대국의 지위를 누리던 미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조선·해운산업의 붕괴는 한순간에 발생하며 이를 복원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코리아 원팀’으로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동반 강화에 나선 것은 박수받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전환을 통해서만 조선·해양산업 경쟁력 동반 강화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정책을 발표하면서까지 전략적 연대를 내비치는 것은 그동안 두 부처로 갈려 시행돼 온 정책의 시너지 효과에 아쉬움이 많았다는 방증이라서다. 해양강국을 지향한다는 대한민국에서 부산으로 해양수산부를 이전하면서까지 내세운 해양수도의 밑그림을 고려하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두 정부 부처의 전략적 동반관계가 조선·해운산업을 필두로 한 해양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이번 정책 전환은 향후 해양수산부로 해양 관련 기능을 결집하는 첫걸음이 돼야 옳다.
기술 도핑
인간의 한계로 여겨졌던 마라톤 풀코스 2시간의 벽이 마침내 깨졌다.1996년 3월생인 케냐 출신의 사바스티안 사웨는 지난 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6 런던 마라톤에서 42.195㎞ 풀코스를 1시간59분30초에 완주했다. 그는 인류 최초로 공식 대회에서 2시간의 벽을 허문 위대한 선수가 됐다.‘서브 2’로 불리는 2시간 이내의 마라톤 풀코스 완주는 세계 육상계의 숙원이자 꿈이었다. 하지만 한계를 모르는 인간의 저력과 끈기가 스포츠 과학 등과 만나면서 서브 2 달성은 실현 가능한 영역이 됐다.기록상으로만 보면 사웨의 대기록이 처음은 아니다. ‘마라톤의 전설’ 일리우드 킵초게(케냐)가 2019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프로젝트 ‘INEOS 1:59 챌린지’에서 1시간59분40초02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인류 최초로 서브 2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당시 킵초게가 7인 1조의 페이스 메이커와 레이저로 속도를 조절하는 선두 차량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하지만 킵초게의 도전은 ‘인류의 서브 2 달성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대학 연구진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은 기록 단축을 위해 최적화한 마라톤화 개발에 적극 나섰고,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인류 최초의 서브 2 달성의 기쁨도 잠시, 사웨가 신고 뛴 신발이 기술 도핑 논란에 빠졌다. 이 신발은 아디다스가 3년 동안 연구·개발한 것으로 무게가 97g에 불과하다. 사웨는 “신발이 매우 가볍고 편안한 건 사실이지만, 규정에 맞는 신발을 신고 뛰었다”고 주장했다.기술 도핑 논란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가 2016년 탄소섬유판을 삽입한 신발을 선보였고, 이 신발을 신은 선수들이 기록 단축에 큰 효과를 봤다. 결국 세계육상연맹은 2020년 엘리트 선수 신발 규정을 신설해 밑창 두께를 40㎜ 이하로 제한하고, 탄소섬유판도 1장만 허용하는 기준을 마련했다.기술 도핑은 수영에서도 있었다. 2008년 한 해 동안 수영계에서는 총 108개의 세계 기록이 수립됐는데, 전신 수영복 ‘덕분’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전신 수영복은 2010년 퇴출됐다.스포츠 과학의 발달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선수 개인의 땀과 노력이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신발에 주목할 게 아니라 선수에게 주목했으면 한다.
논설주간/상무이사
강윤경
수석논설위원
김승일
논설위원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이상윤의 세상톡톡]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믿는 구석
대한민국 헌법은 권력기관이 서로 견제함으로써 균형을 이루는 삼권분립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는 한 기관에 권력이 집중되면 어떤 권력이라 하더라도 폭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만들어진 장치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왕의 독재만이 아니라 다수의 독재도 막아야 한다며 미국 헌법에 권력 견제 장치를 곳곳에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헌법학 개론 차원의 설명과는 달리 대한민국 현행 헌법은 실제로는 독재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군사정권 독재 재발을 막기 위해 출범한 1987 체제 아래에서 만들어진 개정 헌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해가 가지 않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이는 당시 군사정권 독재 재발 방지 장치로 국회의 통제 기능을 크게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헌이 돼서다. 그럼에도 이런 방향의 개헌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은 것은 국회에 일방적인 다수파가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 하에서 그 희박한 가능성은 현실이 됐고 그럼으로써 국회를 제어할 헌법상의 장치는 별로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지금처럼 정치적 대치 상황이 살벌할 경우 국회의 일방적 다수파가 벌이는 폭주는 의회 독재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대한민국에서는 정치의 최종 목적이 그냥 권력의 획득과 유지가 아니라 국회 권력의 획득과 유지가 돼야 맞다. 흔히 대한민국은 제왕적 대통령제라고들 하지만 국회가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이고 여야 간 정치적 갈등이 심각하다면 대통령이 대놓고 밀어붙일 수 있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가장 큰 패착은 바로 이 지점이다. 지난 총선 직전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과 특검 요구 등에 사과와 정리보다 버티기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버티기만 한 게 아니라 선거를 지휘하던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마찰을 일으키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여기에다 채 상병 사망 관련 핵심 인물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해 문제적 인사를 감싼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총선을 염두에 뒀다면 결코 취하지 않았을 이 같은 태도로 인해 중도층 반감을 키운 결과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총선이 임박하기 전 국민의힘이 과반 가까이 혹은 그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던 터라 윤 전 대통령은 총선 결과를 납득하지 못했다. 총선 결과를 납득했다면 자신의 태도로 인해 총선 패배가 빚어졌다는 반성이라도 있었을 터이다. 결국 총선 패배로 인해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야당이 의회를 개헌 가능선 근처까지 장악한 이상 대통령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게 됐다. 그 시기부터 윤 전 대통령은 부정선거론을 내세운 듯하다. 자신의 인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인정할 수 없는 인지부조화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다. 윤 전 대통령에 이어 최근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는 정계 인사가 또 등장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윤 어게인’ 세력과의 확실한 절연이나 계엄에 대한 명확한 반성 대신 애매한 태도로 일관한 그는 윤 전 대통령만큼이나 중도층 확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반여권의 텐트를 넓혀 선거에서의 당선 가능성을 키우겠다는 의지보다는 당내 정적 제거나 강성 지지층 결집에 대한 의지가 더 큰 모습이 두드러져서다. 최근에는 선거를 눈앞에 두고 벌어진 뜬금없는 ‘빈손 방미’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당 대표와 선을 긋고 독자적인 선대위를 구성하는 지역이 늘고 있을 정도지만 그의 행보는 여전히 그런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중도층 반감을 키우는 그의 행보는 윤 전 대통령의 그것과 거의 대동소이하다. 후보들의 각자도생식 선거운동으로는 지방선거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진영 대결 양상에서 후보들의 개인기로 승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시중에 떠도는 말처럼 여권에 참패를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본인의 기대와 다른 성적표를 받았을 때 장 대표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다. 윤 전 대통령의 행보와 닮은꼴을 보인 그는 아마도 윤 전 대통령처럼 부정선거론을 들고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자신의 인지로는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그래서 계엄을 선포했다가 자폭했다. 혹시 장 대표가 믿는 구석은 강성 지지층을 이끌고 부정선거론을 외치며 거리로 가는 방안인가.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얻든 그것은 자업자득일 것이다. 다만 견제와 균형이 더욱 무너질 수도 있는 현실이 우려될 뿐이다.
[홍준성의 개념 쌓기] '재능충'이란 자기합리화에 대한 경계
청년들의 세계에서 ‘재능충’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이는 타고난 재능을 지닌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전통적인 예체능 분야를 넘어 공부, 상업, 연애, 게임, 심지어 노력 자체까지도 재능의 영역으로 보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타고난 뇌 구조나 도파민 체계를 근거로 ‘노력할 수 있는 능력 역시 재능’이라는 설명이 덧붙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이와 함께 재능충은 ‘노력충’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노력충은 노력했음에도 성과를 내지 못한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그 어감 자체에 조롱의 뉘앙스가 있다. 반면 재능충은 적은 노력으로도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을 향한 부러움과 선망이 담긴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재능충은 비하적 의미가 상대적으로 옅기 때문에 SNS를 넘어 공중파 방송에서도 거리낌없이 사용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재능충이라는 말에 비웃음의 뉘앙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재능충의 성취를 노력의 결과가 아닌 타고난 재능의 산물로만 치부하는 태도를 들 수 있다. 쉽게 말해 그들이 이룬 성과를 ‘운 좋게 타고난 재능 덕분’으로 환원해 버리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선 속에서 재능충은 자신과 달리 재능을 갖지 못한, 아무리 애써도 결국 노력충의 위치에 머물 수밖에 없는 평범한 이들을 기만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의 이면에는 일종의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다. 만약 재능 있는 사람이 자신을 평범하다고 말한다면 그 평범함에조차 도달하지 못한 자신은 어떤 위치에 놓이게 될까. 이는 곧 평범함마저도 버거운 열등한 존재가 돼버린다. 따라서 누군가를 재능충으로 규정하는 행위는 타인을 평가절하해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자기변호에 가깝다. 다시 말해 타인을 끌어내려야만 유지되는 불안정한 자존심을 지키려는 방편인 셈이다. 물론 재능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테면 수영에서는 물 위에 떠 있기 위한 부력이 중요한데, 인간의 신체 구조상 하체는 상체보다 부력을 덜 받는다. 이 때문에 하체가 짧을수록 유리하며, 다리가 짧으면 물을 밀어낼 때의 힘 손실도 줄어든다. 즉 수영선수에게 상·하체 비율은 체력 안배와 직결되는 요소다. 이러한 점에서 키 195cm에 비해 다리 길이가 81cm에 불과한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의 신체 조건은 수영에 유리한 요소만을 갖춘 압도적인 재능의 사례로 볼 수 있다. 그가 올림픽에서 금메달 23개를 획득한 전설적인 성과 역시 재능을 배제하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런 사례는 다른 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필즈상 수상자들의 수학적 직관이나, e-스포츠 게이머의 뛰어난 동체시력 역시 명백히 재능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묻자.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지 못하면 모두 노력충에 불과한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지 못하면 실패한 영화감독이라 할 수 있는가. 이는 반박할 가치조차 없는 터무니없는 잣대다. 누구나 서로 다른 종류와 수준의 재능을 타고난다는 사실로부터 그 재능을 반드시 정상에 이르기 위해 써야 한다는 결론은 도출되지 않는다. 음악을 한다고 해서 세 살에 작곡을 시작하고 여섯 살 전에 바이올린을 능숙하게 연주했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될 필요는 없다. 삼각 함수를 이해하기 위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끌어올 필요도 없고, 어깨 근력을 기르겠다고 운동하면서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떠올리며 낙담할 이유도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예체능이든 학문이든 기본적인 이해와 성장을 이루는 일이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더 나아가 사소한 경쟁에서의 미미한 우위가 개인의 삶을 결정적으로 바꿔주지도 않는다. 물론 정상만 바라보는 이러한 세태를 단지 개인의 문제로만 돌릴 수는 없다. 1등 외에는 병풍처럼 취급해 버리는 사회 분위기, 과도한 경쟁 압박 등 외부 요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재능충 운운하는 주체는 이를 통해 결정론적 무결함을 즐기기도 한다. 자신을 ‘재능 없는 피해자’ 위치에 고정하는 순간, 다시 말해 피해자 서사를 내면화하는 순간, 자기 책임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듯한 뒤틀린 안도감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만 속에서 흘려보낸 젊음과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반복되는 재능 타령은 결국 자신을 가두는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굳어지기 쉽다. 이런 맥락에서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은 새겨들을 가치가 있다. “우리의 허영심과 자기애가 천재 예찬을 부추긴다. 왜냐하면 천재를 한낱 기적으로서 우리와는 아주 먼 존재라고 생각할 때만 천재가 우리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드보르자크, 날아오르다!
122년 전인 1904년 5월 1일, 체코의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가 63세로 세상을 떠났다. 드보르자크는 넬라호제베스라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도축업자였고 아들에게 가업을 잇고 싶어 했다. 실제로 드보르자크는 도축업 시험까지 통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마을을 떠나 수도인 프라하로 와서 오르간 학교에 입학했는데, 이후 프라하 국민극장 부속 관현악단에 들어가 비올라를 연주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1875년에 국비 장학생이 되어 한숨을 돌리게 되었는데, 그때 심사위원이던 평론가 에두아르트 한슬리크가 드보르자크에게 브람스를 찾아가 보라고 조언했다. 이듬해 빈으로 찾아간 드보르자크는 브람스를 만나서 앞으로의 음악 활동에 관해 상담했다. 브람스는 이 시골 청년의 순수한 열정과 재능을 파악하고선 여러 곳에 소개했다. 특히 당시 최고의 출판사 중 하나인 짐로크 출판사를 연결해 주며 “음악가가 가질 수 있는 최상의 것들을 드보르자크는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그를 소개했다. 이어 그가 무척 가난하다는 점을 특별히 참작해 달라며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점까지 보태서 설명했다. 짐로크 출판사는 반신반의하면서 드보르자크에게 브람스의 히트작인 ‘헝가리 무곡’과 비슷한 곡을 써보라고 권했다. 이에 드보르자크는 슬라브 지역의 정서를 포착하여 네 손을 위한 피아노곡을 썼는데 이것이 작품 46의 ‘슬라브 무곡’ 여덟 곡이다. 슬라브 무곡은 체코의 민속적 리듬을 살리면서 강한 대중성을 갖고 있었다. 형식은 친숙하지만, 내용은 신선해서 아마추어부터 전문 연주자들에까지 폭넓은 교재로 활용되었다. 곡을 들은 ‘나치오날차이퉁’지의 평론가 루이스 엘레르트는 기쁨에 겨워 말했다. “우리 앞에 놓인 것은 민요 가락 조각을 얼기설기 이어 붙인 작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벽한 경지에 다다른 예술이다. 길거리에서 보석을 주운 사람은 그걸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바로 그러한 신고를 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드보르자크 슬라브 무곡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출판사가 후편을 내달라고 요청해 1886년에 두 번째 슬라브 무곡집인 작품 72의 여덟 곡을 더 작곡했는데, 두 번째 무곡집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사이에 작곡한 실내악이나 종교음악도 꾸준히 팔렸다. 작곡 생활을 이어가던 끝에 드보르자크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고, 프라하 음악원에서 작곡가 교수 직위도 받게 되었다. 무명의 작곡가는 이렇게 클래식 역사에 우뚝 서게 되었다.
[데스크 칼럼] 인공지능 바다에서 허우적거릴 당신에게
후배 기자들의 발표를 듣고 있었다. 불현듯 20세기 말, 세상의 변화에 당황하던 그 당시 아저씨들이 떠올랐다. 20세기 말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다이내믹 코리아’였다. 1997년 IMF 사태(외환위기)가 터졌고, 국내 첫 정권교체도 있었다. 정치와 경제 상황이 요동치는 동안, 일상에서도 혁명이 일어났다. 다음이 한메일넷이라는 웹메일 서비스를 내놓은 게 1997년이다. 1998년엔 케이블망을 통한 초고속 인터넷 사업이 시작됐고, 1999년 네이버가 설립됐다. 인터넷 바다가 일상을 삼키기 시작했다. 당시 10·20대였던 일명 ‘엑스세대’까지는 비교적 빠르게 변화에 적응했다. 만날 필요 없이 이메일로 자료를 주고받고, 도서관에 가지 않고 검색으로 자료를 찾았다. 다음 카페, 프리챌, 아이러브스쿨 등의 게시판에서 일상과 정보를 공유했다. PC방에서 세계인을 상대로 스타크래프트 대전을 벌였다. 인터넷 덕에 시간도 아끼고, 일상의 스케일도 커졌다. 아버지 세대들은 우리와 달랐다. 인터넷의 바다에서 종종 허우적거리는 것 같았다.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한 그들은 스타크래프트보다는 무조건 족구를 해야 하는 세대였다. 자료만 오가는 소통이 익숙할 리 없었다. 그럼에도 억지로 인터넷을 배워야 했다. 외환위기 뒤 정년보장이 무너졌다. 인터넷을 다룰 줄 아는 것은, 상당한 경쟁력이었다. 당시 어른들은 책을 사서 읽으며 인터넷을 공부했다. 안쓰러웠다. 인터넷에 접속해 하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을, 굳이 저런 식으로 공부까지 해야 할까. 나이가 들면 뇌가 굳는 것인가라는 건방진 생각도 했다. 후배 기자들의 발표 주제는 ‘AI(인공지능) 활용법’이었다. AI와 각종 어플을 연동하니, 취재원과 주고받은 메일과 전화 통화 내용이 자동으로 데이터 처리가 됐다. 주요 기관장의 스케줄이 본인의 일정표와 연동되는 기술도 있었다. 국내외 주요 기사와 이슈를 AI가 개인별로 최적화해 분류하고 압축해 줬다. 후배 기자들은 AI로 취재 시간도 줄이고 취재 영역도 확장하고 있었다. 저런 작업을 시도할 생각도 못했다.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으니까. 그제서야 AI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며, ‘AI 바다’에서 가라앉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20세기 말, 인터넷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아저씨들이 생각났다. 다시 보니 2026년의 나였다. AI 폭풍이 가장 먼저 덮친 분야가 프로 바둑의 세계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전 뒤, AI의 바둑은 정답지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많은 프로들이 바둑에서 인간미가 사라졌다며 낙담했다. 하지만 젊은 프로들은 AI에게 바둑을 배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바둑의 재미를 잃은 이세돌은 떠났고, AI를 스승으로 삼은 신진서는 바둑의 황제가 됐다. 한때 엑스세대라고 불렸던 지금의 40·50대는 대부분 신진서보다 이세돌에게 감정이입이 될 것이다. 유료 AI에게 물었다. “AI 같은 기술 혁신에 뒤처지고 있다.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AI는 원리 파악보다 용도에 집중하라는 식의 조언을 했다.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적당히 남들만큼 따라 하라는 거다. 어느새 처음 접한 인터넷에 당황하던 그 시절 아저씨들도 이제 60, 70대가 됐다. 주변을 보면 웬만한 어르신들도 온라인을 충분히 활용한다. 유튜브, SNS 등이 없으면 못 버티는 이들도 있다. AI도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다. 20여 년 뒤 미래엔 결국 나이와 상관 없이 누구나 필요한 만큼 AI를 비서처럼 활용하고 있을 듯하다. 적당히 시대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AI 활용법을 익힐 터이니,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AI의 진단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어쩌면 후배들보다 AI를 잘 모른다는 게 본질적인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인터넷 바다에서 허우적대던 그 시절 40·50대들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면서 호기심이 사라진 게 진짜 문제일 수 있다. 10대, 20대들은 호기심 때문에 인터넷과 AI를 익혔다. 그들에겐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반면 열정과 호기심이 옅어진 기성세대에겐 같은 일이 과제 같은 것이 돼버렸다. 10대 말 PC방에서 처음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더블 클릭할 때가 있었다. 인터넷 세계가 열리기를 기다리며 들뜬 기분이었다. 오늘부터 호기심 가득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AI를 알아가려 한다. 벌써 AI가 무섭다기보다, 재미있어지는 기분이다. AI를 켜고 프롬프트에 첫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넌 누구냐?
[중앙로365] 부산 관광의 미래 앞에 놓인 두 갈래 길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 28일, 관광산업 분야에서는 ‘부산 관광·컨벤션·해양·크루즈·문화·축제,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부산관광미래네트워크를 비롯한 6개의 주요 관광·문화 산업 단체들이 참여했고, 두 부산시장 후보가 같은 질문에 각각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반부는 전재수 후보, 후반부는 박형준 후보의 시간이었다. 이번 간담회는 단순한 정책 설명 자리가 아니었다. 같은 질문이 던져졌지만, 두 후보의 답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두 후보의 차이는 정책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관광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였다. 전재수 후보의 접근은 비교적 익숙한 방향에 가까웠다. 해양수도 부산을 중심으로 관광을 산업과 연계해 확장하려는 구상은 그동안 부산이 지속적으로 제시해 온 전략과 맞닿아 있다. 관광을 해양산업과 크루즈, 지역 기업 육성과 연결된 경제 생태계로 확대하려는 시도는 부산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접근은 정책 실행 과정에서 상당한 재정비와 조정이 요구될 가능성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방향성에 대한 공감과 함께 실제 실행 단계에서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하게 지켜보려는 분위기도 감지되었다. 지역 기업 육성과 산업 구조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행정 역할을 강조한 점은 인상적이었지만, 그만큼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부담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지점은 두 후보가 상정하고 있는 외부 협력의 축이다. 전재수 후보의 구상에는 여당 후보로서 중앙정부와의 연계 가능성이 비교적 뚜렷하게 읽힌다. 대규모 인프라와 해양 관련 정책은 중앙과의 협업 없이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러한 접근은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정책의 지속성과 실효성은 결국 지방정부의 실행 역량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중앙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사업의 연속성과 안정성에 대한 고민 역시 함께 제기될 수밖에 없다. 박형준 후보는 관광을 도시 전략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글로벌 허브도시라는 틀 안에서 관광을 도시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바라보는 접근이다. 최근 관련 특별법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글로벌 허브도시의 틀을 관광에서도 적용한 듯한 인상이었다. 그의 답변에서 눈에 띄는 점은 행정 실행 방식의 변화였다. 올해부터 실시간 현황판을 중심으로 관광 및 관련 산업 정책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은 선언적 정책을 넘어 실제 작동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데이터 기반 행정의 방향을 보여준다. 또한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지역이 삽니다, 지역이 합니다’ 정책은 관광이 외부 유입에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 내부로 순환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 상권과 기업으로 연결되지 않는 한 관광의 성장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기업 유치와 국제행사, 도시 콘텐츠 경쟁력 강화 등은 단기간에 드러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요구되므로 중앙 정부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박 후보는 관광을 바라보는 시각 차원에서 전 후보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그는 특히 기존 부산지역 축제들이 축제조직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일부에서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지역 민간기업과의 협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관광이 지역 경제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운영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비판적 스탠스로 읽혔다. 결국 두 후보의 접근은 분명히 갈린다. 한 후보가 관광을 산업 구조 속으로 확장하려 한다면, 다른 후보는 관광을 움직이는 작동 방식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었다. 어느 쪽이 더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두 방향 모두 부산의 현실 속에서 설득력을 가진다. 간담회를 마친 뒤 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결론은 단순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부산을 글로벌 도시로 키워야 한다는 점도, 부산의 특색을 살린 해양 중심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도 모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사람을 선택하는 과정이 아니라 부산 관광의 방향도 결정하는 과정이다. 관광은 더 이상 부수적인 산업이 아니다. 도시의 경제, 일자리, 이미지, 그리고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 핵심 영역이다. 그만큼 선택의 무게도 가볍지 않다. 부산은 오랫동안 ‘2위 도시’라는 인식 속에 머물러 왔다. 이제는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기반으로 세계 속의 해양수도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기존 구조 속에서 점진적인 변화를 선택할 것인지, 그 갈림길에 서 있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부산은 어디로 갈 것인가.
[시론] ‘인구구조의 행운’을 ‘사회 대개조’의 마중물로
2024년, 끝도 없이 추락하던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어 2025년 역시 증가세를 유지하며 인구절벽의 끝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학계와 언론에서는 이 우상향 곡선이 구조적 개선의 신호탄인지, 일시적인 착시인지를 두고 열띤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번 반등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 우선 통계적 측면에서 ‘2차 에코붐 세대’로 불리는 90년대생들이 혼인 연령대에 진입하며 수적 우위에 따른 기저효과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동시에 정책적 효능감도 감지된다. 0.7명이라는 극단적 수치에 위기감을 인식한 정부가 주거 지원을 강화하고, ‘6+6 육아휴직제’와 급여 상한액 인상 등 파격적 대책을 내놓으며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인구구조의 관점에서 보면 인구가 급감하는 2000년대생이 부모가 되는 2030년경, 이 우상향 곡선은 다시 꺾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를 정해진 미래로 단정하며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정책적 마중물을 부어 사회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할 결정적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먼저, 중앙정부는 단기적 보조금을 넘어 청년들이 생애 전반에 걸친 국가의 지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법적·재정적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분절된 예산 체계를 생애주기별 인구 예산으로 재편하고, 현재 유야무야된 인구 전담 부처 설립을 조속히 추진하여 정책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재정 확보는 정책 의지의 가장 정직한 척도이며, GDP 대비 최하위권인 아동가족 지출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그 시작이다. 동시에 커리어와 육아의 양립을 중시하는 청년 세대를 위해 노동시장의 근본적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 대기업 위주 가족친화제도의 혜택을 중소기업과 플랫폼 노동자까지 실질적으로 확대하고, 남성 육아 참여가 ‘사회적 기본값’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직장 문화를 개조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시민사회와 협력하여 현장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수천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준다 한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동동거리고 소아과 ‘오픈런’을 해야 한다면 그 돈은 무용지물이다. 24시간 촘촘한 돌봄 안전망을 위해 AI 기반 긴급돌봄 매칭 시스템을 구축하고, 아파트 혹은 지역의 유휴 공간을 청년 부모들의 공동 육아와 커뮤니티 거점으로 공유하는 등 ‘돌봄 공유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과감한 실험을 시도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문법 자체를 ‘환대’로 전환해야 한다. 아이를 향한 따뜻한 눈짓, 유아차를 위해 문을 잡아주는 사소한 양보가 시민사회의 기본값이 되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키즈 친화 점포 인증제’나 ‘디지털 환대 지도’ 같은 제도적 설계는 환대의 문턱을 낮추는 실질적 동력이 될 것이다. 청년들이 마주한 ‘낳지 않을 합리적 이유’는 견고하다. 이를 깨뜨릴 수 있는 것은 결국 ‘공동체의 환대’와 ‘가족을 통한 자아의 확장’이라는 감각적 경험이다. 사회 전체가 환대의 시선으로 이들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끌어안을 때,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 개인의 역량을 확장하는 새로운 장치이자 즐거운 실험이 될 때, 청년들은 비로소 ‘함께 살 결심, 낳을 결심’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의 인구 전략 또한 양적 접근을 넘어 시민의 행복과 환대 문화가 우상향하는 질적 차별화로 향해야 한다. 부산에 사는 것이 가족의 행복과 삶의 질 측면에서 수도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낫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2025년의 반등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 이 통계적 행운을 구조적 축복으로 바꾸기 위해, 우리 사회 전반의 운영 체제와 문화를 재설계하는 대개조를 시작해야 한다. 모든 생명이 환영받고 모든 부모가 안심하는 사회, 그곳에 우리의 우상향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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