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세와 재정 분권 이뤄져야 균형발전도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사 등에서 지역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도 5극 3특 정책, 공공기관 이전 등 지역을 소생시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 동력인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성과 조세 자율성에 대한 공감대는 부족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지역을 되살려 미래 발전 동력으로 삼으려면 지방 재정부터 튼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현재의 재정 구조를 혁신적으로 개편하지 않으면 균형발전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특히 이미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에 따른 악순환은 고착화 단계로 진입했다. 적극적인 분권을 전제로 한 균형발전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시도의 재정자립도 평균은 43.2%다. 서울의 재정자립도는 73.6%, 경기도는 55.7%로 집계됐다. 반면 부산은 42.7%에 그쳤다. 경남은 34.3%까지 떨어졌다. 경북 24.3%, 전남 23.7%, 전북 23.6% 등으로 다른 지역 재정자립도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수치들은 수도권 일극주의를 장기간 방치한 폐해를 여실히 드러낸다. 특히 수도권이 전국의 인구와 좋은 일터를 모두 빨아들이는 현재의 기형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지역의 사정은 처참하다. 지역 특성에 맞춘 조세·재정 제도 개편을 기반으로 한 분권 정책이 시급하다. 더 이상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시민단체들은 적극적인 지방분권 정책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경실련은 최근 전국 단위의 ‘지방분권운영본부’를 발족했다. 중앙정부가 재정적 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현재 상황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지역 균형발전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부산 시민단체들도 시혜적인 현재의 지방 재정정책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분권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부산 시민단체들은 헌법 개정을 통해 조세와 재정 분권을 제도적으로 담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무척 합당한 주장이다. 다음 개헌은 지방분권 강화에 초점을 맞춰 연방제에 준하는 강력한 조세·재정 권한을 지방정부에 서둘러 이양시켜야 한다. 수도권은 갈수록 부유해지고 지역은 가난해지고 있다. 지역에 지금 필요한 것은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권한이다. 조세 자치권이 강화되면 과감한 세제 혜택을 통해 기업들의 자발적 이전과 창업을 유도할 수 있다. 이렇게 될 때 지역의 재정 자립도가 높아지고 인구도 유입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예산 시즌이면 세종시를 찾아가 예산 지원을 ‘읍소’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지방정부의 자치권 자체가 유명무실한 상태다. 역대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모두 그럴 듯했지만 결국 조세와 재정 분권을 이루지 못해 실패로 끝났다. 이재명 정부가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고대한다.
[사설] 윤 전 대통령 사형 구형, 새 정치 출발점 삼아야
내란 특검팀이 지난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전직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된 것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30년 만이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사형을 구형받은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특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무기징역, 같은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는 징역 30년을 각각 구형했다. 12·3 비상계엄이라는 느닷없는 사태에 경악했던 국민은 이어진 탄핵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형 구형이라는 참담한 역사적 장면을 마주하며 깊은 허탈감과 분노, 그리고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검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반국가 세력에 의한 중대한 헌법 질서 파괴 사건”으로 규정했다. 권력 유지를 위해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가기관을 압박한 점에서 죄질은 극히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다시는 이 땅에서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시도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사법적 경고로 읽힌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윤 전 대통령의 태도는 국민의 참담함을 분노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사형이 구형되는 순간까지도 그는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과나 반성조차 없었다. 오히려 90분에 걸친 최후 진술을 통해 계엄의 정당성을 되풀이하며 이를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무대로 활용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특검의 이번 구형을 두고 민주당은 “사필귀정”이라며 환영했지만, 국힘은 “공정한 재판을 기대한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형 구형은 정파의 이해득실로 바라볼 사안이 아니다. 대결과 대립만 반복해 온 정치권이 이를 민주주의에 대한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되돌아봐야 한다. 계엄 사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정치권은 이 비극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국힘은 뒤늦은 사과와 미온적인 과거 단절로 신뢰를 스스로 허물었다. 민주당 역시 입법 독주와 사법부에 대한 압박으로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약속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권력의 주체만 바뀌었을 뿐 이를 대하는 태도는 여야 모두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법의 심판이다. 다음 달 19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재판부는 정치적 소음과 외압을 배제하고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명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12·3 사태는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 개인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해 입법권과 사법권을 침탈하려 한 것이다. 이는 국가 안전을 위협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다. 이런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치가 이번 사태를 환골탈태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구형이라는 참담한 비극이 역설적으로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새 정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사설] 무르익는 부산·경남 행정통합 주민 공감 통해 결실 맺어야
부산과 경남의 행정통합이 여론을 등에 업고 한껏 무르익고 있다.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한데 뭉쳐야 한다는 막연한 수준의 구상을 훌쩍 넘어섰다. 이재명 정부도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을 일굴 다극 체제 확립 구상으로 인식하고 나선 만큼 향후 추진에는 큰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정치공학적인 시도가 횡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을 한껏 부풀린 뒤 선거가 끝나자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어서다. 행정통합을 정치적 이벤트화하려는 그 모든 시도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13일 활동을 끝낸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는 이날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에게 활동 보고와 함께 최종 의견을 제안했다. 공론화위는 일단 두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과반 이상의 주민이 행정통합을 찬성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통합 절차에 있어서는 지역별로 온도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주민투표를 실시해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론화위는 아울러 기초지자체가 참여하는 권역별 상생협력기구를 통한 균형발전 정책 마련 필요성을 지적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울산을 포함해 완전한 통합이 필요하다는 점도 역설했다. 공론화위의 이 같은 제안은 타지역 행정통합 논의의 속도전과는 사뭇 다른 스탠스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곳은 대전·충남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6월 지방선거 전에 행정통합을 성사시키는 것을 목표로 주민투표를 생략하고 시·도의회 의결만으로 통합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선거 전 행정통합이 이슈화하자 정치권의 의제 선점 시도가 곧장 이어진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9일 최고위원회에서 “부울경 메가시티 결실을 맺게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본인이 경남도지사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 전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을 표명하기도 했다. 부울경은 2018년부터 일찌감치 공동연구 등을 통해 ‘메가시티’ 조성 방안을 추진해 왔다. 부울경의 상위 특별지자체를 만들기로 하고 2021년 공동준비기구까지 꾸리는 등 현실화를 눈앞에 둔 듯했으나 2022년 지방선거 이후 시장과 도지사가 바뀌자 백지화하고 말았다. 단체장의 소속 당에 따른 입장 변화 등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는 후문까지 나돌았다. 위로부터 추진된 메가시티의 한계가 4년 전 여실히 드러난 만큼 이번 행정통합은 아래로부터 추진돼야 옳다. 철저히 주민 공감을 얻어가는 방식을 통해 정치적 셈법을 최대한 배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방선거가 끝났다고 흐지부지되지 않으려면 더욱 그래야 한다.
스프링캠프
해마다 이맘때면 프로야구 구단은 바빠진다. 야구 시즌이 끝났는데 바쁠 게 뭐 있겠냐고 하겠지만, 다음 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대표적인 게 스프링캠프다. 스프링캠프는 다가올 시즌에 대비해 선수들의 체력 회복과 기술 연마를 위해 따뜻한 지역에서 집중 훈련을 하는 것이다. 스프링캠프 훈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해 프로야구 ‘농사’가 결정된다고 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스프링캠프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18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시카고 화이트스타킹스(현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추운 겨울을 피해 아칸소주 핫스프링스에서 선수들을 소집해 시작한 게 시초다. 그해 시카고는 리그 1위를 차지했고, 스프링캠프의 효율성을 안 다른 구단들이 앞다퉈 나서면서 1910년대부터 MLB에서 보편화됐다.한국에서 해외 스프링캠프를 가장 먼저 실시한 구단은 두산 베어스의 전신인 OB 베어스였다. 당시 구단은 1983시즌을 시작하기 전 대만 가오슝과 일본 후쿠오카현과 미야자키현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지금이야 매년 미국과 호주, 일본, 대만 등 전 세계 어디든 가지만 당시에는 매년 갈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올해도 KBO리그 10개 구단은 이달 말부터 스프링캠프 훈련에 나선다. 미국, 일본, 호주, 대만으로 출국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변화가 있다. 훈련지로 각광 받던 미국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2023년 미국 본토를 훈련지로 택한 팀이 7개였는데, 2025년 5개 팀으로 줄어들더니 올해는 3개 팀(LG·NC·SSG)만 미국 본토를 택했다.미국을 외면하는 이유는 치솟는 환율과 물가 비용, 비자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눈길을 끄는 게 ‘이상 기후’다. 국내 팀들은 주로 미국 애리조나 등 서부지역을 스프링캠프로 삼는다. 하지만 최근 이상 기후 현상으로 미국 서부지역의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외면 받고 있다.롯데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가 꾸려지는 대만도 기후로 따지자면 미국과 다를 게 없다. 롯데는 지난해와 올해 대만의 남쪽지방인 타이난에 캠프를 꾸렸다. 대만의 연평균 기온은 북쪽지방도 22도나 된다. 그래서 난방시설이 없다. 하지만 이곳이 최근 몇 년간의 이상기후로 난방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러다 아프리카에 스프링캠프를 차려야 하는 시대가 올까봐 두렵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데스크 칼럼] 개인정보 유출 사고, 제도적 보완 나서야
통신사, 카드사, 유통사로 확대된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 ‘소비자 보상’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회사들은 정부의 ‘중재안’을 거부하고 ‘생색 내기’ 보상에 나서 소비자 불만을 키웠다. 소액, 다수 피해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결국 법·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4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유심(USIM) 교체를 위해 직접 대리점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유심 확보도 제때 되지 않아 교체를 위한 대기 기간도 길었다. 이런 불편과 불안에 대한 보상은 한 달 통신비 반값 할인 등이었다. SK텔레콤은 가입자 1인당 30만 원을 배상하라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산하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거부했다.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강제력을 갖지 않는다는 제도적 한계가 SK텔레콤의 조정안 거부로 다시 부각됐다. 결국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배상은 일부 소비자가 참여한 민사 소송을 통해 결론이 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가입자 297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롯데카드도 ‘쥐꼬리’ 보상으로 비판 받았다. 대부분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는 최대 10개월 무이자 할부, 연말까지 카드 사용 알림 문자 무료 서비스 보상에 그쳤다. 카드번호와 비밀번호 등 핵심 개인정보가 유출된 28만 명도 카드 재발급 시 연회비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데 머물렀다. 개인정보 유출과 대응 과정에서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던 쿠팡의 경우 가입자 3370만 명에게 1인당 5만 원의 보상금을 발표했지만 결국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쿠팡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은 5000원에 그쳤다. 개인정보 유출 관련 보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소액, 다수 피해자를 위해 도입한 소비자보호법상 집단분쟁조정제도, 개인정보보호법상 집단분쟁조정재도가 무력화되면서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증권과 관련된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만 집단소송제가 도입된 상태다. 민사소송의 경우 같은 내용의 소송에 참여하는 여러 사람이 ‘공동 소송인’으로 당사자가 되는 공동소송 제도가 있지만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까지 보상하는 집단소송제와는 거리가 있다. 미국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건에 대해 집단소송(Class action)을 허용한다. 미국의 집단소송은 ‘제외신청’을 하지 않으면 법원의 판결이 관계자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원고가 승소하면 피고 측이 출자한 자금에 의해 조성된 구제 기금을 각 구성원에게 분배,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일본도 모든 소비자 계약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제를 실시하고 있다. 2단계로 진행되는 일본의 집단소송은 1단계에서 소비자단체가 패소하더라도 소비자 개인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승소한 경우에만 소비자들이 2단계 참가를 결정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도 집단소송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수차례 있었지만 재계 반대로 무산됐다.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현 한국경제인협회)은 집단소송제 도입에 반대하며 “막대한 소송 비용은 물론, 기존 행정제재, 형사처벌에 더해 민사적 처벌까지 ‘3중 처벌’에 시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계 반발로 집단소송제 도입이 좌절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미국 집단소송 결과에 영향을 받는 일도 벌어졌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세타2 GDi 엔진 집단소송에 합의하면서 국내 차량에 대해서도 ‘평생 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한 바 있다. 그러나 통신사처럼 내수 시장에 서비스가 집중된 경우 해외에서 집단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한국에서 장사하는 미국 회사’인 쿠팡도 미국 집단소송 가능성이 없다. 결국 국내에서 집단소송제를 확대해야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가 가능하다. 정부의 ‘개인 데이터 사용 확대’ 정책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확대에 대해 우려가 크다. 마이데이터란 정보 주체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를 한 곳에 모아 통합적으로 관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정부는 마이데이터의 ‘본인전송요구권’을 모든 산업 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 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정보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전송요구권을 통한 개인정보 유통 활성화가 결국 개인 정보의 ‘헐값 거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는 정보의 유출이나 오남용 등 침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김종우 서울경제부 부장 kjongwoo@busan.com
[시론] K해양반도체 얼라이언스, 부산 미래 위한 공동선언
인류 문명은 바다를 따라 확장돼 왔다. 항해술은 제국을 만들었고, 증기기관과 컨테이너는 세계를 연결했다. 바다는 늘 가장 가혹한 환경이었고,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그리고 지금, 바다는 다시 한번 기술을 부르고 있다. 이번에는 선박 크기나 항로 길이가 아니라, 반도체다. 바다 위 안전과 에너지 효율, 자율 운항과 무인화는 철판과 엔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해양반도체가 선박의 두뇌와 신경, 심장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지방 주도 성장’을 대한민국 재도약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며, 수도권 1극 체제에서 5극 3특 체제로의 대전환을 강조했다. 특히 ‘남부권 반도체 벨트’를 언급하며, 첨단산업 발전이 지역 성장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하겠다고 했다. 이는 균형발전을 넘어, 지방이 국가 산업 전략의 주체가 되는 구조 전환 선언이다. 이러한 국정 철학은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에도 제시되었다. 광주-부산-구미를 잇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는 그 상징적 비전이다. 단순한 지리적 연결이 아니라, 지역별로 역할을 분담하는 국가 반도체 가치사슬 재설계다. 친환경과 자율 운항, 스마트 항만 해양산업 디지털 전환 핵심 기술 부산 SiC 전력반도체로 기반 갖춰 민간 주도 실행 플랫폼 출범 신호탄 ‘지방 주도 성장’ 현실적 구현 모델 부산은 이 전략에서 새롭게 등장한 도시가 아니다. 이미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의 기반을 착실히 다져왔다. 특히 부산시는 전력반도체 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설정하고, 단기간 성과보다 중장기 생태계 구축에 방점을 둔 정책을 지속해 왔다. 그 과정에서 부산은 역외 기업 유치뿐만 아니라, 기술 수요와 산업구조를 전제로 한 선택적 투자 유치를 추진해 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기업들은 부산을 ‘실험 가능한 도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시가 인프라, 연구 장비, 테스트 환경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노력이 있다. 단순한 공장 부지가 아니라, 연구-제조-실증-검증이 도시 안에서 가능한 구조를 만들면서 기업에 분명한 신호로 작용했다. 이는 부산이 더 이상 ‘값싼 입지’가 아니라, 기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 거점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흐름 속에서 SiC(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는 부산 전략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SiC 전력반도체는 전기차와 재생에너지를 넘어, 고온·고압·고신뢰성이 요구되는 해양과 에너지 전환 시대의 핵심 기술이다. 정부의 30대 선도 프로젝트에도 핵심 기술로 포함된 SiC 전력반도체는, 부산이 지향하는 해양반도체 전략의 기술적 모태라 할 수 있다. 부산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전력반도체를 바다로 확장하는 해양반도체 전략이다. 해양반도체는 염분, 습기, 진동, 고압의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반도체 소자와 모듈을 의미한다. 전기추진선, 자율 운항 선박, 스마트 항만까지 해양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고신뢰 반도체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육지서 검증된 반도체는 많지만, 바다서 끝까지 버티는 반도체는 드물다. 해양은 까다로운 실증 현장이며, 동시에 가장 높은 부가가치 시장으로 가는 관문이다. 해양반도체는 조선·해양·에너지·국방·AI를 하나의 기술 축으로 묶는 융합 산업이다. 극한 환경에서의 신뢰성과 시스템 통합 역량은 부산이 가진 산업구조와 정확히 맞물린다. 이는 지방 주도 성장의 가장 현실적인 구현 모델이다. 부산은 반도체를 ‘많이 만드는 도시’가 아니라, 해양 현장에서 쓰이며 검증되는 반도체를 ‘완성시키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부산시는 부산테크노파크,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과 함께 차세대 해양반도체 허브도시 조성 계획을 수립해 클러스터를 준비중이다. 해양반도체 얼라이언스 출범은 이 구상을 실행으로 옮기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 얼라이언스는 수요 기반 공동 기획, 공급망 연계,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 표준·인증 체계 마련, 전문 인력 양성까지 함께 추진하는 민간 주도 실행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도시는 언제 미래를 결정하는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디에서,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순간이다. 부산에서 출범하는 해양반도체 얼라이언스는 바로 그 선택의 선언이다. 해양수도 부산은 이제 항만과 물류의 도시를 넘어, 해양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기술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해양반도체 얼라이언스는 그 출발선이다. 부산은 지금, 미래에 가장 현실적인 답을 내놓고 있다.
[중앙로365] 의료관광 시대 '사각지대' 넓은 부산
모처럼 SRT를 타고 서울의 한 병원을 다녀왔다. 오래전부터 검사를 받아오던 곳이지만, SRT를 왕복으로 이용한 것은 꽤 오랜만이다. 그런데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변화가 느껴졌다. 병원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몇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어져 있었다. 부산이나 대구 등 지역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대전에서 탑승한 이들은 업무차 이동하는 직장인들처럼 보였다. 여섯 대의 셔틀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겨우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울 병원에 서울 사람이 많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에서 올라온 환자 역시 결코 적지 않다. 부산에도 여러 대학병원이 있고, 진료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는 병원도 많은데 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향하는 것일까. 셔틀을 기다리며 나눈 대화 속에서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드러났다. 부산의 병원에서 경험했던 불편함을 비슷하게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필자 역시 주 진료는 부산에서 받고 있고, 가족의 입원 경험을 통해 여러 병원의 서비스를 접해왔다. 그러나 서울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가장 먼저 체감하는 것은 병원 시설이다. 해운대나 광안리 인근 일부 대형 병원을 제외하면, 서면이나 구도심에 위치한 대형 병원 상당수는 병실 규모나 보호자에 대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하다. 2인실임에도 침대 간 간격이 지나치게 좁아 보조 침대를 놓으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경우도 흔하다. 시설의 불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화장실에 턱이 있어 휠체어나 링거대를 들고 이동해야 하는 병원도 있고, 검사와 진료를 위해 이동할 때마다 중간 수납을 반복해야 하는 구조도 많다. 서비스 측면에서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서울의 대형 병원들은 접수와 대기 관리 측면에서 자동화 시스템을 빠르게 도입했다. 예약 환자는 키오스크를 통해 진료실 접수까지 한 번에 마칠 수 있고, 대기 현황과 진료 진행 상황은 실시간으로 안내된다. 이는 환자에게 신뢰를 줄 뿐만 아니라 보호자에게는 일정 관리의 부담을 덜어주는 중요한 서비스다. 반면 부산의 병원 대기실에서는 여전히 “내가 몇 번째인가요”를 물어봐야만 대략적인 대기 시간을 가늠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 격차를 체감할 수밖에 없다. 2007년 무렵 시작된 의료관광은 어느덧 20년을 바라보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 돼 가는 지금, 의료관광 인프라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의료기술과 의료진의 역량은 부산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의료 관광객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치료 결과만이 아니다. 병원의 시설과 서비스, 즉 ‘의료 경험’ 전반이 경쟁력이다. 의료관광의 경쟁력은 진료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병원에 도착해 처음 마주하는 안내 체계, 대기 공간의 쾌적성, 보호자를 고려한 병실 구조와 이동 동선, 다국어 응대 여부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의 ‘의료 경험’으로 축적된다. 이러한 경험은 치료 결과만큼이나 의료 관광객의 만족도와 재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의료관광은 재방문 가능성이 높은 분야여서 경험에 대한 평가는 온라인과 주변 사람에게 빠르게 확산한다. 한 도시의 병원 경험은 곧 도시 이미지로 연결되며, 이는 관광과 연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의료관광을 개별 병원의 문제가 아닌 도시 차원의 경험 산업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이미 300만 명을 넘어섰고,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의료 인프라 수준으로 과연 재방문을 이끌 수 있을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관광산업이 신규 방문객 유치에서 재방문 관리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의료관광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의료 서비스의 중심은 결국 환자다. 병원 곳곳에 ‘환자 권리장전’이 게시되어 있지만, 구조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환자를 위해 어떤 서비스가 실제로 제공되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완치와 회복은 의료기술의 영역이지만, 그 과정에서 환자와 의료진, 시설 사이의 틈을 메우는 것은 서비스의 몫이다. 부산 시민이 진료를 위해 하루를 들여 기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 도시, 외국인 의료 관광객이 다시 찾고 싶은 의료 경험을 제공하는 도시. 부산 의료관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제 분명하다. 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진지한 투자와 혁신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병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공공 차원의 인프라 개선과 서비스 표준화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부산 의료관광의 경쟁력은 더 이상 홍보 문구가 아니라, 병원 문을 여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현장 경험’에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현실을 직시하고 방향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시간은 거꾸로 간다] 모든 세대를 위한 포용 도시
“인구는 운명이다!” 정치학자 와텐버그(Wattenberg)와 스캠몬(Scammon)이 미국의 투표 성향을 인구와 연계하며 내린 결론이다. 그런데 이 말이 필자에게는 한국, 특히 부산의 인구 관련 심각성을 경고하는 말로 들린다. 우리나라는 향후 100년 동안 현재 인구의 70%가 넘게 사라지며, 부산은 78.6%가 없어져 전국 1위의 소멸로 치달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생애 단계별 위기도 심각하다. 영유아·아동·청소년기는 유례없는 저출생 쇼크, 10년 넘게 사망 원인 1위인 자살, 4명 중 1명은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운 우울감 확산, 디지털 의존에 따른 사회성 결여 등을 경험하고 있다. 청년기는 일자리 진입 부족, 사회적 관계 단절 고립·은둔 청년 54만 명,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청년 일자리 격차뿐 아니라 부모 세대보다 힘겨운 경제생활과 높은 부양 부담이 숙명처럼 기다리고 있다. ‘낀 세대’인 중장년기는 60% 이상 노부모와 미취업 성인 자녀를 동시 부양하는 ‘더블 케어’, 주된 일자리에서 49세에는 물러나야 하는 조기 퇴직, 퇴직 후 국민연금까지 이어지는 긴 ‘소득 절벽’ 경험, 자녀 교육과 부양에 모든 자산을 쏟아부어 무전노후(無錢老後) 등이 기다리고 있다. 노년기는 OECD 최고의 상대적 빈곤율에 따른 빈곤의 일상화, 디지털 소외, 간병 파산과 돌봄 난민화를 겪고 있다. 종래에는 청년 초기까지는 교육, 중장년은 일, 노년은 여가·은퇴로 연령을 나눴다. 하지만 길어진 수명에 따라 지속적 소득 활동 필요성, 빠른 사회·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평생 직업교육·훈련의 필요 증가, 평생 고용 가능성 유지, 건강한 노년을 위한 노화 교육과 인식 개선 요구 등으로, 이제는 전 연령을 통합해 접근하는 시각과 동시에 세대별 맞춤형 전략을 혁신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여기서 연령 통합은 단순히 ‘세대가 함께 산다’는 의미보다, 교육·직업·사회 참여·커뮤니티 영역에서 연령이 진입·유지·철수의 제약 요인이 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나이가 60세 정년이라는 고정된 틀을 깨야 하고, 교육(아동·청소년), 일(청년·중장년), 안식(중장년), 돌봄(노년)에 필요한 시간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자산, 시간을 통합 관리하는 생애 계좌(Life-Course Account)도 도입해야 한다. 여러 세대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거지 15분(혹은 30분) 거리 내에 보육시설, 청년 창업 공간, 노인 돌봄시설이 한 건물에(아니면 하나의 생활권 내) 위치한 ‘올 인 원(All In One) 커뮤니티 허브’를 구축하고, 세대 간 디지털 연대와 심리적 연결을 촉진해야 한다. 부산은 모든 연령에 대해 더 포용적이고 더 혁신적이어야 우리 앞에 놓인 인구 위기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죽음 이후에 남는 힘… 1월 15일의 이야기
1월 15일. 1919년 이날, 로자 룩셈부르크는 독일 베를린에서 살해되었다. 혁명 직후의 혼란 속에서 사회민주당 정부는 우익 민병대 ‘자유군단’을 활용했고, 그녀는 체포되어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얻어맞고 확인 사살된 뒤, 베를린 란트베어 운하에 던져졌다. 국가는 폭력의 뒤에 숨어, 그 폭력이 작동하게 하는 조건과 구조를 구축했다. 1987년 1월 14일 박종철의 죽음도 다르지 않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자행된 고문은 개인의 일탈이나 과잉이 아니라 시스템 속에서 이루어진 조직된 살해였다. 그리고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다음 날의 발표는 폭력을 은폐한 국가의 언어였다. 그러나 진실을 지우려는 권력의 시도는 죽음을 은폐하지 못했고, 오히려 평범한 시민들에게까지 분노가 확산되게 만들었다. 두 죽음 사이에는 68년의 시간과 대륙의 거리가 놓여 있지만, 질문은 하나다. 죽음은 어떻게 확산되어 역사를 바꾸는가? 부산민주공원의 ‘민주항쟁도’는 이 확산의 형상을 담는다. 이 그림에는 주인공이 없다. 박종철을 포함하여 누구도 중심이 아니다. 대신 연결된 몸들, 이어지는 사건들, 반복되는 저항의 장면들이 있다. 하나의 죽음은 고립되지 않고, 공동의 감각으로 번져간다. 안토니오 네그리는 이를 ‘공통체’(共通분, the common)의 생성이라 부른다. ‘공통체’는 국가나 제도가 부여하는 공동체가 아니다. 억압과 폭력에 맞서 사람들이 경험·분노·언어·기억을 공유하며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생산하는 과정 자체다. 로자의 시신은 운하에 가라앉았지만, 그녀의 사유는 노동자와 민중 사이에서 살아남았다. 로자가 살해되기 전날 남긴 “나는 있었다, 나는 있다, 나는 있을 것이다”라는 문장은 개인을 넘어서, 역사적 주체의 지속을 선언한 말이었다. 그녀에게 민주주의는 노동자와 민중이 스스로 사고하고 조직하며, 권력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이었다. 그녀에게 “자유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의 자유”이며, 민주주의는 무엇을 성취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억압하지 않았는가로 평가되어야 했다. 박종철의 죽음 역시 개인의 비극을 넘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공통의 언어가 되었다. ‘민주항쟁도’는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그림이 아니다. 그것은 죽음 이후에 형성된 공통의 감각을 다시 배열하고, 관람자를 그 안으로 끌어들인다. 우리는 이 그림 앞에서 역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공통체’의 일부가 된다. 1월 15일, 이날은 한 개인의 죽음이 어떻게 다시 공통의 힘으로 전환되는지를 묻는 날이다. ‘민주항쟁도’를 보면서 우리는 느낀다. 죽음은 개인을 멈추게 할 수는 있어도, 그 죽음을 계기로 형성된 공통의 경험과 연대의 흐름까지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미술평론가·철학박사
[기고] 맑은물 공급은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
맑은 물은 인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부산 시민 삶의 질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한다. 부산시는 낙동강을 유일한 취수원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낙동강 수질 오염이 심화됨에 따라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 공급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우리 협회는 부산광역시 및 각 구청과 긴밀히 협조하여 시민들께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도출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시민 건강 증진은 물론, 깨끗한 도시 이미지 구축을 통한 관광 산업 활성화, 나아가 관련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낙동강을 유일한 상수도 취수원으로 하고 있는 부산시의 맑은 물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상수원 확보는 현재 정부와 부산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취수원 다변화 사업으로 분명히 깨끗한 수돗물 공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가지 수원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여러가지 수원을 확보하면 수질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특히 이상기후나 오염사고 같은 상황에도 더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취수원 다변화 사업이 수질관리에 큰 이점을 줄거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러한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조속 시행하여 부산 시민들이 더 깨끗한 수돗물을 맘 놓고 마실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협회는 부산시의 물 부족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해수담수화 설비 구축,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하천 정화 사업, 그리고 녹조 제거 설비 관련 사업 등에 우선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특히 낙동강 녹조 문제는 시민 건강과 직결되는 시급한 사안인 만큼, 협회 차원에서 혁신 기술을 보유한 회원사들과 협력하여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적용하는 데 힘쓰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은 더 이상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공공서비스가 아니다. 가뭄과 집중호우, 수질 오염사고, 노후 상수도관 증가 등으로 우리 사회의 물 안전성이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시민들은 ‘수돗물은 당연히 깨끗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시는 물은 지자체의 치밀한 관리와 막대한 비용이 뒷받침되어야만 유지되는 서비스이다. 이제는 맑은 물 공급을 단순한 행정 업무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핵심 인프라 투자로 바라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첫째, 수돗물 신뢰 회복을 위한 투명한 관리가 절실하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수질 문제는 시민들의 불신을 크게 키워왔다. 수질검사 결과와 정수 처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오픈 워터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시민들은 언제든지 자신이 마시는 물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겠다. 또한 학교와 지역 단체를 대상으로 정수장을 개방해 정수 과정과 안전 관리 체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한다면, 공공서비스에 대한 신뢰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둘째, 스마트 상수도 체계로 전환해야 하겠다. 누수 감지 센서, 수질 자동 모니터링, 정수장 디지털 트윈 기술 등 첨단 기술을 상수도 관리에 도입하면, 기존 인력 중심의 관리 체계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정확한 운영이 가능하겠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물 관리 분야에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 맑은 물은 산업경쟁력의 필수사항이다. 반도체, 식품, 바이오 산업 등은 초순수(UPW)가 공급되어야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으며, 이러한 산업단지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깨끗한 공업용수 확보가 지역 경제의 경쟁력 이라는 관점으로 확장되어야 하겠으며, 국가 산업단지 ‘물 순환 클러스트’ 구축을 제안 드린다. 넷째, 깨끗한 물은 모든 공공서비스의 출발점이다. 안전한 수돗물 공급이 보장되어야 교육·복지·산업·환경이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어린이가 마시는 물은 그 어떤 서비스보다 중요하겠다. 학교 급수전 점검 강화, 저수조 관리 철저화 등 ‘아이 중심의 물 안전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다. 맑은 물 공급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인프라일지 모르지만, 그 가치와 중요성은 어느 투자보다 크겠다. 미래 세대가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을 마련하는 일은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며, 지금 이 순간부터 행동해야 할 과제이다. 시민과 행정, 전문가가 함께 힘을 모을 때, 우리는 물 걱정 없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재정 위기, 이대로는 미래 없다 [다시, 지방분권]
북항 재개발 랜드마크 부지 ‘BPA 직접 참여’ 법안 추진
부산 초등학교 신입생 4년 새 33% 줄었다
6·3 지방선거 전 ‘행정통합 주민투표’ 현실성 낮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재정 부실 → 중앙 종속 → 자생력 상실 … 재정분권 절실 [다시, 지방분권]
법정최고형 구형 이유… 특검 "尹 헌정 파괴 반국가세력, 반성이나 성찰 없어"
고품격 의료·인프라 있다더니… 실버타운 입주자 “돈 돌려달라”
내년 증원 의사 전원 ‘지역의사제’ 검토… 의협 “2040년 1만 8000명 과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