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동혁 비상계엄 사과, 국민의힘 전면 쇄신 출발점 돼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당 쇄신안을 발표하고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고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이어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계엄 1주년 때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고 언급한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이번 쇄신안은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논란이 윤리위원회에 회부되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되고, ‘중도 보수’로 평가받던 김도읍 정책위의장의 사퇴까지 겹치며 지도부 노선 강경화에 대한 비판이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외연 확장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장 대표는 이날 당명 개정을 포함한 3대 축 전략을 제시했다. 지방선거를 대비한 당 쇄신의 핵심 축으로 청년 중심 정당, 전문가 중심 네트워크 정당, 국민 공감 연대를 내세웠다. 이 세 축을 통해 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쇄신안에 대해 광역단체장들은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옳은 방향의 쇄신은 연대와 통합의 기반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잘못된 과거를 단호히 끊어내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쇄신안이 당의 분위기를 전환하고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담은 대목이다. 쇄신안이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실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문제, 한동훈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 개혁신당과의 정치적 연대 구상 등 보수 진영 재편의 핵심 쟁점에 대한 언급이 빠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장 대표의 쇄신안에 대해 “내부 인테리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쇄신안이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위까지는 가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을 표명한 것이다. 정책과 청년 중심의 정당 전환 의지는 긍정적이지만, 구조적 혁신이 빠졌다는 이들의 목소리에 장 대표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민주당이 공천헌금 의혹과 갑질 논란 등 대형 악재에 휩싸였는데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연초 실시된 각종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에 대한 차가운 민심은 거듭 확인됐다. 그동안 당 안팎의 쇄신 요구가 빗발쳤지만, 장 대표는 강성 지지층에 발목이 잡힌 듯한 행보를 보이며 중도층 흡수 등 외연 확장에 한계를 보였다. 장 대표는 이번 기회를 전면 쇄신의 출발점으로 삼아 건전한 국정 견제 세력으로 거듭나는 복원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당 내외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명확히 제시하고, 합리적 보수를 위한 가치와 비전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쇄신안은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사설] 부전-마산 복선전철 또 공기 연장, 개통 가능하긴 하나
부산 도심 하부 피난터널 조성에 대한 이견으로 공정률 98%에서 멈춰 선 부전-마산 복선전철(이하 부전마산선)의 공사 기간이 또 1년 연장됐다. 국토교통부가 해당 사업 실시계획 변경 공고를 내고 공사 기간을 2014~2025년에서 2014~2026년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2021년 12월 완공 예정이었던 해당 공사는 해마다 1년씩 다섯 번 연속 공사 기간을 연장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국감 때 국토부가 “2026년 6월 개통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계획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부울경 ‘1시간 생활권’ 조성의 핵심 교통축 개통이 또 다시 무산되자 지역에선 “수도권이면 이랬겠느냐”는 분노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부전마산선의 공사가 중단된 것은 2020년 3월이다. 낙동강~사상역 구간 터널이 지반 침하로 무너지면서다. 국토부와 공사 시행사는 이후 지반 조사와 복구공사를 진행해 왔으나 설계변경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시행사가 해당 구간의 강한 수압을 이유로 기존 설계대로 피난통로 시설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설계변경을 주장한 반면 국토부는 기존 설계를 고수했다. 그렇게 줄다리기를 하던 양 측은 지난해 초 복구 비용과 사업 지연으로 인한 추가 비용 등을 놓고 거액의 민사소송전까지 벌였다. 공정률이 높았기 때문에 부산·경남 주민들은 부분 개통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수요 부족과 적자를 이유로 이마저도 흐지부지됐다. 그렇게 교착 상태에 빠진 부전마산선 개통 문제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가 부전마산선 조기 개통을 지역 공약으로 명시한 것이다. 그런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시행사와 국토부 측은 지난해 하반기 전향적 태도로 새로운 합의에 이른다. 피난터널 조성을 위한 굴착 방법과 연약지반 보강 공법을 지난해 말까지 보완 설계한다는 게 합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번 국토부의 사업 실시계획 변경 공고로 인해 지난해 말까지 이 같은 보완 설계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만 드러나고 말았다. 지역에선 처음부터 양 측의 적극성이 없거나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부전마산선 개통 지연으로 인해 현재 부전역을 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부울경 광역교통망 구축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부전역을 중심으로 한 중앙선과 동해선 등 철도 교통망 확대와 부전역 복합환승센터 건립 등의 효과도 반쪽이 될 공산이 커졌다. 이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부울경의 거리를 1시간 이내로 줄임으로써 발생할 공간적 유대감 조성이 더 늦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공간적 유대감은 최근 이슈화하고 있는 행정 통합 문제와 직결되는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어 더욱 그렇다.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 전략으로 행정 통합을 고려하고 있다면 뒷짐지고 있어선 곤란하다. 특단의 조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사설] 해수부 해양수도 밑그림에 해양산업 기능 강화 담아야
해양수산부가 올해 3월까지 해양수도권 육성 전략 초안을 마련하고 핵심 사업인 동남권 해양클러스터 구축 계획안을 1분기 내에 확정하기로 했다. 김성범 해수부 장관 직무대행은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청사 부지는 올해 선정하고, 9월에는 부산발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선언과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던 해양수도 전략이 행정 일정 속에 확정된 것은 반가운 진전이다. 부산을 중핵으로 한 동남권 해양클러스터는 해양수도 도약의 산실이어야 한다. 전략 수립 단계에서 구체성과 실행 가능성이 담보되는 것이 중요하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시작일 뿐이고 후속 조치가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산업, 물류, 인재가 융합된 신성장 거점이 되려면 핵심 기관·기능은 반드시 집적돼야 한다. 하지만 당초 이달 중 발표 예정이었던 해수부 소속 기관들의 이전 로드맵 공개는 미뤄지고 있다. 해수부는 산하 기관과 민간 기업의 이전 일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 특히 대기업 해운사 HMM 이전의 불확실성을 시급히 걷어내야 한다. 각 산업과 부문별 집적을 위한 세부 로드맵이 필요한 건 불문가지다. HMM을 비롯해 해운조합, 해사법원, 해양연구기관 등이 언제, 어떻게 이전할 것인지, 이에 따른 재정·세제 지원은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제시돼야 한다. 해양클러스터 역시 입지, 참여 주체, 역할 분담이 명확히 정리돼야 한다. 해양수도 전략은 구호 수준을 벗어나 실사구시적이어야 한다. 해수부 이전으로 정책·예산·인사 권한도 함께 내려오는지, 해양클러스터가 부산항·연구기관·산업 생태계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따져야 할 때다. 지난 연말 해수부 이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 촉박한 일정 탓에 조선·해운·플랜트·친환경 에너지 등의 이관으로 해수부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 빠져 ‘반쪽 특별법’에 그쳤던 것을 보완하는 해양수도특별법 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해양수도권 육성 전략에는 진정한 해양수도를 육성하기 위한 종합적 계획이 담겨야 한다. 해양수도는 간판이 아니라 기능의 집적으로 완성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실질적 권한과 자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해양수도권 전략은 실행 단계에서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기관 이전과 재정 지원이 지연되면서 적기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자체에 부담을 떠넘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한다. 기능 강화와 재정 지원 방안 법제화를 추진하는 한편, 북극항로 운항, 스마트 항만 조성, 자율운항선박 개발 등을 통해 부산이 글로벌 해양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해양수도권 육성은 이재명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사업인 ‘5극 3특’을 실현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중앙정부의 세밀한 로드맵 제시와 확고한 실행 의지를 당부한다.
[밀물썰물] 로데오거리
거리 이름은 유행을 탄다. 예전엔 해당 지역 지명 또는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교 등의 이름을 따 ‘OO거리’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엔 ‘O리단길’이라는 식의 작명이 선호됐다. 원조인 서울 경리단길을 시작으로 부산 해리단길, 김해 봉리단길, 울산 꽃리단길 등 전국 곳곳에서 이런 식으로 지어진 ‘거리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이에 앞서 1990년대엔 로데오거리라는 이름이 크게 유행했다. 웬만한 도시에 로데오거리가 앞다퉈 조성됐다.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 건대입구 로데오거리, 인천 구월동 로데오거리, 대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대전 궁동 로데오거리 등 현재 전국엔 수십 곳의 로데오거리가 존재한다. 부울경에도 부산 해운대 로데오거리, 김해 로데오거리, 진주 로데오거리 등이 있다. ‘거리 이름’ 자체가 상권 정체성을 드러내는 경쟁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전국적으로 동일한 이름의 특화 거리가 이렇게나 많이 만들어진 것은 다소 의아한 현상이기도 하다.이런 식의 네이밍 열풍이 분 것은 어떤 이유였을까. 로데오는 미국 카우보이들이 길들이지 않은 말이나 소의 등을 타고 버티는 경기를 일컫는다. 로데오거리의 원조로는 미국의 비벌리힐스의 패션거리를 꼽는다. 소들을 팔기 위해 시장으로 이동하던 길이 로데오거리였다고 한다. 이후 할리우드 영화산업 발전으로 비벌리힐스가 세계적 명소가 되면서 로데오거리가 패션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는 원조격인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비벌리힐스 거리 이름을 차용한 것을 계기로 전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국내 로데오거리의 특징은 패션 특화 매장들이 밀집했다는 것. 하지만 이후 백화점이나 대형상설할인매장 등이 대거 들어서고 온라인 쇼핑까지 확산하면서 쇼핑1번지로 각광받던 로데오거리 상당수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최근엔 경남 패션 중심지였던 진주 ‘로데오거리’가 상권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렸다. 320여 개 점포 중 정상 운영 중인 곳은 40여 곳에 그치는 등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거리 터줏대감인 글로벌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매장마저 영업을 중단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한때 불야성이었던 전국 로데오거리의 상당수도 지금의 진주 로데오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에 놓여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상인회 등이 머리를 맞대 기반시설 정비와 하드웨어 변경 등을 통해 로데오거리의 영광을 재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데스크 칼럼] 은행에 '먼저 온 미래'
지난해 최대 수익을 낸 은행권이 ‘역설적이게도’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특히 대상 연령이 만 40세(1985년생)까지 확 낮아지면서 “잘 나가는 은행이 왜? 뭐가 급해서”라는 의문이 따랐고, 많은 사람 입에 오르내렸다. ‘정년 연장’ 논의까지 거세지고 있는 마당에 ‘40세 은퇴’라니,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과거 ‘사오정’(45세 정년)이 유행하던 시절, 명예퇴직의 목적은 ‘비용 절감’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력 재편’이 목적이 됐다. 이 때문에 1인당 5억 원씩 얹어 주고라도 사람을 내보내려 한다. 은행의 경우 대면 업무를 하던 영업 인력을 줄이고 대신 디지털 업무를 고도화할 IT 전문가들로 인력 포트폴리오를 새로 짤 계획을 세우고 있다. AI(인공지능) 뱅커나 AI 화상 창구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늘며 영업점 수는 점점 줄고 있고, 그만큼 사람이 하던 업무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노련한 은행원은 고객의 목소리 톤만 듣고도 대출 연장 여부를 판단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AI가 고객의 소비 패턴과 SNS 활동까지 분석해 0.1초 만에 등급을 매길 정도니 사람 사이 ‘신뢰’라는 감정도 설 자리가 없어졌다. 조직 내에서 갈고 닦은 실력과 경험치를 가진 ‘중고참’ 15년차, 40세마저도 ‘나가도 그만’이 될 정도면 앞으로 ‘IT 인력’을 제외하고는 채용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어 보인다. 이 때문에 은행권의 희망퇴직 뉴스는 또 다른 인력 시장의 ‘구성품’에 불과한 직장인들에게 위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소설가 장강명이 쓴 책처럼, 은행에 ‘먼저 온 미래’다. 장 작가는 저서 〈먼저 온 미래〉에서 이세돌 9단이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에게 진 후 프로 기사들의 달라진 ‘세계’를 인터뷰하며, 문학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의 세계를 끊임없이 비춘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그러하듯, 독자도 자신의 직업에 이를 빗대보게 된다. 장 작가는 말한다. “나는 바둑계에 미래가 먼저 왔다고 생각한다. 2016년부터 몇 년간 바둑계에서 벌어진 일들이 앞으로 여러 업계에서 벌어질 것이다. 사람들이 거기에 어떤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수십 년의 시간을 들여 헌신한 일을 더 잘해내는 인공지능이 싼 가격에 보급되는 것. 그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강요 당하는 것. 인공지능이 만드는 새로운 질서를 따라야 하는 것. 당신이 알고 있던 개념을 인공지능이 재정의하고, 당신은 그것을 다시 배워야 하는 것.” 실제로 10년, 20년 쌓아온 자신의 전문 지식이나 노하우를 AI가 단 몇 초 만에 처리하며 더 뛰어난 결과물을 내놓는 걸 보면, 박탈감을 느낀다는 이들이 많다. 기자도 예외가 아니다. 40세까지 내려온 희망퇴직 연령 탓에 은행권이 시끌벅적한 신호탄이 됐지만, 실은 곳곳에서 이 같은 인력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공정 품질 분석에 AI를 도입하면서 분석 시간을 3주에서 2일로 단축했고, 이에 따라 단순 분석 인력은 줄이고 AI 모델을 관리하는 전문 인력 중심으로 인력을 재편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에서는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해 직원의 약 7%가 퇴사했는데, AI 등 신사업을 위한 신입사원 채용이 희망퇴직의 주요 배경으로 알려졌다. 마침 6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의 핵심 키워드는 ‘피지컬 AI’라고 한다. 그나마 디지털 공간을 벗어나면 맥을 못 추던 게 AI였는데, 이제는 AI가 디지털 공간에서 벗어나 몸을 얻게 될 것이라고 한다. AI가 로보틱스와 결합해, 단순 자동화를 넘어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해 조작하게 되면, AI가 사람을 대신할 일은 더 많아질 것이다. 이번에 은행권이 보여준 거대한 예고편을 보며, 우리는 본편을 준비해야 한다. ‘AI 시대, 인간이 AI에 대체될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지려면 뭘 준비해야 할까.’ 아무리 궁리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아 AI에게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온다. “AI 시대에 인간이 대체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기계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다움에 집중하는 것이다.” 미래의 인재는 AI에게 명령을 내리는(Prompter) 사람이거나, AI의 결과물을 책임지는(Decision Maker) 사람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그러면서 3가지 핵심 준비 사항을 일러준다. △정답을 찾는 능력에서 질문하는 능력으로 바꿀 것 △인간의 고유 영역인 공감과 협상 능력을 높이기 위해 감성 지능(EQ)과 고도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갖출 것 △새로운 AI 툴이 나왔을 때 빠르게 습득해서 적용하는 적응력을 키울 것. AI가 말한다면 정답이겠지. AI가 다 해주는 시대가 되면 인간은 더 편해질 줄 알았더니, 왜 할 일은 더 많아지는 걸까.
[시론] 가덕도신공항, 대한민국 전환의 킹핀 전략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볼링’이라는 스포츠를 통해 흥미로운 전략적 깨달음을 얻는다. 열 개의 핀 중 ‘킹핀(Kingpin)’을 정확히 타격하면 나머지 핀들은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경영학에서는 복잡한 난제 속에서 가장 핵심적인 고리 하나를 해결함으로써 복잡한 문제를 동시에 풀어내는 방식을 ‘킹핀 전략’이라 부른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바로 이 ‘킹핀 전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 서 있다. 수도권 일극 체제로 인한 국토 불균형, 침체 일로를 걷는 남부권 경제, 나날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물류 전쟁, 그리고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한 급격한 산업구조 재편까지.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은 실로 복합적이고 거대하다. 이 얽히고설킨 난제들을 개별적으로 풀려다가는 골든타임을 놓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문제를 단번에 관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킹핀은 과연 무엇인가? 부산 경제계는 그 해답이 바로 ‘가덕도신공항’에 있다고 확신한다. 흔히 가덕도신공항을 두고 지역의 숙원 사업 정도로 치부하는 시선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단견이다. 가덕도신공항의 본질은 단순히 지방 공항 하나를 더 짓는 차원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경제, 물류, 해양산업 지형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국가 대전환 프로젝트’다. 가덕도신공항은 국가균형발전의 실질적 완성, 남부권의 새로운 성장 엔진 확보, 부산신항과 시너지를 창출하는 복합물류체계의 완성,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의 도약, 그리고 AI 첨단산업의 실증 무대 구축까지, 이 모든 과제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전략적 기회다. 세계 물류의 흐름을 주도하는 허브도시들은 이미 답을 알고 실천 중이다. 싱가포르는 창이공항과 투아스 항만을 연계한 ‘Sea-Air 복합운송 시스템’을 구축하여, 단순한 환적 기능을 넘어 고부가가치 가공 무역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두바이 역시 제벨알리 항만과 알막툼 공항을 잇는 ‘두바이 물류 회랑(Dubai Logistics Corridor)’을 통해 화물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며 사막의 기적을 일구어냈다. 이들은 항만과 공항이 물리적으로 결합할 때, 그리고 그 위에 디지털 물류 시스템이 입혀질 때 도시 전체가 거대한 ‘초연결 경제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 부산은 동북아에서 유일하게 항만-공항-제조-AI를 동시에 통합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도시다. 여기에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높아진 부산의 브랜드 가치, 해양수산부와 해운 대기업들의 잇따른 이전, 주력 제조업의 부활은 대한민국 산업 지형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 흐름을 하나로 꿰어 완성시키는 킹핀이 바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이라는 것은 부산 경제계가 내린 확고한 결론이다. 최근 정부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재입찰 발표와 함께 공사 기간도 106개월로 연장함에 따라 시민들의 우려가 크다. 물론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논쟁이 공사 재개 여부나 단순한 공기 단축, 기술적 세부 사항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작은 이슈에 갇혀 이 사업이 가진 거대한 국가적 가치와 전략적 시의성을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가덕도신공항은 국가 백년대계인 만큼 다음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투입해 난도 높은 해상 공사를 완벽히 수행해야 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책임 있는 자세로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재입찰 절차를 포함하여 행정적 지연 없이 공사가 즉각 재개되도록 하고, 106개월이라는 물리적 시간을 단축할 획기적인 기술적 해법을 총동원해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 관리를 보여주어야 한다. 가덕도신공항을 지역 SOC 사업이라는 낡은 틀에 가두지 않고,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의 전환을 이끄는 전략적 중심축으로 완성할 수 있느냐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정부, 부산시, 그리고 관련 기관과 합심하여 이 킹핀 전략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을 것이다. 핀은 세워졌다. 이제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정확하고 힘차게 킹핀을 쓰러뜨려, 대한민국 경제의 시원한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야 할 때다.
[구모룡 칼럼] 제3의 개항과 체제 전환
새해를 맞아 가덕도를 다녀왔다. 경남 진해 용원의 대구 맛 기억이 나를 이끌었다고 해도 좋을 터인데 이참에 부산신항과 가덕도 신공항 자리를 보고 싶다는 속내도 있었다. 세계 유수의 선사가 보유한 컨테이너선이 기항한 가운데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터미널의 위용이 무척 놀라웠다. 몇 년 전에 제법 큰 요트에 승선해 부산항과 신항을 돌아본 추억을 환기하며 과연 세계적인 항만이라는 자각을 다시 했다. 여기에 가덕신공항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신공항은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니 신항이 준 환희가 금세 사라지고 만다. 이처럼 부산의 마음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에게 엇박자의 형국이다. 마침 정부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내려와 환호와 갈채가 적지 않다. 해양수도의 염원이 실현되리라는 희망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오는 2월이면 부산은 개항 150주년을 맞는다. 나는 이를 제3의 개항이라고 자리매김한다. 제1의 개항은 식민화하는 아프고 못난 얼굴을 지녔다. 일본 제국의 통로가 돼 대륙과 섬을 잇는 관문 역할을 했다. 수탈의 아픈 역사를 생각할 때 기념하기에 아쉽기만 하다. 일본 요코하마의 잘난 개항에 비할 때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막말(幕末) 우키요에 판화가인 가쓰시카 호쿠사이조차 1830년경에 ‘가나자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를 그려 바다로 밀려오는 서구 해양 세력의 위협을 경계하며 일본 사회를 눈뜨게 했다. 호쿠사이의 그림을 ‘거대한 물결’로 재해석한 이는 일본계 미국인 서평가인 미치코 가쿠타니이다. 그녀의 지적처럼 일본 사회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그림을 소환해 경종을 울렸다고 한다. 제1의 개항기에 우리는 이와 같은 변화의 물결을 보지 못했다. 제2의 개항은 냉전체제와 그 하위체제인 분단체제로 근대화하면서 대양으로 나아간 극복과 도전의 의미를 지닌다. 이 시기에 부산은 조역이 아니라 주역이었다. 식민의 유산이지만 제1 부두에서 제4 부두에 이르는 항만 기반 시설은 한국전쟁의 교두보였고 대양과 접속하면서 근대화를 이끌었고 20세기 후반 내내 용호만에 이르기까지 컨테이너 터미널이 형성되는 확장을 이뤘다. 제2의 개항은 신생 독립국인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으로 나아간 궤적과 맞물린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 자본주의는 효율성을 앞세운 국가 독점 시스템을 형성한 측면이 크다. 1990년대에 진행된 냉전체제의 와해와 전지구적인 자본주의의 행진 속에서 부산은 세계적인 노동 분업으로 제조업이 몰락하는 한편 한국 사회의 중심주의에 희생되는 주변화를 겪게 된다. 제2 개항은 영광에서 시작해 굴욕으로 끝났다. 세계화 이후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서울 중심 일극체제가 고착하는 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부산의 눈으로 세계를 보면 서울 중심 일극체제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식된다. 대륙과 해양을 두루 소통하며 경영해야 할 나라가 수도권이라는 내륙으로 축소되는 형국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부산을 해양수도로 삼겠다는 국가적 방향 설정은 하나의 사건이라 할 만하다. 이를 두고 제3의 개항을 가능하게 하는 지렛대라고 할 수도 있겠다. 더불어 북극항로의 환상도 큰 여파를 미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북극항로는 준비할 대상이지만 낙관할 일은 아니다. 국제문제전문가인 크리스토퍼 자이들러는 북극해 쟁탈전이라는 ‘그레이트 게임’이 진행될 소지가 있음을 예견하며 경고한다. 지금 세계는 ‘불량 행위자’가 판을 치고 있다. 북극해 영유권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캐나다와 덴마크, 노르웨이 등의 움직임이 국제 해양법 협약을 준수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또한 기후 위기와 해수 상승 등의 문제를 물류 이동의 편익으로 환산하긴 힘들다. 이래서 마냥 북극항로에 희망을 걸지 않아야 한다. 부산이 맞는 제3의 개항은 무엇보다 체제 전환이라는 사회적 변혁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해양수도로 정립되고 해양수도권이 형성되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정치는 서로 말을 차지하려는 싸움이다. 5극 3특으로 행정 구역을 재편하는 일은 평면적이나 일극체제 재편을 지향하는 정책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해양수도는 내륙의 수도와 해역의 수도라는 맥락에서 일국 수준을 넘어 체제 전환을 이루어 내는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에서 해양수도의 내용을 채우는 일이 긴요하다. 해양 관련 산업이나 본사, 해수부 산하기관의 이전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일국 수준이 아닌 지역적이고 세계적인 글로벌 허브로의 도약이 절실하다. 해양수도를 매개로 체제 전환을 이루는 제3의 개항이 완성되려면 부산은 반드시 싱가포르 등에 비견되는 글로벌 해양 거점 도시가 되어야 한다.
[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허용된 예술, 관리되는 자유
예술은 자유로운가? 짧게 답하자면, 그랬던 적은 거의 없다. 그 대신 예술은 늘 허용되어 왔다. 그리고 허용은 언제나 조건을 동반한다. 칸트 또는 근대 이후 미술은 스스로를 자율적 영역으로 규정해 왔다. 진리 인식과 도덕으로부터, 나아가 정치·종교로부터 독립한 공간. 이 자율성은 예술을 보호하는 방패였지만, 동시에 예술을 관리 가능한 대상으로 만드는 장치이기도 했다. 미술관은 그 장치의 가장 정교한 제도적 형태다. 전시장 안에 들어오는 순간, 작품은 위험한 발화자에서 ‘해석 가능한 대상’으로 바뀐다. 예술은 비판할 수 있지만, 체제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1990년대 영국에서 등장한 YBAs(영 브리티시 아티스트, Young British Artists)는 이 균형을 노골적으로 흔들었다. 형식의 새로움보다 삶의 노출을 선택했고, 은유 대신 직접성을 택했다. 동물의 사체, 훼손된 신체, 피, 개인의 상처 등 혐오스러운 재료로 이루어진 작품을 직접 전시했다. 이들은 제도 안으로 들어가 미술관뿐 아니라, 시장과 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트레이시 에민은 그 결정적 사례 중 하나이다. 우울증, 성 경험, 중독, 자해의 기억을 가공하지 않은 채 드러내는 그녀의 작품은 윤리적 불편함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노출은 고백처럼 보이나, 위로나 치유의 서사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나의 침대’는 이 불편함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녀의 침대가 전시장에 놓이는 순간, 그것은 개인을 넘어 보통의 인간이 겪은 삶의 잔해로 확대된다. 담배, 재떨이, 술, 피임약, 콘돔, 강아지 인형 등 일상용품이 어지럽게 널린 흔적은 개인의 상징이 아니라 어느 정도 고통에 찌든 삶의 증거에 가깝다. 이 장면은 테리 스미스가 말하듯(〈Contemporary Art. World Currents〉), “개별 예술가들의 타인 및 세대, 나아가 세계를 통한 공감 및 교감”, 더 쉽게 말해 “사적인 개인의 삶을 드러냄으로써 보편성을 획득한다”는 21세기 동시대 미술의 한 흐름을 정확히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부터 예술의 자유는 관리되기 시작한다. 제도는 예술을 직접 금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예술이 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지거나,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면 다시 통제의 대상이 된다. 이때 통제는 노골적인 금지가 아니라, 오히려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을 덧붙이며, 교육 프로그램이나 시장의 언어로 감싸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위험해 보이는 작품은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 사례’로 설명되고, 급진적인 태도는 ‘한 시대의 스타일’로 정리된다. 예술이 완전히 금지되면 침묵이 된다. 반대로 모든 것이 허용되면 예술은 장식으로 전락한다. 말하자면, 제도는 예술을 허용한다. 그러나 예술은 그 허용의 울타리를 넘어서고자 할 때에만 살아 움직이는 것이며, 전복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
흑백요리사2 ‘아재 맹수’ [키워드로 트렌드 읽기]
지난달 방영을 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시즌2’가 다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심사위원인 백종원을 둘러싼 논란으로 프로그램 공개 직전까지 적잖은 우려가 제기됐지만, 전작의 성공 요소를 최대한 살리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연출과 구성으로 전세계 시청자들을 또 한번 사로잡았다. 앞서 시즌1에서는 팀 대결 도중 갑자기 동료 1명을 방출시키는 투표를 진행하는 깜짝 룰이 등장하는 등 프로그램 구성에서 일부 출연자가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이 때문인지 제작진은 시즌1에서 제기된 비판을 상당 부분 수용해 ‘오직 맛으로 압도한다’는 슬로건에 더 집중했다. 당장 흑수저 팀과 백수저 팀의 대결부터 총 3라운드로 구성해 심사 인원을 단계적으로 줄이되 배점을 높이는 식으로 개선됐다. 팀원 수도 똑같이 작위적으로 맞추지 않고, 라운드별로 참가 인원을 다르게 하면서 중복 출전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인원 유불리 문제도 보완했다. 재료 선점 같은 요리 외적 변수를 줄이고 팀 요리에 집중하도록 했으며, 출연자들이 누구하나 빠지지 않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요리사들의 다양한 면모가 부각되면서도, 사제지간이나 같은 계열 셰프들이 다음 대결 상대로 다시 만나는 등 시청자들이 경연에 빠져들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은 백수저로 출연한 40년 경력의 한식 조리기능장 임성근이다. 초반에는 ‘한식대첩 시즌3’ 우승자 출신임에도 많은 분량이 부여되지 않았지만, 100인 분의 요리를 준비하는 팀 대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거짓말을 조금 하면 5만 가지 소스를 알고 있다”며 유명 셰프들 사이에서도 유달리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한식대가 임성근의 모습을 처음 본 시청자들은 서바이벌 속 흔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캐릭터로 예상했지만, 정밀한 계량 없이 단시간에 뚝딱 만든 소스가 결정적인 승리를 이끌자 실력이 증명된 호감 캐릭터로 단숨에 급부상했다. 누리꾼들은 흑수저 출연자 ‘아기 맹수’에 빗대 임성근에게 ‘아재 맹수’라는 별명까지 붙였고, 그가 출연한 10년 전 ‘한식대첩3’ 영상을 찾아보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이후 공개된 2인 흑백연합팀 대결에서도 임성근은 파트너와 함께 시끌벅적하게 조리대를 오가면서 다른 참가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르게 요리를 마무리했다. 서바이벌에서 가장 먼저 탈락하기 좋은 모양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고, 이 역시 빠른 손놀림과 연륜을 바탕으로 계산된 전략이었다.
[기고] 전국 장례식장, 6찬 식판 도입해야
장례식장은 한 인간의 마지막을 기리는 가장 경건한 공간이며, 한 사회의 품격을 보여주는 문화의 거울이다. 그러나 오늘날 전국 장례식장의 현실은 이 품격과는 거리가 멀다. 일회용 플라스틱 접시, 종이컵, 일회용 수저, 식탁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매년 약 3억 7000만 개, 2300t의 일회용품 쓰레기가 장례식장에서 배출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유통 일회용 접시의 20%를 차지한다. 전국에 약 1200곳의 장례식장이 운영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문제가 환경에 미치는 파괴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특히 일회용기는 단순한 쓰레기 문제가 아니다. 제조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고, 사용 후 소각·매립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남은 플라스틱은 미세입자가 되어 토양과 해양을 오염시키고, 결국 인간의 식탁으로 되돌아온다. 부산영락공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다회용기 전면 도입 시범사업을 추진했으나, 안타깝게도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빈소 10개를 운영하는 이곳은 다회용기 사용에만 매월 약 25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된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광역시의 지원금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웠고, 세척·운송비 등 유지비 부담이 커 지속이 불가능했다. 결국 좋은 취지의 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멈춰버린 것이다. 그러나 해법은 있다. ‘6찬 식판’을 사용하면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가능하다. 초기에는 식판 구입, 식기세척기 설치, 자율배식대 비치 등 초기 투자비용이 발생하지만, 한 번 시스템이 갖춰지면 이후 추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조문객이 먹을 만큼만 덜어가는 자율배식 방식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식기세척기를 통한 현장 세척은 다회용기 운송·회수 과정에서 생기는 불편과 비용을 해소한다. 부산영락공원의 경우 이 방식으로 전환하면 기존 매월 2500만 원의 예산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장례식장은 대접받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고인을 기리고 유족을 위로하는 공간이다. 시민들이 이 취지에 공감한다면 다회용기 사용으로 인한 약간의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문객이 감수하는 작은 불편이야말로 지구를 살리는 실천이 된다. 전국적으로도 다회용기 도입은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2023년 친환경 장례문화사업을 도입하고 서울삼성병원과 3개 시립병원이 동참하고 있다. 경기도는 산하 6개 도의료원(수원·이천·안성·의정부·포천·파주) 장례식장에 다회용기 사용 체계를 마련해 일회용품 저감에 나서고 있고, 화순군은 2025년 3월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 지원조례를 제정해 지원하고 있다. 김해, 창원, 울산, 안양, 구미, 정읍, 김제시 등에서도 다회용기 재사용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신축·증축되는 모든 장례식장에는 식판, 자율배식대, 식기세척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초기부터 시스템을 갖춘 시설일수록 운영비 절감 효과가 크고, 탄소배출 감축에도 기여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친환경 인프라 구축을 장기 계획으로 추진해야 한다. 단순히 용기만 바꾸는 것을 넘어 반찬 구성을 다양화한 6찬 식판은 고인을 예우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품격 있는 장례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장례문화의 변화는 곧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준다. 장례식장 6찬 식판 사용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우리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구를 생각하는 품격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고인을 예우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우리가 사랑하는 미래세대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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