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기업 부산 이전 위한 항만·물류 경쟁력 더 키워야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기업들의 이전이나 투자 유치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기업들이 이전과 투자 유치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최근 수도권에 있는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관련 의견 조사는 이에 대한 답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 수도권 기업들은 동남권의 각종 인프라가 수도권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답을 하면서도 선뜻 이전이나 투자를 망설이게 되는 지역적 요인들을 언급했다. 이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높은 현 시점에 부산과 동남권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를 시사한다고 할 것이다. 부산상공회의소는 9일 ‘수도권 기업의 부산지역 이전 및 투자에 관한 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도권 소재의 연 매출액 1000억 원 이상 기업 90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재투자 최우선 검토 지역으로 50.2%가 수도권을 꼽았다. 수도권 인근의 충청권 선호도도 23.6%에 달해 범수도권 선호가 70%를 넘었다. 지방 투자를 검토한다는 기업은 13.9%에 그쳤다. 지방 투자 의향을 밝힌 기업 중에 47.5%가 동남권을 우선 검토한다고 답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 정도다. 이들 기업은 부산의 투자 여건 입지 평가에서 86.7%가 물류·교통 인프라 측면에서 수도권보다 우위 혹은 대등하다고 답했다. 특히 수도권 기업들은 부산 이전과 투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점으로 38.5%의 높은 비율로 ‘물류 경쟁력 확보’를 꼽았다. 이는 지난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계기로 해양 기능의 집적이 가속화하면서 부산의 항만·물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데 대한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반면 부산 투자 결정에 제약 요인을 꼽는 질문에 대해서는 절반이 넘는 50.2%의 기업들이 비즈니스와 산업 생태계가 수도권과 비교해 열악하다는 답을 내놨다. 생활 인프라 부문에 대해서도 수도권에 못 미친다는 응답이 44.9%에 달했다. 지역 중심 밸류체인 구축과 의료·교육·문화 인프라 강화를 위해 지역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요구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향후 지역에서 도입된다면 가장 실효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세제 혜택을 묻는 질문에 기업들은 62.8%가 지역별 차등 법인세율을 꼽았다. 스위스와 이스라엘 등 해외 국가들이 지역별 법인세율 차등화로 균형 발전에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도입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상의의 이번 조사 결과는 정부의 ‘5극3특’ 정책과 연계해 지역 산업 특성을 어떻게 극대화해야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단초라 할 수 있다. 특히나 부산으로서는 항만·물류 등 해양 인프라를 전략적 자산으로 키우고 해양수도로서 위상을 높일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이 더욱 두드러졌다 할 것이다.
[사설] 노후 신도시 계획 확정, 부산 활력 높이는 계기 되길
부산 해운대 그린시티(옛 해운대신시가지)와 북구 화명신도시는 지역의 대표적인 1기 신도시다. 각각 동부산과 서부산을 대표하는 집단 주거 지역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1990년대에 조성된 이 주거지들이 노후화되면서 그동안 재정비 여론이 높았다. 이런 와중에 이 신도시들은 2023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1단계 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그동안 큰 관심을 받아왔다. 지난해 7월 부산시가 밑그림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국토부가 비수도권 지역 최초로 해운대와 화명신도시 2곳에 대한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을 승인하면서 통합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시는 지난 8일 화명·금곡지구와 해운대지구를 대상으로 한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 1단계 사업을 고시했다. 지난 2일 국토부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은 시가 본격적인 사업 계획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동안 부산은 핵심 주거지 노후화로 도시 공간 활용에 큰 제약을 받아왔으나 이번 사업 고시로 노후 신도시 재건축 정비사업이 날개를 달게 됐다. 부산시와 정부는 기반 시설 정비와 주거공간 재편을 종합적으로 추진한다. 특히 부산시는 이들 노후 신도시를 지역 대표 미래도시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시가 이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면 부산 전체의 주거 여건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운대와 화명신도시 정비는 부산 인구 증가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해운대지구는 용적률을 기존 250%에서 360%로 높임에 따라 계획인구가 8만 4000명에서 11만 2000명으로, 화명·금곡지구는 232%에서 350%로 증가돼 계획인구가 7만 5000명에서 9만 7000명으로 각각 증가한다. 관건은 재건축의 신속한 추진이다. 시는 특별정비계획 결정과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등이 발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대대적 주민 홍보는 물론 적극적인 행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 사업시행과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주와 철거 과정에서도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는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재건축과 함께 복합 커뮤니티와 생활기반시설의 대대적인 확충이 마무리되면 해운대지구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신해운대역을 잇는 미래도시 활력 축으로 자리매김한다. 화명·금곡지구는 국립공원 금정산과 도시공원으로 변모 중인 낙동강 등 강과 산을 연결하는 그린블루 네트워크 주거지로 변신한다. 부산의 노후 신도시를 미래형 명품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 부산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중차대한 일이다. 더욱이 국내 최고의 다양한 정주 인프라를 갖춘다면 두 지역은 부산을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정부 주도로 실시되는 부산 첫 노후 도시 정비사업의 차질 없는 진행을 당부한다.
[사설] 부산 글로벌특별법 선거철 정쟁 대상 되어 또 표류하나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이 다시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일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글로벌특별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청했다. 장 대표는 “글로벌특별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고 잘 진행되다가 대통령께서 ‘이 법이야말로 대표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한말씀하셔서 속도를 못 내고 멈춰 있다”고 말했다. 이후 비공개회의에서 장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글로벌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TK는요?”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대구·경북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글로벌특별법 제정에 부정적인 의중을 내비친 셈이다. 여권은 대통령이 법안에 반대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지만, 부산 지역 입장에서는 답답함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도 글로벌특별법을 ‘포퓰리즘적’ 입법 사례로 거론한 바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처리에 급물살을 타다가 제동이 걸렸고, 대통령의 발언 이후 민주당 지도부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도 공식적 언급을 꺼려왔다. 법사위는 8일 전체 회의를 열었지만, 글로벌특별법을 상정하지 않았다. 법사위 여야 의원들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담당한 박상용 검사의 직무 정지 조치를 두고 치열한 공방만 벌였다. 글로벌특별법이 여야 정쟁 속에 다시 묻히고 만 것이다. 글로벌특별법 처리 지연을 대구시장 선거와 연관 짓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민주당은 전남·광주 행정통합법은 통과시키고 TK 행정통합법에 제동을 걸어 지역 반발을 키운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법만 통과시킨다면 부산만 챙긴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민주당이 공을 들여온 대구 민심에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와 김부겸 후보의 인지도를 앞세워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후 첫 대구시장 배출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부산 글로벌특별법을 대구시장 선거 정쟁 대상으로 삼는 것은 기가 찰 노릇이다. 글로벌특별법은 부산을 물류·금융·디지털 첨단산업의 국제 허브로 조성하기 위해 특구를 지정하고 특례를 부여하는 법안이다. 여야 합의로 2024년 5월 발의됐지만, 2년 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는 행안위 전체회의까진 통과했지만, 법사위와 청와대의 ‘딴지’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법안이 폐기와 재발의를 거듭하며 공전하는 모습에 넌더리가 난 지역민들의 분노는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여당과 청와대는 글로벌특별법이 부산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동남권의 성장축이자 국토 균형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정치 셈법에 따른 거래 대상으로만 다룬다면 지역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불혹'의 사직야구장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자이언츠의 홈구장은 구덕야구장이었다. 1만여 석에 불과한 관중석과 외야 담장까지 길이가 짧은 시설물의 한계로 인해 프로야구 출범 전부터 부적합 여론이 빗발쳤다. 그렇게 하여 새로 만들어진 게 사직야구장이다.사직야구장은 부산시가 1979년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1983년 공사를 시작해 착공 2년 만인 1985년 10월 완공됐다. 자이언츠는 1986년 3월 29일 MBC 청룡과 첫 공식 홈경기를 가졌고 이 경기에서 최동원이 3-1 완투승을 거둬 사직야구장 첫 승리투수의 영광을 차지했다.그렇게 프로야구에 걸맞은 야구장이 생겼지만 아쉽게도 사직야구장은 태생부터 야구 전용 구장이 아니었다. 관중석을 옮길 수 있는 구조였기에 사직구장에서는 경기장 모양을 바꿔가며 축구, 하키, 미식축구까지 다양한 경기가 열렸다. 한때는 프로축구 대우로얄즈의 정규시즌 경기가 치러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올해로 사직야구장은 자이언츠 홈경기가 치러진 지 40년을 맞았다. 야구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재건축 요구가 이어져 왔으나 아직까지 재건축은 삽조차 뜨지 못한 상태다. 재건축 방향조차도 여러 갈래로 오락가락했다. 부산시는 올림픽 유치와 연계해 새 구장 건설을 검토하기도 했고 자이언츠 구단 모기업은 축구장인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야구장으로 고쳐쓰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2016년부터 사직야구장 기본계획이 새로 수립돼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자 부산시는 이듬해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시작했고 2018년 개폐형 돔구장을 새로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해 지방선거에서 서병수 당시 시장은 그 계획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하지만 서 전 시장이 재선에 실패한 뒤 당선된 오거돈 전 시장은 기존 계획을 백지화하고 말았다. 대신 북항에 개방형 야구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새로 내놨으나 역시나 구상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후 박형준 시장은 개방형 사직구장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정부 투자심사를 두차례 만에 겨우 통과했다.또 다시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갑자기 야구장 관련 공약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북항 개방형 야구장 건설 계획은 돔구장 건설로 질적 변화를 했고 사직야구장 재건축과는 별도로 북항에 야구장을 하나 더 짓겠다는 원대한 계획도 나왔다. 홈 프로구단의 난해한 성적만큼이나 야구장 건립도 난해한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이상윤 논설위원 nur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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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HMM, 자부심만큼 책임감 새기길
“해수부 이전, 해사법원 설치에 이어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은 물론 HMM 이전도 곧 합니다. 한다면 합니다! 대한민국은 합니다!” 지난 2월 중순 대통령이 SNS에 게시했던 약속들이 부산에서 하나씩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최대 국적 해운사인 HMM의 본사 부산 이전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모습이다. HMM 이사회는 지난달 26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본사의 부산 이전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전격적으로 처리했다. 이는 부산지역 학계 인사와 산업은행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지 나흘 만에 이뤄진 것으로, 본사 부산 이전을 위한 HMM 사측의 의지가 읽힌다. 다음달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이 안건에 대한 확정 여부가 정해지는데, 사실상 HMM 본사 부산 이전을 위한 마지막 절차가 될 전망이다. 이에 발맞춰 해양수산부도 지난 8일 HMM 등 해운기업의 부산 이전을 지원하기 위한 ‘이전기업 지원 협의체(TF)’ 첫 회의를 열었다. 이전 논의 주체인 HMM을 비롯해 해수부, 부산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앉았다. 해수부는 HMM의 건의 사항에 대해 ‘부산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른 국가·지자체의 지원 범위와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별법은 지난해 해수부 이전 때와 마찬가지로 산하 공공기관과 부산 해양수도 조성을 위해 부산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이전 비용 지원과 융자, 공공택지 우선 공급, 건축물 분양·임대 및 국유재산·공유재산의 임대료 감면 등의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두고 있다. 정주환경에 큰 변화를 겪어야 하는 직원들을 위해 주거 안정, 자녀 교육, 생활여건 개선 등을 지원하는 것도 포함된다. 지난해 말 본사 부산 이전을 발표한 에이치라인과 SK해운을 비롯해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이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참에 HMM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 1976년 설립된 HMM, 옛 현대상선은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190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이 가운데 육상 직원이 1057명으로 해상 직원(893명)보다 많다.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50년사에는 기업의 역사부터 비전과 CI 변천, 조직도, 경영진, 선박 및 선복량, 재무제표와 연표까지 상세하게 담겨 있다. 3척의 유조선을 가진 아세아상선으로 시작해 1983년 현대상선으로 바뀌었다가, 2019년에 Hyundai Merchant Marine을 줄인 HMM으로 CI를 변경했다. 1999년 현대부산감만터미널을 개장하고,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이자 최고 속도였던 65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신규 발주하며 대형 선사로의 도약에 나섰다. 2000년대 초반, 당시 현대상선의 컨테이너 선복량은 14만TEU 규모였으나 2025년 HMM은 세계에서 8번째로 선복량 100만TEU를 넘어섰다. 또한 2025년 말 기준 12척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등 94척의 컨선과 51척의 벌크선 총 145척을 보유한 글로벌 8위 선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HMM의 눈부신 성장의 뒤에는 국가적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글로벌 해운 불황이 정점에 이르며 국내외 해운산업 전반에 구조적 위기가 폭발했던 2016년, 한때 대한민국 대표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했다. 한진해운에 뒤처졌던 HMM 또한 2013년 말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었지만, 한진해운 파산 후폭풍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해운업의 근간이 흔들리자 7조 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고 파산 위기를 넘겼다. 국가 해운 재건 프로젝트에 의해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HMM은 현대그룹에서 분리됐고 최대주주가 산업은행(36.2%), 2대 주주가 한국해양진흥공사(35.67%) 등으로 변경됐다. 물론 용선료 부담과 운임 급락, 과도한 부채로 인해 직면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HMM 직원들이 장기간 선대 감축과 인력 구조조정, 대규모 용선 계약 조정 등 생존을 위해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주 HMM 육상노조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공기관이 아닌 사기업에 대해 사측이 본사 부산 이전을 강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정치적 논리로 결정해선 안 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운업은 국가기간산업이고, HMM은 10년 전 국민 세금이 들어간 공적자금으로 위기를 넘어서지 않았나. 막대한 액수의 공적자금에는 HMM이 기업 가치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을 담당해 주길 바라는 국민적 염원이 들어가 있다. 정부가 수도권 일극주의 타파를 위해 추진하려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HMM이 함께하는 것은 이 같은 염원에 부응하는 공적 책임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해운산업을 이끄는 1등 선사라는 자부심만큼 HMM 노사 모두 그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김경희 해양수산부장 miso@busan.com
[김진성의 맛있는 여행] 기상이변과 벚꽃 개화
온통 꽃 세상인 듯 했는데 어느 새 꽃들이 자취를 감춘 느낌이다. 벚꽃 때문이다. 벚꽃은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군락지를 찾지 않더라도 도심 하천이나 공원, 도로변, 심지어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런 벚꽃이 지난 주말부터 자취를 감췄다. 한꺼번에 피었다가 일시에 지는 벚꽃의 특성 때문이다. 주변에 핀 벚꽃을 보고 “조만간 벚꽃 구경 가야겠다”고 생각하다 차일피일 미루면 벚꽃은 어느 새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 매년 벚꽃의 개화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벚꽃 명소 지자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해마다 벚꽃의 개화 시기가 들쭉날쭉하면서 벚꽃 축제 기간을 연기하거나 앞당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자도 올해 벚꽃 취재를 하려고 경주를 갔다가 허탕을 쳤다. 예전엔 벚꽃 구경의 놓친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 기회가 있었다. 지역 이탈이다. 벚꽃 구경을 제대로 못한 남쪽 지역 사람들은 충청도나 수도권으로 가면 늦게라도 벚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기회조차 사라졌다. 벚꽃이 전국에서 거의 동시에 개화했기 때문이다. 전국 벚꽃 명소로 유명한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는 3월 말부터 진해군항제가 열렸다. 4월 초 진해 벚꽃은 절정을 이루며 찾는 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했다. 불과 이틀 뒤, 만개한 벚꽃은 서울에서도 볼 수 있었다. 기상청은 지난달 29일 벚꽃이 공식 개화(서울 기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6일 빠르고 평년(지난 30년 평균인 4월 8일)보다는 무려 10일이나 이르게 피었다. 수도권에서는 4월 2일부터 벚꽃이 만개했다. 남쪽 지역과 불과 하루 이틀 차이로 벚꽃이 활짝 핀 것이다. 이처럼 진해와 서울이 비슷한 시기 동시에 만개를 한 것은 벚꽃의 북상 속도가 과거보다 두 배나 빨라졌기 때문이다. 예전 서울의 벚꽃은 남쪽 지역 보다 2주가량 늦게 폈다. 하지만 최근에는 5일 차로 좁혀졌다. 개화 시기도 빨라졌다. 올해 처럼 3월에 개화한 건 관측 이후 5차례에 불과했는데, 이 가운데 4차례는 2020년 이후 집중됐다. 문제는 시기가 계속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 기후변화 때문이다. 벚꽃의 개화 시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개화 직전인 2~3월의 기온이다. 보통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먼저 꽃이 피어야 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로 전국에서 동시에 벚꽃이 피는 현상이 발생했다. 벚꽃의 전국 동시 개화는 생태계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상 기후로 꽃은 일찍 피지만 이를 매개로 하는 곤충의 활동은 충분하지 않고 먹이 사슬이 깨지면서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일상의 상당수가 변화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무감각하다. 자연이 주는 신호를 절대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오션 뷰] 심해저 자원 탐사, 국제 해양법과 함께 가야
지난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서태평양 공해 해역에서 해저 희토류 탐사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원 자립도가 높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러한 탐사 성과는 충분히 의미 있고 주목할 만한 성취다. 자원 탐사 기술의 독자적 확보와 해저 지질 정보의 축적은 우리나라 자원 안보 역량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 대한 자부심과 별개로, 심해저 자원 탐사가 이루어지는 국제법적 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병행되어야 한다. 바다의 헌법이라 불리는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은 제11부에서 심해저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심해저란 국가 관할권 이원 지역의 해저와 하층토를 말한다. 유엔 협약은 이 심해저와 그 자원을 인류의 공동 유산으로 선언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해양법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다. 인류의 공동 유산인 심해저 자원은 어느 한 국가가 독점적으로 점유하거나 개발할 수 없다. 유엔 협약에 따라 설립된 국제해저기구(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 ISA)의 체계를 통해서만 탐사와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한국, 서태평양 해저 희토류 탐사 성과 국제법 규정 없어 개별 국가 개발 한계 기술·경험 축적하며 규범 제정 준비를 이러한 원칙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탐사를 통하여 심해저에서 막대한 희토류 매장량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원을 우리나라가 독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유엔 해양법 협약의 심해저 제도 하에서는 자원에 대한 탐사 자체도 개별 국가가 자의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해저기구는 심해저 자원 탐사를 위한 규칙을 제정하고 있으며, 자원을 탐사하고자 하는 국가는 이 규칙에 따라 국제해저기구와 탐사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현재 탐사 규칙이 제정된 광종은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 망간각 세 가지에 한정되어 있다. 희토류에 대한 별도의 탐사 규칙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번 심해저 희토류 탐사는 유엔 협약 제3부속서 제2조에 규정하고 있는 심해저 자원의 존재와 분포를 파악하기 위한 개괄 탐사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유엔 협약에 따를 때 개괄 탐사자는 활동 개시 이전에 국제해저기구 사무총장에게 탐사 시행 예정 지역을 통보해야 하고, 국제해저기구에 의한 개괄 탐사자의 해양 환경 보호에 관한 규칙 준수 등 확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제법적 관점에서 이번 활동이 심해저 제도와의 정합성에 대한 의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국제해저기구는 망간단괴 개발을 위한 개발 규칙 제정 협상을 수년간 진행 중이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의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 망간각 자원의 심해저 개발이 심해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제기되면서 사전주의적 심해저 개발 정지를 요구하는 국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광종에 대한 개발을 위한 규범 체계 마련조차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희토류라는 새로운 광종에 대한 탐사 규칙 제정을 국제해저기구에 요청하는 것도 시기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복잡한 국제법적 환경을 고려할 때, 보다 전략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에서 공해 해양 과학 조사는 모든 국가에 보장된 자유다.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심해저 희토류 부존 지역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자 한다면, 심해저 지질 구조와 해저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해양 과학 조사라는 틀 안에서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조용하게 희토류 관련 정보를 축적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조사 결과로 확인된 희토류 부존 정보는 국가 차원에서 비밀리에 전략적으로 관리하여 향후 국제해저기구에서 희토류 탐사 규칙이 제정되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해당 지역에 대한 탐사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이라 생각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축적한 심해저 탐사 기술과 경험은 우리나라의 귀중한 자산이다. 이러한 역량이 국제 해양법의 틀 안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기술적 성과와 법적 정합성을 함께 갖춰야 한다. 국제법에 대한 깊이 있는 사전 검토를 거치고 국제해저기구와 소통을 통해 우리의 활동이 국제 규범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해양 선진국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서는 뛰어난 해양 과학 기술 뒤에 국제법에 대한 존중과 전략적 지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감] 되돌아오는 이야기
봄에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꽃들이 피고 지는 걸 보려면 넋을 놓고 지내서는 안 된다. 휑하던 가지에 꽃봉오리가 맺히는 것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연분홍 꽃잎들이 만개했다가 바람에 흩날린다. 꽃이 피어나는 순간에 나는 무얼 하고 있었는지, 문득 고개를 들어보고 나서야 ‘벌써 이렇게 가득 피었네’ 하고 놀랄 때가 많다. 하지만 개화라는 것이 그렇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미 나무 안에서 진행되고 있던 일이 그제야 내 눈에 보였을 뿐. 그러니까 봄은 없던 것들이 생겨나는 계절이 아니라,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자취를 감췄던 색채들이 다시 나타나는 시간이고, 무언가가 사라지지 않고 되돌아온다는 증거이며, 그 풍성한 꽃잎들의 향연 속에서 내 정신의 나태함을 일깨우게 되는 계절이다. 이처럼 계절은 다시 돌아오고, 꽃들도 돌아오고, 우리를 둘러싼 이야기와 기억들도 되돌아온다.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통증의 감각으로, 때로는 불현듯 스쳐 가는 어떤 냄새나 소리로, 때로는 누군가가 공들여 만든 예술 작품을 통해서. 그 이야기와 기억들은 내가 보거나 겪은 일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떤 일들은 직접 겪지 않았어도 내 눈앞에 되살아나 또 하나의 기억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제주 4·3 때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고 당시의 상황에 대해 정규 교육과정에서 제대로 배운 세대도 아니지만, 어떤 경로로든 그때의 이야기들이 내 앞에 당도해 있을 때가 있고 그런 순간마다 이야기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가 된다. 이미 끝난 사건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다시 피어나는 장면이 된다. 얼마 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등장하는 주인공 경하와 인선은 제주의 비극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그들에게 당도한 그날의 고통을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그 기억들과 ‘작별하지 않’기로 한다. 지난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던 정지영 감독의 신작 영화 ‘내 이름은’에서는 제주 4·3을 직접 겪어낸 인물이 등장하는데, 지우고 싶으면서도 끝내 지켜내야 할 기억을 아프게 소환한다. 예술 작품 속 허구의 인물들이지만 그들이 느끼는 고통은 허구로 보이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반복되었던 폭력의 트라우마가 독자와 관객들의 몸과 마음에 겹겹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제30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김홍 작가의 소설 <말뚝들>에서는 사회적 참사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이들이 말뚝이 되어 도심지에 등장한다. 그리고 그 말뚝을 마주한 이들은 속절없이 눈물을 흘리는데,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울기 시작하자 국가는 이를 비상사태로 규정한다. 함께 슬퍼하고 함께 고통스러워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된다. 그래서 애도를 폄하하고 분열을 조장하기도 한다. 노란 리본에 담긴 작은 애도의 표시에도 지겹다고, 그만 좀 하라고, 불편한 시선을 쏘아대는 걸 보면 소설 속 상황이 결코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은 언젠가 되돌아온다. 지금 이 지구상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폭력, 고통과 죽음의 기억들도 그러할 것이다. 물리적으로 먼 곳의 사건들이기에 때때로 우리와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자꾸만 반복되는 상황이 빚어내는 피로감에 전부 다 외면하고 싶어지기도 하겠지만, 무관심과 침묵 속에 잠시 가려졌다 해도 진실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언젠가 우리 눈앞에 드러난다. 4월, 한낮의 봄볕에 몸과 마음이 노곤히 풀어지기도 하고 온갖 꽃들의 향연에 도취하기도 하는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참혹하고 잔인한 계절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매번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순간순간 되살아나는 이야기들을 제대로 바라보아야 할 시간 앞에 우리는 서 있다.
[기고] 중국 양회를 이해하고 발전 기회를 포착하자
중국의 전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국제사회가 중국의 발전과 정책 방향을 관찰하는 중요한 창구이다. 올해 중국 양회는 얼마 전 베이징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되었으며, 주요 성과 중 하나인 ‘제15차 5개년 계획(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제15차 5개년 계획)’ 요강이 심의 통과되었다. 이 5개년 계획은 향후 5년간 중국의 발전 청사진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이 세계에 발전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것이기도 하다. 첫째, 중국 경제 발전은 안정 속에서 전진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중국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5.4%였으며, 세계 경제 성장 기여율은 약 30% 수준을 유지해 서방 7개국(G7) 전체를 넘어섰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5% 성장해 총규모가 140조 1900억 위안(약 19.63조 달러)에 달했으며, 증가분은 5조 위안을 넘어 중진국의 경제 규모에 맞먹는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는 4.5~5%로 제시되었으며, 향후 5년간 중국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 흐름을 유지할 것이다. 이는 중국이 앞으로도 세계 경제 성장의 중요한 기여자이자 안정판 역할을 할 것임을 의미한다. 둘째, 과학기술 혁신이 질적 향상과 효율 증대를 견인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고품질 발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혁신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왔고, 전기차, 휴머노이드 로봇, AI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제15차 5개년 계획은 연평균 7% 이상의 R&D(연구개발) 투자 증가 등의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고, 집적회로, 항공우주, 바이오 의약품, 저고도 경제 등 신흥 주력 산업을 집중 육성하며, 미래에너지, 양자 과학기술, 피지컬AI,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6G 등 미래 산업을 중점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수조 위안, 나아가 그 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글로벌 혁신 지형에 중국의 지혜를 더할 것으로 본다. 셋째, 대외 개방이 계속해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150여 개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이며, 17년 연속 세계 2위의 수입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제15차 5개년 계획 기간 중국은 협력과 상생을 지속하며 대외 개방을 한층 확대할 것이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시장 진입과 개방 분야를 확대하고, 부가가치 통신 서비스, 생명공학, 외자 단독투자 병원 등 분야에서 개방 시범을 한층 확대하며, 디지털 분야의 개방도 질서 있게 확대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의 거대 시장을 세계와 공유하고, 개방의 성과가 각국 국민에게 더 잘 돌아가도록 할 것이다. 중국을 선택하는 것은 곧 기회를 선택하는 것이며, 중국에 투자하는 것은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다. 제15차 5개년 계획 요강은 향후 5년간 중국의 발전 청사진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기회와 투자 방향을 제시하는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시진핑 주석과 이재명 대통령은 불과 두 달 사이에 상호 방문을 실현하며 중한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최근 들어 필자는 관할 지역 각계가 중국과의 교류를 강화하려는 의지가 뚜렷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중한 교역액은 3312억 40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인적 교류는 약 900만 명에 이르는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볼 때, 중국 측은 한국과 함께 제15차 5개년 계획이 제공하는 새로운 기회를 충분히 발굴하고 적극 활용해,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심화하고 중국식 현대화 발전의 혜택을 함께 나누며 상호 성취와 공동 발전을 이루고자 한다. 필자는 관할 지역의 대중국 협력 전망에 대해 큰 확신을 가지고 있다.
[기고] 모두의 창업, 부산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성장의 방식
창업은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와 기술,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성장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창업’은 바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담은 프로젝트다. 창업을 일부 전문가의 영역에 가두지 않고, 전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개방형 창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중요한 것은 창업의 문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 과정을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부산은 이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모두의 창업’ 부산지역 대표 운영기관으로서 지역의 다양한 창업 주체를 연결하고, 실질적인 성장 경로를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는 단순히 창업기업 몇 곳을 선발해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 기술을 가진 사람, 경영 역량을 가진 사람, 자본과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이 함께 팀을 이루고 서로의 강점을 연결해 혼자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창업 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특히 ‘모두의 창업’이 중요한 이유는 창업의 출발점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창업을 망설이는 이유는 아이디어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사업으로 연결할 사람과 자원, 실행 기반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발굴 단계부터 아이디어·기술 제공자를 중심으로 자본가, 경영가, 마케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팀 빌딩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모델과 기술의 고도화를 지원하고자 한다. 창업은 더 이상 혼자 버티는 도전이 아니라, 각자의 역량이 모여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협업의 과정이어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촘촘한 성장 지원이 중요하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예비·초기 창업패키지, 청년창업사관학교, 창업중심대학 등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하는 한편, 자체 플랫폼인 ‘프리-바운스’를 통해 지역 전략산업과 초격차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지속 발굴·육성하고 있다. 상시 멘토링, 월간 프로그램, 후속 연계 지원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이 시장 검증과 성장 기반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초기 기업이 반드시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투자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직접 투자와 투자 연계, 프리-팁스(TIPS)와 팁스 추천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체계를 통해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제고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B.스타트업 PIE’ 프로그램은 지역 초기 스타트업의 투자 활성화와 스케일업을 위한 대표 프로그램으로, 유망 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성장 단계에서는 시장과 연결되는 실증 기회가 절실하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현장 검증(PoC)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만남에 그치지 않고, 공급계약, 후속 투자유치, 공동연구, 조인트벤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인 성장 경로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타트업의 성장은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인 ‘플러그 인 부산’을 통해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시장과의 연결을 강화하며 스타트업의 해외 확장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이 가진 지리적·산업적 강점을 바탕으로 지역 스타트업이 부산에서 시작해 아시아 시장으로 뻗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우리의 중요한 역할이다. 결국 ‘모두의 창업’이 지향하는 것은 단순히 창업기업 수를 늘리는 일이 아니다. 창업의 문턱을 낮추고 실패의 부담을 줄이며,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가진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그 도전이 대학·기업·투자자·지원기관과 만나 하나의 팀이 되고, 다시 지역 산업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창업은 한 사람의 도전이 아니라 지역의 성장 전략이 된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앞으로도 ‘모두의 창업’ 부산지역 대표 운영기관으로서 아이디어 발굴, 비즈니스 모델 확립, 성장 지원, 투자, 오픈이노베이션, 글로벌 진출, 후속 투자에 이르는 전 주기 지원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해 나가겠다. 창업이 일부의 도전이 아니라 모두의 가능성이 되는 길, 그 길을 부산이 가장 먼저 실현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호르무즈 이후 달라질 세계와 한국의 선택[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린 것이 처음은 아니다. 이슬람권의 패권을 둘러싼 이란·이라크 전쟁 때도 똑같은 에너지 전쟁이 벌어졌다. 1984년 이라크가 이란 유조선을 먼저 공격하면서 ‘탱커(tanker·유조선) 전쟁’이 발발했다. 이란도 바로 보복에 나서 걸프 지역 선박에 미사일, 기뢰, 전투기 공격을 감행했다. 교전 상대국의 석유 수송로를 공격해 수출 경제를 마비시키고 전세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목적이었다. 죽기 살기식 극단적 충돌은 급기야 영국 유조선 등 중립국 상선의 무차별 피격으로 치닫는다. 서로의 숨통을 죄는 공멸적인 ‘탱커 전쟁’은 오늘날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이후 벌어진 양상과 판박이다. 당시 미국은 에너지 공급망 단절로 세계 경제가 막대한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하고 ‘해양 경찰’ 역할을 자임했다. 쿠웨이트 유조선에 성조기를 꽂아 미국적 선박인 것처럼 위장하거나, 아예 전함으로 호위하는 방식으로 해상 봉쇄를 뚫어냈다. ‘확고한 의지’(Earnest Will)로 명명된 유조선 호위 작전은 결국 미국과 이란이 교전하는 사태까지 초래했다. 하지만 1988년 이란·이라크전 종전 때까지 미국은 해협 안전을 지키는 전선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주요 항로는 오랫동안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가 보장됐고 덕분에 전 세계는 자유 무역에 기반한 고도성장을 누리게 된다. 오늘날 세계 무역의 80% 이상이 뱃길로 이뤄진다. 과거에는 해적단이 출몰하거나 부당한 영유권 주장, 과도한 통행료로 막히기에 십상이던 바닷길이 안전해진 것은 제2차 대전 이후 압도적 해군력을 앞세워 세계 바다의 질서를 설계하고 유지한 미국 덕분이었다. 1979년부터 항행의 자유 프로그램을 운영한 미국이 ‘탱커 전쟁’에 개입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이 ‘탱커 전쟁’은 미국이 1990년대 걸프전 등 중동 사태에 깊이 빠져드는 계기이자 패권이 작동되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꼽힌다. 국제 유가와 자유 무역, 에너지 공급망 등 경제 이익을 넘어서는 의미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석유-달러-군사력이 맞물려 작동하는 삼각 구조가 놓여 있다. 세계 석유 거래는 오로지 달러로 결제되는 ‘페트로 달러’ 시스템이 원칙이다. 석유가 통과하는 최대 길목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이다. 그리고 이 수송로의 안전은 미국의 군사력으로 보장된다. 에너지와 금융, 군사력이 일체화되어 배가되는 시너지 효과가 패권을 강화했다. 이는 러시아, 중국 등 경쟁자들을 영원히 따돌릴 수 있는 구조이기도 했다. 38년이 흐른 오늘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위기 상황은 같지만, 과거 ‘탱커 전쟁’ 당시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해상 운송 안전을 떠받쳤던 미국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의지와 능력 면에서 미국이 크게 달라져 자유 진영 전반에 당혹감이 번지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기습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사태는 지도부 참수와 압도적 공중 폭격만으로도 단기 승전보를 얻을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반격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이 파병하지 않는 데에 여러 차례 서운한 감정을 표출하면서 노골적인 ‘괘씸죄 뒤끝’ 경고를 거듭했다. 하지만 한국은 유엔 결의 없는 전투 지역 파병은 전례나 현행법에 비춰 볼 때 선택지가 아니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았다. 유럽 국가들은 한술 더 떠 국제법상 불법으로 규정하고 공개적으로 미국을 비토하고 나서면서 대서양 동맹은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개전 38일 만인 8일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돌입한 것은 다행이지만 앞으로 더 복잡한 셈법과 청구서가 기다리고 있다. 우선 미국의 침공 명분이 무색해졌다. 이란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나 핵 개발 무력화에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러시아 정부가 “미국의 참담한 패배, 이란의 승리”라고 논평한 이유다. 향후 협상에서 난항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과 같이 중동 석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는 이란의 ‘해협 통제권’ 파장이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타국의 영해를 이용할 수 있는 무해통항권이 허용됐던 호르무즈에서 이란이 거액의 통행료를 징수할 권한을 갖게 된다면 모든 국가는 ‘의문의 1패’를 당하게 된다. 석유 수입국들에 전쟁 비용이 전가되고, 해협 통제권을 쥔 이란은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꼴이라서다. 중동 에너지 수송로 통행을 둘러싸고 새 질서가 모색되는 대목은 미국 패권의 추락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개방이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유럽 국가가 하게 두자. 한국이 하게 두자”라며 줄곧 회피한 결과다. 이란은 영해를 공유하는 오만을 끌어들여 공동 관리하면서 서비스와 안전을 대가로 통행료를 부과할 조짐인 반면 영국은 한국, 일본 등 40여 개국과 글로벌 협의체 성격의 채널을 구축해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휴전이 선언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이 통행료를 공동 징수하면서 이권을 나누는 방안을 언급해 충격파를 남겼다. ‘아이디어 차원’이라는 설명이 붙긴 했지만 미국이 적대국과 손잡고 국제 해협의 유료화를 현실화한다면 해양 질서의 근간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말라카 해협이나 대만해협으로 유사한 통제가 확산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법이며, 용납할 수 없고, 세계에 위험하기 때문에 국제 사회가 맞서야 한다.” 지난 3월 27일 G7 회담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의 통행료 부과 시도를 강력 규탄했다. 하지만 미국이 스스로 만들고 지켜온 항행의 자유 원칙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호르무즈는 어떤 형식으로는 ‘통행료를 내는 바다’가 될 가능성이 크다. 11일부터 열리는 종전 협상의 결과는 향후 세계 질서 재편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요 에너지 수송로에서 발을 빼는 것은 석유-달러-군사력 삼위일체의 위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치부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미국 내 비판 여론도 거세다. 실제 이란 사태에서 미국 패권이 약화되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조건으로 중국 위안화 혹은 암호화폐 결제를 제시한 것은 ‘페트로 달러’ 체제의 균열을 의미한다. 파키스탄과 중국은 이란과 우호 관계를 지렛대로 휴전 협상을 중재하면서 미국이 친 사고를 대신 수습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 징수’ 카드로 영향력 유지 의지를 천명한 것은 미 패권의 약화를 부인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린란드를 얻기 위해선 나토를 포기할 수도 있다… 내겐 국제법이 필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미국이 주도한 집단안보와 자유 무역 체제는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이미 유엔이나 나토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 국제 질서를 헌신짝 취급해 온 데다, 자유 무역의 가치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대체한 지 오래다. 80년대 ‘탱커 전쟁’이 유일 초강대국에 의한 국제 질서를 실증한 것이었다면 호르무즈 이후의 세계 질서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그것은 단지 중동의 불안정성에 그치지 않고 세계의 불확실성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 질서의 균열로 자유 무역과 공급망 혼란은 시간문제다. 미국의 안보 체제와 자유 무역을 발판으로 고도성장과 번영을 이룰 수 있었던 한국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자원 무기화와 각자도생이 뉴노멀이 되는 약육강식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세상은 호르무즈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박세익의 뷰파인더] 영상 전성시대, 대한민국 사용법
‘아무리 그래봤자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을 누구나 입에 달고 살던 때가 있었다. 밥상머리나 술자리에서 “강대국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멀었다”고 푸념할 때 쓰기도 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기 전까지도 그랬다. 그때는 ‘세계화의 물결’ ‘세계 속에 우뚝 선 대한민국’이란 말을 신문, 방송에서 지겹도록 접해야 했다. 화려한 국가 비전을 내세워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러워 하라’는 억지 메시지는 먹혀들지 않았다. 정권의 치적을 ‘가스라이팅’하려는 속셈도 컸다. 오히려 ‘우리는 전혀 글로벌하지 않다’는 사실을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탄허 스님 등 여러 예언가들이 ‘한반도가 세계 문화와 정신의 중심지가 된다’고 했을 때도 ‘우물 안 개구리’들은 헛웃음만 지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새로운 문명이 일어나 꽃을 피운다’는 스님의 예언이 끝내 완성될지 알 수 없지만, 2026년 대한민국은 분명히 거대한 ‘K문화의 물결’을 세계로 분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군 복무를 마친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컴백 무대가 꽃을 피웠다. 세계인들이 텔레비전으로, 휴대전화로 K팝 아이콘의 화려한 귀환을 축하하며 실시간으로 즐겼다. 대한민국 문화력이 세계의 중심이 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한데 BTS 소속사 하이브는 현장을 전파할 수단으로 ‘올드 미디어’가 아닌 넷플릭스를 선택했다. 가장 효율적으로, 가장 많은 세계인이 동시에 양질의 라이브 무대를 시청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 당연한 선택인 듯 보였다. 넷플릭스가 영화와 드라마 등 K문화 전파자로서 일등공신이긴 하나, 이를 두고 ‘K문화가 위기에 빠졌다’는 갑론을박도 일었다. 독점에 가까운 글로벌 OTT 플랫폼의 기세에 무늬만 화려한 K콘텐츠로 전락한다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영상 플랫폼의 독재자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유튜브가 단순한 영상공유 사이트의 모습으로 세상에 등장한 건 2005년. 잠재력을 간파한 구글이 2006년 10월에 16억 5000만 달러에 사들였고, 2008년 한국어 서비스가 시작됐다. 유튜브는 2011년 한국에서 수익을 내는 파트너 프로그램을 공식 도입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고화질에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까지 강화돼 이제는 지상파 방송까지 침몰시키는 세계 뉴미디어의 절대 강자로 폭풍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넷플릭스나 유튜브는 돈을 버는 마케팅 조직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기술적인 어려움을 겪는 시청자, 소비자들은 홈페이지를 전전하다가 고객센터에 어렵게 전화 연결이 되어도 “국내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어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은 ‘재주를 잘 부리는 곰’이자 ‘구독료로 배를 채워주는 호구’다. 그러니 K문화를 향한 우리의 태도를 가다듬어야 한다. 세계의 박수에 취해 콘텐츠와 지식재산권을 해외 자본과 플랫폼에 빼앗겨서는 곤란하다. 콘텐츠를 잘 만들 뿐 아니라 시장을 장악하는 나라로 올라서야 하는 것이다. OTT와 유튜브를 포함한 소셜 미디어, 팬덤 플랫폼이 하나의 생태계로 확산하는 시대에 K문화가 확고한 영향력으로 뿌리를 단단히 다지지 않으면 영원히 소모품에 머물 수밖에 없다. 씨앗이 될 사례도 있다. 하이브의 자회사가 운용하는 플랫폼 ‘위버스’에서는 여러 기획사의 180개 팀이 넘는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팬과 소통한다. 팬들이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즐기며, ‘공식 굿즈’까지 살 수 있는 국가 대표 글로벌 팬덤 플랫폼이다. 위버스 이용자는 매달 1000만 명 규모로, 팬덤에 국한되는 한계를 가진다. 유튜브 이용자 25억 명, 넷플릭스 가입자 3억 명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도 넷플릭스, 유튜브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서비스가 한국에서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그렇게 되려면 더 정교한 대한민국 사용법이 필요하다. 이제는 글로벌 플랫폼 종속을 줄이고, 저작권 수호와 불법유통 대응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발 영상 플랫폼에 세계인이 열광하는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부산행 KTX를 타는 외국인들이 줄을 잇는 이때, 지역성도 빠질 수 없는 덕목이다. K문화력이 지역경제와 연결돼 지역균형발전을 견인할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부산을 비롯한 여러 지역이 공연과 팬 투어, 국제행사 등과 연계돼야 상승 효과를 낸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에서 지방선거에 나선 주자들이 K문화를 수용할 K팝 아레나, 돔 구장 등을 경쟁적으로 공약하고 있는 건 반가운 일이다. 문화로 세계를 움직이고, 한국의 시선이 곧 산업이 되는 시대. K문화의 힘으로 플랫폼과 시장을 아우르는 온전한 설계도를 완성한다면, 한반도가 문명을 꽃피운다는 예언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아끼고 또 아끼고 ‘워플레이션’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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