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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 부산 고!

포켓몬 고? 부산 고!

2016년 7월 미국 게임 제작사 나이앤틱이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를 출시했다. 스마트폰을 들고 동네 카페와 편의점 앞에서 앱을 켜면 눈앞 테이블 위에 포켓몬이 나타났다. 하지만 게임사가 한국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국내는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이때 동해안 일부 지역이 일본 서비스 영역에 걸쳐 있다는 사실이 SNS에 퍼졌다.서울에서 가장 가기 쉬운 강원도 속초는 순식간에 ‘포켓몬 성지’로 떠올랐다. 속초행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는 연일 매진됐다. 포켓몬이 자주 출몰한다고 입소문이 난 엑스포광장 주변 편의점과 음식점의 매출은 평일 기준 20% 이상 뛰었다. “수백억을 들여도 못할 홍보 효과”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속초시가 대규모 시설을 짓거나 새 항공 노선을 유치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사람이 몰렸다. 게임 콘텐츠와 지역의 희소성이 만났을 때 도시의 매력이 배가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같은 일이 다른 도시에서도 가능할까. 10년이 지난 지금, 이번엔 부산이 ‘게임 무대’로 변신했다. 부산관광공사는 민간 기업과 협업해 다음 달 5일까지 ‘더 스카우트 인 부산’이라는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야외 방탈출’이다. 방탈출이란 연출된 공간에서 단서를 모아 과제를 해결하고 빠져나오는 게임인데, 통상 실내에서 진행되는 것을 도시 전체로 확장한 점이 독특하다.참여자는 부산역에서 스마트폰으로 비밀 지령을 받는다. 이어 차이나타운, 남포역, 광복로 패션거리, 용두산 부산타워 등 원도심 곳곳을 누빈다. 관광안내도와 도심에 그려진 벽화를 단서로 도시에 발생한 균열의 원인을 추적한다는 설정이다. 얼리버드 티켓 2000장은 조기 매진됐다. 이미 갖춰진 부산이라는 하드웨어에 게임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입힌 것만으로 호응은 뜨거웠다. 게임을 즐기러 온 이들은 부산에서 세 끼를 먹고, 잠을 자고, 대중교통을 탄다.이처럼 관광과 게임 요소를 결합하기에 부산만한 도시도 드물다. 바다와 산, 항구와 산복도로가 뒤엉킨 지형 자체가 천혜의 게임판이다. 영도 깡깡이마을의 오래된 철공소, 동천을 따라 이어지는 도시 재생의 흔적, 감천문화마을의 미로 같은 골목까지. 다른 도시가 갖고 싶어도 쉬이 가질 수 없는 지형과 이야기가 곧 부산이 가진 희소성이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부산 고’를 외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 즐겁다.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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