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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이 왜?

설탕이 왜?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는 남태평양 뉴기니에서 기원해 선사시대 인류 이동을 따라 아시아로 전파된 것으로 여겨진다. 기원전 327년 인도에 도착한 알렉산더 군대의 사령관 네아르쿠스는 벌이 없어도 갈대에서 꿀 같은 단맛이 나온다며 이를 ‘벌 없이 꿀을 만드는 갈대’라 불렀다. 기원전 320년 인도를 다녀온 그리스인 메가스테네스가 설탕을 ‘돌꿀’이라 기록한 대목은 결정 형태의 설탕이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인도인들은 사탕수수를 압착해 즙을 내고 끓여 말리는 방식으로 원당을 제조했다. 이 과정이 5세기 힌두교 문헌에 등장한다. 설탕이라는 말의 뿌리 역시 인도 고대어인 범어 사르카라(Sarkara), 사카라(Sakkara)에서 비롯됐다.사탕수수는 기원 후 600년경 이집트에 전해졌고 이후 지중해와 북아프리카, 스페인 남부로 빠르게 퍼졌다. 콜럼버스는 1493년 자신의 두 번째 항해 때 사탕수수를 아메리카로 전파했다. 17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설탕은 후추보다 귀한 사치품이자 약재였지만 영국의 홍차, 프랑스의 커피 문화가 확산하면서 수요가 폭증했다. 18세기 중엽 설탕은 국제무역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품이 됐을 정도다. 그 부는 영국의 산업 발전과 런던 금융 중심지 형성의 토대가 됐다.근대 이전 한반도에서 단맛은 엿이나 꿀, 조청 정도였다. 조선 후기까지 설탕은 왕실이 하사하는 진귀한 물품이었고 중국을 통해 소량 유입돼 대다수 백성은 그 맛을 알지 못했다. 개항 이후에야 설탕이 본격 유입됐고 1920년 평양에 세워진 대일본제당 공장은 일제강점기 유일한 제당시설이었다. 광복 뒤 설탕의 역사는 부산에서 새로 쓰였다. 1953년 부산 서면에 들어선 제일제당은 국내 기술로 처음 순백의 정제당을 생산하며 수입 의존 시대를 마감했다.진화생물학자들에 따르면 고양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은 단맛을 좋아한다. 에너지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이 혀로 느낄 수 있는 다섯 가지 맛 중에 달콤함은 가장 중독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 설탕은 당뇨나 비만처럼 과도할 때 독이 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 부담금 도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회적 논의를 제안하자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해외에서는 설탕세가 당류 감축 효과를 냈지만 저소득층 부담과 물가 상승이라는 반작용도 남겼다. 달콤함의 유혹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이제 식탁을 넘어 정책의 문제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정부가 각계의 의견을 잘 수렴해 정책 방향을 결정했으면 한다.정달식 논설위원 dosol@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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