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거래소서 코스닥 분리해 서울거래소 만들겠다는 건가
청와대와 여권발 ‘코스닥 분리’ 구상으로 ‘금융중심지 부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코스닥을 분리해 별도 법인으로 두고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민주당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 제고가 명분이지만 한국거래소를 쪼개 탄생한 코스닥 거래소가 결국 서울에 본사를 두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도 한국거래소 본사가 부산에 있지만 코스피, 코스닥, 시장 감시 기능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에 이전된 기능을 회수한 서울거래소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부산은 국가 전략으로 금융중심지로 지정되어 있지만 항상 ‘서울 블랙홀’의 침식을 받아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의 설립이다. 서울에 또 하나의 거래소를 만드는 꼴이라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 코스닥이 별도 법인으로 나와 IPO까지 추진할 경우, 실질적 지배 구조와 정책 중심은 서울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부산에는 명패만 남고 기능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인력 유출, 수도권 쏠림, 정책 일관성 부족 속에서도 서울과 부산의 역할 분담이 유지돼 왔지만 코스닥이 분리되면 이 균형은 뿌리부터 흔들린다. 이는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국가 전략의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정부·여당의 금융개혁 취지에는 공감한다. 한국거래소의 수익률이 해외의 10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경쟁력에 취약하고, 특히 코스닥은 차별성·신뢰성 위기로 유망 기업이 미국 나스닥을 선호하게 만든 책임이 크다. 하지만 그 해법이 반드시 분리일 필요는 없다. 단일 거래소 체제에서도 상장·퇴출 기준 정비, 투자자 보호, 성장 단계별 시장 기능 강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이번 코스닥 분리 논의는 국가 정책 일관성과도 충돌한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강조한 ‘5극 3특’을 통한 지역 경제권 부흥 기조와 배치된다. 지역균형발전 기조를 외치면서 동시에 금융중심지 기능을 서울로 환원하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정부와 여당은 ‘금융중심지 부산’ 육성 원칙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경쟁력 제고가 진정한 목표라면, 그 출발점은 기존 금융중심지의 약화가 아닌 강화여야 한다. 넥스트레이드로 이미 서울에 대체거래소를 허용한 상황에서 코스닥을 분리해 별도 법인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부산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또 지주회사 전환은 2014년 좌초된 적이 있다. 시장 이원화에 따른 혼란, 거래 유동성 약화, 투자자 혼선이 문제였다. 한국 자본시장의 내실을 기하려면 분리 전에 신뢰와 기능 강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금융개혁이 필요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을 거스르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충분한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다.
[사설] 부전~마산선 6년 끌다 이제 와서 사고조사위 구성한다니
개통이 6년 넘게 늦어진 부전~마산 복선전철 건설사업에 대해 정부가 개통 지연 원인과 안전성을 독립적으로 확인하는 ‘사고조사위원회’를 운영한다고 한다. 사고조사위가 2020년 3월 부전~마산 복선전철 2공구에서 발생한 낙동 1터널 붕괴 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것이다. 사고가 난 지 6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사고조사위를 구성해 진상을 규명한다니 무슨 말인가. 그야말로 기가 막히는 ‘뒷북 행정’이다. 지역에서는 그동안 부전~마산선의 조속한 개통을 촉구해 왔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수도권에서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토록 오랫동안 원인 조사를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전~마산선은 부산 부전역에서 김해 장유역을 거쳐 창원 마산역까지 51.1km 구간을 잇는 핵심 광역철도망이다. 2020년 6월 개통만 되면 ‘부울경 1시간 생활권’이 현실화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그해 3월 낙동강 하저터널 지반침하 사고로 상황이 급변했다. 사고 복구에만 수 년이 걸렸고 현재 공정률은 사실상 완공 단계인 99%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와 시행사가 피난 연결 통로 설치 등 세부 사안을 놓고 팽팽한 입장 차를 줄이지 못한데다, 터널 붕괴 복구공사 비용을 놓고 거액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공기를 올 연말까지 1년 더 연장했다. 복구공사와 개통이 늦어지면서 지역민들의 분노는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사고조사위는 6월 4일까지 4개월간 운영되는데, 필요시 연장될 수 있다고 한다. 국토부가 사조위 운영으로 개통 일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집중 관리한다는 입장이지만, 운영 기간에 공사 진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해 상공계와 주민자치협의회 등은 최근 정부를 향해 “기업 투자 유치와 시민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이 크다”며 조속한 개통을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 타운홀 미팅’에서 개통을 촉구하는 주민 의견을 듣고 “비용 문제가 있다면 선 개통하고 정산하는 등 순서를 바꿔서라도 속도를 내 달라”고 국토부에 당부했다. 대통령의 주문이 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부전~마산선 조기 개통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 공약이다. 이 대통령은 6일 타운홀 미팅에서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에 정책·재정 지원을 우대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행정통합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핵심 인프라인 부전~마산선 개통은 시급한 과제다. 광역급행철도(GTX)가 거미줄처럼 얽혀 수도권을 하나로 묶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울경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없이 크다. 제대로 된 광역철도망 하나 없이 지역민들은 언제까지 희망 고문에 시달려야 하나. 정부는 사고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고 조속한 개통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사설] 가덕신공항 컨소시엄 구성 우려 신속한 착공으로 답해야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에서 대우건설 컨소시엄을 둘러싼 연쇄 이탈 소식은 부산 시민에게 또 한 번의 불안을 안겼다.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에 참여할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최근 일부 대형·중견 건설사가 잇따라 컨소시엄에 불참하기로 해 난관에 빠졌다. 이들 건설사의 이탈은 사업 전반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이는 곧 “공사가 과연 가능하겠는가”라는 의문으로 번졌다. 이번에도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회의가 고개를 들었다. 이런 시점에 대우건설은 컨소시엄 참여사 20곳을 확정하고 “공사 수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지역 숙원 사업이자 국책사업이 표류하지 않도록 책임 시공 의지를 밝힌 점은 일단 높게 평가할 만하다. 대우건설은 4일 입장문을 통해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책사업을 책임감 있게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우건설의 설명만 놓고 보면 근거 없는 호언은 아니다. 해상공항이라는 특수성은 항만 공사 경험과 직결되고, 대우건설은 해당 분야에서 국내 최상위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라크 알포 신항만 공사, 거가대로 침매터널 시공 경험은 초연약 지반과 대수심이라는 가덕도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분율을 55%까지 끌어올리며 책임 시공 의지를 분명히 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우건설의 기술력과 실적은 분명 강점이다. 하지만 국책사업은 자신감이 아니라 과정으로 증명해야 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단독 입찰이 이어져 다시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 전환 가능성은 커진다.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치적 부담과 행정적 망설임이 겹치면 또 한 번 공회전이 반복될 수 있다. 지난해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갑작스러운 참여 포기로 사업은 장기간 표류한 바 있다. 올 1차 공개입찰도 대우건설 컨소시엄 단독 응찰로 유찰됐다. 오늘이 2차 사전심사(PQ) 마감일이다. 이번 입찰마저 같은 상황이 되면 수의계약이 거론된다. 그러나 그만큼 지연 불확실성도 함께 커진다. 특별법 제정과 조기 개항 약속으로 속도를 내는 듯했던 신공항 사업이 부지 조성 단계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부산 시민은 여전히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업 참여 기업의 자신감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신속하고 차질 없는 착공이다. 정부는 입찰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되 불필요한 행정 지연으로 개항 목표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2035년 개항 목표는 선언만으로 되지 않는다. 착공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검토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특정 건설사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 약속이다. 국책사업은 기업의 능력 과시가 아니라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시험하는 무대다. 컨소시엄에 대한 우려는 결과로만 잠재울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빠른 착공과 흔들림 없는 추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행정의 단단한 실행력이다.
앞당겨진 종말시계
호모 사피엔스, 즉 현생 인류는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영원히 지구 생태계 최상위 생명체의 지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는 낙관적 관측은 드물다. 핵전쟁, 기후 위기 등 다양한 원인들이 인류 멸망 우려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핵전쟁 가능성은 지구 종말과 인류 멸망을 초래할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된다. 실제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는 2025년 기준 미국과 중국 등 9개 핵보유국이 1만 2241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했다. 핵무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가속화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째인 데다 미중 주도권 경쟁마저 한층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 원자력과학자회보(BAS)는 최근 지구종말시계를 자정 85초 전으로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자정 89초 전보다 4초 앞당겨진 것으로 1947년 시계가 처음 도입된 이후 가장 자정에 근접한 것이다. 지구종말시계의 자정은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파국을 의미한다. 초침이 자정에 가까워질수록 인류가 자초한 재앙 위험이 커진다는 뜻이다. 지구종말시계는 1947년 처음 도입 당시엔 자정까지 7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소련이 첫 핵실험을 한 이후인 1949년엔 자정 3분 전으로 앞당겨졌다. 인류가 멸망에서 가장 멀었던 시점은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 감축에 합의한 1991년으로 당시 종말시계는 자정 17분 전을 가리켰다.BAS는 핵무기 사용 위험의 증가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 실패, 규제되지 않은 인공지능(AI)의 급속한 확산을 올해 조정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갈수록 공격적인 군사 행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핵무기 운반 체계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군비 경쟁을 본격화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기후 위기 극복 의지 부족과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주요국 재생에너지 정책 후퇴도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특히 권위주의 확산과 다자주의 붕괴 등으로 국제 협력이 약화된 것도 원인으로 거론됐다. 이런 상황에서 허위 정보를 확산시키는 AI가 각국의 군사·안보 분야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것에도 BAS는 우려를 표명했다. AI 통제력이 약해질 경우 자칫 불가역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장 큰 문제는 BAS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강대국들이 제국주의 시대를 재현하려는 듯 국가 이기주의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종말시계를 늦추기 위한 인류의 공동 노력이 너무나 절실하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데스크 칼럼] 북(극)항(로) 시대를 위한 대비
딱 20년 전인 2006년 12월 27일 부산항만공사(BPA) 대회의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참석해 ‘부산항 북항 재개발 종합계획 보고회’가 열렸다. 노 대통령은 철조망에 막혀 접근할 수 없던 바다를 시민에게 돌려주고, 친수공간 위주로 재개발할 것을 지시했다. 3단계로 나눈 이 사업 중 1단계 사업은 기반시설 일부가 2023년 3월 준공됐다. 방파제와 공원 등 남은 기반시설은 내년까지 준공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1단계 사업 속도도 빠르진 않지만, 2030년 마무리짓겠다던 2단계 재개발 사업은 아직 사업계획조차 고시하지 못한 상태로 시간만 흐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2030월드엑스포’ 개최 무산이다. 북항 2단계 재개발 지역을 엑스포 무대로 활용하려고, 2024년 착공, 2030년 기반시설 준공이라는 빠듯한 계획을 짰었다. 하지만 2023년 11월 개최지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119 대 29라는 충격적 패배를 겪으며 모든 계획이 꼬여 버렸다. BPA가 2023년 12월 착수한 사업계획 수립 용역은 사업성 재검토를 명분으로 중단됐다 지난해 2월에야 재개됐다. 북항 2단계 재개발 사업은 기존 시설을 이전하고, 보상비를 지급하는 데 드는 비용 때문에 조성 원가가 높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여기에 시간이 갈수록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과 금리 인상, 부동산·건설 시장 냉각 등도 이 사업 전망을 어둡게 하는 배경이다. 원도심 통합 재개발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2단계 사업은 오히려 이런 특성 때문에 이해 관계자가 다양하고, 협의와 의견 조율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 BPA 홀로 시행했던 1단계 사업과 달리 2단계에는 부산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코레일 등이 BPA와 공동 사업자로 참여 중이다. 경부선 부산진~부산역 구간 입체화(덱 건설), 55보급창 이전 등 여러 기관이 관련된 이슈가 많다. 어찌 됐든 사업자 컨소시엄은 올 하반기까지는 사업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북항 재개발 사업이 이렇게 느리게 진행되는 와중에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연말 부산에 왔다. 대통령과 장관은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해 정책·산업·연구가 어우러지는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상지가 어디일지 궁금해 하는 많은 사람들은 클러스터를 조성하기에 적합한 땅이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해운 대기업, 해양 금융·법률·정보 서비스 기업, 연구기관을 집적시킬 만한, 접근성 좋고 넓은 땅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디고 미진한 재개발 사업 현실에, 막상 클러스터를 구축할 적정 부지가 없는 미스매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지난달 〈부산일보〉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흥미로운 주장이 나왔다. 유치에 실패한 등록엑스포 대신, 대전 과학엑스포와 여수 해양엑스포를 잇는 인정엑스포를 2032년 북항 2단계 부지에 유치하자는 제안이었다. 인정엑스포는 개최 요건이 등록엑스포보다 덜 까다롭고, 주제 특화형으로 운영해 유치 문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1993년 대전, 2012년 여수에서 엑스포를 열었다.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한 해양수도권 조성이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친환경·스마트를 기본으로 하는 해양, 물류, 항만 등의 주제로 엑스포를 부산에서 개최한다면 충분한 명분이 있다는 얘기였다. 2032년 개최하려면 준비 작업과 유치 신청을 내년까지 완료하고 2028년 개최지 선정을 기다려야 한다. 개최지로 선정되면 3년여 기간 북항 2단계 사업 부지에 다양한 기반시설이 구축된다. 사업 기간이 늘어지며 사업비도 동시에 늘어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데드라인’이 필요하고, 상대적으로 유치가 용이한 인정엑스포 같은 국제행사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번 실패한 등록엑스포에 다시 매달리며 더 불확실한 가능성에 시간을 허송하는 것보다 실리적인 대안이라는 논리다. 여수엑스포 사례로 보면 기반시설 예산도 10조 원가량 투입돼 현재 북항 2단계 사업 예산 4조 7600억 원의 2배다. 이것도 정답이 아닐 수 있고, 더 나은 제안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활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북항에 어떻게 하면 숨결을 불어넣을지 다양한 상상과 제안이 나왔으면 좋겠다. 북극항로 거점 부산이 되려면 북항이 글로벌 해양 비즈니스의 거점으로 굳건한 위상을 가져야 한다. 오는 26일 개항 150주년을 맞는 부산항 역사상 가장 큰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동트기 전 가장 어두운 시간이 지금일지 모르겠다. 부산과 부산항의 특성에 기반한 유연한 대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jiny@busan.com
[노트북 단상] 금융위원회, 장고 끝에 '악수' 둘 결심?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유통 플랫폼) 예비인가 심사 결과 발표를 둘러싸고 금융위원회의 장고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금융위는 지난해 연말까지 유통 플랫폼 사업자 두 곳을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한국거래소(KRX)가 주도하는 ‘KDX 컨소시엄’, 넥스트레이드(NXT)를 중심으로 한 ‘NXT 컨소시엄’,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이 꾸린 ‘소유 컨소시엄’ 등 세 곳이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7일 증권선물거래위원회(증선위) 심의 결과, KDX와 NXT 컨소시엄이 예비인가 대상자로 유력해졌다. 증선위 결정은 관례상 뒤집히는 경우가 드물다. 금융위도 같은 달 14일 정례회의에서 예비인가 결과를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금융위는 침묵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정례회의 때도 해당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이쯤 되자 업계에서는 금융위가 예비인가 심사를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인가 지연의 표면적 배경으로는 탈락 가능성이 제기된 루센트블록의 반발이 거론된다. 루센트블록은 심사 과정에서 불공정한 처리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업체는 넥스트레이드와 비밀유지각서(NDA)를 체결하고 재무 현황과 사업계획, 핵심 기술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 그런데 넥스트레이드가 협의를 중단한 뒤 단기간 내 유사한 사업 영역으로 인가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넥스트레이드는 전달받은 자료는 일반적인 정보에 불과했다며 맞섰다. 루센트블록의 문제 제기는 논란을 ‘기득권 대 혁신 스타트업’이라는 구도로 확산됐다. 여기에 다른 컨소시엄에 참여한 일부 스타트업들이 루센트블록의 주장을 공개 반박하면서 업계 내부 갈등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논쟁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고, 인가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시장 전반의 불신 또한 커졌다. 지리멸렬한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토큰증권발행(STO) 산업의 ‘골든타임’만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는 2030년 STO 시장 규모가 36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유통 플랫폼 예비인가라는 첫 단추조차 꿰지 못한다면, 이 같은 전망은 공허한 수치에 그칠 뿐이다. 나아가 유통 인프라 부재로 거래 자체가 쉽지 않은 STO 스타트업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렸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도 성명을 통해 "공정한 절차에 따라 빠른 시장 개설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며 장외거래소 인가에 대한 조속한 결정을 촉구한 바 있다. 이번 인가 지연은 지역 금융 발전과 균형발전에도 걸림돌이다. 장외거래소는 STO 신산업에서 지역 기업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KDX 컨소시엄에는 BNK금융그룹 등 부산 기반 금융·디지털자산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인가가 표류하면서 지역에 축적된 금융 역량은 제도 문턱에 묶인 상태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현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금융위원회에 있다. 어떤 결정을 내려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로 판단을 미루고 있다는 성토까지 나온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금융당국이 져야 할 책무를 외면한 것이다. 나쁜 결정보다 더 나쁜 것은 결정을 미루는 일이다. 금융위는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중앙로365] K문화 성공이 주는 도시 정책의 메시지
요즘 다양한 미디어와 채널에서 전 세계인이 한국문화를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접한다. 과거에는 콘텐츠 소비에 그쳤다면 이제는 K라이프스타일 자체가 하나의 글로벌 트렌드가 된 듯하다.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인처럼 살아보는 여행 코스를 체험하는 데일리케이션이 열풍이다. 치안이 안전하고 교통이 편리하며 밤낮으로 즐길 거리가 많다는 것도 널리 알려졌다. 세계인에게 한국의 각종 문화 콘텐츠와 제품이 각광을 받는 지금, 문화처럼 도시와 주거 정책도 글로벌 표준으로 거듭날 방안은 없을까. 우리나라는 문화 강국으로 세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내부로 눈을 돌리면 지역 불균형 문제와 주거 불안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 등 수도권 인구가 50%를 넘어섰다. 수도 초집중형 국가인 일본은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30%, 프랑스는 파리권 과밀 인구가 국가 인구의 20%에 이른다. 우리는 선진국 중에서도 집중도가 높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수도권 집중이 고착화 구조가 아니라 전환 가능한 중간 단계에 머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상태이기 때문에 한층 다양한 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하다. 균형발전 정책과 함께 늘 이슈가 되는 것은 주택 공급 정책에 대한 논의다. 정부는 3기에 이르는 신도시 개발과 노후 주거지 정비사업을 통해 꾸준히 서울과 수도권 주택을 늘려왔음에도 수도권은 공급 부족인 상태이고 지방은 오히려 공급 과잉인 상태다. 그동안의 주택 공급 정책은 단기간에 양적 공급을 늘리려는 데 초점이 있었고 결국 주택 공급의 딜레마는 어디에 얼마나 공급할지 문제에 집중되며, 이는 곧 국가 균형발전 논의와 연결된다. 사실 주택 공급 정책과 균형발전 두 정책은 목표부터 엇갈릴 때가 많았다. 집값 안정을 위해 수도권의 공급을 늘리면 인구와 자원이 더 서울로 집중되고, 지방 발전을 위해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면 서울 집값 급등 등 부작용을 감내해야 한다. 수도권 주택난 대응과 지방 살리기 사이에 우선순위가 엇갈릴 때마다 충돌이 표면화되었다. 충돌 원인은 주택 공급을 위한 정책의 단기성, 중앙집권적 정책 결정 구조, 수도권 집중 근본 요인의 잔존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점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국가 차원의 공간 정책과 시장의 힘이 충돌하며 정책 목표 달성이 어려웠다. 그런데 K컬처의 전 세계적 성공은 도시주거 정책 설계에 통합적 힌트를 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 주류시장에서 성공하기란 요원해 보였다. 여러 장벽이 존재했는데, 글로벌 시장 진입장벽이 높았고 자본과 인프라의 부족 등이 문제였다. 2000년대 이후 이런 장벽들은 창의적 전략으로 무의미해졌다.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였고, 열성적인 팬덤과 커뮤니티도 자발적 마케팅 주체로 활약하여 자본 부족을 보완했다. 글로벌 협업과 현지화로 제작 규모와 품질을 향상시켰다. 지역 기반 축제와 인프라 확충으로 젊은 해외 팬들을 지역으로 유인했다. 정부의 지원 정책과 민간 투자의 혁신적 시스템으로 민관의 협력적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 외에도 K컬처 성공의 이면에는 전략적 조율이 있었다. 국내 시장을 등한시하지 않되 해외를 향한 혁신을 계속하며 로컬과 글로벌 요소의 전략적 결합을 이루었고, 국내외의 다원화된 허브를 형성하고 국내 각지에 특화된 행사와 시설을 마련했다. 생활문화와 산업의 결합으로 문화 향유를 관광 유통 제조산업과 연계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 K컬처 성공 전략은 상충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는 통합적 사고와 전략적 조화의 산물로서, 이는 곧 도시와 주거 정책에도 통섭의 지혜를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 K컬처가 서울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여러 국내외 거점을 활성화했듯 주택·도시 정책도 다중 중심지 전략을 취할 수 있다. 둘째, 주택 공급에 지역의 생활문화와 산업을 결합하여 도시 정체성을 바꾸고 지속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셋째, 다양한 주체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중앙정부, 지자체, 주민, 민간 기업의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비전을 실행할 수 있는 중심기관을 마련한다. 마지막으로 K컬처가 콘텐츠의 꾸준한 품질관리로 결국 성공한 것처럼, 주거의 질과 안전을 중시하고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낄만한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는 것이다. K컬처가 보여준 유연하고 창의적인 생태계 구축의 사례는, 주택 공급 확대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 통합에 값진 통찰을 준다. 주택 정책이 곧 지역 균형 정책이고 지역 발전이 곧 주거복지와 연결된다는 관점으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한국 문화의 세계적인 성공에서 해답을 찾는다면 우리의 주거 및 도시 정책 역시 글로벌 표준이 될 날이 멀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편집국에서] 뚫린 지하, 열린 과제
부산의 동서를 잇는 대동맥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가 10일 개통된다. 부산의 대표적인 상습 교통 정체 구간을 지하터널로 연결하겠다는 부산시의 첫 발표가 나온 2011년 이후 15년 만이다. 2019년 하반기 첫 삽을 뜬 뒤로는 6년여 만의 결실이다. 지하 40m 아래에 뚫린 총연장 9.62km의 이 지하 자동차 전용도로는 만덕에서 센텀까지 기존 30~40분 이상 소요되던 이동 시간을 단 10분 남짓으로 단축한다. 이 사업은 논의가 시작된 이후 막대한 사업비와 경제성 논란으로 좌초 위기를 겪었다. 교통량 예측의 불확실성, 민자사업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쟁, 환경·안전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만덕고개 일대의 극심한 교통 혼잡이 도시 경쟁력을 잠식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사업 추진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결국 2010년대 후반 민간투자 방식으로 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고, 온천동 구간 터널 붕괴 사고 등 난관을 거치며 장기간 공사 끝에 개통을 앞두게 됐다. 만덕고개를 넘는 출퇴근길에 수십 분씩 허비해온 시민들에게 대심도 도로는 획기적인 대안이다. 지상 도로의 교통량을 분산시키고, 동서 간 이동 시간을 대폭 단축한다는 점에서 부산 교통망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대심도 개통은 부산 내부순환도로망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신평동 66호 광장을 출발해 덕천나들목·만덕·센텀·부산항대교·남항대교·천마산터널·장평지하차도·신평동으로 이어지는 내부순환도로망 가운데, 2023년 장평지하차도 완공 이후 유일하게 남아 있던 단절 구간이 바로 이 구간이었다. 남해고속도로와 해운대를 직결함으로써 만덕대로와 충렬대로의 만성적인 정체를 완화하고, 물류 이동 효율을 높여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할 수 있다. ‘출퇴근이 고역’이라는 시민들의 체감이 완화된다면, 정주 여건 개선과 도시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더 나아가 지상 도로 확충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대심도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부산 교통 정책의 방향 전환을 상징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도로의 진정한 의미는 개통 이후의 성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부산 교통의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남긴 논쟁적 시설로 기록될지는 개통 초기 부산시의 대응 능력에 달려 있다. 진·출입부 교통 혼잡, 안전 관리, 통행료 수준에 대한 시민 수용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적지 않기 때문이다. ‘30분 단축’이라는 장밋빛 전망 뒤에는 터널 끝에서 마주할 교통 혼잡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도 공존한다. 진출입로 부근에서 발생할 병목 현상이다. 만덕IC 진출입로 일대는 이미 만덕터널과 남해고속도로에서 유입되는 차량으로 포화 상태다. 개통 초기 대심도 도로를 빠져나온 차량이 지상 도로의 기존 흐름과 뒤엉킬 경우, 극심한 정체는 물론 사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센텀IC 역시 수영강변대로와의 합류 지점에서 상당한 혼잡이 예고된다. 낯선 도로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통 초기에는 보다 세밀하고 탄력적인 교통 관리가 요구된다. 사상~기장 구간을 잇는 지하화 고속도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향후 대심도 도로 건설 과정에서는 진출입로 설계와 주변 도로 연계에 대한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교훈도 남긴다. 또 다른 과제는 안전이다. 사고 발생 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지하 40m의 특수한 환경은 화재나 사고 발생 시 심리적 공포를 배가시킨다. 부산시는 방재 1등급의 재난 방지 설비와 통합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했고, 대형 지하도로 특성을 고려한 고도화된 재난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하 긴 터널에서의 화재나 연쇄 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큰 만큼, 반복적인 점검과 실효성 있는 대응 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행료는 도로 운영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다. 승용차 기준 출퇴근 시간대 2500원으로 책정된 통행료는 부산 지역 유료도로 가운데 가장 비싼 수준이다. 물론 거리 또한 가장 길기는 하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실제 공사비가 1조 원에 육박하면서 건설사의 적자 폭이 커져 향후 통행료 추가 인상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미 많은 유료도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만큼, 시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도로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부산시의 세심한 정책적 판단이 요구된다. 개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시민이 실제로 체감되는 편의와 안전, 합리적인 비용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이 대심도 도로는 ‘부산의 미래 인프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강희경 사회부장 himang@busan.com
[김진성의 타임 아웃] 준우승자의 인터뷰
스포츠 경기에서 우승자와 준우승자의 기분은 어떨까요? 심리학적으로 준우승자는 3위를 차지한 선수보다 더 좌절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만큼 준우승자의 심정이 생각보다 참담하다는 것이겠죠. 테니스 대회에는 독특한 관례가 있습니다. 메이저 대회 결승전이 끝나면 치열하게 싸웠던 두 선수가 나란히 서서 승리와 패배 소감을 팬들 앞에서 밝히는 것입니다. 다른 종목에서도 패한 팀의 감독이 인터뷰를 하기는 하지만 주로 미디어를 대상으로 합니다. 경기가 끝난 직후 팬들 앞에서 패배의 심정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종목은 거의 없습니다. 얼마 전 끝났던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에서도 그랬는데요. 남자 단식 우승자인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준우승을 한 노바크 조코비치가 나란히 서서 팬들 앞에서 심정을 밝혔습니다. 당시 조코비치는 우승한 알카라스에게 “당신은 아직 젊어서 앞으로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나처럼”이라고 농담해 관중을 웃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처럼 준우승을 할 기회가 많다는 의미였지요. 조코비치처럼 ‘유머파’만 있는 게 아닙니다. 패배의 아픔을 숨기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아리나 사발렌카는 지난해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코코 고프에게 패한 뒤 “내가 너무 실수를 많이 해서 고프가 이겼다”고 말해 팬들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러시아 출신의 미라 안드레예바는 2023년 호주오픈 주니어 여자 단식 결승에서 패한 뒤 시상식 내내 분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계속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5년 전 호주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 올랐던 미국의 제니퍼 브레이디는 “결승전 전날 밤에 경기보다는 경기 후 인터뷰 준비에 더 정신이 팔렸다”고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선수들 사이에는 결승 경기보다 준우승 인터뷰가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어떻게 보면 참 잔인합니다. 평생을 바쳐 노력하고 훈련해왔는데 패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무대에 올라 대회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상대 선수에게 축하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고통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물론 프로 선수들은 팬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메이저 대회 결승전까지 진출한 스타급 선수들을 팬들은 조금 더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와 매너가 아닌 선수들의 고통을 즐기는 팬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올해 호주오픈 여자 단식에서 준우승한 사발렌카는 이번 대회 결승에 앞서 “준우승자를 시상식 내내 참석하도록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결승에서 패한 선수에게는 최악의 순간이고,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을 만큼 그 상황에서 벗어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 준우승자 인터뷰 폐지론에 힘을 실었습니다.
[오션 뷰]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위한 선결 과제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지난 1년간 정부와 국회, 전문가, 관련 업계는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에 한때 대체항로로 여겨지던 북극항로는 이제 독자적인 국제항로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항로는 수에즈운하 경유 노선보다 5000km, 희망봉 우회 노선보다 1만 km 짧아 물류비용과 운항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으며 야말반도와 알래스카산 LNG, 무르만스크 일대 철광석 등 자원의 수입 경로로도 활용될 수 있다. 물론 항행 가능 기간과 선박 규모, 기착항 부족 등으로 컨테이너 화물 운송의 상시화에는 제약이 있지만 중국이 지난해 11월 컨테이너 정기선 프리미엄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만큼, 우리도 이를 계기로 북극항로 진출의 기회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정부가 오는 9월 3000TEU급 컨테이너선 시범 운항 계획을 마련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새로운 항로 개척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북극항로는 항해를 책임질 선장과 선주에게 여전히 낯선 바다여서 우려도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2013년 정부 주도로 유럽에서 한국까지의 시범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후 여러 선사가 다섯 차례가량 추가 운항을 통해 경험을 축적했다. 일본은 상세한 항해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풍부한 운항 경험을 갖추고 있다. 이제 이러한 선행 사례를 적극 활용해 보다 체계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1급 단장급 조직을 신설하고 민관협의회를 구성했다. 연구기관과 전문가들도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모든 역량을 결집해 시범 운항과 상용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첫째, 적합한 선박과 선원, 전문 장비의 확보가 필요하다. 이는 안전 운항의 출발점이다. 북극해는 유빙이 남아 있어 일반 선박으로는 안정적인 항해가 어렵고, 얼음을 견디거나 쇄빙 기능을 갖춘 내빙선이 요구된다. 여름철 일부 재래선박 운항 사례가 있으나 이 기간에도 해빙이 남아 있어 법적으로는 내빙선 기준이 적용된다. 이에 정부는 관련 법제와 기준을 검토하고 보험업계와 협의해 운항 가능 여부를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 극지 항해 자격을 갖춘 선원 확보와 전문 교육도 필수적이다. 얼음 탐지·회피와 쇄빙을 지원할 수 있는 특수 항해 장비도 갖춰야 한다. 둘째, 이러한 운항 기반 위에서 시범 운항의 방식과 노선을 현실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2013년 사례처럼 유럽에서 극동으로 향하는 동향 항해나, 반대로 극동에서 유럽으로 가는 서향 항해 모두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컨테이너선을 활용한 시범 운항을 계획하는 만큼, 유럽에서 하역을 마친 선박을 이용해 항로검증을 추진할 수 있다. 또한 북극항로특별법에서 복수 거점항 지정이 논의되고 있어 부산항을 모항으로 여수·포항을 경유하는 노선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실제 운항을 가로막는 최대 변수는 보험과 경제 제재라는 위험 관리 문제다. 러시아 관련 선박이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유럽 보험시장에서 가입이 거절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른바 ‘어둠의 선단’ 역시 안전성 문제로 보험 인수가 쉽지 않다. 항해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북극 해역의 특성까지 더해져 실증선박에 대한 보험자들의 심사는 더욱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북위 70도 이상은 추가 보험료가 부과되는 특수해역이어서 시범 운항의 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를 완화하려면 정부가 정책보험 개념을 도입해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특별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러시아 연안에서 발생하는 도선·에스코트 비용이 제재 대상 기관으로 지급될 경우 미국의 2차 제재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외교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넷째, 시범 운항의 토대는 항해 정보 인프라, 특히 해도의 확보다. 해도에는 위험 해역과 항행 정보가 담겨 있어 안전 항해의 필수 자료지만, 러시아 연안 해도는 국내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워, 전자해도를 포함한 사전 확보가 요구된다. 항해 중 빙해 상황을 상시 파악해야 하나 기존 수동 레이더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빙해 정보 수신 체계 구축도 시급하다. 이러한 실증 과정은 본질적으로 첫 시도의 위험을 수반하고 공익적 연구개발 성격이 강하므로 재정 지원과 세제 감면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북극항해에 적합한 선박 확보 역시 비용 부담이 크고 범용성이 낮아 민간이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이에 해양진흥공사가 공공선주사 개념을 도입해 정부가 선박을 보유하고 민간이 임차하는 방식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범 운항 이전에 국회에 발의된 여섯 건의 북극항로특별법이 통합법 형태로 정비돼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국회서 제동 걸린 행정통합 속도전
일 자민당 316석 역사적 압승
11분 만에 주파… 만덕~센텀 도시화고속도로 10일 개통
입찰 경쟁 피하는 건설사들… 움츠린 부산 재개발·재건축
김해공항 월 이용객 160만 명 돌파… 국제선 날개로 고공비행
"러시아, 북극 군사 역량에 대대적 투자… 전략적 요충지 전환" [북극항로, 바다 중심 되다]
선거 전초전 방불케 한 대심도 개통식
부산시, 올해 ‘역대 최다’ 노인 일자리 7만 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