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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의 그림자

직선제의 그림자

2007년 2월 14일 부산시교육감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2006년 12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으로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뒤 전국 첫 사례였다. 그 전까지 교육감은 시도 의회가 선출한 교육위원이나 학교운영위원회가 뽑았다. 교육계 안에서만 결정되다 보니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금품 살포와 담합도 끊이지 않았다. 직선제는 이 벽을 허물기 위해 출발했다.올해 6·3 지방선거로 교육감 선거는 다섯 번째 무대를 맞는다. 교육감은 정당 공천이 금지돼 있다. 그런데 선거마다 최대 화두는 ‘단일화’다. 정당이 없는 선거인데 누가, 어떤 기준으로 단일화를 하는지 의문이 따른다. 후보들은 ‘진보’와 ‘보수’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대신 파란색과 빨간색 점퍼를 걸친다. 유권자에게 자신의 성향과 교육 철학을 짧고 선명하게 각인해야 하는 현실 탓이다.후보들은 정당의 공천 심사나 조직 지원 없이 많게는 10억 원이 넘는 선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2022년 전국 교육감 후보 평균 지출액은 10억 8000만 원으로 광역단체장 평균인 8억 9300만 원보다 많았다. 인지도에 승패가 달린 만큼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춘 후보가 크게 유리한 구도다. 정당 공천이 사라진 자리에는 사적 기구가 단일화를 주도하며 본선 후보를 가린다. 이 과정에서 단일화 결과를 둘러싼 불복과 잡음이 반복되고, 정작 정책과 교육 비전 경쟁은 뒷전으로 밀려난다.유권자의 무관심도 뿌리 깊다. 원래는 투표용지의 후보 순서를 추첨으로 정했는데, 당선자의 93%가 앞쪽 1~3번에 몰렸다. ‘로또 선거’라는 비판이 나오자 2014년부터는 지역마다 후보 순서를 섞는 ‘교호순번제’가 도입됐다. 불공정은 일부 줄였지만 무관심까지 해결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4월 부산시교육감 보궐선거 투표율은 22.8%에 그쳤다. 재작년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직선제는 ‘시민의 손에 교육을 맡기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그러나 그 도착지가 ‘그림자 선거’여서는 곤란하다. 러닝메이트제와 정당 공천제, 결선투표제 같은 대안이 거론될 때마다 ‘정치적 중립이 훼손된다’는 반론이 뒤따른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다만 현 제도의 한계 역시 외면하기 어렵다. 공동체의 미래는 교육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교육감 선출은 시민이 교육 방향에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다. 지금의 제도가 그 취지를 충분히 살리고 있는지, 이제는 차분히 들여다볼 때다.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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