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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된 고독 사회

초연결된 고독 사회

퇴근 후 카톡 차단권, 속칭 ‘연결되지 않을 권리’ 실현은 이재명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22대에서 재발의됐다. 근로 시간 이외에 SNS·이메일 업무 지시 금지가 골자다. 평일 업무 종료 후는 물론 주말·공휴일까지 ‘카톡 감옥’을 경험했다는 직장인이 3분의 2에 이르는 현실이 법안의 배경이다. ‘친구’로 포장된 상호 연결성은 겉으로 평등해 보이지만 권력관계가 개입하면 거절할 수 없는 명령이 된다. 업무 메시지를 무시할 수 없거나, 전화를 끌 수 없는 쪽이 약자다. 하지만 법안 통과에 난관이 만만치 않다. 업무 유연성 저하를 우려하는 기업의 반대로 또 하세월이 될 조짐이다.초연결사회에서는 관계망의 굴레가 더 강력해진다. 이동통신, 전자상거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는 신속함과 편리함을 핑계로 사람과 사물, 공간을 하나로 묶어 버린다. 문제는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얻는 소소한 편익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보안 사고 위험을 가린다는 점이다. 최근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대형 플랫폼의 보안 사고는 초연결성의 폐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해킹을 당한 SK텔레콤에서 230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되더니, 국내 1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은 회원 3370만 명의 정보가 빠져나가도 몰랐다. 어이없는 실수나 방심으로 순식간에 수천만 명의 평온한 일상이 사이버 범죄의 먹잇감으로 노출되고 만다. 원형 감시탑의 통제 구조인 판옵티콘(panopticon) 감옥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개인정보를 내주는 순간, 투명한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는 셈이다.인류 역사상 가장 촘촘히 연결된 시대를 살지만, 정작 현실 세계는 고립과 단절이 심화되는 모순으로 혼란스럽다. 2024년 부산에서 발생한 고독사는 367명으로 전년 287명보다 27.9%나 늘었다. 전국 증가율 7.2%에 비하면 부산은 4배 가량 폭증했다. ‘나 홀로’ 방치된 죽음이 빈곤층도 아닌 5060 중장년 남성에 몰린 점은 허투루 넘기기 어렵다. 주로 경비원과 집주인에 의해 발견되는 패턴은 가족과 사회의 접점 상실을 드러낸다. 부산의 1인 가구 비중(37.2%)을 고려하면 고립된 죽음의 확산은 시간 문제다.접속 과잉의 시대에 우리는 ‘절연 사회’를 목도한다. 이 시대의 불편한 진실은 외면하고 싶다고 외면될 수 없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와 연결해야 할 책임. 모순된 과제를 꿰뚫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난제다.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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