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HMM 부산 이전 확정, 해양 산업생태계 조성 신호탄
국내 최대 국적 해운 선사인 HMM 노사가 부산 이전에 합의했다. 지난해 5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공약 이후 1년 만에 HMM 부산 이전이 확정된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미래 해양강국 도약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부산을 글로벌 해양수도로 발돋움시키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해양수산부 부산 개청을 시작으로 해양 관련 기업과 기관을 대거 이전시켜 남부권을 해양수도권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관련 산업 집적화와 생태계 확장 등 장기 비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HMM 이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HMM 이전이 확정된 것은 부산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너무도 고무적인 일이다. HMM 노사는 30일 본사 부산 이전에 합의하는 서명식을 열었다. 노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사 부산 이전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해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최근 파업까지 예고했지만 실제 파업이 진행될 경우 중동전쟁에 따른 국내외 물류 마비 등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을 고려해 대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HMM은 오는 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본사 소재지와 관련한 정관을 변경하고, 이전 등기 등 법적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할 계획이다. 더욱이 HMM은 북항 재개발 지역에 랜드마크급 사옥을 건립해 본사를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부산 시대 개막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HMM 이전이 확정되자 상공계와 시민단체 등은 즉각 환영 메시지를 전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해양수도를 완성하고, 국가 발전과 균형 성장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며 “정책기관과 정책금융기관, 국내 최대 국적선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해운·물류 클러스터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부산은 명실상부한 동북아 해양수도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HMM의 성공적인 부산 안착을 위한 신속하면서도 종합적인 지원 대책도 주문했다. 해양수산부와 부산시 등은 HMM 이전이 다른 해운 대기업과 기관들의 연쇄 이전으로 이어지도록 협의체를 구성, 다양한 맞춤형 지원책 마련에 나서주길 당부한다. HMM 부산 이전 확정에도 불구하고 ‘반쪽 이전’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HMM 육상노조 측은 이번 합의에 앞서 “서울 인력 상당수가 잔류하는 정도라면 이전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견해도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본사 주소만 부산으로 옮기는 눈속임식 이전은 부산과 국가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HMM은 최대한 신속하게 시기와 규모 등을 명시한 정확한 이전 로드맵을 제시하길 바란다. 또 이전 선도 기관으로서 부산 해양 산업생태계의 큰 축에 걸맞은 적극적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HMM이 지역화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사설] 민주당 특검에 공소취소권 추진, 위헌성 논란 불가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국회 '정치검찰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30일 결과보고서 채택을 끝으로 사실상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날 곧바로 특검법을 전격적으로 발의한 가운데 특검에 공소 취소 권한까지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핵심 쟁점은 특검의 권한 범위다. 특검법에는 검찰이 이미 기소한 사건에 대한 특검의 공소 취소 권한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특검이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특검 수사 대상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개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이다. 정치권 논란은 물론이고 위헌 논란마저 불가피한 대목이다. 공소 취소는 검사가 제기한 공소를 스스로 철회하는 절차로 형사소송법상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가능하다. 통상적으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방식으로 제한적으로 행사된다. 하지만 이 권한을 특검이 행사하도록 법으로 규정할 경우 기존 검찰의 기소 판단을 별도의 수사 주체가 뒤집는 구조가 된다. 특히 특검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대통령이 피고인인 사건의 공소 유지 여부를 판단하는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이해 충돌 문제는 피하기 어렵다. 이런 논란 자체가 통상적 사법 절차만으로는 대통령에 대한 공소 취소나 무죄 선고가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를 두고 "사법 파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 이재명'이 특검을 임명해 '피고인 이재명' 사건의 공소 취소를 맡기겠다는 것"이라며 "범죄자 대통령을 뽑은 결과 대한민국 사법체계가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측은 "윤석열 정부 시절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이뤄진 조작 기소 의혹의 구조는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며 "독립된 특검이 진상을 규명하고, 조작이 확인될 경우 공소 취소 여부 역시 특검이 독립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특검이 이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해 공소 취소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위헌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특검이 직접 기소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공소 취소를 결정할 경우 이는 사법부의 판단 영역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관련 사건에서 이미 유죄 판결이 확정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공소 취소가 판결의 실질적 효력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대통령 본인 사건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셀프 면죄' 논란 역시 피하기 어렵다. 특검이 진실 규명의 도구가 될지 또 다른 정치적 갈등의 기폭제가 될지는 이제 국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민주당은 공소 취소 권한을 강행할 경우 대통령의 이해 충돌 등 위법 소지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설] 시장 후보들, 앵커 기업 유치 등 상공계 목소리 경청하길
부산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도시다. 하지만 수도권 일극체제로 인한 지방 홀대 정책에 묶여 여태껏 제대로 도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부산의 현주소다. 특히 부산 경제는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 6월 지방선거 최대 화두가 ‘부산의 재도약’인 것은 이런 이유다. 부산이 글로벌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제 활성화 비전 마련과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경제 부흥을 위한 가덕신공항 등 각종 기존 대형 인프라 구축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이대로 간다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지역 상공계가 여야 부산시장 후보들과 연이어 간담회를 갖고 정책 과제를 제안한 것은 이런 절박함을 반영한다. 부산상공회의소는 29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시장 후보와 간담회를 갖고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과 2단계 확장, 취수원 다변화 조속 추진,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북극항로 특별법 조속 제정, HMM 본사 부산 이전 등 앵커 기업과 기관 유치, 해운거래소 부산 설립,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 조기 이전 등 24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상의는 다음 달 6일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와도 간담회를 갖고 정책 제안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도 지난 28일 박 후보와 가진 간담회에서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조선해양기자재 산업 경쟁력 강화, 기업 유치, 인재 확보, 인프라 개선 등 40여 건을 주문했다. 부산상의와 중기중앙회가 제안한 정책들은 부산 산업 경쟁력과 지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단체는 지역 경제 파급효과가 큰 앵커 기업과 기관 유치, 가덕신공항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의 조속한 추진이 시급하다며 입을 모았다. 이어 지역 경제 마중물 역할을 할 해양수산 관련 기업과 기관의 집적화 문제 등을 한층 더 적극적으로 챙겨줄 것을 후보들에게 부탁했다. 이들이 절절한 건의에 나선 것은 부산 경제를 살릴 특단의 대책이 너무도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젠 인프라 확충과 제도적 개선 등이 뒤따르지 않으면 지역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의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지방선거는 부산 미래를 좌우할 전망이다. 글로벌 해양도시로 도약하려면 상공계가 제안한 정책들을 관철할 수 있는 강력한 실천력을 가진 시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은 수도권 우선주의 때문에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만에 자영업자 8만 명 이상이 감소하는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심각한 경제 침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산업 생태계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은 물론 가덕신공항과 북극항로 거점 항만 조성 등 미래 인프라의 차질 없는 조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결국 부산의 굵직한 지역 현안들은 모두 경제 문제로 귀결된다. 후보들이 상공계 목소리를 적극 반영, 진심을 담은 공약으로 화답하길 당부한다.
[밀물썰물] 즉석복권 브이로그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복권이 발행된 때는 1947년 12월이었다. 1948년 런던 올림픽 참가 비용을 후원하자는 취지였다. 복권 1장의 액면가는 100원, 1등 당첨금은 100만 원이었다. 이후 이재민 구제, 산업 부흥, 사회복지 자금 마련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복권은 한시 발행됐다. 그러다가 1969년 정기 발행되는 주택복권 시대가 개막했다. 초기 1등 당첨금은 300만 원이었고 당시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고 한다. 현재 국내 복권은 2002년 12월 등장한 로또와 연금복권, 즉석복권인 스피또 시리즈와 온라인 전용 전자복권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국내 복권 판매액은 해마다 증가세를 보였다. 2008년 2조 3940억 원에서 2011년 3조 원을 넘어선 이후 2020년 5조 원을 돌파했다. 급기야 지난해엔 7조 6581억 8200만 원을 기록, 2024년 7조 3348억 6900만 원보다 4.4% 증가하면서 역대 정점을 찍었다. 판매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로또는 6조 2167억 5400만 원에 달했는데 도입 이후 처음으로 6조 원을 넘어섰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고소득자의 구매액도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우 소득 하위 20%의 평균 복권 구매액은 4636원으로 전년(3949원)보다 17.4% 증가했지만 소득 상위 20% 이내인 고소득자들의 평균 구매액은 4767원으로 전년(4382원)보다 8.8% 많았다.이런 가운데 최근엔 즉석복권이 20~30대 청년층에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런 열풍 덕분에 복권 명당을 찾아 즉석복권 당첨 여부를 확인하는 영상을 보여주는 ‘스피또 브이로그’와 유튜브 쇼츠 등의 콘텐츠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스피또 판매액은 9622억 원으로 2022년 5678억 원에 비해 가파르게 증가했다. 더욱이 지난해 4분기 20~30대 가구주의 월평균 복권 구매 비용이 전년 같은 기간 831원보다 10.5% 증가한 918원으로 집계된 것도 즉석복권 열풍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이런 통계들은 초장기 불황, 취업난, 만성적인 경기 둔화, 자산시장 변동성 확대 등에 따른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연령과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복권을 구매에 나서는 팍팍한 현실을 드러낸다. 특히 즉석복권은 바로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보니 청년층 놀이 문화의 일종으로 자리 잡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복권 총 판매액은 사상 최초로 8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경기 불안 심리가 회복돼 복권 판매액이 감소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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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한동훈·하정우는 왜 북구를 선택했을까
외지인들이 부산을 생각할 때 북구를 떠올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해운대 광안리만큼 화려하지도, 중구나 영도처럼 먹거리, 볼거리가 많지도 않다. YS(김영삼) 시절 부산 정치 1번지 대접을 받던 서구처럼 상징성이 있는 곳도 아니다. 400년 전통의 구포시장을 빼고 나면 북구를 소재로 뭔가 얘깃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 북구가 6·3 지방선거의 최고 ‘핫플레이스’가 떠올랐다. 수도권 언론들이 연일 구포시장을 찾고, 북구 민심을 가늠하는 기사가 쏟아진다. 북갑 보궐선거는 각 후보들의 미래를 넘어 선거 이후 여야 정치 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승부처가 됐다. 북구 주민들조차 의아해 할 이 신드롬은 우연에 우연을 더한 결과일까? 시계를 되돌려보면 여권이 10여 년 전부터 ‘낙동강 벨트’를 전략지역화하면서 서부산 전역이 여야 접전지로 바뀌었지만, 그 중에서도 북구는 정치적 균형점을 향해 달려가는 부산 정치의 역동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줬다. 19대 총선부터 국민의힘 소속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인 전재수 전 의원이 네 번 맞붙어 첫 두 번은 박 전 장관이, 이후 두 번은 전 전 의원이 승리했다. 서부산 지역 지지층 분포가 ‘보수 6, 진보 4’ 정도라면, 때때로 달라지는 구도나 인물 경쟁력에 따라 정반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그야말로 부산 내 ‘스윙 스테이트’인 셈이다. 나는 북구의 이런 토양이 이번 역대급 대결의 촉매제가 됐다고 본다. 한 전 대표의 북갑행을 강력히 권유한 것으로 알려진 조갑제 씨는 1979년 부마항쟁과 1985년 ‘신민당 바람’을 일으킨 부산에 대해 “부산 시민들은 대의명분으로 연고주의를 극복, 역사를 바꾸는 화끈한 행동력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권력의 무도함이 임계점에 이를 때, 학연·지연 등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선 부산 사람들의 기질에 기대를 건 셈이다. 하 전 수석도 그냥 ‘배지’만 생각했다면 2년 뒤 총선에서 비례대표 상위권은 너끈히 받아냈을 것이다. 그의 도전은 험지이긴 하지만 구덕고 출신으로 강력한 지역 연고를 주장할 수 있는 고향에서 ‘전국구’인 한 전 대표와 붙어 승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급격한 정치적 체급 상승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든 하 전 수석이든 ‘리스크 대비 리턴’에서 북구는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였던 셈이다. 북구의 이런 정치 지형은 소위 말하는 강경파 대신 중도 소구력이 좋은 후보에게 유리하다. 전 전 의원부터 그랬다. 그가 10년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정파적 어젠더에 깊이 개입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박 전 장관만 해도 검찰 선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가까워지기 전만 해도 당파성이 옅은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전 대표는 강성 지지층이나 당 주류에게는 배신자 취급을 받지만, 적어도 비상계엄과 ‘윤 어게인’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일반 국민의 상식에는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다. 하 전 수석 역시 보수 쪽과도 폭넓게 교류한 걸 보면 진영 색채가 강한 정치를 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전 전 의원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맞붙은 박형준 시장도 자타가 공인하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다. 그런 점에서 이번 부산 선거에 지역을 넘어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해보고 싶다. 얼마 전 미국의 벤 세스 전 공화당 상원의원이 ‘숏폼 정치’에 매몰된 미국 의회를 향해 “거의 모든 정치인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내가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확실히 옳고, 저들은 확실히 틀렸다는 파벌주의는 우리를 꽤 어리석게 만든다”고도 했다. 췌장암 말기로 곧 다가올 죽음 앞에 선 정치인의 마지막 고언이라는 점에서 큰 울림을 준다. 우리 정치에도 딱 들어맞는 비판이다. ‘우리는 무조건 옳다’는 극단적 진영 논리 속에 시시비비를 가리는 감각마저 무뎌졌다. 민주당이 기어이 추진하는 ‘조작기소 특검법’은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오랜 법언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진보 법조인들조차 이번 사태가 우리 법치주의에 미칠 심대한 폐해를 걱정한다. 계엄에 사과하고 ‘윤’과 단절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길을 거부한 채 퇴행을 일삼던 국민의힘은 최후 기반인 영남마저 붕괴될 지경임에도 정적 제거에 더 목을 매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선거만 이기면 이런 행태가 다 용인될 것 같은 지금의 분위기가 못내 절망적이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말하지 않는 정치 속에서 우리는 이미 많이 망가졌고, 어리석어졌다. 전국의 시선이 쏠린 ‘부산 대전’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그 이전과는 다른 정치적 리더로의 위상을 갖게 될 것이다. 부산에서 상식적인 정치의 회복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쉽지 않겠지만, 가냘픈 희망을 품어본다.
[안준영의 정가 뒷담화] 부산의 ‘샤이보수’
6·3 지방선거를 한 달가량 남겨둔 부산 정가에서는 ‘샤이보수’가 단연 화두다. 샤이보수란 평소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보수적 선택을 하는 유권층을 뜻한다. 여론조사에서는 이들이 과소 표집되는 경우가 많으며, 부산처럼 보수 색채가 상대적으로 짙은 지역에서는 이들의 비중이 선거 결과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부산 선거판에서 ‘샤이보수가 얼마나 존재하냐’는 논쟁거리다. 보수 진영은 유권자의 10% 또는 그 이상이 샤이보수로서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역시 “여론조사에서 10%P(포인트) 정도의 격차가 나면 선거날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수차례 자신했다. 반면 진보 진영은 보수 인사들의 분석에 낙관적 기대가 지나치게 투영돼 있다고 본다. 부산 지역의 샤이보수의 비중은 5~7%를 넘지 못할 것이며, 이들마저도 최근 급변하는 정치 지형에 따라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양 진영의 분석치를 아슬하게 넘나든다. KBS부산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5~27일 부산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는 42%,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32%의 지지도를 얻었다. 지난달 중순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던 여론조사도 나왔지만 격차가 다시 10%P로 다소 멀어졌다. 적지 않은 부산 지역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는 소위 ‘위닝 DNA’가 내재돼 있다.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격차로 뒤져도, 구설수에 올라도 결국 선거날엔 승리한다는 마인드다. 이번 선거에도 이런 DNA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들에게 샤이보수는 자신감의 뿌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댈 곳이 샤이보수의 등장 말고 없다면 승리의 역사도 끝날 수 있다. 지난 2일 박 후보 개소식에 장동혁 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며 ‘선거 총력전’을 결의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에서는 또다시 당 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터지며 내부 균열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단일대오를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지리멸렬한 민낯을 그대로 비췄으니 부산의 샤이보수들은 착찹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게 됐다. 선거는 이제부터 총력전이다. 2024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토 여론 속에서 치러졌다. 여론조사는 민주당을 향해 웃어줬고, 5석 이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북갑을 제외한 부산의 모든 의석을 국민의힘에게 내줬다. 민주당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되고,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스스로 원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공감] 행복은 우리를 초기화한다
어릴 적 단팥죽을 무척 먹고 싶어 했다. 그 시절 팥은 귀한 것이었다. 하루는 어머니가 부엌장 깊숙이 숨겨둔 팥을 찾아내어 혼자 단팥죽을 끓여 먹다가 된통 혼이 났다. 그때 처음 맛본, 뜨겁고 달콤한 단팥죽이 어찌나 맛있었는지, 지금도 생생하다. 어른이 되어도 가끔 단팥죽을 먹지만, 그때의 맛은 다시 느낄 수 없다. 그 맛의 절반은 팥에서 왔지만, 절반은 ‘처음’에서 왔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세 번째 숟가락부터 달콤함이 조금씩 옅어지듯, 변한 것은 팥도 단팥죽도 아니었다. 변한 것은 오직 나의 기준선이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 부른다. 같은 것을 반복해서 경험할수록 처음의 만족감은 줄어든다. 첫 월급의 감격이 몇 달 후 당연해지고, 오랫동안 갖고 싶던 물건을 손에 넣은 기쁨이 이내 시들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처음과 같은 감흥이 오지 않는다. 심리학에서도 비슷한 설명이 있다. 앨런 파르두치의 범위 빈도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극을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비교 속에서 판단한다. 강렬한 경험은 곧 기준이 되고, 그보다 약한 것들은 작아 보인다. 브릭먼과 캠벨이 말한 ‘쾌락의 쳇바퀴’도 같은 맥락이다. 인간은 높아진 기준에 금세 익숙해지고, 일상의 기쁨은 희미해진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이후 일상에서 행복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행복은 내가 가진 것의 크기가 아니라, 경험과의 비교 속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충분히 좋은 순간도 더 강한 경험 앞에서는 빛을 잃는다. 우리는 이 단순한 사실을 자주 놓친다. 나는 이것을 책이 아니라 교실에서 배웠다. 20여 년 전, 현대문학을 가르치던 시절의 일이다. 학생들과 문학 작품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수업이었는데, 그해만큼은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 출석을 부르지 않아도 빈자리가 없었고, 수업 종료 시각이 지났을 때 아무도 시계를 보지 않았다. 서로의 해석이 존중되고 새로운 의미가 피어오르는 교실이었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나는 그해 최우수 강의 교수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걸림돌이 되었다. 이듬해 수업은 출석을 부르지 않자, 빈자리가 점점 늘었고, 작품을 읽어오지 않은 학생들이 생기며 토론의 흐름이 자주 끊겼다. 나는 조바심이 났고, 수업을 마칠 때마다 실망을 안고 교실을 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학생들에게만 있지 않았다. 절정의 수업이 하나의 기준이 된 뒤로, 나는 그보다 낮은 순간들을 결핍으로만 읽고 있었다. 내가 시계를 보는 만큼 학생들도 나를 따라 시계를 보았다. 깨달음은 뜻밖의 곳에서 왔다. 어느 날 복도에서 동료 교수가 학생들이 내 현대문학 수업을 정말 좋아한다며, 부러움을 전했다. 분명 올해 수업에도 빛나는 해석이 있었고 진지한 눈빛이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충분히 보지 못하고 있었다. 최우수 강의 교수라는 성취의 그림자 속에서, 나는 여전히 살아 있는 순간들을 놓치고 있었다. 결국 내 기준선은 높아진 채로 머물러 있었고, 그만큼 현재의 기쁨은 희미해져 있었다. 서은국은 〈행복의 기원〉에서 말한다. 쾌락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경험이며, 그것이 제 기능을 하려면 본래 값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진화는 우리에게 항구적인 행복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무리 찬란한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기준선은 제자리로 돌아오고, 그래야 다시 작은 것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행복은 높은 곳에 저장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초기화는 포기가 아니라, 다시 처음의 감각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혼자 몰래 끓여 먹던 그 단팥죽을, 이제는 아내와 손을 잡고 동네 시장에 가서 함께 먹는다. 늘 처음처럼은 아니지만, 그렇게 먹으려 천천히 음미한다.
[오션 뷰] 지켜야 할 항해의 자유
바다는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하지만, 사실 우리 삶 가까이에 늘 존재한다. 육지에서 살아가는 우리 일상 곳곳에 바다가 스며 있다. 우리가 먹는 생선은 물론 조리에 사용하는 LNG와 LPG도 바다를 통해 수입된다. 식용유의 원료가 되는 곡물, 자동차 연료인 원유, 플라스틱의 원료, 요소수, 도로 포장에 쓰이는 아스팔트까지 대부분 바닷길을 통해 들어온다. 우리의 대표 산업인 조선업 역시 바다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선박은 바다에서 건조되고 진수된 뒤, 다시 바다를 항해한다. 탈탄소 시대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암모니아 또한 바다를 통해 수입될 가능성이 크다. 암모니아는 공기 중 질소와 수소를 결합해 생산할 수 있으며, 수소는 원자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해 바닷물을 수전해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수전해 방식 역시 바다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우리는 바다를 자유롭고 당연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러한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 바로 항해의 자유다. 항해의 자유는 국제사회가 오랜 시간에 걸쳐 바다에서 형성해 온 핵심 원칙이다. 17세기 네덜란드 법학자 후고 그로티우스는 저서 〈자유해양론(Mare Liberum)〉에서 바다는 특정 국가의 소유가 될 수 없으며 모든 인류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상에서 비롯된 항해의 자유는 인류가 지켜야 할 바다의 핵심 가치이자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관습법으로 발전해 온 이 원칙은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을 통해 국제법적 원칙으로 확립됐다. 바다는 공해, 배타적 경제수역, 영해 그리고 내해로 구분된다. 공해에서 항해 자유는 절대적이다. 공해는 연안국이나 내륙국에 관계없이 모든 국가에 개방되고, 공해의 자유에는 항해의 자유가 포함된다고 유엔해양법은 명시하고 있다.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공해에서 임의로 선박을 정지시키거나 통항을 제한할 수 없다. 공해에서 항해 자유는 국제 해양 질서의 안정을 지탱하는 기둥이 된다. 1982년 유엔해양법은 새롭게 설정된 배타적 경제수역에서도 선박의 항해 자유가 공해와 마찬가지로 보장된다는 점을 명시해 그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했다. 이에 선박은 연안국의 기선으로부터 200해리 범위에 들어오더라도 12해리 영해에 이르기 전까지는 온전한 항해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기선에서 12해리까지의 영해는 연안국 영토로 인정되기에 연안국은 자국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해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항해의 자유 원칙은 여전히 작용해 외국 선박은 영해를 통과할 때 ‘무해통항권’을 보장받는다. 즉 외국 선박이 연안국이 정한 무해통항의 조건을 준수하는 한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 다만 내해와 항구로의 진입은 연안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연안국이 가지는 이러한 제한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며 항해의 자유라는 기본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국제항행해협에서는 항해의 자유가 더욱 강하게 보호된다. 두 개의 공해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을 연결하는 국제항행해협은 전 세계 해상교통의 핵심 통로이다. 이곳이 막히면 에너지 공급과 물류 흐름이 단절되고, 세계 경제 전체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유엔해양법협약은 해협에서의 선박 통과통항권을 인정하고 있다. 선박은 신속하고 계속적으로 해협을 통과할 권리를 가지며, 연안국은 이를 방해할 수 없다. 다만 연안국은 안전한 항행을 위해 항로 지정 등 관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항해의 자유가 현실적인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특정 국가가 군사적·정치적 이유로 해협을 봉쇄하거나 통항료를 부과하려는 시도는 항해 자유라는 국제해양법 원칙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특히 중동 지역 전쟁으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주요 해협의 안전성이 흔들리고 있으며, 이는 곧바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물류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항행해협에서의 통항을 방해하는 부과금의 부과는 금지돼 있다. 무해통항권을 가지는 선박에 대해 영해를 통과한다는 이유로 부과금을 징수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항해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에너지와 원자재를 바다를 통해 들여오고, 수출품을 바닷길로 내보내는 해양국가이자 무역국가이다. 항해의 자유가 지켜질 때 우리 경제는 안정되고, 국가의 번영도 가능해진다. 따라서 항해의 자유는 단순한 법 원칙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식탁, 산업, 에너지, 안보, 그리고 미래 세대를 지키는 대한민국의 생존과 직결된 국가적 가치이다. 해양국가인 우리는 항해의 자유를 지키는 데 있어 관찰자가 아니라 당사자이며, 이를 수호하는 것은 곧 우리의 국익을 지키는 일이다.
[기고] 지방선거, 선거보도의 패러다임 전환할 때
6월 3일 실시되는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지만, 역설적으로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유권자의 관심도가 낮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각하다. 이 지점에서 언론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하지만 언론의 선거보도가 의제 설정, 유권자의 알 권리 충족, 권력 감시, 정치 참여 유도 같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이를 통해서 유권자에게 민주주의의 나침반이 되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선뜻 긍정하기 어렵다. 선거 국면에서 언론은 단순한 정보 전달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미디어 선거 시대에 유권자는 언론이 설정한 의제를 통해 후보자를 인식하고 정치적 우선순위를 판단한다. 이렇게 언론은 유권자가 정치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인지적 지도를 그려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지역 밀착형 공약이 중요한 지방선거에서 언론의 보도는 부적격 후보를 걸러내는 필수적인 여과 장치로 기능한다. 하지만 우리 언론 선거보도의 현주소를 보면 여전히 구태의연한 관행으로 여러 면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여론조사 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마식 보도 경향이다. 후보자의 공약보다는 지지율의 미세한 등락에 천착한 승리지상주의식 보도가 지면과 화면을 가득 채운다. 여기에 후보자의 정치적 수사를 직접 받아 그대로 옮겨 적는 따옴표 보도도 성행한다. 후보들 간의 비방과 폭로를 검증 없이 받아쓰는 행태는 정치를 불신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유권자의 확증 편향을 심화시켜서 결과적으로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은 실종되고 진영 논리만 남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6·3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언론이 관행에서 벗어나 선거보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이슈 중심 보도로의 전환이다. 지역의 현안과 난제가 무엇인지 언론이 먼저 발굴하는 의제 설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예컨대 지역 10대 의제를 제시하고, 후보들에게 해법을 묻는 방식의 선거보도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언론이 유권자들을 대신하여 4년 후 지역의 청사진을 먼저 그려 제시해야 한다. 후보들 간의 단순한 지지율 비교 보도가 아니라 후보별 공약을 비교하여 현실성과 예산 확보 가능성을 데이터로 증명하는 분석 보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후보자 자질과 공약의 검증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언론은 선거 국면에서 허무맹랑한 주장이나 흑색선전이 유권자를 현혹하지 않도록 후보자의 자질을 이력 분석을 통해 다각도로 검증하여야 한다. 후보자의 주장과 발언은 직접 인용을 지양하고,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친 후 중립적인 표현으로 보도해야 한다. 공약 검증은 단순 팩트체크를 넘어 근거를 제시하는 해석적 보도를 통해서 공익에 부합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해당분야 취재원을 적극 발굴하여 각계 각층의 전문가의 견해가 반영되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사후 검증의 상설화다. 선거 시기에만 집중하는 반짝 보도 관행을 버려야 한다. 선거 이후 당선인의 공약 이행 여부나 당선인의 행보를 추적하는 연속적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선거 공약이 실제 예산 편성과 조례 제정으로 이어지는지 지속적인 추적 보도를 통해서 선거보도의 시계를 선거 당일 이후로 확장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유권자가 투표의 효능감을 느끼고 선거 참여 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언론이 노력해야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이자 학습의 장이다. 선거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가 단순한 관찰자나 메신저에 머문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언론이 선거보도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서 대의민주주의의 나침반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반도체발 ‘슈퍼리치’ 시대 열리나?
K반도체의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성과급 논쟁 이슈가 국내를 강타하고 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타고 삼성전자는 올 1분기 57조 원대, SK하이닉스는 37조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250조 원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기본급 1000%라는 성과급 상한을 폐지했으며,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초과이익분배금(PS)을 지급한다. 이에 따라 올해 SK하이닉스 임직원이 받을 성과급은 수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노조도 올해 영업이익 15%(약 45조 원 추산)의 성과급 지급과 상한선(연봉의 50%) 폐지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 부분이 현실화한다면 반도체발 ‘슈퍼리치’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 “하이닉스느님” 밈 열풍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면서 회사를 소재로 한 각종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대표적인 밈은 ‘SK하이닉스 로고 조끼’다. 한 게시물에는 조끼를 입은 남성 사진과 함께 ‘대한민국 현시점 최고의 소개팅 룩’이라는 문구까지 붙었다. 4월 25일 예능 프로그램인 ‘SNL코리아’에서는 SK하이닉스 직원을 소재로 한 코너까지 공개됐다. 한 남성이 편한 옷차림으로 명품 매장에 들어서자 직원이 막아선다. 실랑이 끝에 남성이 외투를 벗고, SK하이닉스 로고가 있는 조끼가 드러나자 직원은 곧바로 “하이닉스느님”이라며 태도를 바꾼다는 내용이다. 직원 조끼가 ‘명품 매장 프리패스 룩’이 된 것이다. 최근 임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이 수억 원을 넘을 것이라는 SK하이닉스의 위상을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패러디 이미지도 확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주차장에 고가 외제 차가 빼곡히 주차된 모습을 담은 이미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SK하이닉스 입사를 목표로 하는 강좌까지 등장하면서 ‘하닉고시’ 열풍도 분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생산직 공개 채용을 시작하자 학원가에서 ‘단기 합격반’을 개설했으며, 온라인 서점에선 관련 교재가 실시간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대학 입시 지형을 흔들다 의학 계열의 인기 전공을 통칭하는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취업이 보장되는 ‘반도체 계약학과’를 더한 ‘의치한약수반’이 등장한 것도 새로운 풍조다. ‘의대’의 독주 속에서 반도체 계약학과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2026학년도 수시 모집 결과,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와 고려대의 반도체공학과의 합격선은 2021년 첫 신설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시 최종 등록자 70% 컷을 분석한 결과,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학생부교과전형 합격선은 2024학년도 1.47등급에서 2025학년도 1.20등급, 2026학년도 1.14등급까지 수직 상승했다. 고려대 반도체공학과의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선도 전년도 1.82등급에서 올해 1.47등급으로 올랐다. 의대 비선호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이들 학과가 확실한 선택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삼전닉스 열풍’이 의치한약수의 불패 신화를 넘어 이공계의 부활을 보여준다는 면에선 희망적이다. 2027학년도 입시에서도 ‘반도체 계약학과 독주’는 의대 증원 변수와 함께 상위권 합격선을 뒤흔들 핵심 변수다. 2027년 대입에서 삼성전자는 연세대, 성균관대 등 7개 대학에서 350명을, SK하이닉스는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등 3개 대학에서 110명을 선발한다. 두 기업은 합산 총 460명의 정예 인원을 뽑는다. ■ 각광 받는 ‘반도체 셔세권’ 시장의 관심은 삼전닉스의 역대급 성과급이 만들어낼 ‘낙수 효과’로 쏠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셔틀버스가 지나는 곳을 일컫는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이 부상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최소 3~4년간 반도체 호황이 이어져 실제 성과급으로만 수십억을 벌게 된다면 풍부한 유동성의 종착지는 결국 부동산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주요 셔세권 단지 리스트’까지 공유되는 상황이다. 기흥·화성 등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는 약 1700개의 노선을 통해 매일 5만여 명의 직원을 실어 나른다고 한다. 이천과 청주에 사업장을 둔 SK하이닉스 역시 500여 대의 통근 버스가 2만여 명의 직원 출퇴근을 책임진다. 총 7만여 명에 달하는 고소득 인구의 이동 경로가 곧 ‘부동산 입지 지도’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셔세권’으로 꼽히는 지역은 시장 평균보다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인다고 한다. 셔틀 노선이 집중된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과 경기 남부권(분당·수지·동탄·영통)이 대표적이다. ■ 산업 생태계 확장 연결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역대급 성과급 예상에 부러움과 함께 노동소득 격차를 둘러싼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노동소득 차이가 미래 자산 형성 능력 차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소득 격차에 따라 ‘K자형’ 양극화가 더 심화하고 일각에선 ‘H자형’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H자형 양극화란 위아래 계층 간 격차가 굳어져 이동 사다리가 약해진 현상을 알파벳 H에서 착안한 용어다. 같은 출발선에서 계층이 갈라지기 시작하는 K자형 양극화를 넘어 H자형은 격차가 고착된 상태를 의미한다.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인생 경로를 좌우하고 이로 인해 부동산, 사교육, 채용시장의 양극화가 더 깊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반도체 호황에 따른 일부 대기업 중심의 임금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는 있다. 기업이 투명한 규칙에 따라 이익을 나누는 것은 권장할 일이다. 다만 이러한 성과가 특정 기업과 계층에만 머문다면 산업 전반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정책적·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 반도체 호황이 촉발한 임금 상승의 과실이 신규 일자리 창출과 산업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지고, 협력사와 중소기업, 서비스 분야까지 파급된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반도체 호황을 어떻게 우리 경제 전반의 성과를 연결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인물은 안 보이고 외풍만 부는 PK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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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직원 1인당 지역 일자리 4.85개 창출"
[내 인생의 원픽] 존재의 간절함 증명해 낸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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