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국제회의 세계 40위권 도약, 가덕신공항 시급한 이유
부산이 국제컨벤션협회(ICCA)가 발표하는 국제회의 개최 도시 순위에서 세계 40위권에 처음 진입한 것은 마이스(MICE) 도시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다. ICCA는 국제회의 개최 건수와 수준을 평가해 도시 경쟁력을 가늠하는 글로벌 MICE 산업 기관이다. 부산은 지난해 ICCA 발표에서 88위였는데 올해 49위로 무려 39계단이나 뛰어올랐고, 아시아 12위, 국내 2위를 차지했다. 상위권 도시 대부분이 국가 수도이면서 글로벌 허브공항을 갖췄다는 점에서 부산이 받아 든 성적표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가덕신공항 개항 이전부터 도시 위상과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점은 향후 질적 도약 가능성을 보여 준다. ICCA 순위는 단순한 행사 건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최소 3개국 이상 순회하고, 국제기구가 주관하는 등록 회의만 인정된다. 부산 순위가 큰 폭으로 상승한 이유는 MICE 도시에 요구되는 신뢰와 운영 역량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2005년 APEC 정상회의를 비롯한 대형 국제행사 경험이 축적됐고, 벡스코를 중심으로 한 전시·컨벤션 기반도 꾸준히 성장해 왔다. 여기에 호텔·관광·운송·기획업체가 결합한 마이스 얼라이언스가 산업 생태계를 형성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벡스코 개장 초기 30여 곳에 불과하던 관련 기업이 260여 곳까지 증가한 점에서 부산 마이스 산업의 외형과 역량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을 알 수 있다. 부산이 MICE 도시로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성과는 환영하되, 한계와 과제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세계 40위권 도시 상당수는 글로벌 허브공항을 갖춘 수도다. 세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아시아 도시 중 싱가포르(5위)와 서울(9위), 도쿄(10위)가 대표적이다. 이들에 비하면 부산은 장거리 국제노선이 부족하고 국제 접근성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가덕신공항의 적기 개항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제회의 산업은 결국 사람의 이동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 신공항 개항 이후에도 장거리 노선 확대와 도심 연계 교통망 구축, 숙박 수용 능력 확충, MICE 전문 인력 양성, 체류형 관광 전략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국제회의 유치는 도시 브랜드와 지역 경제를 동시에 키울 수 있는 전략 산업이다. 부산시는 벡스코 확충과 권역별 회의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동시에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데이터 산업을 비롯해 해양·금융·영화·기후·스마트 항만·의료 같은 부산형 의제를 국제회의와 결합하는 특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국제회의 개최 도시 세계 40위권 진입은 가덕신공항 시대의 가능성을 보여 준 신호다. 부산은 이제 국제회의 건수 경쟁을 넘어 도시 경쟁력의 질을 높여야 한다. 가덕신공항과 교통·관광·문화 인프라, 산업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동북아 대표 마이스 도시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사설] HMM 유조선 호르무즈 탈출, 남은 선박 귀환에도 총력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여파로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한국 선박 가운데 한 척이 개전 뒤 처음으로 무사히 빠져나왔다. 해협 봉쇄 이후 80일 만이다. 호르무즈 해협엔 아직도 25척의 한국 선박이 남아있다. 체류 중인 우리 선원도 116명에 달한다. 이란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협상으로 소강상태를 보이지만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추가 공습 주장을 굽히지 않는 등 불확실성은 커져만 가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달 초엔 우리 선박인 나무호가 불상의 비행체 2기로부터 연쇄 피격을 당해 자칫 침몰할 뻔한 아찔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런 와중에 한 척이라도 무사하게 안전지대로 진입한 것은 무척 다행스럽다.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이 운용하는 30만 톤 급 초대형 원유운반선 유니버설 위너호가 지난 20일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왔다. 한화오션에서 건조해 2019년 HMM에 인도한 유니버설 위너호는 다음 달 10일 국내 하루 소비량에 육박하는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울산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한국인 선원 9명과 외국인 선원 12명이 탑승한 이 선박은 한국 정부와 이란 당국 간 협의를 통해 별도 비용 지불 없이 통행 허가를 받았다. 지난 4일 HMM의 벌크선 나무호가 피격되면서 극도로 경직된 한국과 이란 관계가 돌파구를 찾아 결실을 낸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에 억류된 우리 선박의 선원들은 긴장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나무호 사건 이후에도 안전을 확약받지 못한 채 해협 통과를 위해 대기 중이다. 외교부는 유니버설 위너호의 해협 통과를 계기로 남은 우리 선박들의 안전과 통항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속도다. 정부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억류 선원과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이란 측의 확답을 받아내야 한다. 하선 없이 현지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 중인 한국 선원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달한 만큼 특사 추가 파견 등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이 문제를 최대한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선박을 선정하면서 선원 수와 한국 도착 화물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에 남은 중소선사 선원들은 향후 구출 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억류 25척 가운데 10척은 중소 해운사 8곳 소속이다. 중소선사 선박은 2만t 이하라서 탑승 선원 수도 대형 선박보다 상대적으로 적고 도착지도 한국이 아닌 경우가 많다. 특히 중소선사들은 장기 억류로 도산 위기 등에 내몰릴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정부는 이란과 향후 협상으로 통행 순위를 정할 경우 이런 점을 적극 고려하길 바란다. 지금은 남아있는 한국 선박과 선원의 무사 귀환을 위한 총력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설] 지선 공식 선거운동 돌입, 부울경 미래 위한 정책 대결을
오늘부터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 후보자들은 내달 2일까지 13일 동안 차량을 이용한 거리 유세, 대담, 신문·방송 광고, 현수막 게시, 선거 공보물 발송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전국 곳곳에 선거 벽보가 붙으면서 세 대결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부산·울산·경남에선 부산시장, 울산시장, 경남지사 등 광역단체장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교육감 후보들이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향후 4년간 부울경의 미래를 설계하고 책임질 지역 일꾼을 뽑는 축제의 장이 드디어 열린 것이다.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된 부산시장 선거의 후보자들은 이날 시민 밀착형 유세에 나선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는 “부산이 침체한 상황에서 성과 없는 시정을 혁신하겠다”는 시정 심판론과 함께 “해양수도를 완성해 부산 대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민주주의 방파제 역할을 해 온 부산이 이재명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며 “보수 대통합을 넘어 시민 대통합을 완성해 기필코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상욱, 국힘 김두겸 울산시장 후보와 민주당 김경수, 국힘 박완수 경남지사 후보 등도 슬로건을 내세워 표심 호소에 나선다. 부울경(PK) 수성과 탈환을 위한 여야의 총력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PK 선거 열기가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는 점이다.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부산시장 선거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반면, 부산시교육감 선거는 ‘깜깜이 선거’로 흐르고 있다. 김석준, 정승윤, 최윤홍 후보가 나서 지난해 재선거와 똑같은 인물 구도가 형성된 데다, 모두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어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울산 정치권도 후보 단일화 진통을 겪고 있다. 국힘 김두겸 후보와 무소속 박맹우 후보의 울산시장 후보 단일화를 두고 보수 진영에선 압박과 폭로전이 이어졌다. 진보 진영에선 민주당과 진보당의 단일화 룰을 둘러싼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모습들이 유권자들의 냉소와 무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공식 선거운동 이전까지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 비전을 놓고 벌이는 경쟁보다는 진영 간의 대리전과 단일화 등 정치공학만 난무했다. 정작 중요한 지역은 사라지고 거대 양당의 대결 구도만 도드라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생활 정치의 근간인 지방선거에서 부울경 주민의 삶과 미래를 위한 명확한 비전과 정책 대결로 나아가야 한다. 부울경은 인구 감소, 산업 기반 약화를 겪고 있어 신성장 산업 동력 확보와 혁신적인 교육 정책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후보자들은 지역을 살릴 비전과 현실성을 갖춘 공약, 정책을 앞세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것이다.
[밀물썰물] 24시간 규제의 함정
심야 시간대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가 있다. 심야 시간대에도 횡단보도의 신호등은 작동하지만 인적조차 끊긴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들어와도 멈춰 서는 자동차는 드물다. 잠시 멈춰서는 자동차들도 좌우를 대충 살피다 그냥 지나가는 일이 흔하다.반면 해외의 어느 나라에서는 심야 시간대에는 대부분의 신호등이 황색으로 점멸한다. 차량들은 점멸 신호를 보고는 멈추는 일 없이 편안하게 도로를 다닌다. 하지만 간혹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들어오고 차량 진행 방향으로 빨간불이 들어오면 그 나라 자동차는 망설임 없이 멈춘다. 좌우를 살피는 일도 없다. 횡단보도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주행 신호가 들어올 때까지 자동차는 그렇게 멈춰 서 있다.이 해외의 어느 나라는 호주다. 호주에서는 야간에 차량 진행 방향으로 빨간불이 들어오면 그것은 반드시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도로에 보행자를 위한 횡단신호용 버튼이 있기 때문이다. 보행자가 그 버튼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면 횡단보도에는 초록불이, 차량 진행 방향에는 빨간불이 들어온다. 그렇기에 호주의 운전자들은 도로에서 밤에 정지 신호가 들어오면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너간다는 뜻으로 알고 차량을 멈춘다.이 같은 방식은 규제에 있어서의 효율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24시간 자동으로 작동하는 신호 체계가 운전자에게 보내는 의미와, 필요할 때 수동으로 작동하는 신호 체계가 운전자에게 보내는 의미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차이는 인간의 행동을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강화하려 할 때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심리학적 물음에 닿아 있다.최근 경찰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량 운행 속도를 하루 종일 시속 30km로 규제하는 현행 법 개정을 추진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리는 건 유사한 맥락이다.스쿨존 차량 속도 시속 30km 제한은 2011년 도입된 이후 지속적으로 비판에 직면해 왔다. 어린이 통행이 거의 없는 심야 시간대나 공휴일까지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그것이다.다시 호주의 예를 들면 호주는 스쿨존에 시간제 가변 속도를 적용하고 있다. 지역마다 조금씩 시간은 다르지만 대부분 학교 운영일의 등하교 시간 위주로 속도를 제한하고 위반 때 일반 과속보다 가중 처벌한다. 어느 쪽이 실질적으로 규제 효과가 있을까.
논설주간/상무이사
강윤경
수석논설위원
김승일
논설위원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편집국에서] '별다방'과 '멸공커피'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다시 펼쳐 본다. 2024년 한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뒤 2년 연속 연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작품이다. 이 책을 통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5월 광주의 아픔에 눈물 흘리며 공감했던가. 그런데 올 5월, 국내 대기업이 최대 주주인 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말도 안 되는 판촉 행사를 벌여 공분을 샀다. 바로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8일 선보인 ‘탱크데이’ 텀블러 프로모션이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라니,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해당 이벤트 게시물엔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까지 등장했다. 이쯤 되면 문제의 마케팅이 단순한 실수가 아닌, 명백한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모티브가 된 인물, 고 문재학 열사의 누나 문미영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탱크’라는 용어를 듣는 순간 정말 소름이 돋았다”며 “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가 탱크와 군홧발로 얼마나 많은 광주 시민과 학생들을 무참하게 학살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실무 직원의 단순한 일탈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조직 내부 의사 결정과 정책 집행 과정, 최고경영자의 역사 인식을 문제 삼았다. 그동안 ‘별다방’이라는 친근한 별칭을 얻으며 사랑받던 스타벅스는 순식간에 ‘멸공커피’로 전락하며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과거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멸공’과 관련한 발언을 하며 수차례 논란을 일으켰던 게 브랜드 이미지를 타격했다. 소비자들은 스타벅스 머그컵과 텀블러를 파손하는 영상을 SNS에 올리며 불매운동 동참을 선언했다. 경조사 답례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스타벅스 모바일 쿠폰을 환불받는 법을 공유하거나 스타벅스 앱을 삭제했다며 ‘탈벅(탈스타벅스)’ 인증을 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충전 금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만 잔액을 환불받을 수 있는 선불카드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결국 스타벅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교환권 전체 인기 순위에서 7년간 지켜온 1위 자리를 24일 배달의민족에 내주고 말았다. 불매 움직임은 신세계그룹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일부 소비자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탈팡(탈쿠팡)’해 이마트를 이용해 왔는데, 이제 그마저도 끊어야 할 판이라고 토로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스타벅스 본사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이어질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앞서 2021년 이마트는 스타벅스 본사가 보유한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계약에는 이마트의 귀책 사유로 라이선스 계약이 해지될 경우 스타벅스 본사가 35% 할인된 가격으로 관련 지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정용진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시민단체와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에게 고발까지 당한 상태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과 모욕, 명예훼손 등의 혐의다. 서울경찰청이 맡은 두 건의 고발은 연휴 중에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극우 세력은 스타벅스를 옹호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SNS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스타벅스 탱크 텀블러를 들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영상과 스타벅스 머그컵을 든 전 대통령의 포스터 등이 퍼지고 있다. 2019년 무신사 ‘고문치사 카피’ 사태도 재조명됐다. 무신사는 당시 양말의 빠른 건조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속건성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를 사용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무신사는 지난 20일 재차 사과문을 내고 “7년 전의 뼈아픈 과오는 무신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엄중한 교훈으로 남아 있다”며 “앞으로도 올바른 역사 인식과 책임 있는 자세로 고객 여러분을 마주하겠다”고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정용진 회장도 지난 19일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을 진행했다”며 서면으로 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사그라들지 않는 비판 여론을 보면 대중은 이런 사과가 충분치 않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스타벅스가 극우의 상징 ‘멸공커피’로 남을지, ‘별다방’으로 불렸던 예전의 친근한 이미지를 되찾을지는 향후 대응에 달렸다. 진심 어린 사과와 진상 조사,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박혜랑의 취재海랑] 수산종자 전쟁시대
수산업이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되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지난해 국내 양식어업(해면양식업)의 생산량은 총 253만 277t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수산물 전체 총생산량 393만 4971t 중 약 64.3%를 차지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더 가속화되고 있다. 변수가 많은 바다를 벗어나, 바다 생태계를 육지에 그대로 이식함으로써 안정적인 생산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종자다. 종자를 확보해 일정 비율 이상의 부화율을 달성하고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양식업의 핵심이다. 하지만 남획과 해양환경 변화 탓에 종자 확보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장어다. 우리가 먹는 민물장어는 치어인 실뱀장어를 키워서 만든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완전양식 기술이 상용화되지 못한 국내에선 실뱀장어를 자연 채집에 의존하고 있다. 자연 채집으로 채우지 못하는 부족분 80%가량은 수입한다. 하지만 최근 실뱀장어 개체수가 급감하면서,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에 실뱀장어가 포함될 가능성마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실뱀장어 수입이 불가능하게 되는데, 다행히 지난해 유럽연합(EU)이 제안한 뱀장어 국제거래 규제안이 CITES 당사국 총회 전체회의에서 최종 부결돼, 3년이라는 골든타임을 얻게 됐다. 하지만 업계는 차기 CITES 총회에서 해당 규제안이 재상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종자 기술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일본은 앞선 시장이다. 일본은 상업화 직전까지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제는 단가 인하 작업만 남았다. 일본 정부는 30년 전부터 국산화 기술 개발에 나서, 2010년 세계 최초로 뱀장어 완전양식에 성공했다. 완전양식이란 자연산 실뱀장어가 양식장에서 자라 어미가 되면 새끼(인공 1세대)를 낳고, 이 새끼가 다시 양식장에서 자라 새끼(인공 2세대)를 낳는 것을 말한다. 양식장에서 부화한 뱀장어가 새끼까지 낳는 사이클이 온전히 돌아야 완전양식으로 인정된다. 이미 이에 성공한 일본이 대량생산기술 확보로 단가까지 낮추면, 엄청난 우위를 선점하게 된다. 이는 장어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은 연어나, 참다랑어 양식도 마찬가지다. 수산 종자는 단순히 ‘기르는 어업’의 출발점을 넘어, 향후 국가 식량 안보와 해양 주권을 좌우할 핵심 전략 자산이다. 일본이 30년 전부터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 상업화 문턱에 도달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규제가 현실화되고 시장을 선점 당한 뒤에 나서는 사후약방문식 지원으로는 뒤집기 힘든 격차가 우려된다.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원팀이 되어 종자 국산화와 대량생산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오션 뷰] 부산의 다음 바다는 '블루 제너레이션'
최근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부산시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역대 최단 기간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K팝과 K콘텐츠가 촉발한 세계적 관심은 이제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은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도시다. 바다와 도심이 맞닿아 있고, 항만과 해변, 산복도로와 야경이 하나의 풍경 안에 공존한다. 밤이 되면 광안대교의 불빛과 해운대의 마천루, 광안리 앞바다의 요트와 드론쇼는 부산만의 독특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 실제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과는 다른 개방감과 해양도시만의 분위기를 경험하기 위해 부산을 찾는다. 부산시 역시 오래전부터 해양관광도시를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중심으로 한 마리나 인프라 조성과 국제보트쇼, 북항 재개발과 워터프런트 사업, 해양레포츠 육성사업 등 부산은 지속적으로 바다를 도시 성장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려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은 일정 부분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해양레저 체험 관광객의 80% 이상이 1박 이상 체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서핑과 SUP, 요트 세일링과 같은 체험형 콘텐츠일수록 체류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관광의 흐름 역시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유치했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고 깊은 경험을 제공하느냐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현실 속 부산의 해양관광은 여전히 ‘관람형 소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광안리와 해운대의 야경을 감상하고, 전통시장과 카페를 찾으며, 스카이캡슐을 타고 해안 풍경을 즐긴다. 그러나 요트나 서핑 같은 본격적인 해양 레저 콘텐츠를 실제 경험하는 비율은 아직 높지 않은 편이다. 문제는 단순히 콘텐츠 숫자가 부족하다는 데 있지 않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부산의 해양관광이 여전히 시설과 하드웨어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마리나와 워터프런트 개발은 계속되고 있지만, 시민과 관광객이 일상적으로 접근하고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생활형 해양문화 구조’는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해양 거점들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현재 글로벌 해양관광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한 재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운촌항 역시 부산 해양관광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공간이다. 뛰어난 바다 경관과 해운대·청사포를 연결하는 입지를 갖고 있지만, 과거 추진됐던 마리나 사업이 충분한 동력을 얻지 못하면서 현재는 제한적인 계류 기능 중심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재 당면한 거점들의 노후 인프라와 부족한 하드웨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한편, 그 공간을 시민과 관광객의 구체적인 경험, 그리고 도시의 라이프 스타일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세계적인 해양도시들이 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의 요코하마는 산업과 무역 중심의 항만도시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바다를 직접 경험하는 워터프런트 도시로 변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요코하마 베이사이드 마리나는 약 1500척 규모의 일본 최대급 마리나로 운영되고 있으며, 요트 체험과 크루즈, 수변 레스토랑과 쇼핑, 야간 콘텐츠가 하나의 도시 경험처럼 연결돼 있다. 실제로 요코하마는 연간 4600만 명 이상이 찾는 일본 대표 관광도시로 성장했고, 관광객들은 실제 바다 위에서 시간을 보내며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한다. 반면 지금 부산의 바다는 아직 ‘사용하는 바다’보다는 ‘바라보는 바다’에 가깝다. 부산은 아름다운 바다를 보여주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바다를 시민과 관광객의 실제 경험으로 연결하는 데에는 아직 더 많은 상상력과 촘촘한 연결 구조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부산에는 ‘블루 제너레이션’이라는 새로운 도시 감각이 필요하다. 블루 제너레이션은 단순히 해양산업 종사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바다를 풍경이나 관광 자원이 아니라 삶과 문화, 경험과 산업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플랫폼으로 받아들이는 미래 세대를 뜻한다. 결국 앞으로의 해양도시 경쟁력은 얼마나 거대한 항만을 가졌느냐보다, 얼마나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람과 바다의 관계를 연결하고 그 경험을 다음 세대의 삶 속에 녹여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부산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대표적인 항만도시다. 이제는 그 바다 위에서 사람들이 머물고 경험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부산의 미래는 더 이상 바다를 얼마나 잘 보여주느냐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는 그 바다 위에서 무엇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한 시간이다.
[공감] 세상은 딱 두 가지뿐
구급차 한 대가 출근길을 가른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심장이 요동친다. 분명 남경 씨도 인큐베이터 속 신생아를 태운 구급차 속에 있을 시간이다. 출산한 종합병원에서 이십여 일 만에 다른 대학병원으로 작은 생명을 옮긴단다. 빌딩 숲을 헤쳐 나간 구급차는 어느새 기차역 쪽으로 머리를 틀었으니, 아마도 저 차 역시 터널을 거쳐 지금 남경 씨가 가고 있다는 병원과 같은 방향인 듯하다. 환자도 가족도 모두 컴컴한 터널 속에서 숨죽인 채 출구를 더듬고 있을 것이다. 남경 씨의 임신 소식을 들은 것은 지난해 단풍 고운 계절이었다. 요즈음 혼사가 그렇듯이 서른 중반의 신부에게 자연임신은 쉽지 않았다. 다행히 결혼 3년 만에 시험관시술이 성공했다는 낭보는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기에 충분했다. 남경 씨도 여느 임산부들처럼 분홍색 키링을 가방에 걸고 다녔으며 성별이 나온 날은 저희 부부끼리 푸른 풍선을 걸어두고 세리머니를 한 동영상도 휴대전화 메인 화면에 올려두었다. 태명을 짓고 젊은 부부들의 유행이라는 태교 여행도 다녀오고 몇 달간 직장생활도 씩씩하게 잘 견뎌 냈다. 이후 남들이 다 찍는다는, 중장년 세대에게는 여전히 낯간지러운 만삭 사진도 당당히 보내왔다. 그즈음이었을까. 다니던 병원에서 더 큰 병원으로 전원을 통보했다. 태아가 크지 않는단다. 심장도 뛰고 발가락도 꼼지락거리지만 병원 모니터상의 숫자는 쉽게 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신생아 평균 몸무게의 절반이 되지 않은 채로 남들보다 일찍 세상에 나온 사내아이는 신체 장기 곳곳이 미성숙한 상태이다. 그동안 기계 속에서 사투를 벌이다가 여러 이유로 또 병원을 옮긴다. 남경 씨가 초보 엄마가 되었다. 그러나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를 단 애달픈 엄마가 되었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그렇겠지만, 엄마들의 세상은 딱 두 가지뿐이다. 엄마가 되기 전의 세상과 엄마가 되고 난 후의 세상만 존재한다. 엄마라는 존재는 한 아이의 탄생과 함께 다시 태어나는 사람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따뜻하면서도 누구보다 강인한 전사가 된다. 아이의 고통을 제 몸으로 옮겨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내어줄 수 있는 자가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아가는 것이다. 인큐베이터의 투명한 벽 하나가 아이와 엄마를 갈라놓았다. 안고 싶은 것은 고사하고 손가락 발가락 하나도 만지지 못한다. 초보 산모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모유를 유축하여 부지런히 병원에 갖다주는 일밖에 없다. 그래서 남경 씨는 울 시간이 없다. 삼시세끼 열심히 먹고 부지런히 모유를 모은다. 반면 그것을 지켜보는 남경 씨의 늙은 어미는 잘 먹지 못하고 몰래몰래 숨어서 운다. 극한 상황에서도 핸드폰을 켜는 세대답게 구급차 안의 상황을 짧은 동영상으로 보내온다. 흔들리는 영상 속의 급한 사이렌 소리가 귀를 메우는데, 인큐베이터 속 아이를 호위하는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 사이로 남경 씨의 중얼거림이 반복된다. “귀여워, 너무 귀여워.” 아무렴. 세상에 돋은 생명들은 너무 귀엽고 너무 예쁜 것. 하물며 자신의 품에서 숨을 틔운 새끼니 오죽하랴. 최근 인기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힘 있는 엄마’가 될 거라는 비장한 대사를 읊었듯이, 남경 씨 또한 어떤 난관 앞에서도 중심을 잡는 든든한 어미가 되리라고 믿는다. 나는 요즈음,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다리로 거실 벽을 오르는 실거미도, 베란다 커피나무 화분에 꼬물거리는 공벌레 한 마리도, 심지어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작은 날벌레 하나까지 함부로 쫓아내지 못한다. 그 작은 생명들이 제 몫의 생을 살아내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친다는 사실만으로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저 기적이라는 숭고한 단어가 가장 연약한 생명들 앞에서 빛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기고] 공급망 파도, 친환경 선대 구축으로 넘어야
아침에 카페에 들러 향긋한 커피를 사고, 해외에서 마음에 드는 소파를 구매하며,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이처럼 평범한 일상이 바다 덕분이라는 것을 의식하며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가 인지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바다를 터전으로 살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해상 운송에 의존한다. 바닷길이 막히면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고 공장이 멈춘다.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등 먼 나라의 해상 위기가 우리의 일상과 경제를 직접적으로 흔드는 셈이다. 많은 이들에게 바다는 휴식과 여유의 공간이겠지만, 한국해양진흥공사(KOMSA)가 바라보는 바다는 국가 경제의 생존이 걸린 치열한 전장이다. 최근의 지정학적 갈등을 비롯해 보호무역주의, 탄소중립 규제 강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의 물류 대란은 우리에게 한 가지 사실을 극명하게 일깨워줬다. 바로 해상 공급망을 지배하는 국가가 미래 경제를 주도한다는 점이다. 중국이 세계 1위 해운국으로 등극하는 등 아시아로 해운 패권이 이동하는 격변기 속에서, 공급망은 단순한 물류 문제를 넘어 국가안보와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 자산이 됐다. 대한민국은 글로벌 4위 해운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외형적 성과의 이면에는 구조적 한계에 따른 선대 경쟁력 저하라는 그늘이 짙다. 가장 큰 문제는 선대의 고령화다. 우리 선대의 평균 선령은 22.3년으로 일본(16.2년), 중국(14.6년) 등 경쟁국에 비해 노후화가 심각하다. 과거 해운 불황기 이후 선가(船價) 급등과 연료 전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조(신규 선박) 투자가 위축돼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규모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20% 이상의 선복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미 글로벌 화주들은 친환경·고효율 선박을 선호하고 있어,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노후 선박의 시장 경쟁력은 전방위로 약화할 수밖에 없다. 결국 향후 해운 경쟁력은 ‘얼마나 신속하게 많은 친환경 신조선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글로벌 해운시장은 액화천연가스(LNG)·메탄올·암모니아 기반 선박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세계 신조 발주의 절반가량이 친환경 연료 기반으로 전환됐으며, 유럽 주요국들은 미래 친환경 선복 확보 경쟁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크러버 보급 등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최상위권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차세대 연료 기반의 신조선 발주 비중은 경쟁국 대비 현저히 낮다. 우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짚어보아야 한다. 한국은 현존선 기준 차세대 연료 추진선 비중이 적재용량(DWT) 기준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러나 오더북(발주 잔량)을 포함한 미래 선복 기준으로는 11.3%에 그쳐 글로벌 평균인 17.8%를 밑돈다. 향후 한국의 차세대 연료 추진선 보유량은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선진국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발주 잔량 내 친환경 선박의 비중이 낮다는 점은 향후 현재의 입지마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친환경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기존 선박의 개조를 넘어 LNG, 메탄올, 암모니아 추진선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적선사들이 적기에 선박을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특히 고가의 친환경 연료 선박 확대를 위해서는 해양진흥공사와 정책금융기관의 체계적인 친환경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긴밀하게 연계돼 공급돼야 한다. 공급망 위기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지금, 바다는 단순한 수출입 통로가 아니다. 우리의 미래 생존과 성장동력을 좌우할 전략적 보루로 인식하고, 친환경 선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향해 원팀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기고] AI 시대 대학, 인간과 AI 공존하는 혁신 플랫폼으로
최근 한국대학신문은 생성형 AI를 비롯한 신기술이 대학 경쟁력과 교육의 풍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학들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수업 혁신, 학생 맞춤형 학습, 취업 역량 강화, 사회문제 해결형 프로젝트까지 AI 활용 범위를 넓혀가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교육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대학 존재 이유 자체를 다시 묻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 AI는 일부 전공자만의 기술이 아니라 대학 교육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문명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과거 대학은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 기관이었다. 그러나 이제 정보 검색과 분석, 문서 작성까지 AI가 인간보다 더 빠르게 수행한다. 단순 암기와 반복적 학습은 더 이상 대학 경쟁력이 될 수 없다. 결국 대학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어떤 인재를 길러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AI 시대 대학의 생존 전략은 결국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있다. 창의력과 공감 능력, 윤리의식, 융합적 사고, 문제 해결력 같은 인간 고유의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AI가 정답을 찾는 시대라면, 인간은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교수의 역할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강의 방식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사고를 확장시키는 학습 설계자이자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프로젝트 수업, 산업체 연계형 문제 해결 교육, 융합형 교육과정 확대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변하고 있다. AI 활용 능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다. AI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는 융합적 사고도 필요하다. 즉, 네트워킹의 중요성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중심의 윤리의식과 공동체 가치에 대한 이해다. AI는 계산할 수는 있지만 책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학은 기존의 학과 중심의 구조에 변화를 줘야 한다. 지역 산업과 연계하고 세계와 협력하는 개방형 혁신 플랫폼으로 변해야 한다. 부산의 경우 해양·물류·관광·영상 산업과 AI를 결합한다면 충분히 세계적인 도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부산의 대학 역시 지역 특성화와 AI 융합 전략을 통해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최근 동의대학교는 AI 기반 교육혁신과 전교생 AI 역량 강화 체계를 구축하며 교육의 대전환에 나서고 있다. 특히 라이즈사업단이 부산KBS와 진행하고 있는 ‘지금 AI’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AI 교육 방향을 공유하며 대학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대학이 지역과 함께 AI 시대 미래를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AI는 대학의 위기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기회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대학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AI를 인간 가치와 연결하고 교육 혁신으로 확장하는 대학은 새로운 미래를 선도하게 될 것이다. 결국 살아남는 대학은 단순히 유명한 대학이 아니다. 인간다움을 지키면서 AI 시대를 가장 창의적으로 준비하는 대학이다. 이제 대학은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인간과 기술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혁신 플랫폼으로 완전히 새롭게 다시 태어나야 한다.
겨우 안타 한 개 친 롯데, '클래식 시리즈' 루징 시리즈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옥상서 화재···작업자 1명 2도 화상
이 대통령, 스벅 비판 이어 “일베 사이트 폐쇄”…야 “李, 이성 찾아야”
전광훈 "윤석열 탄핵 예견…다 알려줬는데 계엄 엉뚱한 날에"
[민심르포] “일자리 시급” 한목소리...부산 청년 민심 어디로? (영상)
거제 고현동 상습 교통사고 사라지나
주류 출고량 10년 새 17% ‘뚝’…무알콜·과일소주로 활로
한동훈 'YS 정신' 앞세워 보수 정통성 승부…박민식은 당 공식 후보 부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