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대 최고 지선 사전투표 열기 본투표까지 이어지길
6·3 지방선거 사전투표는 예상보다 열기가 훨씬 뜨거웠다. 전국 집계 사전투표율 23.51%가 말해준다. 이는 2014년 전국 단위 사전투표 제도 도입 이후 지선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부산도 21.29%를 기록해 2022년 지선보다 2.7%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남(24.64%)과 울산(22.46%)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민주주의의 힘은 투표장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이번 기록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지선이 중앙 정치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관심받지 못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이번 선거가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너무나 반갑다. 하지만 여야는 사전투표 결과를 두고 매우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산을 비롯한 부울경에서 변화 요구가 커진 결과라고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현 정부에 대한 실망과 심판 여론이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같은 숫자를 두고도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은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투표율보다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이동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접전지에서는 중도층과 무당층의 선택이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다.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특정 정당에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승부는 본투표 일까지 얼마나 많은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향하느냐에 달렸다. 높은 투표 열기 속에서도 사전투표 과정에서 드러난 본인 확인 절차의 허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실제로 대구에서는 사촌의 신분증으로 사전투표가 이뤄지는 사례가 발생해 선거 관리의 허술함을 노출했다. 본투표를 앞둔 시점에서 이번 논란은 철저한 선거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선관위는 외모와 주소가 비슷해 벌어진 사례라며 행정 조치를 통해 실제 유권자의 투표권을 보장했다고 설명했지만, 시스템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투표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투표 용지 노출' 논란도 불거졌다. 선거는 결과만큼이나 절차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선관위는 남은 기간 더 철저한 관리로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해야 한다. 사전투표 열기가 실제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향한 시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특히 부울경 유권자들은 중앙정치에 대한 평가와 함께 산업 경쟁력 강화, 청년 정주 여건,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이 누구인지를 따져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이번 선거는 지방 권력의 향배는 물론 향후 정치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는 3일의 한 표가 부울경의 미래를 좌우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사전투표 열기가 본투표장까지 이어져 유권자들의 최종 선택으로 완성되는 일일 것이다. 부울경 유권자의 한 표가 결코 가볍지 않다.
[사설] 현장 거센 후폭풍 몰고 올 노란봉투법 현대차 첫 판정
개정 노동조합법(이하 노란봉투법)이 지난 3월 10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지 3개월이 다 돼 가지만 현장에선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을 놓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때부터 제기돼 온 법적 모호성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노란봉투법은 입법 당시부터 추상적 개념의 나열 등으로 인해 보완입법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시행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현장의 혼란 가중으로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국회 입법 부작위로 초래된 이 혼란은 매 사안마다 노와 사가 일일이 유권해석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오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가 제기한 원청 교섭 관련 2차 회의를 연다. 보안이나 구내식당 운영 담당 업체의 노동자가 현대자동차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오늘 회의에서 당장 결론이 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언제가 됐든 지노위가 결론을 낼 경우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에 대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 사내 하청 사건을 두고 최근 대법원이 옛 노조법을 근거로 들며 원청 단체교섭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법원이 과거 법리에 선을 명확히 그어버린 이상 노란봉투법 적용을 받는 법리로는 이번 지노위 결정이 첫 사례가 되는 셈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면서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들고 있어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때마다 원청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일일이 판단해야 하는 맹점이 있다. 구체적 기준이 애매한 법리적 맹점은 유권해석을 해야 할 기관의 판단 회피와 분쟁 확산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최근 한화오션 외주 급식업체의 교섭 요구에 대해 한화오션의 교섭 요구 사실 미공고에 대한 시정 신청을 인정하고도 사용자성 판단은 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껄끄러운 쟁점에 대한 판단을 피하고 타 기관에 공을 떠넘기는 이런 행태로 인해 사회적 비용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번 사안에 대해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노란봉투법에 따른 사용자성에 대해 첫 유권해석을 내린다 하더라도 후폭풍은 여전하리라는 우려가 크다. 원청이 공동 교섭을 하라는 결정을 내린다면 이번에는 작업 환경이나 안전, 금전 보상 등 교섭 범위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벌어질 것이다. 반대로 원청 인정이 안 된다는 결론이 난다면 노조의 극심한 반발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해결해야 할 노동 현장이 기관의 유권해석이나 법원 판결에 의존하는 ‘사법 만능주의’로 물드는 것도 또 다른 후폭풍이 될 수 있다. 국회가 법 조문 명확화를 위한 보완입법을 외면한 대가로는 너무 큰 것이 아닌가.
[사설] 29~30일 지선 사전투표, 초접전 부울경 운명 가른다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오늘부터 이틀간 전국에서 실시된다. 동시에 본 투표일인 다음 달 3일까지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이른바 ‘깜깜이 선거’ 국면도 시작됐다. 이번 지선은 향후 4년간 부울경 정치 지형의 흐름을 가를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여야 모두 사전투표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특히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광역단체장 선거는 물론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선까지 초접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어 어느 진영 지지층이 얼마나 결집해 움직이느냐에 따라 본 투표 흐름까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전투표가 전체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사전투표는 한때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조직 동원력이 높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사전투표가 특정 정치 성향의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적 투표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 공식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2014년 지선 당시 11.49%였던 전국 사전투표율은 2018년 20.14%, 2022년 20.62%로 상승했다. 이번 6·3 지선을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1차 전화면접식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9.4%가 사전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18년과 2022년 지선 전체투표율의 절반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제는 어느 정당도 사전투표를 외면할 수 없는 구조가 된 셈이다. 부울경은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중앙당과 시도당 모두 PK를 초접전 지역으로 분류한 만큼 여야가 사전투표를 앞두고 총력전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부산일보〉 여론조사에서도 부산의 20·30대에서 국힘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수 진영의 청년층 기반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실제 투표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힘이 과거 일부 보수층의 부정선거 음모론과 선을 그으며 “사전투표도 본투표와 똑같은 한 표”라고 독려하는 배경이다. 민주당 역시 “사전투표 꼭 해주기 바란다”며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결국 양당 모두 사전투표를 본선 승부의 기선 제압 무대로 보고 있단 얘기다. 이번 사전투표는 조직력 경쟁인 동시에 누가 더 많은 무당층과 부동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의 승부다. 이제 유권자는 여론조사 수치에서 벗어나 후보의 자질과 지역의 미래를 차분히 판단할 시간과 마주했다. 이번 PK 선거 역시 특정 정당의 일방 우세로 끝날지, 초박빙 접전 끝에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지는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대의민주주의에서 유권자의 힘은 결국 투표로 완성된다는 점이다. 사전투표는 투표율을 높이는 중요한 디딤돌이다. 초접전 양상의 부울경 승부 역시 사전투표가 가를 가능성이 높다. 이제 남은 것은 유권자의 선택이다. 물론 선관위도 더 이상의 불신 논란이 없도록 투·개표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밀물썰물] 트럼프 우상화 지폐
화폐는 교환 수단을 넘어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각국이 화폐, 특히 지폐에 고유의 문화, 역사, 사상, 자연 등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이유다. 지폐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 나오는 까닭도 비슷하다. 특히 미국 지폐에는 독립과 발전,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헌신한 역대 대통령과 정치인 등이 새겨져 있다.1달러 지폐 주인공은 미국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이다. 2달러 지폐에는 독립선언서 작성에 큰 역할을 한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나온다. 노예제도를 폐지한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5달러 지폐 주인공이며, 초대 재무장관으로 경제 시스템의 기틀을 마련한 알렉산더 해밀턴은 10달러 지폐에 등장한다. 20달러 주인공은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달러 지폐 인물을 앤드루 잭슨에서 흑인 여성 인권 운동가인 해리엇 터브먼으로 교체하려고 했지만 트럼프는 집권 1기 때 이 계획을 폐기했다. 50달러에는 남북전쟁 영웅인 18대 대통령 율리시스 그랜트가, 100달러에는 독립선언 주요 주창자로 미국 탄생에 기여한 정치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각각 나온다.미 재무부가 트럼프의 초상화가 담긴 250달러 지폐 발행을 추진 중이다. 건국 250주년을 기념한다고 하지만, 현행법은 생존 인물이 화폐에 등장하는 것을 금지한다. 지난해 2월 ‘트럼프 250달러 법안’이 연방하원에서 발의됐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해당 화폐 발행의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재무부가 무리한 시도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재무부 인사들이 조폐국에 트럼프 초상화가 들어간 250달러 지폐 시안 제작을 압박해 왔다고 보도했다. 지폐 시안에는 중앙에 트럼프 얼굴이 있고 양옆으로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서명이 배치돼 있다.트럼프 행정부는 연방기관과 정책 명칭마다 대통령 이름을 붙이고 있다. 대표 공연장인 케네디센터는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명칭을 바꿨지만, 지난달 29일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렸다. 연방정부의 어린이 자산 형성 프로그램은 ‘트럼프 계좌’로 명명했다. 100만 달러(약 15억 원)를 내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비자 제도를 ‘트럼프 골드카드’로 명명한 것, 미 해군 신형 전함에 ‘트럼프급 전함’이란 이름을 붙이는 시도도 같은 맥락이다. 개인 브랜드를 높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광폭 개명’ 행보와 ‘셀프 우상화’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논설주간/상무이사
강윤경
수석논설위원
김승일
논설위원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편집국에서] 부산의 한 표, 대한민국 정치 지형 바꾼다
대한민국 정치의 운명을 가르는 승부처는 늘 부산이었다. 민주화의 거센 바람이 불 때도, 지역주의의 높은 벽에 균열이 생길 때도, 정권을 향한 경고와 심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때도 부산은 가장 먼저 움직였다. 그리고 6·3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지금, 부산은 다시 선거의 최대 격전지이자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에 섰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은 “무능한 지방권력 심판”을, 야당은 “이재명 정권 독주 저지”를 내세우며 부산·울산·경남(PK)에 총력을 쏟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부산을 찾아 민심을 훑었고, 야권에서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잇따라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는 이번 선거에서 부산이 갖는 정치적 무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야가 부산 승리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백하다. 부산의 선택이 단순한 지역 선거의 결과를 넘어 향후 정국 흐름과 차기 권력 지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수치로 드러나는 득표율을 넘어 최종적인 승패를 가르는 것은 민심의 방향성이다. 그리고 그 방향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부산이다. 부산을 흔히 보수의 텃밭이라고 하지만, 부산의 정치적 DNA는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복합적이다. 부산의 유권자들은 특정 진영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이나 묻지마식 투표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오히려 현실 정치의 변화와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필요할 때마다 과감한 선택을 해왔다. 합리와 실용을 중시하는 온건 보수 성향을 바탕으로 하되, 권력이 오만해졌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회초리를 들고 정권과 정치권을 심판했다. 실제로 부산의 표심은 한국 현대 정치사의 주요 변곡점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의 거점이 되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통해서는 지역주의 장벽을 허무는 정치 실험의 진원지가 됐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에 사상 처음으로 지방권력을 맡기며 정치 지형을 뒤흔들었고, 이후 시정 운영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다시 보수 정당에 힘을 실어주며 균형추를 이동시켰다. 사실상의 ‘스윙 스테이트’에 가까운 셈이다. 이번 선거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부산시장 선거와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라는 두 개의 굵직한 승부가 동시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선거의 결과는 단순한 지역 권력 재편을 넘어 여야 내부의 정치 지형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장 선거는 부산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이다. 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승리한다면 부산은 오거돈 전 시장 이후 다시 한번 민주당에 지방권력을 맡기게 된다. 이는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민주당이 부산 시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는 의미를 갖는다. 오거돈 시정 당시 부산시는 리더십 공백과 시정 혼란, 각종 정책 차질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당시 실패를 극복하고, 달라진 민주당 시정을 보여줘 안정적인 지역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된다. 반대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승리한다면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 산업은행 부산 이전, 부울경 행정통합 등 현 시정의 주요 현안을 완수할 추진력을 시민들로부터 재확인받게 된다. 나아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위축된 보수 진영을 재정비하고 차기 권력 재창출을 위한 보수 대통합의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북갑 보선은 이미 보수 진영 내부의 차기 주도권 경쟁 양상으로 번진 상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민주당 하정우 후보와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를 제치고 선두를 기록하면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만약 한 후보가 승리한다면 국민의힘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 보수 진영 재편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보수 분열이라는 악조건을 뚫고 부산에서 독자 생존에 성공할 경우, 한 후보는 보수 진영의 차세대 주자로서 존재감을 확고히 하며 PK를 기반으로 차기 대권 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반대로 여권이 승리한다면 낙동강 벨트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보수 진영의 자중지란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번 선거는 부산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어떤 도시를 후손에게 남길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정당 간 승패를 넘어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동시에 부산을 비롯해 PK 선거 결과는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이 선전한다면 정부와 여권 지도부는 국정 운영 동력을 더 강하게 확보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야당이 방어에 성공하거나 반전을 만들어 낸다면 정권 견제론이 힘을 받게 된다. 결국 PK는 단지 지역 선거의 무대가 아니라 차기 정치 질서를 가늠하는 시험대인 셈이다.
[이은철의 너튜브B컷] 레거시라 긁혔습니다만
불과 두 달여 전까지만 해도 국원들과 가족, 지인을 제외하면 사실상 실시간 시청자 수 0명에 가깝던 〈부산일보TV〉 ‘뉴스캐라’. 개편 세 달여 만인 현재 소소하지만 그래도 이젠 출연자와 무관한 일반 시민들에게 전달되는 어엿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자신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튜브 세계에 첫 발을 디딘 ‘뉴스캐라’ 입장에서, 실시간 시청자 수천 명은 기본으로 훌쩍 넘는 이른바 대기업 유튜브가 부럽기만 하다. 잘나가는 유튜브 채널에 거의 매일 출연하는 후보를 우리는 단 한 번이라도 모시기 위해, 회신도 기대할 수 없는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다 자존심이 긁히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지자들 요청이 있었다며 특정 진영에서만 시청하는 프로그램에 수차례 출연하거나 부산에 출마한 후보가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여러 차례 출연하는 다소 황당한 모습을 목도하면 그 울화는 이루말할 수 없다. 사실 그렇다. 아무래도 신문이 주요 플랫폼인 부산일보이기 때문에 그들의 선택이 이해가 된다. 유튜브 생태계에서 영향력 있는 채널에 출연해 이름을 알리고 체급을 올리는 전략 말이다. 그래서 기자의 토로는 여기서 각설하려 한다. 중요한 건 시민이자 유권자 입장에서 이러한 행태를 바라보면, 문제가 명확해진다는 점이다.계속되는 청년 유출과 이제는 만성 질환 같은 경기 침체로 부산 시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는 생존 자체가 위협이 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부산의 존폐를 가를 변곡점이다. 그렇기에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이들의 정치 행보는 더욱 부산 시민들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심지어 부산에 출마한 한 후보는 유튜브 출연 덕분에 후원금을 채웠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거듭 전했다. 그에게 지역 발전 비전을 기대한 주민들에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유튜브가 일반인들에게 언론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 7위다. 이는 신문 중 가장 영향력 있다고 평가된 조선일보(10위)를 앞서는 결과다. 시청자 유치 경쟁에서 기성 언론이 유튜브에 뒤지는 상황이다. 이제 길고 길었던 레이스가 끝을 앞두고 있다. 신문 제작이 메인인 ‘재래식 회사’라 긁혔습니다만 일반시민들의 자존심만큼은 긁히는 일이 없도록 부산 사람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정치인들이 많아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잠을 줄여가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후보들의 무운을 기원한다.
[오션 뷰] 탈탄소화, 불확실성과 해운산업의 기회
해운산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산업 중 하나이다. 세계 무역 물동량의 80% 이상이 바닷길을 통해 운송되며, 우리나라는 의존도가 더욱 높아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해운산업이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른바 ‘2D 이슈’로 불리는 탈탄소화(Decarbonization)와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그것이다. 지난달, 국제해사기구(IMO)에서 두 가지 이슈에 관한 중요한 회의가 잇달아 열렸다. ‘자율운항선박 비강제 국제 기준’이 채택된 반면, ‘선박 온실가스 감축 중기 조치’는 제84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도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작년 4월,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 규제 틀을 마련했으나, 같은 해 10월 최종 채택이 1년 연기된 바 있다. 미국과 산유국의 반대, 선진국과 개도국 간 비용 분담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연말 재논의가 예정되어 있지만, 합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제 해운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8년 대비 13% 줄었지만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2025년 기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2%를 차지하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국제적 합의가 지연되면서 선사들은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국제 합의가 늦어지는 사이 각국과 지역이 저마다의 탄소 규제를 먼저 도입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유럽 항만을 드나드는 선박에 탄소 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EU ETS’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2024년부터 적용하고 있고, 선박 연료의 탄소 함량을 직접 규제하는 ‘FuelEU Maritime’을 202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2028년부터 국제 해운 선박에 대해 자체적인 해운 탄소 과금 제도를 도입하며,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도 독자적인 탄소 부과금을 시행하고 있다. 선박은 전 세계 바다를 누벼야 하는데, 최악의 경우 기항하는 항구마다 다른 규제를 따라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마다 기준이 달라질수록 선사들은 항로별로 다른 규제를 파악하고 준수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무엇보다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워진다. 국제 단일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러한 혼선은 앞으로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 해운산업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유럽 항로를 운항하는 선사는 탄소 비용이 해마다 늘어나고, 연료 조달 방식과 계약 구조까지 전반적인 재편이 요구되고 있다. 탄소 규제는 더 이상 환경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 전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가 됐다. 시장의 움직임도 이를 반영한다. 클락슨리서치의 올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LNG 운반선을 제외한 전체 신조 선박 발주 중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의 비중은 약 20%로, 2024~2025년 평균 37%에서 크게 줄었다. 규제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사들이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환의 방향 자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대체 연료 사용을 염두에 둔 ‘레디(Ready)’선 발주는 2021년부터 꾸준히 증가하여 2023년 이후 전체 발주량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연료 효율을 높이는 각종 기술의 탑재 비율도 전체 선대의 47%에 달하며, 배출 가스를 선박에서 직접 포집하는 탄소포집장치(CCS) 설치도 빠르게 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앞으로 24년간 약 4조 5000억 달러의 신조·설비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각국이 제각각 규제를 만들어가는 환경일수록, 선박·연료·항만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적 대응 체계가 현실적인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선사의 입장에서 이러한 국제 환경은 매우 가혹한 상황이며 개별 선사가 통제할 수도 없다. 필자가 접한 선사들의 입장도 다양하다. 중기 조치의 채택 불발로 단기적인 비용 절감을 기대하는 선사도 있는 반면, 국가 또는 지역 단위 규제가 시행되는 항로를 운항하는 선사는 이중 규제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해운 탈탄소화는 ‘올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어떤 방식으로’ 올 것인가의 문제다. 선박은 최소 20년 이상을 운용해야 하는 장기 자산이다. 오늘 발주하는 선박이 2050년까지 운항한다는 뜻이고, 지금의 연료 선택이 곧 미래의 규제 리스크를 결정짓는다. 올해 들어서, 정부는 ‘녹색 전환’(K-GX) 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재편과 녹색전환이 필수적이다. 탄소중립이라는 도전은 분명 부담이지만, 준비된 쪽에는 새로운 시장 질서를 선점할 기회이기도 하다. 기회를 선점할지는 선사의 몫이지만, 선사의 리스크를 줄이고 해운산업 재편을 위한 틀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공감] 아비 그리운 때 보아라
연구실 책장을 정리했다. 은퇴가 머지않으니 조금씩 책을 솎아 낼 요량이었다. 오랜 세월 쌓인 책들이 한때의 기억을 머금은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구석구석 꽂혀 있었다. 버릴 책들을 정리하다가, 〈책 읽는 소리〉에서 손길이 멈추었다. 먼지 쌓인 책장 구석에서 24년 전 내가 밑줄 그으며 읽었던 정민 교수의 책을 만난 것이다. 버릴 책으로 분류해 상자에 넣었다가 다시 꺼내 들었다. 그 자리에 서서 오래전 읽었던 문장들을 다시 더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밑줄 친 부분이 보인다. 밑줄의 길이만큼 애정도 깊었던 듯하다. 유독 ‘아비 그리운 때 보아라’라는 글에 오래 머물렀다. 고전소설 연구 과정에서의 소회를 담은 글이었다. 고전소설은 대부분 필사 형태로 전해진다. 필사본은 필사자에 따라 내용이 보태지고 다르게 고쳐지는데, 이를 이본(異本)이라 부르며, 필사본에 따라 놀부 심보 가짓수가 스무 개 남짓에서 일흔 가지를 넘기기도 한다. 소설책을 필사하는 과정은 무척 고단하여, 으레 끄트머리에 필사자의 감회를 적바림하는데, 이를 필사기(筆寫記)라 한다. 이 글에서 정민 교수는 〈임경업전〉의 뒤에 적힌 필사기를 다룬다. 아우 혼인을 맞이하여 어렵사리 친정에 든 딸이 집에 있는 소설책을 필사하여 시댁으로 가져가려 한다. 당시 소설 필사본은 혼수 품목일 만큼 인기가 많았다. 소설은 길었고, 반도 쓰지 못한 채 딸이 돌아갈 날이 닥쳤다. 조바심 내는 딸이 안쓰러웠는지, 아버지는 딸의 사촌까지 동원하여 필사하다 결국 직접 붓을 든다. 마침내 필사가 끝나고, 아버지는 책의 끝에 짧은 글을 남긴다. “노부(老父)도 아픈 중 간신히 서너 장 등서(謄書)하였으니 아비 그리운 때 보아라.” 아비 그리운 때 보아라. 이제 시댁으로 떠나면 언제 다시 친정에 들지 모를 딸, 그 딸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딸은 시댁으로 돌아가 아버지가 남긴 필사기를 보며, 얼마나 울었을까. 병들고 나이 든 아버지가 딸을 위해 소설책을 필사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여, 책 먼지가 머리 위로 내려앉는지도 모르고,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초등학생이었던 내 딸도 어느덧 자라 작년 봄 혼인했다. 난산 끝에 첫딸이 태어난 날이 떠오른다. 초저녁에 시작한 아내의 산통이 새벽까지 이어졌다. 긴 기다림 끝에 아이가 세상에 나왔고, 병원 창밖으로 희붐하게 밝아오던 여명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생의 기쁨은 컸으나, 동시에 아버지가 되었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새벽 서리처럼 내려앉던 날이었다. 딸이 자랄 때, 길 가다 넘어지면 “아빠!”하고 울어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고 한다. 주말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자면, 내 배 위에서 들숨과 날숨의 물결을 타며 딸도 같이 잠이 들었다. 거실에서 기타를 연주하면, 어느새 분홍색 장난감 기타를 들고나와 불협화음의 합주를 서슴지 않았다. 그 나날을 새겨놓은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는 날이면, 나는 하릴없이 눈물이 났다. 얼마 전 딸이 늦은 밤 아내에게 전화했다. 남편과의 심한 다툼에 울면서 전화한 딸 때문에 아내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고 한다. 나는 야간 수업을 마친 고단함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후에 아내로부터 그 밤의 일을 전해 들었다. 딸이 “아빠는 이 사실을 몰랐으면 좋겠다”고 했단다. 힘들 때 엄마를 찾으면서도 그 고단함이 아빠에게 닿지 않기를 바라는 딸의 배려가 내게 서운함으로 다가왔다. 그 밤 나는 쉬이 잠들지 못했다. 오래된 책은 이제 그만 버리자며 시작한 책장 정리를 멈추었다. 〈임경업전〉을 필사했던 아버지는 딸을 향한 사랑을 차마 직접 말하지 못하고, 아비 그리운 때 보라며 마음을 접어 소설책에 동봉했다. 혼인 이후 야근이 잦다는 딸의 소식을 아내에게 건너 들었다. 바쁜 딸에게 혹여 부담이 될까 싶어 보고 싶어도 먼저 전화기를 들지 못했다. 이 글로 딸을 향한 아비의 마음을 적바림한다.
[기고] 가덕도신공항이 아닌 '부산국제공항'으로
24년간 조종석에 앉아 세계 수십 개 도시의 공항을 드나들었다. 도쿄, 상하이, 싱가포르, 런던, 빈, 뉴욕… 그 어느 공항도 자신이 위치한 섬 이름이나 행정 지명을 내걸고 국제 항공로에 등장하는 곳은 없었다. 관제사가 교신할 때, 항공사가 스케줄을 편성할 때, 여행객이 항공권을 검색할 때, 공항은 언제나 도시의 이름으로 불린다. 2035년 개항을 목표로 부산 가덕도에 새 공항이 건설되고 있다. 800만 부산·울산·경남 시민이 수십 년간 염원해 온 동남권 관문공항이 마침내 현실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이 아직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이 공항의 이름을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 현재 통용되는 ‘가덕도신공항’은 건설사업의 행정적 명칭일 뿐, 개항 후 세계를 향해 내걸 간판이 아니다. 그 이름은 마땅히 부산국제공항(Busan International Airport)이어야 한다. 항공 현장을 누빈 전문가로서, 부산의 도시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항공 기업인으로서 강력히 주장한다. 공항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인천국제공항이다. 1992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명칭 공모에서 1위는 ‘세종공항’(101표), 2위는 ‘서울공항’(70표)이었으며, ‘인천공항’은 고작 8위(30표)에 머물렀다. 더 놀라운 것은 1995년 1월,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이 신공항의 이름을 ‘영종국제공항’으로 공식 결정해 버린 사실이다. 실제로 공항이 위치한 섬 영종도를 따른 것이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인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같은 해 4월, 인천YMCA 등 시민단체들은 ‘인천국제공항 명칭제정추진위원회’를 창립했다. 이어진 서명운동에는 당시 인천 인구 235만 명 중 60만 명, 즉 시민 4명 중 1명가량이 동참했다. 결국 1996년 3월 21일, 건설교통부는 공단의 결정을 뒤집고 이름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최종 확정했다. 오늘날 전 세계 항공권에 ‘ICN’-인천(Incheon)의 알파벳이 새겨진 것은 그 4년의 시민 분투 덕분이다. 이 교훈을 부산이 되새겨야 한다. 지금부터 ‘가덕도(Gadeokdo)’가 아닌 ‘부산(Busan)’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 항공 현장에서 공항은 도시의 이름으로 통한다. 관제 교신, 비행계획서, 항공권 예약 시스템에서 공항을 인식하는 기본 단위는 섬이나 지형이 아니라 도시다. 현재 김해국제공항의 국제 도시 코드는 ‘BUSAN’, IATA 코드는 ‘PUS’(부산의 옛 로마자 표기 ‘Pusan’에서 유래)이다. 세계의 항공 시스템은 이미 이 공항을 ‘부산’의 공항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현판에는 ‘김해국제공항’이 찍혀 있고, 곧 들어설 신공항에는 자칫 ‘가덕도신공항’이 달릴 수 있다는 건 역설적이다. 전 세계 749개 공항 중 741개가 행정구역명을 공항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행정구역 개편 이전의 지명을 그대로 쓰는 공항은 전 세계에서 김해공항과 김포공항 두 곳뿐이다. ‘부산’ 브랜드 가치를 활용해 얻는 이득이 명칭 변경 비용보다 훨씬 크며, 부산항 브랜드 가치(1조 2500억 원)에 빗대면 지난 24년간 약 3조 원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놓쳤다고 추정된다. 홍콩국제공항, 오스트리아 빈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세계 주요 국제공항을 살펴보면 이 원칙은 더욱 명확해진다. 공항을 찾는 세계 여행객들은 ‘가덕도’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들이 아는 것은 ‘부산’이다. 세계 2위 환적항만의 도시, 영화제의 도시, 해양 문화 수도의 이름. 이 강력한 브랜드를 공항 이름에 새기지 않는 것은, 스스로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얼굴을 지우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가덕도’가 아닌 ‘부산’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 공항이 개항하는 2035년보다 지금부터 10년간의 건설 과정이 더 중요한 홍보 기간이다. 세계 언론이 이 공항을 처음 보도하는 그 순간부터 ‘부산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이 쓰야 한다.
[기고] 노란봉투법 시행, 원청 인사노무팀이 당장해야 할 네 가지
지난 3월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조선·물류·공공기관·금융 등 산업 전반에서 하청노조의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전체 접수 사건 가운데 많은 건이 취하되었으나,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 결정이 내려진 사건에서는 4월 19일 기준 약 90%(23건 중 21건)가 인정됐다. 다만 지금까지 인정된 사용자성은 주로 안전보건·인력배치 등 원청의 실질적 지휘·관리권이 분명한 분야에 집중되어 있으며, 임금·복리후생 전반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이 일반적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노란봉투법에 따른 교섭요구 대상 인원이 14만 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원·하청 모두 아래 네 가지 절차적 포인트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교섭의제별로 창구 단일화 절차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확인하라. 하청노조가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려면 여러 하청노조 사이에서 대표를 정하는 창구 단일화 절차가 필요하다. 이 절차는 의제별로 달리 적용될 수 있다. 예컨대 안전 문제에서는 A조직이 대표가 되고, 복리후생 문제에서는 B조직이 대표가 될 수 있다.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요구한 경우 원청은 공문으로 의제 특정이나 절차 이행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노동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직권으로 절차 보완을 요구하고 사용자성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으므로, 원·하청 모두 절차적 요건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둘째, 교섭의제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라. 의제가 불분명하면 분쟁이 길어지고 해석상 혼선이 생긴다. 원청은 의제가 구체적이지 않으면 서면으로 의제 특정을 요청하는 것이 안전하다. 임금·수당 등은 원칙적으로 하청 내부의 사안으로 본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현재 입장이다. 따라서 하청노조는 임금·수당이 아닌 안전·근로조건·학자금 지원 등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큰 의제부터 교섭 의제로 제시하고, 단계적으로 요구 범위를 넓혀가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셋째, 공고와 사용자성 인정은 별개다.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고가 진행되는 시점부터 관련 절차가 본격화되므로, 원청은 교섭단위 분리 신청 가능성, 의제별 사용자성 쟁점, 기본 대응 방향을 미리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하청노조 역시 공고가 모든 의제에 대한 교섭 의무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실제로 교섭이 가능한 쟁점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노동위원회 결정 흐름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 현재 노사 양측은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보며 대응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원청은 불복과 소송을 검토하고, 하청노조는 신청 취하 후 보완해 다시 제기하는 방식으로 유리한 판단을 모색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사건에서는 처리 지연도 나타나고 있어, 원·하청 모두 사건 진행 상황을 꾸준히 확인하고 유사 사례를 참고해 대응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끝으로 정부의 원·하청 상생교섭 매뉴얼은 참고할 만한 기준이지만,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은 별도로 전개될 수 있다. 노동부 해석만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 흐름을 함께 살피면서 충분한 법리 검토를 거쳐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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