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기록으로 그림 읽기] 아이리스 또 다른 이름 제비붓꽃으로 유명한 그림
고흐의 ‘아이리스’만큼이나 유명한 그림은 오카다 코린(1658~1716)의 ‘제비붓꽃’으로 일본 국보이다. 쇼군 통치 기구인 막부를 에도로 옮기고 일본 경제가 크게 성장하자 미술을 비롯한 여러 문화가 발전한다. 코린의 제비붓꽃도 금박과 비싼 돌가루 물감을 사용해 그린 그림으로 18세기 에도의 경제를 상징하는 본보기이다.
일본 ‘린파’를 대표하는 오카다 코린은 고흐보다 늦은 44세에 그림을 시작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10여 년을 활동했다. 교토의 유명한 포목상 집안에 태어나 화려한 문화를 누리며 자랐고, 동생 오카다 겐잔도 유명한 도공이 되었다. 형은 가업을 물려받고, 대신 많은 유산을 받은 코린은 유흥과 고급문화에 돈을 펑펑 썼다. 그 여파로 재산을 탕진하고 빚까지 지게 되자, 이를 타개하려 어쩔 수 없이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사실, 어릴 때부터 글과 그림을 비롯해 여러 예술을 배워 온 그는 중국 문인화와 화려한 일본화를 섭렵한 ‘가노파’ 야마모토 소켄의 가르침을 받았기에 자신이 있었다. 또 관리나 다이묘 등 돈 많은 후원자에게 많은 주문을 받을 자신도 있었다. 기록으로는 1697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제비붓꽃’은 1701~1704년 사이 부유한 후원자 주문으로 그려졌다고 한다.
이 작품은 8세기 헤이안 시대에 출현한 ‘이세 이야기’에 나오는 미카와 야쓰하시(아이치현 동부)에 피는 제비붓꽃을 6폭 병풍 1쌍으로 그린 것이다. 리드미컬한 제비붓꽃은 일부 형태가 반복되지만, 뛰어난 장식성으로 일본문화와 현대 디자인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일본 지폐 5000원권에 실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최고급 재료를 사용한 것 말고도, 이 작품은 군청색과 금색(노랑)이라는 보색 체계를 사용해 감상자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위험한 색 배치이지만, 지금 감각으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세련미를 품은 작품이다.
예술에 대한 감각은 최고의 미를 겪어 봐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 문화 자산을 풍부하게 경험했던 어린 시절과 다양한 문화가 탄생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에도의 막대한 자본이 일본의 대표적인 미감인 화려함과 수수함이 교묘히 섞인 코린의 작품을 탄생시킨 밑거름이 되었다. 분명한 것은 경제가 발전해야 미적 감각이 높아지고 문화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도쿄 네즈미술관은 아이리스 아니 제비붓꽃이 필 시절에 코린 작품을 중심으로 기획전을 연다. 올해도 벌써 시작했다. 코린의 이 작품과 유사한 것이 뉴욕 메트로폴리탄(MeT)미술관에 있다.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