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중심 경영, IMF·금융 위기·한진해운 파산 이겨낸 비결" [제19회 세계해양포럼]
제16회 대한민국 해양대상
남성해운 김영치 회장 수상
국내 최초의 민간 외항 선사
매출 6800억 견실 기업 키워
IMO 탄소세 부과 기정사실
공공·민간 공동 대응 중요
부산항 국제적 경쟁력 미비
해수부·기관 이전 성장 기회
‘고객 중심 경영’.
너무 상식적이지만, 종종 뒷전으로 밀리는 원칙. 올해 제16회 대한민국 해양대상을 받은 남성해운 김영치 회장이 지난 61년간 경영 일선에서 지켰던 원칙을 묻는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다. 국내 최초의 민간 외항선사 남성해운을 1964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물려받아 연 매출 6800억 원 이상의 견실한 기업으로 키운 비결이 다름 아닌 평범한 원칙을 꿋꿋하게 지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김 회장은 새삼 느끼게 했다.
■72년 사사(社史) 중 61년의 무게
경남 남해에서 여객선 사업을 하던 조부, 해방과 전쟁의 참화를 딛고 나라가 다시 일어서는 데 무역선으로 기여하고자 1953년 남성해운을 부산에 설립한 부친. 두 창업자가 남성해운의 밑바탕을 만들었다면 김 회장은 61년간 ‘남성해운호’를 굴지의 인트라 아시아 해운 선사로 키워냈다. 그는 1964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회사 경영을 맡으면서 지금처럼 회사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1980년대 해운산업 합리화, 1990년대 IMF 금융 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6년 한진해운 파산 후 글로벌 해운선사 글로벌 합종연횡. 돌이켜 보면 거의 10년 주기로 회사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거대한 파도를 맞았는데, 회사 성장보다는 직원 가족들과 예측 불가능한 환경을 극복하고 대응하다 보니 지금에 이른 것 같습니다.”
닥쳐오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엔 나름의 원칙이 있었다. “해운업의 기본은 양질의 대고객 서비스이며, 남성해운 정신은 단연코 ‘고객 중심 경영’이기에, 성능이 우수한 선박을 적정 시기에 적정 양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지요.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배를 빌려 쓰는 것보다 국내 유수 조선소, 협력사와 뜻을 모아 좋은 배를 만들어 보유하는 것이 안정적인 대고객 서비스의 발판이 됐습니다.”
현재 남성해운은 자사선 19척, 용선 2척으로 아시아 권역 내 50여 곳 기항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엔 최첨단 사물인터넷(IoT) 기술 기반 실시간 운송 모니터링 시스템과 클라우드 기반 통합 e-Service 플랫폼을 운영, 고객 이용 편의 제고에도 나서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생협력
거의 10년 주기로 불어닥친 글로벌 해운시장 급변 사태. 내년이면 한진해운 파산 10년이다. 또 어떤 폭풍이 세력을 넓혀가고 있을까.
“1년 유예됐지만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세 부과는 머잖아 기정사실이 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한 친환경 규제는 거스를 수 없는 외부 요인입니다. 국적 선사 사이의 상생협력이 생존의 조건이라고 보고 친환경 규제 공동 대응, 해외 주요 항만·배후부지 공동 개발, 국적 화주와의 상생 협력 대응 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김 회장은 선사 차원을 뛰어넘는 공공과 민간의 협력도 강조했다. 선사들의 단기·중장기 대응 방향과 우수한 해기사 안정적 확보 등의 이슈에 대해 일관된 방향으로 이끌고 갈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하고, 정부와 공공기관, 협회, 개별 선사들이 명확히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책·제도부터 국가 간 협력, 산업 현장 실행까지 원스톱 체제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부산항 기능, 다양화 해야
남성해운의 뿌리는 부산과 경남이다. 그동안 부산항을 이용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었을까?
“부산항은 지정학적으로 천혜의 입지를 가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중요한 허브 항만입니다. 하지만 싱가포르나 로테르담, 홍콩 등 유사한 수준의 항만 도시 성장 과정과 비교해 봤을 때 복합 물류, 제조 전진 기지 해양·조선기자재 허브, 국제 해양 금융 등 항만 관련 부대 산업에서 국제 경쟁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북극항로 시대를 맞아 해양수산부가 부산에 자리잡고, 관련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집적한다면 이 아쉬움을 털어내고, 말 그대로 글로벌 해양 허브 도시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1964년부터 해운업에 몸담아 온 기업인의 조언대로 정부와 업계의 협력, 여기에 시민 의지가 더해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