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와 사진 찍은 통일교 부산울산회장, 한일해저터널연구회 이사였다
부산서 해저터널 전방위 로비
PK 정치권 인사들 접촉 주도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자서전을 들고 통일교 부산·울산 회장 A 씨(왼쪽에서 3번째)와 서 있는 모습. 전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부산 여야 정치권 인사에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 한 통일교 관계자 A 씨가 한일 해저터널 청탁의 핵심 창구였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특히 A 씨는 한일해저터널 사업의 연구적 기반이 된 한일해저터널 연구회에서도 이사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통일교가 연구와 로비 ‘투트랙’ 운영으로 한일해저터널 성사를 추진해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현 통일교 부산·울산회장 A 씨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수십 명의 여야 의원과 접촉해 한일해저터널 관련 논의를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로비 의혹이 제기된 A 씨는 당시 통일교가 창설한 사단법인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부산시회장과 한일해저터널 연구회 이사를 맡고 있었다.
A 씨는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한 영남권 의원을 중심으로 전방위적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으며 부산 지역 ‘통일교 게이트’의 주요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로비 명목은 한일해저터널의 성사다.
구체적인 로비 활동으로, ‘A 씨가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3월 6일 당시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인 백종헌 의원, 3월 7일 국민의힘 부산선대위 공동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서병수 전 의원을 만났다’는 내용이 담긴 통일교 내부 문건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 25일과 30일에도 각각 서 전 의원, 백 의원과 면담을 했다. 2020년 3월에는 전 전 장관에게 한 총재 자서전을 전달하는 등 전 전 장관과 수차례 접촉 사실이 드러났다.
A 씨가 정치권에 전방위적으로 접촉할 당시 A 씨는 한일해저터널 연구회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한일해저터널 연구회 간부로 10여년 간 활동했던 B 씨에 따르면, A 씨가 연구회에 참여한 것은 연구회 중반부터다. B 씨는 “A 씨가 처음 연구회에 들어왔을 때는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가 이후 이사로 변경됐다”며 “학자 신분이 아니라 특별한 역할은 없었고, 다른 회원들과도 접촉이 적었다”고 말했다.
B 씨에 따르면 한일해저터널 연구회는 통일교 신자인 대표 C 씨를 중심으로 2008년 설립 이후 연구 중심의 활동을 이어왔다. 대표를 제외한 회원들은 통일교와 무관했지만 대표와의 인맥을 통해 연구회에 들어와 관련 연구활동을 이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부분 학자 등으로 구성돼 한일해저터널의 기술적 구현 등 학술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대선 캠프가 꾸려질 시점에는 지난 10여 년 간의 해저터널 관련 연구 결과를 총망라한 연구결과보고서를 완성해 이를 양당 캠프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 일각에서는 A 씨가 한일해저터널 연구회에서 이사로 직책이 변경된 시점과 정치권에서 전방위적 로비에 나섰던 시점이 맞물리는 것을 두고, 통일교 내 A 씨의 영향력 확대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B 씨에 따르면 통일교 문선명 총재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한일해저터널 사업의 연구적 기반이 된 연구회는 활동 초반 통일교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지만 문 총재 사후 지원이 줄었다고 한다. 이후 A 씨가 부상하면서 연구회 내 이사 직함을 갖게 되고, 2019년 11월에는 한학자 총재에게 직접 집필한 해저터널 관련 책을 전달하는 등 부산·울산 지역의 통일교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한일해저터널 연구회는 이후 신한일미래포럼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신한일미래포럼의 이사장은 한일해저터널 연구회 대표였던 C 씨가 그대로 이어받았고, A 씨 역시 신한일미래포럼의 이사를 맡고 있다. A, C 씨 등은 올해 초에도 함께 일본 훗카이도와 아오모리를 잇는 '세이칸 터널' 현장 답사를 다녀와 이에 대한 내용을 언론에 기고하는 등 해저터널에 대한 홍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