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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바다에 기대어 가족을 지켜낸 ‘부산 아지매’ 이야기
2025년의 끝자락, 거친 파도 소리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묵묵히 삶을 지탱해 온 부산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안방극장을 찾는다. KBS부산은 오는 30일 오후 7시 40분 휴먼 다큐멘터리 ‘바다와 함께 살아왔다: 아지매’를 방송한다.
‘바다와 함께 살아왔다: 아지매’는 평생을 바다와 시장, 항구에서 보내며 자식들을 키워낸 여성들의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본다. 자갈치 시장의 좌판, 수리조선소가 있는 깡깡이마을의 쇠 깎는 소리, 영도 앞바다의 물질…. 드세고 억척스럽다고만 여겨졌던 ‘부산 아지매’들의 일상은, 사실 가족을 먹이고 입히기 위한 치열하고도 숭고한 사랑의 과정이었다.
다큐멘터리는 거창한 역사를 이야기하는 대신, 사람의 체온과 목소리에 집중한다. 카메라는 투박한 장갑 속에 감춰진 굽은 손가락과 찬 바람을 맞으며 깊게 패인 주름을 따뜻한 시선으로 어루만진다. 그들에게 바다는 고단한 일터이기도 했지만,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고 시집·장가 보낼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생명줄’이자 삶의 동반자였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은 평생을 의지해 온 삶의 현장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그곳에서 가족을 지켜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던 건 ‘엄마’라는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었지만, 그 세월을 견디며 마침내 웃음 짓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시청자들도 큰 위로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5-12-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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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콘서트홀 ‘아듀 2025 송년 콘서트’
부산 지역 최초의 클래식 음악 전용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의 성공적인 개관을 축하하고 이를 뒷받침한 부산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무대가 마련됐다.
클래식부산은 오는 31일 오후 부산 연지동 부산콘서트홀에서 ‘아듀(ADIEU) 2025 송년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부산콘서트홀 개관 첫 해를 시민들과 함께 마무리하는 송년 감사 콘서트로, 전석 무료 초대 형식으로 진행한다.
이날 공연은 클래식부산이 운영 중인 ‘2025 오페라 전문인력 육성 사업’에 참여하는 오케스트라와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성악가·연주자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지역 예술 인재 육성과 전문 인력 양성의 취지를 함께 담았다.
김광현 음악감독의 지휘로 ‘2025 클래식부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며, 소프라노 김소율, 테너 이태흠, 첼리스트 홍승아가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또 부산콘서트홀을 상징하는 파이프오르간을 박준호의 연주로 선보인다. 웅장하고 깊이 있는 파이프오르간의 음색을 통해 부산콘서트홀만의 공간적 매력과 음향적 특색을 시민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여기에 손지현 아나운서의 해설이 더해져,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객과의 거리감을 줄임으로써 시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프로그램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모음곡과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을 비롯해, 시민들에게 익숙한 오페라 아리아와 영화음악 등 연말 분위기에 어울리는 명곡들로 꾸며진다. 공연은 중간 휴식(인터미션) 없이 약 80분간 진행될 예정이다.
클래식부산 박민정 대표는 “부산콘서트홀 개관 첫해를 시민과 함께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무대로 꾸밀 것”이라며 “앞으로도 시민의 일상에서 클래식을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공연과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31일 수요일 오후 2시 부산콘서트홀. 전석 무료. 자세한 내용은 부산콘서트홀 홈페이지(classicbusan.busan.go.kr)를 참조하면 된다.
2025-12-2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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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상위, AI 영화 제작 전문가 양성한다
부산영상위원회(부산영상위)가 인공지능(AI) 기반 영화·영상 전문가 양성에 본격 뛰어들기로 했다. 부산영상위는 사업을 시행할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관련 사업비를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했다.
부산영상위는 지난 2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 컨퍼런스홀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2026년도 주요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예산을 의결했다. 부산영상위의 내년도 예산은 2개의 영화펀드 출자금 6억 원을 포함해 104억 5000만 원이다. 2025년 예산은 98억 1600만 원이었다.
이날 총회에서는 사회 전반에 확산하고 있는 기술 환경 변화에 발맞춘 ‘AI 기반 영화·영상 제작 인재 양성’을 2026년 주요 사업 중 하나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AI 교육 정책과 기획을 총괄하는 조직인 가칭 ‘AI정보화팀’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AI 기반 영화·영상 제작 인재 양성’ 사업은 부산지역 영화·영상산업 종사자들의 AI 제작 실무 역량 향상을 목표로 추진한다. 부산영상위는 이를 위해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와 영상후반작업시설, 아시아영화학교, 영상산업센터 등 기존 운영 중인 인프라와 협업 체계를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부산영상위는 이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지역의 영상 창작 생태계를 인공지능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AX 전환을 촉진, 인근 산업군과의 네트워킹을 통한 협업 기반을 구축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촬영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주요 업무계획에 포함했다. 총 3억 원 규모의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사업은 대상 작품 범위를 순제작비 20억 원 이상에서 10억 원 이상으로 완화했다. 또 최소 7회차 이상 촬영해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조건도 5회차 이상으로 변경했다. 작품당 최대 지원 금액은 기존 4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최대 4000만 원의 현물지원이 제공되는 기장군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사업이 내년에 처음 시행된다. 이 사업은 제작비 10억 원 이상 작품을 기장군 지역에서 2회차 이상 촬영하는 조건으로 지원되며, 기장군비 9300만 원이 편성됐다.
한국과 아세안 국가의 차세대 영화 인재를 육성하는 FLY 사업의 두 번째 라운드도 2026년 시작된다. 부산영상위의 대표적인 국제 협력 사업인 FLY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진행한 첫 번째 라운드 동안 28편의 단편영화 제작과 309명의 영화인을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편, 부산영상위는 이날 총회 보고자료를 통해 2025년 한 해 동안 모두 85편의 영화·영상물 촬영을 부산에 유치했다고 밝혔다. ‘굿뉴스’ 등 장편영화 11편과 드라마 ‘태풍상사’ ‘모범택시3’ 등 영상물 74편이다. 해외 작품의 촬영은 일본 영화사 도에이가 제작한 ‘3mm의 사랑’과 넷플릭스 드라마 ‘엑스오키티3’, 디즈니 다큐멘터리 ‘리미트리스: 지금, 더 건강하게’ 등 10편에 이른다.
부산영상위 강성규 운영위원장은 “2026년에는 촬영 유치와 지역 창작자 지원이라는 기존 핵심 기능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AI 기반 제작 환경 구축과 국제 협력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5-12-2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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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29일 월요일(음력 11월 10일)
2025년 12월 29일 월요일 박청화 철학원
(음력11월10일) 051-863-8306
◎-大吉 ○-吉 △-平 X-凶
쥐
96년생 지혜와 재능을 발휘하니 성과가 있는 날. 84년생 금전 지출이 있어도 자신을 위한 투자라 생각하라. 72년생 신변이 밝고 화려해지며 활동적이 되는 날. 60년생 자기 과신을 경계하고 상대에 겸손하게 맞출 줄 알아야. 48년생 많은 사람들 앞에서 존경과 신임을 얻을 수도. 36년생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답을 얻을 듯.
금전-◎ 애정-△ 건강-◎
소
97년생 눈앞의 즐거움에 끌려 안이한 생각을 할 수도. 85년생 서서히 진행되는 일이 더 알찬 결과를 낼 듯. 73년생 행동부터 앞서지 말고 충분히 생각하고 나서 움직임이. 61년생 일의 내용을 정확히 알아내면 대응책이 보일 수도. 49년생 상황이 순탄하니 입가에 절로 웃음이 생긴다. 37년생 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듯.
금전-○ 애정-○ 건강-△
범
98년생 처음에는 좋아도 점점 기대에 벗어날 수 있으니 주의. 86년생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74년생 공을 두 배로 들여야 인정받을 수 있을 듯. 62년생 일을 벌이는 것보다 지금의 일을 잘 끌고 나가야. 50년생 해답을 밖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내 안에서 찾아야. 38년생 배려의 마음으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함이.
금전-△ 애정-△ 건강-○
토끼
99년생 자신의 의욕적인 모습이 높이 평가될 수도. 87년생 새것이 생기고 잉태되는 운세라 즐거움도 함께. 75년생 시간을 적절히 잘 활용해야 자신의 일을 할 수 있을 듯. 63년생 불리한 상황이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51년생 작은 실수는 눈감아주는 아량을 베풀어 봄도. 39년생 참으면 오히려 병이 되니 할 말은 하라.
금전-△ 애정-○ 건강-△
용
00년생 좋은 인연을 만날 수도 있으니 만남을 거절하지 말 것. 88년생 충동적으로 분야 밖의 일에 관여하기 쉬우니 본업에 충실해야. 76년생 인맥을 통한 기회를 이용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듯. 64년생 옛것을 버리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이. 52년생 매사에 공평한 눈으로 판단해야. 40년생 좋은 정보를 얻을 듯.
금전-◎ 애정-○ 건강-△
뱀
01년생 사소한 실수도 남의 눈에 쉽게 띄니 항상 되짚어 봄이. 89년생 엎질러진 물은 빨리 수습하라. 77년생 남의 일에 참견하면 좋은 뜻도 오해가 생길 수도. 65년생 자기 고집만 내세우면 상대방이 싫어할 듯. 53년생 예정 밖의 일은 손대지 않는 것이 좋을 듯. 41년생 무리하지 않는 방법이 제일 좋은 대책.
금전-○ 애정-△ 건강-◎
말
02년생 마음만 조급하다고 해결되지 않으니 경험자에게 조언을. 90년생 여기 저기 바쁘게 뛰어 보지만 허사가 되기 쉬울 듯. 78년생 믿음으로 기다리는 느긋한 여유를 보여라. 66년생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54년생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다. 42년생 생각은 있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우선 휴식을.
금전-△ 애정-△ 건강-△
양
03년생 충동적인 생각이나 즉흥적인 행동은 피해야. 91년생 열심히 일한 만큼 대가 보상이 따르는 날. 79년생 낡은 관습에 빠지지 말고 새로운 일을 생각해 봄이. 67년생 들어올 금전이 회수되지 않으니 금전 융통에 어려움이. 55년생 마음에 여러 가지 혼란도 연기처럼 사라질 듯. 43년생 가벼운 산책으로 컨디션을 조절해 보아라.
금전-△ 애정-△ 건강-○
원숭이
04년생 구하는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얻는 것이 좋을 듯. 92년생 남과 같은 생각으로는 목표에 도달하기 힘드니 한걸음 앞을 내다봐야. 80년생 전진하기보다 뒤돌아 자기반성을 해봄이 좋을 듯. 68년생 교제 범위가 넓어져 모임으로 바빠질 듯. 56년생 때로는 적과도 손을 잡을 줄 알아야. 44년생 원행을 해도 무리는 없을 듯.
금전-○ 애정-○ 건강-△
닭
05년생 감성을 연마하면 내일의 활력이 될 수도. 93년생 분수를 알고 목표를 세워나가야 좋을 듯. 81년생 마음으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도 보여라. 69년생 물러나 다시 한 번 점검해야 방향을 잃지 않을 듯. 57년생 중요한 일일수록 시간적 여유를 갖고 해결해야. 45년생 감언에 넘어가기 쉬우니 냉정히 판단해야.
금전-○ 애정-△ 건강-X
개
06년생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해 보아라. 94년생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주관대로 행동하라. 82년생 지나간 것에 연연해하면 나중에 또 후회하게 되니. 70년생 주변의 변동으로 여러 가지 변화의 양상이 커질 듯. 58년생 지나친 간섭은 주위와 융화되기 어려우니 주의해야. 46년생 수면시간이나 식생활을 충분히 고려해야.
금전-△ 애정-△ 건강-○
돼지
95년생 예민한 감각으로 개성을 살려보면 좋을 듯. 83년생 분주하기만 하고 실속 없는 하루다. 71년생 기분도 밝아지고 적극적으로 나가는 날이 될 듯. 59년생 남을 도와주려고 한 일이 도리어 피해를 주는 결과가. 47년생 불필요한 것은 소비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35년생 이웃이나 지인과의 교제가 행운을 부를 수도.
금전-○ 애정-△ 건강-△
2025-12-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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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프로그래머 출신 이수원 전남대 교수 별세
2006년부터 10여 년간 부산국제영화제(BIFF) 비아시아권 영화 담당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유명 외국 배우를 초청하는 등 유럽 영화를 국내에 소개한 이수원 전남대 불어불문학과 교수가 27일 오후 3시 35분께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54세.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 선일여고와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학부 시절부터 프랑스문화원의 예술영화관을 드나들며 프랑스 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 파리3대학에서 '1942년부터 1948년까지 자크 투르뇌르 작품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가시성'이라는 논문으로 영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2006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선정위원회에 합류해 비아시아권 영화를 선정하는 월드영화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프랑스 영화뿐만 아니라 칸·베를린·베니스 등 유럽의 주요 영화제 수상작을 BIFF에 소개했다. 줄리엣 비노쉬, 잔 모로, 이자벨 위페르, 소피 마르소가 BIFF에 참석한 배경에도 고인의 노력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고인은 또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를 심사위원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2019년부터 전남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2015∼2016년에 열린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한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에서는 영화 전문위원을 맡아 한국 영화를 프랑스에 소개했다.
유족은 언니 이채원씨와 동생 이기훈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7호실, 발인 29일 오전 9시30분. 02-2258-5963.
2025-12-2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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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의 사랑과 상실의 기록
성리학의 시대인 조선의 선비는 흔히 절제와 체면의 문화 속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걸 미덕으로 삼았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는 가문의 번성을 위해 지인을 냉정하게 내치거나 예법을 깐깐하게 따지는 양반의 모습이 흔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이 남긴 기록을 보면, 그들 역시 모든 감정을 느끼는 인간이었다. 가족·지인의 죽음에 선비가 남긴 애도문에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슬픔과 그리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격정적으로 감정을 폭발시키기도 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깊이 울었고, 슬픔 앞에서 한 인간으로 무너졌다.
<이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구나>는 조선 선비가 남긴 44편의 애도문을 현대에 맞게 해석한 책이다. 각각의 기록에는 저마다 울림과 여운이 깊다. 어떤 글은 조용히 눈물을 머금은 듯 담담하지만, 또 다른 글은 마음을 쏟아 내며 절규한다.
책의 제목은 명종부터 인조까지 관리로 출사했던 현곡 조위한의 글에 나오는 문장이다. 강원도 간성으로 발령이 난 그는 아픈 아들을 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아비의 이런 마음을 안 아들은 자신은 괜찮다고 웃으며 배웅했다. 그런데 간성에 도착하자마자 아들의 부음을 듣고 통곡하며 서둘러 집에 도착했지만, 이미 아들은 염이 끝난 상태였다.
조위한은 “아아 슬프다. 다시는 이 세상에서 네 모습과 네 목소리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단 말이냐. 네가 책 읽던 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고, 마당을 지나던 네 모습이 눈앞에 선연하다. 하지만 이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음에 눈물이 끝도 없이 흐른다”라는 애도문을 남겼다. 시대와 신분을 초월해 부모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마음의 무게는 동일한 것이다.
추사체를 만든 그림·글씨의 대가 김정희도 제주에서 유배 중 부인의 부고를 듣고 밀려오는 슬픔을 이렇게 기록했다. “아아, 산과 바다도 내 마음을 흔들지 못했는데, 한낱 아내의 죽음에 가슴이 무너졌다.” 이 짧은 고백 속에는 유배지 제주의 바람보다 더 차가운 슬픔이 서려 있다. 그가 평생 견고하게 쌓아 올린 ‘선비의 자존심’은 이렇게 무너진다.
벽오 이시발은 문신으로서 드물게 전장을 누비며 임진왜란, 정유재란, 이괄의 난 등 나라의 위기 속에서 공을 세운 무장형 관료였다. 평생 나라를 위해 한 몸을 바치며 강단 있고 냉철한 인물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 역시 측실 덕수 이씨가 세상을 떠나자 비통함이 가득한 한 편의 제문을 남겼다. 덕수 이씨는 신사임당의 손녀이자 율곡 이이의 조카딸로 이시발은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반했다고 한다.
평생 객지를 떠돌았던 이시발을 묵묵히 따라다니며 보살폈고, 병든 몸으로도 남편을 돌보았다. 남편이 사신을 맞이하러 떠난 사이 그녀가 홀로 눈을 감았고, 임금의 명을 거역할 수 없었던 이시발은 임종조차 지키지 못했다. 심지어 장례도 타인에게 맡겼다. 제문에는 그 죄책감과 이별의 참담함이 녹아 있다.
“아름답던 그대의 얼굴을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되었네. 그대 목소리, 그대 얼굴이 아른거려서 애달프기가 한이 없네. 언제나 잊을 수 있겠는가. 이제 오직 바라기를 꿈속에서라도 그대를 한 번씩 만났으면 싶네. 죽으면 서로 만날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대는 떠났으나 나는 아직도 그대를 향해 산다.” 이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우리는 죽은 이를 부르며 오늘도 살아간다는 사실이 느껴지는 글이다.
윤선도는 아들을 떠나보낸 후 “눈물이 수저에 흘러내린다”라며 슬픔이 가득 찬 일상을 표현했다. 18년이라는 긴 유배형을 산 정약용은 천주교인으로 셋째 형은 사형당했고, 둘째 형은 유배지에서 죽었다. 여섯 명의 자식을 홍역, 천연두 등 질병으로 먼저 보내며 그때마다 추도문을 썼다. 아무리 배움과 철학이 쌓여도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운명의 장난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아픔을 드러낸다.
이 책은 과거의 글을 단순히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를 잃는 순간, 우리가 어떻게 슬픔을 견디고 살아갈 힘을 얻는지 말한다. 수백 년 전 선비가 남긴 애도문에서 우리는 슬픔과 공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신정일 지음/에이콘/396쪽/2만 3000원.
2025-12-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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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빵·과일에 뿌리면 단맛이? 소금의 두 얼굴
최근 SNS를 중심으로 ‘소금 커피’가 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빵에 소금을 뿌린 ‘소금빵’ 인기도 여전하다. 이들 음식에 소금을 조금 넣으면 단맛이 강해진다는 이야기인데, 수박에 소금을 뿌려 먹으면 더 달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사실 이는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실제 미국 필라델피아 모넬 화학 감각 센터는 소금의 짠맛이 쓴맛을 덜 인지하게 만들어 전반적인 풍미를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소금은 우리 몸에서 체액의 균형을 유지하고 신경 자극을 전달하며, 근육을 수축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액량과 혈압을 조절하고, 영양소의 흡수와 수송을 돕는 등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mg(소금 5g) 미만으로 권장하고 있다.
문제는 소금 섭취량이 권장량을 크게 웃도는 데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인 1일 나트륨 섭취량은 4645m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소금 과다 섭취 위험성이 부각되고 저염식단이 널리 알려지면서 1일 섭취량은 2023년 3136mg으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WHO 권장량의 1.5배를 넘긴 수치다. 특히 30~40대 남성의 경우 하루 평균 6000mg 이상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라면 한 봉지에는 2000mg 이상의 나트륨이 들어있어 한 끼만으로도 하루 권장량을 모두 채우게 되는 셈이다.
소금의 과도한 섭취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염분을 많이 섭취할수록 위암 발병 위험도를 2~5배 정도 높인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위의 점막 상피세포 손상을 촉진하여 위염을 일으키고, 위산 감소로 인해 헬리코박터균 침입이 쉬워지면서 위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두통 발생을 비롯한 자가면역 질환, 천식 악화, 골다공증과도 연관이 있으며, 체내에서 칼슘 배설을 증가시켜 뼈 건강을 해쳐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더욱 위험하다. 해외 연구에서도 증명된다.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소는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고혈압과 관상동맥성 심장질환, 뇌졸중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무조건 소금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트륨 함유량이 높은 김치와 국물 섭취를 줄이고, 국이나 찌개는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남기는 것이 좋다. 음식을 조리할 때는 소금 대신 식초, 후추, 생강, 마늘 등 천연 향신료를 활용하면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서 풍미 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외식할 때는 ‘싱겁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칼륨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면 나트륨 배출에 도움이 된다. 식약처는 “소금이나 장류 대신 멸치가루 등을 쓰고 햄·소시지는 끓는 물에 데쳐서 사용하는 등 일상에서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관심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2025-12-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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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낼 수 없을거야”… 자신 믿지 못하는 가면 증후군
미셸 오바마, 엠마 왓슨, 나탈리 포트만…. 이들의 공통점은 성공한 유명인이라는 점 외에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며 불안해하는 이른바 ‘임포스터 증후군(가면 증후군)을 고백했다는 데 있다. 하지만 가면증후군은 성공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앞둔 연말,인사고과에 일희일비하는 일반 직장인들도 겪을 수 있는 심리적 현상이기도 하다.
□직장인 70% 시달린 경험
가면 증후군은 성공의 원인이 외부에 있다고 느끼며 자신의 성취를 의심하는 동시에 자신의 성과에 대해 주변인을 속이고 있다고 느끼는 불안 상태를 뜻한다. 1978년 미국 임상심리학자 폴린 R. 클랜스와 수잔 A. 임스의 논문을 통해 처음 개념화됐으며, 성공을 경험한 유명인들에게 특히 흔하다. 폴린 클랜스의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출세한 사람의 약 70%가 이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언급됐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서도 많이 발견된다. 실제 업무관리 플랫폼기업 아사나가 세계 지식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가 가면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지식 노동자 10명 중 6명 이상은 자신의 성과를 과소평가하고, 자신의 성공이 운이나 외부 요인 때문이라고 여기는 현상을 겪는 것이. 직장인 70% 이상이 적어도 한 번은 이 증후군을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 초반엔 높은 성취를 이룬 여성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발생률이 남녀 모두 비슷한 비율인 것으로 밝혀졌다. 신입 사원은 물론 학생, 연구원, 부모 등 다양한 계층으로 확산된 셈이다.
가면 증후군이 위험한 이유는 스스로 힘들게 이룬 성공에 대해 자격이 없다고 느끼면서 도전을 주저하는 것도 모자라 자기 파괴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면 증후군을 경험한 교육학자 밸러리 영은 저서 <우리는 왜 성공할수록 불안해할까>를 통해 “자기 억제, 미루기, 자기파괴적 행동하기 등의 여러 보호기제들은 가면 감정을 완화해주지는 않는다”며 “자신에게 갖는 핵심적인 부정적 신념인 ‘파괴적 신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신은 물론 신체에도 악영향
가면 증후군은 성공이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공포, 타인만큼 유능하지 않다는 공포 등이 맞물리면서 범불안장애, 자신감 결여, 우울, 좌절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 텍사스 오스틴대 케빈 코클리 교수의 상담심리학 학술지 게재 연구에 따르면, 가면 증후군은 소수집단이 겪고 있는 차별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 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도 있다.
신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불안은 두통, 소화불량, 수면장애 등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가면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모습’이 드러날까 두려워 과로하게 되고, 불가능에 가까운 높은 기준을 설정해 ‘번아웃’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들은 칭찬을 불편해하고 성공을 외면하거나 실수에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자신을 주변과 끊임없이 비교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가 활성화되면서 가면 증후군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아사나는 2022 업무 구조 지수 보고서를 통해 팬데믹 이후 세계 지식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47%)가 가면 증후군 감정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타인과의 연결감이 약해지면서 고립감을 느끼고, 성공을 축하할 기회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자신의 감정 인정, 극복 첫걸음
전문가들은 가면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을 첫걸음으로 삼았다. 자신과 같은 불안을 남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증세가 많이 나아진다고 했다.
밸러리 영은 성취 목록을 작성해보고 성공을 이뤄낸 것은 ‘자기 자신’임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할 것을 조언했다. 자신이 이룬 크고 작은 성취 목록을 작성하고 성취 옆에 행운, 타이밍, 인맥 성격이 담당했을 역할을 적어본다. 이 같은 요소들을 활용하기 위해 자신이 했던 구체적인 행동들을 적으면서 이 모든 성취는 온전히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는 식이다. 밸러리 영은 또 자신이 주로 해당하는 능력 유형을 확인한 뒤 자신감을 가장 크게 북돋을 만한 현실적인 규정을 선택해 실천해보는 것도 제안했다.
실패, 실수, 비판을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밸러리 영이 제안하는 ‘될 때까지 되는 척하기’는 허풍이나 허세라기보다는 자신감을 쌓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능력에 큰 자신감을 갖는 반면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결과를 더 겸손하게 예측하고 평가를 더 정확히 내리는 경향이 있다. 목표를 위해 더 많이 행동할수록 더 많은 성공을 거둔다는 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내가 못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밸러리 영은 “스스로의 성공에 조력자나 다른 요인이 있었다면 감사하게 생각하되, 자신의 노력을 평가 절하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25-12-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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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넘이와 해맞이를 한꺼번에?!… 충남 당진 왜목마을
연말이면 해돋이 해넘이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한 해를 정리하려면 해넘이가 좋을 것 같고, 희망찬 새해를 다짐하기 위해선 해돋이가 나을 듯 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희망찬 해돋이를 주로 봤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엔 해넘이가 자리했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은 없는 걸까” 지리적 여건상 불가능하다는 얄팍한 지식에 빠져 불가능하다고만 여겼다.
하지만 있었다.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충청남도 당진시의 왜목마을이 그곳이다.
■해 뜨고 지는 왜목마을
평생 고민 해결에 부산에서 왜목마을까지의 400km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해수욕장이 보였고, 왜목마을을 알리는 각종 조형물들이 반겼다. 특히 왜가리 형상의 조형물이 이곳이 왜목마을임을 알려주는 듯했다. 파도가 잔잔한 서해안의 조용한 어촌마을에서 해돋이와 해넘이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비밀은 이렇다. 당진시 북쪽 끝에 위치한 왜목마을은 태안반도 최북단에 있다. 지형적으로 서해를 양분하면서 가늘고 길게 뻗어나간 특이한 지형을 하고 있다. 인근의 남양만과 아산만에서 왜가리 목처럼 불쑥 튀어나온 모습이다. 그래서 ‘왜목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도를 보면 왜목마을은 서해에서 북쪽으로 반도처럼 솟아 나와 있는데, 솟아나온 부분의 해안이 동쪽을 향하고 있어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을 가지게 된 셈이다.
왜목마을에서 동남쪽 해상 약 3km에 솟은 노적봉과 장고항 언덕 사이에 붓을 거꾸로 꽂아 놓은 듯 문필봉같이 서 있는 바위가 눈길을 끈다. 해가 이곳을 통해 떠오른다. 왜목마을에서 바다 너머로 보이는 이 바위는 자연의 비경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곳이다.
해가 질 무렵 아무리 바다를 바라봐도 해가 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해가 보이지도 않는다. 뭐지? 나침판을 꺼내보니 해안은 동쪽. 그럼 반대 방향에서 해가 진다. 서쪽을 보니 해안가 바로 뒤쪽에 조그마한 산이 있다. 석문산이다. 해발 80m에 불과한 낮은 산이다. ‘왜목마을 일몰(석문산) 관람장소 입구’란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데크 계단을 따라 10분여 걸었을까. 석문산 정상에 도착했다. 석문산 정상은 산꼭대기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평지였다. 서해 해넘이를 본 자리에서 등 뒤로 고개만 돌리면 왜목마을 해안가가 보인다. 아침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포인트다.
정상에 오른 지 얼마되지 않아 서해로 넘어가는 해가 보였다. 석문면 교로리 곡창지대 너머 난지도섬 방향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하루를 강렬하게 불태운 해는 저녁 무렵 붉은 여운을 남기고 서해로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었다.
이제 해돋이 차례다. 해돋이는 해안가에서 맞았다. 산에서 해넘이를 봤으니 해안가 해돋이가 색다를 듯했다. 난생처음으로 서해안에서 맞는 해돋이가 무척이나 기대됐다. 오전 7시 서해바다가 붉게 물들고 있었다. 하나둘씩 모여든 사람들은 모습을 드러내기 전 태양의 강렬한 붉은 빛에 매료됐고, 이를 아는 듯 태양은 제 모습을 아꼈다. 40분이 지난 7시 43분 태양은 동쪽 바다에서 붉은 기운을 뿜어내며 온 세상을 밝혔다. 이날 왜목마을에 떠오른 해는 동해안 포항보다 16분 늦게 떠올랐다.
서해에서 유일하게 일출과 일몰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왜목마을에는 해마다 12월 31일~1월 1일이면 축제가 열린다. 왜목마을 해넘이 해맞이 축제에서는 한때 1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 ‘가는 해의 감사함’과 ‘오는 해의 희망’을 함께 새겼다.
■솔뫼성지
왜목마을에서 40여 km 남쪽으로 가면 솔뫼성지가 있다. 당진시 우강면에 위치한 솔뫼성지는 ‘소나무가 뫼를 이루고 있다’하여 순우리말로 ‘솔뫼’라는 이름이 붙여진 작은 마을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탄생한 곳으로 유명하다. 김대건 신부는 탄생 200주년을 맞은 지난 2021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됐고, 솔뫼성지는 국가사적지로 지정됐다.
특히 이 곳은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 김진후, 작은할아버지 김종한, 아버지 김제준, 그리고 김대건 신부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순교자가 살았던 곳으로 ‘한국의 베들레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졌고, 매년 각국의 관광객들이 솔뫼성지를 방문하고 있다.
솔뫼성지 입구에 보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기념해 만든 동상이 반긴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아이들, 김대건 신부가 함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성지 안에는 ‘솔뫼’라는 명성에 걸맞게 굵게 뻗은 소나무들이 자리잡고 있다. 성지 좌측에 김대건 신부의 생가를 거쳐 동상, 솔뫼기념관에 이르기까지 성지를 돌다보면 200년이 넘는 소나무들의 보호를 받는 느낌이다. 솔뫼성지의 소나무 숲은 종교를 떠나 누구에게나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
■함상공원과 해양테마체험관
아이와 함께라면 삽교호 관광지도 가 볼만하다. 당진시 신평면 삽교호는 삽교천 하구를 막아 만든 호수로 예로부터 중국으로 통하는 중요한 바닷길이었다. 서해, 호수, 서해대교가 한눈에 펼쳐지는 경관이 아름다워 국민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삽교호 관광지 내 위치한 ‘함상공원 해양테마체험관’이 눈길을 끈다. 올 4월 리모델링을 마친 이곳은 해양안전과 생태 체험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체험관은 기존 해양테마과학관을 전면 보수해 새롭게 개관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전 세대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해양 전문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총 3층 규모인 해양테마체험관은 체험형 교육과 미디어 전시를 중심으로 구성돼 방문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1층은 실제 해양 사고를 가상 체험할 수 있는 ‘해양안전체험관’으로 조성됐다. 선박 탈출 시뮬레이션, 선실 화재 진압, 무인도 생존 상황 등 비상 상황 대처 훈련을 통해 체험형 안전교육이 이뤄진다.
2층은 ‘오션 판타지관’으로 구성됐다. 상어 케이지 다이빙을 비롯해 해파리 정원, 불가사리 해변 등 해양 생물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콘텐츠가 마련됐다. 특히 5500인치 초대형 미디어 스크린에서는 대왕고래, 심해어 등 심해 생물의 모습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몰입형 영상 체험이 가능하다. 테마체험관을 찾은 날 5~6살 아이들이 소화기 사용 방법 등을 체험하고, 크고 작은 영상과 미로 같은 이동 동선을 따라 아름답고 신비한 바다체험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이 보였다.
체험관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된다. 관람 시간은 겨울철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체험관이 자리한 삽교호 관광지 일대는 퇴역 군함을 활용한 함상공원, 레트로 감성의 놀이동산, 해변 공원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돼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 장소로 적격이다.
2025-12-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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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좋은 재판 위해 소통하고 책 읽은 또 한 명의 ‘어른’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25년에 일어난 많은 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꼽자면 4월 4일의 이 순간이 아니었을까.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으로 선고 요지를 낭독했다. 2주 뒤인 18일에는 6년 간의 헌법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그리고 영리 목적의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지난 8월에 에세이 <호의에 대하여>를 출간해 지금까지 작가로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부산 영광도서에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연사로 초청해 인본사회연구소 남송우 이사장과 ‘이 시대 공공선을 논한다’를 주제로 한 대담이 열렸다. 문 전 재판관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쾌도난마 같았던 이날의 대담 내용을 그대로 살려 강연 형식으로 정리했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이순신 장군에게 ‘지금 당장 부산 앞바다로 출격해 왜적을 물리쳐라’라고 교지를 내렸다. 하지만 이순신은 응하지 않았다. 섣불리 나갔다가 수군이 궤멸하면 조선 전체가 위험해진다고 판단해서다. 군주에 대한 충성과 백성에 대한 충성이 대립하자, 이순신은 백성을 따랐다. 그 결과 체포되어 고문받고 백의종군하게 된다. 조선은 이순신이 명량 해전에 복귀할 때까지 한층 위태로워졌다. 무능하고 질투심밖에 없는 선조였지만, 왕을 바꾸지는 못했다.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다시 그런 위기 상황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시민들은 선조를 바꿨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가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탄핵을 선고하는 그 과정에서 보여준 정신은 이순신이 나라를 사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탄핵 심판 재판 때 문자와 전화가 엄청나게 많이 왔다. 문자는 하루에 2000건씩 왔다. 할 수 없이 전화기를 5일간 꺼놨다. 집 옆에서 시위도 벌어졌다. 헌법재판소 게시판에는 10만 건의 댓글이 올라왔다. 상당수가 ‘문형배 사퇴하라’라는 내용이었다.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오로지 두려웠던 것이 하나 있었다. 선고하지 못하고 퇴임하는 경우였다. 그렇게 되면 ‘내가 살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고교·대학 시절 김장하 선생의 장학금을 받은 ‘김장하 장학생’인데…. 사시 합격 후에 인사하러 갔더니 선생은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갚으려거든 사회에 갚아라”라고 했다. 그때 앞으로의 삶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다. 그냥 자기한테 갚으라고 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사회에 갚으려면 누구한테, 어떻게 갚아야 하나? 선생은 그런 무거운 숙제를 주셨다. 문자 폭탄에 흔들리지 않고 선고하는 게 사회에 갚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확신범이었다.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멘터리가 나오게 된 원인도 하나 제공했다. 다큐의 발단은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가 쓴 <줬으면 그만이지>이다. 10년 전에 김 기자가 선생을 취재한다고 했다. 만나서 크게 격려하고, 관련된 에피소드를 블로그에 올릴 테니 가져다 쓰라고 했다. 선생 같은 분들을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선생은 불편하겠지만 그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도 도덕적인 의무다.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 있는 많은 김장하 선생이 용기를 가지고 그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심각하게 분열됐다. 잘사는 사람은 너무 잘살고, 힘든 사람은 너무 힘든 양극화 때문이다. 충격을 완충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양극화 해소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본다. 첫 번째가 세금 많이 걷어서, 많이 나누어 주는 거다. 세금을 더 거두기도 힘들지만, 복지를 그냥 주면 받는 분들의 자존감이 살아나지 않는다. 저는 성취를 이룬 분들이 내놓는 ‘호의’를 생각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어떤 학자가 “부의 20%만 노력에 대한 보상이고, 나머지 80%는 제도나 환경 같은 사회 전체의 세습 자산이다”라고 말했다. 사회의 세습 자산 덕분에 돈을 벌었으니 내놔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김장하 선생은 저한테 장학금을 줄 아무런 이유가 없었지만, 호의를 베풀었다. 장학금을 받았을 때도 부끄럽지 않았다. 격려를 받아도 당당했다. 못사는 사람에게 나라에서 복지를 주는 거하고는 상황이 달랐다.
양극화 해소에는 제도적인 방법보다, 이처럼 호의를 통한 게 낫다고 본다. 우리 같이 5000만 인구에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에 육박하는 나라가 세상에 별로 없다. 그 자산을 가지고도 우리는 왜 양극화 해소를 못 하는 것일까? 호의를 사회윤리로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 그 호흡이 아직은 너무 약해서 안타깝다. 우리의 마음이 닫혀 있는 것은 아닌가.
재판의 본질은 ‘납득’이라고 생각한다. 피고인을 납득시키고, 국민이 납득하는 게 필요하다. 좋은 재판을 하기 위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책을 읽었다. 문학은 저의 법학 교과서였다. 5권짜리 <레 미제라블>을 읽고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조금 눈을 떴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는 큰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혐의로 기소가 되고, 유죄 판결이 나온다. 3분의 2를 읽었을 때까지도 큰아들이 유죄인 줄 알았다. 나중에 사생아인 스메르쟈코프가 범인으로 드러난다. 제가 참 부족하다고 느꼈다.
진리에 이르는 길이 법학만 있는 게 아니다. 길이 여러 개 있으면 진리에 도달하기 쉽다. 길이 하나뿐인 사람은 막히면 방법이 없다. 판사가 알고 있는 게 세상 지식의 전부가 아니다. 진실과 진리에 이르는 길을 여러 개 알아 둬야 막힐 때는 돌아가고, 또 검증할 수 있다. 그런데 판사들은 “나는 사법 시험에 합격했고, 당신들은 사법 시험에 합격하지 않았다. 그러니 법에 관해서는 나에게 권위가 있다”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게 얼마나 초라한지 알 수 있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만 있는 판사가 퇴근하고 나서도 변호사·의사 같은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만 만난다고 가정해 보자. 보통 사람들이 겪는 송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헌법재판소가 행정수도 이전 사건에 대해 위헌 결정한 것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를 했고, 대통령 후보가 그걸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이 되었다. 그러면 수도가 서울이라는 게 관습이라도, 그 관습이 폐지되어야 한다. 헌법 개정 절차 없는 수도 이전은 위헌이라는 것은 재판관들이 만들어낸 논리다. 더 나쁘게 말하면 사법이 정치에 개입한 것이다.
그 결과 대한민국 수도가 쪼개져 버렸다. 차라리 행정수도가 그대로 진행되었으면 지금쯤 세종시는 완전한 자족 도시가 되고, 서울 집값도 안정화됐을 것이다. 그런데 괜히 헌법재판소가 개입하는 바람에 수도가 두 개로 쪼개졌다. 행정수도도 어정쩡하게 되고, 서울 집값도 안 잡히고 있다.
울산 공단의 매연과 수질 오염. 지역이 그걸 견디고 수출해서 생긴 부로 서울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고, 선진국이 되었다.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서울이 이만큼 된 거다. 이제는 서울 사람들이 나서서 지역민들도 좀 살아 보라고 하는 게 맞지 않나. 솔직히 해양수산부 겨우 부처 하나가 부산에 오는 게 그렇게 난리를 칠 일인지 모르겠다. 아니, 부산이 무슨 죽을 땅인가?
이날 아침 집에서 나오며 저녁에 문 전 재판관 대담에 간다고 했다. 아내는 “서울에서 내려오셨냐?”라고 물었다. 부산에서 산다고 했더니 “서울에 있으면 활동하기에 훨씬 편할 텐데…”라고 말했다. 문 전 재판관은 지난달만 해도 전국 17곳에서 특강을 했다. 이날 대담이 끝나고 청중 가운데 유일하게 기자에게 질문할 기회가 돌아왔다. 기자는 부산에서 사는 이유를 묻고, 또 지역소멸의 위기 속 부산 청년들한테 격려의 말씀을 부탁했다.
문 전 재판관은 먼저 “헌재 재판관으로 갈 때 집을 두고 갔다. 6년 동안 제 집은 부산에 그대로 있었다. 4월 18일 퇴임하고, 다음 날 부산으로 이사했다. 지역균형발전은 좋은 정책 정도가 아니라, 유일한 정책이다. 지역균형발전 말고 다른 게 있으면 내놔 보라”라고 더 큰 대답을 했다. 또 “학벌이 좋다고 해서 실력이 나은 게 아니다. 판사와 재판관으로 33년을 일했는데 같이 근무했던 판사 중에 평균적으로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은 서울대 출신이 아니었다. 학벌이 실력은 아니다. 따라서 지방에 있는 학생들도 실력을 증명하고 길을 찾는 게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실력과 인격을 갖춘 인재라면 세상에 두려울 게 뭐가 있을까. 글·사진=박종호 기자
2025-12-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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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보다 공동체 먼저인 사람이 지도자 됐으면”
부산대첩기념사업회와 부산여해재단이 주최·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김종대 전 헌재 재판관이 참석해 문 전 재판관과 나란히 자리했다. 이순신 장군 연구가인 김 전 재판관은 2016년 부산여해재단(이사장 이용흠)을 설립해 현재 부산대첩기념사업회 명예이사장으로 있다. 문 전 재판관은 이순신아카데미를 3기로 수료했다.
문 전 재판관은 자기소개를 해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지역 법관이었다가 헌재 재판관이 되었다. 영리 목적의 변호사 활동을 안 했다. 이순신 정신을 전파하고 있다. 그러니 저는 김종대 선생의 제자다”라고 두 사람의 유별난 공통점을 강조해 큰 박수를 받았다.
대담이 끝나고 잠깐 무대에 오른 김 전 재판관은 자신이 들은 탄핵 재판 당시의 비화 하나를 소개했다. 헌재 권한대행이었던 문 전 재판관이 탄핵 심판에서 만장일치를 끌어내려고 노력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몇 대 몇 판결이 나왔으면 국민이 얼마나 더 갈라졌을지도 모른다. 김 전 재판관은 “헌재 재판관들은 서로 헌법재판소장이 되고 싶어 한다. 여덟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뭉쳐 전원합의체로 가기 위해 문 재판관은 스스로를 내려놓고, 자신은 헌재소장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기운이 다른 사람을 움직였는데, 저는 그게 이순신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좀 더 행복한 세상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2025-12-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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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새 책] 대한민국 빵집 대장정 外
■대한민국 빵집 대장정
‘빵 특파원’ 개띠랑이 서울부터 제주까지, 7개 지역을 방방곡곡 누비며 직접 선별한 전국 89개의 빵집을 소개한다. 사랑받는 동네 로컬 빵집, 특별한 메뉴가 있는 이색 빵집, 관광지처럼 유명한 우리나라 대표 베이커리 등 ‘빵 덕후’라면 반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맛집을 한 권에 담았다. 귀여운 일러스트도 책의 매력을 더한다. 개띠랑 지음/청림Life/220쪽/1만 8000원.
■디어 제인 오스틴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이 출간됐다. 김선형의 새 번역으로 만나는 제인 오스틴 대표작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이 있으며 김선형 번역가의 에세이 <디어 제인 오스틴>까지 3권으로 구성됐다. 제인 오스틴에 대한 평생의 애정을 담아 제인 오스틴을 소개하는 백과사전식 에세이. 김선형 지음/엘리/300쪽/1만 7000원.
■낮은음자리의 어린이
시와 동시, 소설과 평론을 넘나들며 활동해 온 김준현의 첫 평론집. 동시를 '어린이를 위한 장르'로 한정하지 않고, 오늘의 어린이와 언어가 만나는 현장으로서 사유하며 동시 문학의 오늘과 내일을 성찰하는 비평집이다. 작가론과 동시집 해설, 서평을 아우르며 기쁨을 새롭게 사유하게 하는 믿음직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김준현 지음/창비/416쪽/2만 7000원.
■성매매 뿌리 뽑기
책을 기획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전국연대)’와 활동가들은 성매매 여성들을 지원하고 관련 법 제정 및 개정운동, 인식 개선 활동, 세계 연대와 사례 연구 등을 했다. 그들은 “성매매는 구조적 여성 성착취이며 성평등을 근본적으로 가로막는다”라고 단언한다. 오랜 고민과 해결방법을 담았다. 전국연대·시민 활동가 지음/봄알람/436쪽/2만 7000원.
■청년의 시 읽기
가장 어두운 시간에 청년의 목소리는 숱한 타자에 의해 변용된다. 시인과 독자는 청년의 감성에 오염된다. “우리 시대의 위기는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를 끄집어내는 계산적 이성으로는 그 곁에 다가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위기를 비판하기보다 나 역시 그 일부가 되고 싶다”라고 전한다. 김익균 지음/민음사/188쪽/1만 7000원.
■10대를 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야기
이탈리아의 분쟁 전문 기자가 하마스의 공격과 이어진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침공 이후, 현장에서 목격한 비극과 희망을 기록했다. 정착민들에게 쫓겨다니고 숨어 살아야 하는 소년, 병역을 거부하고 평화를 외치는 이스라엘 소년 등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육성을 생생하게 전한다. 프란체스카 만노키 지음·김현주 옮김/롤러코스터/272쪽/1만 6800원.
2025-12-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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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무와 발레 접목한 창작 발레 ‘눈길’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김민교발레단과 부산유니온발레단을 이끄는 김민교 단장이 개인 공연과 발레단 공연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연다.
김민교발레단(대표 김민교)은 27일 오후 4시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에서 ‘발레 이미지 3’을 공연한다. 모두 세 작품으로 구성할 이번 공연은 2022년 첫 개인 공연에서 선보였던 창작 발레 ‘하늘이 내려준 숙제Ⅱ’, 낭만 발레의 걸작 ‘에스메랄다’ 중 결혼식 장면, 왈츠로 빛을 나누는 ‘별들의 밤’을 선보인다.
‘하늘이 내려준 숙제Ⅱ’는 검무와 발레를 접목한 안무로 눈길을 끈다. 김민교 단장은 “이번 작품에는 액운을 떨쳐내는 의미를 담은 장군춤이 등장하는데 장군거리의 발동작을 발레로 표현한다”고 밝혔다. 전통 춤 명인 지영숙과 발레리나 김민교가 호흡을 맞춘다. 장군 역은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한 발레리노 박민우가 맡아 힘 있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인다. 검무는 부산유니온발레단이 출연한다.
‘에스메랄다’ 2막은 국립발레단 최연소 단원 김윤(17세 입단)을 비롯해 부산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발레리노 김동현, 발레리나 김민주·이유이 등이 출연한다. 이들은 화려한 디베르티스망(특별 공연) 중 하나인 ‘다이애나와 악테온’과 작품을 대표하는 하이라이트 장면인 파드식스(6인무)를 선보인다. ‘별들의 밤’은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왈츠 선율에 맞춰 펼치는 작품으로 경쾌하고 붉은 분위기에서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전석 2만 원. 6세 이상 관람가.
부산유니온발레단(단장 김민교)이 연말을 맞아 선보일 ‘별사탕 요정이 들려주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28일 오후 3시와 5시 두 차례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해설과 마술을 더해 발레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 관객도 즐겁게 볼 수 있도록 가족형 발레로 만들었다. 지난해 연말 40분짜리로 선보였던 공연을 60분으로 조정했다.
이번 무대는 전 국립발레단 드미솔리스트 김태석이 출연하며, 부산의 청년 마술사 권중락이 함께 무대에 올라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클라라 역은 권리제와 이수인이 더블 캐스팅돼 작품의 순수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김 단장은 “이번 공연은 중국 동북석유대학 무용학과 왕수 교수와 제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한·중 국제 협력 특별 공연으로, 발레를 통해 국경을 넘어선 소통과 예술 교류의 가치를 관객과 함께 나눌 예정”이라고 전했다. 부산새싹발레단이 협연한다. 전석 2만 5000원.
2025-12-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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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읽기] 음모론에서 벗어나는 5가지 전략
음모론은 단순한 의심이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까? 신문 기자이자 미디어학 박사인 저자 정재철은 신간 <소중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졌습니다>에서 아니라고 단언한다. 음모론은 세상을 해석하고 설명하려는 강력한 인식 체계라는 것이다. ‘누가 이 세상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보이는 것 너머의 ‘은폐된 진실’을 찾아가는 서사 구조를 형성한다.
팩트만 제대로 알려주면 음모론에서 벗어날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정체성과 감정, 공동체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라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해서 믿음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모론은 지능이나 지식 수준과도 큰 상관이 없다. 학력이 높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쉽게 음모론에 빠진다. 음모론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빠르고 직관적인 판단에 의존하기보다는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오히려 “잘 모르겠다”는 말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는 사람이 음모론에 잘 넘어가지 않는다.
저자는 음모론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5가지 전략을 제안한다. 첫째는 사전 예방이다. “선거가 다가오면 조작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같은 메시지를 미리 전달하면 음모론을 접했을 때 더 신중하게 대처할 수 있다. 백신 주사와 같은 효과다.
둘째는 대화 기반의 교정 전략이다. 직접 논박하지 않고 질문을 통해 신념의 근거를 스스로 점검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믿음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반대되는 증거가 나온다면, 입장을 바꿀 수 있나요?”와 같은 질문을 하는 방식이다. 한 연구에선 참가자의 68%가 이런 식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확신 수준을 낮췄다.
이밖에 미디어 리터러시(문해력) 교육, 알고리즘 규제와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적 대응, 논리적 설득과 반박이 아닌 공감에 기반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재철 지음/원더박스/272쪽/1만 7000원.
2025-12-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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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애니 실사 영화 ‘초속 5센티미터’, 내년 2월 25일 개봉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 ‘초속 5센티미터’가 내년 2월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
25일 영화계에 따르면 실사 영화 ‘초속 5센티미터’는 내년 2월 25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어린 시절의 추억에서 출발해 각기 다른 속도로 성장해 가는 타카키와 아카리의 사랑과 그리움을 그린다.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과 ‘스즈메의 문단속’ 등으로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가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가운데 최초로 실사화된 작품이라 더 주목받고 있다.
연출은 일본의 젊은 크리에이터 오쿠야마 요시유키가 맡았다. 데뷔작 ‘엣 더 벤치’로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인 그는 이번 작품에서 일상의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해 원작 특유의 정서를 스크린에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공 타카키 역에는 보이그룹 식스톤즈 출신 배우 마츠무라 호쿠토가 캐스팅됐다. 그는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소타 역을 목소리 연기한 바 있다. 타카키의 첫사랑 아카리 역은 타카하타 미츠키가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친다. 타카하타 미츠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을 비롯해 이상일 감독의 ‘국보’ ‘분노’ 등에 출연해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하다.
2025-12-25 [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