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0%’로 테슬라 유치한 텍사스, 한국은 자율권 ‘0’ [다시, 지방분권]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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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방분권] ⑦ 수도권 기업 불러오려면

본사·공장 이전한 수도권 기업
4년 새 606곳에서 456곳으로
감면세액은 8분의 1 수준 급감
“법인세 일부 지방 이양” 제안도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부산 시대를 여는 에이치엠엠(주) 노사 합의 발표 행사에서 최원혁 HMM 대표이사(왼쪽)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부산 시대를 여는 에이치엠엠(주) 노사 합의 발표 행사에서 최원혁 HMM 대표이사(왼쪽)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공화국의 핵심은 기업이다. 산업과 일자리를 따라 인구까지 빠져나가자 지방은 성장의 활로를 잃었다. 기업을 다시 불러오려면 지속적이고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필요하지만, 지방정부가 재정 운용에서 자율성을 발휘하기는 현행법상 한계가 많다.


■수도권 떠나지 않는 기업들

정부는 참여정부를 시작으로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지원금을 주고 세액을 깎아주는 유인책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국세(법인세·소득세) 감면과 지방세특례제한법의 지방세(재산세·취득세) 감면, 산업통상부 고시의 지방투자촉진보조금 등이 대표적이다. 법인세·소득세 감면 기간은 이전 지역의 낙후도에 따라 기존 7~12년에서 8~15년으로 늘어났고, 과밀억제권역에서 지방으로 이전해 사업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면 취·등록세를 100%, 재산세를 5년간 100% 감면해준다.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 한도도 균형발전하위지역이나 산업위기지역일 경우 기업당 300억 원으로 100억 원이나 상향됐다.

그러나 지역의 기업 유치 효과는 제한적이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 자료를 보면 본사나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법인세를 감면받은 수도권 기업은 2020년 606곳에서 2024년 456곳으로 감소했다. 감면세액은 같은 기간 6761억 원에서 882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전 기업 자체가 줄었고, 자본력이 작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방투자촉진보조금도 마찬가지다. 산업통상부 자료에서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 건수는 2020년 72건에서 2021년 69건, 2022년 62건, 2023년 55건, 2024년 54건으로 해마다 감소했는데, 이 중 수도권 기업이 지방 이전으로 보조금을 받은 경우는 통틀어 17건에 그쳤다. 일자리 창출과 연관 산업 성장,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기업 이전의 효과가 사실상 미미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부산상공회의소 올해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기업이 신규 투자를 최우선 검토하는 지역은 수도권(50.2%)과 인근 충청권(23.6%)이 대부분이었다. 지방 투자에서 고려하는 요소는 비즈니스·산업 생태계(29.2%)가 가장 많았고, 물류·교통 인프라(22.0%), 인력(17.5%)과 부동산(15.6%) 확보 용이성이 뒤를 이었다. 정부·지자체 지원(10.9%)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름뿐인 자주과세권의 한계

그럼에도 수도권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인센티브는 세제 혜택(51.5%)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다음은 입지 제공·부지 매입 지원(26.1%), 설비 투자 관련 보조금 지원(11.8%) 순이었다. 세제 지원이 있으면 좋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생태계와 인프라가 우선인 상황에서 지방이 수도권 기업을 유치하려면 더욱 파격적인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문제는 지자체가 지방세 운용에서 과감한 감면이나 인센티브를 설계하기 어려운 법적 구조다.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지시나 감독 없이 자율적으로 조세를 부과하고 징수하는 자주과세권을 갖고 있지만, 헌법상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이 우선이다. 법률의 위임 없이는 ‘도시세’ 같은 지방세 신설도, 전략산업에 대한 세율·과세표준이나 감면 결정도 어렵다.

반면 연방국가인 미국의 경우 주정부가 독자적으로 세율과 감면 기준을 결정할 수 있다. 텍사스가 연방 법인세율과 별도로 적용되는 주 법인세율 0%를 내세워 지난 10년간 테슬라를 비롯해 300여 개 기업 본사를 유치한 배경이다. 스위스도 주(칸톤)별 자율과세를 활용해 법인세율이 가장 낮은 주인 추크를 중심으로 글로벌 본사와 핀테크 기업을 모아 혁신 클러스터 ‘크립토밸리’를 형성할 수 있었다.

현행 제도 기반 위에서 가능한 대안으로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은 ‘주요국의 세제 개선을 통한 기업 유치 전략 사례 연구’ 보고서에서 지방 법인소득세를 활용해 지역산업 맞춤형 세제를 설계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법인세 중 일정 비율을 지방 법인소득세로 이양하고, 일정 범위 내에서 지자체가 산업 특성과 여건을 반영해 스스로 세율과 인센티브를 설계할 수 있는 권한과 재원을 주자는 것이다.

연구진은 “중앙정부 주도의 일률적 세율 구조는 지역의 산업 구조, 인력 수급, 인프라 차이를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낮고, 연방국가 사례처럼 지역 단위의 세제 자율권이 있을 때 지방의 전략과 책임이 함께 강화돼 산업 특화와 장기 집적효과가 촉진된다”고 밝혔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공동대표는 “우선 지방세 비율을 높이고 포괄보조금을 확대해 자주재원의 양과 질을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단계적인 개헌을 통해 지방정부의 자주과세권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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