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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최종 처리시설 '안갯속'… 고리 임시 → 반영구 우려 [해체 원전, 묻혀버린 검증]
고리 1호기 해체 결정 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부산 기장군 고리 일대가 사실상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때가 되면 가져간다는 당국의 약속을 믿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했는데, 결국 폐기물을 떠안게 되는 상황이다. 현재 방폐장 준비 정도나 국외 사례들을 볼 때, 이 시나리오는 우려를 넘어 이미 진행 중인 것처럼 보인다.
■가져가겠다는 약속
2030년 고리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이 준공되면, 고리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들은 차례대로 옮겨진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들은 각 원전 저장조에 보관 중인데, 포화 직전이다. 건식저장시설 규모는 3만 3000㎡로, 축구장 4.5배 크기다. 저장 용량은 2880다발이다. 2050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중간저장 시설이 준공될 때까지 포화 직전의 고리 원전이 버틸 수 있는 최소량이다.
건식저장시설은 보통 설계 수명 40~60년 정도로 지어진다. 지하가 아닌 지상 시설인 것도, 향후 사용후핵연료 반출을 전제로 한 임시 저장 설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음 단계 저장시설들의 준공 시기는 물론 준공 가능 여부조차 불확실하다는 거다.
올 2월 국회를 통과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은 2050년 중간저장시설, 2060년 최종(영구)처리 시설 건설·운영을 명시하고 있다. 25년과 35년의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여도, 업계에서조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짓기엔 상당히 부족한 시간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부지 선정 자체가 어렵다. 극단적인 재난 상황에서도 안전한 지하 고강도 암반 지역 후보지를 찾아 정밀 조사를 벌여야 한다. 지하 100m 내외 경주 방폐장도 깊은 시설이라고 하지만, 영구처리 시설은 최소 깊이가 300~400m다. 100층 건물 높이 이상의 땅을 파 반영구적인 내구성을 보장할 수 있는 대규모 설비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공사다.
무엇보다 지역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다. 2003년 중준위 폐기물 처리장을 두고도 일명 ‘부안 사태’로 불리는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빚어졌다.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선 훨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세계의 근심, 고준위 폐기물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어려운 건 세계 어디든 마찬가지다. 현재 가동 중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처리 시설은 없다. 그나마 지하 400~500m 구간에 만들어진 핀란드 ‘온칼로’가 운영을 앞두고 있다. 핀란드는 1983년 정부 방침을 만들고 부지 물색에 들어가, 2000년 부지 선정을 마쳤다. 지금은 공사가 마무리돼 시운전 단계다. 사업을 시작한 지 40여 년 만이다.
스웨덴은 1970년대 말부터 준비를 시작해 2009년 부지를 확정하고, 올 1월 착공에 들어갔다. 1991년 ‘방폐법’을 제정한 프랑스는 2016년 부지를 확정했고, 2035년 전후 운영을 목표로 준비 중이지만 훨씬 늦어지는 분위기다. 1970년대부터 준비를 시작한 스위스도 긴 공론화 과정 끝에 2022년 부지를 확정했다. 2050년 본격적인 운영이 목표다.
수십 년이 걸려도 진척이 있으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은 2000년 관련 법을 만들고 준비에 들어갔지만, 후보지들의 반발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국은 1982년부터 관련 법을 만들고 추진하다 결국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아예 반영구 시설처럼 운영하는 안까지 고민 중이다.
용량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국내 사용후핵연료 누적 발생량은 1만 9536t이다. 2050년대엔 3만t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핀란드 온칼로 용량은 우라늄 6500t이다. 스웨덴도 1만 2000t 규모로 추진 중이다. 2060년이 되면 현재 유럽에서 추진되는 영구처리시설 규모로 최소 3~4개를 짓거나 3~4배 크기의 시설로 지어야 국내 고준위핵폐기물 처리 시스템이 온전히 작동할 수 있다.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영구처분 시설이 늦어지거나 사용후핵연료를 모두 감당하지 못하면, 중간저장시설도 한계에 도달한다. 결국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이 사실상 반영구 방폐장처럼 운영될 수밖에 없다. 원자력안전연구소 한병섭 소장은 “투명하고 충분한 공론화 시간이 있어야 부지 선정이 가능하다”며 “단기간에 사업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줄이고 안전성까지 확보하겠다는 건 기적을 바라는 거다”고 평가했다.
2025-08-2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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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재생산 비현실적… 땅 깊숙이 수 만년간 매장 유일 [해체 원전, 묻혀버린 검증]
“1980년대엔 재처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공장이 가동될 것으로 기대된다.”
1974년 미국 원자력 위원회 보고서에 나온 문장이다. 사용후핵연료가 재처리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아직 남아있다.
1950년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상업 원전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기술에 대한 낙관주의가 팽배하던 때다. 1950~1960년대 원자력업계는 가까운 미래에 재처리 기술이 상업화될 것이라고 봤고, 오히려 사용후핵연료를 자원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1970년대 말부터 회의론이 제기됐다. 지금은 군사적 목적 외 재처리 기술의 상업화는 비현실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 소련, 영국, 러시아 등 많은 나라들이 도전했지만 상업화 계획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 재처리 사업은 수익성이 낮아 만들수록 손해가 되는 구조였다. 재처리 결과물은 핵무기 원료가 될 수 있어 엄격한 통제를 받는 것도 문제였다. 그나마 프랑스 등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익을 내는 구조는 아니다.
결국 명확한 대책 없이 시작한 일의 결과를 지금 세대가 감당해야 할 때가 왔다. 재처리가 어려우면 남은 방법은 위협이 되지 않게 폐기하는 거다.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핵종 중엔 세슘(30년)처럼 반감기가 짧은 것도 있지만, 플루토늄239(2만 4100년) 등 수만 년 이상인 것도 있다. 최소 몇만 년 이상 누수와 접촉이 없도록 사용후핵연료를 버려야 하는 셈이다.
우주로 보내는 방법도 수시로 거론됐다. 1986년 미국 챌린저호 폭발 사고 뒤엔 이 안은 사라졌다. 사용후핵연료를 모아 우주선에 싣는 것도 어렵고, 발사 과정에 폭발이 일어나 대기권에 고준위 방사성 물질이 퍼지면 되돌릴 수 없는 대재앙이 벌어질 수도 있다.
남은 선택지는 지구 안 깊숙한 곳에 묻는 거다. 막대한 노력과 재원이 투입되는 일이다. 핀란드 ‘온칼로’는 18억 년 된 화강암 지층에 건설됐다. 10만 년 정도는 지각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지대다. 지하 400~450m 지점에 5km 정도 경사형 터널을 뚫어, 100년 동안 사용후핵연료를 차곡차곡 쌓고, 마지막엔 콘크리트 등으로 완전히 봉인할 계획이다.
건설비와 향후 운영비 등은 전체적으로 3조~5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상당한 투자로 어렵게 만든 거대한 설비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쌓여있는 사용후핵연료의 3분의 1 정도만 처리할 수 있는 크기다. 핀란드 원전 발전량은 우리나라 5분의 1수준에 불과해, 우리는 더 큰 시설이 필요하다.
SMR(소형모듈원자로)도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피해 갈 수 없다. 작은 크기로 여러 개 나온다는 차이뿐이다. 에너지 생산 효율성은 보통 설비 크기와 비례하므로, 같은 발전량에선 SMR의 사용후핵연료가 더 많을 수 있다. -끝-
2025-08-2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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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험한 사용후핵연료 167t 영구 보관 시설 여전히 ‘막막’ [해체되는 원전, 묻혀버린 검증]
2015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키야 아마노 사무총장은 연설 중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비유를 꺼내며, 원전에서 나온 폐기물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폐기물 문제가 중요하지만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방사성 폐기물은 원전의 근본적인 취약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사고는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해체와 폐기물 발생은 불가피하다. 상당한 비용을 들여 반영구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해체 후 폐기물은 어디로
고리 1호기를 해체하면 고체성 폐기물이 17만 1708t 정도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90% 이상인 15만 8387t이 비방폐물이다. 방사능 농도가 규제 이하로, 자체 처분이 가능하다.
극저준위 폐기물은 4315t으로 예상된다. 관리 대상이지만, 농도가 낮아 간이 처분 형태로 매립할 수 있다. 다른 저중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마찬가지로 경주 방폐장으로 옮긴다. 최종적으로는 극저준위 전용인 방폐장 내 3단계 처분시설(2031년 준공 예정)에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방사능 농도가 훨씬 짙은 저준위 폐기물은 8941t가량으로 추정된다. 작업에 쓰였던 장갑, 오염된 설비나 콘크리트 조각 등이다. 오염된 폐기물과 접촉하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어 위험하다. 특히 먼지 형태로 호흡기에 들어가면 장기간 지속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중준위 폐기물 65t은 원자로 내부를 이룬 금속성 폐기물이다. 노심 부품처럼 장기간 방사능에 노출된 물질로, 작업자가 짧게는 몇 분만 근처에 있어도 치명적인 피폭이 가능하다. 300년 정도 지나면 안전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저·중준위 모두 차폐 정도는 다르지만 콘크리트 등과 함께 드럼통에 담아, 경주 방폐장 처분시설로 보내진다. 다만 중준위 폐기물의 경우 해체 뒤 방사능 수치가 방폐장 인수 조건을 넘어서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처리 공간은 일단 여유가 있다. 저·중준위 폐기물을 담당하는 방폐장 내 1단계 시설은 공간이 비어있고, 연말 2단계 시설도 추가로 준공 예정이다. 다만 향후 해체 원전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폐기장 공간 부족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밝힌 해체 방사성 폐기물량은 기존 해체 원전 사례 등을 근거로 만든 추정치이다. 방사능 오염과 제염 작업 정도 등에 따라 저·중준위 폐기물이 늘거나 줄 수 있다. 미국 메인주 양키 원전의 경우 방사성 폐기물이 예상보다 20% 이상 늘어나는 등 이전 해체 사례들은 대체로 폐기물 증가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실제 발생량은 오히려 계획보다 줄 수 있지만, 안전성을 위해 폐기물 발생량과 처리비용을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밝힌 바 있다.
■불안한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사성 폐기물 중 가장 위험하면서 처치 곤란한 것이 사용후핵연료다. 고리 1호기를 해체하면 보관 중인 고준위 폐기물인 485다발(167t)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해야 한다. 몇 초의 노출만으로도 치명적인 피폭이 가능해, 인류가 관리하는 가장 위험한 물질이라고 불린다. 반감기도 핵종에 따라 수십 년에서 수만 년 단위라, 사실상 영구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현재 계획은 고리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지어 보관하다, 2050년 외부 중간저장시설이 준공되면 옮기는 것이다.
485다발이 1호기가 만들어 낸 전체 사용후핵연료는 아니다. 40년간 운영되면서 1391다발이 만들어졌는데, 이 중 일부만 1호기에 있고 나머지 906다발은 고리 3·4호기 등에 나누어 보관 중이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 이미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율이 90%를 넘겼다. 원전 안에 임시로 보관하는 방식도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수원 등이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한 다발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3억 2000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1호기에 적용하면 사용후핵연료 1391다발 처리비용만 4000억 원이 훨씬 넘는다. 하지만 이 마저도 2012년 산정된 금액으로, 재산정하면 비용 부담이 훨씬 커지고 원전 단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정책위원은 “원자로를 해체하면, 중준위 범위를 넘어서는 폐기물이 나올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가 아닌 고준위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라며 “해체를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계속 생길 것이다”고 전망했다.
2025-08-2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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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폐기물 탱크 폭발 러시아 ‘키시팀 사고’ 수백 명 사망 [해체되는 원전, 묻혀버린 검증]
소련 체르노빌(1986년), 일본 후쿠시마(2011년) 원전 사고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원자로 붕괴로 이어진 미국 스리마일(1979년) 사고도 비교적 유명하다. 하지만 ‘키시팀 사고’를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수만 명이 피폭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였고, 원인은 방사성 폐기물 관리 부실이었다.
1957년 9월 29일 러시아 우랄산맥의 마야크 핵 재처리 공장에서 사고가 났다.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시설이었다. 지하엔 방사성 액체 폐기물 저장 탱크가 있었는데, 냉각 시스템이 고장 났다. 온도가 올라가자, 탱크 안에서 질산염과 아세트산염 혼합물의 화학 반응이 일어나 큰 폭발로 이어졌다.
방사성 폐기물 저장 탱크가 터졌으니, 방사선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방사성 물질 구름이 주변 지역 2만㎢ 이상을 오염 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도 방사능이 검출돼 ‘동우랄 방사능 지대’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수만 명이 피폭됐고, 수백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47만 명 피폭에, 400여 명 사망 등의 추정치도 있지만 확인이 되지 않는다.
대규모 재앙이었지만 소련 정부가 철저히 비밀에 부쳤기 때문이다. 1976년 영국으로 망명한 과학자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즈음 소련 지도에서 피해 의심 지역의 마을 30여 개가 사라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IAEA는 이 사고 등급을 ‘레벨 6’으로 분류했다.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 사고 다음으로 큰 폭발이었다는 의미로, 방사성 폐기물 관리 실패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키시팀은 사고 지역의 도시 이름이다.
키시팀 급은 아니어도 방사성 폐기물 관리 부실은 종종 사고로 이어진다. 2014년 2월 미국 뉴멕시코 주의 지질학적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WIPP’에서는 플루토늄 등의 방사성 폐기물을 담은 드럼통이 열폭주로 폭발했다. 무기질 대신 유기성 흡착제를 드럼통에 넣으면서, 화학 반응을 유도한 게 원인이었다.
드럼 폭발 뒤 방사성 에어로졸이 지하 갱도와 환기 시스템을 따라 퍼졌다. 건물 내 직원 21명이 피폭됐으나, 다행히 저선량이었다. 하지만 시설은 3년 가까이 운영되지 못하고 사고 수습과 제염 등에 2조 원 넘게 들어가는 등 작은 실수가 어마어마한 피해로 이어졌다.
1960~1980년대 프랑스 아토믹 단지 등에선 폐기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담은 드럼이 부식되고 오염 물질이 누출되는 일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 임시 장소에 둔 드럼이 제대로 밀폐되지 않아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켰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처분장을 통한 관리 필요성이 제기됐다.
1977년 2월 체코슬로바키아 야술로브스케 원전에선 연료봉 교체 중 작업 실수로 냉각계에 문제가 생겨, 연료봉이 파손됐다.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고 작업자들이 피폭됐지만, 정부가 사건을 은폐했다.
2025-08-2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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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7년 해체 완료한다는 고리 1호기… ‘속도’보다는 ‘안전’ [해체되는 원전, 묻혀버린 검증]
한수원은 12년에 걸쳐 고리 1호기(587MW)를 해체하겠다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했다. 철거 뒤 부지 복원까지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비용은 1조 713억 원으로 예상했다. 원안위가 이 계획을 승인했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국내 첫 원전 해체이다 보니, 공기 지연과 비용 증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너무 흔한 해체 공사 지연
올 6월 승인된 한수원 ‘고리 1호기 해체 계획안’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올 하반기부터 1호기 비방사선 구역의 해체를 시작한다. 원자로와 멀고 오염 정도가 낮은 구역부터 먼저 작업하는 것이다. 이어 2031년까지 고리 원전 내 임시 창고라 할 수 있는 ‘건식저장시설’을 지어 사용후핵연료를 모두 옮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빠져야, 원자로 등 원전 핵심 시설을 철거할 수 있다. 2035년까지 철거 작업을 끝내고 2년간 부지 복원 과정을 거쳐 2037년 해체를 완료한다는 게 당국의 계획이다.
가압경수로(PWR)형 원전의 해체 공사 기간 12년은 통상적인 수준이다. 미국의 여러 PWR 원전이 착공 10~12년 만에 해체됐다. 메인주 양키 원전(860MW)은 착공 뒤 7년 만에 공사를 끝냈다. 역대 가장 짧은 상업 원전 해체 공사였다. 이미 미국은 다양한 원전 해체 경험이 쌓여 있어, 짧은 공기가 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오히려 미국 외 나라에선 공사 기간이 예정보다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스페인 첫 원전인 호세 카브레라(PWR·160MW)는 작은 용량에도, 2010년 착공에 들어가 현재 부지 복원 중이다. 처음이다 보니 심의부터 폐기물 처리까지 각 과정에서 지연 요인이 발생하면서 해체 작업이 계획보다 더뎠다. 프랑스 추즈A(PWR·305MW) 원전은 2007년, 독일 오브릭하임 원전(PWR·357MW)은 2008년 철거에 들어갔다. 15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다. 기술적 난관에 부딪히고 폐기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주된 이유다.
고리 1호기는 첫 해체에다 2호기와의 근접성 문제로 공사 중 여러 변수가 다수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건식저장시설이 가장 불안한 요소다. 한수원은 2030년 4월 시설을 준공하고, 2031년 상반기 사용후핵연료를 옮긴 뒤, 방사선 관리구역 해체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건식저장시설은 고준위폐기물을 다루는 설비이다 보니, 지역 반발과 안전 심의 등으로 일정이 상당히 지체될 가능성이 크다. 국외에서도 사용후핵연료 반출 문제로 해체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서두르기보다 꼼꼼하게
공사 기간 연장은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주로 예상보다 방사선 오염이 심하고 폐기물이 많아진 것이 이유였다. 사용후핵연료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서, 비용이 폭등하기도 한다. 착공 7년 만에 해체된 미국 메인주 양키 원전은 해체 비용으로 3억 달러를 예상했지만, 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용후핵연료를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에 보관 중인데 연간 1000만 달러씩 추가 비용도 발생하고 있다.
고리 1호기 해체 비용으로 책정된 1조 713억 원은 시설과 부지 특성을 반영해 정략적으로 평가했다는 게 한수원의 설명이다. 해체 활동에 8088억 원, 폐기물 처분 비용으로 2625억 원이 책정됐다. 사용후핵연료 처분 비용은 별도로 관리하고 있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고리 1호기를 정리하는 데엔 해체 비용 외 별도 추가 비용이 필요한 셈이다.
한수원은 원전 각 호기 해체 비용으로 별도의 충당 부채를 적립하고 있고, 고리 1호기는 지난해 말 기준 9647억 원이 쌓였다. 부채 형태의 적립금이지만, 한수원은 원전 1기 해체 비용을 별도로 현금 적립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체 비용이 모자라면 회사채를 발행하고, 외부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준공 일정과 비용에 집착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해체 비용 증가는 원전 단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원전 효율성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업자 측면에서 공사 지연 등은 큰 부담이지만, 공기 일정을 강조하다 보면 안전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지난 6월 원안위 최원호 위원장은 고리 1호기 해체 건을 의결하면서 “처음 해체하는 것이이라 주민과 국민이 우려하는 바도 많다고 생각한다”며 “원전을 운영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것 같다”고 안전관리를 주문했다.
2025-08-1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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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쭉날쭉 원전 발전 단가 산정, 해체·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온전히 반영돼야 [해체되는 원전, 묻혀버린 검증]
고리 1호기 해체가 완료돼 최종 비용이 확정되면, 원전 단가 책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해체 비용, 사용후핵연료 관리 비용 등이 단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오래된 논란을 검증할 계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발전 단가를 비교할 수 있는 가장 공신력 있는 자료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력 생산 비용 전망’ 보고서다. 생산 전기의 평균 가격을 표준화된 조건에 적용해 5년 뒤를 전망하는 보고서다. 5년마다 제작되며, 가장 최근 자료가 2020년에 나온 2025년 전망치다.
IEA 자료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5년 한국 원전 발전 단가는 MWh 당 53달러(각 발전원 7% 할인율 일괄 적용)로 전망됐다. 태양광 96~120달러, 육상 풍력 110~120달러, 해상 풍력 160~230달러 전망치와 비교하면 확실히 원전은 싼 에너지다.
반면 IEA 보고서에서 프랑스·영국 등 유럽 주요국 전망치는 태양광 40~80달러, 육상 풍력 40~70달러, 해상 풍력 30~100달러, 신규 원전 71달러에 형성됐다. 신재생이 원전과 비슷하거나 낮기도 했다. 미국도 육상 풍력 30~50달러, 태양광 35~55달러, 해상 풍력 35~100달러, 신규 원전 71달러였다. 원전 수명 연장, 유럽 내 지역별 편차 등 변수가 있지만, 신재생이 더 비싸다고 말하기 힘들다.
지역별 단가의 차이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공기업 주도로 원전 사업을 주도해, 금융 조달과 위험 부담이 덜한 편으로 평가된다. 유럽 등은 규제가 엄격하고 금융조달도 쉽지 않아 원전 단가가 높은 편이다.
특히 유럽은 이미 태양광·풍력 등이 대규모 상업화를 이루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단가 경쟁력이 생겼다. 이미 시장이 신재생에 친화적으로 변했고, 전력망도 신재생에 적합하게 설계됐다. 단가가 싸졌기 때문에 더 많은 수요가 형성돼 규모가 다시 커지는 선순환 구조에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신재생 시장이 초기 단계이며, 전력망도 집중식으로 짜여 있어 대규모 원전 단지에 유리한 형태이다. 결국 어떤 정책으로 에너지 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발전 단가가 변하는 구조다.
국내 상황이 원전 발전 단가에 유리하게 짜여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숨겨진 비용’이 자주 언급된다. 해체 비용, 사용후핵연료 등 폐기물 처리 비용이 단가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거다. 제대로 반영되면 발전 단가가 10~20% 오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고리 1호기를 통해 해체 비용 규모가 드러나고 폐기물 처리 작업이 진행되다 보면 단가 논의가 좀 더 정교해질 수 있어, 에너지 업계의 관심도 쏠린다.
2025-08-1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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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 여부 미확정 2호기 바로 옆서 1호기 해체 ‘안전 딜레마’ [해체되는 원전, 묻혀버린 검증]
원전 해체는 예민한 작업이다. 방사선 누출과 피폭을 완벽하게 막기 위해선 철저한 계획과 경험이 필요하다.
고리 1호기 해체는 국내 첫 원전 철거 시도다. 고리 2호기가 사실상 붙어 있다는 특수한 상황까지 겹쳐 있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가동 원전 옆 해체 현장?
올 6월 26일 열린 ‘제216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녹취록에 따르면, 원안위는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안건을 검토하면서 2호기와의 근접성 문제를 가장 비중 있게 다뤘다. 2호기를 가동할 때 1호기 해체 작업자가 추가로 받는 피폭 문제를 다뤘고 1·2호기 공용 설비의 사용 유무, 오염 공유, 시스템 간섭 가능성 등을 살폈다. 2호기는 2023년 4월 설계수명을 채워 가동 정지된 상태로, 계속 운전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날 제무성 원안위원은 “통상 10년 정도 정지하고 해체하는데, (1호기는) 8년 정도 됐다”며 “2호기 계속 운전 여부가 결정 안된 상황인데 1호기 해체를 결정하는 게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회의에선 미국 스리마일 섬(TMI) 원전 사례가 언급됐다. 1979년 TMI 2호기가 노심이 녹는 중대 사고로 폐쇄됐지만, 안전상 이유로 즉각 해체되지 않았다. 2019년 인접한 TMI 1호기가 폐쇄됐고, 그제야 본격적으로 해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고리 1·2호기는 원자로 간 거리가 유난히 가깝다. 1970년대 건설 당시엔 지금보다 원전 이격 거리 기준이 엄격하지 않았다. 1·2호기는 에어 시스템 등 다양한 설비도 공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호기가 계속 운영이 되면, 비산·진동·피폭 등을 주고 받아 서로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탈핵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는 “간섭과 영향은 불가피하다. 두 호기는 배관, 해수 처리 설비, 터빈, 액체 폐기물 증발기 등 다수 주요 설비를 공동으로 사용해 왔다”며 “어떤 예기치 못한 영향이 나타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는 논평을 냈다.
이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측은 “해체 계획의 적합성과 방사선 방호 계획의 적합성, 방사성폐기물 관리계획의 구체성 등을 검토했고, 심사가 마무리된 올해 2월부터는 심사 결과에 대해 원자력안전전문위의 검토를 거쳤다”고 밝혔다. 한수원도 1호기 해체가 지연될수록 상당한 관리비가 지출된다는 등의 이유로 해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크고 작은 사고의 연속
고리 1호기는 가압경수로여서, 안전성 확보에 상당히 유리하다. 두꺼운 격납 건물 안에 방사능 오염 구역이 집중돼, 다른 형태 원전보다 오염 범위가 좁다. 영구 정지 원전은 핵연료봉이 분리돼 있다. 해체 과정에서 폭발 같은 중대 재해 사고가 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러나 해체 공사는 공기가 매우 길고 더딘 작업의 연속이다. 작은 실수나 방심으로 방사능이나 오염수 누출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고, 실제로 그런 일이 반복해서 벌어졌다.
2023년 10월 해체 중인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배관 청소 중 방사능 오염 액체가 작업자들에게 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호스를 분리하다가 배관에 남아 있던 오염수가 분출됐고, 작업자들의 방호 장비 착용도 완벽하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에도 제1원전 2호기 작업자의 얼굴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 작업 중 오염 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모든 작업자들의 피폭 정도는 가벼웠으나, 해체 작업 중 긴장감이 떨어질 경우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영국 폐기물 처리 단지인 ‘셀라필드’는 관리 부실로 인한 계속된 사고로 악명 높다. 올 5월에도 작업 중 핵물질 등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5.5kg짜리 캔이 떨어졌다. 다행히 방사선 노출은 없었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엔 폐기물 운송 중 미량의 방사선이 누출된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다. 2019~2020년에 단지 내 노후 원전에서 방사선을 품은 용액이 외부로 누출돼, 지하수까지 오염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사고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2024년 11월 ‘원자로 운영과 해체 관련 보고서’에서 “부식된 장비나 구조물, 돌발 방사선 수치, 누출과 오염 등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적절한 관리가 없으면 사고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2025-08-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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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기 동시 철거 최선이지만 전력 수급 문제 관건 [해체되는 원전, 묻혀버린 검증]
고리 1호기 해체만 고려한다면, 2호기 영구 정지 뒤 1·2호기 동시 철거가 이상적이다. 안전을 확보하고 해체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원전 폐쇄 또는 계속 운전 여부는 전력 수급 문제를 따져 결정해야 한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철학을 드러내는 정치적 결정이기도 하다. 첨예한 논란과 갈등을 부를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국내엔 상업 원전 32기가 지어졌거나 건설 중이다.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는 설계수명 완료 뒤 영구 정지됐다. 고리 2·3·4 호기 총 3기는 수명 만료로, 현재 가동이 정지돼 있다. 2030년까지 한빛 1·2호기 등 모두 7기의 원전이 추가로 수명 만료된다. 수명 만료된 3기와 만료를 앞둔 7기 모두 원전 10기의 계속 운전 또는 폐쇄를 결정할 심사가 진행돼, 순서대로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여기에 새울 3·4호기 등 총 원전 4기를 건설 중이다.
이미 가동 정지 중인 원전들이 있지만, 국내 전력수급 상황은 수년간 안정적인 예비율을 유지하며 비교적 원활했다. 추가로 준공될 원전까지 고려하면, 심사 중인 노후 원전의 일부를 폐쇄해도 전력 수급상 문제가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리 2호기 설비 용량은 650MV이지만 건설 중인 원전 4기는 설비 용량이 각각 1400MV로, 전력 수급 측면에서 더 큰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계속 운전을 주장하는 이들은 전력 수급 낙관론을 경계한다. AI 데이터 센터 증가 등으로 앞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력 품질도 중요하다. 원전은 안정적이고 일정한 출력을 유지할 수 있다. 기후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재생 에너지와의 근본적인 차이다. 원료를 다량으로 수입해야 하는 LNG발전에 비해, 원전은 연료비 비중이 작고 가격 변동성도 거의 없다.
결국 원전의 계속 운전이 전기료 인상 억제와 안정적인 발전으로 이어져, 에너지 안보에 기여한다는 거다. 미국을 중심으로 원전 수명 연장 추세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도 계속 운전에 힘을 실어준다.
폐쇄를 요구하는 진영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추가 건립이 이미 확정된 상황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전력 수급 측면에서 굳이 위험 부담을 안고 노후 원전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변동성이 크지만,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확대로 수급 안정성과 운용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기도 했다.
노후 원전은 안전성 확보 등을 위한 비용이 커 실제 단가 경쟁력은 기대 이하라고도 주장한다. 반면 국외 사례를 보면 장기적으로 에너지 전환의 안정화가 이뤄지면, 오히려 재생에너지 단가가 기존 에너지 아래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RE100 등 다수 글로벌 청정에너지 유인책에 원전이 제외된 것도 이들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2025-08-1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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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산업 육성한다면서… 예산 축소·정책 변화에 '제자리' [해체되는 원전, 묻혀버린 검증]
고리1호기 해체 결정 뒤 산자부, 한수원, 지자체 등은 ‘원전 해체 산업 강국’ 비전을 제시하며, 산업 육성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의지 표명이 종종 있었고, 해체 시장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오히려 원전 생태계에서 해체 산업은 ‘마이너’ 취급을 받았다. 정권에 따라 일관되지 못한 정책 기조는 산업을 육성하기는커녕 흔들며 발목을 잡기 일쑤였다.
■‘삭감’으로 시작한 해체 산업
2015년 정부는 ‘원전 해체 산업 육성 정책 방향’을 내놓았고, 2019년 ‘원전 해체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2035년 세계 시장 10% 점유율 달성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원전해체 핵심기술 개발사업’에 8712억 원을 책정해, 원전해체연구소를 세우고 관련 R&D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의욕은 곧 꺾였다. 2021년 핵심기술 개발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했고, 이듬해 사업비는 3482억 원으로 조정됐다. 애초 규모의 40% 수준이다. 그마저도 실제 집행 과정에서 더 줄었다. 애초 산자부 등은 2023년 428억 원(실제 집행액 337억 원), 2024년 646억 원(433억 원), 2025년 524억 원(483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산에 반영된 규모는 매년 계획보다 40억~200억 원가량 줄었다.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옛 원전해체연구소) 관련 일정도 늦어졌다. 2024년 12월 부산 기장군에서 본원 개원을 했고, 실증 장비 도입과 중수로해체기술원·실증분석동 준공 등은 2026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예정보다 1~2년씩 미뤄진 일정이다.
원전 당국의 소극적인 투자에 대해 해체 산업의 낮은 위상에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 건설과 운영 중심의 원전 생태계에서 해체 산업은 ‘주변부’ 취급을 받아 왔다. 원전 폐쇄를 전제로 한 산업이다 보니, ‘탈핵’ 연장선상으로 인식돼 정서적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해체 산업 육성이 원전 생태계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원인이다. 원전 업계가 국외 해체 시장은 강조하면서, 정작 국내 해체 시장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원전 해체 산업 육성 전략 정책 토론회’에서 산자부 윤정원 원전환경과장은 “지난해 R&D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장비 고도화와 실증 인프라 구축에 차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기술 실증과 인력 양성, 장비 기반 확대 예산을 다시 반영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시장 불확실성 키운 정부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은 해체 산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노후 원전 폐쇄 여부로 시장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에, 해체 산업에서의 정부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국내에는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외에 모두 10기의 원전이 2030년까지 수명이 만료됐거나 만료 예정이다. ‘탈핵’에 적극적이었던 문재인 정부 당시엔 노후 원전 상당수가 차례대로 폐쇄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예측은 뒤집혔다. 노후 원전의 연장 운영에 힘이 실렸고, 해체 관련 예산도 축소됐다.
3년 만에 이재명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예측이 다시 어려워진 상황에 놓였다. 현 정부는 노후 원전 처리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해체 산업 관련 기관들은 이미 정권에 따라 정책이 뒤집히는 걸 경험했다. 수명 연장 가능성이 남아 있으면, 적극적인 투자가 꺼려질 수밖에 없다.
대조적인 사례가 독일이다. 독일은 19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던 2000년 탈핵을 선언했다. 이후 계획 유예 시도도 있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기조는 유지됐고 2023년 마지막 원전이 폐쇄됐다. 해체 작업은 현지 기업들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독일은 해체 산업 후발 주자였지만, 20여 년의 경험으로 현장 실행 능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유럽 등의 폐로 프로젝트에 진출하는 실적도 올리고 있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정책위원은 “해체나 핵폐기물 분야는 핵 산업 안에서도 기피돼 성장할 기회조차 없었는데, 이제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명이 끝나는 핵발전소를 멈춰 물량을 만들지 않고, 어떻게 해체 산업 육성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2025-08-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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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폐쇄 독일, '산업용 전기 인상률' EU 평균과 비슷… "국제적 모범 사례" [해체되는 원전, 묻혀버린 검증]
독일에선 30기 가까운 원전의 해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다. 과감하게 탈핵을 추진한 결과로, 독일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엇갈린다.
2000년 독일 사회민주당·녹색당 연립 정부는 ‘원자력 발전 단계적 폐지’를 공식 정책으로 채택했다. 가동 중인 원전 19기를 설계수명 상관없이 2021년까지 폐쇄하기로 하고 실행에 들어갔다. 2009년 들어선 보수-자유연정 정부는 탈핵 완료 시점을 12년 늦추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탈핵 계획은 복구됐고, 2023년 4월 마지막 원자로가 꺼졌다. 최초 계획보다 2년 늦어졌지만, 주변의 예상보다는 훨씬 빨리 에너지 전환을 이뤘다.
2000년 이후 폐쇄된 19기와 이전에 폐쇄된 것들을 합쳐, 현재 원전 28기가 해체되고 있다. 원전을 운영한 민간 회사들이 해체를, 정부는 폐기물 처리 등을 책임진다. 대부분의 공정엔 독일 기업들이 투입된다.
독일의 전력 생산 구조는 완전히 변했다. 2000년 전력 생산 중 원전 비중은 30%, 신재생은 6.3%였다. 2024년은 원전 0%, 신재생 62%이다.
전기료는 꾸준히 올랐다. 2000년과 2024년 가정용 전기료를 비교해 보면, EU 전체 평균이 2.4배 오를 때 독일은 2.6배 정도 비싸졌다. 격차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2023년과 2024년엔 처음으로 전기 ‘순수입’ 국가가 되기도 했다. 전기료 인상, 전력 부족 등이 독일 경제를 파탄으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는 지나치게 비관적인 평가라는 게 중론이다. 산업용 전기 인상률의 경우 독일과 EU 평균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더욱이 전기료 상승은 신재생에너지 단가 문제라기보다 전력 체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 비용에 가깝다. 송배전망 건설, 전력망 안정화 비용 등과 함께 지금은 폐지된 재생에너지 보조금이 전기료에 포함됐다. 전환이 안정화될수록 하락할 수 있는 구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수입에 차질을 빚은 것도 전기료 급등에 작용했다. 독일은 LNG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전기 수입 역시 전력이 모자라서 빚어진 것이 아니다. 유럽에선 국가 간 전기를 주고받는 일이 일상적인데, 지금까지 독일은 전기 수출이 더 컸다. 2023년과 2024년엔 러-우 전쟁의 여파로 전기료가 올라, 수입 전기가 국내 전기보다 가격이 낮아지는 일이 많았다. 독일의 전력 공급 자체는 안정적이며, 올해 수입은 줄고 있는 추세다. 2022년엔 원전 강국인 프랑스가 오히려 전력 공급 문제로 독일 등으로부터 전기를 많이 받아들여, 전기 순수입국이 됐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올 4월 독일 에너지 전환 관련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효율성 개선 등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 국제적으로 모범 사례”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전기료 가격 경쟁력, 형평성 강화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2025-08-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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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 해체, 안전 놓치면 미래도 없다 [해체되는 원전, 묻혀버린 검증]
지난 6일 고리 4호기가 멈추면서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1~4호기 모두 설계수명을 채우고 전력 생산이 중단됐다. 앞서 고리 1호기 해체 계획도 확정됐다.
원전 해체가 가져올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는 막대하지만, 국내 첫 번째 원전 해체 계획에 대한 검증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500조 원전 해체 시장’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가려, 해체 의미나 계획의 현실성 등이 제대로 분석되지 않고 있다. 고리 일대가 영원한 ‘방사성 폐기물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데도, 지역 사회에서조차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부산시는 고리 1호기 해체에 ‘지역 업체 참여 명문화’ 등의 성과를 강조하며 “국내외 해체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6월 26일 원자력안전위원의 고리 1호기 해체 계획 승인 뒤, 시가 내놓은 유일한 공식 입장이다. 해체 과정의 안전성 확보,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정치권도 침묵한다. 국내 첫 원전 해체 결정이라는 상징성이 큰 현안인데, 여야 모두 공식적인 논평이 없었다. 각 정당의 부산시당에서도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었다. 다만 소수당인 진보당 녹색특위가 “막대하게 쏟아질 핵폐기물 대책이 불확실하다”며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논평을 냈다. 사실상 정당 차원의 유일한 공식 반응이었다.
지자체와 정치권의 소극적인 태도는 ‘의도된 침묵’에 가깝다. ‘탈원전’과 ‘탈탈원전’으로 여론이 나뉘면서, 원전 현안은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가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원전에 대한 새 정부 입장이 명확하지 않아,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2017년 원안위의 고리1호기 영구 정지 권고 결정에 대해 여야 모두 환영 입장을 밝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는 사회 전반에 탈핵 분위기가 강했다.
공적 영역에서의 논의가 줄면서, 해체 이슈를 주도한 것은 주식 시장이었다. 국외 해체 시장 진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그 덕에 ‘원전 해체 테마주’가 등장했고, 원안위 결정 뒤 관련주가 20% 이상 급등하는 등 주식 시장이 들썩였다. 고리1호기 해체 소식이 테마주의 모멘텀 재료로 소비된 셈이다.
해체 계획에 대한 관심 부족은 계획 완성도, 작업 안전성 등의 검증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고리 1호기는 인접한 2호기와 일부 설비 계통을 공유하고 있어, 작업 안전성 검증이 절실하다. 설계수명을 다한 2호기의 수명 연장이 이뤄지면, 대규모 철거 현장 옆에서 원전이 가동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고리1호기엔 167t(485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있다. 해체 작업을 위해 고리 원전 안에 임시 보관 시설을 지어 반출한 뒤, 2060년까지 영구 처분 시설을 건설해 옮긴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그러나 핵폐기물 처분 시설 건립은 현실화 가능성이 매우 낮다. 임시 보관 시설을 핑계로 고리 일대가 ‘반영구적’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남을 수 있고, 2~4호기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
박상현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아직 해체에 필요한 기술적, 정책적 기반이 많이 부족하다. 최소한의 객관적인 검증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5-08-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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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 원전 해체 시장, 근거도 실속도 ‘부족’ [해체되는 원전, 묻혀버린 검증]
“500조 해체 시장 문 열었다.” “특수 잡아라. 원전 해체주 고공행진.”
지난 6월 26일 오후 고리 1호기 해체 계획 승인 직후, 대다수 언론은 ‘500조 원전 해체 시장’을 주목했다. 다음 날 해체 테마주들은 일제히 상승했고, 상당 기간 급등락을 반복했다. 결국 ‘돈이 되냐, 안되냐’가 블랙홀처럼 대중의 관심을 잠식하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엉성하게 빚은 장밋빛 전망
테마주 열풍의 진원은 ‘2050년 500조 원 해체 시장’ 전망이다. IAEA(국제원자력기구) 자료를 가공해 유통되고 있는 예측치다.
12일 IAEA 공식 보고서를 살펴보면, IAEA는 최근 몇 년 사이 해체 시장의 경제적 규모 전망치를 직접 내놓은 적이 없다. 다만 2023년 3월 원전 해체 관련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해체에 들어갈 수 있는 원전의 수를 예상했다. 이미 원전 200여 기가 영구 정지 중인데, 추가로 가동 원전 420여 기 절반가량(210개)이 해체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500조 원 시장 전망치는 이 추정을 재가공한 것이다. 410여 기가 해체를 시작해 각각 1조 원 넘는 비용이 들 것이라고 계산하면, 500조 원가량이 나온다. IAEA 자료 자체도 대략적인 추산인데, 이를 가공해 계산하는 방식도 엉성하다.
오히려 업계는 시장 규모를 유동적으로 보고 있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도 수명연장이 이뤄질 수 있고, 연장되면 10년 이상 해체가 늦어진다. 해체를 위한 영구 정지에 들어가도, 착공이 매우 늦다. ‘즉시 해체’는 7~10년 이상, ‘지연 해체’는 수십 년 뒤에 공사를 시작한다. 예정된 설계수명과 무관하게 상당수 원전의 해체가 늦춰질 수 있는 것이다.
긴 공사 기간도 고려해야 한다. 착공 뒤 해체 완료까지도 보통 10~15년 정도 걸린다. 공사비는 공정별로 분할 지급되고, 시장 성장 속도도 그만큼 완만해진다.
시장 규모 전망치도 들쭉날쭉하다. 2004년 IAEA는 ‘2050년 해체 시장 1조 달러(1300조 원)’를 직접 예측했다. 이를 근거로 2020년대 초반까지 국내에서도 ‘2030년 500조 원, 2050년 1000조 원’의 전망치가 유통됐다. 지금의 장밋빛 전망치보다 배나 큰 규모다. 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는 올 6월 ‘해체 비용 비교’ 보고서를 통해 “작업 범위·비용 항목의 전제 조건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비용 비교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며 시장 규모 분석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변죽만 울리는 국외 시장
글로벌 민간 시장 기구들은 지속적이지만 완만한 해체 시장의 성장을 예측한다. 지난해 기준 아이마크 그룹은 4.6%, 비스 리서치는 5.8% 정도를 향후 수년간의 시장 성장률로 내놓았다. 일반적인 건설 시장 성장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 국외 원전 해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수익률은 기대 이하일 가능성이 높다. 전체 해체 비용 중 폐기물 관리와 인건비의 비중은 50~70% 정도이다. 폐기물 관리의 대부분 작업은 현지 국가가 수행하며, 해체 작업에도 현지 인력 중심으로 투입된다. 발주 비용의 절대 비중이 현지에서 소화되는 구조다.
원전은 안보와 직결되는 것도 부정적인 요소다. 현지 국가의 개입이 강한 산업이다 보니, 국외 기업의 수주도 쉽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분야도 제한적이다. 결국 해체 설계나 엔지니어링 등 우리 기업들이 접근할 수 있는 분야는 한정적이다. 그마저도 압도적인 기술력과 경쟁력이 입증될 때 진입이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전 해체 관련 기업들은 국내에 안정적인 시장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국외 시장은 불확실성이 높지만, 국내 시장은 수주와 진입이 훨씬 안정적이다.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일정하게 국내 노후 원전의 영구 정지가 이뤄져야 수요 예측이 가능해지고, 기술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다.
원자력안전연구소 한병섭 소장은 “남의 나라 폐기물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는 이상 처음부터 국외 시장에서 우리가 챙길 수 있는 몫은 제한적”이라며 “원전 해체를 돈벌이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행태인데, 국외 진출이 얼마나 가능할지도 의문이다”고 평가했다.
2025-08-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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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직후 거래 ‘반토막’ 부산 아파트, 1월 실적 더 참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극심한 경기 침체와 정치적 혼란이 거듭되며 지역의 부동산 매수 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반토막 났는데, 한 달 뒤인 지난달 거래량은 이보다 더 줄어들며 상황이 심각해졌다.
그나마 거래된 물량 가운데 절반은 종전 거래가보다 헐값에 팔린 ‘하락 거래’였다. 손해를 감수하며 가격을 낮춰 내놓지 않는 이상 부동산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11일 아파트 거래 플랫폼 부동산서베이에 따르면 지난달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등록된 부산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모두 998건으로 1000건이 채 되지 않는다. 부동산 거래 중 당월 신고 비중이 통계적으로 약 70~8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1200건 안팎에서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설 연휴가 끼어 있었다고는 하나, 명절이 있었던 예년에 비해 심상치 않은 하락 폭이다.
이 같은 수치는 외환위기 이후 아파트값과 거래량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평가받는 2022년 8월(1271건) 수준이다. 탄핵 정국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산의 부동산 시장은 바닥을 친 뒤 회복하는 추세였다.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7월 3159건으로 33개월 만에 3000건을 넘기며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수준을 향해 가고 있었다.
지난해 8월부터 스트레스 DSR이 도입되며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10월 다시 3019건으로 회복하며 반등했고 2000~3000건을 유지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12월 1644건으로 두 달 만에 반토막이 났고, 이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씨가 말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래 실적이 저조하다. 연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매수자들이 자취를 감췄고, 지금은 전화 문의조차 잘 오지 않는다”며 “정말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 아니고서는 매수인, 매도인 모두 거래에 나서질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거래가 반토막 이하로 줄었는데, 이 중에서 또 절반 가까이는 하락 거래였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거래 가운데 44.9%는 종전 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돼 1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부산의 하락 거래 비중은 47.1%로 대전과 제주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부동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분양 시장도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말 부산의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은 1892세대로 전달보다 194세대 늘었다. 부산의 전체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7월 5862세대로 11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이후 소폭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4000~5000세대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의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당초 올 봄이나 상반기로 예정됐던 여러 사업장의 분양 스케줄이 잇따라 수개월씩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분위기가 이럴 때 분양한다면 대규모 미달 사태가 불가피하고, 그렇다고 마냥 허송세월만 보내자니 치솟는 공사비와 물가에 대한 부담이 커서 사면초가”라고 우려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앞으로의 분위기를 점쳐볼 수 있는 중요한 선행 지표 중 하나인데 현장에서는 매매의 씨가 말랐다고 할 정도”라며 “경기 침체에다 정치적 혼란이 당분간 지속된다면 부동산 시장은 계속해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역 부동산 부양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2025-02-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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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하동 보건의료원, 의사 수급 방안 찾았다…어떻게?
경남 하동군 숙원인 보건의료원 건립에 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최대 난제로 지목됐던 의료 인력 확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20일 하동군에 따르면 보건의료원 건립 실시설계비 13억 8000만 원이 포함된 2024년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지난 4일 군의회를 통과했다. 계획대로라면 연내 실시설계에 착수해 내년 첫 삽을 떠 2027년 개원이 가능하다.
보건의료원은 하동읍 현 보건소 부지에 전체 면적 6520㎡ 규모로 건립된다. 총사업비 345억 원을 투입해 40병상, 7개 진료과·건강검진센터·재활클리닉·응급실 등을 갖춘다.
관건은 의료 인력 확보다. 군은 응급실 운영을 위해 최소 봉직의 3~4명에 공중보건의사(공보의) 4~5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공보의와 달리 군 단위 지자체에서 봉직의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인근 산청군의 경우 보건의료원 내과 전문의를 채용하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이에 하동군은 보건의료원을 상급병원에 위탁하기로 하고 서부경남권 종합병원 7~8곳과 협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2~3곳이 위탁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위탁은 군이 병원에 연간 계약금을 주고 해당 병원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을 출장 보내는 방식이다. 군은 병원 수익금으로 계약금 일부를 충당한다. 군은 손쉽게 우수한 의료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수탁 병원은 장기적으로 중증 환자를 확보할 수 있다.
이종문 하동군 보건소장은 “개원 후 2~3년까지가 가장 힘든 시기다. 노하우를 갖춘 상급병원이 민간 위탁을 맡아준다면 지역으로선 큰 도움이 된다. 지역 중증 환자는 연계된 종합병원으로 옮겨갈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건의료원을 개방형 공공병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현재 하동군에는 10여 명의 전문의가 각자 의원을 열고 활동 중이다. 하지만 수술실이나 입원실이 없어 가벼운 진료만 가능하다.
군은 의료원 장비 이용을 희망하는 의원에 시설을 개방하면 의료복지를 높일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미 지역 전문의들과 간담회를 갖고 어느 정도 공감대도 형성했다.
다만 개방형 공공병원을 운영하려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협의가 필요하다. 현재 의료법에는 의료인 1명은 1개의 의료기관만 활용할 수 있게 돼 있다. 군은 내년부터 관계기관을 방문해 본격적으로 개방형 공공병원 운영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하승철 하동군수는 “지방 도시가 소멸하지 않기 위해선 교육과 의료복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건의료원 운영이 쉽지 않겠지만 그동안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있었던 군민들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운영 방안을 찾아가고 있다. 또한 개방형 공공병원이 운영된다면 지역 의료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4-11-2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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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웅동1지구 개발’ 사업시행자 지위 소송 창원시 패소
법원이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1지구 개발사업’ 시행자 지정 취소 소송에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자청)의 손을 들었다.
부산지법 행정1부(부장판사 천종호)는 7일 오전 창원시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을 상대로 제기한 ‘개발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처분 취소’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자청의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처분 사유는 3가지”라며 “이 가운데 일부 시행 명령 과정에서 위법이 인정되지만, 전체 청구 사유를 종합해 고려할 때 지정 취소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창원시는 사업시행자 지위를 잃을 처지다. 이 판결이 확정될 시 (주)진해오션리조트 측과 체결한 협약도 취소되면서 공동 사업시행자인 창원시와 경남개발공사는 진해오션에 해지시지급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 금액만 최소 1500억 원에서 최대 2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웅동1지구 개발사업은 창원시 진해구 수도동 일원에 225만㎡의 규모로 여가·휴양시설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사업시행자는 2009년 12월 진해오션리조트와 협약을 맺고 개발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지금까지 골프장 조성 외 다른 시설은 착공도 못 했다.
이에 경자청은 지난해 3월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처분을 내렸으며, 그 사유로 △사업 기간 내 개발 미완료 △실시 계획 미이행 △시행 명령 미이행 등 3가지를 들었다. 창원시는 경자청의 처분이 재량권을 넘어선 일탈·남용 행위라며, 사업 지연 등에 대한 책임 소재와 경중을 명백하게 가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며 같은 해 5월 소송을 제기했다.
2024-11-07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