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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도·복무도 구멍 난 창원시…한 달 새 간부들 줄줄이 ‘직무배제’
경남 창원시 간부공무원들의 복무·업무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근무 시간에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부산일보 2024년 4월 22일 자 11면 보도)되는가 하면 대형사업을 소홀하게 추진한 책임 등으로 한 달 새 4명이 줄줄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다.
23일 창원시 등에 따르면 이달 중 시청 4~5급 간부공무원 4명이 각각 대기발령 및 직위해제 조처됐다. 대기발령은 징계 등을 앞둔 공무원이 그 직을 계속 수행하기 곤란할 때 내려지는 잠정적 보직 해제며, 직위해제는 공무원 신분은 보장하되 업무를 못 하도록 배제하고 승급·보수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처분이다. 통상 감사·조사 전에 대기발령, 이후엔 직위해제한다.
구청 과장(5급)인 A 씨는 지난 2일 오후 5시께 성산구 안민동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경찰에 단속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시는 바로 다음 날인 지난 3일 A 씨를 대기발령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 조치할 예정이다.
국장급 공무원(4급)인 B 씨는 시 자체 감사에서 사화·대상공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업무처리를 부적절하게 해 시정에 손해를 끼친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됐다. 해당 사업은 의창·성산구 일대 공원을 개발해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 것으로, B 씨는 사업 과정에서 민간사업자가 사들여야 할 시유지를 ‘면제’해 준 탓으로 이미 지난해 말 구청장(3·4급)에서 구청 대민안전관리관(4·5급)으로 좌천된 바 있다.
또 다른 국장급인 C 씨는 마산회원구 봉암공업지역 완충저류시설 사업을 적절치 못하게 추진한 이유로 직위해제 당했다. 시 자체 감사 결과 담당부서에서 시 정책과 다르게 민간사업자의 제안을 토대로 완충저류시설 설치 지역과 방식 등을 임의로 변경·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기제 공무원인 전략산업과장(5급) D 씨는 액화수소플랜트 사업에 대한 부실 책임으로 지난 15일 직위를 내려놓게 됐다. 최근 시의회에서 액화플랜트사업의 민간자본 대출금이 710억 원에 이르는 점과 수소 생산량·판매처가 비교적 적은 점 등이 지적됐는데, 그 책임이 D 씨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잇따른 간부공무원의 궐위에 대해 시 인사팀은 감사관실의 조사를 근거로 각 사안의 중대성을 따져 조치한 것이라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사업 추진 과정에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다 보니 공교롭게도 3명이 동시에 직위해제됐다”면서 “업무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직무대리 지정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좀처럼 확립되지 않는 간부공무원의 기강 해이에 시청 내부에서도 눈살을 찌푸린다. 한 시청 직원은 “경위가 어떻든 간에 해마다 간부공무원들이 직위해제 되는 건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며 “창원시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에도 한 달 새 창원시 간부 2명이 직위해제되고, 1명은 벌금형을 받아 홍남표 시장이 직접 간부공무원의 공직기강 특별교육을 지시한 바 있다.
경남대 최슬기 행정학과 교수는 “직위해제 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공직기강 해이가 반복되는 것”이라며 “다만 이런 징계처분이 반복되면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2024-04-2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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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단 K푸드 해외진출 박차
날로 치솟는 K푸드 열풍에 식품업계가 해외진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라면과 김치, 소주 등 대표 한식은 북미와 동남아 등 현지 생산 시설을 준비하고, 편의점도 해외 출점으로 국내 간편식을 소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김치를 호주와 미국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근 CJ제일제당은 호주 현지에서 생산한 ‘비비고 썰은 배추김치’ 2종을 처음 선보였다. 앞서 CJ는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해 미국 내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한인 김치 제조업체 코스모스푸드를 인수했다.
CJ는 이같은 현지 생산으로 김치 시장 확대에 날개를 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비비고 김치의 글로벌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으며, 일본 31%, 유럽 25% 등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한국산 주류의 대표격인 소주 역시 현지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베트남 하노이성 인근 타이빈 성에 소주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소주의 첫 해외생산 기지로, 하이트진로는 K푸드의 전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수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편의점 CU가 몽골에서 선보인 면요리도 인기다. CU는 지난해 12월 몽골에 한국식 자장면과 라멘, 파스타를 출시한지 3개월 만에 자장면은 8만 여개, 라멘은 6만 5000여개, 까르보나라 파스타 5만 여개가 팔렸다.
이같은 K푸드의 인기에 해외매체도 주목해 눈길을 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즈는 삼양식품의 대표제품인 ‘까르보불닭볶음면’의 품귀현상을 다뤘다.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자 삼양식품의 실적 기대감도 커진다. 이날 키움증권은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34% 늘어난 3281억 원, 영업이익은 88% 증가한 449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문화와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현지인 입맛에 맞게 개선한 제품보다 한국 본연의 맛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글로벌 매출 확대로 식품업계 실적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2024-04-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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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곤증의 계절, “졸음운전 조심하세요”
경남에서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늘고 있다. 봄철 포근해진 기온과 함께 예고 없이 찾아오는 ‘춘곤증’이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음주운전보다 사고 발생 위험이 한층 높아 졸음운전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8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도내 졸음운전 사고 발생률이 2021년 대비 약 1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21년 124건, 2022년 134건, 2023년 136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3년간 월별 사고 빈도는 4~6월 사이 109건으로 전체의 27.7%를 차지했다. 특히 6월이 4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4월이 39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졸음운전 사고는 점심시간 이후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51건(12.9%) △오전 6시부터 낮 12시까지 93건(23.6%)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160건(40.6%) △오후 6시부터 0시까지 90건(22.8%)이 각각 발생했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전국 졸음운전 사고 사망자는 316명으로, 사고 100건당 약 2.9명을 기록해 같은 기간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 1.5명의 곱절에 달했다.
봄철 졸음운전의 주원인으로 춘곤증이 꼽힌다. 춘곤증은 봄에 기온이 오르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생체리듬도 바뀌는데 이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일시적인 피로, 졸음 증상 등을 말한다. 차량 내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증가하면 졸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환기가 필수다. 껌과 견과류를 등 을 섭취하거나 장거리 운행 시엔 최소 2시간마다 휴식 취하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안전한 곳에 정차해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다.
2024-04-1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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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모듈러 교실 공기질 또 부적합… 안전 우려 증폭
모듈러 교실의 공기질이 정상 기준치를 초과해 문제(부산일보 4월 8일 자 11면 등 보도)가 됐던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또다시 유해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인다. 특히 유해물질 제거 작업을 벌인 후 검사를 실시했는데도 공기질이 부적합한 것으로 나오면서 모듈러 교실 안전 우려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18일 부산 북부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부산 A초등학교 모듈러 교실과 복도 등 20개 지점을 전수조사 결과, 교실 1곳에서 공기질 ‘부적합’이 나왔다. 3학년 교실 1곳에서는 총휘발성 유기화합물 수치가 최대 519.7㎍/㎥, 평균 492.4㎍/㎥를 기록했다. 늘봄교실 1곳은 최대 539.9㎍/㎥, 최소 510.7㎍/㎥인 것으로 확인됐다. 총휘발성 유기화합물 정상 기준치는 400㎍/㎥이다. 총휘발성 유기화합물은 피부에 닿거나 호흡기로 들어오면 아토피나 기침, 두통 등을 유발하는 유해 물질을 말한다.
공기질 적합이 나온 모듈러 교실도 기준치와 아주 근접한 위험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적합이 나온 늘봄교실은 총휘발성유기화합물 수치가 최대 390.5㎍/㎥, 3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실 1곳은 수치가 최대 375.6㎍/㎥였다. 4학년 교실 3곳에서는 각각 393.9㎍/㎥, 369.7㎍/㎥, 342.7㎍/㎥로 확인되는 등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모듈러 교실의 실내 공기질이 또 정상 기준치를 초과한 ‘부적합’ 결과가 나오면서 학부모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 7일과 9일 환기와 베이크 아웃(유해물질 제거) 작업이 2회 진행됐는데 개선된 점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시교육청은 베이크아웃 작업을 진행하면 더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예상과 반대 결과가 나오면서 학부모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다.
A초등학교에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수치가 ‘적합’이 나와도 믿을 수가 없다. 새집도 2년은 유해물질이 나오는데 모듈러 교실도 마찬가지인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학교만 다녀오면 비염이 심해지는 아이도 있다. 교무실을 모듈러 교실로 옮기고 성인보다 면역력이 약한 학생들은 일반 학교 건물을 쓰도록 하는 등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날 오후 3시 부산시의회에서 이종환 시의원(부산 강서1) 주재로 시교육청과 북부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이 모여 긴급 회의를 진행했다. 시교육청은 학부모들의 우려가 없도록 모듈러 교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나
2024-04-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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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냉해, 올해는 가격 폭락?…진주 배 농가들 ‘극과 극’ 날씨에 한숨
지난해 역대급 냉해 피해를 입었던 배 농가들이 올봄 배꽃 수정률이 크게 상승했는데도 여전히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해마다 극과 극을 달리는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탓에 올해는 출하량 증가에 따른 가격 폭락, 병해충 확산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18일 진주지역 배 농가들에 따르면 지난 10일 전후 배꽃이 만개했으며, 현재 자연·인공수정 막바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이상고온에 이어 영하권 꽃샘추위가 교차하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배꽃 80% 정도가 떨어지는 등 심각한 냉해를 입었는데 올해는 다행히 별 문제 없이 지나갔다.
따뜻한 봄 날씨 탓에 올해는 냉해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아 저지대를 중심으로 배꽃이 흐드러질 정도로 많이 피었다. 작년에는 수정이 잘 안 돼 애를 먹었는데 올해는 수정까지 잘 됐다. 벚꽃이 진 뒤 배꽃이 순차적으로 피다 보니 벌이 자연스럽게 날아들었고 자연수정이 원활하게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대다수 농민들이 인공수정까지 진행하다 보니 평년 대비 수정률이 상당히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농민들의 표정은 어둡다. 올해 출하량 증가로 인한 가격 폭락 가능성이 점쳐졌고 잦은 봄비 때문에 병해충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적정량의 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농가별 열매솎기가 필수가 됐는데 현재 일손이 부족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열매솎기는 통상 4월 말쯤 진행되는데, 워낙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본격적인 농번기를 피해 벌써부터 시작한 농가조차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한 농민은 “지난해 냉해로 과일 값이 폭등했는데 일부 농민이 욕심을 내 과실을 많이 남길 가능성도 높다. 수가 적으면 상관이 없지만 수가 많으면 결국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출하량이 많았던 2022년에 농민들이 힘들어했는데 그때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병해충 우려도 예년에 비해 큰 편이다. 올해는 유난히 봄비가 잦고 양이 많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3월 1일부터 4월 17일까지 경남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평균 193.4mm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3.4mm, 2022년 109.7mm에 비해 거의 배 가까이 많이 내렸고, 강수일수 역시 평년 대비 2~3일 정도 많았다. 배의 경우 봄철에 비가 자주 내리면 흑성병이나 갈색점무늬병이 확산될 우려가 크고, 방제 효과도 떨어진다.
경남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모든 과실이 비슷하겠지만 봄에 비가 많이 내리면 병해충에 걸리기 쉽다. 방제 노력이 중요한데 자주 비가 내리면 약제가 비에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효과가 많이 떨어지게 된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주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정용진 씨는 “기후변화 탓인지 모르겠지만 갈수록 농사를 짓기 어려워지는 건 확실하다. 한 지역에서도 고지대와 저지대의 차이가 크고 지역별로는 더 큰 차이를 보인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인건비까지 폭등하다 보니 해마다 계속 가슴을 졸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2024-04-1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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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교실이라고 가이드라인까지 허술해서야…
부산에서 과밀 학급과 학교 시설 노후화를 해소하기 위해 모듈러 교실이 늘어나면서 학생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새집증후군’과 유사한 질환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나 정작 모듈러 교실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듈러 교실 학생 건강 빨간불
모듈러 교실은 2020년 교육부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본격 추진했다. 모듈러 교실은 설치나 철거가 쉬워 임시 교실이 필요하거나 과밀학급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해결 대안으로 거론됐다. 부산에는 2021년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에 학생이 늘면서 모듈러 교실이 처음 세워졌다. 건축법에 따라 시공해 일반 건물과 단열재, 내화재를 똑같이 넣고 친환경 자재로 사용해 안전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 당시 학부모들이 우려했던 문제가 현실화됐다. 지난달 강서구 한 초등학교 모듈러 교실 실내 공기질 검사 결과 두통과 피부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총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정상 기준치를 초과했다. 지난해 동래구 한 초등학교에서도 실내 공기질 검사 결과 ‘부적합’이 나왔다. 일부 학생이 아토피나 비염을 호소하기도 했다. 동래구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당시 아이들 비염이 속출하고 건강이 나빠지는 것 같아 학교에 공기질 검사를 요청했더니 실제로 정상 기준치를 초과한 부적합이 나왔다”며 “학부모들이 검사 요청을 하지 않았다면 원인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듈러 운영 가이드라인 구체성 떨어져
모듈러 교실을 사용하다 건강 악화를 호소한 학생들은 ‘새집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호소한다. 모듈러 교실에서 정상 기준치를 초과한 총휘발성 유기화합물은 호흡기 질환이나 아토피를 유발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모듈러 교실은 제작 기간이 평균 3개월로 짧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개학 직전 급히 준공되고, 공기질 검사도 준공 이후 초반에 주로 이뤄진다. 친환경 자재를 사용해도 베이크아웃(유해물질 제거)이나 환기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동의대 환경공학과 이승원 교수는 “모듈러 교실 자체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준공 이후 충분한 환기가 필요하고 열을 올려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유해 물질 농도가 적어도 어린 학생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며 “학부모와 교육청, 학교가 협의해 모듈러 교실 정화 작업이 완벽히 마무리될 때까지 개학을 늦추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이 마련한 모듈러 교실 운영 가이드라인도 허점이 많다는 평가다. 모듈러 교실 실내 공기질 점검에 대해선 연 4회로 일반 교실 연 2회보다 규정은 강화했으나, 공기질 정화 방안은 부족하다. 충분한 환기와 유해물질 제거를 수차례 실시한다고 명시했을 뿐, 준공 직후 얼마나 어떻게 정화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지 설명이 빠져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이후 모듈러 교실이 설치된 26개 학교에 대해 공기질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각 지원청과 협력해 점검을 나갈 것”이라며 “모듈러 교실 설치학교 공기질 특별점검도 4월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4-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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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 교실 ‘새집 증후군’, 아이들이 병든다
최근 부산의 한 초등학교 모듈러 교실의 공기질이 정상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부산일보 4월 8일 자 11면 보도)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늘고 있는 모듈러 교실 안전성 문제가 재점화하고 있다. 모듈러 교실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새집 증후군’ 질환의 일종인 아토피나 비염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교실 증가 속도나 규모만큼 안전 관련 규정이 뒤따라주지 못하면서 학부모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16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 16개 구·군 내 유·초·중·고 모듈러 교실은 12개 구·군 총 44개교, 826개 교실(교실·특별실)이 설치돼 있다. 학교별로 △유치원 1곳(9실) △초등학교 31곳(573실) △중학교 3곳(47실) △고등학교 9곳(197실)으로, 초등학교가 가장 많다. 시교육청은 향후 18개 학교에도 모듈러 교실 설치를 계획 중이다.
이동형 조립식 건물인 모듈러 교실은 학교 신설이나 증축 공사 없이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이 가능하다. 철거가 쉬워 임시교실이나 과밀·과소학급 대안으로 떠올랐다. 학교에 모듈러 공법이 도입된 것은 2020년으로 부산은 2021년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에 위치한 명원초등학교에 처음 세워졌다. 당시 학부모들은 ‘컨테이너 교실’과 다를 바 없다고 교육환경 침해를 우려했다.
시교육청도 모듈러 교실 설치 및 운영 가이드라인을 세우면서 올해부터 관리에 들어갔다. 모듈러 교실 공기질 관리 강화를 위해 연 2회 정기 점검을 실시하고 설치 완료 후 3~6개월마다 3년간 특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모듈러 교실 정기 공기질 검사 결과 ‘적합’이 나오면 학생들이 들어가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불안은 현실이 됐다. 지난달 27일 부산 한 초등학교 모듈러 교실 공기질 검사 결과, 교실 1곳에서 총휘발성 유기화합물 수치가 정상 기준치(400㎍/㎥)를 훌쩍 넘어, 학생들에게 호흡기 질환과 아토피가 심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도 공기질 검사 결과 부적합으로 나왔다. 모두 정기검사 이외 학부모들이 추가 검사를 요청하면서 문제가 발견됐다.
모듈러 교실에서 ‘새집 증후군’과 유사한 질환 유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학생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친환경 자재로 제작을 해도 환기나 공기 정화 작업이 제대로 안되면 페인트나 접착제 등에서 유해 물질이 발생해 공기질이 악화될 수 있다. 사람 몸에 축적되면 아토피나 호흡기 질환이 심해질 수 있다. 부산에서는 특히 모듈러 교실이 초등학교에 집중적으로 설치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
마땅한 대책은 아직 없다. 특히 시설 노후화나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땜질식 방안으로 모듈러 교실이 계속 설치되고 있어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학부모연대 강진희 상임대표는 “모듈러 교실이 안전하다고 하지만 건강 문제가 노출되면서 학부모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며 “특정 지역 쏠림 현상으로 모듈러 교실이 설치되고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학생 건강을 위해 철저한 점검과 과밀학급 해소와 학교 추가 설립 등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4-04-1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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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대~부산남고 잇는 해양힐링로 버스 노선 추진
부산 영도구 태종대에 만연한 불법 주차(부산일보 2월 21일 자 10면 보도) 대책으로 영도구청이 태종대 해양힐링로를 지나는 버스 노선 신설을 추진한다.
15일 영도구청에 따르면 이달 초 영도구청은 시 버스운영과에 태종대 해양힐링로 노선 신설을 검토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영도구청이 요청한 노선은 태종대~부산남고등학교를 잇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도구청은 기존 대중교통 부재로 접근성이 떨어지고, 해당 도로에 ‘태종대 오션플라잉 테마파크’와 카페가 들어서며 불법 주차가 급증한 데 따라 대중교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곳에는 집와이어 정류장과 카페가 들어서며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 지역을 오가는 대중교통이 없고,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이 도보 기준 20분가량 떨어져 있다. 대부분 방문객이 차를 타고 찾을 수밖에 없어 주차난이 심화됐다.
영도구청은 신규 버스 노선이 생기면 불법 주차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해양힐링로에 버스 노선이 신설되면, 영도선 순환버스 도입에도 추진력이 생길 것으로 분석한다. 이곳 도로가 영도선 순환버스의 핵심 노선과 겹치기 때문이다.
다만, 운행 안전과 수익성 두 가지 문제가 버스 노선 신설에 발목을 잡는다. 영도구청은 지난해 태종대 해양힐링로 버스 노선을 두고 도로교통공단에 교통안전성 검토를 의뢰했다. 해당 도로에 버스가 다녀도 안전한지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해양힐링로에는 다수 평면곡선부가 있는데 일부는 최소 평면 곡선 반지름인 30m를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버스 등 대형 자동차가 곡선 구간에서 회전할 때 다른 차선이나 중앙선을 침범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가파른 경사 문제도 지적하면서 안전성 우려를 제기했다. 도로교통공단 측은 “대중교통 운행 필요성이 존재한다면 부산시와 경찰 등 관계기관과 면밀한 검토 과정을 거쳐 운행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노선을 이용하는 고정 승객에 대한 우려도 극복할 지점이다. 중리산을 끼고 운행하는 신규 노선 주위로는 대규모 주택 단지가 없다. 승객 수요가 적은 곳에 버스 노선을 새로 만들기는 어렵다는 게 시 담당부서 관계자 설명이다.
시 측은 버스 노선 신설 요청이 들어온 만큼 해당 도로에 버스 도입이 적절한지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태종대 해양힐링로 현장에 나가서 버스 노선 신설이 적합한지 파악했다”며 “노선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관련 심의까지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2024-04-1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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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한 초등학교 모듈러 교실, 실내 공기질 기준치 초과
부산 강서구 한 초등학교 내 모듈러 교실(이동형 조립식 건물)의 실내 공기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학생들은 아토피가 심해지거나 기침을 심하게 하는 등 건강 악화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교육청과 학교 측의 관리가 부실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7일 부산 북부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강서구 명지동 한 초등학교 모듈러 교실 2곳을 임의로 정해 공기질 검사를 실시한 결과, 교실 1곳에서 총휘발성 유기화합물 수치가 551.2㎍/㎥ 나왔다. 정상 기준치는 400㎍/㎥이다. 총휘발성 유기화합물은 피부에 닿거나 호흡기로 들어오면 구토나 두통, 현기증을 유발하는 유해 물질이다.
지난해 개교한 이 학교는 전교생이 1025명이다. 인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던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집에서 가까운 신축 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학생 수가 급격히 늘었다.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지난 2월 모듈러 교실이 설치됐다. 학급은 총 40개로, 이중 모듈러 교실은 총 16개(일반학급 13개·특별실 3개)다. 모듈러 교실은 3·4학년 358명이 사용하고 있다. 모듈러 교실은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교실로 골조, 마감재 등을 규격화한 건물을 완성해 현장으로 운송한 뒤 조립, 설치해 완성하는 이동형 조립식 건물이다.
학부모들은 교육청과 학교 측의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개학 시기에 딱 맞춰 모듈러 교실이 완공되는 등 공사 일정도 예정보다 훨씬 늦었고, 그러다 보니 교실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요청이 없었다면 지난달 공기질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 강조했다. 모듈러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 일부는 아토피가 심해지거나 기침이 심해졌다고 호소한다. 3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교실뿐만 아니라 2층 올라가는 계단부터 복도까지 공사 냄새가 심하다”며 “공기가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을 모듈러 교실로 들어가게 했다는 사실에 많은 학부모들이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모듈러 교실에서 수업을 받던 3,4 학년 학생들은 당분간 교실이 아닌 본관 과학실이나 특별실 등 임시로 만든 공간에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 학생들의 건강권뿐만 아니라 학습권까지 침해받게 된 셈이다.
북부교육지원청은 책상과 사물함 등 시설물이 들어오면서 공기질 변화가 있던 것으로 추정한다. 앞서 모듈러 교실을 설치한 이후 학교 측이 지난 2월 18일과 21일, 22일 총 세 차례 공기질 검사를 실시한 결과, 첫 번째 검사만 빼고 모두 ‘적합’ 판정이 나와 교실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북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달 안으로 해당 학교 모듈러 교실 전체 공기질 조사를 진행하고 유해물질 제거 작업도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4-0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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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커머스 위협에 국내 유통업계도 '맞불'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전자상거래(차이나 커머스) 기업이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유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신규 투자와 본업 경쟁력 강화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들이 보기에 자금력을 앞세워 초저가로 밀어붙이는 차이나 커머스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황소개구리’로 비춰진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한국 유명 배우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와 인기 예능 TV프로그램 속 간접광고(PPL)로 각각 한국 안방을 정면 공략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공격적 마케팅에 차이나 커머스 사용자는 급속히 늘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 한국인 이용자 수는 2년 새 4배가 됐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 한국인 이용자는 2022년 3월 218만 명, 2023년 3월 413만 명, 올해 3월 887만 명 등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매서운 중국발 공세에 국내 업체의 맞불 작전도 시작됐다. 우선 국내 이커머스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쿠팡과 알리의 ‘쩐의 전쟁’이 눈길을 끈다. 쿠팡은 최근 3년간 3조 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경북 김천과 대전, 울산, 충북 제천 등 전국 8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일제히 건립해 운영하고 2027년까지 전국민 5000만 명을 대상으로 무료 로켓배송을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쿠팡의 투자 발표는 알리익스프레스 모기업인 알리바바가 국내 시장에 3년 간 1조 4400억 원(1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발표 2주 만에 나온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제 막 흑자를 내기 시작한 쿠팡의 투자 결정을 ‘필사즉생’의 배수진을 쳤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쿠팡이 3조 원 투자계획을 내놓은 지 두 시간도 안 돼 또다시 ‘맞불 작전’을 펼쳤다. 알리는 한국상품 전용관인 케이베뉴 입점사의 수수료 면제 정책을 오는 6월까지 지속하고 국내 판매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쿠팡이 신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중국 거대 유통 공룡에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대만에도 진출한 쿠팡이 중요한 교두보인 한국을 그대로 내주면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이마트 주주총회에서 강승협 이마트 주주총회 의장(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은 알리·테무의 공세를 걱정하는 주주들에게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전 임직원이 경영 쇄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의 허연수 부회장도 주총에서 “중국 이커머스는 온라인 채널에 가장 먼저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내 유통시장 교란과 함께 소비자 피해도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알리와 테무, 쉬인 이용 경험 소비자 800명을 조사한 결과 80.9%가 플랫폼 이용에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지적된 불만·피해 사항은 배송 지연(59.5%)이었고, 이어 낮은 품질(49.6%), 제품 불량(36.6%), 과대광고(33.5%), 사후 서비스(AS) 지연(28.8%) 등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정부도 업계 관계자, 전문가들과 함께 ‘유통미래포럼’을 꾸려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유통산업 혁신 간담회’를 열고 최근 급변하는 유통산업 현황을 진단하고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2024-04-0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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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 원 버는데 벌금 쯤이야…진해군항제 ‘무허가 노점’ 이유 있었네
“법 지킨 우리만 바보 되는 기분입니다.”
지난 1일 폐막한 진해군항제 현장에서 ‘8번 식당’을 운영한 안민규 씨. 안 씨는 군항제 주관단체인 이충무공선양군항제위원회(이하 선양회)가 진행한 공개입찰을 통해 음식점 영업권을 따냈다. 하지만 코앞에서 버젓이 불법 영업을 하는 ‘눈엣가시’ 무신고 노점상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그는 “저 사람들이 바가지요금을 만들고, 비위생적인 음식을 파는 주범”이라며 “인파가 몰리는 주요 상권마다 떡하니 자리를 잡곤 불법으로 수천만 원씩 챙기니까 법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내 최대 벚꽃 축제인 경남 창원 ‘진해군항제’가 매년 한몫을 노리는 불법 노점상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축제 기간 일단 자리만 잡으면 못 해도 수천만 원은 챙기는 탓에 수백만 원 벌금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바가지 상술에 관람객 불만도 쌓이면서 보다 강력한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창원시에 따르면 시는 ‘제62회 진해군항제’ 기간 중 무신고 노점상을 운영한 16명을 식품위생법 등 혐의로 고발 조치했다. 피고발인 대부분이 전국 팔도 축제·행사장을 돌며 장사하는 상인들. 그들은 식품위생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버젓이 위법을 일삼는다. 지난해에도 군항제 기간 무신고 노점상을 운영한 21명이 식품위생법죄로 약식기소돼 벌금을 받기도 했다.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500만 원을 처분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벌금을 받아도 대수롭지 않게 올해 다시 무신고 영업을 반복한다는 것. 시 관계자는 “새로운 위치에 설치된 노점상 서너 군데를 제외하곤 작년에 왔던 상인들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가중 처벌을 피하려 해를 넘길 때마다 대표자 명의를 바꾸지만, 실상 같은 업소라고 부언했다.
이들은 행정의 단속에도 비협조적이다. 시는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확인증을 받아 대표자를 특정, 고발하는데, 이 과정에서 실랑이는 기본이며 경찰을 대동해야 겨우 신분을 확인할 수 있다. 되레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라도 발생하면 폭행 맹목으로 ‘역고소’를 감내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인허가를 득하지 않은 무허가 노점상들은 행정처분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공권력 개입조차 쉽지 않다. 천막 등 시설물을 강제 철거하려면 절차상 계도 기간을 둬야 한다. 하지만 합법 절차를 모두 밟을 경우 군항제가 끝난 이후에나 철거할 수 있다보니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군항제 기간 중 불법 영업 활동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고발 이외엔 별다른 대응책이 없는 셈이다.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는 이유는 벌금보다 벌어들이는 수익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선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군항제 기간 동안 한시적 영업 허가를 받은 업소 102곳 가운데 꼬치·핫도그 등을 판매하는 길거리음식점의 경우 3000만~4000만 원, 테이블을 설치해 조리된 음식 등을 판매하는 곳은 7000만~8000만 원에 이르는 매출을 각각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벌금에 비해 수익이 최소 6배에서, 최대 160배 많은 수준이다. 게다가 무신고 노점상은 축제 폐막 이후에도 영업을 유지하며 뒤늦게 방문한 관광객까지 흡수한다.
아이 두 명을 데리고 꽃놀이를 다녀왔다는 30대 엄마 강 모 씨는 “애들이 갖고 싶다고 해서 LED 풍선을 개당 2만 원 주고 샀는데,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가격을 확인하니 5000원에 불과했다.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했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선 당장 법을 개정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선양회 관계자는 “위법을 저지르면 절대 손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을 바꿔 즉시 강제 철거가 가능하게 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 관계자 역시 “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군항제 기간 중에 강력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토로했다.
2024-04-0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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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주산지 거창, 유통구조 바꾸기 ‘안간힘’
전국 사과 5대 주산지 가운데 하나인 경남 거창군이 사과 유통구조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사과가 외부로 유통되면서 ‘거창 사과’가 아닌 ‘국내 사과’로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거창군은 거창사과의 산지유통을 위해 ‘스마트 APC(agricultural products processing center: 농산물산지유통센터)’ 구축을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작게는 통합 사과 브랜드 활성화를 위해, 크게는 유통시장 개혁을 위해서다.
군에 따르면 현재 거창사과는 유래 없는 위기에 빠져있는 실정이다. 전국 최고 품질의 사과가 연간 4만t 정도 생산되고 있지만 최근 기후 변화가 심해지면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실제 지난해에는 무려 30% 급감한 2만 8000t 생산에 그쳤다.
여기에 지역별·농가별로 사과 품질이 천차만별인데다 농가 평균 연령이 62세로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또 사과 생산량이 갈수록 줄면서 조만간 외국산 수입이 허용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거창사과의 문제점은 ‘주산지’라는 명성과 달리 지역 브랜드로 유통되는 물량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군이 지역 사과 농가 총 185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의 포전거래나 외부 공판장으로 나가는 물량이 전체 70%에 달했다. 또 각 농가 이름을 달고 나가는 직거래가 10%, 개인이 저장하거나 소비하는 물량이 10% 정도로 확인됐다. APC로 넘겨져 ‘거창한 사과’ 통합 브랜드로 팔리는 물량은 9.5% 수준에 불과했다.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다른 지역 사과로 둔갑해 팔리고 있는 셈이다.
거창군 관계자는 “도매시장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포전거래와 온라인 유통 등 유통경로가 너무 많아졌다. 또 작목반이나 농협별로 브랜드를 만들어서 파는 경우도 있어 지역에서만 여러 개 브랜드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거창사과의 가치가 감소하는 데다, 특히 미래 발생하게 될 생산량 감소나 수입시장 개방 등에도 대응하기 힘들다.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지유통을 위해선 APC 활성화가 필수적이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다.
현재 거창에는 2009년 준공된 과수거점 APC가 있지만 시설 노후화와 운영상 문제점 등으로 인해 농가의 외면을 받아 왔다. 여기에 사과 가격에 대한 불만도 꾸준히 이어졌다. 유명 도매시장의 경우 경매를 통해 특상품 등급을 받을 경우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판로도 확보돼 있다. 반면 거창 APC에서는 판로가 부족해 가격도 비교적 낮은 데다 정산 속도가 늦고 비품은 아예 거래조차 힘들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역의 한 사과 재배 농민은 “거창 APC에 100% 출하하면 70%는 하품으로 판정난다. 반면 다른 지역 도매시장은 등급 간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선별도 까다롭고 정산도 늦다. 여기에 가격까지 낮다면 APC를 이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은 스마트 APC 조성에 나선다. 스마트 APC는 농산물 입고·저장·선별·포장 등 모든 기능을 자동화한다. 또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해 상품에 고유번호를 부여 하는 등 물류·거래 부문에 자동으로 정보를 전달·피드백하는 시스템이다. 입고부터 출고까지 전과정을 표준화된 프로세스로 처리하기 때문에 운영상의 문제점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군은 사과를 비롯해 딸기·포도·양파·감자 등 5개 작물별 스마트 APC를 만들기 위해 올해 33억여 원을 투입하며, 통합마케팅에도 나설 계획이다. APC 역시 참여 농가에게 보조사업 혜택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홈쇼핑 등 마케팅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시설개선과 공동수확단 확대, 공판 시설 설치 등 농민 지원 방안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구인모 군수는 “앞으로 지역 농산물이 제값을 받기 위해 농산물 원물을 단순히 공판장에 출하하기만 해서는 안되고, 지역내 첨단 유통·가공시설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스마트 APC 도입과 설치를 통해 상품성을 높여 질 좋은 거창군 농산물이 제값을 받도록 농가 소득 창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2024-04-0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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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위기 넘긴 사천IC복합유통상업단지…분양 걱정은 여전
경남 사천시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인 사천IC복합유통상업단지 ‘사천 스카이시티’ 조성사업이 최근 부도 위기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라설 전망이지만 침체된 경기로 인한 저조한 분양 실적은 여전히 걱정거리다.
민관합동 특수목적법인인 사천IC도시개발(주)는 지난달 말 ‘사천 스카이시티’ 조성사업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 재계약이 이뤄짐에 따라 부도 위기를 넘겼다고 28일 밝혔다. 올해 안에 모든 공정이 마무리될 예정인 만큼, 향후에는 자금 압박 부담을 다소 덜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천 스카이시티 조성사업은 서부경남 최대 상업·물류 유통 거점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사천시 축동면 사다리 87번지 일원 26만 2000㎡에 유통상업용지 4만 9680㎡와 일반상업용지 11만 4960㎡ 등을 조성한다. 총 사업비는 1150억 원 규모로, 이 가운데 68%에 달하는 780억 원 정도가 PF를 통해 조달됐다. 태왕이앤씨와 에이치씨부광산업, 사천시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민간출자자로 있으며, 최대주주인 태왕이앤씨는 시공사이자 PF 연대보증인이기도 하다.
사천 스카이시티 조성사업은 총 2단계에 걸쳐 진행되는데 지난 1월 전체 공정의 92%를 차지하는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됐다. 남은 2단계 구간은 앞서 민원 탓에 사업이 늦춰진 구간으로, 2만 1000여㎡ 정도다. 해당 사업 초반에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자금조달 문제를 겪는 등 여러 악재를 겪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이후부터는 비교적 순탄하게 공정이 진행됐다.
다만 예상 외로 낮은 분양률이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올해 초 1단계 공정이 마무리 될 때까지 분양된 상업용지는 총 51개 필지(2단계 포함 53필지) 가운데 5개 필지에 불과했다. PF 자금 재계약 조건으로 전체 분양 금액 1700억 원 중 39%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하는 말도 나왔지만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재계약이 이뤄졌다. 사천시가 면사무소 부지 2개 필지와 주차장 2개 필지 등 4개 필지를 매입하기로 계약한 데다 시공사인 태왕이엔씨에서도 6개 필지를 가져가면서 조건을 맞췄다. 태왕이앤씨 측은 해당 부지에 데이터센터 등을 유치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천IC도시개발 관계자는 “필지 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대형 필지가 분양됨에 따라 분양 금액의 39% 조건을 맞출 수 있었다. 경기가 워낙 침체돼 있어 분양이 빠르게 되지 않아 걱정이 컸는데 다행히 PF 재계약을 승인 받았다. 사업이 보다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올해 2단계 사업이 완공되면 추가로 담보대출도 가능해져 당분간 자금 압박에 대한 우려는 사그라질 전망이지만 낮은 분양률은 여전히 걱정거리다. 사천 스카이시티는 사천IC 바로 옆이자 사천공항에서 3분 거리에 있는 등 물류유통에 있어 최적의 입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지역에 우주항공청 개청이라는 호재도 있지만 분양 성과는 신통치 않다. 문의 자체는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성사 건수는 거의 없는데, 인근에 있는 진주 정촌 유통상업단지도 침체돼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사천IC도시개발은 스카이시티를 다른 유통단지와 차별화 시키고 홍보를 강화해 분양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물류시설과 도·소매 유통단지, 화물터미널, 업무시설, 상업시설 등이 한 자리에 모인 올인원시티를 구상하고 있는데, 특히 호텔과 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접촉하고 있다. 또 근린·문화시설을 확보하고 사천에 없는 컨벤션센터도 유치할 계획을 세웠다. 스카이시티 2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천시도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실과소 별로 세부 지원책을 구상 중이며, 경남투자청에도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석 사천IC도시개발 본부장은 “우주항공청 개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항공국가산단도 조만간 완공돼 활성화된다. 사천 스카이시티의 장점을 내세워 홍보를 강화할 생각이다. 침체된 경기가 조금 풀리면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24-03-2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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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스며든 ‘핫플’… 생활권 침해 주민은 ‘냉가슴’
지난 13일 오후 8시께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뒤편 골목. 음식점에서 나온 청년 3명이 재떨이 주위에 모여 담배를 피우면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 이야기 소리와 담배 연기가 조용한 동네에 퍼져 갔다. 다른 골목의 가게는 입구 스피커를 통해 강렬한 저음이 울리는 음악을 틀어 놓고 있었다. 서면 같은 상업지역이 아닌 일반 주택가에서 펼쳐진 풍경이었다.
이런 풍경과 대조적으로 주민들은 골목 곳곳에 ‘주택 입구입니다. 금연’ ‘고음이 나지 않도록 양해 부탁드립니다’ 등 문구를 붙였다. 부산에서 독특한 분위기의 음식점과 술집이 주택가로 스며든 이른바 ‘핫플’이 곳곳에 생기면서 인근 주민과의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밤늦게까지 울리는 소음이나 집안까지 들어오는 담배 연기로 불편과 불쾌감이 상당하다는 게 주민들의 불만이다.
수영구청은 지난해 식품위생업소 소음 관련 민원 신고가 모두 67건이라고 14일 밝혔다. 소음 민원 중 절반이 넘는 34건이 광안동에 집중됐다. 부산진구 경우에는 지난해 70여 건의 소음 민원이 접수됐다. 그 중 전포동에서 접수된 소음 민원은 총 45건(64%)이다. 소음 민원이 많은 광안동, 전포동은 모두 공교롭게 주택가에 이색 가게들이 모여들어 핫플로 떠오른 곳이다. 주택가에 술집과 음식점이 새롭게 들어서며 민원 신고가 잇따르는 셈이다. 실제 전포동에서 접수된 민원 대부분이 가게 스피커, 옥외 영업 소음이라는 게 부산진구청 담당 부서 관계자 설명이다.
주민들은 애초에 주택가에 음식점과 술집 영업 허가를 내준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수영구 주민 A 씨는 최근 자신이 사는 빌라 바로 옆에 술집이 생겨서 고민이다. A 씨는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데 손님들 떠드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며 “최근 2~3년 새 이런 가게들이 많이 늘었다. 구청에서 애초에 주택가에 술집 영업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관할 지자체도 소음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적 한계로 어려움이 있다. 소음 민원에 따른 데시벨(db) 측정이 민원이 접수된 장소에서 진행되는 탓에 체감 데시벨보다 측정값이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법적 기준 데시벨을 넘더라도 그 소음이 해당 가게에서만 나오는 소음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도 처벌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수영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사람이 내는 소음은 관할 지자체가 아닌 경찰이 단속하는 영역이라서 (단속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업주를 처벌하기 어려워 민원 내용을 전달하는 등 계도 수준에 머무른다”고 말했다.
통계로 나타나는 소음과 달리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폐해도 많다. 담배 연기, 쓰레기 무단 투기는 다반사이고 불법 주차, 노상 방뇨도 있다고 주민들은 하소연한다. 가게 주인과 주민들이 벽마다 금연, 노상 방뇨 금지 문구를 붙이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수영구 광안동 B가게 주인은 “주변 주민들에게 항의를 많이 받아서 흡연 금지 안내문을 주위에 붙였지만 장사를 병행하면서 가게 밖 손님까지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관할 지자체와 상인들의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오창호 교수는 “현행법은 가게 내부의 위생, 시설만 관리하는데, 개정을 통해 가게 외부까지 관리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상인들도 상인협의체를 만들어 특정 요일마다 거리를 청소하는 등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2024-03-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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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성 1인 가구 증가… “다양한 삶 존중받아야죠”
지난 5일 오후 7시께 방문한 부산 해운대구 중동 소포장 식품 전문 매장. 매장은 퇴근 후 이어폰을 꽂은 채 장을 보는 손님들로 붐볐다. 손님 상당수는 소분된 뻥튀기나 떡볶이 떡, 반으로 잘린 야채와 식빵 2장, 닭다리 한 개 등 1인분 식재료를 구입하고 떠났다. 박지영(27) 씨는 “구입한 재료로 집에서 요리를 해 영화를 보며 저녁을 먹을 예정”이라며 “혼자라도 끼니를 대충 때우기보다는 스스로에게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정성껏 요리를 해 먹으면 삶의 만족도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직장에서 승진하고, 반려동물을 기르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등 다양한 삶을 산다. 여성의 삶에 정해진 답은 없다고 말하는 이들은 ‘엄마’뿐만이 아닌 다양한 여성의 삶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2019년 23만 1431명이던 부산 여성 1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해 2022년 27만 8708명에 달했다.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연령별로 따져봐도 20대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1인 가구는 일시적인 상태가 아니라 세대의 한 형태가 됐다. 평범한 여성이 나이 들어서도 혼자 사는 모습이 일상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변화는 부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1인 가구 중 여성 비율은 부산이 전국보다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1인 가구 750만 2000명 중 여성은 375만 1000명으로 50%를 차지한다. 부산의 경우 1인 가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54.46%로 남성보다 많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서 혼자 살고 있는 박은진(23) 씨는 “부산은 맛집도 많고 공연이나 전시 등 문화도 발달했으며 교통편도 잘 돼 있어 여성 1인 가구가 살기에 적합한 도시”라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20대 여성의 1인 가구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2019년 3만 7469명이던 20대 여성 1인 가구는 2022년 4만 8996명으로 1만 1527명 늘었다. 결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들은 성숙한 인간으로 온전한 삶을 살아내는 과정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주영은(25) 씨는 “결혼제도 자체가 사회적 계약이라 생각하는데 내가 과연 그 계약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을 때 결혼이 최고의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면 반려동물과 함께 멋지게 혼자 살아가는 미래를 그린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여성들도 경제적 독립, 주거, 친밀한 관계 맺기, 정서적 안정, 노년의 준비 등 모든 사람이 겪는 생애 과제들을 마주한다. 이때 ‘여성’이 갖는 어려움과 ‘1인 가구’의 어려움을 함께 겪기도 한다. 다세대주택에 홀로 사는 직장인 이정숙(52) 씨는 최근 샤워 중 갑작스러운 통증을 느꼈다. 극한의 고통이 한순간에 찾아왔지만, 이웃에게 선뜻 도움을 청하기는 쉽지 않았다. 범죄에 취약한 1인 가구 여성이기에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씨는 홀로 119를 불러 병원에 갔다.
홀로 사는 여성들은 보호자가 필요한 위급 상황에서 제도적 한계를 느낀다고 말한다. 현행법은 여성과 남성, 그들의 자녀로 구성된 세대만을 가족으로 인정하고 있다. 1인 가구에 실질적 보호자 역할을 하는 이가 있더라도 법적 보호자가 아니면 중요한 순간에는 어떤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
최근엔 응급실에서 위급 상황을 경험한 두 여성이 성인 입양을 통해 엄마와 딸로 ‘서류상’ 가족을 꾸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김주희(45) 씨 역시 “활발한 사회생활을 하며 많은 친구를 사귀었지만, 이들은 내 법적 보호자가 될 수 없어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여성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여성의 삶이 존중받는 분위기 속에 제도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간 1인 가구 증가는 사회적 위기이자 공동체가 무너지는 징후처럼 다뤄졌다. 특히 저출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며 홀로서기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하기도 했다.
(사)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변정희 상임대표는 “아이를 돌보는 ‘엄마’뿐만이 아닌 모든 여성의 삶이 안전하고 행복해야 한다”며 “여성 1인 가구는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인 만큼 실태조사와 관련 논의를 바탕으로 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4-03-07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