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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 개금고·북구 금명여고, 부산 첫 공립학교 남녀공학 추진
부산시교육청이 부산 시내 남고, 여고 일부 학교에 대해 공학 전환 절차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 학생 성비 불균형, 비선호 학교 발생 문제로 인한 학생 배치 문제 어려움의 해결책으로 공학 전환을 꺼내든 것이다. 부산에서 교육청이 공립학교의 공학 전환을 요청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부산 부산진구 개금고와 북구 금명여고에 공문을 보내 남녀공학 전환 신청 검토를 요청했다. 시교육청은 내년 전환을 목표로 학부모, 동창회, 운영위원회 의견 수렴을 이달 28일까지 해줄 것을 요청했다. 시교육청은 학교 의견 수렴을 거쳐 학교가 공학 전환에 찬성할 경우 내년 3월부터 공학 전환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개금고가 있는 부산진구 개금동 일대는 경원고, 개성고, 가야고 등이 동일 학군으로 분류된다. 개금고를 제외한 3개 학교는 모두 남녀 공학이다. 하지만 학교 내 여학생 성비가 높고 공학에 배정되지 못한 여학생의 경우 인근 주례여고나 양정동 성모여고 등 까지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교육청은 강제 배정을 하는 학생이 한 해 100명 이상이라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명여고의 경우 성비 불균형이 아닌 인근 학교와 비교해 선호도가 낮은 점이 공학 전환 추진 이유로 꼽힌다. 화명신도시 내 화명고, 금곡고의 경우 큰 도로를 접하고 있지만 금명여고의 경우 주거지와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어 학생 모집에서 선호도가 떨어지는 실정이다.
부산에서 이 같이 공립 학교 남녀공학 전환이 추진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시교육청은 이번 두 학교 사례 이외에도 차후 학령 인구가 감소하지만 학교 설립이 어려운 여건에서 공학 전환 추진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이 실제 공학 전환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학교 구성원의 반대를 넘어야 한다. 개금고의 경우 지난 10일 학교 운영위원회를 개최했는데 운영위에서는 대다수 위원이 공학 전환을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금명여고의 경우도 학교 정체성 훼손 등을 이유로 시교육청에 전환 불가 입장을 전달했다. 학교 측이 반대할 경우에도 절차상으로 공학 전환은 시교육청의 결정 사안이라 전환이 가능하지만, 학부모 반대 등의 여론을 뒤집는 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3-04-2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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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와 협력관계 구축 동별 ‘핀셋’ 정책 수립해야”
18일 토론회에서는 부산 교육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동서 격차’ 프레임에서 벗어나 ‘동 단위 처방’으로 미래 교육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모였다. 또 지자체와 긴밀한 협력 구조를 바탕으로 한 예산 지원과 정책 수립이 향후 과제로 꼽혔다. 또 서부산과 원도심 학교에 우수교사를 초빙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체험학습과 문화체험 기회 확대 등 교육 현장에서 본 고민과 대안도 공유됐다.
18일 오후 2시께 부산 사상구 학장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 양준모 부위원장, 김창석 의원, 부산시교육청 학교학부모회총연합회 김민경 회장, 사상고 하영수 교장, 영도여고 하태현 교장이 토론자로 나서 교육 예산 지원, 우수교사 초빙, 실제 학생들이 본 해결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군-교육청 협력관계 구축해야
이날 토론에서는 기존 동서 격차의 해결법으로 제시됐던 서부산 학력 신장에서 나아가 지역별 맞춤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같은 원도심이라도 강서구, 사상구, 사하구, 북구는 각각의 사회·경제적 특성, 문화·교육적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세밀한 차이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부산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학생의 학교시설과 설비에 대한 만족도는 강서구의 경우 '만족한다'가 52.7%에 달했지만, 사하구는 35.3%에 그쳤다. 같은 원도심에서도 중구는 '만족한다'는 답변이 14.6% 수준이었지만, 영도구는 46.3%로 30%포인트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김 의원은 “균형 잡힌 교육생태계 구축은 교육청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동·서부산만의 문제가 아니고 구·군의 시점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역마다 격차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동일한 사업, 동일한 재정 지원으로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지자체의 현 재정 상황을 고려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교육경비보조액의 기준을 마련해야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의 안정적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중·동부산과 같은 권역별 구분에서 반경을 확실하게 좁혀 ‘동 단위’로 구분해 예산을 지원하는 식의 맞춤형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왔다.
또 동 수준의 밀착 지원을 위해서는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교육지원청 수준의 별도 기구 수립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양 부위원장은 “학생 학습권역은 보통 동 단위로 설정되기 때문에 동별 특성을 분석하고 세밀한 정책과 재정 지원을 고민하는 ‘지역별 특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지역별 세밀한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교육지원청에 준하는 강력한 권한을 위임 받는 정책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본 ‘교육 격차’는
이날 토론에는 ‘교육 격차’의 현장인 서부산과 원도심에서 실제 학교의 고민과 현실을 전하는 생생한 목소리도 나왔다.
사상고 하영수 교장은 2학년 1개 반 학생들과 토요 방과후 토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해 ‘학생들이 본 교육 격차’의 현주소를 전했다. 하 교장은 “학생 75%는 거주 지역을 긍정적으로 인식하지만, 지역의 상대적 격차와 그런 것들이 사회적 문제라는 부분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두고 토론을 해 보니, 학생들의 답변은 공교육 강화와 도서관 같은 서부산 지역 교육 인프라 확충이었다”고 말했다.
17년간 서부산에서 근무했다는 하 교장은 아이들의 진로 희망이 대체로 교사, 공무원, 복지사 등으로 제한되고, 학업 상위권 학생의 비율이 낮아 대학 진학 때 최저등급의 벽에 부딪힌다는 한계를 짚었다.
그는 “주변 환경이 학생들의 진로 판단에 조력 역할을 해 주지 못하고 있다. 더 좋은 환경이 주어졌다면 더 나은 성취를 할 수 있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최근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부산형 인터넷 강의도 어려움이 따를지라도 교육 IT 기기가 전 학생들에게 제공된 만큼 부산 교육 질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서부산과 원도심 학생들이 학교에 대해 갖는 높은 만족도와 소속감을 학업 성취도 신장과 연계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우수 교사 육성과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체험학습비와 문화체험비 지원, 학교 급지조정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논의됐다.
영도여고 하태현 교장은 “중소기업보다 못한 처우를 받는 교사에게 과거처럼 강한 요구를 한다는 것이 때로는 관리자로서 부끄럽기도 하다”며 “특히 영도여고의 경우 동부산권에 사는 교사들은 출퇴근 톨게이트비만 4800원이 들어가고, 유류비도 많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하 교장은 “성과금이나, 교직원 20% 해외연수 등 교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제안한다”며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은 학생들에게 문화예술지원비를 제공하거나, 교사 업무가 많은 작은 학교에 교무실 행정보조를 두는 등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04-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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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강화로 되레 가해자 소송 증가…‘제2 정순신’ 못 막을라
정부가 5일 발표한 학교 폭력 대책의 핵심은 징계 기록의 학교생활기록부 보존 연장과 대학 입시 정시 반영이다. 하지만 학교 폭력 제도 개선을 촉발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에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소송 문제’의 보완책은 이번 대책에서 빠져 있어 추후 세부 보완이 필요한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시 반영, 보존 연장
교육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5일 오전 국회에서 학교폭력 대책 관련 당정협의회를 개최해 교육부의 학교 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논의했다. 당정은 학생부의 중대한 학교 폭력 징계 기록 보존기간을 연장하고, 대입 수능 위주 전형에도 이를 확대 반영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수시는 학생부를 활용한 전형인 만큼 학교 폭력 기록 등 확인이 일부 가능했지만, 정시에는 학교 폭력 기록이 반영되지 않는 것을 보완한 것이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서울대에 정시로 합격한 것이 사회적 공분을 샀던 부분을 보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162개교 학교 폭력 대입 반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86%가 징계 기록을 반영한 반면 정시에서는 3%였다.
당정이 학교생활기록부 보존의 경우 ‘중대한 학교 폭력’을 전제로 든 만큼 전학과 학급 교체, 출석 정지 등의 조치 기록도 보존 연장 대상 징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학교 폭력으로 받는 8호 조치인 전학부터 졸업 후 2년간 학생부에 남겨야 한다. 4호 사회봉사, 5호 특별교육·심리치료, 6호 출석 정지, 7호 학급 교체는 2년 보존을 원칙으로 하되 학내 전담기구 심의를 거쳐 졸업 직전 지울 수 있다.
교육계에서는 당정 협의에서 ‘취업 때까지 보존’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만큼 대학 졸업 기준 4~5년 뒤까지가 현실적인 보존 기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처분을 보존할 것인지, 중대한 폭력의 기준이 무엇인지 구분이 모호해 향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관계자는 “학생 때는 누구나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주홍글씨를 새기지 말고 학교 안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송’ 빠진 대책
이번 대책은 가해 학생 측의 행정심판, 행정소송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발표된 대책 자체가 정순신 변호사 아들과 같은 ‘법전문가’의 면피성 소송 탓에 시작된 것인데 역설적으로 강화된 처벌이 소송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교육부가 공개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의 행정심판 청구 건수는 피해자보다 2배, 행정소송은 9배 더 많다. 가해 학생의 불복절차(행정심판·행정소송)는 2020년 587건, 2021년 932건, 2022년 1133건으로 늘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교권본부장은 “학교 폭력 징계에 불복하는 행정심판, 소송, 집행정지 인용 등이 늘어나는 문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학도 이번 대책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대학은 기존 학교생활기록부를 활용해 학교 폭력 가해 학생 입학 여부를 심사했지만 학교 입학 후 소송으로 결과가 바뀔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대입 후까지 소송전이 이어지지는 않지만 바뀐 제도하에서는 가해 학생이 입학 탈락 불복 소송 등으로 소송전을 이어 갈 가능성도 생겼다.
부산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입학전형 과정에서 가해 학생이 학교 폭력 징계에 불복하는 소송을 진행 중인 경우 대학은 어떤 판단을 해야할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자퇴 학생에 대한 기록 열람을 할 수 있는 권한, 학교 폭력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 소송 과정을 대학이 열람할 수 있는 권한 문제 등 세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2023-04-0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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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톡톡] 2024학년도 ‘지역균형전형’ 미리 보기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교과 성적 위주의 지역 균형 선발을 10% 이상 운영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2022학년도부터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지역 균형 전형이 시행됐다.
2024학년도는 지역균형전형을 시행하는 대학이 증가했다. 동덕여대와 삼육대, 안양대, 한경국립대, 한국공학대, 한국항공대, 한성대가 새로 전형을 도입해 수도권 소재 71개 대학 중 47개 대학에서 지역균형전형이 시행된다.
일부 대학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완화됐다. 고려대는 인문계열 3개 영역 등급 총합 6등급에서 3개 영역 등급 총합 7등급으로 최저학력기준이 완화됐다. 서강대는 3개 영역 등급 총합이 6등급에서 3개 영역 각 3등급으로 완화됐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변화에 따라 충족률이 달라질 수 있으니 모집 요강을 통해 해당 대학의 기준을 확인하고 지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고교별 추천 인원이 늘어난 대학도 있다. 서강대가 10명에서 20명으로, 서울시립대가 8명에서 10명으로, 연세대가 재적 인원의 5%에서 10명으로 추천 가능 인원이 늘어났다.
지역균형전형은 고교별 추천 인원에 제한을 두는 대학이 많아 지원 전에 학교와 상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교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은 재학생(2024년 2월 졸업예정자)만 추천 가능하고, 졸업생이 지원가능한 경우에도 졸업 연도에 따라 제한을 두기도 한다.
서울대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지만, 서울대를 제외하면 대부분 학교는 학생부교과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반영 교과 범위, 반영과목의 수, 교과 성적 산출지표, 진로선택과목 반영 방법 등 대학에 따라 다른 점도 유의해야 한다. 학생부교과전형이지만 서류(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한 정성 평가를 병행하는 대학도 있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성균관대 등 5개 대학이다.
이들 대학에서 공통적으로 밝히고 있는 정성 평가 요소는 ‘학업 수행 충실도’, ‘학교생활 충실도’ 등이다. 학교 수업을 비롯한 교육 과정에 충실히 참여하고 단순히 교과 성적을 얻기 쉬운 과목이 아닌 본인에게 의미가 있는 과목을 이수했는지 등을 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학교 생활과 학업을 모두 성실히 수행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의도로 판단된다.
면접을 실시하는 대학도 있다. 연세대는 2단계에서 제시문 면접을, 이화여대는 모든 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 기반 면접을 실시하는데 면접의 영향력이 큰 편이다. 해당 대학들의 선행학습영향평가 보고서를 확인하는 등의 면접 준비도 필요하다.
2023-04-0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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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항별 난이도 ‘학습 지렛대’ 삼아 취약점 보완해야
‘3월 모의고사 성적이 곧 수능 성적이다.’
1994년부터 수능이 매년 치러진 이래 대학 입시에서 정설처럼 떠도는 말이다. 겨울방학을 마치고 처음 치르는 3월 첫 모의고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겠지만, 이 말은 와전돼 3월 모의고사 이후 학생들을 쉽게 좌절에 빠뜨리기도 한다. 오는 17일, 학생들은 지난달 치른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이하 학평) 성적표를 받아든다. 모의고사는 말 그대로 모의고사다. 이날 받아든 성적표를 어떻게 활용하고 분석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성적이 좌우될 수 있다.
■수학은 쉬웠고 영어는 어려웠다
2024학년도 수능에 대비한 첫 모의고사인 서울시교육청 주관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는 지난해 수능 대비 수학 영역은 다소 쉽게, 영어 영역은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어의 경우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린다.
국어를 두고 분석이 엇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낯선 문학 작품이 많이 출제됐기 때문이다. 문제 유형은 기존 수능·모의평가와 유사해 난도가 높지 않았으나 낯선 작품들에 학생이 당황했다면 체감 난도가 높게 느껴졌을 수 있다. 정보량이 많고 낯선 문학 작품이 출제돼 일부 학생의 경우 ‘시간 부족’을 호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수학의 경우 선택과목(미적분·기하·확률과통계)이 전반적으로 평이하게 출제되면서 공통과목 점수가 전체 성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난도가 높은 문항으로는 공통과목 마지막 문항인 22번 ‘미분 그래프 추론’이 꼽혔다. 선택과목에서는 각 과목의 마지막 문항인 30번이 가장 어려웠다. 각 과목의 30번은 미적분 ‘수열의 극한’, 기하 ‘이차곡선’, 확률과 통계 ‘중복조합’이 출제됐다. 영어는 어려웠던 지난해 수능과 유사하거나 더 어려웠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성적표 제대로 읽기가 학습의 시작
“오답률이 높은 문항을 틀렸구나. 표준점수를 보니 국어가 어렵게 나왔네, 백분위가 그래서 얼마야?”
모의고사 성적표를 두고 학부모와 학생이 이같은 대화를 한다면 성적표 활용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원점수만 보고 성적표를 덮어둔다면 당장 ‘성적표 공부’부터 해야한다. 무작정 ‘왜 이렇게 시험을 못 봤니’ 또는 ‘나는 왜 점수가 낮을까’ 질책이나 좌절보다는 성적표를 정확히 읽고 분석해야 한다. 학평의 경우 전국 단위 시험인만큼 전국에서 자신의 수준을 가장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학평 성적표에는 △원점수 △표준점수 △학급석차와 학교석차 △백분위 △등급 △응시자 수 △표준점수에 의한 석차·백분위·등급 △세부 영역별 득점, 전국평균 △보충학습이 필요한 문항 번호 등이 기재된다. 6월, 9월 평가원 주최 모의고사에서는 11월 수능과 동일하게 원점수와 표준점수, 등급만 기록된다. 학생의 상세한 수준을 알 수 있는 기회는 3월, 7월, 10월 3번의 전국 학평이 전부다.
가장 중요한 지표는 표준점수와 백분위다. 동일한 원점수 80점이라도 시험마다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난도에 따라 다르다. 표준점수엔 그 시험의 난도와 함께 시험 봤던 집단의 수준이 반영된다. 백분위는 이 표준점수를 기반으로 비율을 계산해 산출된다. 예를 들어 국어 백분위가 89%면 이 아이는 표준점수를 기준으로 상위 11%에 위치한 것이다. 100명 중 11등이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표준점수, 백분위와 함께 학평 성적표에 표기된 문항 별 난이도를 향후 학습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모의고사 성적표 하단을 보면 문항별로 난이도를 뜻하는 알파벳(A~E)이 나와 있다. 정답률이 80% 이상이면 A, 20% 미만이면 E로 표시돼 있다. E는 난도가 가장 높은 문항을 의미한다. A부터 E까지 전체적으로 학생이 골고루 틀렸을 경우 학생이 정확한 과목 개념 이해가 부족하거나 정답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 B, C 문항을 틀렸는데 E 문항을 맞췄다면 지나치게 난도 높은 문제에 시간을 할애한 건 아닌지, 난도가 낮은 문제를 대충 읽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D나 E 문항만 틀린다면 기본 개념은 갖췄지만 응용·변형 연습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답 유형에 따라 학습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 시작, 좌절 금지
성적 분석이 끝났다면 학습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한다. 단순히 ‘나는 내신으로만 대학 갈 건데 뭐’, ‘수능은 나하고 안 맞아’ 같이 3월 학평만으로 수능과 이별을 선언해서는 안된다. 최근 주요 대학 중심으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중이 줄고 정시 선발 규모가 40% 이상 확대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수시 의약학 계열 수능 최저학력 기준도 대폭 강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3월 학평 성적을 토대로 취약한 과목, 취약한 단원을 발견했다면 향후 학원 수강이나 인터넷 강의 시청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성적표에 문항별 출제 단원이 적혀있는 만큼 취약 단원 확인도 성적표를 통해 얼마든지 확인 가능하다. 단순히 점수로 수준을 진단하는 1차원적인 모의고사 활용을 넘어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고차원적인 성적표 활용이 강조되는 이유다.
수능까지 남은 모의고사의 오답 노트를 잘 정리하려면 첫 모의고사를 기점으로 오답 노트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능 시험장에서는 그간 정리한 오답 노트가 ‘비장의 무기’가 된다.
부산시교육청 산하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 강동완 교육연구사는 “3월 모의고사로 지나치게 들뜨거나 좌절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성적표를 꼼꼼하게 살피고 자신의 수준, 자신의 약점을 분석하는 용도로 학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3-04-03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