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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 대비하는 대기업, 간판 사업도 매각

‘트럼프 리스크’ 대비하는 대기업, 간판 사업도 매각

대기업들이 경기 둔화 본격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세계 경제가 당분간 불확실성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빚은 줄이고, 수익성이 좋은 자회사나 회사의 뿌리로 여겨졌던 간판 사업까지 팔아 치우며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유동성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SK그룹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해 9월 그룹 지주사 SK(주)는 100% 자회사 SK스페셜티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 쓰이는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SK스페셜티는 삼불화질소(NF3)와 육불화텅스텐(WF6) 제조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 6817억 원, 영업이익 1471억 원을 기록한 알짜 계열사다. 시장에서는 매각 규모를 4조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SK는 매각 대금을 재무 건전성 강화에 활용할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SK(주) 순차입금은 10조 7000억 원 수준이다.CJ제일제당은 바이오 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몸값만 6조 원대 안팎으로 추산한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는 동물 사료용 첨가제와 식품 조미 소재를 생산하는 그린바이오 사업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8대 사료용 아미노산 중 라이신 등 5개 품목은 세계 1위다. 지난해 사업부 매출은 4조 1343억 원으로 CJ제일제당 전체 매출의 23%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2513억 원에 달한다. 매각에 성공하면 재무 안정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 3분기 CJ제일제당 순차입금은 7조 4000억 원이다.석유화학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롯데케미칼은 비효율 자산 매각과 전략적 사업 철수 등으로 기초화학 산업 비중을 줄이는 자산 경량화(에셋 라이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현금인출기(ATM) 사업부(구 롯데피에스넷) 매각을 위해 올 초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새 주인을 찾고 있다.올해 3분기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의 금융권 차입 규모가 감소한 것도 유동성 관리 차원으로 읽힌다. KB·신한·하나금융지주가 각각 공시한 삼성·SK·현대차·LG·롯데·한화·HD현대 등 상위 7대 주채무계열 그룹에 대한 신용공여 규모 단순 합산액은 3분기 말 총 93조 234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의 94조 9442억 원보다 1.8% 줄어든 수준이다. 빚을 청산하고 있다는 얘기다.다만 삼성과 한화 그룹은 대출이 늘었는데, 삼성은 외화 대출을 중심으로 여유 자금을 확보했고 한화는 방산과 조선 등 자금 수요가 큰 사업에 집중하면서 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주요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유동성 관리를 추진하고 있지만, 내년에도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 하향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 김용건 평가총괄본부장은 지난 19일 간담회에서 “(내년) 신용도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등급 전망 부여 현황을 살펴보면 ‘긍정적’ 전망은 5개 업체, ‘부정적’ 전망은 24개 업체”라며 “내년에도 신용등급 하향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올해의 경우 기업 회사채 기준 등급 상향은 6건, 하향은 12건으로 집계돼 등급상하향 배율이 0.5배로 나타났다. 이 역시 지난해(0.7배)보다 낮아진 수치인데 내년에는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 본부장은 그러면서 롯데그룹과 SK그룹이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지목하며 “롯데는 상반기 매출 기준 사업 포트폴리오의 약 80%가 유통, 석유화학, 건설 등 업황이 비우호적인 사업이고, SK그룹은 이차전지 사업 전개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와 성과 지연으로 재무 부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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