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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수부 이전 딴지 거는 국힘 수뇌부, 부산 민심 안중에 없나
신임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 공세에 나섰다. 장 대표는 27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 석이라도 더 얻으려는 얄팍한 정치적 행위”라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28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가 해수부 이전을 내년 지방선거용 얄팍한 정치행위로 치부하며 반대해 온 것은 부산 시민의 염원을 외면하고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반부산 행위”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해수부 연내 부산 이전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가 불필요한 논란만 가중시키는 셈이다.
장 대표가 해수부 이전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당대표 선거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11일 부산을 방문했을 때도 “정부 부처 분산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해수부가 부산에 온다고 해서 (직원 가족들) 일부가 와서 경제활동 인구로 살아간다는 것 외에는 이점이 없다’는 등 부산 지역 민심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냈다. 장 대표의 이러한 행보에 정치적 역풍을 우려한 부산 국힘 일부 의원들은 해수부 이전이 필수라며 진화에 나섰고, 장 대표도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뒤늦게 졸속 이전에 반대한 것이라며 신중론을 펼쳤다. 장 대표가 입장을 다소 누그러뜨렸다고 하지만,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부산 국힘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민주당 주도의 특별법안이 해수부의 단순 이전에만 초점을 둬 반쪽짜리라며 공세를 취해왔다. 이들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정부와 합의해 발의한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행정기관의 물리적 이전에만 국한돼 있어 해수부 기능 강화와 해양산업 발전이라는 취지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역 최대 이슈로 떠올랐고, 민주당도 연내 해수부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수부 이전에 대한 국힘 지도부의 빠른 입장 정리가 없다면, 내년 지방선거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은 해양수도 부산 완성의 마중물이자 부산을 홍콩, 싱가포르와 어깨를 견주는 글로벌 해양허브 도시로 성장시키는 신호탄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이끌고 부산을 대도약시키는 전략도 해수부 부산 이전에서부터 시작한다. 해수부 권한 강화와 예산 확대, 해양 인재 육성, 해양 기관·기업 집적화 등 실현해야 할 과제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의 가장 중요한 전제인 해수부 이전은 부산 시민의 오랜 염원이다. 산학연관민 90여 개 단체가 참여해 28일 출범한 ‘글로벌 해양수도 부산 추진위’도 그 의지의 결과물이다. 장 대표가 부산 민심을 잘 헤아려 해수부 부산 이전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2025-08-2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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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틀만 잡은 미일 순방 외교 실질 성과는 지금부터 만들어야
이재명 대통령이 3박 6일간의 미국·일본 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28일 새벽 귀국했다. 이 대통령은 격식을 따지지 않는 국익 우선 외교를 펼쳐 큰 고비를 무난하게 넘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와 미래를 분리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민감한 동맹 현대화 등의 현안을 피해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북미 대화 등 미국과의 통상·안보 후속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인 데다 미국의 쌀·소고기 시장 개방 등 노골적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일본과 과거사 문제 등도 순차적으로 풀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이제부터 본격 추진할 순방 외교 후속 대응 전략에 국가 미래가 달렸다.
이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한 북미 대화와 단계적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 요구에 이어 미국 에너지·무기에 대한 구매를 간접적으로 압박했다. 이에 대한 세부적인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관세 후속 협상은 물론 미국이 청구서를 내밀 것으로 예상되는 쌀·소고기 시장 개방 등에 대한 디테일한 대책도 필요하다. 한미동맹 현대화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 안보 분야에서도 국익을 최대한 지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미국 우선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이 대통령의 진짜 ‘실용외교’가 절실하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협력 여건 강화를 약속했다. 회담에서 논의한 의제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정상회담에서 거의 거론하지 않았지만 추후 반드시 부각될 강제징용·과거사 문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도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꼽힌다. 국내 현안도 대외 문제 못지않게 복잡하다. 우선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무리 없이 처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언론 개혁 입법을 둘러싼 여야의 거센 충돌도 우려된다. 초강성인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대표와 협치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특히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는 최근 지구촌을 요동치게 한 주역인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총 21개국 정상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우리로서는 실타래처럼 얽힌 각종 외교 현안을 앞마당에서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여야는 초당적 협력을 통한 대외 전략 마련에 함께 나서야 한다. 이 대통령이 여야 협치를 위해 귀국 직후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장 신임 대표와의 회동 추진을 지시한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이 대통령이 여야 협치를 이끌어내는 것을 시작으로 이번 순방 외교의 실질적 성과를 지금부터 제대로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2025-08-2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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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 기업 간 기술 유출 공방 장기화 소모전 끝내야
부산 기업들이 기술 유출 시비를 놓고 장기간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7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A사는 코렌스를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누설 등)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22일 영업·기술 유출에 대한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코렌스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경쟁사인 A사는 검찰이 코렌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않는 등 수사가 미진했다며 지난달 28일 항고했다. 코렌스도 A사가 명확한 근거 없이 경쟁사의 진출을 막기 위해 고소를 진행했다며 같은 날 무고죄로 고소했다. 두 기업이 3년간 분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또다시 긴 소송의 터널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부산에서 경쟁력을 지닌 자동차 부품업체 간 법적 공방을 바라보는 지역 사회는 안타깝고 착잡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양사의 대립이 발전적인 경쟁이라기보다는 소모적인 논쟁에 가깝기 때문이다. 무혐의 처분 불복과 무고 고소를 거듭하게 되면 지난 3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할지도 모른다. 기술 개발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법적 공방에 소비함으로써 양사 모두 도약과 발전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코렌스는 지난 3년간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국내외 고객사로부터 수주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기업 기반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지역 자동차부품업계를 둘러싼 대외 수출 환경은 갈수록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부과 정책으로 인해 대미 수출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경쟁국인 일본·EU와 치열한 경합을 벌여야 한다. 또 자동차업계가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로 전환하는 중요한 시기여서 업체들이 기술 개발에 한층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세 파고를 넘고 수출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 부품업계가 힘을 모으는 것이 절실하다. 더 나은 기술 경쟁을 통해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야 할 두 기업이 한 치 양보 없이 대립해 장기 소모전을 끝내지 않는다면 소탐대실로 이어질 수 있다.
부산은 주력 산업의 침체, 인구 감소 등으로 활력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기업이 힘을 합친다면 지역 자동차부품 산업은 훨씬 큰 시너지를 낸다. 기술 협력과 공동 개발을 통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계약을 확대하고, 지역 대학·연구소와 협력하면 ‘부산형 미래차 산업’이라는 새 브랜드를 만들 가능성도 크다. 양사는 대립을 중단하고 선의의 기술 경쟁을 통해 산업 재도약을 이끌어내는 데 앞장서야 한다. 부산시와 경제단체도 적극 중재에 나서서 화합과 단결을 촉구해야 한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 대형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돼 부산 투자 유치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에서, 부산의 미래와 지역 이미지를 지켜야 할 것이다.
2025-08-2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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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극항로 개척 모항 최적지 부산 전략 개발 필요하다
북극항로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로 북극해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해상·복합 운송 루트, 이른바 ‘북극회랑(Arctic Corridor)’의 전략적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부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차세대 쇄빙연구선 모항 부산 유치 전략’ 보고서는 부산이 북극항로 개척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기회와 과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는 북극항로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동시에 부산의 미래 경쟁력을 위한 전략적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실행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공급망 불안과 에너지 안보 위기가 상시화된 글로벌 정세에서 북극항로는 해상 운송로를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 보고서는 부산 지역 내 6개 항만 시설을 면밀히 분석한 끝에 영도구의 부산국제크루즈터미널과 동구의 부산항 북항 1부두를 차세대 쇄빙연구선 모항의 최적지로 선정했다. 전자는 이미 항만 인프라가 탄탄하고 동삼혁신도시 내 연구기관과 협업도 가능하지만 교통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 후자는 북항재개발과 연계가 용이하고 모항 기능을 이미 갖췄지만 연구시설 부재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이처럼 후보지를 압축한 것은 부산이 북극항로 허브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하지만 북극항로 개척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선박의 종합적인 관리와 운영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부산연구원이 제시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강화 방안은 이 점을 정확히 짚고 있다. 지자체 간 모항 유치 경쟁이 불붙고 있는 상황에서 북극항로 모항 인프라 구축이라는 하드웨어적 측면과 함께 관련 조례 제정, 극지 활동 기본계획 수립, 북극경제이사회(AEC)와의 협력 강화 등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국제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부산의 모항 유치 당위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부산 조선·해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북극항로 시대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부산이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하려면 정부, 민간, 학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정성엽 박사가 강조했듯 쇄빙 컨테이너선과 친환경·스마트 선박 등 북극해 운항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선제 개발해 세계 표준을 주도해야 한다. 다만 북극항로는 아직 상업적 경제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 기후변화와 국제 정세 변화 속에서 잠재적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한다. 따라서 항해 안전을 뒷받침할 기술 개발, 국제 규범 대응과 다자 협력,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균형 외교와 산업 전략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준비하는 만큼 북극항로 모항 선점 경쟁에서 부산의 미래는 더욱 넓게 열릴 것이다.
2025-08-2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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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정상회담 큰 고비 넘었지만 통상·안보 후속 논의 중요
한국시간으로 26일 새벽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은 출국 전 우려에 비해서는 첫 고비를 비교적 무난히 넘긴 것으로 보인다. 협상에만 치중해 외교적 예의를 저버리는 식으로 예측불허의 행동을 곧잘 해 온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상대였기에 모욕적 장면 없이 마무리된 것만으로도 국내외 공히 무난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공동성명과 같은 합의 문서는 나오지 않았으나 조선과 원자력, 반도체 등에서 기술협력 의지를 다지고 일본과 더불어 한미일 협력 강화를 강조한 점도 실용외교라 평가받을 만하다. 그럼에도 회담 전보다 더 늘어난 미국의 청구서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정치상황을 ‘숙청 또는 혁명’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강경 메시지를 띄웠다.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입국 과정에서 이전 방미 대통령들과 비교한 의전 수위 논란 등이 있었기에 이 같은 메시지는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실제로 만난 양국 정상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상대의 성향을 미리 연구한 이 대통령이 북한 투자와 골프 등을 소재로 대화를 이끈 노력이 작용했다. 이 대통령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기조 포기 발언도 반미친중 이미지 탈피 성과로 이어졌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며 기술협력 이외에 북핵 대화 재개와 한국 APEC 참석 적극 검토 등의 대화도 이끌어내 표면적으론 무난히 진행된 모양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 보면 회담 전보다 더 많은 청구서가 속속 날아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만 해도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을 비롯해 B-2 폭격기 등 미국 군사장비 구매, 알래스카 에너지 사업 투자 등 하나하나 벅찬 것 투성이다. 회담 직후 회담에서 일절 언급이 없었던 농축산물 시장 개방 문제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언급한 점을 미뤄 보면 논의가 없었던 관세나 미군 감축 등 양국 핵심 문제도 ‘살아있는 불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한미동맹은 군사동맹으로 시작했으나 경제동맹으로 발전해 왔다. 그런 한미동맹이 이제는 조선과 원자력, 반도체 등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과 한국의 제조가 협력의 시너지를 내는 새로운 기술동맹의 단계로 접어들 길목에 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그 길목에서 이정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비교적 무난히 끝난 이번 회담의 양상이 이를 웅변한다. 새 이정표를 확인한 한미 양국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았다. 가장 큰 과제는 관세와 미군 역할, 북미 대화 등을 고리로 하는 통상·안보 문제다. 기술동맹으로 가기 위해선 군사동맹이자 경제동맹인 양국의 관계를 더 다져야 하기 때문이다.
2025-08-2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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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탄' 장동혁 국힘 대표 당선… 여야 극한 대결 정치 우려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반대하는 반탄파 장동혁 후보가 당선됐다. 장 대표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대표 당선 땐 윤 전 대통령 면회를 가겠다고 밝힌 데 이어 여당에 대한 초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당선 직후엔 “모든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내란 세력과는 대화를 할 수 없다”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에 이어 국힘에도 초강성 대표가 선출되면서 여야의 극한 대결 정치가 우려된다. 벌써부터 협치는커녕 초유의 정쟁 사태로 인해 국가 현안에 대한 초당적 협력과 민생 정치가 실종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이어진다.
국힘이 26일 개최한 당대표 선거 결선 전당대회에서 장 신임 대표가 22만 301표를 얻어 21만 7935표를 받은 김문수 후보를 2366표로 제치고 당선됐다. 충남 보령 출신의 재선 의원인 장 신임 대표는 행정고시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광주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2022년 충남 보령·서천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제21대 국회에 입성했다. 2023년 12월 출범한 ‘한동훈 비대위’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이듬해 수석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친한계 실세’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등 단일대오를 주장하며 ‘반탄파’의 대표 주자로 부각됐다.
장 신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같은 반탄파 후보인 김문수 후보보다 한층 강경한 노선을 택해 당심을 공략했다. ‘싸우지 않는 자, 배지를 떼라’는 메시지를 비롯해 찬탄 입장인 친한계를 향해선 “당론에 반대되는 말을 한다면 당을 나가라”는 강경한 입장으로 선명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더욱이 장 신임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도 “단일대오에 합류하지 못하는 분들에 대해선 결단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찬탄파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찬탄 청산’에 따른 국힘 내부의 극심한 내홍과 후유증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위태위태한 제1야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장 신임 대표가 국민을 위한 현명한 결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야당 대표가 법적 절차를 거쳐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 협치 가능성을 한층 높인 의미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여야가 켜켜이 쌓인 국내외 현안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은 “윤 어게인으로 끝났다”며 국힘의 새 대표 선출을 혹평했다. 여야의 극한 대립은 국민 분열과 갈등만 부추긴다.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는 힘겨루기 중인 미국과 중국 틈바구니에 낀 위태로운 형국이다. 국민은 정치가 국민의 삶을 보듬고 국가 발전을 견인하길 원한다. 여야가 극한 대결을 막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2025-08-2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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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부동산 대책에 광역시 '세컨드 홈' 특례 담아야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화는 서울과 경기도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리는 기현상을 유발했다. 이재명 정부는 6월 27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하는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단기 대출 규제로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대책을 비웃듯 서울 집값은 연일 상승하고 있다. 반면 지방 집값은 계속 약세를 보이면서 부동산 시장은 이제 초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 양극화도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는 조만간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지금 시급한 것은 수도권 억제 대책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광역시 등 비수도권 집값과 건설 경기를 동시에 부양하는 대책을 최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늦어도 9월 초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부동산 종합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국토부 김윤덕 장관은 19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6·27 대책은 수요 억제책으로 쓰인 부분 치료제”라며 “주택 공급 문제에 대해 발표할 때 좀 더 치밀하고 안정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부도 6·27 부동산 대책이 단기 수요 억제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더욱이 양극화를 막을 확실한 대책도 빠져 있었다. 다음 달 정부 종합 대책도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천편일률적인 대책은 지방 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킬 뿐이다. 과거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답습하지 않기를 바란다.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전국 아파트 가격의 5분위 배율은 12.1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서울의 상위 20% 아파트 1채를 살 돈이면 지방의 하위 20% 아파트를 12채 넘게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를 넘어 초양극화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체결된 건설계약 총액은 131조 원으로 전년 대비 17.7% 증가했으나 비수도권은 136조 원으로 7.4% 감소했다. 지방 건설 경기 부진으로 부산의 경우 지역 건설사들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거나 신규 수주를 중단하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엔 서부산 행정복합타운 시공능력평가액을 충족하는 업체가 10곳도 되지 않아 충격을 안겼다.
정부는 지난 14일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 방안’을 통해 ‘세컨드 홈’ 적용 지역을 기존 ‘인구감소지역’에서 ‘인구감소관심지역’까지 확대했다. 강원 강릉·동해·속초·인제, 전북 익산, 경북 경주·김천, 경남 사천·통영 등 9곳이 추가로 ‘세컨드 홈’ 특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광역시는 제외했다. 주택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완화하는 강력한 ‘세컨드 홈’ 정책을 광역시 등 비수도권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역의 초양극화를 잡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들도 병행해야 한다. 이번 종합 대책은 고사 위기에 몰린 비수도권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2025-08-2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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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수부 기능 강화 통한 '해양수도 부산' 완성 첩첩산중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연말까지 해수부 이전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해수부 부산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청사 부지 선정의 핵심 기준을 ‘집적화’로 못 박으며 해사전문법원·동남권투자공사·HMM 등 관련 기관과 기업 이전까지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취임 한 달을 맞아 〈부산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온 이 발언은 해수부 부산시대를 속도감 있게 열겠다는 장관의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완결성이다. 제도 개편과 기능 강화가 뒷받침되지 않는 단순한 이전은 자칫 청사만 있는 해수부로 전락할 수 있다.
전 장관은 해수부와 해사전문법원, 동남권투자공사, 산하기관, 그리고 민간기업까지 한데 모아 해양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인터뷰 속 현실은 냉혹하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판식 외에는 확정된 것이 거의 없다. 해양수도 부산의 위상 강화와 해양산업 경쟁력 확대, 그리고 관련 인프라 집적화가 이뤄져야 비로소 실질적 성과가 담보된다. 하지만 조선·플랜트 업무를 해수부로 일원화하기 위한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다. 해수부 기능 강화가 절실한 시점임에도 이를 장기 과제로 미루는 듯한 태도도 아쉽다. 결국 핵심 과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이전 완료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특히 해사전문법원 문제는 단순한 설치 여부를 넘어선다. 부산·인천 본원 이원화 방안이 거론되면서 부산의 위상이 반쪽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런 방식으로는 해양수도 부산의 위상을 온전히 구현하기 어렵다. 부산이 스스로를 해양수도라 자임한다면 법원의 핵심 기능, 특히 상고심 역할은 부산에 집중돼야 한다. 해수부 이전을 위한 특별법 논의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정작 핵심인 법적 실효성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해수부 복수 차관 문제 등은 정부조직법과 상충될 소지가 커 실제 통과 가능성도 낮다.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의 지적처럼 단순 이전 법안으로는 결국 반쪽짜리에 머물 공산이 크다.
부산이 진정한 해양수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상징적 조치만이 아니라 실질적 권한과 기능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부산 시민의 요구는 명확하다. 단순한 이전이 아니라 해양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양수도로서의 위상을 실질적으로 완성할 법적·재정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행보는 정치적 상징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실질적 권한과 기능 강화는 뒷전으로 밀려난 모습이다. 부산 시민이 원하는 것은 글로벌 해양산업의 컨트롤타워로서 해수부의 위상을 세우는 일이다. 해수부 기능 강화 없이는 ‘해양수도 부산’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갈 길은 험난하지만, 결국 이것이 부산이 해양수도로 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다.
2025-08-2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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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일 17년 만에 공동발표문 미래지향 협력 강화해야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양국 정상이 회담 결과를 문서 형식으로 발표한 것은 2008년 4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방일 이후 17년 만이다. 공동발표문 채택 못지않게 이 대통령의 이번 방일 의미는 특별했다. 한국 대통령이 양자 외교를 위해 동맹국 미국보다 먼저 일본을 방문한 것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으로 역사적인 해다. 양국이 지난 60년 동안의 관계를 성찰하고, 공동발표문 채택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셔틀 외교를 재개한 두 정상은 사회·경제·안보 분야의 협력 체계 강화에 공감대를 이뤘다. 수소와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 저출산·고령화처럼 공통으로 직면한 사회 문제 협력 협의체 출범, 워킹홀리데이 참가 횟수 확대와 같은 인적교류 활성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이 눈길을 끈다. 특히 두 정상이 지역균형발전 의제에 공감대를 쌓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이 취임 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지시한 것처럼, 이시바 총리도 ‘지방창생 2.0’ 전략으로 수도권 집중화 해소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양국은 서로에게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력하는 최적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일제강점기 위안부·강제동원 피해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발표문 중 과거사와 관련된 내용은 “이시바 총리는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회담에서 언급했다”는 문구가 유일했다.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는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과가 포함돼 있었다.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가 “실용 외교라는 명분에 역사 정의가 가려진 정상회담”이라고 날을 세운 이유다. 양국이 진정한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사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도 관세를 부과하고 투자를 요구하면서 양국의 안보·경제 협력은 중요하다. 이번 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은 상당한 시간을 대미 관계, 관세 협상에 할애했다고 한다. 오는 25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우리보다 앞서 정상회담을 가졌던 일본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한 셈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한미일 공조를 중시해 온 만큼, 한국이 주도적으로 일본과 협력 체제를 구축한 것은 대미 협상력 제고에 유리할 수 있다. 국제 질서 전환기에서 양국이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 기회를 함께 만들어 국익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한일 회담은 과거를 딛고 미래로 함께 향하는 진정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2025-08-2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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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란봉투법 본회의 통과… 경제계 우려도 귀 기울여야
법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법을 이렇게 바라볼 때 24일 오전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하 노란봉투법)은 노동 환경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합의가 바뀌었음을 극명히 드러낸다고 할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파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해서도 사용자로 취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 법을 놓고 그동안 재계를 중심으로 기업 활동 위축과 이에 따른 기업 해외 유출 등의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최초 제기 법안의 수정 없이 통과를 강행했다. 이 같은 모습 자체가 노동 환경에 대한 합의의 변경을 상징한다 할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손해배상 소송 사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법원이 파업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시민들이 4만 7000원씩을 담은 노란봉투를 언론사에 전달한 데서 나왔다. 노동자들이 받던 노란색 월급봉투를 다시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의미로 노란봉투를 사용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렇게 노동자의 고통에 감응한 국민들의 여론이 모여 10여 년이 넘도록 추진돼 온 것이 바로 노란봉투법이다. 그만큼 노동 환경이 노동자에게 불리하도록 기울어져 있었다는 데 대한 국민적 여론이 한군데 모였다는 뜻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강행은 그 마침표에 불과하다 할 수 있다.
그렇게 바뀐 사회적 합의에 따라 새로운 입법이 됐다고 해서 사태가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우리를 둘러싼 환경도 10여 년 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와 함께 재계에선 벌써부터 비명이 쏟아진다. 특히 노란봉투법이 원청과 하청의 관계를 새로 규정하도록 한 데 대해 동남권 주력산업인 자동차부품업계와 조선기자재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해당 업계는 오랫동안 원청과 하청의 수직계열화가 유지된 상태라 경영 안정성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역 해당 업계엔 경영 위기에 처한 중소 3·4차 납품업체들도 수두룩해 노란봉투법이 미국의 관세폭탄에 이은 결정타가 될 우려도 팽배한 실정이다.
아무리 법의 취지가 좋다고 해도 현장과 괴리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노동자의 죽음을 막자는 취지로 입법이 된 중대재해처벌법도 최근 발생한 코레일 노동자 사고에서 보듯이 사기업과 공기업 간의 법 적용 수준을 맞추는 것조차 쉽지가 않은 게 현실이다. 노란봉투법 입법 과정에서 여권이 ‘기업 해외 유출 등 부작용이 생기면 그때 가서 개정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은 너무 안일한 현실 인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직 법 시행 6개월이 남은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세부 보완입법에 서둘러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게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라도 법에 제대로 담기 위해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다.
2025-08-25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