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 도심형 국립공원, 금정산을 보존과 이용의 조화 모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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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지자체 협력, 시민 의견 수렴
'명품 공원' 탈바꿈 인식 전환 필수

부산의 상징 금정산이 우리나라 24번째이자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3일부터 본격적인 국립공원 시대를 연다. 금정산 최고봉인 고당봉(801.5m)이 아침 햇빛에 붉게 물들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의 상징 금정산이 우리나라 24번째이자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3일부터 본격적인 국립공원 시대를 연다. 금정산 최고봉인 고당봉(801.5m)이 아침 햇빛에 붉게 물들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과 경남 양산에 걸친 금정산이 3일 국립공원으로 출범했다. 국내 24번째 국립공원인데, 설악산이나 지리산처럼 깊은 산속이 아닌 대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은 첫 도심형 공원인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오랜 세월 시민의 삶에 맞닿아 있던 ‘동네 뒷산’이 국가가 보존해야 할 자연유산으로 인정받은 대목은 당연히 기대와 자부심으로 직결된다. 국립공원 출범을 목전에 둔 지난 주말, 고당봉 정상 표석 앞에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대기 행렬이 북적인 게 그 실례다. 다만 일반 산지에서 바로 국립공원으로 승격한 탓에 관리 체제와 탐방 문화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보존과 이용의 균형점을 찾는 데 국립공원 안착의 성패가 달렸다.

금정산이 명품 반열에 오르려면 갈 길이 멀다. 앞서 승격된 팔공산이나 무등산은 도립공원 단계를 거쳐 관리 체계를 축적했지만, 금정산은 백지상태에서 자료 조사와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안내 체계 정비와 재난 대응 시스템 구축까지 최소 3~4년이 걸릴 전망이다. 더구나 예산안 편성 뒤에 승격이 결정되면서 올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 뼈아프다. 그 결과로 공원 관리사무소에 추가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준비단 13명만으로 개소할 수밖에 없었다. 50∼70명이 일하는 다른 공원과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기대와 자부심이 실망감으로 바뀌지 않도록 국립공원공단과 인접 8개 지자체는 초기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

국립공원의 안착을 위해서는 시민 인식 전환도 필수다. 그동안 금정산은 일상의 공간과 인접한 특성상 입산과 이용 방법에 거의 제한이 없었다. 현재 금정산에는 200개가 넘는 등산로가 전체 300㎞ 길이로 펼쳐져 있다.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훨씬 큰 규모다. 생태 보존을 위한 탐방로 정비는 불가피한데, 이는 기존의 이용 관행과 충돌할 공산이 크다. 또 자연공원법 적용으로 반려견 동반, 야간 산행, 취사와 음주 등이 금지되면 불만이 제기될 수도 있다. 국립공원 지정이 개발과 편의가 아닌 공공의 자산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 점을 관리 당국은 설명할 책임이 있고, 시민은 적극 수용할 책임이 있다.

국내 첫 도심형 국립공원 지정은 자부심이면서 동시에 책임을 의미한다. ‘국립’에 걸맞은 품격은 보존과 이용의 균형점에서 얻을 수 있다. 그러려면 출범 초반에 원활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 부산시와 인접 지자체, 시민단체와 학계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 구조를 통해 사유지와 불법 시설 관리, 재난 대응과 이용 규칙을 조율해야 한다. 내실 있는 관리 체계로 신뢰를 얻으면 사회적 합의도 순조로울 것이다. 그러면 금정산은 도심형 국립공원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고, 향후 다른 대도시 인접 산지의 국립공원 지정에 선례가 된다. 거버넌스와 신뢰 구축이 명품 공원을 만든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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