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밤, 부산항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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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밤, 부산항에 취하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따뜻한 공기, 은은한 가로등 조명 아래 핀 벚꽃, 싱그러운 흙 냄새…. 봄밤에는 오감이 열린다.시작의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봄. 낮은 화사하고 밤은 요상하다. 다른 계절의 밤보다 봄밤은 더 설레고, 더 아프다.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다 급기야 주체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둘 중 하나를 택한다.술 혹은 산책. 그래서 봄밤은 야경을 감상하기도 좋다.부산은 ‘취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매혹적인 야경을 곳곳에 품었다. 부산의 대표적인 야경 명소로 해운대와 광안리해수욕장 일대가 꼽힌다.반면 원도심 야경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부산 영광을 이끌었던 역동적인 항구, 피란민들의 고단한 삶이 묻어 있는 주택들, 그리고 부산의 미래를 이끌 북항까지, 이들이 만들어내는 야경에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새싹이 움트는 봄의 기운을 닮았다.■봉래산 정상에서 부산항 전체 조망원도심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는 영도 봉래산이다. 봉래산에서는 가깝게는 북항과 남항부터, 멀리 광안리와 해운대까지 부산 전체의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봉래산에는 둘레길 12코스가 있는데, 산책 삼아 나서 야경을 감상하기에는 3코스 일부 구간이 적당하다. 영도 조내기 고구마 역사 기념관에서 출발해서 정상까지 가는 길로, 그리 험난하지 않아 50분 안팎이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영도 조내기 고구마 역사 기념관은 영도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고구마 재배가 시작된 것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우리나라 고구마는 조선시대 통신사 조엄이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접한 뒤 춘궁기를 대비해 봉래산 기슭에 심은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조내기 고구마는 영도 고구마를 일컫는다. 1층 기념관은 무료로 운영되는데 고구마의 역사와 종류 등을 간략하게 알려주는 곳이다. 2층 카페와 전망대에서도 야경을 감상할 수 있긴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정상을 안 가기는 섭섭하다.영도 조내기 고구마 역사 기념관에 가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남포역이나 영도대교에서 9번 버스를 타고 청산학원에서 내린 후 300m 가량 걸어가야 도착할 수 있다. 차량을 이용하면 이곳에 주차를 할 수 있지만, 주차 공간은 협소하고 야간에는 주차를 할 수 없다.영도 조내기 고구마 역사 기념관 옆으로 난 길은 봉래산 둘레길과 이어진다. 정상까지 길이 잘 닦여 있고 경사도 그리 가파르지 않아 초등학생들도 갈만하다. 가는 길 중간에 해련사와 KT 송신소, 봉래산체육공원 등을 지난다. 가로등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산책하는 이들도 간혹 만날 수 있어 밤중 산책이 그리 심심하지 않다.정상 도착 전 불로초 공원의 불로문 전망대가 나온다. 불로초 공원은 중국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주술사 서복을 보낸 곳 중 한 곳이 봉래산이라는 설화를 바탕으로 2014년 조성된 공원이다. 황칠나무, 홍매자, 하늘수박, 산수유 등의 30여 종의 귀한 약초를 심었다고 한다. 정상에서 느껴지는 탁 트인 전망은 아니어도 부산항대교를 중심으로 해운대까지 부산의 아름다운 야경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참고로 부산항대교는 오후 7시 반부터 8시 사이에 불이 켜진다.봉래산 정상에 도착하면 부산 남항과 송도, 천마산 방면과 북항 해운대 방면 야경을 360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다.남항대교에서 뿜어져 나온 불빛과 검은 바다가 대비를 이루는 가운데 묘박지에 정박한 배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검은 천 위에 금빛 실을 수놓인 듯한 여백의 미와 화려함이 공존하는 풍경이다.북항 방면의 풍경은 역동적인 에너지가 꿈틀댄다. 산복도로에 점점이 들어앉은 소박한 불빛들은 북항친수공원으로 내려오면서 도로와 고층건물을 만나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이어진다. 부산항대교를 건너 감만 컨테이너 부두에서 뿜여져나온 불빛들은 박력이 넘친다.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의 야경은 멀리서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빛을 발산한다.SNS 상에는 일몰이 아름다운 곳으로 봉래산 복천사가 꼽히기도 한다. 복천사 풍경과 도심 고층 빌딩의 모습을 동시에 사진에 담을 수 있는 포토 스팟으로 통한다. 복천사에서 정상까지 가는 길은 고구마 역사관에서 가는 길보다 더 길고 난도가 높다.■부산항대교와 남항대교를 가까이서봉래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이 버겁다면 청학배수지 전망대를 추천한다. 공원에 조성된 무료 전망대로 부산항대교와 북항친수공원, 산복도로의 풍경을 더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항공샷 같이 너무 멀리서 본 야경에 별다른 감흥을 못 느끼는 이들이라면 오히려 청학배수지 전망대에서 본 부산항대교 일대 풍경이 더 마음에 들 수 있다. 인근에는 작은 카페들도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좋다. 버스 정류장이 코앞이라 도보 여행자들이 접근하기 좋다. 자동차로 이동한다면 남해지방해양경찰청 교육센터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영도에서 부산항대교를 바라본 풍경 못지 않게 반대편 육지에서 보는 야경도 멋지다. 산 중턱 산복도로에서 바라본 풍경은 모두 근사하지만, 부산항대교를 정면에 두고 탁트인 느낌을 주는 곳은 중구 영주동 ‘역사의 디오라마’ 전망대이다. 이곳에 세워진 안내판에도 ‘부산 해안경관 조망공간’이라고 친절하게 적혀 있다. 북항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와 일몰, 일출을 감상하는 명소로도 유명하다.지난해 개통된 ‘영주오름길’ 엘리베이터 덕분에 부산역에서 접근성이 더 좋아졌다. ‘영주오름길’ 엘리베이터는 중구 영주 배수지체육공원에서 ‘역사의 디오라마’ 전망대 앞까지 약 100m 구간에 설치되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부산항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역사의 디오라마’ 아래 쪽에는 경사형 엘리베이터인 ‘초량 168계단 하늘길’을 비롯해 이바구플랫폼(청년창업공간) 등이 조성되어 있다. ‘초량 168계단 하늘길’은 잦은 고장으로 철거된 모노레일을 대체해 들어섰다. 현재 시범운영 중으로 이달 11일부터 정상 운영될 예정이다. 해가 지기 전에 이바구플랫폼이라 불리는 카페와 식당 등을 둘러보고, ‘역사의 디오라마 전망대’로 향해도 좋겠다.남항대교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는 여러 곳이지만, 흰여울문화마을에 가면 전혀 다른 정취의 두 가지 야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흰여울문화마을 안내센터 앞에서 남항대교를 바라보면 고층 아파트와 남항대교가 만들어낸 화려한 도시의 야경이 아찔하다. 고개를 돌려 흰여울문화마을을 바라보면 해안가 절벽과 그 위의 집들에서 새어나온 불빛으로 고즈넉한 분위기의 야경이 펼쳐진다. 고개만 돌리면 정반대 느낌의 야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야경을 감상할 때 밤 바다가 들려주는 나지막한 파도 소리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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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모부터 태아, 신생아까지 <br />통합 치료로 생명 빛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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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모부터 태아, 신생아까지
    통합 치료로 생명 빛 불어넣다

    자칫 세상 빛을 보지 못할 뻔한 생명들이 우리 사회의 희망으로 거듭났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이들을 끝까지 품어낸 엄마들도 삶을 얻었다. 다양한 분야의 의료진이 365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합심해 치료한 기적의 결과물이다. 고위험 산모, 태아, 신생아를 위한 ‘해운대백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이하 센터)가 개소 1년을 맞았다.■365일 협진 시스템 효과해운대백병원 6층에 위치한 센터는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산모·태아치료센터와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를 두 축으로 임신부터 출산 이후까지 태아와 산모의 건강을 통합 치료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위험 질환에 노출된 산모뿐만 아니라 이른둥이,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난 신생아들이 체계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산모·태아 집중치료실(8개 병상), 분만실(14개 병상), 신생아 집중치료실(21개 병상), 수술실, 신생아소생실 등 전문시설을 두루 갖췄다. 이와 함께 산과 2명, 소아청소년과 7명, 부인과 5명 등 14명에 이르는 최고 수준의 전문의들이 상시 협진 체계를 구축해 원스톱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권역 최고 전문시설로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구 단위로 환자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조현진(산부인과 교수) 센터장은 “경남 거제시부터 경기도 평택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환자들이 찾고 있다”며 “동남권 대표 통합치료센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산모·태아치료센터의 경우 다태아 임신에서 흔히 나타나는 수혈증후군을 임신 상태에서 조기 진단하고 수술해 치료한다. 이 같은 고난도 수술과 치료를 진행하는 의료진과 시설을 갖춘 곳은 서울을 제외하고는 해운대백병원이 유일하다. 신생아집중치료센터에서는 37주 미만의 미숙아 또는 2.5kg 미만 저체중아, 고위험 신생아, 중증질환이 동반된 만삭아, 선천성 기형 등 다양한 질병을 가진 환아들이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는다.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 정미림(소아청소년과 교수) 센터장은 “센터 역시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들로 구성된 365일 협진 시스템을 통해 산모와 신생아를 통합적으로 치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위험 산모·신생아 증가 추세이처럼 센터가 큰 주목을 받는 것은 35세 이상 산모 증가와 난임 시술 일반화로 다태아 임신이 늘면서 고위험 신생아 출산이 급격하게 느는 탓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37주 미만 이른둥이 비율은 2023년 9.9%로, 10년 전(6%)의 1.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2.5㎏ 미만 저체중아도 1.4배 늘었다. 다태아 임신도 증가 추세다. 국내 출생아 가운데 다태아 비중은 최근 5년간(2019~2023년) 평균 5%대로 증가했다. 1%대에 그친 1990년대와 비교하면 30년 새 5배나 급증한 수치다.임신 유지가 안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10년간 누적 유산 건수는 107만 6071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동안 누적 출생아 수가 348만 5907건인 것을 고려하면 출생아 3명 중 1명이 유산되는 셈이다. 특히 부산의 유산율은 2013년 27.50%에서 2022년 34.1%로 껑충 뛰었다.하지만 산과·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으로 전문 인력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 인프라는 고비용·저수익 시설인 탓에 민간 투자도 여의치 않다. 조현진 센터장은 “인력과 시설 부족으로 병원을 옮겨야 하거나 복도에서 출산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지역 공동체의 관심과 폭넓은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1년 기록 한자리에센터는 개소 1주년을 맞아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 인프라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25일 오전 해운대백병원 5층에서 ‘해운대백병원에서 태어난 백명의 기적’을 마련했다. 이번 행사에는 지난해 10월 센터에서 자궁경부 수축으로 응급 제왕절개술을 통해 정하, 지호, 은하 세 쌍둥이를 얻은 전학준·정지은 부부가 참석했다. 이들 부부는 333만 원을 센터에 기부하기로 했다. 전 씨 부부는 “위태롭던 생명의 씨앗을 희망으로 키워주신 센터를 통해 더 많은 생명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은 정성을 보탰다”고 밝혔다.이날 행사에는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김미애 국민의힘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김성수 해운대구청장, 부산상공회의소 정현민 부회장 등 정관계 및 상공계 인사가 대거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부산시와 시의회 등은 제도적 지원책 모색을 약속했다.해운대백병원 김성수 원장은 “부산시, 지역 사회와 손잡고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가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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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한 연말 술자리, <br />잘 제조한 하이볼 한 잔이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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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연말 술자리,
    잘 제조한 하이볼 한 잔이면 '완성'

    맨정신을 유지하기 힘든 시국이다. 그래도 힘든 시기는 결국 지나갈 것이다. 다가오는 연말연시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여유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지만, 적당한 술은 소통과 화합에 이롭다. 맨정신을 잠시 느슨하게 풀어 주니, 꽉 붙들고 있던 속마음을 털어놓기에 편하다. 철학자 칸트도 “술은 마음속을 터놓게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새 가장 인기 있는 주류는 아무래도 ‘하이볼’이다. 하이볼은 주로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에 토닉워터나 탄산수, 진저에일 같은 ‘믹서’를 부어 만드는 일종의 칵테일을 뜻한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특별한 연말연시 모임을 준비 중인 이들을 위해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국제주류&와인박람회’에서 진행된 ‘하이볼 마스터 클래스’ 핵심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하이볼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큼지막한 얼음 덩어리들이다. 강사로 나선 전재구 한국음료강사협의회 회장은 하이볼의 맛을 좌우하는 변수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얼음이라고 했다. 가정용 냉동고로 만드는 얼음은 녹는 속도가 빨라 하이볼의 맛을 쉽게 해친다. 최적의 비율로 하이볼을 만들어도 금방 맛이 연해진다. 반면 마트나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는 얼음은 제빙공장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더 천천히 녹는다. 일부 가게에선 위스키 전문점에서나 볼 수 있는 구(球) 형태의 ‘빅 볼’ 얼음을 판매하기도 한다.하이볼 제조에는 특별한 기구도 필요 없다. 모래시계 모양의 계량컵인 ‘지거’와 기다란 ‘바 스푼’이 있으면 좋지만, 없다면 소주잔과 숟가락을 써도 무방하다. 맥주잔과 비슷하게 생긴 하이볼 전용 글라스는 따로 준비하는 걸 추천한다. 와인 잔과 마찬가지로 글라스의 두께가 얇을수록 입술에 닿았을 때의 느낌이 좋다.하이볼 제조 기법은 ‘빌드’라고 한다. 재료를 넣는 순서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가벼운 재료를 먼저 넣고 진한 재료를 나중에 부어야 조화를 이룬다. 예컨대 무거운 토닉워터를 먼저 넣고 ‘진’을 나중에 부으면 애매한 맛이 난다. 위스키와 믹서의 비율은 기본적으로 1 대 3이지만, 진한 맛을 원한다면 1 대 2까지도 괜찮다.위스키와 믹서 외에도 중요한 것이 ‘모디파이어’다. 향과 맛을 보완하는 모디파이어는 리큐어, 시럽, 수제 청, 비터, 티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시럽은 얼그레이가 대표적이고, 티는 홍차나 히비스커스 등이 있다.이 중에서도 수제 청은 한국적인 맛을 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전 회장은 “청을 넣으면 ‘그러데이션’이 만들어져 시각적 효과가 상당하다”면서 “레몬 청은 의외로 향이 약한 편이고, 라임 청은 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달달한 청은 한국인 입맛에도 딱이다. 전 회장은 “학생들에게 하이볼을 마시는 이유를 물어보니 ‘맥주나 소주에 비해 배가 덜 부르고 맛이 달아서’라고 하더라”면서 “국내에서 가장 인기 많은 칵테일 톱 10을 봐도 모히토, 진 토닉 등 맛이 달달한 게 많다. 한국은 주로 맵고 짠 안주를 즐기기 때문에 단맛의 하이볼이 잘 어울리기도 하다”고 말했다.하이볼 재료도 중요하지만, 직접 만들 때 쉽게 놓치는 것이 바로 가니시(장식)다. 전 회장은 “하이볼을 포함한 모든 칵테일은 맛뿐만 아니라 멋이 있어야 한다”면서 “가니시까지 완성돼야 칵테일”이라고 강조했다.가니시는 모양에 따라 크게 ‘웨지’와 ‘슬라이스’로 나뉜다. 반달 모양으로 자른 감자처럼 재료를 잘라내는 것이 웨지, 슬라이스 치즈처럼 얇게 자르는 방식이 슬라이스다. 비교적 크고 두껍게 자르는 웨지 방식이 맛에도 더 큰 영향을 미친다.레몬이나 라임 같은 가니시를 사용할 때는 ‘바짜담’을 기억하자. 바르고, 짜고 담그는 것이다. 하이볼 글라스 테두리에 즙을 살짝 발라 주고, 글라스 안에도 살짝 짜서 넣어 준 뒤 술에 담그면 향과 맛이 풍성해진다. 레몬의 경우 껍질에 있는 오일을 불에 살짝 태우면 스모키한 맛이 오래 간다. 믹서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토닉워터와 최적의 조합은 라임이라는 것도 기억하자.허브 역시 훌륭한 가니시다. 전 회장이 추천하는 허브는 로즈마리다. 향과 맛을 풍부하게 해 고급진 느낌을 주는 데 제격이다.이날 기자가 시음해 본 하이볼은 총 4잔이다. 이 중 비교적 맛이 대중적이고 만들기 쉬워 보이는 레시피 두 가지를 소개한다. ‘화요 하이볼’은 알코올 도수 41도짜리 화요 30mL에 유자청을 티 스푼으로 두 번, 오미자청은 10mL만큼 넣고 토닉워터를 채운다. 모든 청은 얼음보다 먼저 넣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가니시로 라임 웨지를 얹으면 유자와 오미자의 달달한 맛에 라임의 산미와 향이 어우러져 제법 산뜻하다.‘안동소주 하이볼’은 민속주인 안동소주 30mL에 도라지생강 시럽 10mL를 넣고 진저에일을 채운다. 여기에 레몬 웨지와 로즈마리를 가니시를 더하면 완성이다. 도라지와 생강, 로즈마리의 조합 덕에 향긋한 미향이 코를 즐겁게 한다.한편, 하이볼은 자칫 방심하면 과음으로 이어지기 쉬운 주류라 주의가 필요하다. 하이볼의 알코올농도는 보통 10~15%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그만큼 더 빨리, 더 많이 마시기 쉽다. 단맛에 끌려 술술 마시다 보면 금방 취하기 십상이다. 연말연시 흔히 볼 수 있는 추태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다면 폭음은 피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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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백꽃과 수선화의 향연, 거제에서 봄꽃 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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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꽃과 수선화의 향연, 거제에서 봄꽃 마중

    다시 봄이다. 이맘 때 거제는 꽃으로 물든다. 가지런히 정돈된 꽃잎이 우아한 동백과 청초한 자태의 수선화가 곳곳에 피어있다. 봄꽃은 어느 곳에서도 반갑지만, 거제의 봄꽃은 바다가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푸른 바다 절경에 한번 감탄하고, 꽃과 어우러진 정취에 다시 취하게 된다. 올해 봄이 유난히 더디게 오는 것 같아, 서둘러 마중 나가고 싶다면 거제로 떠나보자.■동백터널 끝에선 시름도 사라져-지심도거제에서 가장 유명한 동백꽃 명소는 지심도이다. 하늘에서 내려보면 마음 심(心)자 모양으로 생긴 섬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거제시 장승포항에서 배를 타고 15~20분가량 들어가야 지심도에 도착할 수 있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면서 지세포항에서 출발하는 배도 있다.장승포항 선착장 주변에는 해산물을 재료로 한 음식점이 즐비하다. 출발 전 끼니를 해결하기 좋다. 다만 ‘관광지 물가’가 반영되어 가성비가 낮은 곳도 있으니 잘 골라야 한다.장승포에서 지심도로 가는 첫 배는 오전 8시 30분부터 출발해 평일 하루 5편, 주말 9편이 운행된다. 주말에는 기본적으로 1시간 간격이나, 요즘처럼 꽃구경을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성수기 낮 시간에는 30분 간격으로 운행하기도 한다.지심도는 섬을 둘러보기 위한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코스별로 차이가 있으나 대략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선착장에서 둘레길로 들어서는 초입까지 길은 다소 가파르다. 초입에서는 두 갈래로 길이 나뉜다. 배에서 내려 섬을 바라본 방향 기준으로 왼쪽에 작은 성모 마리아 동상이 있다. 그쪽으로 가면 샛끝전망대가 나오는데 반대편 길과 비교하면 경사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맞은편 마끝전망대 방향으로 가면 다소 가파른 길부터 올라야 한다. 선착장에서 가까운 것은 마끝전망대이다.절경을 빨리 감상하고 싶은 마음에 마끝전망대로 향했다. 동백꽃뿐만 아니라 소나무 후박나무 등 다양한 식물로 숲이 울창하다. 지심도는 남해안 특유의 상록활엽수림이 잘 보전된 곳으로 꼽힌다. 전체 숲의 60~70%를 동백나무가 차지한다고 한다. 꽃만 기대하고 갔다가 덤으로 원시림 특유의 풍경까지 선물 받은 기분이다.숲길을 지나 마끝전망대에 도착하면 탁 트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지심도 절벽 한 귀퉁이와 해송, 바다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 같다. ‘마파람이 부는 끝자락’이라해서 마끝으로 불린다더니 바람도 제법 세차다. 바람도 풍경도 시원하다.마끝전망대에서 맞은편 샛끝전망대쪽으로 향하면 곳곳에 핀 동백꽃과 바닥에 떨어진 동백 꽃잎, 그리고 오가는 이들이 낙화를 모아 둔 꽃더미를 만난다.지심도 둘레길에서 가장 서정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곳은 전등소 소장 사택에서 둘레길 초입까지 길이다. 전등소는 일제시대 일본군이 일본군함에 길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곳이라고 한다. 지심도는 대마도와 한반도 사이 대한해협을 지나는 바닷길의 길목이라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일본군의 요새로도 활용됐다. 지심도에 포진지와 탄약고 등의 흔적이 남아있는 까닭이다.소장사택은 일본식 가옥의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모습은 아름답지만, 일본군의 병참기지로 활용된 지심도의 역사를 떠올리면 씁쓸하기도 하다.소장사택 옆으로 난 길에서 선착장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 동백나무를 비롯해 각종 나무들이 바다를 향해 가지를 뻗어 터널을 만든 장소를 지난다. 나무 터널 사이 쏟아지는 빛줄기가 겨울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안온하게 어루만져준다.■험난한 길 끝에 펼쳐진 수선화 비경-공곶이장승포항에서 차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거제 9경 중 하나인 공곶이가 있다. 공곶이가 유명해진 것은 약 5000평에 달하는 수선화 꽃밭 때문이다. 거제시 동남쪽 와현 모래숲해변을 지나 예구마을에서 20~30분가량 산을 넘어가면 다랭이 논 형태로 가꿔놓은 수선화 꽃밭이 나온다.예구항에서 공곶이까지 가는 길은 등산로에 가깝다.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쳐 공곶이 농원에 닿을 수 있다. 편안한 꽃구경 길을 예상했다면 난감해질 수 있다.공곶이로 가는 길의 하이라이트는 일명 ‘천국의 계단’으로 불리는 333개의 계단. 가파른 경사길을 내려보면 탄식과 탄성이 교차한다. 어떻게 내려갈까 싶은 걱정이 드는 동시에 동백꽃잎이 카펫처럼 깔린 풍경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흔치 않아 구경하기 힘들다는 흰동백이 내려갈 땐 잘 보이지 않다가 올라올 땐 바닥만 쳐다봐서인지 잘 보이는 마법의 계단이기도 하다.천국의 계단을 내려가면 계단식 다랭이 농원에 핀 수선화 장관이 펼쳐진다. 공곶이 농원까지 온 수고로움을 한 번에 보상받는 느낌이다. 푸른 바다 위에 아름다운 내도를 배경으로 핀 수선화는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풍경만큼 놀라운 건 수선화 농원을 일군 이가 한 개인이라는 점이다. 1969년 공곶이에 터를 잡은 강명식 지상악 부부가 변변한 농기구도 없이 호미와 삽으로 수선화밭을 만들었다. 농기구를 들이기조차 힘든 척박한 산골이었지만, 아름다운 주변 풍광에 반한 이들은 수선화를 심어 이곳을 거제시를 대표하는 명소로 만들었다.입소문을 타고 관광객이 몰려들자 이곳에서는 지난해부터 수선화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 2회째인 공곶이 수선화 축제는 22일부터 23일까지 열린다. 일운면 주민자치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전국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꽃 축제이기도 하다.축제 기간에는 지세포 유람선 터미널과 와현 유람선 터미널에서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각 20분, 15분 간격이다.축제 때 몰리는 인파를 피하고 싶다면 축제를 전후한 평일에 방문하면 호젓하게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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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라이프

    어머니 돌아가신 집 개조해
    비영리법인 활동…
    이번엔 음악극 도전

    “첫 콘서트와 앨범 제작은 어머니 부조금으로 진행했습니다. 그후, 37년 된 노후 주택을 개조해 ‘그랜마하우스’를 열었고요. 이번 공연은 ‘VIP’(미혼모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 다문화 가족, 시설 퇴소 청소년 등을 이렇게 지칭했다)들을 더 넓은 자리에서 만나기 위해 준비한 자리입니다.”‘선한 영향력’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지난 22일 오후 4시 부산 사상구 백양대로 글로컬 비전센터(날마다교회). 150여 명의 관객은 ‘그랜마하우스’(대표 전혜정·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상임단원)가 주최·주관해 선보인 음악극 ‘멈춰진 시간’을 1시간 남짓 감상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곧바로 돌아가지 않고, 출연진과 어울려 담소를 나누고, 저녁 식사까지 함께하며 공감대를 이어 갔다.학교 폭력 문제를 다룬 이번 음악극은,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작품이어선지 더 아프면서도 감동적이었다. 전 대표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며 성숙한 시민의식,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재고하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고 밝혔다. 음악극에서도 “네 잘못이 아니야. 부족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야. 인생에는 예기치 못한 일들을 만날 때가 있어. 절대 네 잘못이 아니야. 용기를 내어 얘기하고, 두려워하지 말고, 소리쳐.”라고 강조했다.이날 공연이 이색적이었던 건 내용 못지않게 30여 명에 달한 출연·제작진이다. ‘Via the Cros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대부분 현역 아티스트이고, 하나같이 재능 기부자들이다. 3년 전인 2022년 6월 미혼모 돕기 콘서트를 위해 처음 모였다. 그해 12월엔 미혼모 및 한부모 가정을 위한 ‘러브 콘서트’를 열었다. 2023년 2월엔 앨범이 나왔다. 그해 4월엔 부산진구 초읍동에 위치한 주택을 개조한 그랜마하우스를 비영리단체로 등록해 활동 근거지로 삼았다. 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도 하나둘 합류했다. 동참자는 50여 명으로 늘었다.“어머니가 소천하시고 4남매가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6년간 유품을 그대로 둘 정도였으니까요. 7년 차가 되면서 이제는 집을 비워야겠다고 형제들이 합의했습니다. 한데, 어머니가 살아생전에 쓰셨던 자개농은 결국 버리지 못했고, 그렇게 ‘할머니 집’, 그랜마하우스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음악으로 위로하고, 따뜻하게 격려하고 싶었습니다.” 전 대표의 말이다.그동안 그랜마하우스에서 개최한 ‘다락방 음악회’는 17회에 달한다. 아무 데도 알리지 않았다. 국악, 클래식 등 다양한 뮤지션이 있어서 여러 장르가 뭉쳐서 음악회를 열 수 있었다. 대여섯 명의 아티스트에, 관객은 10~12명의 ‘VIP’만 모셨다. “최고로 대접받는 게 어떤 건지 경험해 주고 싶었습니다.”그 사이 협약기관도 12개가 되었다. 다비다모자원, 사랑샘, 은애모자원, 부산시청소년자립지원관, 부산시성매매피해아동청소년지원센터…. “다락방 음악회가 열일곱 번이 되면서 ‘100인 음악회’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그러려면 공간이 필요한데, 우여곡절 끝에 ‘날마다교회’와 연결돼 글로컬 비전센터에서 음악극 공연을 올리게 된 겁니다. 처음엔 캠페인 개념으로 아티스트들이 뭉쳤다면,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사회 참여도 당연하고요.”한편 이번 음악극의 주연급 5명은 전문 배우가 맡았고, 조연급 배우는 전 대표의 선의에 동참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동료들이 나섰다. 강민정(해금), 김지현(가야금), 정주아(피리), 조은경(소금)은 상임단원 혹은 부수석, 강메라(신시사이저)는 비상임 단원을 역임했다. 배우 외에도 대본(김지은·그랜마하우스 공동 예술감독), 작곡(차민영·그랜마하우스 공동 예술감독), 연출(송다솔·시립국악관현악단 거문고 단원), 보컬(김환영 외 4명), 기타(진석곤), 베이스(박재훈), 퍼커션(김은호·김선훈), 건반(차민영·김주현), 바이올린(김나연), 생황(강영현·시립국악관현악단 피리 단원), 춤(오혜민), 랩&영상(조주영) 등으로 힘을 보탰다. ‘선한 이웃’이 선한 바람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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