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 씻고 마음 씻고 따끈한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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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 씻고 마음 씻고 따끈한 파라다이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가서 서로 등을 밀어 주던 기억이 난다. 그때 아버지 등은 참 넓게 느껴졌다. 아버지는 카운터에 앉아 있는 목욕탕 주인을 가끔 부러워했다. 어느새 등은 굽고 앙상해진 아버지 모습이 짠하다. 전날 과음한 뒤 회사 근처 목욕탕을 찾았다가 공교롭게도 직장 상사를 만나 민망했던 일도 생각난다. 목욕은 생활의 일부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목욕탕에 잘 가지 않게 되었다. 집에서 매일 샤워를 해서 목욕탕과 멀어진 것일까.<집앞목욕탕>을 처음 만난 때는 2023년 10월이었다. 이 ‘신박한’ 잡지는 사라져가는 목욕탕을 앞으로 한 군데씩 알려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첫 순서로 이름에 부산이 들어간 부산 서구의 ‘부산탕’을 소개했다. 누가 봐도 돈이 되지 않을 일인데, 누가 이런 일을 하는지 궁금했다. <집앞목욕탕>은 지난해 9호까지 낸 뒤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금은 단행본 출판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 잡지를 통해 부산에 목욕탕이 많을 때는 1500개, 지금도 500개가량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인구 1000만에 육박하는 서울의 목욕탕 숫자가 부산과 비슷한 500여 개다. 목욕에 진심인 일본의 수도 도쿄, 1400만이 사는 도쿄의 목욕탕 숫자도 부산보다 적은 400개 남짓이다. 부산의 목욕탕 숫자는 전성기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지금도 인구 대비하면 세계에서 제일 많다.부산에 이처럼 목욕탕이 많은 이유가 뭘까. 우선 지리적인 요인이 가장 크고, 역사적인 요인도 함께 작용했다. 부산은 옛날부터 동래온천과 해운대온천이라는 물 좋은 온천을 두 곳이나 보유하고 있다. 개항 이후에는 일본인들이 부산에 많이 거주하며 자연스럽게 일본식 목욕탕이 속속 들어섰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부산에는 노동자들이 많이 살았지만, 집에 욕실이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공중목욕탕은 이들이 집에 가기 전에 꼭 들러야 하는 필수 시설이었다. 우리 어렸을 때는 부엌에서 머리만 감고 몸은 어쩌다 한 번씩 목욕탕에 가서 씻었다. 특히 명절 앞두고는 목욕탕에 갔다. 부산에서는 K-목욕 문화를 이끈 전설적인 발명품이 두 개나 나왔다. 첫 번째가 ‘이태리타월(exfoliating glove)’이다. 이태리타월은 1967년 부산진구 초읍동의 한일직물에서 처음 만들었다.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인조견 원단이 너무 거칠어서 쓸 수가 없자 시험 삼아 때수건으로 낸 게 시작이었다. 이태리타월이 나온 초기에는 반응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주로 돌멩이로 때를 밀었기 때문에 돈 주고 때수건을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발명품은 자동 등밀이 기계다. 벽에 붙은 기계에 등을 대면 이태리타월이 장착된 둥근 원판이 돌면서 때를 밀어준다. 1980년대 초반에 사상구의 삼성기계공업사가 개발한 이 기계는 부울경에는 없는 목욕탕이 없을 정도로 인기였다. 공중목욕탕 숫자가 줄면서 수요도 줄었지만 가정용 등밀이 기계는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각자의 때를 밀고 있다. 얼마 전부터 SNS를 통해 더 따끈따끈한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기 시작했다. <집앞목욕탕>을 발행하는 ‘싸이트브랜딩’과 목욕탕 콘텐츠 컴퍼니 ‘매끈연구소’가 봉래탕 5층에 ‘라운지 일렁’이라는 공간을 열었다는 내용이었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목욕탕 라운지’ 형태였다. 봉래탕은 1986년에 문을 열었고, 국내에서는 드물게 2대째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서울에서 게임 회사를 운영하던 분이 목욕탕 주인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지난 13일에는 ‘스무스런(SMOOTH RUN)’이 열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젊은 사람들이 봉래탕 앞에 모여서 깡깡이마을과 봉래물양장, 남항대교를 잇는 7km 코스를 달린 뒤 함께 목욕하고, 라운지 일렁에서 대화를 나누는 행사였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함께 달리고, 알몸으로 목욕하고, 다시 대화를 나눈다니…. 이런 생각을 하는 분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장소는 영도구 봉래동 봉래탕 5층 ‘라운지 일렁’이 좋을 것 같았다. ‘마음을 씻으러 어서 오세요!’ 입간판 문구에 마음이 그만 뜨끔해졌다. ‘몸도 씻어야 하지만 마음도 돌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목욕탕 라운지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섰다. 옛날에 좀 잘사는 친구 집에 놀러 온 느낌이 들었다. 봉래탕 주인이 실제 살던 집을 라운지로 바꿨다. 일렁은 전시-굿즈존, 그림책방, 서재, 청음실, 필사방, 라운지 바 등 7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CD플레이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샤워기 모양 스피커를 비롯해 신기한 물건이 많았다. 바나나우유, 딸기우유뿐만 아니라 성인들을 위한 위스키 잔술도 판매했다. 봉래탕에서 느긋하게 목욕을 즐긴 뒤 라운지로 올라와 글렌피딕 위스키 한잔 마시면 파라다이스가 따로 없겠다 싶었다. 서재 공간을 둘러보다 문제의 일본 만화책 <사도>를 만났다. ‘사도’는 사우나와 도(道)의 합성어로, 사우나를 통해 몸과 마음의 평안을 이룬다는 내용의 만화다. 일본에서는 2021년 TV도쿄가 이 만화를 바탕으로 드라마 ‘사도’를 만들면서 사우나가 젊은 세대들이 즐기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사우나와 여행을 합친 ‘사타비’, 사우나와 활동을 결합한 ‘사활’이라는 동호회 모임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우나 붐이 일어나고 있다. <집앞목욕탕>, 라운지 일렁, 스무스런이 가리키는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집앞목욕탕> 발행인인 ‘싸이트브랜딩’ 목지수 대표와 ‘매끈연구소’ 안지현 소장은 대학교 같은 과 선후배로 만난 부부였다. 안 소장은 “남편이 본업인 공공 홍보는 제쳐두고 목욕탕에 매달리는 데 처음엔 반대했지만, 일본의 목욕탕을 살펴본 뒤 이 비즈니스는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같이 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목욕탕 취재는 많이 힘들어 보였다. 목욕탕에 물건 팔러 온 장사꾼으로 오해받고 쫓겨난 적도 많았단다. 목욕탕에 손님이 있을 때는 사진 촬영이 안 된다. 새벽 3시에 찾아가서 목욕탕 첫 물을 트는 사진을 찍고, 인터뷰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직원들의 불만도 쌓일 수밖에 없었다. 목욕탕 관련 사업은 계속 적자이지만, 언젠가 알아줄 날을 기다리며 버티는 중이라고 했다.목 대표는 요즘 사람들이 목욕탕에 잘 가지 않게 된 이유에 대해 “목욕탕도 변화해야 하는데, 목욕탕 사장님들이 트렌드 반영을 안 하고 있다”라고 직격했다. 주변에 멋진 카페나 레스토랑 등 좋은 공간이 많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목욕탕은 수십 년간 그대로 머물면서 공간 업그레이드가 전혀 안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재개발로 목욕탕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목욕탕을 부순 자리에는 빌라가 올라가기도 한다. 일본에서 공부한 안 소장은 “한국과 일본은 철학이 다른 것 같다. 일본은 가업을 중요하게 생각해 내 대에서 없어지면 안 된다는 자존심이 중요한데, 우리는 내 대에서는 이 일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한다. 최근 일본의 목욕탕 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는 오래된 목욕탕에도 손님 절반 정도가 젊은 층이다. 일본의 목욕탕에는 라운지 문화가 있어서 독서 모임이나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센토런(Sento Run)’은 ‘센토(대중목욕탕)’와 ‘러닝(Running)’의 합성어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달리기를 마친 뒤 동네 목욕탕에서 땀을 씻고 사우나로 몸을 풀며 일상의 피로를 날려버리는 운동 문화다. 도쿄 전역에 100여 곳이 넘는 목욕탕이 센토런을 운영하고 있다. 목욕탕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사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가서도 뛰고 싶어 한다. 부산에는 물 좋은 온천 2개에다 해수탕도 많다. 이태리타월과 자동 등밀이 기계가 탄생한 K-목욕의 메카가 부산이다. 목 대표는 “외국 관광객들이 부산을 함께 달린 뒤 목욕하고 교류하는 문화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자산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스무스런’을 열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집앞목욕탕>과 매끈연구소는 동래온천부터 시작해 러닝 코스를 만들어 인근 목욕탕과 엮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볼 계획이다. 목욕탕 덕후 부부에게 들은 이야기다. 달 목욕하러 매일 오는 어르신이 어느 날 나타나지 않았다. 걱정이 된 목욕탕 사장님이 집에까지 찾아갔더니, 어르신이 몸져누워 있어서 병원으로 모셨다고 했다. 목욕탕이 잘 진화하면 복지 플랫폼 같은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목욕탕에 가면 아기부터 노인까지 사람의 몸을 볼 수 있다. 목욕탕은 인간이 나이가 드는 모습을 보면서 ‘몸을 사유하는 공간’이라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목욕한 게 너무 오래 전이었다는 후회가 몰려온다. 이번 주말에는 목욕탕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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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잡한 성인교정 ‘인비절’, 아동 ‘그래피’ 추천” [명의와 함께 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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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한 성인교정 ‘인비절’, 아동 ‘그래피’ 추천” [명의와 함께 휴&락]

    치아의 위아래가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을 정상 위치로 돌리는 치료가 치아 교정이다. 교정치료는 그동안 철사를 이용한 브래킷 교정이 시행돼 왔는데 이보다 한 단계 진화된 ‘인비절라인’ 투명 교정치료와 3D프린팅 기법을 활용한 ‘그래피’ 등이 새로운 선택지로 주목 받고 있다. 이루미치과 전영진 원장은 ‘인비절라인 치과교정학’ 저자로서 투명 교정 2000례 이상의 풍부한 임상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또 인비절라인 강연자로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투명 교정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 전 원장과 함께 광안리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SUP(서서 타는 패들보트)과 요가를 동시에 즐기는 SUP 요가를 체험했다. SUP 요가는 균형 감각 향상, 코어 강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전신운동이다. 광안리 해변의 SUP존은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대표적인 웰니스 공간이다. -인비절라인 투명 교정이 기존의 교정치료와 비교했을 때 정말로 효과가 있나. “인비절라인은 탈부착이 가능한 투명한 특수 플라스틱 재질의 교정장치로 효과가 아주 좋다. 투명 교정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오해를 많이 하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투명 교정은 디지털 치료기술과 함께 발전해 왔는데 일반적인 철사 교정에 비해 효과가 더 좋은 경우도 많다.” -투명 교정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우선 철사가 없어 심미적으로 월등하다. 장치의 착탈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회활동이 많은 직장인에게 편리하다. 충치 발생이나 잇몸 질환 발생 위험도 철사 교정에 비해 현저히 낮다. 얇은 플라스틱 장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철사교정에 비해 치아에 가해지는 힘이 작아서 통증과 부작용이 아주 적다. 철사 교정에 비해서는 비용적인 측면에서 단점이라고 하겠다.”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이나 외국인 환자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투명 교정의 가장 큰 장점이 치과에 자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환자의 부정교합을 미리 시뮬레이션해서 투명한 장치를 만드는데, 환자 스스로 이 장치를 1주일마다 교체하면 된다. 따라서 치과에 자주 내원하기 힘든 유학생이나 원거리에 거주하시는 분들에게 아주 좋다. 특히 의료관광을 위한 부산을 찾는 해외환자에게 추천할 만한 치료 프로그램이다.” -투명 교정을 할 수 있는 케이스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철사 교정으로 할 수 있는 치료의 대부분은 투명 교정으로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 교정의 경우, 환자 스스로 장치를 착탈하면서 진행하므로 자율적인 관리가 되는 환자가 선택해야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철사 교정은 강제로 치아에 장치를 부착하고 치료하므로 환자의 협조도가 조금 떨어져도 치료가 진행될 수 있다.” -여러 투명 교정 장치 중에서 인비절라인이 특히 유명한 이유는. “인비절라인이 출시된 지 벌써 25년가량 되었기에 기술적인 노하우가 많이 축적이 되어 있다. 최근에는 유사한 브랜드들이 많이 생겼는데 아무래도 기술력의 차이가 있어서 치료 효과면에서 인비절라인이 앞선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국내에서는 시쓰루, 매직얼라이너 등의 브랜드가 있고 하반기에 중국에서 엔젤얼라이너가 출시될 예정이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인비절라인 교정 치료 중에 환자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사항은. “착용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최소한 하루 18시간 이상 착용해야 효과가 있다. 또 장치 착용 중에는 음식이나 물 이외에는 섭취를 안 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입안이 많이 건조해진다. 그래서 물 섭취를 많이 해주고, 양치질을 잘 하면서 사용해야 치아의 탈회나 잇몸 염증을 막을 수 있다.” -어린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투명 교정치료를 하나. “아이들에게도 투명 교정이 가능하며, 성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설계된다. 어린이의 경우 유치와 영구치가 함께 있는 혼합 치열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영구치가 맹출되는 공간을 고려한 특별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현재는 ‘인비절라인 퍼스트’라는 제품이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성인용 장치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아이들은 주걱턱이나 무턱 교정 등의 예방교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인비절라인 퍼스트는 기존의 근기능 장치와 어떤 차이가 있나. “인비절라인 퍼스트는 일주일 간격으로 교정기를 교체하며 치아를 정밀하게 이동시키는 장치다. 주된 목적은 치아 배열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성장기 어린이의 치아를 올바른 위치로 유도하는 것이다. 반면 마우스피스 형태의 근기능 장치는 다소 부피가 크고 단순한 구조를 가지며 치아를 직접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혀, 뺨, 입술 등의 구강 근육훈련을 돕는 예방교정 장치다. 입을 벌리거나 혀를 내미는 습관, 손가락이나 입술빨기 등의 구강 악습관 교정에도 효과가 있다.” -최근에 출시된 차세대 투명 교정장치 ‘그래피’는 어떤 원리인가. -형상기억 소재를 활용한 3D 프린팅 기반의 교정장치이다. 3D 프린터로 직접 출력해 제작되므로, 치아 형태에 맞게 매우 정교하고 정밀하게 밀착된다. 높은 정밀도 덕분에 치아 이동 시 부착물(어태치먼트) 사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반면 인비절라인은 일종의 PET병 소재와 유사한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치아와의 밀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에 따라 어태치먼트 부착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 또 그래피는 형상기억 기능을 지닌 소재를 사용해 지속적이면서도 부드러운 힘을 발휘한다. 이로 인해 치아를 부작용 없이 안정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같은 투명 교정장치인 인비절라인과 그래피의 적응증 차이는. “풍부한 임상경험과 기술력을 가진 인비절라인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정받는 투명 교정 시스템이다. 성인의 복잡한 부정교합이나 정밀한 치아 이동이 필요한 경우에는 인비절라인을 우선 추천한다. 그래피 투명 교정장치는 치아에 부착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심미적이고, 치아 표면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약한 힘으로 부드럽게 치아 이동을 유도하므로 통증과 부작용이 적어, 성장기 아동의 교정치료에 특히 적합하다.” 글·사진=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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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의 밀면 다대기, <br />넣어 먹어? 빼고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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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밀면 다대기,
    넣어 먹어? 빼고 먹어?

    여름은 밀면의 계절이다. 지금이야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에 밀면 장사는 여름 한 철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름난 밀면집 부산 동래구의 ‘사철냉면’이란 상호에는 우리는 다른 집과 달리 사계절 장사한다는 뜻이 담겼다. 택시 기사들이 즐겨 찾아 ‘택슐랭’에 선정된 서구 영남냉면밀면은 지금도 여름철에만 영업한다.최근 한 매체의 ‘부산 밀면 베스트10’ 선정 작업에 참여했다. 밀면의 계절을 맞아 최고 밀면 선정기 그 뒷이야기를 시원하게 풀었다.맛집 검색 플랫폼 ‘다이닝코드’에 따르면 부산의 밀면집은 총 632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곳을 선정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밀면은 가격이 냉면의 절반에 불과하고, 동네마다 각자가 좋아하는 밀면집이 따로 있지 않은가. 이틀 간의 일정 중 기자가 참여한 첫날만 해도 영남냉면밀면(서구)-대가면옥(사하구)-삼성밀면(사상구)-개금밀면(부산진구)-사철밀면(동래구)-해운대 가야밀면(해운대구)-국제밀면(연제구) 등 7곳을 하루에 도는 가위 ‘토 나오는’ 수준의 일정이었다.베스트10 선정은 각자가 1~10위까지 순위를 매겨 합산하는 방식이었다. 패널끼리 함께 가서 맛보지 않았더라도 꼭 들어가야 할 밀면집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했다.기자는 연제구 국도밀면을 1위로 추천했다. 이곳의 밀면은 한 그릇에 단돈 4000원! 한 끼 식사 가격으로 부산을 넘어 전국 최저가가 아닐까 싶다.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육수와 면이 한 그릇에 1만 원씩 하는 유명 밀면집에 비해서 전혀 손색이 없었다. 곱빼기가 5000원인데, 단골만 찾는 ‘반곱’도 있었다. 한여름에 찾는 밀면, 시원하면서도 서민적인 분위기에 먹는 음식이 아니었던가.기자는 사실 결과보다 선정 과정에서 전문가 패널끼리 주고받았던 밀면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흥미로웠다. 냉면으로도 이름난 유명 고깃집의 류나영 전 대표가 ”밀면에 든 다대기가 싫다. 왜 그렇게 다대기를 올려주는지 모르겠다. 나는 밀면을 받고는 다대기를 안 버무리고 그냥 육수만 먹었다”라고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또 “서울에서 밀면을 먹으러 갔는데 한약재 맛이 너무 많이 나서 못 먹겠더라. 부산 내호냉면에서는 맛있게 먹었는데 그 육수 맛이 많이 다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음식강산>의 저자 박정배 작가도 밀면 육수에서 한약재 맛이 너무 난다며 동의했다. 밀면 육수의 한약재 맛, 그동안 “몸에 좋겠지”라며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먹었는데….그러자 음식평론가 최원준 시인은 외지인에게 자신의 밀면 먹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나섰다. 최 시인은 “나는 고명처럼 올려주는 다대기를 다 걷어내고 먼저 육수 맛을 본다. 그렇게 먹다가 다데기를 조금씩 섞어서 입맛에 맞춰 먹으면 된다. 안 그러면 육수가 너무 달다”라고 말했다. 참고로 기자의 경우는 냉육수를 별도로 요청하는 편이다. 다대기가 들어가지 않은 원래 상태의 냉육수를 먼저, 그다음에 다대기를 푼 육수 맛을 봐서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조선일보 김성윤 음식전문기자는 의외로 다대기에 호감을 표시했다. 김 기자는 “전 국민 대상으로 보면 냉면보다 밀면을 좋아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 같다. 밀면은 달착지근하고 쫄깃쫄깃해서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맛이 다 들어 있다. 다대기 넣은 게 낫고, 그거 없이는 안 먹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맛집 블로거 ‘울이삐’ 김지현 씨는 “대부분 주는 대로 먹지만 점차 다대기가 빠진 밀면을 왜 먹느냐는 파와 다대기는 따로 먹어야 한다는 파가 ‘부먹’과 ‘찍먹’처럼 극명하게 나누어지는 것 같다. 새로 문을 열거나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하는 밀면집은 다대기 따로, 다대기 많게 혹은 작게를 선택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고메밀면이 대표적이다.한약재 맛이 나는 밀면 육수도 그 실상을 알고 먹는 게 낫다. 육수에 감초, 황기, 계피를 넣어서 한약재 맛이 난다. 한약재 맛이 나는 육수는 가야밀면이 원조로 꼽힌다. 최 시인은 “냉면에서는 메밀 향이 난다. 하지만 밀가루로 만든 밀면은 면의 품질도 좀 떨어지고 밀가루 냄새가 나자 한약재를 넣었고, 그게 인기를 끌면서 한약재 육수가 유행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밀면의 최대 약점 중의 하나가 고명과 꾸밈이라는 견해도 귀담아들을 만했다. 류 전 대표는 “밀면의 면은 전분이 많아서 담았을 때 똬리가 예쁘게 안 떨어지고, 철퍼덕거리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최 시인은 “나는 밀면 위에 고명으로 올린 수육은 너무 터벅터벅하고 별 맛도 없어서 안 먹는다. 육수를 뺀 고기를 위에 올려서 그렇다”라고 말했다.그런데도 부산 사람들은 왜 여름만 되면 밀면집 앞에 줄을 서는 것일까. 김지현 씨는 “오래된 밀면집들은 대체로 육수가 달고, 면 익힘도 좋지 않지만 손님이 많다. 추억으로 먹는 집들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부산 사람들은 유명한 밀면집을 찾아가서 먹는 대신 자기 동네 자기 입에 맞는 집에 간다”라고 말했다. 음식 전문 김 기자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부산 대표 음식이라고 하면 돼지국밥과 밀면인데, 두 음식에 대해서 부산 사람들의 태도나 자세는 완전 달랐다. 돼지국밥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느껴졌고, 밀면은 소개하기 부끄러워하는 느낌이 엿보였다. 내가 보기에 밀면도 좋은 대중음식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최 시인은 “밀면은 최선의 음식이 아닌 차선의 음식이지만, 같은 값이면 넉넉하게 함께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공유의 음식이자, 같은 양이라도 값이 싸 여러 사람을 먹이는 배려의 음식이었다. 더 많은 부산 사람을 만나서 밀면을 좋아하는 이유를 찾아보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미쉐린가이드는 지금까지 밀면을 외면하고 있다. 힘든 시절 우리를 지켜준 밀면이 좀 더 잘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국제밀면, 대가면옥, 사철밀면, 춘하추동이 1~4위에 올랐다. 이들 밀면집들은 공통적으로 새로운 밀면의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4개 업체의 평균 밀면 가격은 8500원이었다. 박 작가는 “내호냉면, 가야밀면, 개금밀면 같은 1,2세대에 이어 요즘 인기 있는 이들 3세대 밀면집들은 실향민의 한과 서러움이 모두 빠져나간 채, 음식으로만 승부하는 시대의 세련된 맛을 내고 있다”라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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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강 따라 절벽 잔도, 11월엔 황금빛 은행나무 금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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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강 따라 절벽 잔도, 11월엔 황금빛 은행나무 금시당

    푸른 강을 따라 산길을 걷는 트레킹을 다녀왔다. 꽃밭에서 시작해 소나무 숲을 지나 절벽에 매달린 아찔한 잔도를 걷고, 500년 된 고택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강을 따라 돌아오는 아름다운 코스였다. 가을이 무르익는 경남 밀양시 ‘용두산생태공원 힐링 산책길’ 5km 코스가 바로 그곳이다.■삼문송림과 구절초삼문동공설운동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것으로 여행은 시작된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학교 대항 체육대회를 지켜보며 목청껏 ‘마음 약해서’를 외치며 응원전을 펼쳤던 추억을 떠올리며 운동장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걷는다. 50년 전에도 울창해 걷기에 좋았던 솔숲은 지금도 하늘을 뒤덮어 가을 나들이를 나온 많은 산책객을 따가운 햇살에서 보호해준다.밀양강 제방 아래 하얀 눈꽃이 쌓인 듯 화사한 화원이 펼쳐진다. 많은 사람이 즐겁게 웃으며 카메라는 물론 휴대폰 버튼을 찰칵거린다. 화원 입구에 ‘구절초’라는 팻말이 붙었다. 국화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향기가 완전히 다른 꽃이다. 여행 초입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환한 꽃을 마음껏 구경하게 되다니 이번 일정도 행운에 행운이 겹칠 모양이다.제방을 넘어가면 밀양 산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삼문송림이 나타난다. 2002년 ‘제3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수령 100년을 넘은 곰솔 6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밀양강을 따라 삼문송림을 걷는다. 소나무 사이에는 빽빽하게 심어진 푸른 식물이 보인다. 매년 9월 보라색 꽃이 활짝 피면 가슴이 쿵쿵 뛸 정도로 아름다운 맥문동이다. 소나무 사이로 바람이 부는데 이제는 가을이어서인지 시원한 걸 넘어 차갑게 느껴진다. 송림 사이를 걷는 사람도 적지 않고, 강 쪽을 향해 놓인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강물만 바라보며 ‘멍 때리기’에 몰입한 사람도 보인다.삼문송림이 끝나는 부분은 여름에는 시원한 물놀이장으로 이용되는 곳이다. 이곳에는 강을 걸어서 건널 수 있는 낮은 콘크리트다리가 놓였다. 이 다리를 건너면 비로소 절벽에 매달린 잔도로 갈 수 있게 된다.■밀양강 잔도다리를 건너 맞은편 용두산 산자락을 따라 돌아서면 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린 수변산책로, 즉 잔도가 나타난다. 지난 7월에 개통한 곳이니 그야말로 ‘신상’이다. 경치가 아름답고 시원한 데다 사진 찍기에도 좋아 많은 사람이 찾는 인기 명소로 자리를 잡은 장소다.잔도는 구간에 따라 용두산 10~20m 절벽에 매달렸다. 절벽 아래로는 까마득한 밀양강이 흐른다. 이곳에는 용두보, 밀양 사람들은 용두목이라고 부르는 시설물이 있는데 옛날부터 여름철 물놀이장으로 인기가 높던 곳이다. 이곳의 물 흐름을 잘 모르는 객지 청년들이 해마다 한두 명씩 익사하는 사고가 일어나 지역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용두목에는 물놀이 가지 말라’고 당부하곤 했다.용두산 잔도 풍경은 듣던 대로 굉장했다. 푸른 숲으로 뒤덮인 용두산, 산 정상 부분에 자리 잡은 호젓한 절, 아래로는 절벽과 유유히 흐르는 강 그리고 절과 강 사이 절벽을 따라 이어진 아찔한 잔도.개장 반년도 안 돼 SNS 핫플로 인기를 얻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잔도가 조금 짧아서 5분이면 끝난다는 점이다. 그래도 경치가 워낙 좋다 보니 짧다는 아쉬움을 덮고도 남을 만큼 찾을 가치는 충분하다.잔도를 한 번만 걷고 끝내기는 아쉬워 두세 번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한다. 잔도는 삼문공원 쪽에서 올라가는 것보다는 반대편, 즉 용궁사 쪽에서 내려오는 게 더 아름답다. 사진도 용궁사에서 삼문공원 방면으로 내려가면서 찍는 게 더 잘 나오고 풍경이 좋은 장소도 많다.잔도가 끝나는 부분에서 여정을 끝내지 않고 나지막한 산길을 더 걸어가기로 한다. 깔끔하게 잘 정리된 산책로여서 걷기에 어려움은 전혀 없다. 흙길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구불구불한 데크길이 나타난다. 길을 걷다 뒤를 돌아보니 숲 사이로 멀리 밀양시 왼쪽 부분인 가곡동과 전사포리 전경이 나타난다.데크길의 마지막은 해발 129m 용두산 꼭대기에 설치된 달팽이전망대다. 꽈배기처럼 꼬인 모양으로 올라가는 전망대 모양이 달팽이 같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번 산책길에서 눈을 가장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장소가 여기여서 용두산을 찾는 사람은 꼭 이 전망대에 오른다.소문대로 달팽이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기가 막힌다. 밀양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나왔지만 이렇게 훌륭한 전망을 가진 곳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달팽이전망대에서는 용두산 잔도와 밀양강, 그 너머 용평2교 다리와 경부선 철로 그리고 그 너머 밀양 시내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정말 아름답고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하고 황홀한 전망이고 경치가 아닐 수 없다. 이곳에 온 사람들이 왜 하나같이 극찬을 쏟아내는지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다. 마침 공기가 맑아 먼 곳까지 아주 깨끗하고 선명하게 잘 보이니 풍경은 더 훌륭하게 느껴진다.■금시당 은행나무달팽이전망대에서 돌아가는 대부분 산책객과 이별하고 다시 산성산 일자봉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오른다. 일정 목표는 등산이 아니라 트레킹이어서 목적지는 물론 일자봉이 아니다.산길이라고 해도 사실상 평지나 다름없는 산책로여서 걷는 데에는 큰 어려움은 없다. 분위기는 차분하고 공기는 맑은 길이어서 혼자서 또는 서너 명이 조용히 걷는 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곳이 나온다. 그곳에서 왼쪽 길을 따라 간다. 조금 더 걸으면 정자가 나오고 다시 두 갈래길이 나타난다. 이번에도 ‘금시당’이라는 안내판이 붙은 왼쪽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고른다.다소 험한 내리막길을 10분 정도 따라 가다 보니 역사가 깊은 고택이 나타난다. 16세기 사화를 겪고 권력과 정치에 환멸을 느낀 이광진이 관직을 내던지고 귀향해 만들어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별서인 금시당·백곡제다.줄여서 단순히 금시당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특히 11월 늦가을에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유명한 곳이다.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집을 지을 때 함께 심었다는 수령 500년의 울창한 은행나무다. 가을이 되면 수만 장이나 되는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변해 온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기 때문이다.아쉽게도 아직 은행나무 잎은 노랗게 물들지 않았다. 여전히 한여름인 듯 파랗기만 하다. 환상적인 풍경이 연출되려면 다음 달 중순 이후까지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5km 산책 코스를 사진까지 찍으면서 걷다 보니 2시간이나 걸렸다. 금시당 앞 벤치에서 잠시 앉아 간단한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이광진이 이곳에 별서를 만든 이유는 강이다. 바로 앞으로 밀양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그 너머로는 너른 평야여서 경치가 좋기 때문이다. 벤치에 앉아 천천히 흐르는 밀양강을 내려다보니 이광진이 왜 여기를 택했는지 금세 수긍이 된다.이제는 돌아갈 차례다. 귀환 코스는 아까와는 달리 산성산 산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옛 산책로 ‘아리랑길’이다. 올 때 길은 넓고 편했지만 가는 길은 좁고 다소 불편하다. 두 명이 동시에 걷기는 어렵고, 반대편에서 한 명이 오면 비켜줘야 한다. 하지만 윗길보다 더 조용하고 호젓해서 진짜 오솔길을 걷는 느낌을 느끼기에는 더 낫다.돌아가는 길은 올 때 길보다 조금 짧다. 사진을 찍을 만한 감동적인 포토존도 없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할 이유도 없다. 그나마 인상적인 곳은 ‘무암(巫岩)’으로 불리는 ‘구단방우’다. 용두산에 신의 기운이 넘쳐 흐른다고 생각한 과거 무당들이 굿을 하며 치성을 드린 곳이다. 구단방우는 ‘굿을 한 바위’라는 표현이 사투리 발음 그대로 적힌 이름인 모양이다.구단방우를 지나면 이번에는 용두보가 나타난다. 객지에서 물놀이하러 왔다 목숨을 잃은 많은 젊은이가 수장된 곳이다. 옛날 사람들은 물 아래에 귀신이나 신령이 있어 낯선 이들의 다리를 잡아끌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억울하게 죽은 귀신이 많은 곳이니 무서우면서 신령한 곳으로 여겨졌을수도 있다.용두보를 지나면 다시 잔도가 나타난다. 산자락을 감싸 도는 길을 따라 걸어 삼문동공설운동장으로 향한다. 고향이지만 처음 걷는 길이다 보니 낯설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래도 고향이니만큼 마음은 푸근했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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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판매·치유… <br />비상 꿈꾸는 장애인 예술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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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판매·치유…
    비상 꿈꾸는 장애인 예술 사업

    경남 양산 동면에 자리 잡은 느티나무의사랑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나의 공간이 가진 이야기만으로도 한 페이지를 채울 만큼 많은데, 큰 덩어리로 나누어도 8개이다. 장애인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 ‘아틀리에 올모’라고 불리는 갤러리, 장애인 작가 대상 공모전과 작품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술 기획사, 장애인 작가 굿즈를 판매하는 아트숍, 전국구로 통하는 제조 공장, 원예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장, 신선한 재료로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 통창으로 자연과 대화하는 카페, 브런치 맛집으로 통하는 레스토랑까지 모두 느티나무의사랑 안에서 함께하는 곳이다.■30년 제조 공장의 도전과 비상느타나무의사랑 시작은 제조 공장이다. 양산 동면에 있는 공장에선 전국에 납품되는 기념품을 제작한다. 에코백, 장바구니, 담요, 여행용 세트, 머그컵, 돗자리, 파일집, 텀블러, 앞치마 등 수백 종에 이른다. 회사 제작 상품을 소개하는 인터넷 페이지가 계속 넘어갈 정도이다.명문대 공대를 졸업한 정선희 대표는 20대에 우연히 제조업과 인연이 닿았고, 30여 년 업계 톱 클래스로 자리 잡았다.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로 승부했다. 공장을 운영하다 보니 장애인 고용 장려금과 분담금 등을 알게 되었다. 처음엔 상품 포장 분야에 장애인을 고용했는데 집중력도 높고, 알려준 방식 그대로 일하는 것이 좋았다. 장애인 고용을 늘리며 장애인 표준 사업장이라는 인증이 따라왔다.장애인이 일하기 좋다고 소문나며 장애인 부모들이 찾아와 아이의 재능을 활용할 방법을 물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장애인 작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기념품에 장애인 작가의 그림을 활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장애인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작업장이지만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로 꾸몄고, 매월 한 개 이상의 작품을 제출하면 월급을 줬다. 미술 재료도 제공했고, 작가들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작업장에 상주하는 작가 선생님도 고용했다.현재 정 대표는 부산 해운대구를 시작으로 경기도 일산, 부천, 하남, 용인시와 인천까지 6곳의 장애인 창작 공간을 운영 중이며, 280명의 작가가 등록돼 있다. 주요 증권사와 은행, 대한항공, 현대스틸, YBM, 금호석유화학, 한화, 세방 등 30여 곳의 기업들이 창작 공간 협력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장애인 창작 공간을 지원하면. 장애인 분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아쉬운 건 부울경에선 리노공업 한 회사만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 주요 기업들을 찾아갔지만, 정 대표는 퇴짜를 맞았다.현재도 서울 수도권 주요 기업들이 파트너 협력사로 참여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창작 공간별로 매칭하는 회사 횟수가 정해져 있고, 새 공간을 만들어야 대기하는 회사와 연결이 된다. 해운대 지점이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이후 줄줄이 수도권에 생기고 있다. 서울, 수도권 기업들만 협력 사업체로 신청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부울경 지역에 새로운 장애인 창작 공간을 만들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이유이다.■ ‘원 소스 멀티 유즈’ 올모의 활약장애인 창작 공간을 비롯해 예술 관련 활동은 느티나무의사랑 소속 올모(OLMO)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올모는 스페인어로 느티나무라는 뜻이며 동시에 네 가지 단어인 ‘OPEN’(열린 마음,열린 공간), ‘LEAP’(지속 가능한 사회적 주체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 ‘MASTER’(예술적 재능 키움), ‘OVERCOME’(한계 극복)의 줄임말이기도 하다.창작 공간 이름도 올모이며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는 아틀리에 올모이다. 전국 장애인 대상 작품 공모전도 올모이며, 등록 작가의 작품으로 기업체 공간을 꾸며주거나 작품 대여, 구독 서비스도 예술기획 올모가 진행한다.정 대표의 본업인 제조 공장은 등록 작가들의 작품을 아트 상품, 생활용품으로 변신시킨다. 느티나무의사랑에 소속된 전문 디자이너들이 작가의 작품을 어떻게 활용할지 정한다.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쳐 나온 아트 상품과 생활용품은 올모 굿즈숍에서 판매된다. 디자인도 예쁘고 마감과 기능까지 뛰어난 상품들이 3000원에서 시작해 대부분 만 원 이하이다.작가들이 매월 제출하는 작품은 기업체 공간 꾸미기, 작품 대여, 개인 맞춤형 구독 서비스로 활용된다. 기업들은 올모의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도 장애인 의무 고용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느티나무의사랑에 있는 아틀리에 올모는 상시로 작가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원예 치유· 착한 먹거리도 만나요느티나무의사랑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양산 라벤더 농장, SNS 촬영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5월이면 라벤더가 산 전체와 농장을 보랏빛으로 물들인다. 라벤더를 비롯해 수국, 소나무, 관상용 나무까지 느티나무의사랑은 산책하며 힐링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조부모와 부모는 벤치에서 자연과 아이를 바라보는 장면이 많다.사시사철 햇살이 들고 능선을 따라 바람이 내려오는 이곳은 농장을 운영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정 대표는 몇 년 전 원예 치유 공부를 시작했고 올해 본격적으로 원예 치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고 농장에서 명상, 요가를 하거나 원예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맞춤형 프로그램부터 단체 프로그램까지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참여할 수 있다.원예 치유 프로그램과 체험 프로그램은 어린이, 청소년 체험 학습으로도 인기가 많다. 보통 화분 꾸미기 혹은 식물 심기로 끝나는 원예 체험이 아니라 자연의 숨소리를 느끼고 자연이 주는 힐링을 경험하게 하는 느타나무의사랑 프로그램은 연령대 관계없이 호응이 아주 좋다.건강한 자연 재료로 매일 만드는 빵을 선보이는 베이커리,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차와 음료가 있는 카페, 색다른 브런치로 인기 많은 레스토랑도 느티나무의사랑에서 즐기는 힐링 공간이다.사실 장애인 창작 공간, 굿즈 판매, 작품 대여와 공모전, 베이커리와 카페 운영으로 수익을 내는 것 여전히 어렵다. 정 대표는 “제조 공장으로 벌어서 느티나무의사랑에 퍼주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행복하고 그걸 보는 나 또한 행복하므로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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