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해변 파크골프장
“공 치는 재미가 환상적”
파크골프 인기가 해마다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 파크골프 동호인을 유치하기 위해 동남아에도 파크골프장이 속속 생겨나는 상황이다. 이달 초에는 베트남 냐짱(나트랑)의 셀렉텀 노아 리조트에 베트남 최초의 파크골프장이 개장했다. 그곳은 어떤 시설을 갖추고 한국 파크골프 동호인을 기다리는지 미리 다녀왔다.■아름다운 파크골프장딱! 철썩! 끼룩끼룩!티샷으로 날아간 공의 경쾌한 타격음에 이어지는 파도 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 한마디로 세상에 둘도 없는 환상적인 코스다. 첫 스윙을 시도한 파크골프 동호인들의 입에서는 동시에 탄성이 튀어나온다.“야, 정말 멋지군!”셀렉텀 노아 리조트의 파크골프장은 총 18개 홀 규모다. 그렇게 크지 않아 많은 인원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따라올 수 없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셀렉텀 코스는 과거 일반 골프 미니 경기장에 조성돼 공을 치는 재미가 남다르고, 노아 비치 코스는 해변에 자리를 잡아 사람을 홀리는 풍경을 자랑한다.리조트 본관 앞에 마련된 셀렉텀 코스 9개 홀부터 돌아본다. 첫 홀은 리조트를 정면으로 마주보는 곳에서 시작한다. 벙커가 설치되고 코스가 구불구불한 데다 ‘ㄱ’처럼 꺾어진 홀뿐 아니라 티샷 지점과 홀컵 지점의 표고 차가 심한 홀도 있어 쉽게 공략할 수 없다.셀렉텀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홀인원 부상’이 마련된 7번, 8번 홀이다. 7번 홀에는 고급형 풀 빌라 업그레이드 특전이, 8번 홀에는 에어부산 냐짱 왕복 항공권 1장이 부상으로 걸렸다. 거리가 20m 안팎이어서 홀인원에 도전해볼 만한 곳이다.이번에는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코코넛 가든 앞에 마련된 노아 비치 코스에 도전한다. 1~6번 홀은 매우 단순한 형태로 이뤄졌고, 7~8번 홀은 꽤 아기자기하게 설치됐다. 노아 비치 코스의 최고 장점은 코코넛나무 숲에서 시원한 바다 풍경을 즐기면서 공을 친다는 점이다.코스를 돌다가 적당한 지점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거나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ㄱ’자 형태의 2번 홀에서는 백사장 위로 공을 치는 이색 경험을 할 수 있다. 해변을 배경으로 또는 해변을 바라보며 퍼팅까지 하는 환상적인 구간이다. 가장 시원한 사진이 나오는 코스는 7~9번 홀인데, 공을 치는 사람의 입에서 “정말 대단해”라는 탄성이 저절로 튀어나올 만한 곳이다.노아 비치 코스에서 파크골프를 즐긴 뒤 1~6번 홀과 7~9번 홀 사이에 설치된 테이블과 의자에 자리를 잡는다. 바로 앞에 미니바가 있는데 음료수, 주류, 간식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은 숙박비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모두 무료다. 바뿐만 아니라 셀렉텀 노아 리조트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제공한다.냐짱 파크골프 전담 여행사인 와이투어앤골프의 김대곤 대표는 “셀렉텀 노아 리조트 파크골프장 코스는 짧지만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깊은 인상을 얻을 수 있다. 휴가와 파크골프 체험을 겸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고 말했다.■편안한 호캉스파크골프를 즐긴 뒤 골프채를 숙소에 가져다놓고 간단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온다. 본관 앞은 물론 코코넛 가든 인근에도 풀장이 마련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두 풀장에는 가족 이용객이 넘쳐난다. 특히 코코넛 가든 옆의 풀장은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치여서 물속에 몸을 담그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멍 때리기에 최적의 장소다.풀장에서 물놀이를 만끽한 뒤에는 풀장 바로 앞의 레스토랑에 간다. 이곳에서도 음료수나 주류, 간단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맥주 한 잔을 들고 코코넛 가든으로 간다. 몸을 누일 수 있는 해먹도 있고, 바퀴 모양의 간이침대도 있다. 간이침대에 누워 맥주로 목을 축이고 눈을 감는다. 코코넛 나무 잎에 가려 햇살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바닷가라서 바람도 꽤 많이 불어 정말 시원하다. 이대로라면 금세 잠이 들지도 모를 일이다.백사장에서 갑자기 함성이 터져 나온다. 비치사커 경기가 벌어진다. 리조트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편을 갈라 축구를 한다. 옆에서는 숙박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비치발리볼을 즐긴다.리조트 안에만 머무는 게 지루하다면 당일치기 투어에 나서면 된다. 리조트에서 40분 거리인 냐짱 시내에는 8~13세기에 지어진 고대 참파 왕국의 유적지인 힌두교 사원인 포나가르 첨탑이 있다. 또 1866년에 건설된 용선사도 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냐짱 여행객의 필수코스라는 롯데마트에 들러 망고 관련 먹거리를 선물로 살 수도 있다.냐짱(베트남)=남태우 기자 leo@busan.com
노안과 백내장은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백내장은 수정체 혼탁으로 눈이 침침해지거나 뿌옇게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60세가 넘으면 발병하는데 비슷한 증상과 단계라도 개인마다 불편을 호소하는 차이가 아주 크다. 그래서 언제부터 약물치료를 해야 하는지, 수술을 해야 하는지, 미뤄도 되는지 막연할 때가 많다. 누네빛안과 박효순 원장은 백내장 수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진단장비를 활용한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20여 년간 3만 건 이상의 백내장 수술을 집도했다. 그동안 안내염 발생은 2건에 불과했다. 현재 알티렌즈 인스트럭터 닥터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촬영과 인터뷰는 사계절 워터파크와 테마 스파를 갖추고 있는 해운대 ‘클럽디 오아시스’에서 진행했다. 클럽디 오아시스는 제8호 국민보양온천 승인을 받았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 우수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하기도 했다.-백내장의 주요 증상은.“흔한 증상은 가까운 곳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때 뿌옇게 흐려 보이는 것이다. 눈이 침침해지고 색상 구분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물체가 2개 이상으로 겹쳐 보이고 눈부심과 안경 도수를 자주 변경하는 것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치료는 약물 요법과 수술이 있는데 궁극적인 치료는 수술이다.”-약물 치료는 언제하나.“수정체 혼탁이 중심이 아닌 주변에만 있는 초기 단계에 시행한다. 안경을 쓴 교정시력이 0.9 이상 나오고 나안시력은 0.7 이상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는 경우가 약물 치료 대상이다. 백내장을 없앨 수는 없고 진행 속도를 늦출 뿐이다.”-증상이 비슷해도 환자에 따라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수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나.“시력이 좋아도 눈이 침침하다며 불편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백내장을 진단하고 수술 여부를 판단하는 데 특화된 검사 기계가 있다. 오카스(OQAS)라는 장비인데, 백내장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증상을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낼 수 있다. OSI(빛이 산란되는 정도) 지수가 1 또는 2 정도는 견딜 만한 불편함이고 3.5를 넘으면 굉장히 불편한 정도다. 수치로 객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백내장 진단에 유용한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백내장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는 언제인가.“급성으로 오는 폐쇄 우각형 녹내장이 합병되어 있거나, 3단계 이상 중심 혼탁이 있을 때, 혼탁된 수정체를 지지하는 모양소대가 약해 수정체가 이탈할 염려가 있을 때는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이 크다고 느낄 때는 의사와 상의해서 정하면 된다. 이런 경우가 아니면 굳이 수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백내장의 진행 정도에 따라서 수술의 난이도가 달라지나.“방 청소를 할 때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3단계 이상으로 심하게 진행된 백내장은 처치해야 할 곳도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모든 수술이 그렇지만 정확하게 빠른 시간 내에 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백내장의 경우도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면 3단계 이전에 하는 것을 권한다.”-백내장과 노안은 같은 질환인가.“다른 질환이다. 많은 안과 클리닉에서 ‘노안 백내장 수술’이라는 문구를 쓰다 보니 환자들이 헷갈려한다.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가까운 곳이 잘 안 보이는 수정체 자동 초점 기능 장애이고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여러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노안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백내장이 온 것은 아니다. 노안 증상이 있어도 수정체 혼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백내장이 있으면 거의 다 노안 증상이 나타난다고 보면 된다.”-백내장으로 다초점 렌즈를 삽입한 후에 초점이 안 맞거나 눈부심이 심하다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부작용이라고 해야 하나.“부작용이라기 보다는 한계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다. 현재도 20가지 이상의 다초점 렌즈가 나와 있는데 계속 더 나은 렌즈가 나올 것이다. 렌즈마다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금도 그것을 보완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환자들의 어려움은 있을 것이다. 환자의 요구와 특성에 맞게 렌즈를 최적화하고 조합을 잘 하면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해결 가능한 문제라는 뜻인가.“제가 수술 했던 환자들은 90% 이상은 만족하는데 10% 정도는 초점이 잘 안 잡힌다, 밤에 눈부심이 심하다는 불편을 호소한다. 하지만 이런 불편도 시간이 흐르면 적응을 하면서 상당 부분 해결된다. 물론 수술 전과 비교해 분명히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기술이 진화하면서 이런 불편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가끔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에 인공 수정체가 탈구되는 경우가 있는데 왜 그런가.“수술이 잘 되었더라도 10~20년 지나면 인공 수정체가 탈구되는 경우가 드물게 일어난다. 외상에 의해 수정체가 눈의 중심에서 이탈하기도 한다. 인공 수정체가 탈구되면 새로운 인공 수정체를 공막(흰자)에 실로 고정시키는 공막 고정술을 시행하는데 우리 클리닉에선 홍채 후면 고정 렌즈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수술 시간이 짧고 안 내 출혈도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널빤지 타입의 다초점 인공 수정체는 탈구가 되더라도 렌즈를 제거하지 않고 눈 속에서 복원 수술을 할 수도 있다.”-마지막으로 백내장 예방법에 대해 조언한다면.“즐겁게 사시고, 자외선 노출 지역에서는 선글라스를 끼는 것이 현명하다. 감염 예방을 위해 눈을 비비지 말아야 하며 오후 9시 이후로는 휴대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눈 건강을 위해 시금치, 브로콜리, 케일 등 폴리페놀이 풍부한 채소 섭취를 권장한다.”
낮보다 뜨거운 밤,
전포에서 발견한 나만 알고 싶은
백골뱅이 맛집
오랜 기간 코로나19 팬데믹을 견디며 술자리 문화도 변했다. "부어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라는 응원가를 외치며 음주를 권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좋아하는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것이 요즘의 분위기다. 그렇다 보니 술 한 잔도 맛있게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술을 맛있게 먹으려면 술도 술이지만 곁들일 안주의 퀄리티가 가장 중요하다. 고단백 저지방 식품인 골뱅이는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으로 오래전부터 술꾼들이 사랑해 온 안주다. 전 세계 생산량의 9할을 우리가 소비한다고 하니 말 다 했다.우리가 흔히 통조림으로 접하는 골뱅이는 큰구슬우렁이다. 서해와 남해안에 주로 서식하지만 수요를 맞추지 못해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칠레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통조림 특유의 맛이 있어 골뱅이를 꺼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에 위치한 '다섯시반'(대표 우성훈·차민부)은 백골뱅이로 만든 안주를 내놓는 요리 주점이다. 이곳은 경북 울진에서 이틀에 한 번 경매에 참여해 직접 물건을 떼온다. 물건이 없다면 강원도 태백에서 공수한다. 물건이 신선하니 골뱅이가 부담스러운 사람도, 입문하고 싶은 사람도 여기만 한 곳이 없다. 골뱅이는 동해가 주 생산지로 그중에서도 울진이 최상급이라고 한다. 차민부 대표는 "좋은 골뱅이를 판단하는 방법은 내장"이라며 "삶았을 때 내장이 살에 붙어 나오면 신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곳은 경북 울진과 강원도 태백에서 공수한 자연산 백골뱅이로 만든 탕과 숙회, 무침이 시그니처 메뉴다. 백골뱅이탕은 전골냄비에 맑은 국물과 어묵, 무, 고추, 미나리 등 각종 야채를 넣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백골뱅이는 주방에서 삶은 후 냄비에 담겨 나오기 때문에 바로 먹을 수 있다. 먹는 방법도 간단하다. 포크로 백골뱅이를 찍어 눌러 껍질 모양을 따라 나선형으로 돌돌돌돌 돌리면 된다. 마침내 뽀얀 자태를 드러낸 백골뱅이. 성인 여자 주먹 크기에 입이 떡 벌어진다. 백골뱅이를 초장에 찍어 입에 넣자 쫄깃하면서도 야들야들한 식감에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한참을 먹었을까. 국물만 남았다. 이대로는 아쉬워 칼국수 사리를 추가했다. 백골뱅이를 우려낸 시원한 국물과 탱글탱글한 면의 조합은 배가 불러도 참을 수 없는 맛이다.벡골뱅이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숙회를 추천한다. 둥그런 접시를 따라 플레이팅 된 백골뱅이와 초록색 미나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숙회는 주방에서 미리 손질해서 주니 껍질 까기가 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메뉴다. 잘 삶긴 백골뱅이를 마늘·참기름 소스에 찍어 먹으면 탕에서 먹었던 백골뱅이와는 또 다른 맛이다. 내장을 먹기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미김도 함께 제공한다. 내장을 조미김에 올려 미나리와 함께 초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하니 별미다.백골뱅이뿐만 아니라 다른 메뉴도 먹음직스럽다. 그중에서도 육회와 새우부추전이 인기다. 육회는 잘게 깍둑 썬 배를 깐 다음 육회를 올리고 쪽파와 계란 노른자로 장식했다. 동그란 모양이 케이크를 연상케한다. 3월이 생일은 아니지만 재미 삼아 후~ 불어보기도 한다. 육회는 국내산 홍두깨살을 사용해 부드럽고 경북 청도식 양념으로 무쳐내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달짝지근해 호불호가 없다. 또 다른 메뉴인 새우부추전은 작은 크기로 부쳐내 먹기가 좋다. 부추천을 한입 베어 물자 오동통한 새우가 입안에서 팡 터진다.사이드 메뉴도 눈여겨 보자. 그중 된장 술밥은 다섯시반을 방문했다면 꼭 먹어야 할 메뉴다. 차 대표는 "백골뱅이와 된장 술밥을 함께 시키는 분들이 많다"며 "사이드 메뉴에 있지만 술이 술술 들어가는 저희 가게의 히든 메뉴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뚝배기에 밥을 담아 차돌박이 된장과 함께 끓여낸 메뉴로, 매콤 칼칼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모름지기 탄수화물이 들어가줘야 잘 먹었다~는 느낌이 든다.맛있는 안주에 술을 빼놓을 순 없다. 맥주, 소주도 잘 어울리지만 가볍게 한 잔만 걸치고 싶다면 역시 하이볼이다. 아이엠더문, 막시모, 혼 하이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음료수 같은 느낌을 원한다면 자몽을 베이스로 한 아이엠더문, 좀 더 진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막시모나 혼을 추천한다.전포에 위치한 다섯시반은 오래된 건물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힙하게 공간을 조성했다. MZ부터 나이 있는 어른들까지 찾기 좋다. '노을이 지는 시간 다섯시 반'이라는 콘셉트를 구축해 벽면에는 다섯시 반을 의미하는 시계 그림을, 정면으로 보이는 외벽에는 노을이 지는 간판을 달았다. 심지어 오픈 시간도 다섯시 반이다. 다섯시 반에 진심인 이곳, 내부도 달 모양 조명으로 꾸몄다. 매장에는 바 테이블, 작은 테이블 여럿과 큰 테이블이 있어 혼술족도 소규모 모임도 가능하다. 특히 루프탑은 최대 40명까지 수용할 수 있어 야유회나 단체 모임으로도 좋다. 양도 푸짐해 2차보다는 1차로 방문하기를 권한다.
신윤복 ‘미인도’ 보려고
한 달 반 만에 10만 명 몰렸다
가을을 맞아 대구에 뜨거운 관심을 끄는 명소가 생겼다. ‘지역을 넘어 미래로 이어가는 문화보국 정신’이라는 슬로건 아래 9월 3일 개관한 대구간송미술관이다. 바로 옆에는 2011년 문을 연 대구미술관도 있다. 지난 18일 찾아간 두 미술관 주변은 온통 가을 단풍 천지였다. 미술관 관람을 갔다 뜻하지 않게 단풍놀이까지 즐기게 됐다.■대구간송미술관대구간송미술관은 2015년 7월 대구시청과 간송미술관이 분관 설치 협약을 맺은 지 9년 만에 문을 열었다. ‘여세동보’라는 주제로 국보·보물 40여 점 등을 소개하는 개관 기념 기획전이 진행되는데, 한 달 반 만에 관람객 10만 명을 넘을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대구간송미술관에서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산수, 인물, 풍속 등 다양한 회화와 책 등을 소개하는 제1전시실이다.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어서인지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발 디딜 틈도 없다. 정선, 심사정의 산수화와 신윤복, 김득신의 풍속화 등을 관람하려고 전시실 내에는 곳곳에 긴 줄이 늘어섰다.학교에 다닐 때 미술책 등에서만 보던 국보 회화 작품을 직접 관람하게 된 사람들의 입에서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일부에서는 내부 공간이 너무 깜깜하다며 불평을 터뜨리지만, 주변을 어둡게 조성함으로써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대구간송미술관의 하이라이트는 신윤복의 ‘미인도’만 배치한 제2전시실이다. 별도의 공간에 ‘미인도’ 하나만 가져다 놓고 소수 인원만 제한적으로 순서대로 들어가 볼 수 있게 했다. 모두 ‘미인도’만 보려고 미술관에 온 듯 입구에는 긴 줄이 늘어서 들어갈 순서를 기다린다. 오랜 기다림 끝에 관람한 ‘미인도’의 여자 주인공은 관심이 민망한 듯 부끄러운 미소를 짓는다.제3전시실의 주제는 ‘훈민정음 해례본: 소리로 지은 집’이다. 국보이면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훈민정음 해례본>이 전시된 곳이다. 혹시 복사본이 아니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시된 책은 놀랍게도 진본이다. 전시실 한쪽 공간에 한글을 주제로 만든 독특한 미디어 작품도 눈길을 끈다.대구간송미술관에서 ‘미인도’ 못지않게 인기를 끄는 곳은 고려청자와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모은 제4전시실이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등 여러 점의 국보 도자기가 전시돼 있다.미술관을 빠짐없이 둘러봤다면 마지막 코스는 정선, 김홍도, 신윤복 등의 작품을 영상으로 재구성해 초대형 화면에 비추는 제5전시실이다. 편안한 안락의자나 전시실 바닥에 앉아 환상적으로 흘러가는 영상에 빠져든 관람객들의 표정에서는 재미있다는 느낌이 넘쳐난다.■대구미술관대구미술관은 대구간송미술관 지척에 있다.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에는 빨갛게 물든 대덕산 언저리의 단풍을 즐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두운 실내에서 작품을 감상하느라 지친 눈을 풀어 주고 곳곳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맑은 공기를 쐬는 것도 좋다.대구미술관 1층에서는 내년 2월 23일까지 우리나라와 이집트의 전설, 신화를 소재로 삼은 이집트 영상 작가 와일 샤키 특별전이 진행된다.‘러브 스토리’는 우리나라 구전 설화와 전래 동화를 판소리로 재해석한 작품이지만 관람객에게는 매우 낯설고 독특하게 다가온다. 어린이들이 어른으로 분장해 출연한 ‘알 아라바 알 마드푸나 1’은 이집트 신화를 다룬 작품인데, 마치 드라마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나는 새로운 신전의 탐구’는 그리스신화와 이집트 종교의 연관성을 탐구한 작품이다.각 작품 앞에는 벤치가 있어 편하게 앉아서 관람할 수 있다. 먼 이집트의 신화, 전설이 낯선 관람객에게는 지겨울 수도 있지만, 이색적인 문화와 주제를 경험한다는 점에서 1시간 정도 관람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대구미술관 3층에는 ‘몰입’이라는 주제의 디지털 가상 공간이 있다. 대구의 지역성과 역사성을 상징하는 지역 작가 15명의 작품을 10~20분짜리 미디어 영상 6개로 제작해 요일마다 달리 상영하는 체험시설이다.지난 18일 상영된 작품의 주인공은 서양화가 서동진과 목판화가 김우조였다. 5~6평쯤 되는 작은 체험 공간은 환상적으로 연출된 두 화가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때로는 입체감을, 또 때로는 바람에 그림이 날리는 듯한 착각을 주면서 20분이라는 시간을 순식간에 지워 버렸다.
20분 영상 송출 사고…
‘부산발레시즌’ 아쉬운 첫걸음
누구보다 ‘전문 직업 발레단’ 창단을 기대하던 부산 발레인들의 안타까움이 컸다. 일반 시민 눈높이엔 맞았을지 모르겠지만, 무용을 전공한 전문가들 눈에는 한참 못 미쳤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였다.부산시가 주최하고, 클래식부산과 영화의전당이 공동 제작으로 지난 15~17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선보인 ‘2024 부산발레시즌’(예술감독 김주원) 개막 공연에 대한 평가는 아쉬움이 넘쳐났다. 이는 만들어지지도 않은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 창단으로 오해하게끔 시나 예술감독이 기대감을 키운 면도 없지 않았다.시는 정식 발레단 창단이 아닌, 18명의 시즌 단원과 프로젝트 단원 10명으로 꾸린 ‘부산발레시즌’을 처음 시도했다. 더욱이 3일간 총 4회의 공연을 진행하면서 개막 첫날인 15일엔 영상 송출 사고까지 겹쳐 창작 발레 ‘샤이닝 웨이브’ 45분 러닝타임 중 20여 분을 영상 없이 진행했다. 영상 사고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영화의전당 리허설 과정에도 불안불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연 당일 무대 배경막으로 사용한 다리막이 부족해 시장으로 구하러 다녔다는 후문에다 1막 음악 MR 반주에 이어 2막 음악은 체임버 오케스트라로 하겠다는 애초 안내와 달리 MR과 오케스트라 연주가 뒤섞이면서 “이럴 거면 라이브 연주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오케스트라 단원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작품은 2부로 나눠서 1부는 클래식 발레 ‘파키타 그랑 파 클래식’(‘파키타’ 중 결혼식 장면, 일부 안무 윤전일)과 2부는 창작 발레인 ‘샤이닝 웨이브’(안무 이정윤·박소연)로 구성했다. 첫 발레시즌인 만큼 클래식 발레와 창작 발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예술감독의 포부였다. 하지만 무용수들의 기량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프리랜서 발레 무용수 중에서 선발한 시즌 단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주역과 군무진 등 프로젝트 단원 명목으로 10명의 추가 인원이 투입됐지만, 역부족이었다.부산경남발레협회 소속 A 발레인은 “강렬함의 상징과도 같은 ‘파키타’를 우아한, 부드러운, 유연한 ‘파키타’로 재구성한 것과 한국 한지와 먹을 상징하는 듯한 발레 의상, 아름다운 꿈속을 연상케 하는 무대 장치, 몽환적 조명 등은 기존의 ‘파키타’를 넘어선 의미 있는 행보였다”면서도 “오디션을 통해 채용된 단원이 아닌, 프로젝트 단원과 중등생의 출연은 공연을 보는 내내 시즌제 발레단의 정체성과 취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의구심을 갖게 했다”고 밝혔다.부산의 중견 발레인 B 씨는 “당초 세계적인 발레리나의 부산 입성을 참으로 자랑스럽게 반겼고, 지역 부산 예술계에 긴장과 충격을, 발레계의 수호자가 되어주길 바랐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나 이후로는 기획 부재와 인식 부족, 협업 성과의 의문, 무용수들의 해석과 표현의 부족, 관객 소통과 감동의 부재 등 질타가 이어졌다. 이 발레인은 또 “이번 작품은 재료와 도구, 장소는 마련해 놓고 어떤 메뉴로 누구와 멋진 요리를 만들어 함께 맛나게 먹을까가 아쉬웠다. 테이블 보와 접시(의상)는 좋았다”고 비유적으로 전했다.발레 전공자는 아니지만 중견 무용가 C 씨는 “부산에서 얼마나 어렵게 마련한 시스템인데 정말 너무한다 싶어서 화가 났다”면서 “두 달 연습에, 5억여 원이란 예산이 들어간 공연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타 도시에서 부산 ‘발레단’ 창단 소식을 듣고 관광을 겸해서 일부러 부산을 찾았다는 40대 발레인 일행 4명은 “서울과 광주 발레단을 빼면 부산이 처음이어서 큰 기대를 했는데, 창단 공연 수준이 예고나 학원 발표회보다 못한 것 아닌가 싶어서 진짜 실망하고 돌아간다”로 혹평했다. 혹자는 단원 약력 하나 없는 프로그램도 지적했다.시즌제 발레단이라고 해도 시즌제 오케스트라 공연과는 너무나 달랐고, 준비 부족을 실감했다는 게 주최 측의 전언이다. 분명한 것은 예산도, 발레 무용수도, 전문 인력도 태부족인 부산 상황에서 서두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정식 발레단 구상이 확실해질 때까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중요할 듯싶다. 원로 발레인 D 씨가 들려준 “발레인들의 숙원이던 발레단 창단까진 안 되더라도 발레시즌 물꼬를 튼 것만으로도 만족하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지도자들이 욕심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아니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제대로 하든지…”라는 말이 귓전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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