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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한 장터 대신 머물고 경험하는 페어”…아트부산이 바꾼 관람의 방식

“빡빡한 장터 대신 머물고 경험하는 페어”…아트부산이 바꾼 관람의 방식

“역대 최고 수준으로 신선하고 흥미로웠다”(김대홍 작가), “동선이 시원해지고 전시형 공간 연출이 강화돼 관람이 한결 수월했다”(김찬용 도슨트)는 평가처럼, 올해 아트부산은 전시 완성도와 관람 경험에서 뚜렷한 변화를 보여줬다. “기획력이 돋보였고 ‘퓨처’ 섹션이 특히 인상적이었다”(박승호 박서보재단 이사장), “부스-인-부스 형식(‘라이트하우스’ 기획)으로 개인전처럼 구성할 수 있었다”(김성철 작가)는 반응도 이어졌다. 중견 작가의 저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신진 작가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시장 환경의 변화 역시 감지된다. “이제는 부스 구성에도 전략이 필요하다”(더페이지 갤러리), “즉각적 판매보다 기관의 관심과 장기적 성과가 중요하다”(비스킷 갤러리), “컬렉팅은 시간이 걸린다”(맥화랑)는 인식이 공유되며, 단기 투자 중심에서 작품 이해를 기반으로 한 신중한 컬렉팅으로의 이동이 확인됐다.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하이브 아트페어’가 같은 시기 개최되면서 긴장 속에 개막한 아트페어였지만, 15년 역사의 아트부산은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지난 21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24일까지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6’은 넓어진 동선과 여백 있는 부스 구성, 체류형 프로그램 강화로 지난해 같은 수준인 약 6만 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VIP 관람객은 전년 대비 약 33% 증가한 1580명을 기록했고, 얼리버드 티켓 매출도 37% 상승했다. 참여 갤러리 규모도 전년(17개국 109개 갤러리)과 유사한 18개국 107개로 집계됐다.이번 행사는 거래 중심을 넘어 ‘머무르며 경험하는 플랫폼형 아트페어’로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줬다. 솔로 부스 확대, 신작 중심 구성, 신진·중견 작가를 아우르는 기획, VIP 프로그램과 서비스 공간 확장이 전시장 전반에 반영됐다. 올해부터 총괄 기획을 맡은 정선주 디렉터의 연출 감각도 한몫했다. 비엔날레 등 동시대 전시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기존 판매 중심 아트페어 문법 대신 ‘전시형 페어’ 분위기를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정 디렉터는 “작품 감상과 도시 경험,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며 “단순 거래를 넘어 관람객이 오래 머물며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예술감독 이장욱도 “아트페어가 장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동시대 미술의 흐름과 작품성을 함께 보여주는 공간을 지향했다”고 밝혔다.관람객 조사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확인된다. 응답자의 82.1%가 행사에 만족했고, 93.2%가 재방문 의사를 밝혔다. 만족 요인은 작품 수준(49.9%), 감상의 즐거움(49.3%), 공간 구성(44.3%) 순이었다. 30·40세대 비중은 58.8%로 증가하며 젊은 컬렉터 유입이 두드러졌고, 50·60세대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방문 목적은 전시 관람(59.6%)과 작품 구매(30.8%)가 중심이었다.판매 측면에서는 완판 사례와 대형 작품 거래가 이어졌다. 에브리데이 몬데이(EM),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 백룸, 히피한남은 출품작을 전량 판매했고, 윤선 갤러리는 조셉초이의 신작 10점을 모두 판매했다. 특히 EM이 선보인 무나씨의 작품 200호, 150호 대작과 8m 규모 병풍 작업은 개막과 동시에 판매 문의가 이어지며 주목받았다.글래드스톤은 알렉스 카츠, 우고 론디노네, 아침 김조은, 아니카 이, 살보 등 주요 작가의 작품을 판매했고, 국제갤러리는 줄리안 오피 솔로 부스를 통해 VIP 프리뷰 당일 신작 5점을 판매했다. 디아 컨템포러리 연여인의 작품은 기관 전시 대여를 조건으로 판매돼 컬렉션 방식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부산 로컬 갤러리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갤러리 아리랑은 총 40점을 판매하며 최다 판매를 기록했고, 맥화랑 역시 김은주, 방정아, 강혜은, 박진성, 김현수의 작품을 고르게 판매했다. 청광문화재단은 판매 대신 특별전 형식으로 참여했지만, 이배 작품 등을 보기 위해 하루 1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리며 높은 관심을 끌었다.퓨처 섹션에서는 신진 작가와 갤러리가 실질적 성과를 냈다. 주요 동선에 배치된 전략이 효과를 보이며 판매로 이어졌고, 아와세 갤러리는 소 소우엔 작품 8점을 판매했다. ‘하나퓨처아트어워드’ 대상 수상자인 류지민의 작품 역시 전량 거래됐으며, 백룸은 가물치의 신작을 중심으로 완판을 기록했다. 이는 신진 작가를 시장의 주체로 끌어올린 사례로 읽힌다.전시성과 체류 경험을 강화한 구성도 주효했다. 솔로 부스와 특별 섹션 ‘커넥트’를 통해 밀도 높은 전시가 구현됐고, 시드니 기반의 갤러리 엘엔엘(Gallery LNL)은 커넥트 섹션에서 서용선의 대형 조각, 판화, 회화 등을 입체적으로 선보이며 호평받았다. 맥화랑 김은주의 21m 대형 드로잉 설치 역시 공간 경험 중심 전시로 주목받았다.‘컨버세이션스’ 프로그램은 전 세션이 거의 조기 마감되며 높은 관심을 입증했고, 부산 전역에서 진행된 스튜디오 방문과 컬렉션 투어도 매진을 기록했다. 이는 도시와 연계된 ‘플랫폼형 아트페어’로서의 방향성을 구체화한 사례다.올해 아트부산은 대만을 주빈국으로 선정하고 아트 타이베이와 협업을 진행하며 동아시아 미술 네트워크 확장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이리 아츠 황위밍 디렉터는 “아트부산은 중소 갤러리와 리드 갤러리 간 균형과 컬렉터의 높은 이해도가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으며, 해외 참가자들 역시 교류 중심 플랫폼으로서의 성격과 부산이라는 도시와 연결된 프로그램 구성에 박수를 보냈다.손영희 아트부산 이사장은 “다수의 작품이 로컬 컬렉터들에게 소장되며 지역 미술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아시아의 핵심 마켓으로서 위상을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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