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대한 감각·경험·상상… 치열하게 지우고 쓴 흔적 느껴"
23일 부산에서 해양수산부 개청식이 열리며 부산이 동북아 해양수도, 글로벌 해양 강국을 향한 첫발을 뗐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해수부 청사에서 6년 만에 국무회의를 열며 해양수도 부산에 적극 힘을 실었다. 부산일보와 해양진흥공사는 해수부 부산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해양의 가치와 인간의 삶을 예술적으로 조명하고, 바다를 향한 문학의 시선을 확장하기 위해 ‘해진공과 함께하는 부산일보 해양문학 공모전’을 열었다.기성 작가조차 정해진 소재나 주제 안에서 글을 쓴다는 것이 힘든 작업이기에 문단에선 처음 열리는 공모전에 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신춘문예를 비롯해 문인단체나 문예지의 공모전이 이미 문학 지망생에겐 행사 내용과 공모 시기가 알려져 있어 몇 달 전부터 준비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공모전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걱정이 많았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청소년 부문도 넣었고, 보통 소설만 공모하는 것과 다르게 일반부는 소설, 시·시조, 수필 등 다양한 장르를 준비했다는 점도 관심을 받았다.한 달여 공모 끝에 모두 292편의 작품이 도착했다. 일반부는 해양시와 시조가 151편 접수됐으며 해양 소설 75편, 해양 수필 42편이 심사에 올랐다. 일반부 심사는 구모룡 문학평론가 겸 한국해양대 명예교수, 유연희 작가, 이병순 작가가 참여했다.심사위원은 공통으로 “일반부의 투고작은 비교적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심사가 까다로울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치열하게 지우고 쓴 흔적이 보인다. 가까운 연안 바다에서 대양을 아울러 바다를 감각하고 경험하고 상상하는 다양한 경향이 있다”라고 밝혔다.구 교수는 시·시조 부문을 심사하며 “바다와 연관한 장소와 사물에 감정을 이입하거나 가족사의 기억을 소환하는 경향이 뚜렷하였고 더러 연안 어업과 원양의 경험을 서술하려는 시편도 보였다. 시적 표현에 서툰 경우도 있었으나 대체로 수준을 유지하였으며 시에 비하여 시조는 투고 편수가 적었다”라고 평가했다.소설 부문을 심사한 유 작가는 “투고된 소설이 보여준 해양 서사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었다. 기존의 원양어선 조업 과정의 문법이 있는가 하면 해양 판타지도 적지 않았다. 첨단 선박 기술을 매개한 모험 소설도 보였고 과학적 지식을 수반하여 내용을 풍부하게 한 작품도 있었다. 익숙한 항해의 서사보다 새로운 변화를 주목할 수 있어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중편과 단편을 모두 아울러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었다. 단편의 경우 잘 짜인 작품이 없지 않았으나 다수 우수한 중편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둘을 구분하여 공모하는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 형식과 내용에서 기존의 익숙한 항해 서사보다 새로운 내용으로 해양소설의 다양성을 견인하는 작품에 더 눈길이 갔다. 특히 결말이 밋밋하여 흠이 된 경우가 있었다”라고 말했다.구 교수는 일반부 수필 분야에 관해 “바다 여행을 통하여 부산 연안의 바다 풍경을 이야기하려는 작품이 많았고, 해양을 매개로 아픈 가족사를 진솔하게 서술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바다와 사물을 사유하고 이해하는 철학적 에세이도 더러 보였다. 대체로 수필을 통하여 해양을 경험하고 인식하는 구체적 과정을 잘 진술하고 있었다”라고 전했다.중등부와 고등부로 나눈 청소년부는 24편이 응모돼 전체 편수는 적었다. 사실 청소년 대상 글쓰기 대회가 폐지되거나 위축되는 건 전반적인 경향이다. 대학 진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기부에 외부 활동, 시상에 관한 내용을 쓰지 못하게 되며 글쓰기에 관한 관심이 급속히 식었다. 이번 공모전 청소년부 역시 입시에 모든 걸 맞춘 고등부보다 시간이 자유로운 중등부 작품이 오히려 수준이 더 높았다.청소년부 심사를 맡은 임성용 작가와 오선영 작가는 “바다와 해양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 탓인지 자기의 언어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응모자가 많았다. 다루는 소재 또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해양 오염과 자기 연민을 다루는 글이 주를 이루어서, 해양의 넓고 다양한 얼굴을 담는 글은 부족했다. 전개 면에서도 단조로운 고백의 형식을 넘어서지 못하고 일관성과 통일성이 부족한 작품들이 많아 아쉬움이 남았다”라고 평가했다.임 작가는 “기본적인 문장 구사력 부족, 띄어쓰기, 맞춤법에 대한 소양 부족, AI의 무비판적 사용, 인터넷 자료 표절에 대한 우려가 되는 작품도 보였다. 창작의 윤리성에 대한 인식 미흡은 지금의 청소년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라고 지적했다.오 작가는 “바다와 그 주변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웅숭깊은 시선을 담은 작품들이 있었다. 항만과 조선소 노동자의 삶을 살갑게 살피고, 바다가 주는 위로에서 생활의 방식을 통찰했다. 바다 환경에 대한 실태를 다변적 시각으로 살핀 점은 칭찬하고 싶다”라고 전했다.당선자들에겐 개별 통보를 했으며, 해양진흥공사와 부산일보는 첫 공모전에 작품을 접수한 응모자들에게 감사 선물을 전달하기로 했다. 청소년부 참가자 전원, 일반부 참가자 80명에게 문화상품권을 보내줄 예정이다.1회 해진공과 함께하는 부산일보 해양문학 공모전 시상식은 내년 1월 14일 오후 5시 부산일보 10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부산 최고(最古) 동인 ‘윤좌’와 ‘혁’을 아시나요
부산의 문학 동인 ‘윤좌’(輪座)와 미술 동인 ‘혁’(爀)은 각각 문학과 미술이라는 다른 분야에서 활동했지만, 부산 문화사라는 큰 흐름 속에서 매우 중요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두 동인 모두 한국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1960년대 초반 부산에서 탄생했다. ‘혁’은 1963년, ‘윤좌’는 1965년이다. 또한 두 단체는 각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통틀어 손꼽히는 장수 동인이다. 대부분의 동인이 몇 차례 동인지를 내거나 전시하고 사라지는 것과 달리 두 단체는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한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이는 한국 현대 예술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기록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두 단체의 최근 활동을 전한다. ■‘윤좌’ 60주년 기념호 발간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윤좌’는 의미 있는 기념호를 지난달 발간했다. 1965년 6월 발행을 시작해 60년이 된 지금까지 거의 매년 발행해 온 <輪座>(윤좌 동인, 2025·제52집)이다. 박선목(부산대 명예교수) ‘윤좌’ 동인 회장은 60주년 기념호 발간사에서 “‘윤좌’의 동인들은 각자의 문학적 장르를 살려 각자의 문단에 참여하고 있으면서 ‘윤좌’의 무리에 둘러앉아 새로운 문장과 시구를 다듬고 독창적 취미를 살려 가면서 60년을 이어 왔다”면서 “60년 세월에서 재정의 어려움에 동인지 출판이 해거리도 하고 휴간되기도 하였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끊이지 않는 촌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윤좌’ 창립 60주년 기념호에는 한글학자 류영남의 축하 휘호와 시사만화가 안기태 화백의 축하 만평, 특집으로 ‘윤좌’ 원로 동인인 박선목, 류영남, 김정자, 김이상의 인터뷰와 함께 ‘내가 본 윤좌’, ‘윤좌와 나’ 그리고 동인들의 글이 다채롭게 실렸다. ‘윤좌’는 ‘여럿이 둘러앉아 정담을 나눈다’는 뜻이다. 어느 한 사람의 주도보다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함께 나누고 교류하는 활동을 지향했다. 수필 동인지로 출발했지만, 인간의 다양한 개성과 자유와 평등을 동인지 <윤좌>를 통해 실현해 나가는 인문학적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윤좌’의 동인 선언은 한국 시단에 큰 족적을 남긴 청마 유치환이 짓고, 글씨는 독립운동가이자 서예가인 먼구름 한형석이 썼다. ‘제각기 가진 행로 위에서/ 앞서가고 뒤서 가고 하는 중/ 지극히 우연히 이뤄진/ 한 무리의 일행인지 모른다/ 거기엔 까다로운 그 무엇도 있을 턱이 없다…’ 창간 동인으로는 향파 이주홍, 요산 김정한, 청마뿐 아니라 시인 이영도, 한형석, 그리고 의사이자 수필가였던 박문하, 소설가 최해군 선생 등이 참여했고, 동물학자이자 교육자인 김하득, 작곡가 이상근, 영화평론가 허창, 식물학자 이용기 등이 힘을 더했다. 그 후 시차를 두고 수필가 김병규, 국어학자 박지홍, 음성학자 김영송, 소설가 이규정, 화가 송영명, 문학평론가 남송우 등이 가세했다. ‘윤좌’ 동인회는 현재 정회원 20여 명, 명예회원 10여 명 등 약 30여 명이 활동한다. 지난 7일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1층에서 ‘부산의 문화사랑방 윤좌 60주년의 발자취’를 주제로 한 출판 기념회를 갖고 동인들의 시낭송과 윤독, 나와 윤좌의 인연, 회고담 등 다채로운 이야기 마당을 펼쳤다. ■‘혁’ 동인 30일까지 ‘함께 나눔’전 1963년 창립전을 시작으로, 매년 정기전과 다양한 기획전을 이어 온 ‘혁’은 올해도 지난 9월 12~29일 해운대구 갤러리조이에서 ‘함께, 변화의 물결’을 주제로 한 제78회 미술 동인 ‘혁’전을 치렀다. 지금은 올해 마지막 전시인 ‘혁’ 동인 소품 초대전 ‘함께 나눔’을 오는 30일까지 수영구 망미동 이웰갤러리(망미번영로 110번길 7)에서 열고 있다. 미술 동인 ‘혁'은 부산에서 최초 설립된 현대미술 단체이다. ‘혁’은 당시 화단의 주류였던 국전 중심의 구상 화풍에 반기를 들고 실험적 추상을 추구했다. 창립 멤버는 김종근, 김동규, 김홍규 박만천 김종철 등 20대 작가 5인이고, 이후 김홍석이 합류했다. 이들이 지향했던 ‘대작’ 중심의 전시와 철저한 월례 비평회 전통이 남아 있다. 지난 22일 전시 오프닝에서 만난 유진재 ‘혁’ 동인 회장은 “70회 이상 이어 온 ‘혁’ 동인전은 대부분 100호 이상의 대형 작품을 선보였는데, 오늘은 아주 자그마하면서도 계절에 어울리는 작품으로 전시를 열게 돼 감회가 새롭다”면서 “특히 이번 전시 작품가는 갤러리 수익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책정하고, 판매 수익금은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될 예정이어서 작품을 소장하는 선택이 누군가의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웰갤러리 김경희 대표도 “작품을 소장하는 일이 나눔이 되는 전시”라며 ‘혁’ 동인 소품 초대전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당부했다. 오프닝에 참석한 민병일 부경대 명예교수는 “‘혁’ 동인은 당시로선 정말 생소한 현대미술의 기치를 들고 나왔고, 오늘날까지 활발히 활동하는 대단한 미술 동인”이라면서 “전국적으로도 이런 ‘혁’ 같은 동인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 명예교수는 “오랫동안 ‘혁’ 동인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번에는 평소 보지 못하던 소품으로 전시를 열고 좋은 일도 하겠다고 나서 참으로 아름다운 발상이라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부산미술협회 최장락 이사장도 “긴 역사를 바탕으로 30여 명의 ‘혁’ 작가들이 각자의 개성 있는 표현 방법으로 확장된 예술 세계를 구현해 왔으며, 이는 부산 미술계의 위상을 굳건히 지켜온 자부심이자 동력”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번 전시는 1세대 작가 강선보를 비롯해, 강귀화 금경 김남주 김미화 김선애 김정희 김주희 문지민 박수진 박순연 박태홍 석점덕 유순천 유진재 윤미희 윤슬 이명호 이상희 이연희 이주영 조연승 지경희 최영아 최창임 하훈수 티그란 아코피얀 등 27명이 참여했다.
종교계 성탄 메시지 "가장 외지고 어두운 곳에 먼저 은총 내리길"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리는 성탄절을 앞두고 부산의 성당과 교회에서는 성탄절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예배와 미사가 열렸다. 천주교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는 24일 밤 부산 중구 주교좌 중앙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어느 환경에서든 주님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작은 마음이라도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그것이 희망이 되고 결실이 될 것”이라고 강론했다. 이어 “갈수록 세상살이가 쉽지 않다고 한다.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고, 그러니 우리 서민은 늘 불안하고 힘들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산다. 예수님만을 믿고 산다. 그것이 우리의 사는 방법이고 진리”라고 강조했다. 앞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는 성탄 메시지를 통해 “성탄의 은총이 가장 외지고 어두운 곳에 먼저, 그리고 충만히 내리길 빈다”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성탄을 맞아 강생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모든 이에게 충만히 내리기를 기도한다”며 “삶의 상처와 외로움, 고립과 불평등 속에서 고단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희망의 빛이 넉넉히 스며들기를 청한다”고 전했다. 기독교계도 성탄 축하예배를 비롯한 다양한 축제를 통해 성탄절의 기쁨을 나눴다. 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대표회장인 김정석 목사 등의 명의로 “이 땅과 우리 민족, 사랑하는 북녘 동포와 한국 교회, 그리고 온 세상 위에 성탄의 기쁨과 은혜가 충만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한교총은 “성탄의 기쁜 소식이 억압과 전쟁, 재해와 기근 등 절망과 무기력 가운데 있는 모든 곳에 참된 위로와 소망이 되며, 미움이 있는 자리, 분열과 단절이 깊어진 곳마다 사랑이 다시 피어나고 관계가 회복되는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날 신년 메시지를 통해 “이제는 갈등과 대립의 질곡을 넘어 진정한 평화와 화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나온 한 해는 우리에게 유례없는 시련이었던 동시에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열망을 확인시켜준 시간이었다”면서 새해 한국 교회의 핵심 과제로는 △기후위기에 행동하는 교회 △불평등에 도전하는 교회 △전쟁과 폭력에 저항하는 교회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교회를 제시했다. NCCK는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앞장서며 ‘녹색 교회’로서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며 “우리 사회 그늘진 곳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불평등을 넘어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이루는 일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도 성탄 메시지에 동참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지난 18일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가진 크리스마스 트리등 점등식에서 “예수님의 가르침과 부처님께서 펼치신 자비의 정신은 종교를 넘어선 하나의 큰 진리다.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모두가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고 세상을 밝히려는 마음만은 같다”고 말했다.
23일 부산에서 해양수산부 개청식이 열리며 부산이 동북아 해양수도, 글로벌 해양 강국을 향한 첫발을 뗐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해수부 청사에서 6년 만에 국무회의를 열며 해양수도 부산에 적극 힘을 실었다. 부산일보와 해양진흥공사는 해수부 부산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해양의 가치와 인간의 삶을 예술적으로 조명하고, 바다를 향한 문학의 시선을 확장하기 위해 ‘해진공과 함께하는 부산일보 해양문학 공모전’을 열었다. 기성 작가조차 정해진 소재나 주제 안에서 글을 쓴다는 것이 힘든 작업이기에 문단에선 처음 열리는 공모전에 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신춘문예를 비롯해 문인단체나 문예지의 공모전이 이미 문학 지망생에겐 행사 내용과 공모 시기가 알려져 있어 몇 달 전부터 준비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공모전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걱정이 많았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청소년 부문도 넣었고, 보통 소설만 공모하는 것과 다르게 일반부는 소설, 시·시조, 수필 등 다양한 장르를 준비했다는 점도 관심을 받았다. 한 달여 공모 끝에 모두 292편의 작품이 도착했다. 일반부는 해양시와 시조가 151편 접수됐으며 해양 소설 75편, 해양 수필 42편이 심사에 올랐다. 일반부 심사는 구모룡 문학평론가 겸 한국해양대 명예교수, 유연희 작가, 이병순 작가가 참여했다. 심사위원은 공통으로 “일반부의 투고작은 비교적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심사가 까다로울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치열하게 지우고 쓴 흔적이 보인다. 가까운 연안 바다에서 대양을 아울러 바다를 감각하고 경험하고 상상하는 다양한 경향이 있다”라고 밝혔다. 구 교수는 시·시조 부문을 심사하며 “바다와 연관한 장소와 사물에 감정을 이입하거나 가족사의 기억을 소환하는 경향이 뚜렷하였고 더러 연안 어업과 원양의 경험을 서술하려는 시편도 보였다. 시적 표현에 서툰 경우도 있었으나 대체로 수준을 유지하였으며 시에 비하여 시조는 투고 편수가 적었다”라고 평가했다. 소설 부문을 심사한 유 작가는 “투고된 소설이 보여준 해양 서사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었다. 기존의 원양어선 조업 과정의 문법이 있는가 하면 해양 판타지도 적지 않았다. 첨단 선박 기술을 매개한 모험 소설도 보였고 과학적 지식을 수반하여 내용을 풍부하게 한 작품도 있었다. 익숙한 항해의 서사보다 새로운 변화를 주목할 수 있어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중편과 단편을 모두 아울러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었다. 단편의 경우 잘 짜인 작품이 없지 않았으나 다수 우수한 중편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둘을 구분하여 공모하는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 형식과 내용에서 기존의 익숙한 항해 서사보다 새로운 내용으로 해양소설의 다양성을 견인하는 작품에 더 눈길이 갔다. 특히 결말이 밋밋하여 흠이 된 경우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일반부 수필 분야에 관해 “바다 여행을 통하여 부산 연안의 바다 풍경을 이야기하려는 작품이 많았고, 해양을 매개로 아픈 가족사를 진솔하게 서술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바다와 사물을 사유하고 이해하는 철학적 에세이도 더러 보였다. 대체로 수필을 통하여 해양을 경험하고 인식하는 구체적 과정을 잘 진술하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중등부와 고등부로 나눈 청소년부는 24편이 응모돼 전체 편수는 적었다. 사실 청소년 대상 글쓰기 대회가 폐지되거나 위축되는 건 전반적인 경향이다. 대학 진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기부에 외부 활동, 시상에 관한 내용을 쓰지 못하게 되며 글쓰기에 관한 관심이 급속히 식었다. 이번 공모전 청소년부 역시 입시에 모든 걸 맞춘 고등부보다 시간이 자유로운 중등부 작품이 오히려 수준이 더 높았다. 청소년부 심사를 맡은 임성용 작가와 오선영 작가는 “바다와 해양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 탓인지 자기의 언어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응모자가 많았다. 다루는 소재 또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해양 오염과 자기 연민을 다루는 글이 주를 이루어서, 해양의 넓고 다양한 얼굴을 담는 글은 부족했다. 전개 면에서도 단조로운 고백의 형식을 넘어서지 못하고 일관성과 통일성이 부족한 작품들이 많아 아쉬움이 남았다”라고 평가했다. 임 작가는 “기본적인 문장 구사력 부족, 띄어쓰기, 맞춤법에 대한 소양 부족, AI의 무비판적 사용, 인터넷 자료 표절에 대한 우려가 되는 작품도 보였다. 창작의 윤리성에 대한 인식 미흡은 지금의 청소년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라고 지적했다. 오 작가는 “바다와 그 주변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웅숭깊은 시선을 담은 작품들이 있었다. 항만과 조선소 노동자의 삶을 살갑게 살피고, 바다가 주는 위로에서 생활의 방식을 통찰했다. 바다 환경에 대한 실태를 다변적 시각으로 살핀 점은 칭찬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당선자들에겐 개별 통보를 했으며, 해양진흥공사와 부산일보는 첫 공모전에 작품을 접수한 응모자들에게 감사 선물을 전달하기로 했다. 청소년부 참가자 전원, 일반부 참가자 80명에게 문화상품권을 보내줄 예정이다. 1회 해진공과 함께하는 부산일보 해양문학 공모전 시상식은 내년 1월 14일 오후 5시 부산일보 10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정명훈, 라 스칼라 이어 KBS교향악단까지… 클래식부산 예술감독 잘 수행할까?
지휘자 정명훈(72)이 내년 1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3년간 KBS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오케스트라 운영을 총괄하고, 중장기 예술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이다. 정명훈은 2027년부터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게 돼 있어, 현재 맡고 있는 ‘클래식부산’의 예술감독직 수행에 차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명훈은 지난 6월 개관한 부산콘서트홀과 2027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총괄하는 부산시 산하 ‘클래식부산’의 예술감독으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다. 그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인데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문을 여는 2027년 이후까지 계약 연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고령이라고 할 수 있는 정명훈이 3곳의 음악감독을 동시에 맡을 경우 각각의 예술단체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부산, 서울, 이탈리아까지 오가면서 지휘도 맡고, 예술 운영과 관련한 업무도 해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음악계에서는 세계적인 거장들의 경우 감독직을 중복으로 맡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될 것 없다는 의견도 많다. 오히려 자신만의 대중성과 실력을 바탕으로 해당 예술단체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음악적 역량을 끌어올리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동시에 수행했다. ‘지휘계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구스타보 두다멜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과 심온 볼리바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동시에 재직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뉴욕필하모닉 예술감독으로 임명될 예정이다. ‘20대 천재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는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드 파리의 음악감독을 동시에 맡고 있다. 특히 메켈레는 최근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로열콘세르트헤바우(RCO)의 수석지휘자로 내한공연을 가지기도 했다. 클래식부산 관계자는 “정명훈 감독이 있었기 때문에 부산콘서트홀이 빠른 시일 안에 자리를 잡고, 대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며 “항상 부산을 1순위로 생각하고 계시기 때문에 이제 부산콘서트홀이 어느 정도 안정기를 거쳤다고 판단해서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감독께서는 내후년 개관을 앞둔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성공적 정착에 누구보다 깊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서 “여러 곳의 음악감독직 수행이 오페라하우스 성공에 더 좋은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훈은 앞서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산타 체칠리아 국립아카데미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 악단에서 음악감독을 지내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어둠에서 피어나는 생명, 마음의 무한을 그리다
부산 영도에서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을 보낸 서양화가 길 후(본명 김길후)가 부산에서 개인전 ‘무량대수’(無量大數)를 열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장의 빌라쥬 드 아난티 컬처클럽 개인전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서울 학고재 갤러리 전속 작가로, 중국 베이징과 대구를 오가며 꾸준히 작업해 온 그는 지난 12일부터 내년 2월 22일까지 영도구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원지에서 인간 내면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화면에 응축한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 초기작 몇 점과 10년 만에 완성한 작품 일부도 포함했지만, 대부분 신작이다. “작가의 자세는 창작에 대한 도전이잖아요. 새로운 작업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도전하는 게 작가가 가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창작자이지 장인이 아닙니다. 피카소가 최고인 이유는 계속된 도전에 있다고 봐요.” 전시 제목 ‘무량대수’는 인간의 감각으로 다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한 수를 뜻하며, 작가는 이를 ‘마음의 무한한 깊이와 파동’이라는 내면의 차원으로 확장한다. 캔버스에는 구체적 형상 대신 흐릿한 흔적과 사라지다 남은 질감, 빛과 어둠의 층이 남아 감정의 잔향처럼 화면을 채운다. 길 후의 회화는 ‘블랙’(black)에서 시작된다. 그는 검정을 ‘죽음과 삶의 경계선’ ‘빛이 나오기 직전의 어둠’으로 정의하며, 여러 겹의 칠 위에 브론즈와 스틸 물감을 스치듯 내리쳐 화면을 구축한다. 서양화의 재료(캔버스, 아크릴, 유화 등)를 사용하면서도 배접용 평붓을 무사의 칼처럼 휘두르는 몸동작은 동양적 회화론(화론육법)의 골법용필(骨法用筆)·기운생동(氣韻生動)을 현대적으로 실천하는 방식이다. 화면은 정지된 이미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기운이 진동하는 장으로 변한다. 때로는 그 붓이 종이에 구멍을 내기도 한다. 작가는 “마음속 흔들림을 붙잡기보다 그 찰나를 그대로 두려 했다”고 말한다. 길 후의 회화는 오랫동안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에 대한 탐구를 중심에 두고 전개됐다. 그는 수만 점의 작업을 거듭하는 동안 스스로 감동하지 않는 그림은 모두 폐기하며, “과거의 그림이 지금의 나를 움직이지 못하면 존재 이유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2000년 밀레니엄을 앞두고 그의 작품 1만 6000여 점을 불길 속에 내던져 버린 일도 있었다. 이후 그는 ‘블랙 페이퍼’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블랙 페이퍼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없고, 보관하기가 쉬워서 1000점을 해도 얼마 안 됩니다. 지금도 그림을 없애는 일은 반복해서 합니다.” 끊임없는 덧칠과 긁힘, 삭제의 과정을 거치며 화면에 남는 것은 완성된 형상이 아니라 변화 그 자체다. ‘현자’(賢者) 연작과 ‘검은 눈물’(Black Tears) 작업에서 보듯, 그의 작업은 인간 존재의 비극성과 구원을 동시에 품은 실존적 미학으로 읽힌다. “‘검은 눈물’ 시리즈를 할 때 미셸 푸코를 좋아했습니다. ‘파놉티콘’ 이론을 다룬 푸코의 <감시와 처벌: 감옥의 탄생>을 읽고 감옥 시리즈를 그렸습니다. 나 자신이 감옥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감옥 시리즈의 한 테마가 ‘검은 눈물’입니다. 인간은 존재 자체가 비극적이고 처참한 거예요.” 길 후의 일부 작업은 회화이면서 동시에 조각처럼 입체감을 드러내며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흐린다. 두껍게 중첩된 물감과 물질 덩어리가 실제 오브제처럼 공간을 점유하고, 표면은 시각과 촉각의 감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입체 작업에서 반복되는 ‘세 다리’(삼족) 구조는 균형과 불안정성을 동시에 내포한 구조적 메타포로, 전통적인 ‘주조-완성’ 중심의 조각 개념을 해체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작가는 신화적 상징 해석을 경계하며, 형식 자체가 드러내는 긴장과 불완전성에 주목한다. 평론가 윤진섭은 길 후의 작업 태도를 두고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이르지 못한다”는 말을 인용한 바 있다. 작가에게 매일의 그림은 단순한 생산이 아니라, 자신을 갱신하는 수행적 행위나 다름없다. “재작년에 그림 그릴 종이를 2만 장 구해 달라니까 독일 하네뮬레, 이탈리아 파브리아노, 영국 서머셋, 프랑스 아르쉬 등 전국에 있는 걸 다 가져와도 2만 장이 안 된다는 겁니다. 지금 7000장 정도 그렸는데, 2~3년 안에 1만 장을 해내고, 5년 안에는 2만 장을 끝낸다는 계획입니다. 인간의 깊은 내면을 담아내는 데는 오랜 축적이 필요하거든요. 그럴수록 다양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영화의전당 서승우 공연본부장, 문화예술회관발전 국무총리표창 수상
(재)영화의전당 서승우 공연본부장이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문화예술회관발전상 시상식에서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는 한국문화예술회관발전상은 전국 문예회관 종사자 및 문화 예술인 중에서 문화예술회관 발전에 이바지한 이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2023년 제정됐다. 올해 국무총리표창 수상자인 서승우 본부장은 김해문화의전당 개관 준비와 운영 총괄, 영화의전당 개관 공연 감독 및 공연본부장으로서, 문화예술회관이 단순한 공연장이 아닌 지역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서 본부장은 특히 공공성과 창의성의 균형을 이끄는 협력형 공연 모델을 정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공연예술을 접목한 ‘맞춤형 공연 프로젝트’를 기획, 전국 문화예술회관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만들었다. 서 본부장이 추진한 영화의전당 ‘영화 드라마 로케이션 투어’는 공연예술과 영상산업, 관광이 결합한 융복합 프로젝트로, 지역 예술가에게 안정적인 창작 일자리와 지속 가능한 활동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서 본부장은 언론홍보학 석사, 예술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하며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연극으로 공연계에 첫발을 디딘 후 부산연극협회, 부산예총, 부산시립극단, 부산문화재단, 부산시축제조직위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서승우 본부장은 이번 수상에 대해 “개인 이름으로 받은 상이지만, 부산을 비롯한 지역의 예술가, 문화행정가, 무대 예술인들이 함께 만든 성과라고 생각한다”라며 “문화예술회관이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담아내는 ‘문화 들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부산노인전문제3병원, 공공보건의료·치매환자지원사업 ‘2관왕’
부산 공립 요양병원 ‘부산노인전문제3병원’은 2024년 공공보건 의료사업과 치매환자 지원사업 평가에서 모두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공공보건 의료사업의 경우 지난해 우수 등급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최우수 등급을 달성하면서 지역 거점병원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치매환자 지원사업에서는 99.5점의 높은 점수를 받아 2년 연속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전문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인본의료재단에서 운영 중인 부산노인전문제3병원은 지역 내 치매 안심 네트워크 구축, 보호자 교육, 인지재활 프로그램 등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공공보건 의료사업을 통해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건강진단 및 의료 상담, 무료 치매 선별검사 진행, 퇴원 치매 환자 주거환경 개선 등의 사업을 확대하기도 했다. 공립 요양병원으로서 부산시의 고령친화 정책 실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부산노인전문제3병원은 치매전문병동 내 배회 공간을 조성하고, 회상 치료실을 운영하는 등 환자 맞춤형 환경개선 사업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산림복지와 힐링 프로그램 역시 공공 보건의료 우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부산노인전문제3병원은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통합적 지원체계 구축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부산노인전문제3병원 김여정 진료원장은 “이번 성과는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지역사회 건강 증진과 치매 환자 돌봄에 힘쓴 결과”라며 “공공 의료의 가치와 치매 친화 환경 조성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케데헌·K뮤지컬… K컬처 세계 문화 주류됐지만 영화 위기는 계속
2025년의 K컬처는 흥행 성적표보다 산업의 지형 변화를 더 또렷하게 드러낸 한 해였다. 음악과 드라마에 집중됐던 한류는 애니메이션, 뮤지컬, 전시, 문화유산 영역으로 확장됐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장르 구분은 점차 무의미해졌다. 개별 작품의 성공을 넘어, 콘텐츠가 여러 산업을 관통하며 작동하는 구조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눈에 띄는 성과와 함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 역시 동시에 제기됐다. 올해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흥행의 출발점’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직후 북미와 유럽, 중남미 시장에서 빠르게 흥행하며 장기간 많이 본 콘텐츠 상위권을 유지했다. 누적 시청 수는 약 3억 회에 달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극장 싱어롱 상영으로까지 이어졌다. K팝 세계관에 오컬트 판타지와 한국적 생활 문화가 결합된 이 작품은 영상 시청을 넘어 음악 소비, 캐릭터 팬덤, 2차 창작으로 불을 지폈다. 영상 흥행이 음악 소비를 끌어올리고, OST 인기가 다시 작품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것이다. 작품 속 한복과 전통 문양, 서울의 공간들은 설명 없이도 세계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K문화 열풍을 불러왔다. 영상 IP가 음악과 상품, 체험 콘텐츠로 확장되는 순환 구조가 가시화된 사례였다. K팝의 국제적 영향력은 여전히 견고했다. 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의 ‘아파트’는 장기 흥행과 함께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오르며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존재감을 각인했고, 군 생활을 마친 그룹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활동 재개가 예고되면서 K팝에 대한 관심도 다시 한번 세계 시장에서 확장하는 흐름을 보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 이어지면서 OST인 ‘골든’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곡은 미국과 영국 차트 정상에 오르며 내년 2월 열리는 제68회 그래미어워즈 주요 부문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3월 개최되는 '제 98회 아카데미상' 주제가상 예비후보에도 들었다.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지형 변화가 나타났다.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토니상 주요 부문을 석권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출발한 작품이 세계 상업 뮤지컬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로, K컬처의 확장이 영상 중심에서 무대 예술로까지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문화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연간 관람객 600만 명을 돌파하며 ‘전시 공간’을 넘어 대중적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경주에서 열린 신라 금관 특별전에는 개관과 동시에 관람객이 몰리는 현상이 반복됐다. 유물을 활용한 상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빠르게 소진됐다. 전통 유산이 보존의 대상에서 경험과 소비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K문화 전반에서 이뤄진 성과가 무색하게 영화 산업의 현실은 냉혹했다. 올해 국내 극장가는 관객 감소와 흥행 부진이 동시에 이어지며 구조적 위기를 실감해야 했다. 연간 관객 수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줄었고, 흥행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천만 영화’는 끝내 한편도 나오지 않았다. 흥행 상위권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와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22일 기준 박스오피스 1, 2위 역시 영화 ‘아바타: 불과 재’와 ‘주토피아 2’다.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작품은 ‘좀비딸’이었지만, 과거와 같은 흥행 공식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관객 감소는 극장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를 촉발했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는 잇따라 지점 정리와 인력 감축에 나섰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합병 논의를 공식화했다. 이는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멀티플렉스 중심 구조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영화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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