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로 여는 부산 ‘인터 아시안 퍼포먼스 페스티벌’(IAPF 2026)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본의 2세대 부토 무용가 다케노우치 아쓰시(64)가 부산을 찾는다.부산 공간소극장과 공연예술창작집단 어니언킹은 19일 “‘지넨 부토’ 창시자 다케노우치 아쓰시 등 아시아 공연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공연예술 행사 제2회 인터 아시안 퍼포먼스 페스티벌(IAPF 2026)을 오는 23일부터 공간소극장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IAPF는 아시아 여러 지역의 예술가들이 모여 공연과 워크숍, 예술가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작업을 공유하고 대화하는 국제 협력 플랫폼으로 지난해 부산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번 페스티벌은 ‘우정과 평화’를 주제로 진행된다. 공간소극장 대표 겸 공연예술창작집단 어니언킹 연출을 맡고 있는 전상배와 대만 아티스트 종차오(鍾喬)가 IAPF 공동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전상배 예술감독은 “종차오 선생과는 ‘국제민중극축제’(IPTF)에서 인연이 됐는데 단순 교류를 넘어 아시아 각 나라가 가진 아픔, 역사 인식, 현대사에서 고민해야 할 것을 함께 이야기하고, 그것을 다시 작품으로 만들어 나가는 계기를 만들고 싶어서 의기투합했다”고 IAPF 창설 취지를 전했다.■‘지넨 부토’ 워크숍과 공연올해 프로그램은 일본 부토 무용가 다케노우치를 중심으로 한 워크숍과 공연, 그리고 영상·사운드 아티스트들의 협업 퍼포먼스 등 총 4개를 선보인다. 다케노우치는 부토 창시자인 히지카타 다쓰미를 사사하고 1986년 자신만의 ‘지넨 부토’를 만들었으며, 자연·지구·고대의 기억을 포용하는 생명 그 자체의 리듬을 표현해 왔다. 1996~1999년에는 일본 전역을 돌며 자연 풍경과 성소를 무대로 600회 이상의 즉흥 공연을 펼쳤다. 2002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부토 솔로 공연과 다양한 협업, 국제 워크숍을 이어가고 있다.‘부토와 움직임 워크숍-지넨 부토 워크숍’(23~26일 오후 2~8시)은 호흡과 신체 감각을 통해 움직임의 근원을 탐구하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은 워크숍 마지막 날에 그룹 퍼포먼스를 통해 그 과정을 공유한다. 유료(20만 원)인 데다 공간소극장이 협소한 관계로 참가 가능 인원이 12명에 불과한데 이미 다 찼다. 그의 명성만큼이나 워크숍 참가자도 특별하다. 나흘간의 워크숍 참가를 위해 칠레, 미국, 그리스 등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이들도 있다.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 신청자이다.솔로 부토 공연(27일 오후 7시 30분)은 ‘HIBI-나날’이 준비된다. 작품은 늙은 나무의 형상을 다룬다. 그 형상이라는 것은 축적돼 온 시간의 응집이고, 형상 자체가 곧 춤이라고 한다. 다케노우치는 “나는 땅과 하늘 사이에서 기도하는 그러한 나무가 되고 싶다. 일상의 시간을 춤의 삶으로 변모시키는 마법 같은 순간을 계속해서 좇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브 음악은 히로코 코미야가 맡는다. 러닝타임 75분. 입장료는 3만 원.■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침묵 프로젝트부토 무용과 영상·사운드 작업이 결합한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 ‘움직임 속의 주파수’(Frequency in Motion)는 28일 오후 4시에 공연된다. 이 작품은 미국의 영상·사운드 아티스트 크리스 린과 일본의 사운드 아티스트 히로코 코미야가 협업으로 제작했으며, 슈퍼8 필름과 라이브 사운드, 신체 퍼포먼스가 결합한 실험적 공연이다. 다케노우치 외에도 부산의 황미애 배우, 허경미 무용가가 출연해 퍼포먼스를 함께 펼친다. 러닝타임 60분. 관람료 3만 원.실험적 공간 퍼포먼스 ‘도시 속 침묵 프로젝트-느린 시선의 방’은 30~31일 오후 1~4시에 진행된다. 이 공연은 언제 들어와도 되고, 언제 나가도 상관없다. 영상을 틀어 놓은 상태로 극장이 오픈되고, 드나드는 사람은 눕든 서든 뭘 하든 상관없지만 침묵은 조건이다. 연출을 맡은 전상배 예술감독은 “공간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이벤트이고, 그 자체가 연극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바쁜 현대사회에서 진짜 느리게 사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영상은 크리스 린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두 개의 필름(‘느린 시선의 방을 위한 13개의 시선’과 ‘표류하는 시간의 기록’)을 1시간 30분짜리로 만들어서 반복 상영한다. 무료.한편 IAPF 프로그램은 5월에도 이어진다. ‘포럼 연극’(Forum Theatre)을 싱가포르에 정착시킨 인물로 알려진 연출가 콕 헹룬(드라마박스 예술감독)과 퍼포먼스 아티스트 리즈만 푸트라가 공동 창작한 공연 ‘6 마이크로 렉처스 온 제노사이드’(6 Micro Lectures on Genocides)가 5월 1~2일 부산에서 공연된다. 또한 5월 5~9일 콕 헹룬이 진행하는 워크숍이 열리며, 참가자들이 연극을 통해 사회적 갈등과 현실 문제를 탐구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문의 051-611-8518.
“홈으로 함께 살아오는 이런 맛에 야구합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1200만 명이라는 역대 최다 관중을 기록했는데, 그 주역은 여성팬이었다. 지난해 프로야구 팬 중 여성 비율은 57.5%로 이제 야구장에는 여성이 더 많다. 특히 20대 여성이 모든 연령·성별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동안 야구는 남자들의 운동으로 인식되었다. 요즘 여성들은 왜 야구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야구의 재미에 푹 빠진 여성들을 만났다. 말 그대로 야구에 올인하고 있는 ‘부산올인여자야구단(이하 올인)’ 선수들이다. ■롯데가 못한 거 올인이 하자! 지난달 초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다 새빨간 유니폼을 입은 ‘올인’을 처음 보게 됐다. 채널A의 여성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야구여왕’이었다. 올인과 블랙퀸즈가 막상막하의 흥미진진한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프로그램의 주인공 블랙퀸즈는 신생이지만 예삿팀이 아니었다. 추신수 감독과 박세리 단장을 필두로 윤석민 투수코치, 이대형 주루코치 등 화려한 코치진을 자랑했다. 블랙퀸즈의 선수 15명도 대부분이 테니스, 배드민턴, 핸드볼 등 각 종목에서 국가대표를 지낸 레전드 선수들이 주축이었다. 이에 맞선 올인도 만만치 않았다. 2022년 디비전 리그 영남권 우승, 2023년 전주시 클럽 대항 야구대회를 비롯해 그 해만 준우승 4차례를 기록한 강호였다. 올인은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내야 수비가 아주 탄탄했다. ‘슈퍼소닉’이라는 별명을 가진 올인의 1번 타자 박명숙 선수는 발이 무척 빨랐다. 전직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로 소개되었는데, 어쩌다 야구장에서 뛰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선발투수인 이혜영 선수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는 감독이면서 6회까지 홀로 완투하며, 3번 타자로 1인 3역을 소화했다. 주자 견제 동작도 알품이었다. 2008-2010 국가대표상비군 투수에 2025 여자 야구 올스타라는 경력은 확실히 달랐다. “올인의 힘을 보여줘!”라는 선수들의 응원 구호는 흥겨웠고, ‘롯데가 못한 거 올인이 하자!’는 관중들의 응원 문구도 재미 있었다. 이날 경기는 6회까지 양팀이 초박빙 접전을 펼친 결과, 올인이 블랙퀸즈에 3 대 4로 아쉽게 역전패하고 말았다. 원정경기에서 일방적인 응원과 편파 중계(?)에도 주눅들지 않고 잘 싸운 부산 올인 선수들을 격려해 주고 싶었다. ■남자에 비해 100년 늦게 출발 한국 야구는 1904년 미국 선교사들이 가르치며 시작되었다. 하지만 한국 여성 야구는 100년 가까이 늦게 시작했다. 대한야구선수협회에 정식으로 등록한 첫 여성 야구 선수는 안향미 씨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안 씨는 고등학교에 가서도 계속 야구가 하고 싶어 남녀공학인 덕수정보고(현 덕수고) 문을 두드렸다. 여자 체육 특기자 종목에 야구가 없을 때라 안 씨 가족은 규정을 고쳐 달라고 교육청에 요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안 씨는 야구 특기생으로 덕수정보고에 입학한다. 안 씨는 3학년 때인 1999년 대통령배전국고교야구대회 배명고와의 준결승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여자로서 공식 경기에 나선 첫 선수가 되었다. 안 선수는 2002년 일본 사회인 야구팀에 입단해 투수와 3루수로 2년간 활동했다. 2004년에는 대한민국 첫 여성 야구팀인 ‘비밀리에’를 창단했다. 비밀리에(Bimylie)라는 이름은 ‘Baseball is my life’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부산에서는 빈 여자야구단이 같은 해 한 달 뒤에 전국에서 2번째로 창단됐다. 올인은 그 뒤를 이어 2004년에 창단했다.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이 출범해 아마추어 여자 야구 활성화 발판을 마련한 것은 2007년이었다. 70년 만에 부활한 미국 여자 프로야구 리그(WPBL)에 올 시즌 김현아(보스턴), 김라경(뉴욕), 박주아(샌프란시스코)가 입단해 한국인 최초의 여자 프로야구 선수가 되었다. 실업팀 하나 없이 이루어 낸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한국에서 여성이 야구로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 초등학교와 리틀야구단에는 여학생도 입단할 수 있지만, 중·고·대학에 학교 소속 여성 야구부가 그동안 전무했기 때문이다(2024년 창원의 마산무학여중·고에서 전국 최초로 여자 야구부를 창단했다). 그 빈자리를 대신해서 전국 49개의 여자 사회인 야구팀에서 1100명이 넘는 여자 야구 선수들이 뛰고 있다. ■야구는 사람이 먼저인 운동 지난 8일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 리틀야구장에서 연습을 앞둔 올인 선수들을 만났다. 처음 만나는 선수들이었지만 방송을 본 덕분인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혜영 감독도 “식당에서 모르는 분이 자신을 알아본 뒤 우리 밥값을 계산하고 가서 당황했다”라고 재밌는 경험담부터 이야기했다. 다른 선수들도 방송이 나간 뒤부터 많이 알아보고 인사도 받는다고 했다. 덕분에 여자 야구에 관심이 늘며 신입 단원 모집하기가 수월해졌다. 등록 선수가 21명인 올인에는 지난 6개월 동안 신입이 7명이나 들어왔다. 올인은 20~40대가 주축이지만 10대와 50대도 1명씩 있다. 경찰, 교수, 교사, 운동 처방사, 미용사, 고등학생 등 직업이 다양하다. 사실 남자도 야구가 쉽지 않지만, 야구 하는 여성은 이중고를 겪는다. 일요일마다 모여서 연습하거나 대회에 나가니 가족들도 처음에는 이해를 못 했다. “여자가 무슨 야구 한다고?”나 “가족 행사에 당신이 빠지면 어떡하느냐”라는 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시간이 지나 지금은 가족들이 야구에 대한 열정을 인정해 주고 운동장에도 가끔 나와 응원과 격려를 보내기도 한다. 올인 선수들에게 야구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물었다. 18년 차 야구인 지미정 코치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지만 주로 개인 운동을 했다. 야구라는 팀 운동을 하면서 매번 새로운 걸 배우고 있다. 개인 운동은 나만 잘하면 되지만, 야구는 내가 실수하는 부분을 다른 팀원이 메꿔주면서 같이 잘하는 매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발 빠른 박명숙 선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박 선수는 “야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응원해 주는 데서 희열을 많이 느낀다. 아무리 야구가 좋다 해도 사람이 좋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진주가 직장인 박 씨는 매주 1시간 반 넘게 운전해 부산까지 와서 훈련에 참여한다. 입단 6개월 차인 정혜미 선수는 “야구는 내가 실수하거나 삼진을 먹어도 응원해 주고, 다른 선수가 안타 치면서 내 실수를 덮어주는 데서 희열을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지만, 야구하는 일요일만큼은 나는 개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도 “구기 종목 중에 사람으로 인해 점수가 나는 건 야구밖에 없다. 농구든 축구든 공이 들어가면 점수가 난다. 그런데 야구는 사람이 들어와야 점수다. 그래서 사람이 먼저인 운동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야구장으로 이어지며 좋은 성적으로 나타나는 모양이다. 문득 남자도 코치나 스태프로 활동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 감독은 “야구를 잘하려면 남자 코치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남자 코치가 팀 전체에 녹아들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남자들은 결과가 빨리 나오길 바라는 경향이 있어 우리와 결이 좀 다르다. 우리는 하나씩 만들고, 한 명씩 품고 가야 하기에 기다려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남자 코치는 쉽게 받지 않는다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볼 대목이었다. 올인의 미래도 궁금했다. 올인의 올해 목표는 우승팀에게 주는 감독상이었다. 이 감독은 “집에 트로피는 자꾸 쌓이는데 감독상 트로피가 없어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리틀야구를 했던 고2인 강예윤 양이 팀 막내다. 계속 야구해서 국가대표와 메이저리거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야구는 아무리 뛰어난 투수가 있어도 모두를 삼진으로 잡지 않는 이상 동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야구는 누구 한 명이 잘해서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어렵다. 올인 선수들은 한결같이 “야구는 사람이 먼저인 운동이고, 제일 큰 매력은 함께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요즘 MZ들은 함께 해본 경험이 없어, 오히려 그걸 갈망한다니 의외였다. 젊은 여성들은 야구장에서 한 번 유니폼을 입으면 소속감, 연대감, 그리고 여기서는 안전하다는 생각까지 들어서 쉽게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올인 선수들은 일요일 아침에 눈 뜨면 무조건 유니폼 입고 야구하러 나간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ㅇ
부산–몬트리올, 예술 교류로 잇다
부산문화재단이 자매결연 도시이자 북미 대표 문화도시인 캐나다 몬트리올과 문화예술 협력 강화에 나선다. 부산문화재단은 19일 수영구 F1963 유리온실에서 2026 몬트리올 문화창조산업 사절단 방한을 계기로 ‘몬트리올 예술위원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부산 예술인의 국제교류를 증진하고, 북미 지역과 문화예술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몬트리올은 프랑스어권과 영어권 문화가 공존하는 북미 대표 문화 허브로, 공연·시각·융합·거리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간 100여 개 이상의 축제와 문화 행사가 열리는 도시다. 특히 이번 협약은 지난해 11월 취임한 소라야 마르티네스 페라다 몬트리올 시장의 첫 해외 공식 일정이어서 의미를 더했다. 협약식에는 당사자 격인 오재환 부산문화재단 대표와 나탈리 마이에 몬트리올 예술위원회 대표 외에 부산시 조유장 문화국장, 페라다 시장, 다미앙 페레이라 주한 퀘벡정부 대표부 대표, 이자벨 드쉬로 몬트리올상공회의소 대표가 배석했다. 양 기관은 협약을 통해 △예술·문화 교류 증진 △공동 제작·협력 이니셔티브 개발 △행사·레지던시 참여 촉진 △교육·훈련 교류 추진 △네트워크 접근성 확대 △ 예술적 순환·이동성 활성화 등 다양한 국제문화 예술 교류 협업을 펼치기로 했다. 소라야 마르티네스 페라다 캐나다 몬트리올 시장이 이끈 50여 명의 ‘2026 몬트리올 문화창조산업 사절단’은 지난 16일 4박 5일 일정으로 방한해 서울과 부산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몬트리올시, 몬트리올 예술위원회(CAM), 몬트리올 메트로폴리탄 상공회의소(CCMM)가 공동 주관하며 주한 퀘벡 정부 대표부의 지원을 받았다. 사절단에는 서커스 예술, 시각·디지털 아트, 영화, 음악, 연극 등 몬트리올을 대표하는 예술 단체와 창의적 기업 대표들이 대거 포함됐다. 북미 최대 공연예술 마켓인 ‘시나르’ 질 도레 총괄감독, 몬트리올 심포니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자 최대 공연장인 플라스 데아르 재단을 이끄는 마리 조제 데로셰, 세계적 공연예술지구의 실질적 설계자로 몬트리올 공연예술지구 프로그램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는 에밀리 샤보 등이 이름을 올렸다. 협약 체결에 앞서 열린 고려제강 기념관(강당)에서 열린 사절단 방한 행사에선 부산문화재단 소개와 함께 전통과 현대 감각을 결합한 음악을 선보이는 부산 예술 단체 ‘탈피’의 공연이 펼쳐졌다. 행사 마무리는 해운대 누리마루 APEC 하우스로 옮겨서 부산·몬트리올 문화예술계 협력 강화와 연대 지속을 위한 네트워킹 순서로 진행됐다.
잔잔한 저 강물 아래 충절의 선혈, 봄꽃보다 붉었더라 [경북 영주시 순흥마을 슬픈 역사 엿보기]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000만 명을 지나 1300만 관객을 넘어섰다. 2000만 명에 다다를 기세다. 장항준 감독의 ‘왕사남’은 강원도 영월의 유배지로 떠난 단종 이홍위(박지훈 분)가 고을 촌장 엄흥도(유해진) 등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적셨고, 영화계는 모처럼 1000만 영화 탄생에 반색했다. 영화의 여운을 잊지 못한 관객들이 실제 촬영지인 청령포를 대거 방문하면서 단종의 유배지는 관광 명소가 됐다. ‘왕사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단종의 숙부로서 단종 복위를 도모한 금성대군. 금성대군의 역할을 맡은 이준혁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많은 영화 팬들을 설레게 했다. 금성대군이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 죽어간 경북 영주시 순흥면에 있는 그의 신단을 찾았다. ■단종 복귀 운동의 성지, 금성대군 신단 금성대군은 세종대왕의 여섯째 아들이다. 단종의 숙부로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수양대군의 넷째 동생이다.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세조)은 평소 단종과 가까운 금성대군에게 누명을 씌워 순흥으로 유배를 보냈다. 금성대군은 당시 순흥부사 이보흠과 함께 단종 복위에 나섰고, 거사가 발각돼 이곳에서 죽임을 당한다. 사적 제491호로 지정된 금성대군 신단은 영주시 풍기읍을 지나 부석사 방면으로 소백로를 타고 가다 보면 순흥면 내죽리의 한 도로변에 자리잡고 있다. 금성대군 신단 입구는 ‘왕사남’의 인기를 말해 주듯 ‘단종 복위를 꿈꾸던 금성대군의 이야기. 영주 순흥에서 만나다’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금성대군 신단은 2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사주문을 들어서면 제청과 주사가 마주하고 있고, 일각문으로 들어가면 토석담장 안에 신단이 조성돼 있다. 사주문을 통과하면 신단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일각문 양쪽에 늘어선 노송이 마치 호위무사 같다. 죽어서도 단종을 모시려는 금성대군의 기백이 엿보인다. 노송의 ‘호위’를 받으며 신단에 들어서자자 넋을 잃었다. 이렇게 절제되고 소박할 수 있을까. 누렇게 변한 잔디 하나 하나에도 단아함과 정결함이 묻어 있다. 신단의 모형이 특이했다. 중앙 뒤쪽에 금성대군 신단이 자리하고, 양쪽으로 순흥부사 이보흠의 단과 순절한 선비들을 추모하는 단이 마주 보고 있다. 돌로 만든 3개의 단은 마치 품(品)자 형태를 띄며 굳건한 충절을 나타내고 있다. 금성대군 신단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영조 18년(1742) 경상감사 심성희의 소청에 의한 것으로 금성대군이 순절(1457년)한 지 285년 만이다. 이곳에 금성대군 신단이 세워진 데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순흥읍지〉 등에 따르면 홍천현감 이대근이 선영을 다녀오던 중 순흥 청달리를 지날 때 그가 탄 말이 길을 피해 비껴가는 곳이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이대근은 이곳이 금성대군이 피흘린 곳이라 생각했다. 그날 밤 이대근의 꿈에 금성대군이 나타나 그곳은 자신이 죽임을 당한 곳임을 알렸고, 이대근은 이곳을 봉축하고 단을 쌓아 ‘금성단’이라 했다. 이후 숙종 9년(1683) 역적의 마을로 폐허가 됐던 순흥부가 복원되고, 영조 때 지금의 신단이 마련된 것이다. 금성대군은 단종과는 달리 시신을 수습하지 못해 신단만 남아 있다. ■금성대군 신단 은행나무, 압각수 금성대군 신단을 나와 담장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가면 엄청난 크기의 은행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금성대군 신단의 은행나무다. 잎이 오리발과 닮아 오리발나무라는 뜻의 ‘압각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령은 1100년 정도로 추정되는데 높이만 무려 30m에 이른다. 이 은행나무는 순흥지역의 흥망성쇠와 함께 해 ‘충신수’로도 불린다. 언제부터인가 순흥마을 사람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노래가 있다. “순흥이 죽으면 이 나무도 죽고, 이 나무가 살아나면 순흥도 살아나네”라는 노랫말이 그것이다.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 거사가 발각되면서 순흥마을 사람들은 관군의 습격을 받아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다. 마을은 온통 불더미에 휩싸였고, 마을 인근의 죽계천은 피바다를 이뤘다. 순흥마을 전체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순흥부가 폐지될 당시 이 은행나무가 함께 말라죽었다고 전해진다. 세월이 흘러 죽었던 은행나무에서 새 가지가 나고 잎이 돋아나면서 숙종 9년 노랫말처럼 순흥부가 복원됐다. 금성대군과 순흥부가 복원될 것이란 순흥 사람들의 믿음이 실현된 것은 아닐까.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가족이 충신수에 술을 올리며 기도를 하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최초의 사액서원, 소수서원과 죽계천 금성대군 신단에서 동남쪽으로 조금만 가면 우리나라 최초의 사학기관인 소수서원을 만날 수 있다. 소수서원은 조선 중종 37년(1542)에 풍기군수 주세붕이 이 마을의 유학자 안향(安珦)의 제사를 지내기 위한 사당을 세웠다가, 중종 38년(1543)에 유생들을 교육하면서 백운동서원으로 불리게 됐다. 명종 5년(1550)에는 풍기군수 이황의 요청에 의해 ‘소수서원’으로 사액을 받고 나라의 공인과 지원을 받게 됐다. 소수서원은 2019년 7월 전국 8곳의 서원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소수서원으로 가는 수백 년 된 소나무 숲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학자수림’이라 불리는 이곳은 500년 전 과거로 안내하는 시간의 숲처럼 느껴진다. 숲을 지나 소수서원으로 들어가면 정갈함을 먼저 느낄 수 있다. 강당인 명륜당을 비롯해 학생들이 머물며 공부하는 일신재와 직방재가 있다. 서원의 배치는 강당 좌우에 대칭으로 동·서재를 두고 있는 게 일반적인데 소수서원은 현판의 이름으로 구분한다. 유생들의 낭랑한 글 읽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소수서원 인근에 하천이 있다. 죽계천이다. 안동의 병산서원에서도 그렇듯 우리나라 대부분의 서원 앞에는 계곡이 흐른다. 공부로 지친 유생들의 몸과 마음을 쉬어가려는 것인지, 흘러가는 계곡물을 보며 자연의 이치를 깨달으려는 것인지 조상들의 지혜가 새삼 놀랍다. 잔잔히 흐르는 물이 평화롭지만 죽계천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단종 복위 거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순흥마을 사람들은 무참히 죽어갔고, 그 피가 죽계천을 따라 수십 리를 흘러 갔다. 피가 멈춘 순흥면 동촌1리를 지금도 ‘피끝마을’로 불리고 있다. 소수서원의 경렴정에서 죽계천을 내려다보면 ‘경(敬)과 백운동(白雲洞)’이라는 글씨 새겨진 바위가 있다. 일명 경자바위다. ‘敬’은 주세붕, ‘白雲洞’은 이황의 글씨다. 주세붕은 수장된 마을 사람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敬’자에 빨간 칠을 한 후 제를 올렸다고 한다. ■순흥 정신의 요체 선비촌과 소수박물관 영주 선비촌은 한국 유교 문화 발상지인 영주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곳 중 하나다. 선현들의 학문 탐구와 전통 생활공간을 재현·체험할 수 있는 교육장이다. 고택 숙박체험에서부터 떡매치기, 전통혼례시연, 천연염색, 매듭, 칠보공예와 다도·캔들체험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다. 매년 5월에는 이곳에서 한국선비문화축제도 열린다. 현재 보수공사 중이라 일부 관람과 체험행사가 제한적이다. 이곳을 방문할 경우 미리 연락(054-630-9700)을 해보는 것이 좋다. 선비촌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인근의 소수박물관을 찾았다. 이곳은 성리학을 주제로 선비문화를 조명한 국내 유일의 유교 전문박물관이다. 유교박물관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현대적인 건물 외부에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유교 전통의 갖가지 자료들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소수박물관은 총 4개의 전시실로 이뤄져 있는데, 성리학의 시조인 안향 선생의 생애와 주세붕과 이황으로 이어지는 소수서원 탄생 여정까지의 전 과정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전통의 유교적 자료들을 현대적 느낌으로 배열하고 전시한 점이 인상적이다. 도슨트 도움을 받으면 보다 풍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글·사진=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특허 만료’ 줄줄이…바이오시밀러 시장 판 바뀐다
올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잇따르면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연 매출 수 억달러에서 수십 억달러에 이르는 핵심 품목들이 독점권 상실(LOE)에 진입하며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제약사 간 경쟁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19일 피어스파마의 ‘2026년 미국 독점권 만료 상위 의약품’ 분석에 따르면 로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존슨앤드존슨(J&J), 머크(MSD), 다케다, 화이자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의 핵심 제품들이 특허 또는 독점권 만료 시점에 도달한다. 알레르기 치료제, 항암제, 면역질환 치료제, 중추신경계 치료제 등 주요 치료 영역 전반에서 경쟁 구도 변화가 예상된다. 시장 영향이 가장 큰 품목으로는 로슈의 알레르기 치료제 ‘졸레어’가 꼽힌다. 지난해 미국 매출 약 37억 달러(약 5조 5000억 원)를 기록한 이 제품은 제형 특허까지 만료되며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부 바이오시밀러가 이미 승인된 가운데 올해 하반기부터 시장 경쟁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발골수종과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시장도 특허 만료 영향권에 들어섰다. BMS의 ‘포말리스트’는 연 매출 20억 달러(약 3조 원) 이상을 유지해온 핵심 품목으로 제네릭 경쟁이 예상된다. 존슨앤드존슨의 ‘옵서미트’ 역시 핵심 특허 만료를 앞두고 다수 제네릭이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당뇨병과 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도 경쟁 구도 변화가 본격화된다. 머크의 ‘자누비아·자누메트’는 제네릭 업체들과의 합의에 따라 오는 5월 이후 경쟁이 시작된다. 존슨앤드존슨의 ‘심퍼니’, 다케다의 ‘가텍스’와 ‘트린텔릭스’, UCB의 ‘브리비액트’, 화이자의 ‘젤잔즈’도 잇따라 독점권 상실 구간에 진입하면서 매출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허 만료가 곧바로 경쟁 심화로 이어지지 않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일부 바이오의약품은 생산 난이도와 규제 변수, 특허 소송 등의 영향으로 바이오시밀러 진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독점권은 사라졌지만 경쟁이 제한되는 ‘지연된 시장 재편’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특허 만료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약 4000억 달러(약 592조 원) 규모의 의약품 특허가 만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30년까지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70개를 포함해 약 200개 품목이 특허 만료를 맞아 시장 재편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에는 시장 확대 기회가 열리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나서며 점유율 확대를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특허 만료 이후 시장 전개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의 출시 속도, 특허 분쟁, 보험 등재 여부가 시장 재편의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글라주노프의 색소폰 협주곡을 아시나요?
흔히들 색소폰은 재즈를 위해 만들어진 악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색소폰은 1840년대에 발명되었으며 재즈는 20세기 초에 등장했다. 즉 재즈보다 약 70년 먼저 존재한 악기다. 벨기에의 악기 제작자 아돌프 삭스(Adolphe Sax, 1814~1894)가 목관악기의 유연함과 금관악기의 강한 음량을 합친 악기를 고안하다가 만든 것으로 1846년에 특허가 등록됐다. 여기서 잠깐. 또 하나의 흔한 오해가 금속으로 만들어졌으니 색소폰을 금관악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색소폰은 재질은 금속이지만 원리는 클라리넷과 동일하다. 클라리넷처럼 마우스피스와 싱글 리드를 사용하는 ‘목관악기’다. 불행히도 색소폰은 현대 오케스트라 편성이 정착된 이후에 발명된 악기라서 오케스트라 체계에 들어가지 못했다. 비록 표준 편성에는 없지만, 여러 작곡가가 특수한 색채를 위해 사용했다. 가령 비제 ‘아를의 여인 모음곡’, 라벨 ‘볼레로’,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라흐마니노프 ‘교향적 무곡’ 등에서 색소폰이 사용됐다. 마침 내일이 러시아 작곡가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Alexander Glazunov, 1865~1936)의 90번째 기일이기도 하니 그가 남긴 색소폰 협주곡을 소개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원장으로 있던 글라주노프는 1928년에 빈에서 열리는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기 위해 러시아를 떠났다. 그러나 행사를 마치고도 귀국하지 않은 채 계속 유럽을 돌아다녔다. 본국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못 돌아간다고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정치적 망명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파리 근교에 정착하여 활동하다가 끝내 고국으로 가지 않고 1936년 3월 21일에 세상을 떠났다. 파리에 있을 당시, 글라주노프는 독일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지구르트 라셔로부터 알토 색소폰을 위한 협주곡을 작곡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는다. 라셔는 색소폰을 클래식 독주 악기로 정착시키려 했던 선구적 연주자였다. 글라주노프는 이 요청을 받아들여 낭만적 선율과 고전적 형식을 결합한 협주곡을 완성한다. 1934년에 완성하여 그해 11월, 스웨덴에서 초연했다. 이상하게도 글라주노프의 1932년작 색소폰 4중주와 색소폰 협주곡의 작품번호가 같은 109번으로 표기되어 있다. 아마도 두 작품 성격이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처리한 듯하다. 약 15분 정도의 단악장으로 된 곡이지만 구조는 4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빠른 제시부를 거쳐 짧은 전개부, 그리고 느린 재현부를 거쳐 푸가토의 결말을 갖는다. 연주자에게 만만한 곡은 아니다. 넓은 음역과 긴 프레이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음악적으로 노래 부를 수 있는 서정성이 중요한 곡이기 때문이다. 색소폰의 시대를 내다본 망명객 글라주노프의 심정과 파리의 정취가 어우러진 명곡이다.
지금 광화문은 온통 BTS!…일대 'BTS 효과' 기대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광화문 광장 공연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광화문 일대는 일찌감치 축제 분위기로 물들고 있다. 대형 공연장이 설치되고,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한 경찰의 일대 통제도 한층 강화됐다. BTS 컴백을 앞두고 광화문 일대 문화유산과 인근 서점 등 상권도 ‘아미(팬덤명) 맞이’에 한창이다. 19일 하이브에 따르면, BTS는 신보 발매(20일) 다음 날인 21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무료 복귀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 | ARIRANG)을 연다. 이른바 ‘완전체 BTS’의 앨범 발매 첫 공연인 만큼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릴 광화문은 일찌감치 축제 공연장으로 변모했다. BTS 컴백을 앞둔 광화문 광장엔 연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일대 전광판에 나오는 BTS 멤버들의 모습을 구경하거나, 공연장 사진을 찍으며 각자 BTS 컴백 사전 분위기를 느끼는 모습이다. 인근 편의점은 ‘아미 효과’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듯 ‘BTS 컴백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어 놓기도 했다. 공연장은 설치 막판 점검 작업에 들어갔고, 테러에 대비한 경찰의 집중 통제도 시작됐다. 공연 당일 광화문 광장 인근 건물 31개는 건물 전면 출입구가 폐쇄되며, 이외 25개 건물 옥상 등 상층부 출입이 제한된다. 세종대로·사직로·율곡로·새문안로·종로 등 인근 주요 도로 교통도 통제 예정이다. 경찰은 ‘BTS 공연’에서 원활한 현장 대응을 위해 공연장 중앙에 현장지휘본부를 설치할 계획이다. BTS가 광화문과 경복궁을 배경으로 공연을 펼치며 이 열기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최근 3층 다목적홀을 새로 단장해 방탄소년단의 ‘타임캡슐’을 옮겨 전시하기도 했다. BTS를 상징하는 보라색 상자에 담긴 타임캡슐은 2020년 9월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청년 대표로 참석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이다. 박물관은 오는 21일 열리는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앞두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3층 다목적홀로 전시 공간을 옮겼다. 경복궁은 특히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공연 소식을 전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유산 경복궁과 방탄소년단이 다시 만났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공개된 예고 영상에서 BTS 멤버들이 경복궁 근정전 권역에서 촬영했다며 구체적 장소를 표시한 지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국가유산진흥원은 다음 달 24일까지 경복궁과 국립고궁박물관 내 ‘K-헤리티지(K-Heritage) 스토어’에서 아리랑을 주제로 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 다만, 공연일에 궁궐과 인근 박물관은 잠시 쉬어간다. 경복궁과 덕수궁,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당일 하루 임시 휴관한다. 세종문화회관 역시 공연장 문을 닫을 예정이다. 광화문 인근 교보문고 광화문점도 ‘아미 맞이’로 분주하다. 이날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추천한 도서나 음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책들을 모아서 소개하는 코너가 한쪽에 마련됐다. 이달 초 설치된 이곳에는 리더 RM이 추천한 랠프 월도 에머슨의 ‘자연’, 슈가가 읽은 손원평의 ‘아몬드’,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메시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등이 진열됐다. 공연을 위해 방한하는 해외 팬들을 겨냥해 한국 전통 공예품이나 굿즈 등을 모은 코너 ‘한양 부티크’도 설치됐다.
30년 ‘물고기 박사’의 지중해 은퇴 여행
■신들의 물고기를 찾아서/황선도 ‘나는 은퇴자이다.’ 이 책을 여는 첫 문장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간결하다. 이전에 뭘 했던 분인가 경력을 살피니 30여 년간 해양생물을 연구한 ‘물고기 박사’다. 그의 은퇴 후 첫 결심은 최소한 삼시세끼 얻어먹는 삼식이가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이 평범한 이야기가 비범하게 들리는 이유는 ‘삼식이란 물고기의 또 다른 별명이 예비군인데, 나는 민방위도 끝난 사람’이라는 설명이 이어져서다. 그가 은퇴 후 할 일을 고를 때 세운 원칙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하게 만든다. 평생 해왔던 것, 잘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었던 것, 앞으로 살아가는 데 바탕이 될 만한 것, 그리고 청년들이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것이다. 청년과의 경쟁은 노욕이라고 생각하는 대목에서 어른의 품격과 지혜가 느껴진다. 황선도 박사는 지중해의 섬 몰타로 <신들의 물고기를 찾아서> 은퇴 유학을 떠난다. 환갑을 넘긴 나이로 대학 캠퍼스 기숙사에 짐을 푼 기분이 어땠을까. 그리고 조지아에서 온 변호사 마리암, 일본 고등학생 레이나, 프랑스 청년 파비앙과 실바인 등 다국적 급우들과 몰타의 곳곳을 함께 누빈다. 인생의 썰물이 시작된 줄 알았는데 지중해의 밀물이 밀려왔다니, 참으로 멋지지 아니한가. 그 밀물의 클라이맥스는 ‘몰타를 찾은 여신’이라는 챕터쯤으로 읽힌다. 여신(?)을 모시고 간 레스토랑에서 토끼 간 요리를 발견하고 시키는 대목이 흥미진진하다. 처음 먹은 문어와 토끼 간 세트에서는 과연 어떤 맛이 났을까. ‘거북이가 빠진 정도의 맛이 났다’니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감이 잡힌다. 그는 “몰타는 석회암 지질에 강수량이 적어 목초지가 발달하지 않았으니, 토끼를 이용한 요리 문화가 발달했을 것 같다”라고 말한다. 여행기이면서도 과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500여 쪽 벽돌 책이 만화책처럼 술술 넘어간다. 저자는 낯선 사람과 쉽게 어울리고 인연을 만드는 능력을 타고난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그가 ‘사람만큼 다양하고 재미있는 존재는 없는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그 역시도 타고 난 소심한 성격을 이겨내고 싶어 일부러 사람들에게 다가간 것이었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은퇴 이후에도 무조건 집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라고 했다. 내내 재미있고 부드럽던 그가 때로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젊은이들이여 나가라, 아니, 은퇴자들도 나가라, 낯선 세상 속으로 나아가라, 그곳에서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능력을 길러라. 너 자신만의 모습을 찾아라. 모든 존재 중에서 결코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너라는 존재를 스스로 창조하라.’ 처음 하는 은퇴는 누구나 두렵기 마련이지만 저자는 잘못 탄 버스가 경로를 벗어날 때 비로소 새로운 풍경이 보이고, 그 속에 진짜 내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에필로그는 ‘은퇴는 독립이다’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은퇴란 가르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들으려는 마음을 배우는 과정이다. 그래야 꼰대가 아닌 한 명의 친구가 된다’라고 하는 등 명언이 줄줄이 이어진다. 주위에서는 희끗희끗한 꽁지 머리를 한 그가 나타나면 바다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고 평가한다. 부산에서도 이 바다 내음을 직접 맡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황선도/씨콤/508쪽/3만 원.
[이 주의 새 책] 아무도 몰랐던 독립운동 이야기 外
■아무도 몰랐던 독립운동 이야기 100여 년 전 이름 모를 누군가는 한밤중에 산에 올라 목청껏 만세를 불렀고, 누군가는 권총을 들고 일본 경찰을 직접 처단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일왕 앞에 터뜨릴 폭탄을 넣을 비단 주머니를 바느질했다. 교과서나 다른 역사책에는 이들의 이름이나 항일 행적이 나오지 않는다. 몰랐던 민초들의 항일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종성 지음/북피움/268쪽/2만 4000원. ■처단 2022 부커상, 2023 전미도서상, 2025 필립 K.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문학의 창의적 장르성을 세계적으로 알린 작가가 12·3 비상계엄을 그려낸 소설이다. 무엇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시민이 지켜내고 바로잡은 것은 무엇인지, 우리에게는 앞으로 무엇이 남아 있을지 담담하고도 처연하게 보여준다. 정보라 지음/상상 스퀘어/176쪽/1만 4000원. ■바다의 불편한 진실 지구 환경의 문제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해 바다와 환경에 관해 이야기하는 일조차 의미를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최소한 알고 있는 중요한 사실만이라도 전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우리가 현재 직면한 기후와 환경 위기를 해결하는 데 작은 씨앗이 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김태원 지음/자유 아카데미/364쪽/2만 4000원. ■내 집에서 나이 들 수 있을까 우리나라 성인의 48%가 ‘내 집’에서의 임종을 원하지만, 현실은 과반이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장기요양보험, 국민연금 같은 최소한의 제도를 제외하면 노후에 관한 국가적 대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저자는 데이터와 제도를 결합해 체계적인 ‘노후 설계’의 방법론과 생애 설계를 제시한다. 박한슬 지음/더퀘스트/208쪽/1만 8000원. ■경험 수집가의 시대 경험을 수집하는 소비자의 행동을 한 세대의 일시적인 유행으로 보지 않는다. 기술이 일상의 낭비를 지워갈수록 소비자는 역설적으로 더 밀도 높은 경험을 갈구하게 된다는 것, 이것이 기술의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소비의 큰 물결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소비 인류인 ‘경험 수집가’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어줄 것이다. 송수진 지음/청림출판/240쪽/1만 7000원. ■완벽한 원시인 같은 전략을 쓰고도 왜 어떤 사람은 끝까지 가고, 어떤 사람은 중간에 무너지는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원시인’을 소환했다. 가장 큰 위협은 실직이나 기술 격차가 아니다. 인간의 컨디션이다. 구석기의 뇌로 첨단의 시대를 돌파해야 하는 당신을 위한, 가장 과학적이고도 본능적인 ‘인체 복구 매뉴얼’이다. 자청 지음/필로틱/430쪽/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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