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레시즌, 2~3일 ‘디어 발레리나’로 개막
2026 부산발레시즌(예술감독 김주원)이 2~3일 오후 7시 30분 부산콘서트홀에서 ‘디어 발레리나’ 공연으로 개막한다.2일 부산시에 따르면 클래식부산(대표 박민정)은 2년 차를 맞이한 창작 발레 레퍼토리 ‘디어 발레리나’를 비롯해 △7월 17~18일 부산문화회관과 공동 기획하는 신규 창작 발레(제목 미정, 김주원 연출·유희웅 안무) △10월 30~31일 콘서트 발레 형식의 레퍼토리 ‘헬로(HELLO) 발레’ △11월 27~28일 ‘호두까기 인형’ 등 총 4개 작품을 선보인다.개막 프로그램인 ‘디어 발레리나’는 무대에 오르기 전 연습실을 배경으로 발레 무용수들의 백스테이지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창작 발레 레퍼토리이다. 김주원 예술감독의 연출로, 확대 제작되는 이번 공연은 차이콥스키 발레 모음곡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 군무로 시작해 발레단의 연습실 장면을 재현한다. 이 작품은 지난해 백양문화예술회관 초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큰 호응(부산일보 2025년 4월 28일 자 17면 보도)을 얻은 바 있다.올해는 공연 무대를 부산콘서트홀 메인홀로 옮겨서 더욱 규모를 키웠다. 발레 음악 역시 녹음 음원(MR)이 아닌, 62인조 오케스트라 라이브와 ‘발레 클래스 피아노’ 연주로 들려준다. 오케스트라는 김광현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2026 시즌 클래식부산오케스트라가 맡는다. 올해 처음 합류한 클래스 피아니스트는 조수지가 이름을 올렸다.공연은, ‘바’(Bar) 혹은 ‘바레’(Barre)로 표현하는 발레의 기본으로 시작해 ‘센터’(Center) 연습, ‘리허설’ 장면으로 넘어간다. 갈라 작품으로는 수석 단원 홍주연과 김희현이 호흡을 맞추는 ‘어웨이크닝 파드되’(‘잠자는 숲속의 공주’ 중에서)를 비롯해, ‘해적’ 2막에 등장하는 남성 솔로 발레 ‘알리 베리에이션’, 폭발적인 에너지와 다이내믹한 도약이 압권인 2인무 ‘파리의 불꽃 그랑파드되’, 무용수의 내면 연기로 승부할 ‘빈사의 백조’ 솔로 등을 준비한다. 윤여창 제작 PD는 “‘디어 발레리나’는 지난해 관객 성원에 힘입어 2년 차 작업이 가능했다”며 “90분간 펼쳐지는 발레의 준비 과정을 공연으로 지켜보면 마치 직접 체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2026 시즌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 단원은 지난 1월 선발했으며 △수석에 김희현(객원)·홍주연·장유미 △시즌 단원으로 김동현·김소은·김지우·노인혜·박정미·양지희·이소연·조성윤·신승우(객원)·김동근(객원)·이승민(객원)·배수현(객원) 등 15명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디어 발레리나’ 안무가로 정성복·이주호가 함께한다.김주원 예술감독은 “부산발레시즌 첫 번째 작품 ‘디어 발레리나’를 통해 무용수들이 연습실에서 겪는 성장 과정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다”며 “예술적 감동은 물론,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을 더욱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입장은 8세 이상으로 R석 3만 원, S석 2만 원이다. 문의 051-640-8888.
제44회 부산연극제 개막…개막작 ‘품’ 첫 선보여
올해 부산연극제가 힘찬 박수 속에 막을 올렸다. 대한민국연극제 부산 대표작으로 선정된 연극이 처음으로 관객과 만났다. 3일 오후 7시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제44회 부산연극제’가 개막했다. 이날 연극제는 선대 연극인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 대한민국연극제 부산 대표작으로 선정된 연극 ‘품’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됐다. 영상으로 축사를 전한 박형준 부산시장은 “매력적인 글로벌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문화가 필요하다”며 “연극은 모든 문화의 원천”이라고 말하며 연극제 개막을 축하했다. 개막식 이후에는 곧바로 개막작 공연이 이어졌다. 개막작은 부산연극제작소 동녘의 ‘품’이다. 작품은 대기업 콜센터에서 일하는 인물이 한 노동자의 죽음을 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 사건과 동일방직 노동자 투쟁, 사북광산노동자대투쟁 등 1970~1980년대 노동운동의 주요 장면들을 르포 형식으로 풀어냈다. 14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이 공연은 밀도 높은 전개로 관객의 몰입을 이끌었다. 무대 뒤 스크린에는 당시 실제 기사와 사진이 상영돼 노동 현실과 연극을 긴밀하게 연결했고, 조명을 활용해 공장 등 열악한 노동 환경을 효과적으로 구현했다. 특히 공연 말미 약 10분간 무대 위로 비를 내리는 연출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상이 아닌 실제 물을 활용한 연출에 연극계 관계자들의 감탄도 이어졌다. 숨 가쁘게 이어진 100분의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연출자와 배우가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돼 작품의 의도와 내용에 대한 질문이 오갔다. 연극 ‘품’은 4일 오후 3시 한 차례 더 공연된다. 영화의전당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이후 오는 7월 열리는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올해 연극제는 이달 26일까지 이어진다. ‘다 다르다’를 주제로,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시민들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1인극부터 어린이·청소년극까지 총 18편의 공연과 희곡 교실 등 8개의 부대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부고] 천주교부산교구 박유식 안드레아 신부 선종
△박유식 안드레아(1939년 경남 출생, 1967년 사제 서품) 신부 3일 선종. 빈소 주교좌 남천성당 장례식장(빈소 개방 오전 9시~오후 8시). 선종미사 5일 오후 6시 남천성당 소성전. 장례미사 6일 오전 10시 남천성당 성전. 추모미사 8일 오전 11시 양산 하늘공원. 051-623-4528.
베토벤 운명 듣는 짭짤이 토마토
음악농법을 들어봤는가? 음악농법은 농작물에게 음악을 들려줘 생장과 발달을 촉진하는 농업 기술이다. 태아 건강을 위해 음악을 들려주는 것처럼 농작물도 음악을 들으면 생산성이 좋아지고 병해충도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농작물의 잎과 줄기에 닿은 소리의 파동이 세포벽과 세포막 등 세포질을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자극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2000Hz 내외의 음악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한다. 모차르트, 베토벤 등 클래식 음악이 효과적인 데 비해 로큰롤 등은 오히려 역효과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나리, 오이 등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해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촌진흥청도 2009년 음악농법에 대한 연구를 추진한 바 있다. 이러한 음악농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곳도 있다. 전남 강진군에는 모차르트 등 서양 클래식과 전통 풍물 음악을 들려주며 쌀을 재배하는 농가가 있다. 경기도 오산시와 양평시에서도 음악으로 오이나 배를 기르는 농가가 있다고 한다. 막걸리나 장을 발효할 때도 음악이 활용되기도 한다. 부산에도 이색적인 농법을 적용한 농장이 있다. 강서구 죽동동에 위치한 ‘가락로컬팜’이 주인공이다. 농장을 운영하는 김창욱 씨(60)는 음악농법으로 짭짤이 토마토를 키우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농사를 시작한 ‘초보 농부’다. 지난달 28일 오전 <부산일보> 취재진은 김 씨와 함께 가락로컬팜을 둘러봤다. 가락로컬팜은 비닐하우스 세 개 동과 토마토를 크기별로 분류하는 작업 공간, 식사와 휴식을 할 수 있는 농막으로 구성돼 있다. 농장 앞에는 ‘친환경 음악농법으로 토마토 농사를 짓습니다’는 간판이 달려 있다. 약 1000평 규모의 가락로컬팜은 토마토 농가 중에서는 ‘극소농’으로 분류된다. 수확철을 맞아 2.5kg짜리 토마토 상자 50~70개 분량의 생산량을 보이고 있다. 이날 기온은 따뜻한 봄 날씨인 18도를 기록했으나, 열기가 갇힌 비닐하우스 내부는 43도까지 치솟았다. 짭짤이 토마토가 가장 좋아하는 기온은 25도 내외인데, 최근 급격히 날씨가 풀리면서 차양막 설치까지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음악농법을 활용하는 농가답게 비닐하우스에 들어서자마자 베토벤 ‘월광’이 재생되고 있었다. 천장에 10m 간격으로 설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여유로운 선율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평소 그는 지인이 선물해준 CD로 토마토에게 음악을 들려준다. 이 CD에는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등 클래식 300곡이 수록돼 있다. 음악농법에 대한 그만의 철칙도 있다. 김 씨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2시간만 음악을 튼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계속 들으면 소음이 되듯, 식물에게도 조용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농사 철학이다. “식물이 음악에 반응한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있었습니다.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그것입니다. 농부의 근면함을 뜻하는 표현이지만, 식물도 소리를 듣는다는 의미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토마토 생장을 곁에서 지켜보는 그는 음악농법의 효과를 직접 확인했다고 말한다. 토마토 열매가 맺히기 위해서는 꽃 수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외부에서 벌을 구매해 비닐하우스에 방사한다. 이때 벌의 활동에도 음악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음악을 틀기 전에는 일부 벌만 활동합니다. 반면 음악을 틀면 더 많은 벌들이 움직이는 것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초보 농부인 김 씨가 낯선 음악농법에 관심을 갖고 과감한 도전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그동안 음악에 몸담아 왔는데, 음악과 연결된 농사를 짓고 싶었다. 음악농법도 그런 맥락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경성대학교에서 성악과 작곡을 공부했고, 동아대 대학원에서 음악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3년부터는 예술전문법인 음악풍경 대표로 활동했다. 2017년부터는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짜장면을 먹으며 소통하는 ‘짜장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음악계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음악계에 몸담았던 그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토마토 농사에 뛰어들었다. “60살이 되니 사회로부터 단절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바로 농사였습니다.”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강서구에서 농사를 지은 농부였다. 음악인이기 이전에 이미 농부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배경이 맞물리면서 음악농법으로 토마토 농사를 짓겠다는 결심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물론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기초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농기계도 없었고, 농사 지식도 부족했다. 특히 작물이 마르는 증상을 보이는 황화바이러스에 일부 토마토가 감염되면서 줄기를 소각하는 일도 있었다. 그는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다른 농가에 조언을 구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또한 초보 농부의 삶을 공유하고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농사 과정을 블로그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그의 노력 덕분에 농장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는 8~10브릭스(Brix)의 당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이는 달콤한 딸기나 수박에 견줄 수준이다.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음악이 달콤한 맛으로 이어진 셈이다. 지난 3월에 열린 대저토마토축제 품평회에서는 그의 토마토가 은상을 수상하면서 상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덕분에 수확 첫해부터 주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재주문과 입소문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무용가 홍신자 씨에게 보낼 토마토를 주문받기도 했다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로컬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농장에서 난 토마토를 활용한 요리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취재진에게는 직접 개발한 토마토 비빔밥을 선보였다. 짭짤이 토마토와 봄동을 얹고 반숙 달걀, 올리브유, 김가루, 참깨, 고추장 소스를 더해 완성한 음식이다. 이외에도 설탕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토마토 잼을 활용한 토마토 토스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맛은 의외였다. 비빔밥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토마토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달콤한 토마토와 새콤한 고추장 소스가 어우러져 입맛을 돋웠다. 이날 농장을 찾아 토마토비빔밥을 먹은 다른 농부 역시 “가게에서 팔아도 되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짭짤이 토마토는 다음 달까지 수확이 이어질 예정이다. 그는 수확을 마무리한 뒤 오는 6월 농막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농사 성공을 기념하는 자리로, 피아노를 두고 작은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음악회에는 평소 알던 음악인들과 동네 사람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농사와 음악 인생이 결합된 그의 농장이 공연장으로 바뀌는 것이다. 또한 오는 10월에는 다음 농사의 성공을 기원하는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음악농법을 실천하는 농가다운 발상이다. 김 씨는 앞으로 농작물의 상품성을 높이고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농장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고품질 토마토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농장에서 개최하는 열린 장터로 소비자들과 직거래하며 판매 가격을 낮추고, 그들에게 토마토 비빔밥도 대접하고 싶다는 것이다. 다만 음식을 미리 준비해야 하기에 예약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재진이 떠나기 직전 농장에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이 울려 퍼졌다. 음악인으로 살아온 김 씨가 이제는 음악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과 묘하게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15주년 맞은 'BAMA' 2일 화려한 개막
올해로 15주년을 맞는 ‘2026BAMA 제15회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가 2일 오후 3시 언론 기자단(press)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화려하게 개막했다. (사)부산화랑협회가 주최하고, 2026BAMA 운영위원회(운영위원장 채민정 부산화랑협회 회장)가 주관하는 올해 BAMA는 ‘노드(NODE): 연결하는 확장의 마디’를 주제로 5일까지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진행된다. 올해 참여 갤러리는 최근 두 곳이 늘어서 미국 프랑스 독일 조지아 말레이시아 대만 등 8개국 13개 외국 갤러리를 비롯해 모두 139개(이 중 2개는 일반 부스)이며 40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일 오후 5시에 열린 개막식에는 부산시 성희엽 미래혁신부시장,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이성훈 (사)한국화랑협회 회장,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 오수연 (사)부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부산예총), 최장락 (사)부산미술협회 이사장, 오재환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 이준승 벡스코 대표이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부산화랑협회 채민정 회장은 “올해 BAMA는 단순한 판매 중심의 아트페어에서 벗어나 지난 15년간의 기록을 자산화하고 청년 작가 등 미래 세대를 연결하는 새로운 예술 플랫폼을 지향한다”며 “2030 청년 작가전, 조각·입체 설치 프로젝트, BAMA 15주년 아카이브전 등 특별전인 기획 프로그램에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일반 관람은 3일 시작해 5일까지 이어진다.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7시(5일은 오후 6시까지). 티켓 성인 2만 원, 청소년·어린이 1만 5000원, VVIP 10만 원. 문의 051-754-7405.
쓸모없다? 다 생긴대로 쓰이는 법! 그러니 한바탕 웃는 게지요…광주 양림동 펭귄마을 탐방
무용지용(無用之用). 쓸모가 없는 것이 어떤 때는 도리어 크게 쓰인다는 말이다. 장자의 인간세편(人間世篇)에 나오는 이야기다. 세상에는 쓸모없는 게 없다. 무용지용이란 말이 가장 잘 표현된 곳이 있다. 광주시 남구 양림동의 펭귄마을이다. 버려진 쓰레기만 가득했던 마을이 연간 20만 명이 찾을 정도로 핫플레이스로 변모한 곳. 지역 소멸 위기가 한창인 요즘, 정말 반가운 곳이다. ■뒤뚱뛰뚱 펭귄마을 핫플로 거듭나다 펭귄마을 입구에 광주 남구 평화의 소녀상이 눈에 띄었다. 소녀상 혼자가 아닌 할머니와 소녀가 함께 있는 소녀상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적인 인물인 이옥선 할머니의 소녀시절 모습과 90세가 넘은 이옥선 할머니 모습이 함께 있다. 과거와 현재는 서로 분리될 수 없고 서로 연결돼 있음을 암시하는 듯 했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펭귄마을과 많이 닮아 있다. 펭귄마을에 들어서자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를 패러디한 ‘펭귄 창조’가 반긴다. 아담 대신 펭귄이 전능하신 신과 연결돼 있는 모습이 익살스럽다. 벽화를 지나니 이번엔 실물이다. 한옥 마루에 천장에 닿을 듯 커다란 펭귄 조형물이 앉아 있다. 관람객마다 펭귄 조형물 옆에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포토존이다. 펭귄마을 골목을 들어서자 곳곳에 설치된 벽화와 고장 난 벽시계, 부엌에 있어야 할 찌그러진 양은냄비가 담벼락에 붙어 있다. 마치 1970~1980년대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심지어 당시 사용한 미용실 고데기 기계마저 전시돼 있어 당시 어머니와 이모들의 헤어스타일을 생각나게 했다. 정말 무용지용이었다. 쓰레기로 버려도 될 만한 것들을 모아 ‘전시’를 하니 어엿한 작품이 된다. 무엇보다 이들은 추억을 소환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관람객들의 걸음 속도를 저마다 다르게 하는 것은 추억 소환 때문이다. 1970년대 공중전화를 전시해 놓고는 그 위에다 ‘부모님께 안부 전화 하기’란 글을 붙여 놔 부모님 생각도 들게 한다. 물건뿐 아니다. 담장에 쓰여진 글귀도 시간 여행을 떠나기 충분하다. ‘유행 따라 살지 말고 형편 따라 살자’, ‘술과 밤이 있는 한 남녀 사이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참! 옛날 말이다. 세대를 초월한 주옥 같은 글귀도 여럿 있다. ‘걱정 마! 넌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까’ 1970년대 나무 대문에 적힌 글귀를 보면서 추운 겨울 언 귀를 녹여주시던 할머니의 따뜻한 품이 생각난다. 추억의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어릴 적 먹던 쫀드기와 달고나, 뽑기, 알사탕 등 추억의 과자를 판매하는 ‘펭귄 주막’이 성업 중이다. 인심 좋게 보이는 주인장이 한번 먹어보라고 슬쩍 권한다. 펭귄마을은 마을 촌장 김동균(72) 씨가 2013년부터 생활폐품을 활용해 펭귄마을을 꾸미면서 시작됐다. 시작은 미미했다. 갈수록 빈집이 늘어나고 노인들만 사는 마을에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촌장은 버려진 시계를 주워오기 시작했다. 벽시계, 탁상 시계, 손목 시계 등 닥치는 대로 시계를 모았고, 그것으로 골목 벽을 꾸몄다. 해보니 재미도 있고 썰렁한 마을 느낌도 사라지는 것 같아 오래된 주전자, 낡은 라디오, 전화기 등 온갖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 전시했다. 김 촌장은 “처음엔 재미 삼아 시작했는데 동네 분들이 좋다고 하니까 점점 더 거리를 넓혀가면서 작업을 이어갔다. 하다 보니 손재주도 생기고 좋더라”고 말했다. 내내 궁금한 걸 물었다. “왜? 펭귄마을인데요?”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어느 날 우리 동네 어르신 한 분이 걸어가는 데 뒤에서 보니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꼭 펭귄 같아 그렇게 부르게 됐다”고 했다. 펭귄마을에 전시된 모든 작품은 촌장이 직접했다. 무려 13년 동안 버려진 폐품들을 모아 추억의 공간을 만든 것이다. 촌장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은 시계가 있는 곳이다. 그는 “요즘은 시계 자체를 잘 쓰지 않으니까 많이 버린다. 시계 자체가 추억이 되기도 하고, 펭귄마을을 만들 때 제일 처음 작업한 곳이라 많은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촌장의 노력으로 2016년부터 마을에 관람객들이 찾기 시작했고, 입소문이 타면서 한때 연간 20만 명이 찾을 정도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방문객이 늘어나자 광주시와 남구청 등은 2019년 낡은 한옥을 리모델링해 ‘펭귄마을 공예거리’를 조성했다. 현재 10여 개의 공방이 입주해 있다. 도자기, 유리, 금속, 섬유 등 다양한 공예품을 전시·판매도 한다. 물론 체험도 가능하다. 김 촌장은 “동네 주민들이 워낙 고령이어서 20년 정도 지나면 이 마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내가 없어도 펭귄마을이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광주의 어머니, 소심당 조아라 기념관 펭귄마을이 있는 양림동은 광주의 대표적인 역사문화마을이다. 1904년 광주읍성 밖의 광주천 건너에 있는 양림동에 유진 벨, 오웬 등 서양인 선교사들이 모여 교회와 학교, 병원을 개설해 근대 문화가 일찍부터 받아들여졌다. 이 덕분에 양림동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문화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양림역사문화마을은 골목골목이 단아하고 고풍스럽다. 식당과 카페도 근대식 건물로 지어진 곳이 많아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져 있다. 문화마을을 거닐다 ‘광주의 어머니’로 불리는 소심당 조아라 기념관을 찾았다. 조아라 선생은 1912년 3월 전남 나주군 반남면에서 태어나 평생을 여성운동과 민주화·인권 운동에 헌신한 선구자다.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에는 신사참배와 창씨개명 거부 등으로 옥고를 치렀고, 광주민주화운동 때는 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하다 6개월간 투옥되기도 했다. 1980년대 가족법개정운동에 앞장섰고 광주어머니회, 걸스카웃, 광주여성단체협의회 등을 육성·발전시키며 여성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평생을 바친 분이다. 기념관은 2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1층은 주로 조아라 선생의 유품이나 상패,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꽃을 든 조아라 선생의 입간판이 반긴다. 2층에는 선생의 독립운동 고난사와 생전 이룩한 각종 업적이 상세히 기록·전시돼 있다. 암울한 시대 사회복지사업의 선구자로, 여성 운동가로 민주화 운동의 대모로 불렸던 조아라 선생의 발자취가 숙연하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과 호랑이가시나무 언덕 양림역사문화마을은 3개의 코스로 이뤄져 있다. 선교여행길, 문화예술여행길, 전통문화여행길 등이다. 어느 코스를 선택하던 양림역사문화마을의 진면목을 모두 체험할 수 있다. 코스별로 걸어서 1시간~1시간 30분 거리여서 다니는데 별다른 무리가 없다. 조아라 기념관에서 10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우일선 선교사 사택이 있다. 광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이다. 1908년 선교활동을 한 미국인 선교사 우일선(Robert M. Willson)에 의해 1920년대에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고풍스러운 서양식 주택이다 보니 웨딩촬영지로도 많이 찾는다. 인근의 호랑이가시나무 언덕도 볼만하다. 이곳에는 수령 400년이 넘은 호랑가시나무(광주시 기념물 17호)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2013년 언더우드 선교사 사택의 차고로 쓰였던 10여 평의 공간을 그대로 살린 호랑이가시나무 창작소를 비롯해 게스트하우스, 전시장인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이 들어서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경험할 수 있다. 글·사진=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서툰 진심이 닿는 눈부신 위로’…3월 부일시네마 ‘너와 나’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 열한번째 상영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지난달 31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에 모인 관객들은 45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독립영화 ‘너와 나’(2023)를 관람했다.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세미(박혜수)의 시선은 온통 하은(김시은)에게 있다. 다리를 다쳐 여행에 갈 수 없는 하은을 향해 세미는 같이 가자며 억지스러운 떼를 쓰고, 서운함은 이내 날카로운 원망이 되어 터져 나온다. 사실 세미의 화는 하은이 아니라 솔직한 진심을 꺼내 보이지 못하는 자신을 향해 있다.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나 영화는 마침내 두 마음이 맞닿는 순간을 담아낸다. 그러나 이 영화를 단순히 풋풋한 퀴어 영화로 볼 수는 없다. 영화는 꿈결 같은 빛으로 둘의 시간을 비추면서도 숨겨진 단서들을 조심스럽게 꺼내 놓으며 힌트를 준다. 따스한 봄날과 교복, 안산, 제주도. 영화가 심어둔 힌트들은 결국 우리 가슴 속 한 사건을 소환한다. 영화는 비극을 전시하는 대신 “사랑해”라는 고백을 하며 떠난 이들에게는 다정한 안부를, 남겨진 이들에게는 깊은 위로를 건넨다. 상영 직후 이어진 ‘소감 한토막’ 시간에서는 영화의 여운을 나누는 뜨거운 장이 됐다. 모더레이터로 나선 부산시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 이미령 팀장은 “단순한 청춘 멜로를 넘어 자기 감정을 이해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며 운을 뗐다. 직업상담사라고 밝힌 한 관객은 “표현하며 살아야겠다는 걸 느꼈다”고 고백했고, 영화를 여러 번 봤다는 또 다른 관객은 “죽음이 남의 일이 아니며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령 팀장은 “슬픔을 전시하지 않고 아이들의 빛나는 하루를 목도하게 함으로써 영화적 위로를 전하는 방식이 특별하다”며 “오늘 하루만큼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할 수 있길 바란다”는 말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 진심 어린 감상을 공유한 관객 5명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담은 소정의 경품이 증정됐다. 앞으로도 소중한 소감을 나누는 관객들을 위해 다양한 경품 혜택과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BNK부산은행이 후원하는 부일시네마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산닷컴(busan.com)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에서 관람을 신청할 수 있다. 참가자를 추첨해 입장권(1인 2장)을 준다. 이달 상영작은 칸영화제 수상에 빛나는 일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2024)이다.
일요일 부산민속예술관에서 얼쑤!
“매주 일요일 전통문화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사단법인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는 시민과 외국인이 우리 전통문화를 쉽고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2026 전수교육관 활성화 사업-Play 동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국가유산청의 전수교육관 활성화를 위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이달부터 11월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부산민속예술관 송유당(부산시 동래구 우장춘로 195-46)에서 진행된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획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특히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어린이 참가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통춤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고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다고 해도 명인의 공연을 직접 보고 체험 중심으로 알려줘 직접 그 매력을 느끼게 하도록 준비됐다. 올해는 국가무형유산 ‘동래야류’, 부산시 무형유산 ‘동래학춤’ ‘동래지신밟기’ ‘동래고무’ ‘동래한량춤’ 등 주로 부산을 대표하는 무형유산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일반적인 단발성 체험 프로그램과 달리 참가자들이 전통문화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강좌당 주 1회씩 총 2주 과정으로 운영된다. 같은 참가자가 2주 동안 연속 참여하는 과정형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단순 체험을 넘어 전통문화의 흐름과 의미를 보다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종목별 기수당 15명 내외로 선착순 모집되며, 참가비는 전 과정 무료로 운영된다. 부산민속예술관 관계자는 “동래 지역의 무형유산은 오랜 세월 지역 공동체와 함께 전승되어 온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전통문화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소개했다. 부산민속예술관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뒤 이메일로 제출하거나 현장 방문 접수도 가능하다. 11월까지 종목별로 모집한다. 부산민속예술관은 앞으로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과 외국인이 한국의 무형유산을 쉽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는 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051-555-0092.
[조희창의 클래식내비게이터] 유칼리, 도달할 수 없는 낙원에 대하여
“나는 한 가지 스타일에 속하지 않는다. 나는 시대에 속한다.” 쿠르트 바일(Kurt Weill)은 세계 대전으로 황폐한 독일 무대에서 이렇게 외쳤다. 1900년 독일 데사우에서 태어나 베를린음악원에서 공부했으며, 훔퍼딩크, 부소니에게 작곡을 배웠다. 1926년에 배우이자 가수인 로테 레냐와 결혼했고, 오페라 ‘주연 배우’를 성공시키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의 인생은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만나면서 변곡점을 이루었다. 1927년에 두 사람은 노래극 ‘마하고니 시의 흥망성쇠’를 통해 자본주의의 문제를 통렬히 고발했다. 그리고 1928년 ‘서푼짜리 오페라’(Die Dreigroschenoper)로 대성공을 거뒀다. 이 오페라는 바로크 시대인 1782년에 존 게이가 완성한 ‘거지 오페라’를 1920년대 누추하고 소란스러운 독일의 뒷골목으로 옮겨온 작품이다. 음악적으로는 기존 오페라에 트로트, 재즈, 발라드 등 대중음악을 결합한 형태였다. 아리아는 대중적 창법의 노래로 대체되었고, 오케스트라보다는 금관악기와 타악기를 중심으로 한 밴드로 반주를 했다. 대중성과 정치적 풍자를 결합한 혁신적 음악극으로 소문나면서 1933년까지 1만 회 이상 공연을 기록했고 18개국 언어로 번역되는 대성공을 거뒀다. 브레히트와 바일은 이후에도 ‘해피 엔드’, ‘7가지 죄악’ 등의 문제작을 발표하다가, 결국 사상적인 문제로 결별하게 된다. 바일이 음악을 통해 대중에게 더욱 다가가려 했다면, 브레히트는 그 대중을 다시 거리로 밀어내어 비판하고 사유하게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1933년에 나치가 정권을 잡게 되자 유대인 출신인 바일은 이른바 ‘퇴폐음악의 온상’으로 분류되었다. 그래서 바일은 프랑스를 거쳐 미국 미국으로 망명하게 되고, 이후 브로드웨이와 헐리우드에서 활동하다가 1950년 4월 3일, 50세로 세상을 떠났다. 바일의 노래 중에선 ‘서푼짜리 오페라’에 등장하는 ‘칼잡이 맥’(Mack The Knife)이 가장 유명하겠지만, 오늘은 그보다 더 서정적인 곡 ‘유칼리’(YouKali)를 소개한다. 바일이 프랑스로 망명한 직후에 ‘마리 갈랑트’라는 연극에 삽입한 곡이다. “유칼리, 그곳은 소망의 땅/ 유칼리, 그것은 행복이고 기쁨이지/ 모든 근심을 내려놓는 그곳/ 어두운 밤에 번쩍이는 한줄기 빛/ ... 그러나, 아아, 그것은 꿈, 어리석은 환상/ 유칼리는 존재하지 않아/ 인생은 우리를 질리게 이끌지, 꿈도 사랑도 없이 흘러가 버리지.” 노래의 제목인 유칼리는 실제 지명이 아니라 상상의 섬이다. 평화와 자유와 사랑이 있는 곳이지만 사는 동안은 갈 수 없는 곳, 그곳에 대한 그리움을 탱고와 하바네라 리듬 속에 넣었다. 이름다움과 허무함이 공존하는 노래. 망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음악가 쿠르트 바일이 남긴 ‘슬픈 낙원’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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