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벌 의상 다 다른 뮤지컬 ‘위키드’…알고 보면 더 재밌는 ‘마법’ 무대
2003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이래 23년째 롱런 중인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언어와 문화 차이를 뛰어넘는 현대적인 메시지와 공감, 환상적인 무대, 파워풀한 음악 덕분은 아닐까. ‘위키드’는 ‘레플리카 프로덕션’(원작의 모든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공연 형태)이 기본이어서 23년 전부터 같은 형태로 공연할 수밖에 없고, 최신식 LED 스크린 같은 건 구경도 못 한다. 그런데도 ‘위키드’는 마법 같은 순간을 무대 위에서 170분(인터미션 20분 포함한 서울·부산 공연 러닝타임) 동안 펼칠 수 있는 것은, 의상팀과 기술팀,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가 똘똘 뭉쳐 노력한 덕분이 아닌가 싶다.‘위키드’의 대표적인 무대 세트로 손꼽히는 소형 비행기 크기의 12.4m ‘타임 드래건’이 연기를 내뿜는 장면만 하더라도 암전 속 무대 하부 쪽 발코니에 등장한 기술 파트 직원 한 명이 거대한 퍼핏 인형을 다루듯 직접 조종해 움직인다. 어둠 속 관객 시선은 드래건을 향하고 있어 그것을 움직이는 스태프를 보지 못할 뿐이다. 기자도 본 공연 때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광경을 ‘타임 드래건’ 시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언제 타임 드래건이 움직이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람 팁이다. 오즈 마법사의 얼굴인 ‘오즈 헤드’ 역시 대사에 따라 입이나 턱을 움직여야 하는데, 이것 역시 기술팀 직원이 타이밍에 맞춰 직접 조종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기술팀 직원만 10여 명이 필요한 것이 ‘위키드’ 공연이다.이번 ‘위키드’ 내한 공연은 2023년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맞아 제작된 투어 팀으로, 호주·싱가포르 공연을 끝내고 서울에 이어 지난 13일부터 부산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2012년 한국 초연 이후 13년 만이자 부산 첫 내한 공연이다. 19일 오후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열린 백스테이지 투어는 ‘위키드’의 대표적인 의상과 소품을 소개하고, 백스테이지로 이동해 의상 벙커 등을 돌아본 뒤 다시 객석으로 나와 무대 전체가 에머랄드 빛으로 눈부신 ‘원 쇼트 데이’(One short day)에 등장하는 앙상블·스윙 배우 4명과 인터뷰를 가지는 순서로 진행됐다.먼저 2004년 토니상과 드라마 데스크상을 휩쓴 화려한 의상에 대해 프로덕션 매니저 제스 스콰이어스가 입을 열었다. “‘위키드’의 아름다운 의상은 주연배우들과 앙상블 다 포함해서 약 350벌이 사용됩니다. 약 40억 원의 가치를 지녔으며, 단 한 벌도 동일한 디자인이 없습니다.” 그는 또 “주인공인 엘파바와 글린다 의상은 특히나 캐릭터를 나타내는 데 매우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오프닝 장면에서 글린다가 입고 등장하는 ‘버블 드레스’와 지층에서 모티브를 얻어 360겹의 레이어로 디자인된 엘파바의 2막 검은색 드레스는 현란한 디테일과 과감하면서 스타일리시해 환상적인 세계를 구현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엘파바 2막 의상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돼 있기도 하다.의상은 물론, 모자, 신발, 소품까지 독특한 디자인으로 구현된 에메랄드 시티 의상은 배우들이 실제 착용하고 객석으로 나왔다. 끼고 나온 선글라스까지 초록색이다. 제스 매니저는 “공연 중 에메랄드 시티가 나오는 장면은 해당 도시로 관객들을 확 끌어당겨야 하는 장면인데 이때 의상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다. 가까이서 본 의상과 소품은 디테일이 놀라웠다. 제스 매니저는 “한 주에 8회 공연을 하는데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에서 똑같은 퀄리티의 의상으로 공연할 수 있도록 매일매일 의상팀이 떨어진 비즈를 수선해 가며 옷 상태를 보존한다”고 말했다. 모든 의상이 실려 있는 의상 케이스만 총 42개이다. 소품도 많아서 모든 게 제자리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공연 중 가장 빨라야 하는 퀵 체인지는 23초여서 벙커까지도 못 가고, 무대 뒤 대기 중에 스태프 도움으로 바로 갈아입는다.오랜 세월 공연한 만큼 약간은 달라진 점도 있었다. 100% 수작업으로 제작된 글린다의 버블 드레스 경우, 초연 당시에는 약 20㎏에 달하는 무게였으나 보다 가벼운 소재로 업그레이드되면서 7㎏으로 줄어들었다. 의상과 메이크업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전신을 초록색으로 칠해야 하는 엘파바의 분장 과정에 대해서 묻자 “노출되면 안 되는 비밀 중 하나가 엘파바의 초록색 피부여서 상세한 설명은 못 하지만, 엘파바 분장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가량 소요된다”고 전했다.무대 메커니즘도 놀라웠다. 쉬즈 대학, 오즈 더스트 볼룸, 에메랄드 시티 등으로 이어지는 1막은 단 한 번의 암전도 없이 무대 전환이 이루어진다. 게다가 5000개에 달하는 그린 LED 조명, 수천 개의 비눗방울과 함께 하늘에서 나타나는 글린다의 버블 머신, 무대 가장 높은 곳까지 치솟는 엘파바의 짜릿한 플라잉은 손꼽히는 ‘위키드’ 볼거리이다.앙상블과 스윙으로 참여하는 배우들의 소감도 잇따랐다. 케이트 약슬리는 “에메랄드 시티 장면에서 제가 입는 의상은 피시테일 모양으로 라인이 많아서 걷고 포즈를 취하는 것도 신경이 쓰이지만, 모든 앙상블 배우가 화려하고 정교하면서도 각자 개성이 담긴 의상을 입는다”고 밝혔다. 맷 홀리는 “개인적으로 부산은 ‘위키드’를 공연하는 12번째 도시인데, 숨죽이면서 공연을 보다가도 끝났을 때는 폭발적으로 환호성을 질러준 관객들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올리비아 카스타냐는 “서울과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부산이 좀 더 편안한 느낌이 든다”면서 “아름다운 바다가 있고, 여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사람들이 반겨주니까 아름다운 도시 부산을 매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한편 이번 공연을 위해 동원되는 스태프는 배우,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팀 등을 포함해 120~130명에 이른다. 부산 공연은 내년 1월 18일까지 이어진다. 글린다 역에 코트니 몬스마, 엘파바 역에 셰리든 아담스와 조이 코핀저 얼터네이트(주연배우의 배역을 소수의 회차만 맡아서 공연하는 배우), 마법사&딜라몬드 교수는 폴 핸런, 모리블 학장은 제니퍼 불레틱, 피에로 역에 리암 헤드, 엘파바 동생인 네사로즈 역에 첼시 딘, 보크 역에 커티스 파파디니스가 출연한다.
'지방분권에 한 평생' 황한식 부산대 명예교수 별세
지방분권 운동에 헌신해온 황한식(사진) 부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19일 별세했다. 향년 77세. 고인은 1948년 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부터 2013년까지 부산대 경제학부에서 재직하며 지역사회 연구와 지방분권 운동에 커다른 업적을 남겼다. 부산대 교수회장, 전국국공립대교수협의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지방분권국민운동 상임대표·공동대표(2002~2016년),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상임대표 등을 맡아 지방분권 제도화와 시민참여 확대를 이끌었다. 고인은 지난 5월 이재명 정부 출범에 앞서 <부산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의 헌법 체계는 지방정부가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로,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며 ‘지방분권형 개헌’을 촉구했다. 그는 “중앙정부 내부의 권한 분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중앙과 지방 간 권한 재조정”이라며 “이를 통해서만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혀기도 했다. 유신정권 말미인 1979년 3월 크리스찬아카데미 사건에 연루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과 함께 반공법(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유족은 부인 김수자 부산교육자치포럼 대표와 딸 황혜림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이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동서지간이다. 빈소는 부산 대동병원 장례식장 1호실이며 22일 발인한다. 장지는 부산영락공원. 21일 오후 6시 빈소에서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주관으로 추모식이 거행된다.
의사가 돼지국밥집 차린 이유는?
“살아 있으니 밥을 먹을 수 있다. 밥 먹는 일 자체가 복이다.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행복한 것이다. 우리가 나쁜 감정을 표현할 때 ‘밥맛이 없다’라고 하지 않나. 밥맛이 없으면 인생 조지는 거다. 밥을 맛있게 먹는 순간이 인생 최고의 클라이맥스다.” 밥을 연구한 ‘밥 철학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성의료재단 좋은병원들 구정회 회장은 소문대로 달변이었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오만 데 관심이 많다”라고 자인할 정도로 관심사 또한 다양했다. 팔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여전히 직원들과 함께 책을 읽고, 독서토론회를 즐긴다고 했다. 부산지식서비스융합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알고 보니 부산대 학보사 기자 출신에 부대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문학상에서 소설로 수상한 경력도 있었다. 24일에는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제32대 회장에 취임하는 액티브 시니어다. 기자가 구 회장을 만난 이유는 뜬금없게도 돼지국밥 때문이었다. 좋은문화병원을 비롯한 5개의 종합병원과 7개의 요양병원 등 12개의 네트워크 병원을 운영하는 그가 돼지국밥집을 차렸다는 소문이 퍼져서였다. 지난 9월 말에 문을 연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돼지국밥집 ‘식복(대표 이정근)’에서 만난 구 회장은 수육과 돼지국밥을 앞에 두고 그 사연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가 원래부터 식당 주인입니다.”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리인가 했지만 설명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구 회장이 운영하는 병원 12곳의 환자를 합치면 3000명가량이 된다. 삼시세끼씩 해서 매일 1만 그릇씩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병원 밥이라 재료 기준이 엄격하고, 위생 기준은 높고, 일제 배식으로 효율은 떨어지는 악조건 속에서 식당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소문의 주인공이 앞에 놓인 수육을 한 점 집어 들었다. 구 회장은 “수육은 식감이 중요하다. 집에서 수육을 하면 이런 맛이 나지 않는 이유는 숙성을 안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돼지고기를 숙성 냉장고에 사흘간 둔 다음에 만들어 쫄깃쫄깃한 맛이 살아난다. 한정식집에서 먹는 돼지고기가 퍼석퍼석한 이유도 전처리를 안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음식에 관한 해박한 지식이 인상적이었다. 가게 비법까지 거침없이 털어놓는 화법에선 성격이 드러났다. 평생 의술만 펼치던 그가 돼지국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수육이었다. 병원 장례식장은 수육을 많이 소비한다. 그동안 수육을 납품받았는데 그 품질이 처음 들어올 때와 자꾸 달라지는 문제가 도저히 고쳐지지 않았다. 수육의 품질이 변하면 병원의 신뢰 또한 손상이 된다고 생각해, 아예 수육을 직접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육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은 간단했다. 좋은 고기, 좀 비싼 고기를 쓰니 문제가 바로 해결됐다. 부산 대표 음식 돼지국밥은 이제는 외국인이 즐겨 찾는 관광상품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식복의 개업에는 이 돼지국밥에 대한 평소의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 의사이자 경영자인 그가 보기에 위생상 불결하고, 서비스 철학이 없고, 인공 조미료를 퍼넣는 역전 식당 수준의 돼지국밥집이 너무 많았다. 부산시도 모범적인 돼지국밥집을 가려서 격려하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그가 수육 다음으로 육수 만들기에 들어갔다. 사골을 고아 뻑뻑하게 만든 뒤 인공 조미료를 퍼넣는 기존 돼지국밥 방식은 처음부터 경계의 대상이었다. 조리 실무자가 인공 조미료를 넣지 않고 맛을 내려면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반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시원해야 하니까 무, 끈적하고 달아야 하니 대파, 잡내를 없애는 생강, 인공 조미료 대신 마늘을 넣으면 그 맛이 난다”라며 밀어붙였다.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았다. 사골은 하루 전에 물에서 우려내 잡내를 제거하고, 끓이면서 떠오르는 기름을 떠내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했다. 그렇게 수육 되고 육수 되니, 대중들한테 우리가 양질의 돼지국밥을 선보이자고 의견이 모였다. ‘부산의 정을 담은, 식복 돼지국밥’이라고 쓴 가게 간판에는 부산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수준급 돼지국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실제로 식복의 돼지국밥은 국내산 암퇘지 사골을 12시간 우려 진한 풍미가 나고, 일체의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세제나 이물질을 흡수하지 않는 ‘무흡수 뚝배기’를 사용하는 이유도 건강을 생각해서다. 주방은 조리기능장으로 2002년 월드컵 당시 브라질팀 전속 요리사였던 이동석 총괄 셰프에게 맡겼다. 이렇게 정성이 든 돼지국밥은 때깔부터가 다르다. 만 원짜리 돼지국밥 한 그릇을 먹고 난 손님들은 대접받고 가는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구 회장은 돼지국밥과 병원을 연관시켜 다소 의외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돼지국밥집에서는 만 원을 위해서 돼지고기를 삶고, 썰고, 서빙한다. 병원은 이제 너무 독점적인 권한, 지위, 습관, 정서를 가진 게 아닌가 싶다. 서민들이 만 원을 벌기 위해서 어떤 수고를 하는지 알면 병원에서 환자한테 비싼 MRI 비용을 받을 때도 좀 겸허한 마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돼지국밥집은 나한테는 인생의 실험적인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선택에 대해 누군가 입을 댈지도 모르지만, 자영업에 대한 생각도 명확하게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 할 게 없어 음식점 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할 일이 없어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사도 편해지려고 개업하면 일이 안 된다. 의사의 개업은 자기 인생 최후이자 최선의 선택이어야 한다. 하다가 안 되면 복귀하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일갈했다. 식복에는 ‘배가 고파서, 밥을 맛있게 먹고 싶어서 밥집에 오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라는 그의 철학이 들어 있다. 식복의 대표가 아니라, 컨설턴트를 자임한 그는 낮은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들에 대해 오늘도 고민 중이다. 구 회장의 식복(食福)은 어릴 적 성장 환경에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경남 함안 군북 출신으로 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부산에 정착했다. 부모는 부산으로 공부하러 오는 친척 아이들을 다 받아들였다고 한다. 많은 친척과 한집에서 어울려 살아 아침이면 도시락이 열몇 개가 될 정도였다. 우리 식구끼리만 밥을 먹어 본 적이 없어 어려서는 원망스러웠지만, 커서 보니 그게 너무나 고맙게 여겨졌단다. 일찍 철이 들고 삶을 풍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꾸라지가 든 어항에 천적인 메기를 한 마리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며 더 활발하고 건강해진다고 한다. 어쩌면 ‘식복’이 부산 돼지국밥계의 메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글·사진=박종호 기자
아파트가 재미있어졌다…동삼동 주공2단지 이야기
부산의 한 복지관에서 일하는 분으로부터 최근 메일을 한 통 받았다. ‘우리 동네 아파트에서는 주민끼리 양봉을 하고, 스마트팜에서 채소도 길러 먹는다’라고 했다. 얼마 전에는 주민들의 자서전을 발간했고, 주민들이 출연하고 감독한 영화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는 소식도 들어있었다. 가끔 아파트에 뱀이 나와 동네 뉴스가 되기도 하고…. 그 과정을 청년 예술가들이 오랜 시간 기록한 전시회를 열고 있으니, 꼭 방문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부산에 이런 아파트가 있었나? 요즘 보기 힘든 소식을 가득 담은, 문제의 그 아파트를 찾아가 봤다. 지난 14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 주공 2단지에 있는 상리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했다. 상리, 중리, 하리 등 영도 동쪽 해안에 위치한 세 개의 마을이 지금의 동삼동(東三洞)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라진 ‘상리’는 복지관 이름과 주공 2단지를 부르는 ‘상리마을’이란 애칭으로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곳 복지관과 빈집 한 곳을 빌려 열린 전시 ‘단지, 감각한 기록展’은 공교롭게도 이날이 마지막 날이었다. 복지관에 들어서자, 주민들이 자기 집의 풍경을 직접 그린 전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제목:기적이 일어나는 나의 집. 방 두 개가 고작인 13평 아파트. 조그마한 방에서 난 그림책 작가도 되고, 화가도 되고, 시 낭송가도 되며, 우쿨렐레·오카리나 연주가도 된다. 책도 읽고, 시도 쓰고, 연극 대본을 외우기도 한다. 조그마한 베란다는 나의 아틀리에. 나는 매일 기적을 본다. 10XX호 오정희 씨가 그린 멋진 그림과 글솜씨에 놀라고 말았다. 다음 작품의 제목은 ‘즐거운 나의 집’이었다. “우리 집이란, 내 생활의 보금자리로 내 마음에 제일 좋은 곳이라 적어 봅니다. 베란다가 예쁘고 바깥의 바다와 배들이 너무 좋아요. 나는 아무리 크고 좋은 집을 준다 해도 우리 집과는 바꾸지 않을 겁니다. 13XX호 김춘자 씨의 작품에는 우리 집에 대한 사랑이 흘러넘쳤다. 문득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즐거운 나의 집’이란 노래가 생각났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또 ‘우리 집에는 천국과 지옥이 있다’라고 쓴 어떤 주민의 표현은 의미심장하기 짝이 없었다. 이렇게 각자가 우리 집 내부를 그린 작품이 모두 50점 가까이 됐다. 아파트 생활이란 우리 집만 알지, 옆집에는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기 마련이다. 12~13평 비슷한 구조와 평수의 ‘동삼 주공’을 그린 그림을 모아 놓으니 개성 있는 살림살이가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다. 주민 한 분은 “30년을 여기에 살았어도 남의 집에 가본 적이 없다. 오늘 50집을 집들이한 것 같다”라고 말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샀다. 아파트의 익명성이 때론 편하지만, 옆에 누가 사는지 항상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복지관 내 상리카페에서는 주민 두 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분이 동삼 주공의 동네 스타로 짐작되는 김양자 씨다. 김 씨는 올해 자서전 쓰기에도 참여했고, 주민들이 만든 영화에도 출연해 작가 겸 영화배우가 되었다. 지난 2월에 출간된 <인생사 돌아보기>에는 김 씨가 쓴 ‘나는 스칼렛 오하라였다’를 포함해 주민 7명의 자서전이 수록됐다. 김 씨 편을 짧게 소개한다. ‘혼자 아들 둘을 키우고 살면서 서러운 일이 많았다. 대학교 앞 하숙부터 시작해서 식당과 피부관리실 운영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힘들게 일해 두 아들 장가보내고 나니 방 하나 얻을 돈도 없었다. 새 두 마리를 열심히 키웠더니 어느새 짝을 찾아 엄마 혼자 두고 멀리 날아가 버린 셈이었다. 그때 영도에서 영구임대아파트 모집을 해서 입주하게 됐다. 지금은 88-1 버스가 다니지만, 예전에는 차도 다니지 않아 오르막길을 힘들게 올라야 했다. 나는 힘든 시간을 버티기 위해서 늘 책을 읽었다.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은 “내일은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를 거야”라며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여기에 온 지도 30년이 넘었다. 내 공간이 있어 너무 좋다. 해가 지고 창문가에 서면 바다가 가까워서 마치 내가 물 위에 떠가는 느낌이다. 나는 소설 속 대저택 못지않은 나만의 공간에서 나를 위로하는 책을 든다.’ 영도의 스칼렛 오하라 김 씨는 영도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는 “아들이 의사인데 너는 왜 극빈자들이 사는 아파트에 사느냐고 묻던 친구들도 우리 집에 와 창문에서 보면 정말 외국에 온 느낌이 든다고 감탄한다”라고 말했다. 또 “여기 사는 할머니들한테 다른 데로 가겠느냐고 물으면 한 사람도 가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아무도 안 갈 거다”라고 덧붙였다. 동삼 주공 2단지는 1995년에 준공되어 30년이 지난 낡은 아파트다. 2단지 1968세대 가운데 수급세대(기초생활수급자)가 1236세대, 수급 세대 외 지원 세대(차상위계층·긴급지원 대상) 365세대, 일반 세대 367세대로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많이 산다. 지난해 복지관 측이 이 아파트에서 고독사 시신을 3건이나 발견했다. 영구임대아파트는 말할 것도 없고, 공공임대아파트를 향한 사회적 차별의 시선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영구 임대에 사는 분들은 빨리 돈 벌어서 나가고 싶어 할 것이라는 짐작과 달랐다. 지난 2023년에 고신대 사회복지학과에서 423명을 대상으로 주민 욕구 조사를 한 결과 주민 만족도가 3.5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영구 임대를 바라보는 외부 시선과 주민들의 생각은 괴리가 너무 컸다. 또 한 분의 주민은 상리 마을 영화 ‘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에 출연한 김상호 씨였다. 김 씨를 비롯한 마을 주민 5명과 어린이들이 출연한 이 영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 BIFF에서 상영되어 호평받았다. 또한 일본에서 열리는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다. 김 씨는 영화에서 오랫동안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용기를 내서 밖으로 나오는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 씨는 실제로 오랜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고 금주한 지 8년이 넘었다. 자기 집에서 중독자를 치유하는 모임을 열고, 오갈 데 없는 중독자들을 집에서 보살피기도 했다. 김 씨는 이날 “과거의 나는 교만했다. 영화 촬영 때 감독님이 크게 웃으라고 했는데, 그게 잘 안되었다. 지금도 웃는 연습을 하고 있다”라고 말해 감동을 줬다. 이번에는 올해 내내 동삼 주공에서 살다시피 하며 작업한 작가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먼저 상리마을을 사진으로 기록한 청년 작가 조건 씨다. 조 작가는 “영구 임대라는 선입견을 품고 와보니 노인 계층이 많을 따름이지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았다. 좀 더 밝고 따뜻하게 찍어보자는 생각으로 색감이 최대한 화사하게 나오도록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이재웅 작가는 청년 작가들의 멘토 역할을 하며 ‘다큐 상리’를 만들었다. 이 작가는 “돌아다니다 보니까 여기가 참 매력적인 곳이더라. 주민들과 친해질수록 더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문화 복지’를 통해서 주민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라고 말했다. 청년 작가 박세진 씨는 주민을 인터뷰한 뒤 동삼 주공을 배경으로 일러스트 엽서 작업을 했다. 박 작가는 “육지 사람은 영도에 대한 편견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영도에 살고 있지만 상리마을에 대해 못 사는 동네, 위험한 동네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됐다.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편견이 생겨난다고 생각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청년 작가들이 처음에 작업을 위해 돌아다니자, 동네 주민들이 자꾸 “뭐 하는 사람이냐? 어디서 나왔냐?”라고 물어봤단다. 그동안 동삼 주공에서는 젊은이들을 만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김양자 씨는 “젊은 사람이 드문 동네에 청년이 지나가면 보기가 참 좋다. 씩씩하다. 나라의 보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영화 ‘그 많던 꿀벌…’은 오래된 임대 아파트에서 양봉하는 주민들이 주인공이다. 영화는 어느 날 꿀벌들이 사라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민하던 주민들은 꿀벌이 다시 돌아오도록 꽃을 심는다. 꽃이 피면 환경도 좋아지고, 언젠가 벌이 돌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다. 편견이 특정 집단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낳고, 상호 존중 대신 적대감을 키워 편을 나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고립된 집에서 나와, 옆을 돌아보는 시간이 아닐까. 글·사진=박종호 기자
세상을 데우는 돼지국밥 그림
한 점의 그림이 한 그릇의 국밥이 되어 나누어지며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졌다. 김무디 작가와 부산바다샌드가 공동으로 개최해 올해 처음으로 열린 부산 돼지국밥 그리기 대회에 전국에서 430여 작품이 접수되어 큰 관심을 모은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대회 대상에는 강지유의 ‘부산의 맛, 우리 가족의 행복’이 차지했다. 금상에는 이지우의 ‘국밥 한 숟가락에 세상 정 다 묵어뿟다~’, 은상에는 권민선의 ‘부산의 뜨거운 숨결’, 동상에는 이시후의 ‘뜨끈한 돼지국밥’이 수상했다. 대회 시상식은 지난 8일 부산바다샌드 감천문화마을점에서 열렸다. 대상 수상자 강지유 씨는 이날 천안 불무초등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으로 밝혀져 놀라움을 선사했다. 이번 대회에는 일반과 학생부 구분이 없었다. 지유 학생은 “부산에 놀러 와 가족들과 돼지국밥을 먹으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그렸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대상에는 100만 원, 금상 50만 원, 은상 30만 원, 동상 20만 원, ‘좋아요 상’에는 1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이 수여됐다. 시상식 뒤에는 1953 형제돼지국밥, 사회봉사 단체 ‘나무미인’과 함께 하는 돼지국밥 430여 그릇 나눔 행사가 열렸다. 감천문화마을을 찾은 많은 외국인들은 이날 돼지국밥을 처음 맛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70년 전통의 형제돼지국밥 최석윤 대표는 “이번 행사 참여를 통해 부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향토음식이 국내외 관광객에게 더욱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응모작 가운데는 가족, 그중에서도 아버지가 소주와 함께 등장하는 작품이 많았다. 돼지국밥은 집에서 잘 만들어 먹지 않고, 주로 외식을 통해 소비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었다. 한 학원 강사는 “아이들이 가족과 국밥을 먹고 온 다음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참가작 가운데는 명화의 이미지를 가져오거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이미지를 차용해 눈길을 끄는 작품도 있었다. AI 그림까지 참여가 가능하도록 문호를 열어놓은 결과 AI를 사용해 그린 그림의 응모 비율은 70%가량 차지했다. 응모자 가운데는 AI 참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AI 그림이 응모자들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무디 작가는 “돼지국밥이라는 음식 자체가 온도도 따뜻해야 하고, 가족이라는 키워드도 따뜻해서 전시장 분위기가 훈훈해졌다”라고 말했다. 부산바다샌드 정병욱 공동대표는 “재미있고 의미 있는 행사를 한번 만들어 보자고 시작했는데 많은 분들이 참여해 준 덕분에 뜻깊은 행사가 잘 마무리되었다”라고 말했다.
[기자 픽] 음악-BS 오퍼스앙상블, 실내악 정기연주회 '명작 산책'
부산의 실내악단인 ‘BS 오퍼스앙상블’(사진)이 제21회 정기연주회 ‘Promenade Masterpiece’(명작 산책)를 오는 23일 무대에 올린다. BS 오퍼스앙상블은 20여 년 동안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을 이어온 실내악 단체로 깊이 있는 해석과 안정적인 앙상블로 호평을 받아왔다. 이번 공연은 프롬나드(Promenade), 즉 산책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관객이 음악 속을 편안하게 거닐 듯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오페라 아리아, 성악 가곡, 피아노 포핸즈, 실내악 작품까지 여러 편성이 한 무대에서 이어지며, 관객에게 한 편의 음악 여행 같은 흐름을 선사할 예정이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슈트라우스 오페레타 ‘박쥐’ 중 아리아, ‘레하르 쥬디타’ 중 아리아, 피아졸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포핸즈 버전, 멘델스존 피아노 트리오 1번 4악장, 브람스 ‘대학축전’ 서곡, 훔멜 피아노 5중주 Op.87, 생상 ‘동물의 사육제’ 등이다. 최은주 대표는 “이번 무대는 관객이 일상의 속도를 잠시 내려놓고 음악 속을 천천히 걸어보는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가을의 끝자락에서 마음을 가볍게 풀어주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3일 오후 5시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 전석 2만 원. 문의 010-3198-1035.
[기자 픽] 전시-옴블린 레이 개인전 ‘부글부글 증후군’
프랑스 작가가 ‘화병’(火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한국 가부장제에 주목한 전시를 열고 있다. 한·불 예술인 창작공간 프로젝트 ‘빌라 부산’ 일환으로 지난 9월부터 부산 사하구 홍티아트센터에 와 있는 프랑스 작가 옴블린 레이(Ombline Ley)가 지난 12일부터 오는 26일까지 개최하는 ‘부글부글 증후군’(Le syndrome de la cocotte-minute)이다. 23일엔 스튜디오 개방 행사가 있고, 전시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2시 30분엔 주한프랑스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다큐멘터리 영화 형식으로 한국의 ‘화병’과 성 불평등, 여성의 내면적 회복을 주제로 영상과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사주를 보는 여성들과 인터뷰, 바닷가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는 여성, 인어의 이미지가 병치된 영상 설치가 전시된다. 또한 작가가 새롭게 만든 한국어 조어 ‘가부똥제’(가부장제+똥)와 프랑스어 ‘Cocotte-Minute’(압력밥솥)를 네온사인으로 제작해 설치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억압된 감정의 압력과 폭발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옴블린은 “화병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을 억누르도록 강요된 사회 구조의 산물”이라며 “조화가 우선 되는 사회 안에서 감정을 표현할 수 없던 여성들의 병은 잊힌 것처럼 보일 뿐, 여전히 몸과 마음속에 남아 있다”고 이번 프로젝트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부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홍티아트센터는 올해 입주 작가 릴레이 개인전 8회와 기획전 2회 등 총 10번의 전시를 개최해 4000여 명의 시민과 예술가가 다녀간 것으로 파악했다. 2024년부터 운영 중인 ‘빌라 부산’은 △차흘라 젠치르치·기욤 죠바네티의 ‘Ghost&Found’(2024년 11월) △플로리앙 바렌의 ‘AFTERLIFES’(2025년 8월)에 이어 세 번째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전시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오후 5시 30분 입장 마감). 문의 051-263-8661.
[기자 픽] 연극-극단 판플 ‘천국으로 배달해드립니다’
서커스와 마술, 음악이 어우러진 연극 무대가 펼쳐진다. 이번 주말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극단 판플의 ‘천국으로 배달해드립니다’가 그 무대다. 지난해 열린 디셈버뮤지컬페스티벌에서 선보인 후 서사 중심의 음악극 형태 연극으로 업그레이드한 작품이다. 초겨울 어느 스산한 지하창고, 망해버린 천국서커스 단원들이 다가올 봄엔 재기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고 힘든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어느 날 유괴된 소년이 창고로 끌려오고, 단원들은 겁에 질린 소년을 즐겁게 해주려 작은 공연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단원들과 소년은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하며 함께 봄을 꿈꾼다. 부산문화재단의 우수예술지원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가 부산 지역 청년 예술인들이다.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직접 마술과 서커스를 선보이기 위해 초빙 마술사에게 특별 지도를 받기도 했다. 양재영 연출은 “각박한 현실에서도 이해와 연대를 통해 ‘천국’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22~23일 오후 3시 각 한 차례 공연. 예매는 예스24와 전화(010-2654-4880)로 할 수 있다. 관람료 3만 원.
세대 공감 나누는 따뜻한 시낭송회
무크지 시움이 22일 오후 3시 부산 연제구 거제동 책과아이들 서점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세대•공감 소통 시낭송회’를 연다. 지난 9월 발간한 <미래의 문장들에게> 시집으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시민, 시인들이 직접 시를 읽으며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미래의 문장들에게>는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49명의 시인이 참여했으며 편지 형식으로 구성했다. 무한경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 젊은이들에게 삶의 선배로서 시인들이 보내는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담았다. 편지 형식의 시편들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듯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긴 여운과 깊은 울림이 있는 말을 건넨다. 참여 시인과 시민의 시낭송과 더불어 미래 세대인 청소년과 청년들의 시 낭송을 영상으로 담아 함께하는 것이 특징이며, 참여 작가의 시 일부 문장을 캘리그래피로 쓴 엽서도 증정한다. 우표까지 붙인 엽서는 시의 구절을 나누고 싶은 이에게 바로 보낼 수 있다. 무크지 시움 대표 이은주 시인은 “시를 읽는 시대가 저무는 것이 엽서를 쓰는 시대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과 묘한 동병상련의 오버랩이 있는 것 같다”라며 “요즘 편지를 부칠 때 바코드를 붙여주는데 일부러 옛날의 감성이 느껴지는 우표를 사서 직접 엽서에 붙인 후 손 글씨로 시를 썼다”라고 말했다. 무크지 시움은 부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이 주축으로 참여하여 매년 기획 시집을 발간하고 있는 단체이다. 시대에 절실한 문학의 책무를 기억하고, 공존의 능력을 가꾸기 위해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팬데믹을 겪던 2020년에 만든 시인들의 모임이다. 보다 깊은 상상력과 풍요로운 감수성으로 세계와 인간의 모든 문제에 다가가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문학이 인류에게 선물할 수 있는 미래를 창조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함께 시 작업을 하고 있다. 2023년 지구적 기후 위기를 주제로 담은 첫 시집 <지구는 난간에 매달려>를 출간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지속가능한 문명을 생명의 시각에서 탐구한 생명시집 <먼지였다가 연잎이었다가 구렁이였을>을 냈다. 올해는 ‘2025년도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아 <미래의 문장들에게>라는 제목으로 세대간 소통의 문제를 제기한 시집을 출간했다. 이번 시낭송회에서는 내년도 시집에서 다룰 주제에 관해 시인과 참여자들이 함께 토론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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