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이렇게 웃겨도 되는 겁니까… '죽여주는 이야기' 부산 상륙
죽음이라는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낸 대학로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가 1년 만에 다시 부산 무대를 찾았다.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평범한 듯 보이지만 어딘가 어긋난 인물들이 벌이는 엉뚱한 사건을 중심으로 인간의 이면을 담아낸 작품이다. 빠른 흐름의 장면 전개와 생활 밀착형 대사, 예측 불가한 반전 구조가 특징이다. 2008년 초연 이후 17년간 450만 명 이상의 누적 관객을 기록한 대한민국 대표 스테디셀러 연극이기도 하다.연극은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이들이 펼치는 이야기로 꾸며진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아이디 ‘마돈나’ 여인과 그녀를 기다리는 모임 회장 ‘안락사’, 그리고 마돈나가 부른 의문의 사나이 ‘바보레옹’ 등 살벌한 인물들이 살벌한 장소에서 펼치는 살벌한 이야기가 유쾌하게 전개된다.이번 부산 공연은 특히 기존의 웃음 포인트는 유지하되, 부산 지역 관객의 정서를 반영한 새 장면과 대사가 업데이트돼 한층 풍성한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작사 관계자는 “‘죽여주는 이야기’는 웃음 속에 삶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우게 하는 블랙 코미디물”이라면서 “배우들의 생동감 있는 무대 연기와 관객 참여형 연출 기법을 통해 극장 전체를 활발한 에너지로 채워 관객들에게 강렬한 만족감을 안겨 줄 것”이라고 소개했다.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부산 공연은 27일부터 12월 28일까지 동구 범일동 가온아트홀 1관에서 만날 수 있다. 화~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일요일 오후 2시, 4시 30분(11월 29~30일은 오후 3시 1회). 월요일 공연 없음. 예매 NOL인터파크, 네이버. 문의 1600-1602.
진주성 성벽 따라 걷는 붉은 단풍 “가을이 아름답구나”
경남 진주시를 대표하는 관광지는 진주성이다. 대부분 여행객은 촉석루나 진주박물관만 둘러보지만 진주성의 가을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총 길이 1760m의 성벽이다. 늦은 가을 진주 시내와 남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성벽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가을을 느끼는 일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얻기 힘든 경험이다. 여기에 단풍나무가 한껏 무르익어 늦가을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경남수목원까지 둘러보면 더할 나위가 없다. ■진주성 한 바퀴 거의 10년 만에 진주성을 찾았더니 많은 게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진주성 앞에 지난해 새로 조성된 ‘진주대첩 역사공원’이다. 임진왜란 당시 실제 전투가 벌어진 곳이었는데, 이전에는 식당 등이 있던 공간을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지하에는 주차장이 있어 진주성 관람객의 골칫거리였던 주차난을 어느 정도 해소시킬 수 있게 됐다. 촉석문을 지나 성 안으로 들어가자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촉석루와 기타 유적을 살펴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진주성 안을 가득 채운 늦가을 풍미를 즐기러 온 사람이다. 가을이라 썰렁해 보이기 이를 데 없는 촉석루에는 오르지 않고 곧바로 남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성벽 안쪽 길을 걷는다. 성벽 너머 남강 물길은 쓸쓸해 보이지만 반대쪽 성벽 안 숲속은 화려한 낙엽의 잔치로 신나 보인다. 나무마다 노랗고 빨간 단풍잎이 가득 달렸고, 곳곳에 넓게 펼쳐진 잔디마당에는 무게를 이기지 못해 떨어진 나뭇잎이 켜켜이 쌓여 땅을 빨갛게 물들였다. 일부러 잔디마당에 들어가 푹신하게 쌓인 나뭇잎을 밟아본다. 바삭바삭. 귀를 간질이는 이 소리야말로 깊어가는 가을을 상징하는 소리가 아닐까. 산책하러 나온 두 어르신이 낙엽 앞에 서서 추억을 회상하면서 프랑스 시인 레미드 구르몽의 시를 읆는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낙엽이 가득 쌓인 잔디마당에 설치된 그네형 벤치에 두 남녀가 앉았다. 몸을 딱 붙이고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속삭인다. 그들의 대화를 좀 더 가까이서 듣고 싶은 듯 나무에 그렁그렁 매달렸던 나뭇잎 하나가 둘의 발 아래로 똑 떨어진다. 그들을 둘러싼 공기에도, 그들의 대화에도, 그들의 어깨에도 그들의 사랑만큼이나 짙은 가을이 잔뜩이다. 두 연인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뒤로 하고 성벽을 따라 더 걷는다. 성벽이 남강과 헤어지는 지점이 나타난다. 그곳에 작은 목조기와집인 서장대가 나타난다. 성벽 바깥쪽 아래에는 음악 분수가 있는데 야간에 서장대에서 바라보는 분수 풍경이 꽤 훌륭하다고 한다. 굳이 음악 분수가 아니더라도 이곳에서는 진주시 서쪽 신안동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다. 고색창연한 풍경은 아니지만 눈이 시원해지는 경치를 담을 수는 있다. 진주성 성벽 산책의 하이라이트는 서장대에서 시작한다. 여기에서부터 북장대를 거쳐 공북문을 지나 촉석문까지 이어지는 성벽이 진주성에서 가장 호젓하고 아름다운 구간이다. 서장대에서 진주성 안쪽을 바라보니 붉게 물든 단풍이 온 숲을 가득 메우고 있다. 북장대로 가는 길 초입은 내리막이다. 나지막한 성벽과 그 너머로 보이는 평화로운 시내 그리고 둘 사이를 가로막는, 노랗게 물든 단풍이 달린 나무. 꽤 멋진 한 폭의 그림이다. 북장대까지 이어지는 성벽은 공원처럼 꾸며진 남강변 성벽과 분위기가 다르다. 좁은 데다 안팎이 온통 나무로 덮여 있어 마치 조선시대로 돌아간 기분마저 느끼게 한다. 임진왜란 당시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던 분위기가 그대로 보존된 것 같다고 하면 역사에 무지한 여행객이라고 핀잔을 들을까. 스페인 마드리드 북부에 아빌라라는 도시가 있다. 중세에 이슬람군과 기독교군이 서로 차지하려고 싸웠던 요충지였다. 당시를 상징하는 유적인 성벽, 스페인어로는 무랄라가 유명한 관광지다. 늦은 가을 시내를 에워싼 성벽에 올라가 한 바퀴 돌아본 인상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곳 진주성에서 놀랍게도 아빌라의 성벽에서 느꼈던 기분을 다시 맛보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성벽에서 내려와 진주성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진주박물관으로 향한다. 7년간 이어진 임진왜란을 주제로 마련된 이색 공간이다. 게다가 마침 ‘암행어사 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다른 곳에서는 관람하기 힘든 흥미로운 주제다. 암행어사 제도를 설명하고 누가 유명한 암행어사였는지 소개하는 공간이다. 진주성에서 나와 진주논개시장 안에 있는 백년식당에서 지역 특산음식인 진주육회비빔밥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꽤 늦은 시간인데도 식당 안은 손님으로 북적인다. 맛있는 음식은 아무리 불편한 장소에 있더라도 인기다. ■경남수목원 평일인데도 경남수목원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대형버스를 타고 단체관광을 온 노인들도 적지 않다. 소풍 바구니와 돗자리를 들고 온 가족도 보인다. 물론 손을 꼭 잡은 연인들도 빠지지 않는다. 경남수목원은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 대천리에 자리 잡은 자연생태 종합 학습체험장이다. 총 면적이 102ha(약 30만 평)에 이를 정도로 넓은 곳이다. 느긋하게 산책하면서 깨끗한 공기와 가을 정취를 즐기기에 적당한 장소다. 느긋하게 걸으면서 풍경을 즐기려면 선인장원~유아숲체험원~야생동물관찰원~전망대~민속식물원 코스를 고르면 된다. 짧은 코스를 원하는 사람은 야생동물관찰원에서 전망대로 가지 말고 선인장원을 거쳐 바로 내려오면 된다. 열대식물원 곁을 지나자 작은 연못이 있는 화목원이 나타난다. 연못 분위기는 환상적이다. 수면에는 시든 연잎과 나무에서 떨어진 갈색 잎들이 덮였다. 연못 주변에서는 소풍을 나온 유치원생들이 재잘거린다. 인솔 교사는 힘들게 아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기념사진을 찍어준다. 연못 주변은 온통 연한 갈색과 노란 단풍으로 물들었건만, 바로 뒤편 단풍나무에서는 빨간 단풍잎이 하늘거리건만, 아이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늦가을 경남수목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두 곳이다. 이유는 물론 사진이다. 하나는 가을이면 잎이 빨갛게 변하는 메타세쿼이아 길과 온 세상을 빨갛게 물들인 잎으로 가득한 미국풍나무 길이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전남 담양군과 비교하면 매우 짧지만 그래도 태곳적 원시림 같은 느낌을 풍긴다. 흙길을 밟으며 숲 산책로를 천천히 걷는 기분은 꽤 이색적이다. 관람객들은 곳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환한 미소가 담긴 사진을 찍느라 또 다시 분주하다. 짧은 메타세쿼이아 길에 비해 미국풍나무 길은 꽤 길고 호젓하다. 비현실적인 풍경은 그야말로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한 노부부가 나란히 단풍길을 걸어간다. 그들이 걸어온 세월도 단풍나무처럼 빨갛게 물들었으리라.
이 집 칼국수 맛 비법은 나눔
벌써 10년 전 일이다. 당시 맛집을 담당했던 기자에게 한 식당 업주로부터 메일이 왔다. 드문 일도 아니었기에 그냥 넘길까 했지만, 보낸 이의 이력이 범상치 않게 느껴졌다. ‘대기업을 다니다 그만두고 밀면집을 차렸다. 밀면 장사를 할 때는 바쁜 여름철이 끝나면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하고, 가을에는 해외여행을 보내줬다. 사고로 그 가게를 접고 나서 초등학생 아들 둘과 산티아고 순례길을 하루에 30㎞씩 걸었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 걸으며 생각하고, 아이들과 메뉴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는 구구절절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뭘 한다는 거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찾아간 곳이 박기대 대표가 운영하는 부산 사상구 사상로 ‘해물왕창칼국수’(<부산일보> 2015년 4월 9일 자)였다. 해물왕창칼국수는 그 뒤 맛있고 가성비 좋은 맛집으로 알려지며 방송에도 출연하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이었다. 박 대표는 부산일보 ‘나의 창업 비밀 노트’를 통해 식당 하면 순식간에 부자가 되는 줄 알고 철모르고 덤벼들었던 경험을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가 또 한 번 소개되기도 했다. 2017년 어느 날 박 대표로부터 연락이 왔다. “요즘 돈이 들어오니 욕심도 생기고 겁도 납니다. 세상에서 받은 것이 너무 많아서 연간 500만 원 정도 발달장애아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습니다. 손님들의 가치를 더 높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서 아내와 의논했습니다. 부산일보 6층에 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 소사이어티(이하 ‘아너’)에 가입하고 싶습니다. 2000만 원 일시불로 내고, 저의 인건비 정도 매달 불입하면 가능할 것 같네요. 회장님들만 가입하는 것 같아 건방지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의견 부탁드립니다.” 그때 받은 카톡을 마침 SNS에 올려둔 것이 남아 있어서 그대로 옮긴 것이다. 자기 돈 써서 사회를 위해 좋은 일 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돼지국밥집 체인점 운영하는 대표 중에도 ‘아너’ 회원으로 가입해 고액 기부를 실천한 사례가 있다. 너무 좋은 생각이다”라고 격려하고 말았다. 칼국숫집 사장 박 대표는 그해 연말 부산에서 133번째로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회원이 된다. 5년간 1억 원 쾌척하기로 한 약속은 2020년에 당겨서 마무리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박 대표의 아내인 김지영 부대표도 지난해 11월 성금 1억 원 5년 내 기부 약정으로 아너에 가입했다. 부산 369호 아너 회원이자, 50번째 부부 회원이다. 이날 김 부대표는 “자녀들에게 재물보다는 선한 의지를 물려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고등학생 딸인 소영 양까지 나서서 “어느 날부터 용돈이 줄어 들었는데 그 금액이 기부에 보탬이 된다는 걸 알고는 큰 자부심을 느꼈다. 부모님처럼 주변 이웃을 돌아보며, 저도 어른이 되면 꼭 아너에 동참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속담 그대로였다. 연말이 다가오며 문득 이들 가족 얼굴이 떠올라, 부산도시철도 덕포역 2번 출구 앞 해물왕창칼국수를 찾아갔다. 세월의 때는 조금 끼었지만 박 대표가 칼국수 면을 뽑고, 김 부대표가 서빙하는 모습은 이전과 달라진 바가 전혀 없었다.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을까. 한자리에서 영업한 지 10년이 지나 임대차 보호법의 보호막이 사라지며 오른 임대료가 새로운 부담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부동산은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높이 오른다”라는 이야기가 이날따라 참 씁쓸하게 여겨졌다. 김 대표의 집에는 지금도 TV나 침대가 없다. TV가 놓였을 자리나 거실 복도에는 대신 책장들이 자리 잡았다. 형과 누나가 보던 철학책을 같이 읽은 게 그가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 읽지 않더라도 장식용으로 책을 많이 사 놓는 편이다. 그 흔한 에어컨도 소영 양이 여름에 너무 더워해 지난해에 비로소 설치했다. 하지만 왠지 잘 안 쓰는 것 같다니 참…. 먹고살기 바쁜 요즘 사람들은 가게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까지는 관심을 갖기 어렵다. 하지만 간혹 다른 손님도 있다. 2018년 쯤 손님 한 분이 "내 능력으로는 이 정도밖에 못 하겠네요. 사장님이 저 대신 기부 좀 해 주세요“라며 10만 원을 주고 갔다. 그런데 박 대표가 그걸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무심코 써버린 것이다. 마음속에 짐으로 계속 남아 있다, 어느 날 안 되겠다 싶어서 덕포동에 소년소녀가장 돕기로 매달 20만 원씩 넣기로 했다. 덕포동만 하니 또 마음에 걸려 자신이 태어난 주례동 20만 원, 개금동으로 이사 가서 20만 원씩 해서 지금까지 월 60만 원씩 계속 보내고 있다. 아너와는 별개로 하는 기부다. 직원들이 가게와 함께 성장한 것도 참 반가운 일이다. 부부와 반나절만 일했던 현재 점장까지 세 사람이 시작했지만, 지금은 매장 직원이 8명이나 된다. 다른 데 비해 몇 만 원이라도 더 주려고 노력하고, 한 달에 두 번씩 전 직원에게 과일을 선물한다. 옥탑방 살던 한 직원이 지금은 40평대 아파트에 살게 된 사실은 선한 영향력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 준다. 그동안 직원들을 해외여행 보내 주며 별일이 다 발생했던 모양이다. 5명이 여행 가서 싸우는 바람에 2명이 그만두는 일도 있었다. 그런 일을 겪으면 얼마나 속이 상할까. 하지만 박 대표는 “직원 해외여행은 앞으로 더 부려 먹으려는 의도가 아니라, 지금까지 해 준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이다”라고 했다. “덕분에 제가 잘 벌어 먹고, 애들 잘 키우고 사는데 고마운 거 아닙니까”라고 반문하고 나오니 할 말이 없어진다. 그래도 식당이 복지사업도 아닌데…. 박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세상에는 돈이나 기회가 없어 비행기 한 번 못 타본 사람들이 많고, 개인 식당에서는 초상이 나도 대체 인력이 없어 휴가 이틀도 길다고 할 정도로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라고 했다. 박 대표는 아너끼리 하는 봉사활동이나 정기 모임도 이어가고 있다. 아너 중에 식당 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돈이 많든 적든 목표가 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좋은 사람들만 만나니 내가 배워야 할 사람들이 억수로 많다. 이기적으로 생각하다가도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그쪽으로 생각이 휘어져서, 나도 그런 쪽으로 가게 된다”라고 말했다. ‘아너 가입이 싸게 치인 거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식당 하면서 아너가 되지 않았으면 그렇게 좋은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듣고, 친하게 지내겠냐는 것이었다. 박 대표는 부산일보에 해물왕창칼국수에 관한 첫 기사가 실린 것을 두고 2015년 벚꽃 떨어지던 날에 폭죽이 하나 터진 사건으로 표현했다. 어디선가 폭죽이 터지니 사람들이 궁금해하며 계속 관심을 둬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었다. 이날 늦게까지 자리를 함께하며 마지막으로 들려준 이야기는 소설의 한 대목 같았다. 공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가끔 용접실에서 담배 피우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러면 이게 용접 연기인지, 담배 연기인지 헷갈리기 마련이다. 고3 때 담임 샘은 지나가며 “용접 연기 많이 맡으면 몸에 안 좋다. 방독면을 꼭 착용하고 용접해라”라고 이야기를 하고 갔다. 방독면 쓰고 담배 피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나. 그 샘이 어디선가 이야기를 듣고 칼국숫집에 찾아왔다. 샘은 “니는 대기업 들어가서 잘 사는 줄 알았는데 왜 칼국수집 하노?”라고 물었다. 박 대표는 “그래도 밥벌이는 여기가 낫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담임 샘은 교장이 되어서, 졸업식 연설을 부탁했다. 은사의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고 해서 그가 단상에 섰다. “선생님 제자 중에는 대단한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덕포동에서 칼국숫집 하는 사람입니다. 20대 때는 저도 대단한 사람이 될 걸로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칼국숫집이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회의 일부분이 되어서 같이 살아가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누구나 위대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고, 남들과 같이 사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내려왔다. 빈속을 달래는 칼국수 국물처럼 뭔가 뜨끈한 게 가슴으로 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좋은 사람,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야 하는 모양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글·사진=박종호 기자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부산엔 374명
‘사랑의 열매’로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998년 11월 설립된 국내 유일의 법정 모금·배분 기관이다. 과거 정부 주도로 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여 관리하던 것을 민관으로 이관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설립 이후 10년이 지나며 기부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고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전체 모금액 중 개인 기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30%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개인 기부 비율이 미국 80%나 세계 평균 69.5%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개인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7년 12월 국내 최초의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를 만들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 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 납부를 약정한 개인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이다. 회원 수는 지난해까지 3608명이고, 누적 약정 금액은 4103억 원이다. 직종별로는 기업인, 전문직, 자영업, 법인·단체 임원, 공무원, 방송·연예인 순이다. 연예인 가운데는 이순재, 양희은, 인순이, 설현, 수지, 윤아 등이 가입했다. 중학생 소설 작가로 데뷔해 눈길을 끈 백은별 양(16)이 지난 7월 아너에 가입해 역대 최연소 회원이 되었다. 지역별로는 지난해까지 서울이 444명으로 가장 많고, 부산이 두 번째로 374명이다. 대구가 252명으로 세 번째다. 인구 300만 명대의 부산이 인구 1000만 명에 육박하고 부자들이 몰려 사는 서울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점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박기대 씨는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해 보니 회원 사이에서 ‘이렇게 좋은 걸 아직도 모르고 있었느냐’라는 식으로 신규 회원이 되길 서로 권유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내년 부산 문화예술 지원 사업 예산 100억 원 ‘육박’… 지속 가능한 창작 보장
부산시의 내년도 ‘부산 문화예술 지원 사업’ 예산이 95억 원으로 늘어난다. 부산시의회 최종 의결 절차가 남아 있지만 2022년 당시 부산문화재단이 향후 5년간 100억 원을 목표로 매년 10억 원씩 늘려 가겠다고 한 내용이 2027년께는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창작 기반-창작 실연-창작 확산’의 창작 단계별 지원을 강화한다. 총 6개 사업이 신설되고, 예술가의 창작 주기별로 다년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단년도 중심의 지원만으로는 예술가의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부산문화재단이 지난 21일 F1963 석천홀에서 2025년 부산 문화예술 지원 결과 공유회로 처음 마련한 ‘비-아츠 페스타’(B-ARTS Festa)에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2026년도 부산 문화예술 지원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95억 원이다. 2022년 45억 원이던 예산은 2023년 65억 원, 2024년 75억 원, 2025년 85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 사업은 문화예술 창작 활성화와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 기반 조성을 목표로 시행된다. 이날 문화재단 관계자는 “변화하는 예술 환경에 대응하고 미래지향적 창작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술 기반 융복합 예술 창작 지원 생태계 구축 △국내외 유통·교류 등 확산 기반을 마련하였으며 △DB 아카이빙 및 평가·환류 시스템 고도화 등 수요자 중심의 지원 관리 시스템을 체계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예술가들에게 배포한 ‘2026년도 부산 문화예술 지원 공모 일정 길잡이’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1단계 창작 기반 지원에는 ‘창작 개발’(협업, 정액 600만 원)이 새로 추가됐다. 2단계 창작 실연 지원에도 ‘기술 기반 융복합 예술’(최대 5000만 원)이 신규로 들어왔다. 가장 공을 들인 3단계 창작 확산 지원은 기존 △올해의 포커스온(다년 공연·시각·문학) △교류 연계(국제예술교류 교류·진출 지원) 외에 시각 분야 공간 연계로 ‘스페이스링크’(최대 2500만 원), 유통 연계로 ‘(다년)공연 준비’(최대 2000만 원), ‘(다년)시각 준비’(최대 1000만 원), ‘(다년)문학 준비’(최대 5000만 원)가 새로 포함됐다. 지난해 최대 61억 원에서 65억 원으로 늘어날 ‘우수예술’ 지원 1차 공모는 12월 2~16일 오후 5시까지 접수한다. 2차 공모(창작 개발, 공공예술·다원예술, 올해의 포커스온)는 내년 2월께, 3차 공모(유통 연계, 스페이스링크, 기술 기반 융복합 예술)는 4월께, 2027년도 상반기 우수 예술 예비 공모는 7월께로 예상된다. 1차 공모는 기초예술 분야인 △문학 △시각예술(미술, 사진, 영상) △공연예술(음악·오페라, 연극·뮤지컬, 무용, 전통·국악) △예술비평을 대상으로 한다. 지원금은 개인 예술가에게 정액 400만 원이 지급되며, 예술단체는 분야별로 차등 지원된다. 문학 단체는 최대 2100만 원, 시각 단체는 최대 2600만 원, 공연예술 단체는 최대 3650만 원(오페라는 최대 1억 원), 예술비평 단체는 최대 21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문화재단은 오는 12월 1~2일 오후 2시 부산디자인진흥원 6층 이벤트홀에서 1 대 1 컨설팅을 마련한다. 공모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부산문화재단 홈페이지(www.bscf.or.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접수는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www.ncas.or.kr)을 통해 진행된다. 공모 결과는 신청 접수 현황에 따라 분야별 심의를 거쳐 내년 2월 공개될 예정이다. 문의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 고객만족센터 1577-8751, 부산 문화예술 지원 사업 공연예술(음악·오페라) 051-745-7238, 공연예술(연극·뮤지컬, 무용, 전통·국악) 051-745-7239, 시각예술(미술, 사진, 영상) 051-745-7243, 문학, 예술비평 051-745-7244이다.
글이 책이 되는 길, 난관도 많지만 해법도 있다
글 쓰기 좋은 계절이 따로 있을까? 이번 주 소개할 책을 고르다가 든 생각이다. 신문사엔 출판사에서 낸 책이 매주 박스 단위로 배달된다.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자기계발서가 가장 큰 분량을 차지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최근 들어 ‘글 잘 쓰는 법’에 관한 책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는 점이다. 신문사 문화부는 요즘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12월 초인 원고 마감일을 앞두고 우편으로 도달한 응모작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소위 글쓰기 책 출간이 신춘문예 응모자들의 간절함에 기대려는 판매 전략도 작용한 게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었다. 글을 써 본 사람들 잘 알지 않나. 마감일이 닥쳐야 속도가 붙고 마무리가 된다는 것을. 신춘문예로 보자면, 지금이 딱 그런 계절이다. 여러 권의 글쓰기 책 중 제목부터 남다른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를 읽었다. 30대 초반에 직장을 그만두고 20년째 책을 써서 생계를 꾸리는 작가가 안내하는 책 잘 쓰는 법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인문·사회·교양 분야 책을 열 권 넘게 쓴 프로 전업 작가. 아내도 작가인데, 둘이 책을 써서 같은 나이대 외벌이 가족보다 많은 수입으로 두 딸을 키우며 산다며 은근히 자랑까지 한다. 자기 이름이 저자로 새겨진 책을 꿈꾸는 예비 작가라면 꽤 솔깃하리라. 책은 공학을 전공한 ‘글치’였던 저자가 베스트셀러 작가(40쇄를 찍은 책도 있다)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글쓰기와 책 쓰기 비결을 세세하게 알려 준다. 여기에는 A4 용지 70~100장 분량의 책 한 권을 완성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포함해 제목 짓기, 출판사에 투고하는 요령, 계약 방식, 책 쓰기보다 어렵다는 홍보까지 포함돼 있다. 책이 나오기까지 겪게 될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내용이다. 저자는 모든 글에는 목적이 있다며 잘 쓴 글과 못 쓴 글은 목적 달성 여부에 달렸다고 말한다. 책으로 묶을 긴 글을 쓰려면 목차부터 잘 짜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튼튼하고 좋은 집을 지으려면 꼭 필요한 게 설계도이듯이, 목차를 짜 방향을 설정하면 긴 글도 큰 부담 없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글쓰기 요령도 빼놓지 않았다. △짧은 문장이 바람직하다 △주어와 서술어는 일치해야 한다 △기왕이면 수동태보다 능동태가 낫고 △중복은 피하며 △지시어를 잘 활용하되 남용하지 말라 △단락은 글의 호흡이며 접속사는 윤활유라는 코칭은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기자도 수시로 되뇌어야 할 내용들이다. 책 판매 부수에 따른 저자의 수익이 어떻게 책정되고 액수는 얼마나 되는지, 그야말로 영업 비밀까지 솔직하게 공개한다. 일례로 2008년 출간돼 올 10월 기준 판매 부수 6만 부를 향해가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으로 저자는 총 8000만 원을 인세로 받았다.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17년 동안 수입이라는 걸 생각하자. 연봉으로 따지면 470만 원인 셈이다. 대한민국에서 인세로 기초 생계가 가능한 작가가 얼마나 될까? 그나마 저자는 책과 관련된 주제의 강의 요청이 꾸준히 이어져 부족분을 채운다고 한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도 책을 내달라고 출판사에 투고했다가 거절당하는 ‘내상’을 입는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며 출판사와 주고받은 이메일까지 공개한다. 비슷한 경험을 수없이 하고 있을 등단 작가들에게는 다소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임승수 지음/북하우스/272쪽/1만 8500원.
[어린이책] 고추장 심부름 外
■고추장 심부름 제1회 주니어김영사 어린이문학상 대상. 궁궐을 살얼음판으로 만든 임오년 7월, 그날 이후 사라졌던 임금님의 입맛을 되살린 고추장을 찾아 나선 생각시 소복이. 파란만장했던 하룻밤의 심부름과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연이 굽이굽이 펼쳐진다. 상처받은 이들에게 치유와 소통을 하는 이야기. 한소곤 글·모자 그림/주니어김영사/120쪽/1만 4000원. ■따끈따끈 붕어빵 대결 팥 붕어빵과 슈크림 붕어빵을 두고 벌이는 유쾌한 한판 승부, <따끈따끈 붕어빵 대결>이 출간되었다. 붕어빵 가게 앞의 사소한 다툼이 꿈속 모험으로 이어지며, 햄스터 삼둥이가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름을 이해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흥미진진한 전개와 따뜻한 시선으로 마음이 부딪히고 이어진다. 김원훈 글·그림/창비/64쪽/1만 6800원. ■그때목욕탕 과거의 일을 후회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때로 돌아가 후회를 깨끗이 씻어 낼 수 있는 신비한 공간 ‘그때목욕탕’의 문이 열린다. 매주 목요일, 해 질 녘부터 동틀 때까지만 운영되는 비밀스러운 그때목욕탕은 초대권을 받은 아이만이 출입할 수 있다. 은하는 초대권을 줍게 되고, 목욕탕을 찾아간다. 정유소영 글·모루토리 그림/위즈덤하우스/100쪽/1만 4000원. ■못갖춘마디 화재 사고에서 타인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뛰어든 아빠는 결굴 죽음을 맞는다. 남들은 아빠를 의인이라고 치켜세우지만, 소이는 아빠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 자기 자신을 원망하는 ‘똑같은’ 날들이 이어진다. 멈춰 버린 소이의 시간은,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 그 곁을 지키는 이들을 만나며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청소년 소설. 채기성 지음/사계절/224쪽/1만 4000원. ■내가 바라는 건 부모가 사랑하는 아이에 대해 바라는 한 해 소망을 담은 그림책. 1년 열두 달,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가족과 아이의 모습이 등장하고, 화자인 양육자는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자라면 좋겠어’라는 바람을 나긋나긋 건넨다. 매 페이지, 아이를 향한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과 아이에 대한 축복이 가득하다. 김세실 글·염혜원 그림/모든요일그림책/40쪽/1만 7000원. ■아말과 사마 사라진 고양이 아말을 찾기 위해 난민 캠프를 탈출하려는 사마와 사마를 기다리며 자신을 내쫓으려는 무리에 맞서 싸우는 고양이 아말의 이야기이다. 시리아 난민에서 시작한 이 책은 ‘바다 건너온 것들’이라는 이름 아래 출신, 성별, 종 구분 없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 준다. 정승진 글·김완진 그림/이지북/160쪽/1만 5000원.
[잠깐 읽기] 힘겨운 일상에의 은밀한 저항
서울MBC에 나와 입사 시기가 비슷한 쌍둥이 자매 기자와 PD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당시 언론사에 대한 입사 열기가 대단해 기자와 PD를 뽑는 시험을 ‘언론 고시’라고 부를 정도였다. 한 사람도 합격하기 어려운 ‘언론 고시’에 둘 모두 성공한 그 자매가 마치 언론사 동기 같은 내적 친밀감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참을 잊고 있었던 그들이 문득 책의 저자로 다가왔다. 똑같이 생겼는데 똑같이 일도 잘해서 방송국에서 꽤 유명한 존재라는 저자들이 전쟁터 같은 일터에서 버틴 노하우를 풀어보자며 의기투합했단다. 물론 책을 쓰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나온다. 어느날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집에 가고 싶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며칠 사이 그 밑에 줄줄이 “나도”라는 댓글이 이어지는 일이 있었다. 자매는 “집에 가고 싶다”라는 말이 가진 특별한 의미에 집중하게 된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이지만, 단순한 투정이 아니다. 개인의 나약함에서 나오는 말을 더욱 아니었다. 끈임없이 온(ON) 상태를 요구받고, 배터리를 소진하며 저전력 모드로 살아가는 우리 세대의 공유 감각이었다. 책은 직장에서 겪은 여러 일화들이 등장한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요소가 많다. 이 같은 일화를 통해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은 자신을 지키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은밀한 저항이자 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신호라는 결론에 이른다. 선택적 몰입과 죄책감 없는 쉬기, 원치 않는 연결을 끊을 용기를 통해 무조건적인 위로도, 가혹한 질책도 아닌 ‘우리 모두 다 그래’라는 따뜻한 응원이 담긴 책이다. 이동애·이동희 지음/말하는 나무/264쪽/1만 8500원.
[잠깐 읽기] 매력적 도시 위한 5가지 전략
지방 소멸과 축소의 시대, 도시도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신간 <소멸하지 않는 도시>의 저자 경신원은 그 대안으로 ‘매력’을 이야기한다. 더 많은 예산을 들여 화려한 개발을 할 게 아니라 사람이 머물고 싶고 돌아오고 싶은 도시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통찰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레저넌스’가 발표한 ‘2024년 가장 매력적인 도시’에 뽑힌 곳은? 런던이다. 런던은 2015년 레저넌스가 도시 평가를 시작한 이후 9년 동안 줄곧 1위를 차지했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로 꼽히는 런던은 2024년 주거 쾌적성과 매력도 부문에서 1위, 번영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다. 런던의 매력은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공존하는 도시 환경에 있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인구의 46.5%가 흑인, 아시아계, 혼혈, 기타 소수 민족에 속한다. 170개 이상의 박물관, 850여 개의 미술관, 350개 이상의 라이브 음악 공연장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 인프라가 집적돼 있다. 문화와 예술을 바탕으로 한 창의산업은 런던 경제의 핵심 동력이다. 일자리 5개 중 1개 이상은 문화·창의산업과 관련돼 있을 정도다. 도시재생 전문가인 저자는 축소의 현실을 인정한 그 지점에서 도시를 새롭게 상상하고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고 주장한다. 호주 브리즈번 강가에 방치된 선착장이었던 하워드 스미스 와프를 비롯해 영국 글래스턴베리와 쇼디치, 헤이온와이 책마을, 런던의 윈터 원더랜드, 미국 LA 아트 디스트릭트 등 재창조 프로젝트의 사례를 들어 도시가 매력을 되찾는 5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경신원 지음/투래빗/304쪽/1만 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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