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그리쇼’ 보러 갈까, ‘해석 미술 장학생 선발전’ 갈까
청년 예술인의 고민과 패기를 느낄 수 있는 두 개의 공모 전시가 마련된다. 올해로 4년 차를 맞는 ‘디그리쇼(Degree Show) 2025’와 ‘제1회 해석 미술 장학생 선발전’이다. 디그리쇼는 엄정한 심사를 거친 지역 청년 예술인 37명의 연합 전시회이고, 해석 미술 장학생 선발전은 전국 단위 공모전으로 8명의 대학·대학원 재학생 회화 작품 36점을 만날 수 있다.■위기의 계절을 넘어II-디그리쇼 20252022년 ‘한국형 대학 연합 전시회’로 출발한 디그리쇼(Degree Show)가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청년 예술인의 ‘공모 전시’로 개최된다. 전시 주제를 담은 제목도 ‘위기의 계절을 넘어 II-디그리쇼 2025’로 정했다. 지난해 ‘2024 디그리쇼-위기의 계절을 넘어’를 잇는 성격이다.디그리쇼 한국위원회(의장 심준섭·경성대 현대미술학과 교수, 이하 위원회)는 오는 28일부터 12월 11일까지 부산 수영구 F1963 석천홀에서 디그리쇼 2025를 연다고 밝혔다. 개막식은 28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전시 기획은 김성연(독립기획자) 전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이 맡았다.전시 주제 ‘위기의 계절을 넘어II’는 지역의 위기, 예술계 대학의 위기, 청년 예술가의 위기를 총체적으로 극복하고, 지역 미술에 활력을 모색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부산 지역 미술 전공 학부생뿐 아니라 석사과정과 졸업 후 3년 이내의 신인 작가까지 아울러 공모전을 진행한다.올해는 특히 주제성에 맞게 엄선된 작품을 전시한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변화이다. 또한 부산대·경성대·동아대·동의대·신라대 등 부산 소재 5개 대학 재학·졸업생이 참여한다. 지난해(180명)보다 응모는 많이 줄었지만 120명은 유지했다. 이 중 엄정한 심사를 거친 37명의 작품을 전시한다. 공모에서 선발된 신인 작가는 △김세림(부산대 미술학과) △김재영(부산대 일반대학원 예술문화영상학과) △박주영(동아대 현대미술학과) △배수빈(경성대 현대미술학과) △배현비(경성대 현대미술학과) △설시은(동아대 미술학과 졸업) △유시안(동의대 디자인조형학과 서양화파트 졸업) △김현아(경성대 시각디자인학과) △조정훈(경성대 시각디자인학과) 등이다.디그리쇼위원회 이사회 일동은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공모전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올해도 독립기획자를 모시고 최대한 장점을 끌어올려 보려고 한다”고 전했다.한편, 디그리쇼 한국위원회는 주요 이사진이 부산의 미술과 디자인, 콘텐츠 학과 교수진으로 구성된 비영리 민간단체이다. 전시 작품이 판매될 경우 참여 작가는 수수료 없이 모든 수익을 가져가게 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월요일 휴관). 문의 010-9321-6896.■제1회 해석 미술 장학생 선발전‘제1회 해석 미술 장학생 선발전’은 부산의 해석 정해영 선생 장학문화재단(이사장 정연택, 이하 해석장학문화재단)이 처음으로 시도한 전국 공모전이다. 2002년 설립된 해석장학재단이 미술 전공자로 장학생 선발 방향을 완전히 튼 올해 처음으로 ‘2025 부·울·경 예비작가 지원전’을 지난 6월 개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서양화와 한국화 전공 재학생을 대상으로 전국 공모전을 개최했다. 그 결과, 선발된 8명이 회화 작품 36점을 선보인다. 지난 11일 오후 열린 시상식에 이어 오는 12월 9일까지 해석장학재단이 마련한 복합예술공간 별채*(부산진구 새싹로 10, 대양빌딩 지하 1층)에서 전시한다.이번 공모전은 전국에서 173명이 포트폴리오를 접수했고, 1차 심사는 김윤희 포스코미술관 관장, 심지언 월간미술 편집장, 이승민 에이라운지 갤러리 대표가, 2차 심사는 김노암 미술평론가, 김영민 오케이앤피 대표,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이 각각 맡았다. 최종 입상자 8인은 전시장에 설치한 작품 심사를 거쳐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이 결정됐다.최종 심사를 맡았던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전체적으로 공모한 작품들의 회화적 표현력과 주제 탐구 및 실험이 진지하고 치열하였다”면서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물질의 혼성적 결합과 인간의 관계적 지점에 대한 탐색이 다수의 작품에 드러나는데 이는 청년 세대를 관통하는 시대적 고민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최우수상은 이화여대 고영(이가영) 학생이 받았고, 장학금 1000만 원과 졸업 후 복합예술공간 별채에서 개인전 개최 특전이 주어졌다. 우수상(장학금 700만 원) 3명은 △노승하(홍익대 대학원, 한국화) △임종연(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서양화) △정다원(홍익대 대학원, 한국화)으로 정해졌다. 장려상(장학금 500만 원) 4명은 △김명신(영남대 대학원, 서양화) △배수빈(경성대 현대미술학) △서유빈(서울대, 서양화) △조소윤(이화여대 대학원, 한국화)에게 돌아갔다. 배수빈은 상반기에 진행된 ‘2025 부울경 예비작가 지원전’ 장학생(우수상)으로 선발된 데 이어 이번 공모전에서도 장려상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관람 시간은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이다. 문의 051-808-2971.
영진위-영등위, 영화정보 공동 활용 업무협약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한상준)와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병재)가 지난 24일 '영화 정보 공동 활용 및 데이터 연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양 기관이 보유한 영화 정보와 등급 정보를 공동으로 활용하고 연계를 추진함으로써, 정보 제공의 체계성과 편의성을 높이고 등급분류 관련 행정서비스 간소화를 위한 것이다. 영진위는 지난 3월부터 영화 정보 연계를 위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 논의를 진행하면서 연계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했다. 특히 독립예술영화 인정 정보를 연계함으로써 양 기관의 대민 행정업무를 개선하고 제출 서류를 간소화하는 등 이용자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영화 정보 공동 활용 △연계시스템 구축 및 영화표준코드 활용 제고 △행정업무 효율화 △영화 및 온라인비디오물 정보 수집 및 활용 협력 △AI기반 데이터 행정 추진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영진위 한상준 위원장은 “이번 업무협약은 영화 정보와 등급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한국영화산업의 데이터 기반을 한 단계 높이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영등위 김병재 위원장 역시 “이번 협약을 통해 영화 등급 관련 정보 접근성과 활용성이 한층 높아져,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등급분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샤워 후 문 열어두기 부담스럽다면… 환풍기 켜두세요 [궁물받는다]
샤워 후 뿌연 수증기와 집 안에 은근히 퍼지는 음식 냄새,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는 담배 냄새까지…. 일상 속 ‘공기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쉽게 찾는 도구는 바로 환풍기입니다. 하지만 막상 켜두고 있으면 “실제로 효과가 있긴 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요즘은 집 구조나 생활 패턴에 따라 문을 닫고 환풍기만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요. 생활 속 환풍기의 실제 효과에 대해 환기가전 전문기업 힘펠에 문의해 봤습니다. - 샤워 후 환풍기 사용, 내부 습기 제어에 도움이 되나? “습기 제거와 냄새 제거 모두에 효과적이다. 환풍기는 실내 공기와 수증기를 외부로 배출해 문을 닫은 상태에서도 일정 수준의 제습이 가능하고, 곰팡이·습한 공기·배변 등으로 인한 불쾌한 냄새도 외부로 배출한다. 특히 화장실은 바닥, 벽면 등에 수분이 남아 곰팡이가 생기기 쉬워 샤워 후 환풍기를 일정 시간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샤워 후 축축해진 화장실을 빠르게 말리기 위해 온풍·건조 기능이 결합된 ‘욕실 복합 환풍기’를 설치하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바람 온도, 타이머 설정 기능이 포함된 제품도 있다.” - 다른 집의 담배 냄새가 들어오기도 하는데, 환풍기를 계속 켜두면 도움이 될까. “화장실 배관은 여러 세대가 연결돼 있어 외부 냄새가 유입되기 쉽다. 배관이 오래됐거나 틈이 있는 경우, 또는 냄새가 강하게 유입되는 구조라면 환풍기만으로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 정기적인 배관 점검과 환풍기 성능 점검, 교체 등이 진행돼야 한다. 이중으로 외부의 오염 요인을 방어하는 전동 댐퍼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사용하면 다른 집에서 올라오는 담배, 곰팡이 냄새 등이 화장실 내부로 역류하여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주방 후드가 집 안의 냄새 제거에도 도움이 되는지. “주방 후드는 조리 중 눈에 보이는 연기(유증기)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같은 유해가스와 음식 냄새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연기 제거에는 빠른 효과가 나타나고, 일정 시간 사용하면 냄새도 배출된다. ‘요리가 끝난 후 5~10분’이 골든타임인데, 조리가 끝났다고 바로 끄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잔류 유해가스가 실내에 남을 수 있어 일정 시간 추가로 작동 시키는 것이 좋다. 힘펠 주방 후드 제품의 경우 '포스트 퍼지' 기능이 있어 전원을 끈 후에도 약 30초간 더 작동돼 연기뿐 아니라 음식 냄새와 조리 후 잔류 유해가스까지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방을 포함해 내부 공간 환기가 필요할 때에도 주방 후드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 환기 가전의 사용 효과를 높이는 방법은. “화장실을 집중적으로 환기하고 싶을 때는 해당 공간의 문을 닫고 환풍기를 작동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샤워 후에는 30분 이상, 조리 후에는 5~10분 정도 환풍기를 더 작동시켜 내부 공기가 완전히 순환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해야 잔여 습기나 냄새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환풍기 필터나 팬에 먼지가 쌓이면 공기 흡입 및 배출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청소하거나 필터 교체 등 장치 점검 등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집 내부 공간의 환기 시에는 필요에 따라 창문을 함께 열어 자연환기, 기계환기를 함께 진행하면 공기 순환이 더욱 원활해져 환기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외부의 미세먼지 농도가 낮을 때에는 짧은 시간이라도 창문을 열고 환풍기와 함께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 환풍기 관련 대표적인 오해가 있다면. “환풍기는 집 내부에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설비, 장치라는 인식이 크다. 하지만 환풍기도 소모품으로 교체가 필요하며, 청소·관리가 없으면 기능이 저하된다. 장기간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터 관리, 댐퍼 틈새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유지 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냄새 배출과 습기 제거 성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역류가 더 빈번해지고 곰팡이 냄새가 날 수 있다. 특히 환풍기는 작동시킨 후 바로 냄새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공기를 배기시키는 장치이므로 일정 시간의 누적 작동이 필요하다. 또 배관 길이, 굽이 수, 외부 풍압, 건물 구조 등 설치 환경에 따라 실제 배출량이 달라질 수 있다.”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게시판에서 봤던 재미있는 가설들이나 믿기 어려운 루머들을 댓글이나 메일(zoohihi@busan.com)로 알려주세요.
지하철역 무대로 25년간 공연 펼쳐온 '부산레일아트'
부산의 도시철도역을 무대 삼아 25년 동안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온 ‘부산레일아트’가 오는 28일 창립 25주년 기념 공연을 갖는다. 부산레일아트는 2001년 10월 25일 서면역에서 처음으로 ‘부산 지하철 문화 마당’ 공연을 가졌다. 당시 채광수 목사를 중심으로 부산·대구·서울의 공연자들이 뜻을 모아 ‘지하철공연문화협의회’를 발족했는데, 첫 지하철 거리공연을 서면역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후 부산 도시철도 2호선 2-2구간 개통을 기념하기 위한 축하 연주회(군수사령부 군악대)를 기획하면서 ‘시민이 기획, 연출, 운영하는 시민 주도의 문화 예술 활동’을 기치로 ‘철도지하철예술진흥연구원 부산지부’를 결성했다. 이후 2002년 문화관광부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했고, 2008년엔 ‘부산레일아트’라는 명칭으로 부산시에 민간단체로 등록했다. 부산레일아트는 서면역·연산역 등에서 매주 4회(목~일요일) 국악, 클래식, 대중음악, 외국 음악 등을 다양한 레퍼토리로 공연을 이어왔다. 최근엔 ‘도시철도Railart 예술무대’ 및 상설 예술무대(매주 금·토 오후2시, 서면역 문화공연장)를 운영하면서 ‘온고이지신-전통에서 힙합까지’ 등의 공연을 올리고 있으며, 시내 복지관 및 소외 시설에 대한 ‘찾아가는 문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부산레일아트의 공연일수는 3540일, 참가 공연팀수는 8771개에 달한다. 공연자는 6만 5971명, 관객은 156만 7700명이라고 부산레일아트 측은 밝혔다. 채광수 부산레일아트 대표는 “부산의 공연인들은 자발적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고, 시민들은 스스로 질서를 지키며 공연 문화를 만들어가고, 예술을 향유하는 풀뿌리 문화의 장”이라고 말했다. 부산레일아트 창립 25주년 기념공연은 오는 28일 금 오후 2시부터 부산도시철도 서면역 6번, 8번 출구 아래 문화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원로 시인이 전하는 시 창작법
부산의 원로 시인이며 여전히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는 신진 시인이 시 창작 방법을 소개하는 <실천시론>을 펴냈다. 추상적 논리를 벗어나 실제 시의 이해와 창작을 위한 현대시론 겸 창작시론을 담고 있다. 창의적 시 쓰기와 이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공한다는 목적 외에도 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이들과 함께 현대시의 특성과 논리 체계에 대한 실질적 논의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실천시론의 범주에 들 만한 기존의 문학용어, 문화어, 인명, 책명이 많이 소개되며, 핵심 개념은 본문에서 간략히 요약한다. 예시에 맞추어 음미하다보면 시의 품을 한층 성숙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책에서는 가능한 짧은 시를 선택한 것이 특징이다. 신진 시인은 “짧은 시는 역설적으로 더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더욱 숙성된 정신과 단련된 언어로 표현되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0대 후반의 원로 시인이 시 창작법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은 문단에선 흔하지 않는 경우이다. 신 시인은 “명확한 이유가 있어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답한다. 책에선 시에 관한 정의부터 시작한다. 신 시인은 “시는 잘 지어낸 거짓말이 아니라 새로 발견한 본연, 은폐되어 있던 진선미의 새로운 조명이다. 번지르르한 말재주가 아니라 숨어있는 이상적이고 인간적인 실재, 그것을 향한 발견의 언어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에 관한 논리가 시 밖의 자잘한 방술에 치중하면서 시의 본래적 생기를 잃은 것 같은 세대가 안타까웠던 것. 신 시인은 “나에게 무결점의 지침이나 혜안은 없지만, 무겁지 않은 에세이 형식으로 창작 과정에 관해 톺아보고자 했다. 창작에 임하는 시인의 자세와 익혀둘 만한 용어, 수련 방법까지 담았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서른 몇 해 대학에서 시론과 시창작 강의를 맡았지만, 기존 시론 교재로 끝낸 것이 아쉬움이 남아 정년 퇴임 10년 만에 시 강의안을 마지막 논저로 내놓았다는 사연도 덧붙였다.
부일시네마로 만난 독특한 핀란드 명작 ‘사랑은 낙엽을 타고’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 시즌2 일곱 번째 상영회가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25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에 모인 관객 60여 명은 핀란드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사랑은 낙엽을 타고’(2023)를 관람했다. 제76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핀란드 헬싱키에 사는 두 외로운 남녀가 우연히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시네필 사이에서 영화 보는 안목이 탁월하다 소문난 소지섭의 ‘51K’가 배급사 ‘찬란’과 함께 수입한 영화다. 주인공들은 고독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마트에서 일하는 여자는 사실상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고,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도 술 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둘은 우연히 마주쳐 호감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서로의 이름도 주소도 알지 못한 채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까지 잃어버린다. 영화는 서로 이어질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조금씩 연결되는 과정을 건조하지만 재치 있게 풀어냈다. 특유의 묘한 매력은 영화를 봐야만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보통의 로맨스물과는 다른 문법을 취한다. 과장된 설정의 캐릭터와 애틋한 표정 연기,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무미건조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탓에 모순적인 장면이 이어진다. 예컨대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의 표정이 밋밋하기 그지 없고, 사랑을 고백 받은 여자의 표정에서도 생기라곤 찾을 수 없다. 다른 등장인물들도 시종일관 무표정이고, 사건의 전개와 흐름에서도 딱 필요한 요소만 보여준다. 요리로 치자면 기름기를 쫙 뺀 음식이다. 담백함을 넘어 바싹 마른 낙엽을 씹는 것만 같다. 그러나 마냥 싱겁고 밋밋한 맛은 아니다. 묘하게 빨아들이는 맛이 있어 자꾸만 먹게 되는 핑거 푸드처럼, 관객은 두 주인공의 만남과 연결을 응원하게 되고, 별 것 없는 스토리에 빠져들게 된다. B급 감성을 자극하는 최소한의 연출로도 몰입을 유발하는 감독의 영리함이 돋보인다. 영상미와 유머도 제법이다. 보색과 대칭을 적극 활용하는 미장센에 자꾸만 눈길이 가고, 툭툭 내뱉는 허튼 소리들이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한다. 이날 모퉁이극장에 모인 관객들 사이에선 쉼 없이 웃음 소리가 나왔다. 극장에서만 가능한 공동경험 덕에 색다른 유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상영 뒤에는 관객끼리 감상을 공유하는 시간인 ‘커뮤니티 시네마’가 진행됐다. 광안리 소재 예술공간인 ‘아트살롱샘’의 이다정 대표가 모더레이터로 나섰다. 이 대표는 “과장되지 않은 감정 표현과 절제된 유머, 덤덤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연출이 좋았다. 삶의 방식에 대해 조용하게 사유하게 하는 영화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핀란드 헬싱키에 가본 적이 있다. 처음 가봤던 북유럽 나라인데, 그때 느낀 독특한 정서가 영화에 녹아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가 먼저 소통을 유도하자 관객들은 제각기 소감을 공유했다. 한 관객은 “모처럼 외출이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의 “밑도 끝도 없는 영화 같다. 절주 캠페인 같기도 하다”는 솔직한 평은 다른 이들의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다음은 관객들의 감상평. “원래 영화관에 가면 늘 자곤 했는데 이 영화는 재밌게 잘 봤다.”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힘이 사랑에서 나온다는 메시지가 보였다.” “남편과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는 참 좋아하는데, 핀란드 영화는 처음 봤다. 색채와 음악이 독특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다.” “미국의 화끈한 사랑과 대비되는 담담한 사랑이 인상적이다. 잔잔하고 은근한 사랑 표현 잘 봤다.” “이게 뭐지 싶은데 계속 보게 됐다. 이런 형식의 영화는 처음 본다. 로맨스 영화인데 건조하고, 그러면서도 보색을 활용한 색채가 화려하다.” 관객 평을 들은 이 대표는 영화 속 주인공이 변화하고 나아가는 모습을 언급하며 철학가 들뢰즈가 주창한 삶의 태도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걷는 유목주의와 탈주에 대해 설명한 그는 “저도 작년까지 중·고등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16년 정도 일했는데,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예술 활동을 하고 싶어서 의원 면직한 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객들에게도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자고 독려했다. 한편 이날 커뮤니티 시네마가 마무리된 뒤 인상적인 소감을 남긴 관객 5명에겐 랜덤 포스터가 경품으로 지급됐다. 부일시네마는 부산닷컴(busan.com)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에서 관람을 신청한다. 참가자를 추첨해 입장권(1인 2장)을 준다. 오는 12월 상영작은 제71회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행복한 라짜로’(2018)다.
오초량 가을인문학교 ‘부산행락行樂’
(재)일맥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복합교육문화공간 ‘오초량’이 오는 29일부터 12월 20일까지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2025 가을인문학교 2부 ‘부산행락行樂’을 개최한다. ‘걸으며 배우고 즐긴다’는 의미를 담은 이번 행사는 조선 후기 초량왜관의 역사, 부산·경남 근대 문화의 흐름, 지역 예술가들의 시각을 결합한 현장 기반 인문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에게 깊이 있는 문화·역사 탐방의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총 6차시로 진행할 ‘부산행락’ 프로그램은 △원도심 골목, 일상에 스며든 예술 이야기(멘토 강사는 김경화 설치미술가, 11월 29일 오전 10시 30분~낮 12시 30분 중앙동·대청동 일대) △소리로 만나는 도시를 걷다(정만영 사운드 아티스트, 11월 30일 오후 2~4시 중앙동~남포동~자갈치 일대) △생명과 역사의 섬, 가덕도를 걷다(이동근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외래교수, 12월 6일 오전 11시~오후 2시 30분 가덕도 일대) △오래된 극장의 길을 걷다: 영화의 황금시대가 머무는 골목(김현수 모퉁이극장 대표, 12월 7일 오후 2~4시 광복동·대청동 일대) △조선시대 초량왜관과 부산근교에서 생산된 찻사발1, 2(장기덕 부산과학기술대 생활도예과 교수, 12월 13·20일 오후 2~4시 오초량) 등으로 구성된다. 수강료는 무료(일맥문화재단 지원)이지만, 수업마다 참여 보증금(1만 원)은 있다. 참석 확인 후 반환될 예정이다. 환불이나 양도는 되지 않는다. 단, 가덕도 기행의 경우 가덕도까지 가는 버스와 점심 비용 등으로 3만 5000원의 별도 비용을 내야 한다. 또한 ‘조선시대 초량왜관과 부산 근교에서 생산된 찻사발1, 2’는 이틀 모두 참석 가능한 분만 신청을 당부했다. 프로그램 신청 방법은 linktr.ee/ochoryang에서 일맥문화재단 회원 ‘보리한알'과 ‘오초량 가을인문학교'를 신청, 클릭하면 된다. 신청은 선착순이 아닌 선정 방식이다. 전화 문의는 받지 않고, 이메일(ilmaclove@gmail.com)로 할 수 있다.
부산무용협회 29~30일 ‘새물결춤작가전’ 개최
(사)부산무용협회가 주최·주관하는 제29회 새물결춤작가전이 오는 29~30일 오후 7시 부산 남구 부산예술회관 공연장에서 개최된다. 이번 공연은 부산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신진 안무가들의 창의적 시도를 소개하는 무대로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로 구성된 다양한 팀이 출연한다. 공연 후엔 ‘관객과의 만남’이 마련돼 안무가들이 작품에 담은 메시지와 창작 과정, 무대 비하인드 등을 관객들과 직접 나누게 된다. 출연진과 참가작은 다음과 같다. 29일은 △무브먼트 웨이브(현대무용)의 ‘From’(안무 신현수) △SYN댄스컴퍼니(현대무용)의 ‘Infinity’(안무 김나연) △댄스프로젝트 P&U(한국무용)의 ‘五(오)’(안무 엄석린) △관객과의 만남을 선보인다. 30일은 △자인 탄츠 그렌츠로스(발레)의 ‘ArcadiaⅡ’(안무 김가빈) △뽕잡화점(현대무용)의 ‘sh-( )-unheard’(안무 배진아) △관객과의 만남 △시상식으로 이어진다. 전석 초대. 문의 051-632-5116.
"전통의 가락이 붓끝에 피어나다” 구포 토속민요전
입으로만 전해지던 부산 구포의 토속민요가 붓 끝에서 다시 태어난다. 낙동국악예술원은 오는 29일부터 내달 5일까지 부산 북구 구포문화예술플랫폼에서 ‘김도경의 두 번째 – 구포 토속민요 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구포지역에 전해 내려온 민요 가사를 전국 서예 작가들이 붓글씨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이며, 전통의 소리를 예술로 재해석한 자리다. 詩(시)・書(서)・畵(화)에 樂(악)・歌(가)・舞(무)를 더한 복합예술전으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개막공연은 29일 오후 3시 열리며, 전시 기간 동안 단체 관람객(10인 이상)은 사전 신청을 통해 공연과 민요 체험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국악놀이 △토속민요 배우기 △북구 설화 듣기 △소원달기 행사 등이 마련돼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 낙동국악예술원 관계자는 “구포의 토속민요를 예술로 승화시켜 지역의 전통문화를 함께 나누는 문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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