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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생을 바꾸는 묘약이 될 수 있죠”

“책, 인생을 바꾸는 묘약이 될 수 있죠”

“맙소사! 이렇게 뜨거운 사랑 고백이라니!”어떤 것에 푹 빠진 이들은 '오타쿠' '마니아'라고 부른다. 대체로 그 대상이 특이한 편이다. 그런데 흔히 볼 수 있는 것에 이렇게 푹 빠질 수 있다고? 많은 이들이 취미로 즐기지만, 오늘 주인공에게는 ‘주님’이자 삶의 전부란다. 부산의 작은 동네 책방을 전국구 핫플로 키운 독립 서점 주책공사 이성갑 대표의 이야기이다.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한 블록 들어간 주택가. 담벼락을 따라 걷다가 뜬금없이 ‘서점입니다’라는 글이 쓰인 큰 간판이 등장한다. 광안리 골목길 깊숙이 들어앉은 주책공사지만 눈에 띄는 이유이다.주책공사는 2020년 2월 2일 부산 중구 중앙동에서 시작했고, 1년 전 광안리로 이사 왔다. 햇수로 6년째를 맞이한다. 열혈 책방지기 이 대표는 서점 주인이기에 앞서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는 책 오타쿠이자 책 마니아이다. 주책공사의 가장 앞 글자 주는 주님을 뜻한다. 실제로 목회자의 길을 10여 년 걸었던 이 대표이기에 감히 주님을 언급했다는 건 정말 책에 대해 진심이라는 말이다. 이 대표는 최근 출간된 주책공사 5주년 기념 에세이 <오늘도, 펼침>을 통해 책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만천하에 공개하기도 했다.“누군가를 위해 살아가고 싶어 목사가 되려고 했고, 스무 살에 신학교를 갔습니다. 설교를 잘하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죠. 읽고 전하는 글과 말이 나의 삶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같아 힘들었고, 10여 년 했던 목회 활동을 접고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에 입사했습니다. 33살 수습사원은 사실상 할 줄 아는 게 없는 바보였죠. 남들보다 두 시간 일찍 출근하고, 두 시간 더 늦게 퇴근하며 노력했더니 어느새 점장이 되었고 매출 성장, 고객 만족도가 전국 10위안에 들었습니다. 프랜차이즈 매장에 들어간 건 사실 가게 운영과 서비스에 대해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5년 만에 전국에서 손꼽히는 매장의 점장이 되었지만, 과감하게 그곳을 나와 진짜 하고 싶었던 일, 독립 출판 동네 책방 주책공사를 중앙동에 열었습니다.”연중무휴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문을 열었고, 책방지기가 직접 읽고 추천할 수 있는 책만 입고한다. 책방의 큰 매대는 대부분 젊은 작가의 독립 출판물(대형 출판사가 아니라 개인이 직접 인쇄해서 만든 책)을 배치했다. 책 표지에는 저자가 책에 대한 소개, 어떤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글을 직접 쓴 후 붙였다. 어떤 책을 사야할 지 묻는 고객에겐 인생 상담과 더불어 지금 필요한 책을 추천한다. 심지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했다. 매일 책에 대한 소개와 책방지기 안부를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유튜브 영상도 올린다. MBTI 검사에서 극I(내향형)로 분류되는 책방지기지만,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처음 보는 고객과 한참 대화를 나눈다. 고민에 빠진 이에게 책테라피를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이다.“책은 길을 만들어줍니다. 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해도 책을 통해 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사유의 바다는 더 넓어지고, 깊어집니다. 책은 사람이 쓰고 사람이 만듭니다. 독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 그들의 다양한 소리를 드는 겁니다. 다양한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깊어지고 사고가 변화됩니다. 변화된 사고가 태도가 됩니다. 책이 곧 삶이 되는 것입니다.”이 대표는 책과 친해지게 하려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책방에 모여 밤새워 책을 읽는 주책야독, 각 독자에게 맞는 책을 매월 선정하고 그 책에 대한 책방지기의 해석을 담은 엽서까지 써서 집으로 배달하는 주책가방, 초판발행일과 생일을 맞춘 생일책(비밀상자에 담겨 있어 독자는 제목을 알 수 없다) 등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책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을 읽히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이 대표의 진심은 통했다. 김애란 김초엽 이슬아 등 굴지의 작가들이 책방을 직접 찾아왔고 ‘부산을 여행한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벌써 20만 명이 주책공사를 다녀갔다. “앞으로 잘 살아갈 힘까지 덤으로 받는 엄청난 경험” “차가운 세상에 꼭 필요한 공간” 등 독자들이 직접 남긴 방명록에는 주책공사가 얼마나 소중한지 여실히 느껴진다.전국구 핫플이면 돈을 잘 벌겠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주책공사는 일반적으로 책방이 수익을 남길 방법인 참고서나 문제집을 팔지 않고, 심지어 외부 지원이나 학교·도서관 납품조차 하지 않는다. 유명 작가의 책이 아닌 독립 출판물이 주요 매대를 차지하고 있다. 6년째 맞이하며 이제 겨우 자립의 길로 들어섰고, 앞서 버틴 세월 동안 생긴 은행 빚도 정기적으로 갚아가는 중이다.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주책공사 이성갑 대표는 몸소 증명하고 있다. 지난 6년간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책방을 지키는 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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