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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 지하철은 버스의 미래다
지하철은 버스의 미래다. 엘리베이터가 생기고, 스크린도어가 설치됐으며,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틈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이제 휠체어 이용자에게 지하철은 더 이상 ‘탈 수 있을까’를 망설이는 공간이 아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예측 가능한 이동이 보장되는 교통수단이 됐다. 지하철의 무장애 환경은 오랜 시간에 걸친 계획과 법적 기준, 그리고 매뉴얼로 정리된 운영 시스템 위에서 만들어졌다. 지하철은 ‘사람의 선의’가 아니라 구조로 이동을 가능하게 한 교통수단이다.
반면, 저상버스의 현실은 다르다. 저상버스가 늘어났고 기술도 발전했지만 휠체어 이용자가 느끼는 체감은 여전히 불안하다. 버스를 탈 수 있을지는 여전히 그날의 기사 숙련도와 정류장의 상태, 그리고 주변의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지하철은 ‘시설’로 대응해 왔지만, 저상버스는 아직 ‘배려’의 언어에 머물러 있다. “기사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승객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같은 문장들은 따뜻해 보이지만, 사실은 구조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개인의 선의에 맡기고 있다.
저상버스에도 표준이 필요하다. 휠체어 고정장치의 사용법, 정차 방식, 기사 교육, 정류장 환경 기준 등이 지역과 회사마다 제각각이다. 이제 저상버스도 다음 단계, ‘이동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접근성, 정차의 일관성, 승하차의 안전, 예측 가능성은 무장애 이동의 핵심 요소다. 이것들이 버스에서도 구현되려면 기술 외에 정류장과 정차 방식, 고정장치, 정보 시스템이라는 기반 시설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저상버스가 ‘배려의 교통수단’에 머무는 한, 장애인의 이동은 여전히 허락받아야 하는 일이 된다. 이제는 버스도 지하철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아도 시스템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성희철·부산뇌병변복지관 장애인식개선강사
2026-01-1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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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 청년에게 돌아온 새해 일상
2026년 시작과 함께 사회복지사인 나는 행정복지센터 공무원과 함께 10년째 은둔생활을 해온 청년을 만났다. 주변 사람들은 젊은 사람이 왜 게으르게 사는지 모르겠다며 핀잔을 쏟았다. 하지만 그에게 10년은 해가 바뀜을 잊어버린 세월이었다.
“6년 만에 약속을 정했어요.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잘 모르겠어요.” 게임을 하느라 잠들지 못한 얼굴로, 서른 둘인 그가 우리를 맞이했다. 새벽에 반려견과 앞마당을 거니는 것이 일상의 전부였다. 그에게 필요한 건 사회에서 요구하는 채용공고나 직업재활이 아닌 사람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는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정신건강과 관련된 복지 서비스도 반드시 함께 필요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고립청년은 54만 명이다. 부산의 고립 청년 비율은 수도권 다음으로 높은 최대 2만 25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송국클럽하우스는 이들을 돕기 위해 2023년부터 메타버스 공간 ‘집 밖의 숲’을 활용한 대면·비대면 복지 서비스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3년간 48명의 고립청년을 만났다. 메타버스를 활용해 비대면 프로그램 90회, 대면 80회를 제공했고, 참여한 청년들은 신체·정신건강(23%)과 자아존중감(22%) 향상 등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에는 해운대구 우수 협력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민간 복지기관과 공공영역이 협력하면 고립된 청년들의 일상을 도울 수 있다.
6년 만에 우리를 만난 청년은 몇 달 전부터 조금씩 용기를 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던 그는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작은 소망을 말했다. 피곤한 얼굴로 아직은 사람을 만나는 게 어색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도운 실무자들은 모두 말 없이 웃었다. 그의 새해에도 일상의 작은 결심이 깃들길 기대해 본다. 이상석·송국클럽하우스 사회복지사
2026-01-0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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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 공해에 가까운 ‘과잉 현수막’
길을 걷다 보면 정치인 현수막이 너무 많이 보인다. 공해에 가깝다. 특히 번화가 도로변에는 국회의원과 시·구의원, 구청장이 이름과 사진을 함께 내걸고 큰 의미도 없는 현수막을 경쟁적으로 게시해 때로는 짜증과 신경질이 날 정도다.
국회의원과 정당은 현수막으로 상호 비방을 일삼고 있어 볼썽사납고, 이걸 보는 청소년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안타까움마저 든다. 구청장이나 군수는 대다수 주민들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을 홍보하거나, 크고작은 치적 알리기에만 열을 올린다. 어차피 시민이 낸 세금으로 사업타당성을 따져 예산이 배정됐을 뿐인데, 마치 자신이 힘쓰고 노력해 얻은 결과인 마냥 호도한다. 명절이나 입시철에 축하나 격려 차원에서 내거는 현수막도 이제 감흥이 없고 불필요해 보일 뿐이다.
올해 부산시 16개 구군에서 내건 현수막은 무려 821개에 이르고 그 비용도 8700여만 원에 달했다고 한다. 강서구는 1780여만 원을 지출했고 동구는 100만 원 가량을 썼는데, 이 비용이 기초단체장 개인 돈이 아니라 예산에서 지출된다니 어이가 없다. 대부분의 구군이 늘 예산 부족을 호소하면서 왜 치적을 알리거나 그저 인사치레 하는 불요불급한 곳에 재정을 투입하는지 부끄럽지도 않은가. 시의원과 구군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시민들이 보기에 어지럽고 혼탁하고, 불쾌감만 불러일으키는 과도한 현수막. 거기에 쓸 돈으로 차라리 지역 내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취약게층을 지원한다면 더 의미있지 않을까. 시민들은 깨끗하고 쾌적한 도로 환경을 원한다. 이에 앞으로 정치인과 공직자들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현수막 게시를 자제하고, 특히 비난과 정쟁에 현수막을 활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박옥희·부산 북구 화명신도시로 70
2025-12-30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