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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 산불 예방은 선택 아닌 생존 의무
지난해 3월, 우리는 대한민국 산불 역사상 가장 참혹한 장면을 목격했다. 경북 의성과 안동에서 시작된 불길은 강풍을 타고 영덕과 청송까지 확산되며 서울 면적의 1.7배가 넘는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고, 서른 명이 넘는 소중한 이웃이 목숨을 잃었다. 이 비극은 우리에게 분명한 경고를 남겼다. 기후 위기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태풍급 강풍이 맞물릴 경우, 인간의 힘만으로는 대형 산불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덧 겨울의 끝자락을 지나 봄철 산불 조심 기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제2의 ‘2025년 산불’을 막기 위해 다음 세 가지를 반드시 기억하자. 첫째, 산림 인근 모든 소각 행위를 ‘범죄’로 인식해야 한다. 의성·안동 산불과 김해 산불 모두 작은 불씨에 대한 방심에서 시작됐다. 논·밭두렁 태우기는 병해충 방제 효과도 없을뿐더러 대형 재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둘째, 입산자의 철저한 화기 관리와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 2025년 산불 이후 산행 중 흡연과 취사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일부의 일탈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무심코 켠 라이터 하나가 누군가의 가족과 삶의 터전을 앗아갈 수 있다. 셋째, 지역 공동체의 감시와 신속한 신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불은 발생 초기 10분이 골든타임이다. 연기 등 이상 징후를 발견하는 즉시 119나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우리는 이미 너무 큰 대가를 치렀다. 검게 그을린 산등성이와 이재민들의 눈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숲을 복원하는 데는 100년이 걸리지만, 무너뜨리는 데는 며칠이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몸소 겪었다. 올해만큼은 잿빛 연기가 아닌 푸른 생명력이 가득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산불 예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모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자 의무임을 다시 한번 깊이 새겨야 할 때다. 배기수·부산진소방서장
2026-01-2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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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 금강공원에서 향파의 작품을 볼 수 있길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부산의 정체성과 기억이 담긴 유·무형 자산 13건을 새롭게 ‘부산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 조용필이 부른 국민가요이자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가로 사랑받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비롯해 오랜 지역의 책방 문우당서점과 이주홍문학관이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부산미래유산은 누적 108건을 넘어섰다.
향파 이주홍(1906~1987)은 아동문학을 비롯해 소설·시·희곡·수필 등 여러 장르에서 활발히 활동한 작가다. 그의 문학은 동심에 머물지 않고, 부산이라는 항구도시의 풍경과 시대의 숨결을 품었다. 동래구 온천동에 자리한 이주홍문학관은 이러한 그의 삶과 문학을 기리는 공간으로, 현재 리모델링을 앞두고 휴관 중이다. 문학관은 한때 국립부경대학교로 이전이 논의되기도 했으나, 재정 문제와 여러 여건에 부딪혀 기존 자리인 온천동에 남기로 결정됐다. 시민들은 이 공간이 단순히 유지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공성과 지속성을 갖춘 지역의 문화 자산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이후 시민들의 산책과 휴식 공간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금강공원 곳곳에 다수의 시 작품이 게시돼 있지만, 정작 이주홍 선생의 작품은 보이지 않는다. 바로 아래 온천동에 문학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산 김정한과 더불어 부산 문단의 큰 산으로 불리는 향파 이주홍의 언어가 이 공간에 부재한 셈이다. 이주홍의 바다는 새우에서 고래까지, 수평선에서 방파제까지, 섬과 갯마을에서 항구도시의 부두까지 이어진다. 그것은 풍경이 아니라 삶이며, 부산 그 자체다. 올 봄, 금강공원 산책길에서 그의 시 한 구절, 소설 속 바다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부산미래유산은 과거를 봉인하는 목록이 아니다. 기억을 현재로 불러내고, 미래로 건너가는 통로다. 이주홍문학관과 그의 문학이 부산의 바다처럼 다시 시민의 일상 속에 스며들기를 기대한다. 최현민·부산 동래구 미남로
2026-01-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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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 스마트폰이 만든 불편, 해법 없을까
현대 사회에서 스마트폰 과의존이 불러오는 부작용은 어느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의 과제가 되고 있다. 좁은 골목길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스몸비’ 현상은 보행자 충돌과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이어폰 때문에 주변 소리를 듣지 못하는 상황 역시 위험을 키운다. 공공장소에서의 스피커폰 사용, 대화 중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행동은 타인의 집중을 깨고 관계적 피로를 누적시키며 공동체의 품격을 떨어트린다.
이 문제를 시민의 언어로 재정의하기 위해 최근 수영구에서 지역활동가들이 모여 디자인씽킹 기법으로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단순한 계도나 금지 중심의 접근을 벗어나 ‘이렇게 하면 서로 편해진다’는 제안 언어을 통해 새로운 기준을 만들기 위한 자리였다.
여기에서 활동가들은 일상에서 경험한 불편을 공유하고, 공공장소의 스마트폰 예절과 디지털 휴식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공공장소 스피커폰 지양, 한쪽 귀만 사용하는 안전한 이어폰 습관, 카페와 식당의 노폰존 운영 등 실천 가능한 제안을 도출했다. 아울러 “잘 쓰면 창조, 못 쓰면 폭탄” “스마트폰을 더 스마트하게” “타인을 찌푸리게 하는 스마트폰 에티켓, 되돌아 보세요” “내 휴대폰은 진상인가, 정상인가”와 같은 시민 슬로건도 직접 만들었다. 금지의 언어가 아닌 공감과 배려의 문장들이다.
스마트폰은 편리한 도구지만, 도구가 삶을 지배하는 순간 공동체의 안전과 관계는 흔들린다. 수영구에서 시작된 이번 논의는 ‘스마트폰 줄이기’가 아니라 ‘사람을 다시 중심에 놓기 위한 움직임’이다. 작은 실천이 도시의 품격을 바꾼다는 믿음으로, 이 시민 제안이 부산 전역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유영욱·부산 수영구 망미동
2026-01-20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