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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광명의 정견만리] 맹종, 순종, 그리고 아멘
기독교 성경은 ‘신은 번제 같은 제사보다 순종을 더 좋아하신다’고 전한다. 신이 좋아하시므로 순종하는 것은 종교인이라면 너무도 당연할 일! 종교인은 순종의 삶으로 신에게 영광을 돌려야 한다. 순종(順從)이란 ‘순순히 따름’이다. 순순히 따름은 옳고 그름을 덮어놓고 무작정 따르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맹종(盲從)이다. 맹종은 신이 아니라 한낱 인간을 따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내게 들리는 저 말씀이 신의 말씀인가 아니면 설교자나 예배인도자의 것인가. 이를 처절하게 가리지 않고 무작정 따르는 건 그 자체로 신에 대한 망령이요, 따라서 죄가 된다.
맹종의 대표적인 예가 ‘아멘’ 남발이다. 아멘은 신의 말씀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요 믿음의 고백이다. 굳이 뜻을 말하자면 ‘응당 그러합니다’ 정도이겠다. 입으로든 마음으로든 아멘을 표하는 행위는 곧 신을 떠올리고 간구하고 열망하는 신성한 의식이다. 그러므로 아멘은 신의 진실 안에서만 외쳐야 한다.
한국 교회에서 아멘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남발되는 광경을 자주 본다. 설교자의 말 한마디 끝날 때마다, 그것이 신의 말씀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아멘을 외친다. 심지어는 설교자가 청중에게 아멘을 강요하는 일도 왕왕 있다. 이런 아멘은 공허한 메아리에 다름 아니다. 아멘을 이렇게 무분별하게 남발해서는 안 된다. 이는 순종이 아니라 맹종이다. 맹종은, 거듭 말하지만, 망령에 떨어지고 죄가 된다. ‘신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 말라!’ 기독교 십계명 가운데 하나다. 아멘을 함부로 남발하는 건 곧 신을 망령되이 부르는 것이다. 그 죄가 가늠할 수 없을 만치 크다.
성경에는 베드로가 죽음의 고난에서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성경에 굳이 이 장면이 넣어야 했을까. 여기엔 심오한 가르침이 있다. 베드로는 다른 제자보다 자신이 예수를 더 믿고 따른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고난이 닥치자 그의 믿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그의 믿음은 맹종이었고, 그래서 나약했다. 두려움과 후회로 베드로는 자신의 믿음을 처절하게 갈등하고 고민하고 질문했다. 한참 뒤 부활한 예수가 찾아와 물었을 때 그는 “참으로 당신을 믿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때 베드로의 믿음은 과거의 믿음과는 달랐다. 그는 맹종이 아니라 진정한 순종을 고백했던 것이고, 그런 순종이 있어 베드로는 이후 교회를 반석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맹종은 증오와 폭력으로 치닫기 십상이다. 맹종에 신앙의 껍데기가 덧씌워지고 인간의 욕망이 거기에 얹어지면 위험성은 극에 달한다. 잘못의 선후를 따지기에 앞서, 1000년 전 십자군 전쟁이 그랬고 오늘날 중동에서의 반복되는 살육이 또 그렇다. 한 사람이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이상이라지만 다수가 망상에 빠져 있으면 종교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종교가 온전한 종교이겠는가. 오히려 더 참혹하고 더 거대한 광기의 집합체일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극우의 광기로 인해 몹시도 불안하다.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의사 표현이야 누가 뭐라고 하겠냐만, 극우 집단의 행태는 도를 한참 넘고 있다. “척결” “처단”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입에 달고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얼마 전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좋은 예다. 법원 시설을 마구 부수고, 경찰관을 폭행하고, 불까지 지르려 했다. 이로 인해 수십 명이 처벌될 처지에 놓였는데, 상당수가 특정 교회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젊은 기독교인이라고 한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들이 저지른 행위가 화해·포용·사랑을 최우선 의무로 삼는 기독교의 본래 모습이 아님은 분명하다. 스스로 나름의 정당성을 강변할지 모르나, 이들이 신이 아닌 특정 인간을 맹종한 결과가 아닌가 싶어 심히 걱정이다. 교회는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 중추여야 할 젊은이들이 행여나 일부 극우 인사의 말과 논리를 맹종한다면 한국 기독교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기독교인, 특히 젊은 기독교인은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져야 한다. 신앙을 의심하라는 게 아니다. 지금 자신이 신앙이라 여기는 게 혹여 맹종은 아닌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게 들리는 저 말씀이 진정 신의 말씀인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불교에 살불살조(殺佛殺祖)라는 말이 있다. 부처를 죽이고 조사도 죽여라? 어찌 부처와 조사를 생물학적으로 죽이라는 말이겠는가. 귀에 들리는 대로 맹종하지 말고 쉼 없는 의문을 통해 부처와 조사조차 뛰어넘으려 노력해야 비로소 진리에 닿을 수 있다는 경구인 것이다. 이게 꼭 불교에서만 통용되는 가치는 아닐 터이다.
2025-02-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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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광명의 정견만리(正見萬理)]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힘이 되고 있나
국민의힘은 “내란 공범”이라는 야당의 비난에 발끈한다. “여당 의원 상당수가 내란의 공범”이라고 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한 게 그 사례다. 공범이다 아니다 따지기에 앞서 사실부터 정리해 보자.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5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누가 봐도 위헌·위법한 계엄! 천만다행으로 190명 의원이 참석해 전원 찬성으로 2시간 40분 만에 계엄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거기에 국민의힘 의원은 겨우 18명 있었다. 지난달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을 앞둔 국회. ‘탄핵안 반대’ 당론을 좇아 국민의힘 의원 105명은 투표를 거부했다. ‘투표 불성립’으로 탄핵안은 자동 폐기.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14일 2차 표결에서 탄핵안은 통과됐다. 투표 결과는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 반대·기권·무효표는 대부분 국민의힘 의원들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7일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내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입장문을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했다. 입장문은 검찰이 허위 사실로 김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 국민의힘이 왜 김 전 장관의 입장을 공유하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이 임명 안 돼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불가’ 입장을 고수, 최상목 대행의 재판관 2명 임명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달 31일 법원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힘으로써 윤 대통령 측의 “불법 무효”라는 주장과 궤를 같이했다.
이쯤 되니, 내란 공범이라는 비판에 국민의힘이 발끈하는 게 자가당착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나름의 논리를 내세운다. 박수영 의원이 지난달 28일 ‘12·3 내란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시민들의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 바로 그것이다. 박 의원은 ‘무죄 추정 원칙’을 거론했다. 헌재 판결 전에는 내란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박 의원의 답변이 곧 국민의힘의 기본 인식일 테다.
국민의힘에 묻게 된다.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무장 군인들이 국회를 해산하려 한, 온 국민이 생중계로 목도한, 그 장면은 무엇인가. 강도가 사람을 찔러 죽이는 것을 눈으로 보고서도 “확정 판결 때까지 살인이라 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나. 검찰이 김용현 전 장관 공소장에서 확인한 바, “총을 쏘고 도끼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윤 대통령의 행태는 무엇인가. 그 자체로 내란 현행범 아닌가. 법원도 체포영장에 윤 대통령의 죄목으로 ‘내란 우두머리’라고 적시하지 않았나.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현 사태에 대한 반성’이라는 말을 꺼낼라치면 국민의힘 주류는 “배신자”라며 몰아세운다. 반성이 없으니 사과도 없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집권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밝히기는 했다. 하지만 거기에 비상계엄이 잘못이라는 말은 없다. 단지 불안과 걱정을 끼쳤을 뿐이라고 했다. 읽기에 따라서는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해서 사과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조차도 권 위원장 개인의 사과일 뿐, 당 차원의 공식 사과는 아니다.
비상계엄·탄핵 관련 국민의힘 내부 기류를 5선의 윤상현 의원이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윤 의원은 지난달 28일 전광훈 목사 주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대회’ 단상에 올라 “탄핵소추안을 막아내지 못했다”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해당 집회에는 국민의힘 다른 의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목사는 비상계엄 선포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발언한 인사다. 제주항공 참사에 대해서는 “사탄 때문이다. 물론 하나님이 사탄에게 허락한 것”이라고 했다. 참사를 하나님이 허락했다는 것이다. 한국 보수정치의 본산임을 자처하던 국민의힘이 어쩌다 이렇게 됐나 싶어 당혹스럽다.
여러 언론사의 새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정도가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했다. ‘윤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 내란죄를 적용해야 한다’ 등의 응답도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절대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국민 대의 기관인 정당은 민심을 따르는 게 순리인데도, 국민의힘은 거꾸로 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2020년 9월 국민 공모를 통해 지어진 당명이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라는 의미가 부여됐다. 4년이 지난 지금 그 셋 중에 하나라도 부합하는 게 있는가. 국민에게 진정으로 힘이 되려 하는가. 국민의힘은 자문하길 바란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2025-01-02 [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