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폐쇄 독일, '산업용 전기 인상률' EU 평균과 비슷… "국제적 모범 사례" [해체되는 원전, 묻혀버린 검증]
[해체되는 원전, 묻혀버린 검증] 탈핵 선택한 독일 상황
현재 28기 해체 공사 진행 중
전기 생산 중 원전 비중은 0%
전력 체계 전환 요금 하락 기대
독일에선 30기 가까운 원전의 해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다. 과감하게 탈핵을 추진한 결과로, 독일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엇갈린다.
2000년 독일 사회민주당·녹색당 연립 정부는 ‘원자력 발전 단계적 폐지’를 공식 정책으로 채택했다. 가동 중인 원전 19기를 설계수명 상관없이 2021년까지 폐쇄하기로 하고 실행에 들어갔다. 2009년 들어선 보수-자유연정 정부는 탈핵 완료 시점을 12년 늦추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탈핵 계획은 복구됐고, 2023년 4월 마지막 원자로가 꺼졌다. 최초 계획보다 2년 늦어졌지만, 주변의 예상보다는 훨씬 빨리 에너지 전환을 이뤘다.
2000년 이후 폐쇄된 19기와 이전에 폐쇄된 것들을 합쳐, 현재 원전 28기가 해체되고 있다. 원전을 운영한 민간 회사들이 해체를, 정부는 폐기물 처리 등을 책임진다. 대부분의 공정엔 독일 기업들이 투입된다.
독일의 전력 생산 구조는 완전히 변했다. 2000년 전력 생산 중 원전 비중은 30%, 신재생은 6.3%였다. 2024년은 원전 0%, 신재생 62%이다.
전기료는 꾸준히 올랐다. 2000년과 2024년 가정용 전기료를 비교해 보면, EU 전체 평균이 2.4배 오를 때 독일은 2.6배 정도 비싸졌다. 격차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2023년과 2024년엔 처음으로 전기 ‘순수입’ 국가가 되기도 했다. 전기료 인상, 전력 부족 등이 독일 경제를 파탄으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는 지나치게 비관적인 평가라는 게 중론이다. 산업용 전기 인상률의 경우 독일과 EU 평균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더욱이 전기료 상승은 신재생에너지 단가 문제라기보다 전력 체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 비용에 가깝다. 송배전망 건설, 전력망 안정화 비용 등과 함께 지금은 폐지된 재생에너지 보조금이 전기료에 포함됐다. 전환이 안정화될수록 하락할 수 있는 구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수입에 차질을 빚은 것도 전기료 급등에 작용했다. 독일은 LNG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전기 수입 역시 전력이 모자라서 빚어진 것이 아니다. 유럽에선 국가 간 전기를 주고받는 일이 일상적인데, 지금까지 독일은 전기 수출이 더 컸다. 2023년과 2024년엔 러-우 전쟁의 여파로 전기료가 올라, 수입 전기가 국내 전기보다 가격이 낮아지는 일이 많았다. 독일의 전력 공급 자체는 안정적이며, 올해 수입은 줄고 있는 추세다. 2022년엔 원전 강국인 프랑스가 오히려 전력 공급 문제로 독일 등으로부터 전기를 많이 받아들여, 전기 순수입국이 됐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올 4월 독일 에너지 전환 관련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효율성 개선 등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 국제적으로 모범 사례”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전기료 가격 경쟁력, 형평성 강화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