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원전 발전 단가 산정, 해체·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온전히 반영돼야 [해체되는 원전, 묻혀버린 검증]
유럽·미국 풍력이 싼 경우 많아
에너지 정책 따라 결과치 변해
해체 계기 단가 논의 진전될 듯
고리 1호기 해체가 완료돼 최종 비용이 확정되면, 원전 단가 책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해체 비용, 사용후핵연료 관리 비용 등이 단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오래된 논란을 검증할 계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발전 단가를 비교할 수 있는 가장 공신력 있는 자료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력 생산 비용 전망’ 보고서다. 생산 전기의 평균 가격을 표준화된 조건에 적용해 5년 뒤를 전망하는 보고서다. 5년마다 제작되며, 가장 최근 자료가 2020년에 나온 2025년 전망치다.
IEA 자료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5년 한국 원전 발전 단가는 MWh 당 53달러(각 발전원 7% 할인율 일괄 적용)로 전망됐다. 태양광 96~120달러, 육상 풍력 110~120달러, 해상 풍력 160~230달러 전망치와 비교하면 확실히 원전은 싼 에너지다.
반면 IEA 보고서에서 프랑스·영국 등 유럽 주요국 전망치는 태양광 40~80달러, 육상 풍력 40~70달러, 해상 풍력 30~100달러, 신규 원전 71달러에 형성됐다. 신재생이 원전과 비슷하거나 낮기도 했다. 미국도 육상 풍력 30~50달러, 태양광 35~55달러, 해상 풍력 35~100달러, 신규 원전 71달러였다. 원전 수명 연장, 유럽 내 지역별 편차 등 변수가 있지만, 신재생이 더 비싸다고 말하기 힘들다.
지역별 단가의 차이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공기업 주도로 원전 사업을 주도해, 금융 조달과 위험 부담이 덜한 편으로 평가된다. 유럽 등은 규제가 엄격하고 금융조달도 쉽지 않아 원전 단가가 높은 편이다.
특히 유럽은 이미 태양광·풍력 등이 대규모 상업화를 이루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단가 경쟁력이 생겼다. 이미 시장이 신재생에 친화적으로 변했고, 전력망도 신재생에 적합하게 설계됐다. 단가가 싸졌기 때문에 더 많은 수요가 형성돼 규모가 다시 커지는 선순환 구조에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신재생 시장이 초기 단계이며, 전력망도 집중식으로 짜여 있어 대규모 원전 단지에 유리한 형태이다. 결국 어떤 정책으로 에너지 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발전 단가가 변하는 구조다.
국내 상황이 원전 발전 단가에 유리하게 짜여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숨겨진 비용’이 자주 언급된다. 해체 비용, 사용후핵연료 등 폐기물 처리 비용이 단가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거다. 제대로 반영되면 발전 단가가 10~20% 오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고리 1호기를 통해 해체 비용 규모가 드러나고 폐기물 처리 작업이 진행되다 보면 단가 논의가 좀 더 정교해질 수 있어, 에너지 업계의 관심도 쏠린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