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역성장 시대의 건설업
안준영 경제부 기자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대만에 추월당할 처지에 놓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니 신빙성이 상당히 높다. 손에 닿을 것만 같았던 GDP 4만 달러 시대는 5년 뒤에나 점쳐볼 수 있게 됐다.
역성장의 중심엔 건설업이 있다. 1분기 건설 투자는 건물 건설을 중심으로 3.2% 줄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12.2%나 감소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건설업 총생산은 1.5% 줄었다. 국내 1분기 GDP 성장률이 -0.2%니 건설업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별달리 내세울 만한 주력 산업이 없는 부산에는 건설업 위기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사업이 지체되거나 무산되면서 지역 경제에 돈줄이 막혔고, 현장에 나가야 하는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실직 상태에 놓였다. 중견 건설사들이 부도나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니 수많은 하도급 업체들은 대금 받을 길이 묘연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건설업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았어야 했다. 금융이나 IT, 첨단 제조업 등 대안은 많다. 어느 것 하나 마땅한 산업을 육성하지 못했고, 지역 경제는 여전히 전통 산업인 건설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새 먹거리를 찾는 일에 발 벗고 나서야 하겠지만, 당장은 지역 건설업을 살리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조기 대선은 지역 건설업의 위기이자 기회다. 대권 결과에 따른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대선 과정을 통해 지역 업계의 요구사항과 목소리를 중앙 무대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업계 상황이 너무나도 엄중하다보니 누가 대권을 잡든 ‘지방 건설업부터 살리자’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 미분양 물량이 전국적으로는 11년 만에, 부산은 16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좌우될 여지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부동산 실수요자들이나 투자자들을 ‘투기꾼’으로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을 70%까지 높이는 징벌적 세금을 거둬들였다. 부동산 대책만 28차례 발표했다. 그럼에도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천정부지로 뛰었다. 누가 정권을 잡든 이런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
지금은 수도권과 지방을 이원화하는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써야 할 때다. 지방에 한해 다주택자 중과세를 폐지하고 미분양 주택에 대한 지원을 늘여야 한다. DSR 규제도 지방에서는 풀어주고, 멈춰버린 지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방 건설업부터 정상화해야 한국 경제가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지역 업계도 뼈를 깎는 자세로 쇄신해야 한다. 정부가 보따리 풀어주기를 기다리고만 있어선 안될 일이다. 세금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사달라 요구하는 대신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 1군 건설사와 견줘도 쉽게 밀리지 않을 경쟁력을 길러야 가덕신공항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 지역 몫이 커질 것이다. 이참에 지방에 산재한 한계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20~30대 젊은 직원들이 왜 건설사를 탈출하려 하는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대선은 건설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는 계기가 돼야 한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