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 칼럼] 성찰과 희망 있는 대선을 바란다
이재명 후보 선거법 위반 유죄 인정
독주하던 대선 가도에 치명타 입어
여권, 자격 논란 등 총공세 나설 듯
상호 비방 난무하는 이전투구 우려
비전 제시와 정책 대결로 희망 줘야
시대정신 부응할 통합 리더십 절실
21대 대통령 선거가 다음 달 3일 치러진다. 대선이 30일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정국 분위기가 확연해진 모양새다. 게다가 거대 양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거나 윤곽을 드러내자 세간에서는 유력 대선 주자들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국민의힘은 김문수·한동훈 두 대선 경선 후보를 대상으로 최종 후보를 뽑는 3차 경선을 진행 중이다. 1~2일 선거인단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거쳐 3일 전당대회에서 최종 1명을 선출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이재명 전 대표를 대선 후보로 확정한 데 이어 30일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선거 체제로 전환했다.
오늘 당장 대선 투표가 이뤄졌더라면 민주당 경선에서 압도적 득표율을 보인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유력했다. 이 후보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큰 차이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여권 내 유력 잠룡들과 일 대 일 대결에서 모두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이번 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는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가 56.8%로 ‘정권 연장’(37.7%)보다 훨씬 높은 결과까지 나와 ‘이재명 대세론’에 힘이 실렸다.
한데, 대법원은 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 후보가 독주하던 대선 가도에서 치명타를 입은 꼴이다. 이는 보수층의 전폭적 지지를 얻기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해 온 김문수 경선 후보나 탄핵 찬성론을 펼친 한동훈 후보 입장에선 대형 호재다.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와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의 단일화도 지지층을 결집하고 확산하며 이 후보의 기세를 꺾을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으로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국민의힘 측은 열세에서 우세로 극적 반전을 노리고 이 후보의 자격 논란 등 부정적인 면을 더욱 집중 부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공산이 크다.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등도 대대적으로 거론하며 “이재명은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게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정치적 공격의 도를 넘어 이 후보를 악마화하는 선전선동 양상이 심해질 테다. 이럴 경우 민주당 역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여당을 향해 거칠고 맹목적인 비난 공세로 맞대응할 건 불 보듯 뻔한 수순이다.
그래서일까. 선거철마다 여야가 그랬듯이 이번 대선도 상호 비방과 극심한 진영논리가 판칠 것이란 우려가 가시질 않는다. 사랑과 행복이 넘쳐야 할 5월 가정의 달이 올해는 여야의 이전투구로 점철된 대선 여파 탓에 가족·세대·남녀 간 갈등과 정치 논쟁이 난무해 국론 분열만 심화하는 한 달로 전락할지 모를 일이다.
6·3 대선은 국가적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비상한 시기에 맞이한 중차대한 기회다. 대선을 계기로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정국의 불확실성과 경제 불안을 하루빨리 해소하고, 미국 관세정책 리스크에도 실효적으로 긴밀하게 대처해야 한다. 따라서 대선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민주주의 헌정질서 회복과 국민 통합, 민생 안정, 경제 성장일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강조하는 정권 사수나 정권 심판은 당리당략과 이념을 앞세워 자기 욕심을 채우려는 거대 양당과 일부 강성 보수·진보 세력의 바람일 뿐이다. 다수 국민의 관심은 어떤 대선 후보, 어느 정당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면서도 실현 가능한 좋은 공약을 내놓는가에 쏠려 있다. 특히 서민층과 자영업자들은 거창하거나 막연한 담론 대신에 생존의 위기에서 구해줄 수 있는 대통령감을 간절히 원한다. 대선 후보들과 각 당이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접고 능력과 공약 검증 중심의 정책 대결을 통해 대선을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축제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여야는 대화와 협치를 잊은 볼썽사나운 대립과 격한 충돌로 정치 혐오나 무관심을 키운 과오를 철저히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이는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정치의 실종으로 도탄에 빠진 국민과 혼란스러운 시대의 명령이다. 거대 양당은 자기 잘못에 대한 성찰에 인색해 변화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상대방의 흠과 실수에 힘입어 정권을 잡기 일쑤였다. 이에 따른 불행한 결과는 윤 전 대통령을 비롯, 실패한 몇몇 대통령이 증명한다.
대선 후보들도 초심으로 돌아가 비전 제시와 정책 대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과 강력한 실천력으로 다양한 난제를 해결하며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국가 미래를 위해 지방분권형 개헌과 지역균형발전에 노력할 의지가 절실히 요구된다. 국민 통합과 대한민국의 재도약이 시급한 까닭이다.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대선 후보들과 정치권은 민심이 천심임을 명심해 진심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각오로 대선에 임할 때다.
강병균 대기자 kbg@busan.com
강병균 대기자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