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글로벌법' 2년 만에 본회의 코앞인데… 급제동 우려에 지역 정치권 반발
이 대통령 부산 글로벌법 언급 후폭풍
국힘 부산시장 예비후보 일제히 비판
야당 지역 국회의원 전원 기자회견도
"지역 발전 가로막는 선거용 정치 중단"
청와대 "제동 걸 이유 전혀 없다" 반박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년간 표류하던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을 포퓰리즘적 요소를 지닌 의원 입법으로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처리에 급물살을 타다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린 ‘부산 특별법’만 부정적 사례로 특정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31일 국무회의에서 의원 입법에 대해 “이번에 ‘부산 특별법’인가 만든다고 후다닥 그러고 있길래 제가 얘기를 좀 했다”며 “어떤 재정 부담이 될지, 정부 국정 운영과 정합성이 있는 건지, 부산만 특별법을 만들면 대전과 광주는 어떡할 건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시장 유력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공동 대표발의한 이 법안을 두고 이 대통령이 “그런 것 없이 그냥 필요하다고 하면 정부에 실제로 부담이 된다”며 “나중에 집행이 매우 어려워질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부정적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발언이 나오자 전날 국회 법사위에 특별법이 상정되지 않은 배경에 이 대통령의 이런 생각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 의원 요청에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가 ‘조속한 통과’를 약속했지만,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이 ‘숙려 기간’ 5일을 충족하지 않았다며 특별법을 안건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특히 특별법 통과를 위해 박 시장이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삭발 투쟁까지 나서는 등 법안이 부산 지방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도 이 대통령이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 막판까지 온 법안 처리가 다시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부산 글로벌법은 그동안 정부 협의까지 끝낸 데다 무려 2년 동안 국회에서 묵힌 법안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지적한 부정적 입법 사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안 논의를 내내 미룬 건 민주당이라는 점에서 여당과 책임을 공유하는 이 대통령의 지적이 온당치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 발언에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박 시장은 “호남은 통합한다고 돈에 특례에 다 퍼주겠다고 하면서 부산은 자기 힘으로 살기 위한 발버둥마저 뭉개버리려는 것이냐”며 “지역 균형 발전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노골적인 지역 차별을 서슴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진우 의원도 “전남광주특별법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고, 부산 특별법은 2년간 묵히다가 또 뜸을 들이냐”고 반발했다.
부산 국민의힘 의원 일동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 발전을 가로막고, 지역발전법까지 선거 도구로 이용하는 민주당은 선거용 정치를 중단하라”고 규탄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민주당은 국회법상 ‘5일 숙려 기간’을 핑계로 내세웠다”며 “같은 날 상임위를 통과한 공휴일법은 아무 문제 없이 법사위에 상정했다”고 비판했다. 김대식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도 5분 발언을 통해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여권은 야당이 이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반박했다.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 재정에 대한 일반론적인 걱정일 뿐”이라며 “특별법은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넘어섰고, 대통령께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완전히 옮겨왔고, HMM 본사의 부산 이전도 가시권에 들어오게 한 것이 이재명 정부의 확실한 성과다. 특별법도 곧 완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정무라인에서도 이 대통령의 발언이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며칠만 지나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의결될 특별법안인데 제동을 걸 이유가 뭐가 있느냐”면서 “재정 문제를 고민하고 입법에 신중해달라는 국가 지도자로서의 주문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