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예타 통과만 기다리는 부울경 광역철도
김태권 동부경남울산본부장
대선 후보들, 지역 맞춤형 공약 쏟아내
부울경 철도 예타 결과, 1년 째 늦어져
정치권, 기재부 등 찾아 예타 통과 촉구
대선 공약인 만큼 예타 통과·면제 필요
장미대선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보들이 전국을 돌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지역 맞춤형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럼, 부울경 지역 대표 공약은 무엇일까? 아마도 수도권 집중화를 막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부울경을 연결하는 광역철도 건설이 아닌가 싶다. 부울경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을 넘어 소극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부울경 지역 관계자들은 최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를 찾아 1년가량 늦어지고 있는 부울경 광역철도의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통과와 조기 착공을 촉구했다.
〈부산일보〉와 지역 정치권 취재를 종합하면 기재부는 지난해 6월 부울경 광역철도에 대한 예타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그런데 같은 해 9월로 한차례 미뤄지더니 다시 12월로, 올해 상반기로 늦춰졌다.
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급기야 ‘사업이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마저 나돈다. 부울경 지역 시장·도지사는 물론 국회의원, 기초 자치 단체장들이 기재부와 국토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잇달아 방문해 예타 통과와 조기 착공을 건의했지만, 기재부는 말이 없다.
부울경 광역철도는 부산 노포동에서 양산 웅상을 거쳐 KTX 울산역을 잇는 총연장 48.8km 규모로 건설되는 사업이다. 건설비는 3조 424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 철도는 2021년 8월 국토부 국가 철도망 계획 선도 사업에 선정되면서 가시화됐다. 1995년, 이 철도가 처음 언급된 지 26년 만이었다.
국토부 사전 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3년 6월 기재부 예타에 포함됐다. 사타 당시 비용편익이 기준치(1.0)에 미치지 못했으나, 예타에 선정되면서 사실상 사업이 확정될 것으로 기대를 모아었다.
그러나 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지역 정치권은 물론 765만 부울경 지역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다. 자칫 소문대로 ‘사업 무산’이 현실화할지 우려돼서다.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짓는 예타 결과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을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재부 예타는 인구나 경제력이 집중된 곳일수록 높게 나오게 돼 있어 인구와 경제력이 모여 있는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더 유리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 추진되는 국책사업의 예타 통과가 수도권에 비해 어려운 것이다. 부울경 광역철도 역시 765만 명이 거주하는 곳에 건설이 추진 중이지만, 현재의 예타 잣대로는 경제성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 역시 이런 문제점을 알고 비수도권 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해 주기도 한다. 가덕신공항이나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 남부내륙철도,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 등 20여 개 사업이 이 혜택을 입었다.
정부의 예타 면제가 일부 사업에 그치면서 아쉽게 부울경 광역철도는 제외됐다. 이 사업은 2018년 당시 부울경 3개 시도가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계획한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철도여서 예타 면제 대상을 기대했지만, 빠지면서 부울경 주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국회도 개별 사업을 지정해 예타 면제 등을 규정한 특별법을 발의하고 있다. 실제 김태호 국회의원도 부울경 광역철도의 예타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예타 면제 등을 규정한 ‘특별법’까지 발의했으나 국회의 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개별 사업마다 예타를 면제하거나 특별법을 발의할 수 없는 만큼 대선 공약으로 채택되는 지방 국책사업 중 필요 사업에 한해 예타 면제와 함께 국가가 신속하게 시행하도록 하는 관련 법 제정이나 개정이 절실하다.
특히 대선 후보들이 20여 년 전부터 선거 단골 공약이었던 부울경 광역철도를 대선 공약으로 채택한 만큼 예타를 통과시켜 주거나 면제해 조기 착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부울경 광역철도가 완성되면 765만 명이 거주하는 부울경이 하나의 교통망으로 연결되면서 1시간 생활권으로 묶이게 된다. 이는 단순한 이동 편의성을 넘어 지역 경제와 사회 통합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나아가 부울경 광역철도는 교통 인프라 확충을 넘어 인구 유출 방지와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공약은 흔히 ‘약속’이라고 한다. 자기가 행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언행에 제약을 가해야 하며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뜻이다. 부울경 광역철도의 예타 통과와 조기 착공은 공약 중 가장 중요한 대선 공약인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계속해서 희망 고문을 이어간다면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