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직관 신나go, 바다 보며 일하go… '부산살이' 로망으로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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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제주앓이? 이젠 부산앓이

롯데 야구 호성적에 원정팬 몰려
천혜의 환경에 볼거리 풍성해
일하고 관광하는 워케이션 인기
공기업 부산 근무 지원자도 급증
‘한 달 살이’나 정착하는 경우도

사직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응원 모습. 롯데 자이언츠 제공 사직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응원 모습. 롯데 자이언츠 제공

‘부산앓이’가 시작됐다. 과거 단순 관광지 방문과는 다른 이유로 부산을 찾기도 하고, 부산에 일정 기간 머물거나 아예 살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어 수도권 등에서는 “부산병에 걸렸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야구 보러 부산으로 ‘고고’(gogo)

최근 롯데 자이언츠의 선전에 힘입어 주말이 되면 야구 티셔츠를 입은 팬들이 부산역 등에서 대거 포착되고 있다. 교사인 이 모(48) 씨는 “서울에서 젊은 사람들이 주말마다 야구를 보러 부산에 온다더니 진짜였다”면서 “롯데 팬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낼 수 없지만 서울에서 롯데 야구를 보기 위해 내려오는 팬들이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 “원정팀 팬들도 많이 오고 있어 매진이 잦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야구장이 매진되면 90%가 홈팬이었으나 최근에는 70%가량이 홈팬, 30%가량은 원정팀 팬이라는 전언이다. ‘부산이 야구를 즐기는 방식’이 각광 받으면서 야구 관람도 부산에서 하려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TV 예능 ‘최강야구’ 인기 등에 힘입어 야구 붐이 일면서 롯데 자이언츠의 굿즈 판매도 지난해엔 전년 대비 190% 증가했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30% 더 성장했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한정판 굿즈의 경우 내놓자마자 매진된다.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에서 일하는 참가자들. 창문 너머로 북항 전경이 보인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에서 일하는 참가자들. 창문 너머로 북항 전경이 보인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놀고, 쉬고, 일하러 부산 ‘고고’

부산에서 일하고, 관광도 하는 일석이조 프로그램인 부산 워케이션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 워케이션은 2023년부터 부산시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도하는 사업으로, 인구소멸 위험지역인 금정·영도·동·중·서구 등의 숙소에 머물면서 일을 하면 1박당 5만 원, 최대 10박 50만 원까지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 관계자는 “올해 3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신청자가 늘고 있고 특히 최근에는 매주 70~80명이 이용한다”면서 “근무시간에는 워케이션 센터에서 일을 하고 업무 외 시간에는 관광을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며 “요즘은 팀 전체가 와서 워크숍처럼 진행하기도 하고 프로젝트 하나를 끝내고 올라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워케이션 참가자에게는 요트 등을 즐길 수 있는 관광바우처 5만 원 등도 제공된다.

2023년 2월부터 2024년 7월까지 1년 반 동안 워케이션 사업을 통해 유발된 경제적 파급효과는 224억 원으로, 참가자당 평균 114만 원을 부산에서 지출한 것으로 추산됐다.

장기숙박 서비스 플랫폼인 미스터멘션도 협업하고 있다. 정성준 미스터멘션 대표는 “생활인구 확대라는 목적은 워케이션 사업과 미스터멘션이 공동으로 추구하는 가치”라면서 “보통 부산 여행을 오면 해운대, 광안리만 가게 되는데 관광지가 아닌 부산 구석구석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살아보는 건 매우 값진 경험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부산 한 달 살이’ 등 장기 숙박 수요도 인기다. 미스터멘션은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에어비앤비와 업무협약을 맺고 외국인의 부산행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한 실증특례를 통해 내국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숙소도 많아졌다.

최근에는 부산콘서트홀의 수준 높은 공연에 힘입어 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이들의 부산행도 많아졌다.

■부산 근무 둥지 틀러 ‘고고’

올해 한국거래소 정기인사에서는 부산 순환근무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부산에 내려와 근무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하고, 오고 싶었는데 못 왔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높은 경쟁률 속에서 최근 8년 이내 부산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인 자, 즉시 부산 근무 희망자 우선 등 관련 내규에 따라 부산 근무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 공기업의 경우도 이전 초기에는 가족 단위 이주를 거부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10년가량이 지나면서 정주 여건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고 “부산이 살기 좋다”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부산 근무 희망자가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 공기업 관계자는 “30%를 지역인재로 채용하면서 이들이 서울을 찍고 다시 부산으로 내려오려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이 직장인 유 모 씨는 “제주는 비행기를 타야 해 먼 느낌인데 부산은 KTX를 타면 돼 더 가깝게 느껴지고 여행 욕구를 해소하기에 부담이 없다”면서 “바다, 쾌적한 날씨, 정겨운 말투 등 부산이 가진 장점이 많은데 부산 사람들은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기 유튜브 삼프로 TV의 정상림 작가는 “서울 사람들의 부산 로망, 이른바 부산병이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야구와 영화로 대표되는 부산의 콘텐츠를 즐기고, 부산을 자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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