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대선에서 사라진 관광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윤경 영산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후보마다 경제 관련 공약 봇물
서비스 산업의 꽃 관광은 뒷전
언급만 있을 뿐 실행전략 실종
부산 지역 메가 인프라만 강조
콘텐츠 논의는 찾아볼 수 없어
지방선거 때는 반영될 수 있길

조기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후보들의 선거공약과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날씨만큼이나 뜨거워지고 있다. 탄핵 정국 이후 급속히 치러지는 선거전 속에서, 각 후보들은 경제와 민생을 중심으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을 보노라면 경제를 중심으로 한 일자리 창출이 현 대한민국의 최우선 현안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꼼꼼히 경제와 관련한 공약을 들여다 보는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제조업을 필두로 하는 전통적 2차 산업에 방점을 둔 점은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3차 산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관광 분야의 정책과 공약은 어느 후보에게서도 찾아보기가 어려워서였다. 후보들의 캠프에는 관광 분야에 관심을 두는 전문가가 아예 없다는 말인가. 선거 인력을 구하는 것도 후보들의 관심사가 반영된다고 봤을 때 후보들의 관심이 없거나 부족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관광을 전공한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얼마 전 부산 관광산업 관련 단체에서는 관광 실무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모아 특정 정당의 국회의원에게 전달하는 행사를 한 바 있다. 또 다른 당은 관광 관련 대학교수들을 모아 지역 정책위원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관련 정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을 하고도 정작 대선 후보가 발표한 관광 관련 공약은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혹시 미처 발견하지 못한 팩트가 있을지 몰라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니, 후보들이 관광산업을 ‘언급’은 했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하지만 역시나 세부적으로는 눈에 띄는 전략도, 실행력 있는 구체안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문화나 콘텐츠 분야를 통해 간접적으로 관광과 연결되는 공약이 있을 뿐이다. 디지털 전환(DX)이나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관광 정책은 전무하다. 미래 먹거리로 관광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언급’만 반복된다.

부산을 예로 들면 더욱 걱정스럽다. 가덕신공항과 GTX 연결, 초광역 관광권 구축 같은 메가 인프라에 대한 후보들의 ‘언급’만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인프라와 함께 어떤 콘텐츠로 지역 관광의 승부수를 던질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예 없다. 이번 대선 과정만 놓고 본다면 부산 관광산업의 미래는 점점 깜깜이가 되어가는 듯해 심히 걱정스럽다.

2000년대 초반 태국과 싱가포르는 ‘의료관광’을 내세워 관광의 새 지평을 열었다. 기존 관광자원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로 공항, 컨벤션센터 등 기반 시설을 대대적으로 개선한 결과다. 콘텐츠와 인프라가 함께 가야 한다는 교훈이다.

이번 대선이 끝나면 곧바로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에서 나올 정책이나 공약들의 방향이 구체화할 것이다. 부산은 과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관광은 부산의 10대 전략산업에 항상 포함돼 있으면서도 관련 연구실도 관광 전문 연구원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부산의 관광은 2030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뚜렷한 비전이 없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고 하지만 실행력 있는 전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논의는 있어도 현장 실무자나 자영업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행 방법론은 부재하다. 데이터 활용과 관련해서도 ‘가능성’만 이야기할 뿐, 어떻게 수익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구체성은 없다. 그렇기에 이번 대선에서 이와 관련한 정책이나 공약이 전무한 점이 더더욱 안타깝다.

관광은 단순한 서비스산업이 아니다. 교육, 외식, 숙박, 교통, MICE, 콘텐츠, 부동산까지 복합적으로 융합된 미래 전략산업이다. 이 산업이 살아야 상인들은 장사가 되고, 기업은 활기를 띠며, 청년은 돌아온다. 부산이 관광도시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연구기관과 산업 지원센터 설립, 관광DX 예산 확대, 지역형 콘텐츠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이번 대선에서는 관광이 실종됐다. 그렇다면 이제 다가올 지방선거에라도 기대를 걸어야 한다. 관광산업에서 생산되는 데이터와 이를 활용한 지역경제 자생력 강화 전략이 정책과 공약으로 등장하기를 바란다. 산업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의 기로에서 관광산업이 뒤처질 수는 없을 것이다. 제조업 기반이 빠진 자리에 관광산업이 앞장서서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을 만들 수 있다.

관광 산업은 교육, 외식, 숙박, 교통, MICE, 부동산, 콘텐츠 등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융합되어 있기에 미래 전략산업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디지털 전환(DX)의 시대에 걸맞은 산업으로 재창조 되기 위해 부디 다음 선거에서는 관련 공약과 정책을 볼 수 있길 간절히 바라 본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