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문화시선]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시향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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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선임기자

부산시립교향악단은 지난 2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에서 제620회 정기 연주회 '뉴 월드'를 콘서트홀 시범 공연으로 개최했다. 김은영 기자 부산시립교향악단은 지난 2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에서 제620회 정기 연주회 '뉴 월드'를 콘서트홀 시범 공연으로 개최했다. 김은영 기자

내달 21일이면 부산콘서트홀이 정식 개관한다. 비수도권 최초로 파이프 오르간을 갖춘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 홀이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 무료 시범 공연은 물론이고 유료 ‘개관 페스티벌’ 티켓도 분초를 다투며 매진돼 부산콘서트홀을 운영하는 클래식부산 직원들도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게다가 며칠 전엔 부산콘서트홀과 2027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총괄하는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 최초의 동양인 음악 감독에 선임돼 겹경사를 맞았다. 이 모든 상황이 대단히 축하할 일이다.

다만, 지난 23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20회 정기 연주회 ‘뉴 월드’ 시범 공연을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아직은 최적의 음향 상태가 아닐지언정, 드디어 부산에도 클래식 전용 홀이 생긴다는 게 실감 나서였을까 적잖은 감동이 전해졌지만, 안타까운 마음도 없지 않았다.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객석의 시민들 모습을 지켜보면서, 환하게 미소 짓는 무대 위 부산시향 단원들과 홍석원 예술감독을 바라보면서 약간은 울컥했다. 다른 한편으론 이렇게 훌륭한 홀을 지척에 두고도 그들은 또다시 ‘다목적홀’ 부산문화회관 무대로, ‘길쭉한’ 형태의 지하 연습실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이 겹쳤기 때문이다.

흔히 클래식 공연장이 ‘또 하나의 악기’라는 비유는, 공연장의 음향적 특성이 연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용하는 표현이다. 연습 공간이나 연주 홀이 그만큼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부산시향은 시립예술단을 위탁 운영하는 (재)부산문화회관 소속으로 부산문화회관에 상주하는 이상 클래식 전용 홀인 콘서트홀에선 ‘손님’인 것이다. 둘은 시 산하에 있지만, 엄연히 별도 조직이다. 더욱이 내년엔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이 공사에 들어간다는데, 그렇게 되면 부산시민회관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서 더 걱정이다.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부산시향은 1962년 설립되어 한국에서는 세 번째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부산시의 문화적 자존심을 상징하는 오케스트라”로 나온다. 조금 더 읽어 보면 “1973년 부산시민회관이 개관하면서 처음으로 상주 공연장을 확보하였으며, 1988년 개관한 부산문화회관으로 이전함으로써 전용 리허설룸과 공용 악기, 연주장을 갖추고 전문 오케스트라로서의 형식적 면모를 완성하였다”로 적고 있다. 관례대로라면 “부산 최초의 전용 콘서트홀이 개관하면서 부산시의 문화적 자존심을 상징하는 부산시향도 옮겨 갔다”로 바꿔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설계 단계부터 상주 공간을 두지 못한, 문제가 치명적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하루속히 대책을 세워야 할 문제라는 사실을 부산시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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