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 마치자마자… 中, 美 광섬유에 78% 관세
반미 연대 과시 이어 통상 공세
미중 무역 갈등 긴장 다시 고조
미국과 관세 전쟁 중인 중국이 미국산 특수 광섬유에 최고 78.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이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북중러 3국 결속을 강조한 뒤 곧바로 관세 보복 조치가 나온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3일 홈페이지를 통해 4일부터 미국산 ‘차단파장 이동형 단일모듈 광섬유’에 대해 33.3∼78.2%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 광섬유는 일반 광섬유 대비 차단 파장을 높게 조정한 것으로, 해저 케이블이나 장거리 고속 통신 등에 사용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중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을 억제하려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계획에 따라 빠르게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이번 전승절에 군사력과 반미 연대를 과시한 뒤 통상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인데, 사실상 미국과 중국 간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앞서 미국은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중국 난징 공장에 대해 미국의 반도체 장비를 수입할 수 있는 포괄적 허가를 취소했다. 이 공장은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이용해 2022년 10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회피할 수 있었지만, 미국 당국은 이번에 이 지위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VEU 기업은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 일부 최첨단을 제외한 미국산 장비를 중국에 공급할 수 있는 예외적인 자격이다.
또한 미국은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행사 직후인 3일 중국의 화학업체 광저우 텅웨이와 이 회사 대표 2명을 “합성 오피오이드(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원료) 제조·판매에 관여했다”며 제재하며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