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연의 도시 공감] ‘50+ 세대’ 곱하기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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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컬바이로컬 대표

요즘 장년층 사회 활동에 적극적 참여
골드 파파·어반 그래니 신조어도 유행
사회적 나이로 환산하면 여전히 '왕성'
액티브 시니어 위한 맞춤형 정책 시급

부산의 인구는 현재 325만 명을 조금 넘는다. 그 중 중장년 이상이 46%로 인구 절반을 차지한다. 부산 인구에 관련된 연관어도 인구 소멸, 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 노인과 바다 등이 주로 거론된다. 하지만 암울한 데이터들과 달리 현장에서 만나는 50~64세 장년층인 이른바 ‘50+ 세대’의 활동력을 보면 과연 암울함만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최근 새로운 소비문화의 중심으로 ‘50+ 세대’를 주목한다. 1970년을 전후해 태어난 세대는 10대 자녀와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고 있다. 온라인명품쇼핑몰 고객 중 ‘50+ 세대’ 비율이 약 45%를 차지한다. MZ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삼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이제 자연스럽게 ‘50+ 세대’가 주 고객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덕후 중에도 이 세대는 빠지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자연스럽게 10대들과 교감한다.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세대는 어떠한가? 사회 활동 및 소비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세대로서 취미, 여가 생활 등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를 즐기는 중장년 남성 ‘골드 파파(Gold Papa)’, 제2의 전성기를 맞아 돈을 아끼지 않는 세련된 노년 여성 ‘어반 그래니(Urban granny)’ 등 초고령화 사회이지만 여전히 활동력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연령대가 ‘50+ 세대’인 것이다. 요즈음은 나이도 자신 나이에 0.7을 곱한 활동 나이, 즉 사회적 나이에 초점을 맞추는 추세다. 필자도 계산해보니 30대가 된다.

부산시는 액티브 시니어인 장노년층에 초점을 맞춘 센터들을 운영 중이다. 부산시는 2030년까지 60세 이상 고용률을 45%로 높이는 것은 물론 장노년층 일자리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13만 명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온라인 플랫폼인 장노년일자리센터와 지역 거점공간 중심의 우리동네ESG센터를 운용 중이다. 그 외 신노년 세대의 소통과 교류, 친목 형성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생활을 지원하는 하하센터 등이 있다. 그중 장노년일자리센터를 살펴보니 전문적인 일자리보다는 경비원, 미화원, 생산직, 주차관리원 등 한정된 일자리에 대한 구인구직 정보가 대부분이었다. 각종 커뮤니티, 인생학교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좀 더 양질의 일자리와 정보의 확장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이를 위해 퇴직한 시니어를 위한 기술 중심의 직무교육 제공과 함께 일자리를 연결하는 천직(1000jobs) 일자리 플랫폼을 벤치마킹 했으면 한다. 정보 전달 방식도 통일된 이미지와 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 중심으로 개선한다면 민간 기업의 참여를 높이고 좀 더 양질의 일자리까지도 담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동네 ESG센터는 지역적 특성, 기업 참여, 탄소발자국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운영 중에 있다. 현재 지역마다 유형을 조금씩 달리하여 핵심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올해 오픈한 영도센터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재생 플라스틱의 활용과 시제품 생산 그리고 자원순환 프로그램은 유지하되 지역 카페와 연계해 커피박을 활용한 제품과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지역성을 반영한 아이템으로 서로 다른 활동력을 보인다면 지역마다 다양한 활동들을 기대할 수 있다.

이제 ‘50+ 세대’의 활동력을 반영한 정책과 프로그램은 시작되었다. 다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세밀한 기획들이 조금 더 필요한 때다. 중앙동 소재 한 게스트하우스 대표가 털어놓은 경험담이 생각난다. 서울에서 내려와 사업을 준비하던 그는 게스트하우스 사업 초기에 주변 상인들의 소개를 받아 보일러 공사를 의뢰했다. 그런데 공사 당일 온 작업자가 70대 어르신이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엘리베이터가 없다 보니 4층까지 계단으로 혼자서 큰 보일러를 옮길 수밖에 없었기에 “어르신은 못 하신다”라고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왜소한 몸집의 그 어르신은 “걱정 말라고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지만 부상을 염려해 쉽게 작업을 진행하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수십 분의 실랑이 끝에 어르신은 작업을 시작했다. 어르신은 허름한 이불 몇 장을 보일러 밑에 깔아 요리조리 움직이더니 4층까지 손쉽게 옮기고 공사도 깔끔하게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지금까지 보일러는 잘 작동되고 있다고 한다. 게스트하우스 대표는 당시 자신의 선입견 때문에 보일러 공사 전문가인 어르신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어쩌면 우리는 전문적인 지식과 오랜 세월 동안 체득한 현장 노하우를 가진 노년층을 단지 외모와 나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는 것은 아닐까? 사회적 나이로 치면 아직도 왕성한 ‘50+ 세대’를 위한 세부적인 맞춤형 정책들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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