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발 ‘코스닥 분리설’ 자본시장 쪼개 또 서울행 ‘우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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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개혁 방안 논란

코스피·코스닥 분리 IPO 추진
김용범 정책실장 인터뷰 발언
여당,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
회사 분리에 거래소 내부 동요
부산 “균형발전에 배치” 반발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내 한국거래소 본사에 있는‘자본시장의 상징’인 황소상. 이현정 기자 yourfoot@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내 한국거래소 본사에 있는‘자본시장의 상징’인 황소상. 이현정 기자 yourfoot@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국거래소 개혁과 관련해 코스닥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밝히고, 여당이 관련 법안까지 발의하면서 거래소 내부 혼란과 지역 내 반발 조짐이 일고 있다.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가 만들어질 당시, 자본시장을 쪼개 서울 거래소로 가져간다는 반발이 상당했는데, 이번에는 코스닥을 따로 떼내 또 서울 거래소로 가져가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한국거래소 본사가 부산에 있음에도, 자본시장 기능을 야금야금 서울로 옮겨가면서, 금융중심지 부산의 위상이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코스닥 분리해 자회사 만들 것”

김 실장은 지난 5일 모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각각 분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김 실장은 인터뷰에서 “시총이나 거래량이 한국거래소와 유사한 해외 거래소와 비교해 한국거래소는 수익이 10분의 1도 안 된다. 거래소 스스로 혁신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힌 뒤 “2000년대 초반 수백 개 기업이 한꺼번에 퇴출되면서 엄청난 지탄을 받자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출범한 게 한국거래소다. 이게 최대 패착이었다. 상장 과정의 입구가 꽉 막혀버렸고 코스닥 차별성도 사라졌다. 유망 기업이 코스닥이 아닌 나스닥으로 상장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함께 혁신 방안을 찾고 있다. 지주회사 거래소 아래 코스닥이 있는 구조로, 이전에 나온 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 지주회사 재추진은 11년 만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김태년(경기 성남수정)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거래소 지주회사 제도 도입으로, 코스닥이 코스피와 구분되는 독립적 운영체제를 갖추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이 밖에 △독립적 시장감시법인 신설 △청산 결제 업무 위탁 근거 마련 △상장 퇴출 규정 강화 등도 법안에 담겼다.

■“금융중심지 부산 위상 약화” 우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지주사 전환과 코스닥 분리에 대해 거래소 내부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에 관한 확고한 의지와 추진력을 가졌고 거대 여당까지 가세해 이번에는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며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관계자는 “다들 말을 아끼는 분위기지만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니 가능성이 과거보다 더 크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고 회사가 분리되는 것과 관련해 주니어급 이하에서 동요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자본시장이 여의도에 있다 보니 코스닥 자회사가 만들어진다면 당연히 서울에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11년 전 한 번 추진됐다 불발됐던 사안으로, 이번에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에서도 반발 조짐이 인다. 지역 경제계 한 관계자는 “한국거래소를 둘로 나눠 코스닥 자회사를 만들고, 또 코스닥 거래소를 서울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냐”며 “자본시장 심장부인 한국거래소 본사를 부산에 뒀지만 껍데기만 남기고 야금야금 쪼개 서울로 다시 가져가는 형태”라고 반발했다.

지금도 핵심인 코스피·코스닥·시장감시 등 3개 본부와 경영지원본부 상당 부분이 서울에 있다. 부산에는 파생상품·청산결제 등 2개 본부와 규모가 작은 미래사업본부 정도만 남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스닥을 자회사로 분리해 서울로 가져가겠다는 건 금융중심지 부산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조치이며, 국토균형발전을 천명하는 정부 정책 기조와도 배치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거래소 “정책당국 협의, 개편안 찾겠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015년에도 현재 국회에서 제안된 것과 아주 유사한 안이 추진된 바 있다”면서 “코스닥이 분리되느냐, 된다면 어떤 식으로 될 것이냐와 관련해서는 내용적으로 많은 조합이 있을 수 있고 정책당국, 국회와 협의해 가장 적확한 우리 시장 구조 개편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칙론을 밝혔다.

다만 정 이사장은 코스닥 시장이 저평가돼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코스닥에 현재 상장된 기업이 1800개 정도다. 코스피 등을 포함하면 2700개 정도 되는데 미국은 NYSE와 나스닥 상장사 수가 5500개 정도다. 국내총생산은 우리가 15분의 1, 시가총액은 30분의 1 정도인데 상장회사 숫자가 2분의 1이니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상장사 수가 많다”면서 부실기업 퇴출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벤처 육성을 통해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야 하는 역할도 있는 만큼 우리는 대외적으로 다산다사를 천명했다”면서 “기술력 있는 벤처에는 가능한 한 많은 기회를 주되, 그간 기회를 많이, 오래 줬는데도 수익 모델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 부실기업은 과감히 퇴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어떤 시장구조로 가는 게 좋을지 정책당국, 국회와 협의해 구조개편안을 만들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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