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시즌 시작, 지속 가능 패션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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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패션산업에는 또 하나의 시즌이 열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컬렉션이 바뀌고, 쇼윈도의 풍경이 달라지듯, 연초는 기업이 새로운 방향과 전략을 점검하고 올해 목표를 구체화하는 시기다. 해가 바뀌는 순간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옷을 만들고 어떤 가치를 시장에 제안할 것인지 다시 정의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산업 속에서 수십 년을 보내며 깨달은 것은, 시작의 순간이야말로 브랜드의 정체성과 철학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2026년을 향한 출발선에 서 있는 지금, 패션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소비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트렌드의 생명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동시에 기술은 디자인과 생산, 유통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최근 전국 대학교수 7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변동불거’(變動不居)가 선정된 것처럼, 세상은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패션기업은 속도와 방향, 유연함과 지속성 사이의 균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패션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트렌드는 매 시즌 달라지지만, 브랜드가 지켜야 할 기준과 철학은 쉽게 바뀌어서는 안 된다. 단기적인 유행에만 반응하는 브랜드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반면 오랜 시간 축적된 브랜드의 미학과 가치 위에 변화를 더해가는 기업은 불확실한 시장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옷은 소비되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은 축적된다. 그 축적된 신뢰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힘이 된다.

기술 기반 변화는 패션산업의 경쟁 구도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디자인 프로세스,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 스마트 생산 시스템은 이미 업계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 소재 개발과 지속 가능한 공정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통해 어떤 감성과 경험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것인가이다. 패션은 결국 사람의 삶과 가장 가까운 산업이며, 기술과 감성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도전 역시 새해 경영의 핵심 과제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해외 소비자들은 디자인 완성도는 물론, 브랜드의 스토리, 생산 과정의 투명성, 환경과 사회적 책임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제 패션기업의 해외 진출은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제안하는 일이다. 변화의 폭이 큰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치밀하고 세련된 전략과 유연한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 경영의 중요성은 패션산업에서 특히 더 크게 다가온다. 환경을 고려한 소재 선택, 과잉 생산을 줄이기 위한 생산 구조 개선, 지역사회와의 상생은 더 이상 부가적인 가치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옷의 디자인과 가격뿐 아니라, 그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기업의 태도까지 함께 바라보고 있다. 지속 가능성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브랜드의 신뢰와 미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이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또한 새해 경영의 기본 조건이 되었다. 원자재 가격 변동, 물류 리스크, 환율과 금리 변화 등 다양한 변수들이 기업의 수익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대응 능력과 함께 중장기적인 전략적 시야가 동시에 필요하다. 안정적인 경영 기반 위에서만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패션기업의 길은 언제나 선택과 결단의 연속이다. 정해진 답이 없는 시장에서, 때로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 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세정은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2026년을 준비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서 패션기업으로서의 본질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부산을 대표하는 패션기업으로서 산업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 중심은 단단히 지키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과감히 나아가는 기업이 되겠다. 새해가 모든 패션 종사자와 기업, 그리고 독자 여러분에게 새로운 영감과 도약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2026년이 지속 가능한 패션의 가치가 더욱 깊이 뿌리내리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하며, 여러분의 가정에도 건강과 평안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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