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규의 법의 창] 2026년! 해양수도의 과제
법무법인(유) 정인 변호사
특별법 작동하려면 행정·사법적 뒷받침
해수부, 해양 전략 조정·집행기관 돼야
해사법원, 본원 기능·항소심 연계 필수
2000년 12월 18일, ‘해양수도 부산’이 공식적으로 선포된 지 25년이 지났다. 당시 이 선언은 수도권 일극 구조를 넘어, 세계적 항만과 해양산업 역량을 갖춘 부산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해양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국가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현재, 해양수도 부산은 제도적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비전은 제시되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법과 사법 체계는 충분히 구축되지 못했다.
2025년은 이러한 한계를 넘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해양수도 이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해양수도는 더 이상 선언이나 계획의 영역이 아니라 법률로 규정된 국가적 책무가 되었다. 이는 해양수도가 정책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행되어야 할 제도적 과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점에서 2025년을 ‘부산 해양수도 원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법률의 제정이 곧바로 제도의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은 방향을 제시할 뿐이며, 그 방향이 현실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행정(재정)적 설계와 사법적 뒷받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해양수도는 행정과 사법이 동시에 기능할 때 비로소 실체를 갖는다. 행정 측면에서 보면,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큰 진전이다. 그러나 물리적 이전만으로 해양수도의 중심 기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해양 정책의 기획과 예산 조정, 국제 해양 협상, 해양 안전과 환경, 해운·조선·물류 산업 정책을 종합적으로 조정·집행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과 조직 역량이 함께 이전·강화되어야 한다. 해양수산부가 국가 해양 전략의 조정·집행 기관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해양수도의 실효성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해양수도의 완성에 또 다른 시급한 과제는 사법 영역에 있다. 해양수도가 제도적으로 완결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마지막 축은 해사법원이다. 현재 해사법원 설치를 위한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는 늦어도 2026년 상반기에는 입법적 결단을 해야 한다. 이는 제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해양국가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기반이다.
해사 분쟁은 일반 민사·상사 사건과 성격을 달리한다. 선박 충돌과 해양 사고, 해상 오염, 용선·운송계약 분쟁, 해상보험과 선박금융 등 각종 해양사건에는 국제조약과 국제관행, 항해·기관·보험·금융에 관한 전문적 판단이 복합적으로 요구된다. 이러한 사건을 전담 조직과 전문 인력 없이 일반 법원 체계에서 처리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상당수 해사 분쟁을 해외 법원이나 국제 중재기관에 의존해 왔다. 이는 소송비용 부담을 넘어, 해양 법질서 형성과 해사 판례 축적 과정에서 국내의 역할이 제한되는 구조로 이어져 왔다. 부산에 해사법원을 설치하는 것은 지역 균형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이다. 주요 해양사건이 발생하고, 해운·조선·물류 산업과 해양 행정·연구 시설이 집적된 도시에서 해사사법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은 사법의 전문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합리적 선택이다. 특히 본원 기능과 항소심까지 연계된 체계를 부산에 구축하는 것은 해양수도의 기능적 완결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2026년 해양수도의 과제는 이제 보다 분명해졌다. 첫째, 해양수도 이전 특별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관련 법령의 정비와 단계별 이행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다. 이전 대상 기관의 기능 범위와 권한 이전 수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해양수산부 기능의 실질적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 해양 전략을 총괄·조정할 수 있는 정책·예산·국제 협상 권한을 부산에 집적시키는 구조적 개편이 요구된다. 셋째, 해사법원 설치를 중심으로 한 해사사법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전문 법관 양성, 해사 전문 변호사·감정인·중재인 풀(pool) 조성, 국제 해사중재와의 연계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해양산업 클러스터와 해양금융 기능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해양경제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선박금융, 해상보험, 해양파생상품 등 금융 기능이 해사사법과 연계될 때 부산은 단순한 항만 도시를 넘어 국제 해양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 다섯째, 북극항로와 녹색항로, 해양에너지 전환에 대응하는 법·제도적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는 산업 전략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법적 준비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제를 종합적으로 조율할 범정부 차원의 상설 기구, 예컨대 ‘국가해양위원회’ 설치도 필요하다. 해양수도는 국가 전략이기 때문이다.
해양수도 부산의 완성을 위해, 2025년이 법적으로 방향을 확정한 해라면, 2026년은 그 방향을 흔들림 없이 이행해야 할 시간이다. ‘일이관지’(一以貫之)의 태도로 처음 세운 국가적 결단을 끝까지 관철하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이 부산을 통해 해양 강국으로 완성될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