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국 장례식장, 6찬 식판 도입해야
김성근 (사)ESG시민운동본부 이사장·신라대 기업경영학과 교수
김성근, 신라대 ESG경영연구소장 / 기업경영학과 교수 2023.11.30 부산일보DB
장례식장은 한 인간의 마지막을 기리는 가장 경건한 공간이며, 한 사회의 품격을 보여주는 문화의 거울이다. 그러나 오늘날 전국 장례식장의 현실은 이 품격과는 거리가 멀다. 일회용 플라스틱 접시, 종이컵, 일회용 수저, 식탁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매년 약 3억 7000만 개, 2300t의 일회용품 쓰레기가 장례식장에서 배출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유통 일회용 접시의 20%를 차지한다. 전국에 약 1200곳의 장례식장이 운영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문제가 환경에 미치는 파괴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특히 일회용기는 단순한 쓰레기 문제가 아니다. 제조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고, 사용 후 소각·매립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남은 플라스틱은 미세입자가 되어 토양과 해양을 오염시키고, 결국 인간의 식탁으로 되돌아온다.
부산영락공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다회용기 전면 도입 시범사업을 추진했으나, 안타깝게도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빈소 10개를 운영하는 이곳은 다회용기 사용에만 매월 약 25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된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광역시의 지원금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웠고, 세척·운송비 등 유지비 부담이 커 지속이 불가능했다. 결국 좋은 취지의 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멈춰버린 것이다.
그러나 해법은 있다. ‘6찬 식판’을 사용하면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가능하다. 초기에는 식판 구입, 식기세척기 설치, 자율배식대 비치 등 초기 투자비용이 발생하지만, 한 번 시스템이 갖춰지면 이후 추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조문객이 먹을 만큼만 덜어가는 자율배식 방식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식기세척기를 통한 현장 세척은 다회용기 운송·회수 과정에서 생기는 불편과 비용을 해소한다. 부산영락공원의 경우 이 방식으로 전환하면 기존 매월 2500만 원의 예산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장례식장은 대접받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고인을 기리고 유족을 위로하는 공간이다. 시민들이 이 취지에 공감한다면 다회용기 사용으로 인한 약간의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문객이 감수하는 작은 불편이야말로 지구를 살리는 실천이 된다.
전국적으로도 다회용기 도입은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2023년 친환경 장례문화사업을 도입하고 서울삼성병원과 3개 시립병원이 동참하고 있다. 경기도는 산하 6개 도의료원(수원·이천·안성·의정부·포천·파주) 장례식장에 다회용기 사용 체계를 마련해 일회용품 저감에 나서고 있고, 화순군은 2025년 3월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 지원조례를 제정해 지원하고 있다. 김해, 창원, 울산, 안양, 구미, 정읍, 김제시 등에서도 다회용기 재사용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신축·증축되는 모든 장례식장에는 식판, 자율배식대, 식기세척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초기부터 시스템을 갖춘 시설일수록 운영비 절감 효과가 크고, 탄소배출 감축에도 기여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친환경 인프라 구축을 장기 계획으로 추진해야 한다.
단순히 용기만 바꾸는 것을 넘어 반찬 구성을 다양화한 6찬 식판은 고인을 예우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품격 있는 장례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장례문화의 변화는 곧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준다. 장례식장 6찬 식판 사용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우리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구를 생각하는 품격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고인을 예우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우리가 사랑하는 미래세대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