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수부 부산 이전과 해양 정책의 새로운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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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북극항로 개척 계기 대양 비전 절실
근해 벗어나 공해·심해저 시야 넓혀야
1차관을 둔 해수부 현 체제로는 한계
다기능 조직 확대해야 해양수도 가능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개최된 제55회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이전을 국토의 균형적 발전과 부산 도약의 중대한 계기로 평가하였다. 대통령은 부산을, 대한민국을 넘어 동북아시아의 대표적인 경제·산업·물류 중심 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해 재정과 행정 등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항만 시설을 확충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 제공 및 지역 산업 성장 지원을 통해 부산과 동남권을 북극항로 시대를 이끄는 주역으로 만들겠다며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총집중할 것을 선언하였다.

역사는 바다의 중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임진왜란 시기 이순신 장군의 해전 승리는 일본의 조선 침탈을 좌절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반대로 우리나라가 일본에 침탈당한 배경에는 청일전쟁(1894-1895)과 러일전쟁(1904-1905)에서 일본이 승리하며 한반도 주변의 제해권을 장악한 사실이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제해권 상실은 열강 간 균형을 무너뜨렸고, 결국 일본의 한반도 지배로 이어졌다. 일본의 제해권 장악은 대만과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였다. 만약 일본이 한반도 주변 해역의 제해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청·러시아·일본 간 삼국의 균형이 쉽게 깨지지 않았을 것이며, 이는 당시 조선에 또 다른 기회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이러한 과거의 역사를 단순히 이야기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 있어 바다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다. 현재에 있어 이러한 중요성은 한반도 삼면에 인접한 근해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부산은 동북아시아 밖으로 진출하기 위하여 적합한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정부에서 부산을 기점으로 북극항로 개척을 국가 중요 정책으로 수립한 데에는 이러한 전략적 이점이 반영되어 있다.

지구에서 바다는 육지보다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어느 나라의 관할권에도 속하지 않는 공해와 심해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공해는 전체 해양 면적의 약 64%를 차지한다. 이러한 사실은 해양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우리의 시야를 보다 넓힐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해양 정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계기로 이제 우리나라의 해양 정책 지평을 공해와 심해저로 확장하는 것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대양에 대한 우리나라의 비전과 정책 수립 고민이 절실하다. 그 넓은 공간과 미지의 자원을 현재의 국제해양법 질서에 맞추어,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용할 것인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담보하기 위한 해양 환경 보전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이고 전략적이며 체계적인 국가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해양 개발과 이용에 치우친 정책이 아니라, 해양 생태계 기반의 해양 환경 보전을 전제로 하는 지속 가능한 이용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의 해양 과학 기술 경쟁력이 뒷받침된 균형 잡힌 보전과 개발 정책이 요구된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우리나라 해양 정책의 중요성과 바다의 가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하고자 하는 국가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단순한 물리적 시설 확충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관련 국가와 갈등, 그리고 갈등으로 인한 분쟁 해결을 위한 외교적·규범적 대응을 포함한 다각적인 차원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북극항로의 경우 북극항로를 둘러싼 러시아의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에 대한 유엔해양법협약상 관할권 행사, 중국의 ‘빙상 실크로드(Polar Silk Road)’ 전략과의 경쟁 등 복잡한 국제법과 외교 및 정치적 변수들이 존재한다.

북극항로 개척을 통한 물류 중심 도시 발전을 위한 항만 시설 확충, 고부가가치 서비스 제공, 지역 산업 성장 지원은 우리나라 해양 정책의 추진·발전·확장을 위한 바탕이다. 이러한 안정적 기반을 토대로 드넓은 대양의 지속 가능한 이용과 해양 환경 보전에 있어 우리나라가 추구하여야 할 목표와 방향성을 포함하여 다각적인 요소를 고려한 국가의 장기적 대양 정책 수립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삼면이 바다라는 점을 강점으로 배웠다. 그러나 바다에 대한 정책이 국가의 중요 정책으로 수립되고 추진된 적이 있었는지 돌이켜 보면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해수부의 업무 특성상 해상 교통과 물류, 해양 환경 보호, 수산자원의 개발과 이용, 해양 외교 등 다기능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1차관을 두고 있는 현재 해수부 조직으로는 이러한 역할에 한계를 가질 것이다. 부산 이전을 계기로 다기능적 역할 수행이 가능한 조직으로 확대 개편해야 본격적인 해양수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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