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이 건강한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다
부산 기대수명 양극화 지역별 6세 격차
기존 건강 정책 허점 개선해야 지표 개선
부산 서구에서 중구를 거처 동구까지 이어지는 망양로 산복도로 일대의 원도심 모습. 부산일보DB
사람이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더 오래 살거나 일찍 죽는 것이 결정된다면 정상적인 공동체라 할 수 없다. 그런데 부산은 너무나 오랫동안 ‘단명 도시’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통계상으로 7대 대도시 중 사망률 1위, 기대수명 7위로 꼴찌 수준이다. 〈부산일보〉가 건강사회복지연대와 함께 1985년부터 2024년까지 통계청 생명표를 분석한 결과, 부산과 서울의 기대수명 차이는 40년째 2.5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부산 시내 생활 권역별 수명 격차가 최대 6세까지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건강마을사업이나 마을건강센터 운영 등으로 노력했는데도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부산 시내에서 점차 커지는 건강 양극화는 고령화나 소득 수준 범주를 벗어난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시내를 62개 생활권으로 나눠서 2020~2024년의 기대수명을 분석한 결과, 해운대구 반송석대와 우동의 차이는 최대 6세까지 벌어졌다. 서구의 아미충무 생활권은 2010~2014년 81.39세였던 기대수명이 2020~2024년 80.60세로 하락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시대에 되레 단명으로 역행하는 기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미충무권에서 고위험 음주율과 흡연율이 낮아졌고, 걷기 실천율도 평균을 상회한 점에서 저소득 고령 1인 가구 밀집 지역의 열악한 거주 여건 등에서 수명 단축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미충무와 반송석대 같은 취약 생활권은 40대부터 사망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60대에 이르면 비교 지역보다 네 배가량 높은 초과 사망률을 보였다. 이는 수명 격차가 단순히 고령화 때문만은 아니며, 젊은 연령대부터 누적된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소득 수준과 경제적 여건이 건강 지표와 연관성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영구임대주택 밀집지, 고지대 산복도로, 기초수급자 비율이 높은 지역과 신도시와 전통적 부촌의 지표는 대비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건강 불평등은 경제적 격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 지표를 높이려는 공공의료 수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개인의 책임을 넘어선 사회적 구조 문제로 접근해야 해결할 수 있다.
부산의 기대수명이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 지 오래다. 게다가 도시 내 거주지에 따른 수명 격차도 커지고 있다. 우선 그간의 건강 정책에 허점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의료 접근성 향상, 건강 거버넌스 구축, 생활 기반 인프라 정비 사업에서 어떤 한계점이 있었기에 ‘건강 최악 도시’에서 탈피하지 못하는지를 밝혀야 한다. 1인 가구의 증가 등 변화된 조건에 적합한 건강 돌봄 모델이나 지역 커뮤니티 회복 또한 필요하다면 적극 추진해야 한다. 건강 지표가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렵다. 중요한 건 함께 잘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공동체 정신이다.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일은 지역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