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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치료 외길’ 하나병원, 1일 개원 25주년 맞아
화상전문 하나병원이 1일 개원 25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열고 최고의 화상병원이 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펼칠 것을 다짐했다.
하나병원은 지난달 30일 본원 지하 세미나실에서 모든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개원 25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기념식은 지하 세미나실 완공 이후 처음 치러지는 공식 행사다. 이날 행사에선 장기 근속자 근속패 수여 및 모범직원 시상, 승진자 사령장 수여 등이 진행됐다.
하나병원 정철수 병원장은 “의료대란과 경제위기가 맞물려 녹록지 않은 현실이지만 직원의 헌신과 주인의식을 토대로 명실상부한 화상병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이어 “최고의 화상병원을 목표로 선진화상기법 적용, 학회 참석 등 연구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지속적인 사회 공헌활동을 통해 지역민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2025-06-0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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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상사가 이유 없이 폭언 퍼붓는다면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정신과와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말 못할 고민에 마음 아픈 이들이 기댈 곳은 실상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마음산책>은 이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내적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보여줍니다. 글을 쓴 정신과 전문의이자 정신분석가인 김철권 박사는 올해 초 동아대병원에서 정년퇴임한 후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회복에 전념하기 위해 개인병원을 개원했습니다. 이메일(gomin119@busan.com)을 통해 접수된 사연 중 한 건을 선정해 매월 한차례 고민을 풀어볼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Q. 직장 상사와 트러블로 고민 중인 40대 직장인입니다. 앞선 직장 상사들과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직장 상사는 달랐습니다. 다른 팀에 비해 실적이 그리 낮은 편이 아닌데도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를 들어 화를 내고 폭언을 퍼붓습니다. 실적 관련한 발표 자리에서도 다른 팀장에겐 별 말 안하던 상사가 제 발표 순서가 되자 말도 안 되는 질문을 쏟아내며 공격했습니다. 회식 자리에선 몰아붙여 미안하다고 해놓고는 다음날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턱대고 화를 내기 일쑤여서 상사를 만나는 게 고역입니다. 상사 전화만 와도 가슴이 뛰고 숨이 막힙니다. 한바탕 욕을 퍼붓고 회사를 그만두는 상상도 하지만 실행할 만큼의 용기는 나지 않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요?
A. 상사와의 갈등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사례의 사연을 보면서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분은 이번 사례와 정반대의 이유로 내원하셨는데 어쩌면 이번 사례의 그 상사가 아닐까하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부서에 여러 명의 팀장이 있는데 그중 한 팀장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거슬려서 그가 무슨 말만 하면 사소한 일에도 꼬투리를 잡고 비판하고 화를 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행동 후에는 자신이 상사답지 못하게 보일 것 같아서 신경 쓰이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이 분에게는 동생이 있는데 그녀는 어릴 때부터 똑똑하고 말을 잘해서 부모님을 비롯해 주위 어른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고 합니다. 그 동생과 같이 있을 때 본인은 항상 후순위였고 그래서 늘 동생이 미웠다고 합니다. 거슬리는 팀장과 여동생이 닮은 점이 있는지 묻자 즉각적으로 팀장은 남자인데 어떻게 여동생과 서로 비교하느냐며 반문하다가 “그 팀장이 말을 할 때 입모양이 동생과 닮았다”면서 웃었습니다. 본인으로서는 ‘설마 그런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그 팀장에게 그럴까?’하는 의문의 웃음이겠지만, 심리적으로는 팀장의 말하는 입모양이 본인에게 여동생과의 불편했던 어린 시절 감정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 용어 중에 ‘전이(transference)’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부모나 자신에게 중요했던 다른 인물들에게 느꼈던 감정이 현재의 어떤 사람에게 옮겨지는 것을 말합니다. 무의식적이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됩니다. 과거의 인물과 현재 인물 간에 우리가 의식할 수조차 없는 아주 사소한 유사점만 있어도 이러한 전이가 유발될 수 있습니다. 무언가가 어른거리기만 해도 센서등에 불이 들어오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이에는 긍정적 전이와 부정적 전이가 있는데 전자는 이유 없이 그냥 상대방이 좋고, 후자는 그럴만한 이유가 없는데도 그냥 밉게 보이는 것입니다.
당신이 맡은 일을 잘 해나가고 있는데도 직장 상사가 유독 당신과의 관계에서만 갈등을 일으킨다면, 당신의 어떤 한 부분이 상사를 자극해 그의 기억 속에 내재되어 있는 불편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당신으로서는 무척 억울하겠지만 상사는 어린 시절 자신에게 중요했던 누군가에 대한 감정으로 당신을 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당신이 취할 태도에 대한 실마리가 있습니다. 상사는 당신을 공격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기 내면의 기억 속 어떤 사람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그가 어떤 마음에서 그러는지 알게 되면 상사의 행동에 상처 입기보다는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상사의 공격적인 태도에 대한 당신의 분노는 어느 정도 누그러질 것입니다.
당신이 마음의 여유가 조금 있다면 상사가 비난의 돌을 던질 때 당신은 흙이 돼 그 돌을 품는다는 마음 자세로 이번 일을 잘 겪어나가 보십시오.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그의 행동은 당신과는 상관없다는 것을 기억하고 맡은 일을 묵묵히 하며 견뎌 나가십시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당신을 힘들게 하는 그 상사는 당신의 내적 성장과 성숙을 돕는 촉진제가 될 것입니다.
2025-05-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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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원자력의학원, 수도권 외 지방 첫 ‘플로빅토 치료’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지난 29일 플로빅토 치료에 돌입했다고 30일 밝혔다. 플로빅토 치료가 도입된 곳은 수도권 외 지방에선 처음이다.
30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따르면 플루빅토는 스위스 노바티스가 개발한 차세대 표적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다. 전립선암 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전립선특이막항원(PSMA) 단백질을 훨씬 많이 발현하는데, 플로빅토는 이를 찾아내 선택적으로 암세포만 공격해 죽인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플루빅토는 ‘방사선 유도 미사일 치료’로 불리며, 기존 치료가 어려웠던 말기 전립선암 환자에게 비교적 안전하게 적용 가능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평가 받는다.
플루빅토는 2022년 3월 미국 FDA에서 PSMA 표적 치료제로 최초 승인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유럽 EMA에서도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수도권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 제한적으로 시행 중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이홍제 과장은 “이번 치료는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 암 치료 분야에서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고 환자들에게 공평한 치료 기회를 부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고령 환자가 많은 전립선암의 특성상 장거리 이동 부담이 줄어들어 치료가 보다 원활하게 이뤄지고 만족도도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지난해 9월부터 PSMA 표적 진단용 방사성의약품(Ga-68 PSMA-11)을 직접 생산해 수도권에 가지 않고도 플루빅토 치료의 전제 조건인 표적 발현 여부 확인과 전신 전이 상태 평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2025-05-3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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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보조 껌·사탕 씹으며 커피 마실 수 있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흡연자를 위한 ‘금연보조제의 올바른 사용방법과 주의사항’을 마련했다.
30일 식약처에 따르면 금연보조제는 금연을 보조할 수 있는 금연보조 의약외품(흡연욕구저하제품, 흡연습관개선제품)과 의약품 등으로 분류된다.
금연보조 의약외품은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은 것으로, 담배 대용으로 불을 붙이지 않고 담배를 피우듯이 입에 물고 공기를 흡입했다가 천천히 배출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편의점이나 온라인을 통해 구매 가능하다.
의약외품의 경우 담배 대용으로 장기간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니코틴액, 가향물질 등 다른 물질을 혼합해 사용해선 안된다. 청소년과 임산부·수유부, 구강이나 후두부에 염증이 있는 사람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는 전자식 흡연욕구저하제와 흡연습관개선보조제에 착향제나 용제로 첨가된 프로필렌글리콜에 과민하거나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사람은 사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금연보조 의약품은 니코틴을 공급해 흡연 욕구와 금단증상을 줄일 수 있는 일반의약품과 니코틴 의존성을 완화해 흡연량을 줄이는 전문의약품으로 나뉜다.
주성분이 니코틴인 일반의약품은 입안에서 씹어 의약품의 주성분이 방출되도록 만든 ‘껌’, 사탕처럼 입안에서 천천히 녹여서 먹는 ‘트로키제’, 파스처럼 피부에 붙이는 ‘경피흡수제’ 등으로 나뉜다. 껌과 트로키제는 입안의 점막을 통해 니코틴이 흡수되므로, 니코틴 흡수를 방해하는 커피나 주스, 청량음료 등은 약물 복용 최소 15분 전부터 마시지 않아야 하며 약물과 함께 복용하지 않도록 한다. 제품을 동시에 여러 개를 씹거나 복용하면 니코틴이 과량 흡수돼 떨림이나 정신혼동, 신경반응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투여량은 흡연량에 따라 설정하되, 하루 최대 투여량(껌은 하루 15개, 트로키제는 25정(1mg 기준))을 넘겨선 안된다. 경피흡수제는 하루 1회 1매를 엉덩이, 팔 안쪽 등 털이 없는 부위에 부착하고, 매일 부착 부위를 바꾸는 것이 좋다. 이들 제품들을 사용하면서 담배를 계속 피우면 니코틴 혈중 농도가 증가해 심장질환·고혈압·두통·구토·두근거림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은 부프로피온이나 바레니클린을 주성분으로 한다. 뇌에서 신경전달물질 재흡수를 방해하거나 니코틴 수용체에 영향을 끼쳐 니코틴 의존성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흡연 욕구를 줄인다. 부프로피온 제제는 목표 금연일 2주 전부터 투여를 시작하며, 통째로 삼켜야 한다. 바레니클린 제제는 목표 금연일 1주 전부터 투여를 시작해 1주 동안 서서히 증량하고 충분한 물을 함께 마시는 것이 좋다.이들을 복용할 때 불면증과 입마름·구역·비정상적인 꿈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기분 변화가 심하거나 자살 충동이 일어나는 경우 복용을 즉시 중단하고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졸림과 어지러움·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운전이나 기계조작은 피해야 한다.
식약처는 “금연보조제를 구매할 때는 의약품·의약외품 표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은 불법으로 안전성 등을 담보할 수 없어 구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약외품은 온라인 판매사이트에 게시된 제품이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품목과 동일한 제품인지 정보를 먼저 확인한 후 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5-05-3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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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흡연 사망자 7만 명 넘어섰다… 직간접 사회경제 손실 13조 넘어
2022년 직접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7만 2689명으로 조사됐다. 사망자 수가 7만 명을 넘어선 것은 2022년이 처음이다.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13조 원을 훌쩍 넘겨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질병관리청은 세계금연의 날을 맞아 직접흡연으로 인한 한국인 사망자 수와 사회경제적 비용 분석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직접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20년 6만 1360명, 2021년 6만 3426명, 2022년 7만 2689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남성은 2020년 5만 3930명, 2021년 5만 5722명, 2022년 6만 3452명으로, 여성 역시 2020년 7430명, 2021년 7704명, 2022년 9237명으로 점차 늘어났다.
2022년 기준으로 흡연자의 사망위험은 비흡연자보다 남성은 1.7배, 여성은 1.8배 높았으며, 과거에 흡연자였지만 현재는 흡연하지 않는 과거 흡연자의 사망위험 역시 남성 1.1배, 여성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역시 2020년 12조 8912억 원, 2021년 12조 9754억 원, 2022년 13조 6316억 원으로 매년 늘어났다. 2022년의 경우 직접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가운데 간접비에 해당하는 조기 사망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7조 1549억 원(52.5%)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직접비에 해당하는 의료비(4조 7886억 원, 35.1%)가 뒤를 이었다.
질병관리청 지영미 청장은 “흡연은 각종 암과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건강 위해 요인인 만큼 개인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금연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담배규제정책과 금연사업 등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2025-05-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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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커피에 다른 향미 나는 모차르트 매직
지난 1월 ‘미술관과 박물관’이라는 주제로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빈,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다녀온 데 이어 이번에는 ‘카페와 음악’을 주제로 오스트리아 빈을 1주일간 여행했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5대 작곡가인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루트비히 판 베토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프란츠 슈베르트 등 빈의 음악가들과 그들과 관련 있는 카페 이야기를 3차례로 나눠 소개한다.
■모차르트하우스비엔나
잘츠부르크 출신인 모차르트는 스물다섯 살이던 1781년 빈으로 올라가 10년간 살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 동안 그는 빈의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거처했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낭비벽이 심해 한 번도 자택을 소유한 적은 없었고 모두 셋집이었다.
여행의 출발지는 모차르트가 빈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독일기사단궁전이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게 그가 잘츠부르크 대주교 콜로레도의 억압에 시달리다 쫓겨났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사실과 다른 점이 적지 않다.
당시 콜로레도는 계몽주의자였으며 낭비와 사치에 물들어 붕괴 직전인 도시를 되살리기 위해 근검절약과 근면성실, 교육발전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사회개혁을 외쳤다. 전임 대주교 슈라텐바흐의 특혜를 받으며 자유분방하게 살던 모차르트에게는 이 같은 개혁이 ‘몸에 맞지 않는 옷’ 같은 것이었다.
모차르트는 돈을 더 벌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잘츠부르크 궁정악단에서 나가야 했다. 그가 돈을 벌겠다면서 콜로레도 대주교에게 사직서를 낸 곳이 바로 독일기사단궁전이었다.
궁전에는 아무나 들어가서 간단히 둘러볼 수 있는데 중정을 둘러싼 건물 모습이 딱 숙소처럼 보인다. 과거에는 독일기사단 본부여서 관계자들이 숙소로 이용했고 지금은 호텔 겸 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된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요금을 내면 숙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이곳에서는 정기적으로 모차르트 등을 주제로 하는 연주회가 열린다.
잘츠부르크의 월급쟁이 악사 노릇을 그만둔 모차르트는 장모가 운영하던 밀히가세의 하숙집, 지금은 명품가게가 들어간 그라벤거리의 셋집 등 빈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살았다.
독일기사단궁전에서 나와 그라벤거리로 가면 파란 돔 지붕이 인상적이며 빈에서 가장 오래된 장크트페터교회가 나타난다. 교회 옆으로 돌아가면 그가 빈에서 처음 살았던 하숙집 건물이 나온다. 건물 벽에는 모차르트 이야기를 설명하는 명패가 붙었다.
마침 관광객용 마차 두 대가 하숙집 앞을 지나간다. 마부가 힐끔 건물을 쳐다보는 걸로 판단해 보건대 손님들에게 집의 내력을 설명해주는 모양이다.
하숙집에서 다시 그라벤거리로 나오면 명품 ‘토드’ 상점이 1층에 입점한 건물이 보인다. 모차르트가 빈에서 첫 히트작이었던 오페라 ‘후궁 탈출’을 작곡한 곳이 바로 여기였다. 이 작품의 성공 덕분에 그는 장모로부터 인정을 받아 콘스탄체와 결혼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모차르트는 여러 면에서 아버지 레오폴트와 닮았다는 사실이다. 레오폴트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혼자 잘살겠다며 어머니의 눈물을 뒤로 한 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가족을 버리고 잘츠부르크로 갔는데, 모차르트도 혼자 성공하겠다며 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빈으로 간 것이었다. 또 레오폴트는 어머니의 허가도 얻지 않고 가족 중 누구도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잘츠부르크대성당에서 결혼했는데 모차르트도 똑같이 아버지 승낙을 받지 않고 아버지, 누나가 불참한 가운데 슈테판대성당에서 결혼했다. 자신과 똑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아들을 보는 레오폴트의 심정은 과연 어떠했을까.
모차르트는 슈테판대성당에서 결혼하고 음악가로 성공해 큰돈을 벌자 여러 집을 거친 뒤 독일기사단궁전 바로 앞 돔가세 5번지 고급주택으로 이사 가 방이 4개인 한 개 층을 통째로 빌려 살았다.
많은 사람이 가진 두 번째 오해는 그가 ‘평생 빈곤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1980년대 영화 ‘아마데우스’도 그런 스토리로 전개되는데 이것도 사실과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그는 연간 1000굴덴만 벌면 고소득자로 치부되던 당시에 10년간 연평균 1만 굴덴을 벌었다. 월세가 잘츠부르크에서 받던 연봉과 비슷할 정도로 비쌌던 돔가세 고급저택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돈벌이가 엄청난 덕분이었다. 그가 그런데도 말년에 쪼들렸던 것은 귀족에게 기죽기 싫어 사치를 부린 데다 당구 도박에 빠져 돈을 많이 잃은 게 이유였다. 여기에 알코올 중독자이기도 했다.
돔가세 저택은 모차르트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피가로의 결혼’이 작곡됐기 때문에 ‘피가로 하우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가 떵떵거리며 살던 곳은 지금은 ‘모차르트하우스비엔나(이하 모차르트하우스)’라는 박물관으로 바뀌어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는 1개 층만 빌려 썼지만 박물관은 건물 전체에 걸쳐 조성됐다. 그가 쓰던 물건이나 악보 등 다양한 흔적을 살펴보면서 그의 음악에도 귀를 기울여보는 재미는 남다르다.
놀랍게도 모차르트하우스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덕분(?)이었다.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나치는 정권을 장악한 민사당을 앞세워 모차르트 사망 150주년이었던 1941년 ‘제국 독일 모차르트 주간’ 행사를 열었다. ‘게르만 우월주의’를 과시하는 데에 음악 분야에서 모차르트만 한 인물은 없었다. 이 행사 때 모차르트하우스가 처음 대중에게 공개됐고 박물관으로 변하는 계기가 됐다.
■카페 프라우엔후버
모차르트는 낭비를 일삼아 재산을 탕진한 데다 인생 말년에 오스트리아-투르크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연주회가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해 금전적으로 매우 쪼들렸다. 그의 궁핍한 마지막을 상징하는 공간이 모차르트하우스 인근에 있다. 바로 빈 중심가인 케른트너거리의 슈테플백화점 뒤편에 있는 ‘카페 프라우엔후버’다. 이곳은 원래 은퇴한 궁정 요리사가 운영하던 작은 식당이었는데 20세기 들어 카페로 바뀌었다.
모차르트는 한창 잘나갈 때에는 대형 공연장에서 귀족 수백 명을 모아놓고 연주회를 열어 한 번에 수백 굴덴을 버는 게 일상적이었지만 세상을 떠나기 수년 전부터는 한 푼에도 쩔쩔맸다. 그래서 이곳처럼 작은 식당에서도 연주회를 열곤 했다. 그가 죽기 전 마지막 연주회를 열었던 곳도 여기였다. 그가 연주한 곡은 피아노 협주곡 27번이었다. 그가 죽은 뒤 완성된 유작 ‘레퀴엠’이 초연된 곳도 여기였다. 카페 입구 벽에는 모차르트의 사연을 담은 명패가 붙어 있다.
카페 프라우엔후버의 사연을 아는 관광객들은 끊이지 않고 이곳을 찾아온다. 미국에서 온 두 부부는 테이블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모차르트의 흔적을 찾으려 애쓴다. 한 젊은이가 앉은 구석자리 벽감에는 모차르트 동상이 보인다. 피아노도 한 대 보이지만 그가 사용했던 것일 가능성은 1%도 없다. 삐걱 하며 문이 열리더니 일본 여성 관광객 10여 명이 들어온다. 일흔은 넘어 보이는 노직원은 그들을 보자마자 카페 가장 안쪽에 비워둔 자리로 데려간다. 일찌감치 예약한 손님들인 모양이다.
할아버지 같은 노직원이 웃으며 가져다준 메뉴판에서 발견한 ‘모차르트커피’를 주문한다. 빈 어디에서나 마실 수 있는 멜란지커피인데 이름만 모차르트라고 붙인 것이다. 그래도 그런 이름이 달린 커피를 마셨다는 게 어딘가.
아직 입안을 감도는 커피 맛을 느끼며 카페 프라우엔후버에서 나온다. 이제 모차르트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은 장소로 가야 한다.
카페 바로 앞은 슈테플백화점 뒷길이다. 관광객들이 백화점 벽 한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안내인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저곳이 바로 모차르트가 ‘마술피리’는 물론 유작이나 마찬가지인 ‘레퀴엠’을 작곡한 건물이 있던 자리다. 그리고 과로와 스트레스로 병에 걸린 그가 서른다섯 살의 짧은 인생을 마감한 곳이기도 하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날 때 있던 건물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백화점이 들어섰다. 백화점 측은 벽에 ‘모차르트가 눈을 감은 곳’이라는 안내판을 붙였는데 그걸 보러 매일 많은 사람이 찾아간다.
모차르트의 죽음과 관련해서 다시 사람들의 오해가 등장한다. 영화 ‘아마데우스’ 때문에 널리 퍼진 내용이기도 한데, 그가 ‘질투에 사로잡힌 라이벌 살리에리에 의해 독살됐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음악사학자들은 이런 주장을 전면 부인한다. 빈에서 존경받으며 부유하게 살던 살리에리가 친하게 지냈던 모차르트를 독살할 이유도 없고, 시신에서 독살 흔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모차르트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다. 갓난아기일 때 어머니에게서 모유를 먹지 못해 체력이 허약했던 데다 각종 병에 걸려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긴 탓이었다. 그는 인생 말년에는 죽음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 ‘오래 전부터 혀끝에서 죽음의 맛을 느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장크트미하일러교회
슈테플백화점 자리에서 세상을 떠난 모차르트를 위해 잠시 고개를 숙이고 다시 슈테판대성당으로 간다. 그는 전염병에 걸려 죽은 것으로 오해를 받아 성당에서 정식 장례 미사를 치르지 못했다. 대신 슈테판대성당 바깥의 십자가 경당 앞에서 지인들이 모인 가운데 간단한 장례식만 거행할 수 있었다. 십자가 경당 안에는 그가 이곳에서 장례식을 치렀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명패가 붙어 있다.
모차르트의 유작 ‘레퀴엠’과 장례 미사 이야기가 생각난 김에 슈테판대성당에서 그라벤거리~콜마르크거리를 지나 호프부르크왕궁 쪽으로 향한다. 왕궁 앞에는 미하엘러플라츠광장이 있고 광장 구석에는 13세기에 만들어진 작은 성소 장크트미하일러교회가 보인다.
모차르트가 장례 미사를 치르지 못한 사실을 아쉬워 한 지인들은 추도 미사라도 열기로 했다. 그들이 고른 장소는 바로 이곳이었다. 교회가 자발적으로 미사를 개최한 것은 아니었고, ‘마술피리’를 초연한 공연기획자 슈카네더가 교회에 장소 대여비를 지불했다. 유작 ‘레퀴엠’이 완성된 뒤 초연된 것은 카페 프라우엔후버였지만 미완성 유작이 초연된 것은 이날 추도 미사 때였다. 교회 안쪽 벽에는 모차르트의 데스마스크와 추도 미사, 레퀴엠 초연 사실을 새긴 동판이 붙었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대작곡가의 불운을 안타까워하면서 잠시 휴식을 위해 오페라하우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 앞에는 빈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인 ‘카페 모차르트’가 있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고 3년 뒤인 1794년 문을 연 곳인데, 1869년 카페 바로 앞에 모차르트 동상이 세워지자 이름을 ‘카페 모차르트’로 바꿨다. 그 덕분에 오페라하우스 가수, 작곡가 등 음악인은 물론 빈의 내로라하는 예술인들이 대거 찾는 명소가 됐다.
모차르트가 간 곳은 아니었지만 그의 이름을 붙인 명소니 안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서도 모차르트커피를 주문하고 곁들여 모차르트토르테도 하나 시킨다. 맛이야 다른 커피, 토르테와 큰 차이가 없지만 이름 하나가 주는 의미는 적지 않다.
마침 옆자리에 대만 여성 둘이 앉아 음식을 먹는다. 그들은 상세한 내용은 모르고 모차르트라는 이름만 듣고 일부러 찾아온 모양이다.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재미있게 지내다 가면 되는 게 여행 아닌가.
음악여행을 온 김에 꽤 수준 높은 연주회를 감상할 기회를 기대했지만 여러 사정상 일정이 맞지 않는다. 고민하던 터에 오스트리아관광청 지원을 받아 저녁 8시 30분에 시작하는 쇤브룬궁전 오랑제리 콘서트에 가게 됐다. 그러지 않아도 오랑제리를 꼭 둘러보고 싶었다. 빈에서 요제프 2세 황제의 사랑을 받게 된 모차르트가 황실오케스트라 악장이던 살리에리와 ‘음악 대결’을 벌인 곳이 오랑제리였다.
쇤브룬궁전 콘서트 입장객은 300여 명에 이르렀다. 이번 음악여행에서도 절실히 느낀 것이지만 음악과 관련된 장소에는 일본인이 꽤 많다. 이곳에도 50여 명에 이르는 일본 단체관광객이 자리를 채워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한국인은 개별적으로 찾아온 서너 명에 불과했다.
둘러보는 수준이 아니라 연주를 들어본다는 기대가 적지 않았지만 솔직히 간이 연주회여서 수준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도 다른 곳도 아니고, 모차르트가 직접 작곡한 오페라를 공연했던 오랑제리에서 음악을 들었다는 게 어디 보통 일인가. 빈(오스트리아)=남태우 기자 leo@busan.com
2025-05-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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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불안감에 잠 못 든다면… “둠스크롤링 멈춰라”
각종 재난 사고가 잇따르고 스마트폰 사용률이 급증하면서 부정적인 뉴스나 콘텐츠를 무의식적으로 반복해 소비하는 ‘둠스크롤링’이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둠스크롤링은 ‘파멸(doom)’과 ‘스크롤링(scrolling)’의 합성어로 전염병, 전쟁 등 부정적인 정보에 몰입해 끝없이 스크롤하며 소비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020년을 정의하는 영단어 20개’에 포함된 이래 각종 대형 사건·사고 등이 발생할 때마다 거론돼 왔다.
둠스크롤링은 스마트폰 사용률과도 직결된다.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자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정보를 접할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독성 있는 콘텐츠는 스크롤을 멈추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정보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정보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심리가 더해지면서 둠스크롤링을 유발한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2024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 중 22.9%가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영선 과장은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돼 일시적으로 만족감이나 흥미를 느끼게 되지만, 이러한 자극이 반복되고 과도해질 경우 뇌의 보상 시스템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정상적인 감정이며 때로는 근육 긴장, 소화 장애, 두통 등 신체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불안하고 초조거나 최악의 상태만 상상하고 사소한 것에 크게 걱정하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불안이 지속되거나 감정 통제가 어렵다면 불안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불안장애가 의심된다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을 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다. 부정적인 뉴스나 콘텐츠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현실을 지나치게 비관하게 되거나 불안·우울 같은 정신 건강 문제와 수면 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어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 소비의 양과 질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둠스크롤링을 단순한 습관으로 치부하지 말고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정보 소비 방식임을 인식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용자의 의식적인 조절 및 자기 관리 습관이 절실하다. 유 과장은 “하루 30분 이내로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을 제한하며 믿을 수 있는 출처의 뉴스와 긍정적 콘텐츠 중심으로 소비해야 한다”며 “온라인 활동뿐만 아니라 운동이나 오프라인 취미 등을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2025-05-2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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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관객 프로그래머 모집
부산국제영화제(BIFF) 커뮤니티비프가 ‘리퀘스트 시네마: 신청하는 영화관’을 함께 운영할 관객 프로그래머를 모집한다.
영화제 속 또 하나의 영화제를 표방하는 ‘리퀘스트 시네마: 신청하는 영화관’은 2018년부터 남포동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올해에는 개막 다음 날인 9월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예정돼 있다. 관객 프로그래머로 선정되면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선정부터 이벤트 기획까지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30회 영화제가 열리는 올해 리퀘스트 시네마는 역대 BIFF 상영작 중 많은 관객의 지지를 받은 작품을 선정해 진행하게 된다. BIFF는 프로그래머 아이디어 개발과 참여자 간 소통을 돕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이디어 노트’를 새로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리퀘스트 시네마에서는 시민들의 투표로 19건의 프로그램이 선정됐다. ‘복수는 나의 것’과 ‘왕의 남자’ 등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 재조명됐다. 또 홍콩 영화의 건재를 알린 화제작 ‘연소일기’와 타밀어권 감동 실화를 다룬 인도 영화 ‘수라라이 포트루’ 등이 커뮤니티비프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기도 했다. 영화인들의 관심도 커지며 지난해에는 이준익 김지운 장항준 감독과 이준기 안재홍 배우 등이 직접 참여해 열기를 더했다.
리퀘스트 시네마 관객 프로그래머 신청 접수는 6월 8일까지 온라인으로 받는다. 개인은 물론이고 소모임, 동호회, 학회 등 단체로도 가능하다. 구체적인 방법 등 자세한 사항은 커뮤니티비프 홈페이지(community.biff.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51-709-2266.
2025-05-2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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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사후 역주행 인기곡 '엘리제' 후보는 누구?
부산이 바야흐로 클래식 시대로 접어든다. 부산시민공원에 들어선 클래식 전용 공연장 ‘부산콘서트홀’을 보노라면 괜한 자부심마저 느껴지는 이 기분의 정체는 뭘까. 클래식 애호가라서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연장을 찾은 횟수가 두 손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한데도 어느 순간부터 정명훈을 검색하고 조성진을 듣는 설렘의 정체 말이다.
그 이유가 궁금하던 때 눈에 쏙 들어온 책이 <이유가 있어서 명곡입니다>이다. 우선 피아노 그림이 인쇄된 표지의 문구가 눈길을 붙잡았다. ‘반짝반짝 작은 별’에서 ‘엘리제를 위하여’까지 (중략)명곡 뒤의 이야기. 어릴 때부터 흥얼거렸거나 더듬더듬 피아노 건반을 두드렸던 곡명이 반가워 스스럼없이 책장을 넘겼다.
‘바가텔 25번 가단조.’ 이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곡명이 베토벤의 대표작이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곡 ‘엘리제를 위하여’의 정식 이름이다. 저자는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이 상상력 자극 여부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엘리제 후보군’ 여인들을 일일이 소개한다. 이 곡은 2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연주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베토벤은 이 곡이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할 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엘리제를 위하여’ 악보는 베토벤 사후 40년 만에 발견됐기 때문이다. 역주행도 모자라 사후주행까지 제대로 한 셈이다.
미국에서는 ‘ABC송’, 우리나라에서는 ‘반짝반짝 작은 별’로 알려진 모차르트의 ‘작은 별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 사실은 250년 전 프랑스 아기의 ‘사탕 타령’이었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는 이 곡을 원곡은 프랑스 동요이고, 가사는 영국의 한 마을 다락방에서 태어난 시구이며,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불멸의 교재로 탈바꿈한 ‘다국적 음악 상품’으로 정의하며 계보를 정리한다.
<이유가 있어서 명곡입니다>는 이처럼 월광 소나타(베토벤), 터키 행진곡(모차르트), 캐논 변주곡(파헬벨), 트로이메라이(슈만), 아라베스크 1번(드뷔시), 헝가리 무곡 5번(브람스), 미뉴에트 G장조(바흐), 결혼행진곡(바그너), 유머레스크(드보르자크), 녹턴(쇼팽) 등 피아노 명곡 스무 편의 음표와 악보 사이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어떻게 명곡으로 남을 수 있었는지 분석하는 클래식 음악 교양서이다.
대학에서 작곡 이론을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음악학 석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학교 울타리를 넘어 팟캐스트 ‘클래식빵’을 7년째 운영하는 등 클래식 대중화에 진심인 교육자이자 연구자이다. 이 책 역시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사람이 클래식을 즐길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교양서라고 해서 소소하고 얕은 읽을거리에 그칠 거라는 생각은 말자. 책장을 넘기다 보면 소주제마다 빼놓지 않고 배치한 악보를 만나게 된다. 귀로 들었을 때 잘 모를 수 있는 ‘추상 언어’를 눈앞의 실체로 전달하고픈 저자의 교육자 본능이 느껴지는 배려이다. 악보에 더해진 해설까지 읽다 보면 공연장을 찾는 ‘클래식 부심’이 조금 더 커질 것 같은 기분이다.
‘Minute Waltz, 그 무모한 도전’ ‘하농 취급 설명서’ ‘잘 치고 싶다면 밀당을 배워라!’ ‘I Got Rhythm의 또 다른 이름-리듬 체인지’ ‘모르덴트’ 등 중간중간 숨겨둔 쪽지 상식은 바위틈에서 보물을 발견하던 어릴 적 추억을 선사한다. 장금 지음/북피움/336쪽/2만 6000원.
2025-05-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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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지나치게 반응하거나 무반응이라면?
아이가 특정 소리나 촉감, 움직임 등에 유난히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반대로 반응이 거의 없다면 ‘감각통합’의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다. 감각통합 장애는 단순한 예민함이나 주의 부족으로 여겨져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정확한 진단과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
28일 좋은강안병원에 따르면 감각통합은 인간이 다양한 감각 자극을 받아들이고 이를 조절해 적절한 행동으로 연결하는 능력으로, 이 기능에 어려움이 생기면 학습·행동·사회성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좋은강안병원 재활의학과 발달의학센터 이상진 과장은 “정확한 진단과 조기 개입이 이뤄지면 집중력과 정서 안정, 사회성 향상 등 전반적인 발달을 도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센터에서는 촉각이나 소리에 과민하거나 반응이 둔한 아동, 신체 조절이 미숙한 아동, 주의 집중이 어려운 아동 등을 대상으로 아동을 대상으로 감각통합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감각통합치료 프로그램은 치료 목적의 놀이 활동을 통해 시각, 청각, 촉각, 전정감각(균형), 고유감각(관절·근육 감각) 등의 반응을 통합적으로 자극하고 조절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감각통합전문 작업치료사가 아동의 개별 평가 결과에 따라 일대 일 맞춤형 치료를 실시하며, 보호자 상담과 가정 내 연계 프로그램도 병행해 치료의 연속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센터는 평가 단계부터 세심하게 접근하는 한편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을 통해 다양한 발달지연 문제를 통합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 과장은 “감각통합 치료는 단순히 감각 자극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아이가 보다 안정된 정서와 행동으로 일상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발판 역할을 한다”며 “감각 반응에 대한 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함께 조기 전문 진료가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5-05-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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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에 대상 안긴 부산평화영화제 출품작 모집
제16회 부산평화영화제가 본선 경쟁 부문에 상영될 출품작 접수를 시작했다. 출품 대상은 2024년 1월 이후 제작 완료된 작품으로, 6월 9일 오후 6시까지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bpff.kr)에서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출품작의 상영 시간과 장르에는 제한이 없다. 영화제 측은 다만 출품작이 반차별, 반폭력, 반전, 환경, 나눔·공동체, 남북 관계·통일 등 평화에 관한 함의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예선 심사를 통과한 작품은 오는 10월 24~26일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 등에서 개최될 영화제 기간에 관객과 만나게 된다. 본선 진출작은 오는 8월 중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영화를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함께 나누는 축제의 장인 부산평화영화제는 (사)부산어린이어깨동무가 주최한다. 본선 상영작 중 3편을 선정해 ‘꿈꾸는 평화상’(대상·상금 200만 원) 1편과 장편·단편 우수상(상금 100만 원)을 각각 수여한다. 또 관객 투표를 통해 ‘도란도란 관객상’도 선정한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한편, 지난해 제15회 부산평화영화제에서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나눔 활동으로 큰 감동을 준 경남 진주시의 사회사업가를 다룬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대상인 꿈꾸는 평화상과 도란도란 관객상을 받았다. ‘어른 김장하’는 최근 퇴임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김장하 장학생’으로 등장한 사실이 다시금 조명받으면서 극장 재개봉과 OTT 스트리밍 역주행을 하고 있다.
2025-05-2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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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광고, 숨겨진 덫… 이참에 금연 어때요
올해 개소 10주년을 맞은 부산대병원 부산금연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오는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앞두고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눈길을 모은다.
센터는 지난 26일 병원 본관 1층 성산홀에서 부산시를 비롯해 시교육청, 국민건강보험공단, 주택관리공단 등 유관기관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개소 10주년 기념식과 합동 건강 캠페인을 개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금연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시민과 병원 구성원이 실천 의지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지는 한편 센터 개소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5년 문을 연 센터는 전문치료형 금연캠프, 생활터 금연환경조성, 입원환자 금연지원서비스, 지역사회 금연사업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시민 건강 증진에 기여해왔다.
이날 행사에서는 상징적인 담배 모형 격파 퍼포먼스를 통해 금연 실천 의지를 다지는 시간이 마련됐다. 병원 인근 상습 흡연지역을 중심으로 한 꽁초 줍기 캠페인과 현장 금연 홍보 활동은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권역호흡기전문질환센터의 간이 폐활량 검사,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부산지역암센터의 건강정보 홍보, 부산해바라기센터와 부산금연지원센터의 체험형 프로그램(OX퀴즈, CO측정 등)은 금연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기회가 됐다. 금연 슬로건을 주제로 한 포토부스는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인증 사진 촬영으로 활기를 더했다.
이날 시 등 유관기관은 올해 세계 금연의 날 공동 슬로건 ‘화려한 광고, 숨겨진 덫-부산시민은 속지 않습니다’ 아래 2주에 걸친 부산지역 합동 캠페인에 들어갔다.
부산대병원 부산금연지원센터 이승훈 센터장은 “올해 개소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지속적인 금연환경 조성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올해는 유관 기관과 함께 금연주간을 선포하고, 화려한 광고 속에 가려진 담배의 진실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5-05-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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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업 위기라더니…‘천만 감독’도 제작 지원금 신청
관객 수 1218만 명의 ‘택시운전사’(2017)를 연출한 장훈 감독이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제작지원금 15억 원을 받는다. 영진위는 26일 ‘2025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 심사 결과를 발표해 장훈 감독의 신작 ‘몽유도원도’를 비롯해 9편의 상업영화에 모두 99억 3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몽유도원도’ 외에 허인무 감독의 ‘집밥’(6억 원), 정지영 감독의 ‘내 이름은’(8억 9000만 원), 김용균 감독의 ‘용수철’, 권오광 감독의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 박대민 감독의 ‘개들의 섬’(이상 10억 원), 김선경 감독의 ‘안동’(12억 원), 김정구 감독의 ‘감옥의 맛’(12억 4000만 원), 변영주 감독의 ‘당신의 과녁’(15억 원)이 지원 대상작에 포함됐다.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 등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작품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의 지원작 ‘내 이름은’은 제주 4·3 사건을 다룬 신작이다. 제주4·3 평화재단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공동 주최한 4·3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이기도 하다. 염혜란 유준상 오지호 김규리 등 캐스팅을 마무리하고 지난달 크랭크인, 내년 4월 4·3 주간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이다.
‘안동’은 2019년 단편영화 ‘기대주’로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김선경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용수철’을 제작하는 김용균 감독은 노인들의 우정과 세대 갈등을 다룬 화제작 ‘소풍’(2024)을 연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영진위가 올해 처음 시행하는 이번 사업은 영화 산업 전반의 침체 극복에 마중물이 되기 위해 순제작비 20억~80억 원 규모의 상업영화 제작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개별 상업영화 제작비 지원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며 “120편(실제 심사는 113편)이 지원했는데, 웬만큼 이름이 알려진 제작자와 감독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귀띔했다.
심사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예비 심사와 결정 심사에 참여한 27명의 심사위원은 총평을 통해 ‘투자 제작 가능성’과 ‘영화제 수상 가능성’을 중심에 놓고 심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선정작들은 제작진의 역량에 지원금을 더해 아름다운 결실을 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사업이 한국 영화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마무리했다.
2025-05-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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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함께 걸으며 건강 챙기고 감사 나누고
양산부산대병원은 지난 20일 병원 내 건강둘레길 일대에서 ‘건강둘레길 행복데이’ 행사를 개최했다고 26일 밝혔다.
‘함께 걷고, 감사를 나누다’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건강둘레길을 함께 걸으며 정서적 안정을 얻고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올해 처음 열렸다. 건강둘레길 스탬프 투어, 즉석 인생네컷 사진 촬영, 두더지 게임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환자와 보호자, 병원 임직원 등 참여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병원장 등 병원 주요 보직자들은 교대근무 등으로 현장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직원들을 직접 찾아 간식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프로그램을 진행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양산부산대병원 이상돈 병원장은 “이번 행사는 병원이 단순한 치료 공간을 넘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공간임을 확인한 기회였다”고 밝히며 행사를 지원한 병원 후원회에도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2025-05-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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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원자력의학원,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 최고 등급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기획재정부가 주관한 ‘2024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최고 등급인 ‘우수’ 등급을 획득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기획재정부가 국민 편익 증진을 목표로 1999년부터 매년 시행해 온 제도로, 조사에 포함된 182개 공공기관 중 의료기관은 총 18곳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의료기관 평균 점수(85.1점)보다 5점 가량 높은 90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0.4점, 최근 3년 평균 대비 1.5점 상승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커뮤니케이션 강화와 고객 케어 분야의 서비스 품질 개선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의사 인력 확충과 필수 진료과 중심의 신규 진료과 개설 등 환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병상 부족, 노후 시설, 긴 대기 시간 등 일부 항목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이창훈 원장은 “지역 내 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의료진 확충과 진료과 확대, 병상 수 증설에 주력하고 있다”며 “500병상 규모로 확대하고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해 지역민들이 수도권을 가지 않고도 편리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5-05-26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