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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픽] 연극-극단새벽 '어느 골짜기에 관한 논쟁'
1998년 초연된 극단새벽의 레퍼토리 작품 ‘어느 골짜기에 관한 논쟁’이 한층 젊어진 출연진으로 관객을 맞는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기반으로 이성민 상임 연출이 한반도 산골 마을로 배경을 옮겨 극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한반도 분단과 전쟁의 아픈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담아내면서, 그 사이를 관통하는 인간의 욕망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극중극으로 깊이를 더하고 흥겨운 연희극으로 놀이성을 가미하면서도 땅의 소유권에 대한 생태적 관점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을 받아 선발한 청년 예술인 13명이 갈고닦은 기량을 선보이는 첫 무대이기도 하다. 8월 30일~9월 6일 총 5회 공연. 부산 연제구 효로인디아트홀 소극장. 토요일 오후 5시, 일요일 오후 3시. 목·금요일 오후 7시 30분. 종전 기원 특별관람료 1만 원으로, 전 좌석 사전 예약제다. 예매 극단새벽 홈페이지. 문의 051-245-5919.
2025-08-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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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홍희곡상 주인공을 찾습니다
제12회 김문홍희곡상이 작품을 공모한다. 극작가 겸 연극평론가 김문홍 선생의 이름을 딴 김문홍희곡상은 2013년 지역 작가들의 희곡 창작 활성화를 위해 제정됐다. 이듬해인 2014년 최은영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10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며 지역 극작가 산실로 자리 잡고 있다.
응모작은 지난해 11월 15일 이후 무대에 오른 창작 초연 작품이나 어떤 매체에도 발표되지 않은 신작이어야 한다. 각색이나 번역 작품은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 원고 분량은 70분 이상 공연이 가능한 A4 용지 30장 내외로, 본문은 ‘함초롱바탕’ 11포인트, 지문은 10포인트를 기준으로 한다.
부산과 경남 지역의 기성작가와 신인 모두 응모할 수 있으며 마감일은 11월 14일이다. 응모작은 부산 수영구 액터스소극장 내 부산창작극연구회로 직접 접수하거나 김문홍 극작가의 이메일(seawind1976@daum.net)로 보내면 된다. 수상자는 11월 23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김문홍희곡상은 올해부터 수상자에게 지급하는 창작지원금을 400만 원으로 인상했다. 1회부터 지난해까지 유지하던 300만 원에서 100만 원을 올린 것이다. 김 극작가는 “일간지 신춘문예 상금 수준으로 맞추자는 최우석 운영위원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며 “운영위원장의 배려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2025-08-2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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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꼭꼭 숨겨 둔 ‘흑역사 영화’ 공개합니다
어디에서도 상영되지 않았고 앞으로 상영될 일도 없(다고 생각되)는 영화, 감독 스스로 공개하기 부끄러워 꼭꼭 숨겨 둔 영화, 혹은 돈과 힘이 없어 완성하지 못한 미완성작을 공개 상영하는 영화제가 부산에서 열린다.
‘흑역사’ 작품만 콕 찍어 소개하고 소통하는 제6회 부산청년영화제가 오는 29일부터 사흘간 부산 남구 대연동(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 인근) 카페 웨이드에서 개최된다. 부산청년영화제는 지역 청년들의 삶과 고민을 함께 나눠보자는 의미에서 2018년 시작됐다. 영화 도시 부산에서 나고 자라 영화를 좋아하는 청년들 주도로 출항해 2년의 공백기를 딛고 올해 여섯 번째 돛을 올린다.
젊은 영화 덕후들의 커뮤니티 ‘영덕스클럽’이 주최하고,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올해 영화제에서는 국내외 장·단편 17편이 선보인다.
상영작은 3개 부문으로 나뉜다. 핵심은 1회 때부터 줄곧 유지해 온 ‘흑역사의 밤’이다. ‘미래 거장이 될지도 모를’ 감독이 서랍 속에 묻어 둔 자신의 흑역사 작품을 내보이는 부문이다. 모두 13편이 상영되는데, 영화제 기간 매일 오후 7시(29일은 7시 30분)부터 4~5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완성한 작품도 있지만 15년 동안 묵힌 작품(로맨스 없는 로맨스 영화)도 관객을 만난다.
영덕스클럽 창립 회원 최수영 씨는 “공개되지 않고 파일로만 존재하거나, 심지어 파일로도 살아남지 못하는 작품들을 발굴해 그분들이 앞으로도 나아가는 기회를 찾기 바라는 마음이 담긴 부문”이라며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려는 영화제 취지가 가장 잘 반영됐다”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청년들이 모여 단 3일 만에 제작한 영화 ‘잠깐’과 메이킹필름을 상영하는 ‘무박3일’, 청년들의 관람을 적극 권장하는 ‘청년관람불가피’ 부문이 준비되어 있다.
3편의 ‘청년관람불가피’ 상영작 중 하나인 ‘동네책방 폴란’(2022)은 일본 도쿄의 오래된 헌책방이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는 과정을 담담히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2023년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은 작품이다. 영화를 연출한 나카무라 코타 감독은 마지막 날인 31일 상영장을 찾아 관람객과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최수영 씨는 “저희가 초청하지 못했는데도 감독님께서 직접 오시겠다고 해서 정말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상영작은 모두 무료로 볼 수 있다. 예매는 타이니티켓(https://litt.ly/youngducksclub)에서 할 수 있으며, 상영 때 빈 좌석이 있으면 현장 입장도 가능하다. 상영 일정과 작품 소개는 영덕스클럽 인스타그램 계정(@youngducksclub)에 확인할 수 있다.
2025-08-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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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 부산국제영화제, 역대급 별들의 잔치 펼쳐진다
서른 번째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이 20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9월 17일 시작하는 제30회 BIFF는 첫 경쟁 부문 도입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BIFF는 지난 26일 부산과 서울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영화제의 방향성과 주요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박광수 이사장의 첫 얘기도 바로 경쟁 부문의 도입이 가장 큰 변화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정한석 집행위원장의 표현대로 ‘역대급’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영화계 별이 부산을 찾을 것이라는 점이다.
∎박찬욱부터 델 토르까지 별들의 잔치
BIFF의 올해 공식 초청작은 241편으로 지난해보다 17편 늘었다.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87편을 더하면 전체 상영작은 328편에 달한다. 이병헌의 단독 사회로 진행되는 개막식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상영된다. 이 작품은 2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82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쟁을 펼친다.
개막식에서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이란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과 한국영화공로상(정지영 감독), 까멜리아상(대만의 감독이자 배우인 실비아 창) 시상도 함께 열린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올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석권한 최초의 아시아 감독이 됐다.
개막식부터 시작된 별들의 잔치는 열흘간의 영화제 기간 내내 이어진다. 우선 30주년 특별기획 ‘아시아영화의 결정적 순간들’을 통해 아시아의 거장과 스타들을 대거 만날 수 있다. 자파르 파나히를 비롯해 마르지예 메쉬키니, 지아장커, 차이밍량, 두기봉, 이창동, 박찬욱이 부산에 총출동한다. 와타나베 켄, 니시지마 히데토시, 오구리 슌, 양조위, 허광한, 세븐틴 멤버 준까지 레드카펫을 수놓을 배우들의 면면도 눈부시다.
베니스와 오스카를 석권한 멕시코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는 신작 ‘프랑켄슈타인’을 들고 첫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히트’(1995) ‘콜래트럴’(2004)로 잘 알려진 미국의 거장 마이클 만 감독도 마찬가지다. ‘아노라’(2024)로 올해 아카데미시상식 4관왕을 차지한 션 베이커 감독은 경쟁 부문 출품작 ‘왼손잡이 소녀’(쩌우스칭 감독)의 프로듀서 자격으로 내한한다.
이탈리아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와 프랑스 명배우 줄리엣 비노쉬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에 초청됐다. 봉준호, 매기 강, 강동원, 은희경, 손석희는 직접 선택한 영화를 소개하는 ‘까르뜨 블랑슈’를 통해 부산행에 합류한다.
BIFF 출범 주역인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의 첫 장편 연출작 ‘미스터 김, 영화관에 가다’는 특별상영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첫 아카데미 수상자인 윤여정은 한국계 미국 영화감독인 앤드류 안의 ‘결혼 피로연’으로 부산에 온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직접 말하기 부끄럽다면서도 “이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자평했다.
∎‘부산 어워드’ 트로피 첫 주인공은 누구
올해 BIFF의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경쟁 부문 도입이다. 베를린, 칸, 베니스 같은 세계적 영화제가 모두 경쟁 부문 수상자를 배출하며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부산도 이 흐름에 맞춰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에서 상까지 수여하는 브랜드 영화제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도이다.
9월 26일 폐막식 현장에서 발표되는 부산 어워드 수상자는 대상과 감독상, 심상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 걸쳐 선정된다. 배우상은 두 명으로, 첫 수상자와 작품에 총 6개의 트로피가 주어진다. 이들에게는 태국의 영화 감독이자 설치미술가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디자인한 트로피가 수여된다. 대상 수상작은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부산 어워드는 ‘아시아의 시선으로 아시아 영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라는 목표를 정하고 첫 후보작품 모두 14편을 선정했다. 여기에는 장률(루오무의 황혼), 비묵티 자야순다라(스파이 스타) 등 공인된 거장의 신작부터 시가야 다이스케(고양이를 놓아줘), 한창록(충충충) 등 첫 장편 데뷔작을 낸 신예까지 포진돼 있다. 여성 감독의 작품은 여섯 편이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처음 해보는 것이라 우리도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하다”라면서도 “이들 14편이 동시대 아시아 영화의 흐름, 비전, 경향, 시선 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밝혔다. 박광수 이사장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겠지만 시행하면서 보완하다 보면 계속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체 상영 시간표는 오는 29일 공개될 예정이다. 개폐막식 및 오픈시네마, 미드나잇 패션, 액터스 하우스, 커뮤니티비프 예매는 9월 5일 오후 2시, 일반 상영작 예매는 9월 9일 오후 2시 오픈할 계획이다.
2025-08-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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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부산 어워드' 트로피 첫 주인공 14작품이 다툰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첫 경쟁 부문 트로피를 놓고 14편의 작품이 경쟁한다. BIFF는 26일 오전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처음 도입한 경쟁 부문 ‘부산 어워드’ 수상 후보작 14편을 공개했다.
후보작에는 중국 거장 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 스리랑카 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의 ‘스파이 스타’, 대만을 대표하는 배우 서기의 감독 데뷔작 ‘소녀’, 일본 신예 시가야 다이스케의 ‘고양이를 놓아줘’ 등 아시아 영화의 최신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이 선정됐다. 한국 작품으로는 이제한 감독의 세 번째 장편 ‘다른 이름으로’, 2019년 BIFF KNN관객상을 받은 임선애 감독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등 4편이 포함됐다.
‘부산 어워드’는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2명), 예술공헌상 5개 부문에 대해 시상한다. 수상자에게는 최대 5000만 원(대상)의 상금과 태국의 감독이자 설치미술가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디자인한 트로피가 수여된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17편이 증가한 64개국 241편의 작품이 공식 초청됐다.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월드프리미어는 90편이다. 남포동 일대에서 진행되는 커뮤니티 비프 상영작 87편을 포함하면 모두 328편의 작품이 관객과 만난다.
게스트의 면면과 규모도 역대급이다. 이탈리아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이 첫 아시아 방문지로 부산을 찾고, 세계 3대 영화제 배우상 수상에 빛나는 줄리엣 비노쉬가 15년 만에 방문해 특별전을 갖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과 ‘히트’(1996)와 ‘페라리’(2025)의 마이클 만 감독, 드라마 ‘상견니’ 열풍을 주도한 허광한도 관객과 만남을 기다린다.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30회 BIFF의 개막작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이다. 폐막작은 ‘부산 어워드’ 대상 수상작이 상영된다.
2025-08-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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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경계의 언어, 흑과 백 규정은 언론의 영역"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행동할 힘을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사바나와 산’(Savanna and the Mountain)으로 지난해 제77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파울루 카르네이루(Paulo Carneiro) 감독의 말이다.
지난 21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개막한 제4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 초청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를 23일 오후 영화 제작사 케이드래곤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영화는 25일 열린 폐막식에서 대상작으로 호명됐다.
‘좋은 마을, 나쁜 자본, 그리고 산’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관객에 첫선을 보인 영화는 영국 자본이 들어와 유럽 최대 규모의 노천 리튬광산을 개발하려는 포르투갈 북부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촬영한 다큐멘터리이다. 거대 자본과 맞서며 일상이 위협받는 상황을 긴장감과 유머가 공존하는 재연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배우로 나섰다. 장르로 구분하자면 다큐와 픽션이 혼용된 하이브리드 영화인 셈이다.
부모님 고향과 가까운 마을의 일이라 관심을 가졌다는 그는 “처음엔 단순히 인터넷에 올려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외부에 알릴 생각으로 촬영과 인터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직접적으로 광산을 개발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산악용 오토바이를 탄 청년 두 명이 마을 곳곳을 휘젓고 다니는 장면을 수시로 볼 수 있다. 카르네이루 감독은 “조용한 산골 마을에서 겪는 오토바이 소음은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느끼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다”라며 “이를 통해 관객들이 일상을 위협당하는 주민들의 실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장치는 자신의 영화 철학과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카르네이루 감독은 “흑과 백처럼 명확하게 규정짓는 것은 언론의 영역에 가깝다”라면서 “제가 생각하는 영화의 영역은 흑과 백이 아닌 회색, 즉 경계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대신 그는 웨스턴무비 기법을 적극 활용해 영화적 재미를 담보하면서 미국 서부 개척 시대로 회귀한 듯한 마을의 현실을 효과적으로 알리려 노력했다고 한다. 서부극 특유의 경쾌하고 단순한 리듬의 음악과 굵은 고딕에 다이아몬드형 돌출을 새긴 제목 서체부터가 그랬다. 또 백마를 탄 남성과 마차, 현상금 벽보, 총을 등장시켜 피 한 방울 없이 광산 개발이 불러올 비극을 경고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홍상수나 이창동 감독 등을 언급하며 한국 영화에 관심을 나타낸 카르네이루 감독은 특히 홍상수 감독이 2016년 칸영화제 기간 촬영해 이듬해 칸에서 특별상영된 ‘클레어의 카메라’를 인상 깊게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백만 명에서 1000만 명 이상 관객이 드는 한국 영화 시장을 부러워했다. 그는 “미겔 고메스 같은 유명 감독의 작품도 1만 5000~2만 명 정도밖에 보지 않는다”라며 포르투갈 영화 시장이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2018년 첫 장편을 선보인 카르네이루 감독은 이번 작품까지 세 번 연속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상업영화 촬영 계획은 없을까? “영화인도 각자의 역할과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상업영화를 만드는 방법을 잘 모를뿐더러 포르투갈에는 봉준호 감독 작품 같은 스케일의 영화를 만들 돈이 없다”고도 말했다.
칸에 이어 전 세계 40여 개 영화제에서 초청된 그의 작품은 9월 26일 개막하는 제10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도 초청돼 한국을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다음 작품 준비를 위해 최근엔 해외 영화제 참석을 자제한다는 그는 "한국이 아니었으면 아마 참석할 생각을 못 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카르네이루 감독은 “제 작품이 비록 많은 관객이 보진 않았지만, 이번처럼 여러 나라에 초청돼 널리 소개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카르네이루 감독은 제4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에 직접 참석한 유일한 해외 감독이다. 지난 21일 열린 개막식부터 현장을 누빈 그는 폐막일인 25일 두 번째 상영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GV)를 갖고 자신의 영화 철학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다음 작품도 아프리카의 한 지역을 배경으로 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라며 “하나뿐인지구영상제 주제와도 잘 맞을 것 같다”라며 재초청 희망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2025-08-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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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지구영상제' 희망 메시지 남기고 대단원
기후 위기를 주제로 열리는 세계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영화제 ‘하나뿐인지구영상제’가 5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사단법인 자연의권리찾기는 2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제4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 폐막식을 갖고 경쟁 부문 대상 수상작인 포르투갈 파울루 카르네이루 감독의 ‘좋은 마을, 나쁜 자본, 그리고 산’(Savanna and the Mountain·2024)을 폐막작으로 상영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이번 영상제에서 처음 상영됐다.
이밖에 특별상 부분에서는 △KNN 한국영화상 - 살처분(서예인) △가장 치열한 투쟁상 - 우리는 여기 살아간다(자난 쿠르마셰바) △가장 중요한 이슈상 – 소녀와 항아리(발렌티나 오멍, 타치 본드) △가장 뛰어난 대안상 – 울리: 작은 농장이야기(레베카 뉘스타박)이 수상했다.
폐막식에서는 지구환경 포스터 공모전 시상식도 열려 초·중·고 학생들의 수상작 16점에 대해 환경부장관상, 부산시장상, 부산교육감상 등이 주어졌다. 수상작들은 영상제 기간 중 영화의전당에 전시됐다.
앞서 지난 21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가수 김장훈과 래퍼 제이통, 노스페이스갓이 특별공연을 펼쳐 참석자들을 즐겁게 했다. 또 공현주 배우와 김요한 대한배구협회 이사 등이 참석해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영상제 홍보 대사 박진희 배우는 특별강연을 갖고 환경 실천가로서 자신의 노력을 소개해 박수를 받았다. 개막작으로 상영된 데이비드 리클리 감독의 ‘제인 구달-희망의 이유’는 지구촌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 시대, 원로 환경운동가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로 큰 울림을 남겼다.
하나뿐인지구영상제 기간에는 콘퍼런스가 여러 차례 마련돼 전문가와 유명 인사들이 다양한 주제를 놓고 폭넓고 깊이 있는 논의를 나누기도 했다. ‘제인 구달의 희망은 우리의 희망인가?’ 주제 콘퍼런스에 게스트로 나선 박효주 배우는 초등학생 자녀가 자신만의 환경 실천을 위해 등교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긴 사연을 전하며 부모로서 반성과 다짐을 밝혀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밖에 편백나무 위주 인공조림 정책의 폐해를 지적한 ‘산청의 눈물’, 미래세대가 살아갈 지구환경 구축의 긴급성을 촉구한 ‘재난 이후의 아이들’, 무분별한 석유 시추와 화성 탐사선 개발의 문제점에 대한 전문가 토크 등도 주목을 받았다. 콘퍼런스를 기획한 김희영 케이드래곤 대표는 “여러 영화제의 대담이나 토크 프로그램을 경험했지만, 지구영상제만큼 게스트나 관객들의 진정성이 강하게 느껴진 경우는 없었다”면서 “하나뿐인 지구의 소중함이 단지 구호가 아니라 누구나 피부로 느끼는 현실이 됐음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5일간 진행된 제4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에서는 20개국에서 출품된 49편의 영상이 상영됐다. 장제국 조직위원장은 “매년 뜨거워지는 여름이 두렵지만 우리에게 희망이 있고, 우리 영화제는 그 희망을 이야기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 주는 것이 희망을 뿌리는 씨앗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08-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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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치료” 결심 70대 환자, 다학제 협진으로 수차례 고비 넘겼다
여러 종류의 암이 잇따라 발병했던 70대 환자가 지역 종합병원의 ‘다학제 협진 시스템’으로 수차례 고비를 넘긴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역 의료계의 치료 역량에 관심이 모인다.
25일 좋은강안병원에 따르면 6년 전 부산의 한 병원에서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A 씨는 2년이 지난 무렵 경과 관찰을 하던 중 혈액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돼 좋은강안병원을 찾았다. 소화기내과 진료를 거쳐 정밀검사를 한 결과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는 부위에 생기는 팽대부암이 의심됐다. 이에 간담췌간이식외과는 고난도 유문 보존 췌십이지장 절제술을 시행했고 수술 후 조직검사를 통해 원발 부위가 원위부 담도암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암센터로 옮겨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은 A 씨에게서는 재발·전이가 추가로 발견되지 않았다.
담도암 수술을 받은 지 2년 뒤인 2023년 A 씨는 유방외과 정밀검사 결과 유방암 확진을 받고 수술에 이은 방사선 치료로 또 한 번 고비를 넘겼다. 고비는 또다시 찾아왔다. 지난 6월 추적검사에서 간 종양이 발견된 것. 추가 검사 결과 전이성 암이 아닌 원발성 간내담도암이 의심돼 간담췌간이식외과에서 좌간절제술을 받았다. A 씨는 회복 후 혈액종양내과에서 항암치료 중이다.
A 씨처럼 여러 종류의 암이 잇따라 발견되는 건 흔치 않다. 자칫 놓칠 수 있는 암을 지속적으로 발견해내고 치료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강안병원의 다학제 협진 시스템 덕분이었다. 좋은강안병원은 소화기내과·간담췌간이식외과·유방외과·혈액종양내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 등 관련 진료과가 한데 모여 치료 방향을 논의하는 암센터 다학제 진료를 운영 중이다. 불필요한 진료를 줄이고 환자 상태에 맞춘 최적의 치료 계획을 통해 대학병원 못지 않은 암 치료 역량을 입증한 것이다. A 씨 수술을 맡았던 좋은강안병원 간담췌간이식외과 윤성필 과장은 “A 씨가 수년에 걸쳐 암을 잇따라 발견하고 적절한 수술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전문 진료 인프라와 암센터 다학제 협진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2025-08-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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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권 유방암 적정성 평가 1등급 비율 전국 평균 못 미쳤다
국내 유방암 진료 병원 10곳 중 6곳이 1등급 평가를 받은 가운데 경상권의 1등급 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유방암 치료 후 진료비를 청구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 의원 등 의료기관 139곳을 대상으로 유방암 적정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58.3%(81곳)가 1등급을 받았다. 심평원은 2011년 적정성 평가를 시작했으며, 이번 평가는 암 진료 전반을 환자 중심·성과 중심으로 살펴보는 2주기 평가로 전환된 2022년 이후 발표된 첫 결과다.
1등급을 받은 81곳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이 40곳, 종합병원 41곳이었다. 병원과 의원은 한 곳도 1등급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등급 성적을 받은 병원 81곳 중 서울과 경기권(각 24곳)에만 48곳(59.3%)이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1등급 비율로 따지면 전국 평균(58.3%)에 미치지 못한 권역은 경상권(48.6%)이 유일하다. 35곳 중 17곳만 1등급을 받은 가운데 부산대병원이 8회 연속 1등급을 받았으며, 고신대병원, 동아대병원, 인제대부산백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 부울경 상급종합병원 8곳이 이름을 올렸다. 인제대해운대백병원을 비롯해 좋은강안병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등 종합병원도 1등급을 획득했다.
평가 지표별로 보면 전체 139곳의 80.9%가 전문의 등 유방암 관련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었다. 유방암 수술 후 퇴원 30일 이내 재입원율은 0.57%에 그쳤으며, 유방암 수술 사망률은 0.05%에 불과했다. 유방암 확진 후 30일 이내에 수술받은 환자의 비율은 78.3%였다.
한편 심평원이 간암 진료 병원 175곳의 진료 실적을 평가한 간암 적정성 평가의 경우 병원 69.5%에서 전문 인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간암 확진 후 한 달 안에 수술받은 환자의 비율은 90.4%로 유방암보다 높았다. 수술 후 퇴원 30일 이내 재입원율은 1.99%, 간암 수술 사망률은 1.09%인 것으로 조사됐다.
심평원은 1차 평가 결과를 토대로 보완이 필요한 지표는 의료 현장의 의견을 수용해 적극적으로 반영할 방침이다.
2025-08-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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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인문학 아우른 담론의 장 ‘큰 울림’
의학 전문 심포지엄에서 인문학으로 범위를 넓혀 성장해 온 ‘세화아카데미 2025’가 성료했다.
25일 세화병원에 따르면 28년 째 이어진 이번 아카데미는 ‘과학과 인문학의 소통: 항암·방사선치료 전 가임력 보존 방안과 난자동결보존 지원사업’을 주제로 지난 23일 롯데호텔부산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렸다. 부산시의회 이대석 부의장의 개회사로 막을 올린 행사에는 장혁표 부산대 전 총장과 아슬란 아스카르 주부산 카자흐스탄 총영사가 내빈으로 참석해 학술 교류의 의미를 더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항암·방사선치료 전 여성 환자의 생식력 보존 방안이 논의됐다. 서울대 김훈 산부인과 교수는 항암·방사선 치료 전 암 환자의 상황에 맞춘 난소 동결 등 맞춤형 치료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화병원 정수전 부원장은 난자 동결의 원리를 소개하고, 임상 현장에서 축적된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난자 동결의 정책 현안과 연구 성과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서지연 부산시의원은 조례 제정 이후 항암·방사선치료 전 환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정책 보완의 필요성을 알렸다. 세화병원 난임의학연구소 하아나 연구원은 난자 동결보존의 임상 성과를 토대로 임신 성공률 향상을 보여주는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마지막 세션은 ‘빈자의 미학’으로 유명한 승효상 건축가가 ‘이 시대 우리의 도시와 건축’을 주제로 강연을 맡았다. 그는 건축이 공동체 회복과 인간 존엄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깊은 울림을 전했다.
세화병원 이상찬 병원장은 “AI 시대에는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 서로 배우고 토론하는 아테네 학당 같은 장이 필요하다”며 “세화아카데미가 의학·사회·인문학을 아우르는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아 부산을 넘어 국제적 플랫폼으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5-08-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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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료관광 팸투어단, 부산서 선진 의료시스템 체험
김병준 레다스 흉부외과는 지난 22일 중국 의료관광 관계자를 초청해 하지정맥류 및 치료 시스템을 소개하는 팸투어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팸투어는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2025 부산진구 의료관광 해외설명회를 계기로 추진됐다. 팸투어단은 중국의 대학병원, 여행사, 인플루언서 등으로 구성됐으며, 부산의 선진 의료시스템을 체험하고 글로벌 의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병준 레다스 흉부외과는 팸투어단에 하지정맥류 관련 정보 전달과 보존적 치료법 체험, 선진 의료시스템, 국제진료센터 라운딩을 제공했다. 라운딩 이후 하지정맥류와 연계한 웰니스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한 팸투어 참가자는 “시설이 매우 우수하고 국제진료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어 중국 환자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외국인 환자들이 편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김병준 레다스 흉부외과는 2004년 개원 이래 하지정맥류를 중점 진료해왔으며 현재 수술 건수는 2만 7000여 건에 달한다. 외국인 환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 현재 7개국 12곳에 달하는 국제거점센터를 운영 중이다. 2023년 한국 의료의 위상 증대와 글로벌 헬스케어 인프라 구축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으며, 지난 5월에는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ESQR 유럽 퀄리티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2025-08-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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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저 너머, 보이지 않는 진실 찾으려면 [마음 산책]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정신과와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말 못할 고민에 마음 아픈 이들이 기댈 곳은 실상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마음 산책>은 이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내적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보여줍니다. 글을 쓴 정신과 전문의이자 정신분석가인 김철권 박사는 올해 초 동아대병원에서 정년퇴임한 후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회복에 전념하기 위해 개인병원을 개원했습니다. 이메일(gomin119@busan.com)을 통해 접수된 사연 중 한 건을 선정해 매월 한차례 고민을 풀어볼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Q. 자녀를 학대·방임한 것도 모자라 죽음으로 내몬 부모 기사가 심심찮게 보도됩니다. 최근 육아에 대한 배우자의 무관심과 폭언, 폭행 등으로 인해 쌍둥이 자매 둘을 숨지게 한 40대 주부에 대한 판결 기사가 눈에 띕니다. ‘독박 육아’ 스트레스가 얼마나 버거운지 이해되지만 배우자 혹은 자신에 대한 분노, 연민이 자녀에게 향하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화가 납니다. 우울증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죄가 큰 것 같은데 왜 저런 선택을 하는 걸까요? 진실은 무엇일까요?
A. 이번 사례는 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40대 주부는 왜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했는지 그 이유를 묻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접근 방식은 전문가의 시각에 따라 다양합니다. 법률가들은 범행동기에 따른 정상참작을 하더라도 부모의 자녀 살해라는 반인륜적 범죄 관점에서 이 사건을 다룰 것입니다. 사회학자는 육아에 대한 사회지지 체계의 결여에 대해, 여성학자들은 육아 책임에 대한 남녀의 불공평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것입니다. 인류학자는 영유아 살해가 인류 역사상 많은 문화권에서 오랜 세월 동안 자행되었던 일이라며 그 근거를 제시할 것이며, 신화학자는 ‘메데이아’ 신화를 예로 들며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할 것입니다. 정신의학자는 우울증과 충동조절 장애, 성격 이상으로 이 사건을 설명하려고 할 것이고 심리학자는 배우자에 대한 분노가 쌍둥이 딸로 전이되었을 것으로 해석할지 모릅니다.
언론은 사건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눈에 보이는 사실과 수집되는 증거를 근거로 사건을 보도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시되는 자료는 범행을 저지른 당사자의 진술입니다. 당사자로부터 직접 듣거나 아니면 수사관을 통해서 듣습니다. 이번 사건 경우에는 범행 피의자가 ‘혼자서 쌍둥이를 키우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남편은 전혀 도와주지 않았어요’ ‘도와달라고 하면 오히려 남편은 나에게 욕설을 퍼붓고 때리기까지 했어요’ ‘늘 우울했어요’라고 말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만약 피의자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우울증으로 인해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결론 지어질 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범행 동기를 설명할 때 당사자의 ‘말 내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어린 쌍둥이 자매를 죽인 한 엄마가 그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알베르 까뮈의 소설 <이방인> 주인공 뫼르소처럼 “햇빛이 너무 눈부셔서”라고 대답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아마도 정신병 환자로 취급당할 것입니다. 피의자가 말하는 범행 동기는 누가 들어도 그럴 듯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은 당혹감과 혼란에 빠질 것이고 그럴듯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필사적으로 찾을 것이며 실패할 때는 결국 정신병 환자로 몰아갈 것입니다.
제가 왜 이런 엉뚱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사실(fact)과 진실(truth)은 서로 다른 영역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들은 사실과 진실을 혼동합니다. 진실을 마치 숨겨진 사실, 혹은 거짓말로 위장된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폐된 사실이나 거짓말이라는 껍질을 벗기면 진실이라는 알맹이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사실과 진실의 관계는 사과 껍질과 사과 속의 관계가 아니라 양파껍질처럼 껍질이면서 동시에 속살의 관계와 같습니다.
사실은 ‘말의 내용’을 기준으로 삼아 ‘말의 내용’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으면 거짓으로 판단하는 참과 거짓의 세계입니다. 반면 진실은 ‘말의 내용’이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자의 무의식’에 기반한 욕망과 환상의 세계입니다. “남편이 육아를 도와주지 않아서 내가 우울증에 걸렸고 그래서 두 딸을 죽였다”라고 할 때, 정신분석적으로는 말로 표현된 문장 속의 ‘나’와 이런 말을 하는 ‘나’는 서로 다르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런 말을 하는 보이지 않는 ‘나’를 알아보기 위해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서 여러 가지를 탐색합니다. 어린 시절 남자로부터 학대를 당했는지, 딸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신의 불행이 더 이상 딸에게서 반복되지 않으려는 시도였는지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사실과 달리 진실은 쉽게 밝혀지지 않습니다. 진실을 찾는 작업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불행한 사건을 통해 삶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 ‘보이지 않는 나의 진실’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gomin119@busan.com
2025-08-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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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첫 ‘케데헌’ 싱어롱 상영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국내 최초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싱어롱 상영회를 마련한다.
BIFF 사무국은 21일, 9월 17일 개막하는 제30회 영화제 기간 중 국내 첫 케데헌 싱어롱 상영회를 연다고 밝혔다. 싱어롱 상영회는 영화 상영 중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상영회다. 국내에서는 ‘보헤미안 랩소디’(2018)나 ‘겨울왕국’(2014) 등 음악으로 대중을 열광시키는 작품을 대상으로 싱어롱 상영회가 종종 열렸다.
BIFF는 이번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싱어롱 상영회를 통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K팝의 매력에 흠뻑 젖어 드는 짜릿한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의 화려한 세계와 오컬트 장르를 결합하여 전 세계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내며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How It’s Done’ ‘Soda Pop’ ‘Golden’ ‘Your Idol’ 등 다채로운 넘버를 통해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 순위 1위를 눈앞에 두고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싱어롱 상영회는 영화의전당 인근의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열린다. BIFF 관계자는 “공연 전용홀에서 열리는 만큼 원작의 사운드를 그대로 구현해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어롱 상영회 일자는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발표될 예정이다. 싱어롱 상영회에 참여하려면 일반 상영작과 마찬가지로 표를 예매해야 한다.
2025-08-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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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년, 백산 안희제 다큐멘터리 다시 만난다
부산경남민영방송 KNN이 제작한 백산 안희제 다큐멘터리가 21일 전국 CGV에서 재개봉했다.
진재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백산-의령에서 발해까지’는 조선 독립군의 가장 든든한 자금책으로서, 현재 기준 수백억 원의 독립운동 자금을 조달했던 백산 안희제 선생의 생애를 다룬 최초의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백범 김구, 백야 김좌진과 함께 ‘삼백’으로 불린 독립운동 영웅임에도 상대적으로 후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선생의 일생을 온전히 담기 위해 직접 사료를 발굴하고 선생의 출생지인 경남 의령군부터 주 활동 무대였던 만주의 발해농장까지 발품을 아끼지 않았다.
해방 후 귀국한 백범 김구 선생이 “상해임시정부 독립운동 자금의 6할은 백산이 책임졌다”라고 할 만큼 독립운동에 헌신한 백산이었지만, 선생은 가혹한 옥고를 치르는 등 고초를 겪다 광복 2년을 앞두고 눈을 감았다.
국가보훈부의 보훈 콘텐츠 지원작으로 선정되며 지난 2월 개봉했던 ‘백산-의령에서 발해까지’는 광복 80주년 광복절을 계기로 관객과 재회에 나섰다. 배급사 측은 재개봉을 앞두고 선생의 고향인 의령군은 물론이고 지방 보훈청을 중심으로 여러 기관과 학교에서 단체관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역주행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 영화는 20일 기준 예매 관객 수 5100명을 돌파하며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독립·예술영화 예매율 2위, 전체 상영작 6위에 자리했다.
한편, 진재운 감독이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제4회 하나뿐인지구영상제가 21일 오후 7시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개막, 25일까지 20개국 49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2025-08-2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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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타’로 부산 무대 서는 김성령 "힘들 때 용기 얻을 수 있는 연극"
“로제타의 삶을 통해 관객들도 어려울 때 힘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9월 5~6일 부산 영화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연극 ‘로제타’의 배우 김성령을 전화로 미리 만났다. 김성령은 “로제타를 연기하며 무슨 신념과 사명이 있길래 저런 힘이 생겼을까”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시 한번 힘을 내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받은 감동을 부산 시민들도 함께 누리기를 소망했다.
연극 ‘로제타’는 한국의 근대 의료와 여성 교육을 개척한 미국인 선교사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의 삶과 철학을 무대에 구현한 작품이다.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1890년 조선에 온 로제타는 조선 최초의 여성 병원 ‘보구녀관’(이화여대의료원 전신)을 이끌며 ‘조선여자의학강습소’(고려대의료원 전신)를 설립하는 등 의료와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조선 여성들을 위해 헌신했다. 국내 최초의 맹학교인 ‘평양여맹학교’을 개설하고 미국 점자를 바탕으로 한글 점자를 만들어 활용하는 등 장애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실천으로 옮긴 선구자였다. 조선에서 병으로 남편과 둘째 자식을 차례로 잃은 로제타는 1951년 가족이 묻힌 한국에 잠들었다.
로제타의 일기를 바탕으로 만든 연극은 김성령을 비롯한 출연 배우 8명이 모두 로제타 역을 연기하는 앙상블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 중 김성령은 결혼식 장면에 이어 남편과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심적으로 굉장히 힘든 상황의 연기를 소화했다. 김성령은 “아무래도 제가 연기를 계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극적인 요소가 강한 장면을 맡게 된 것 같다”라면서 “오히려 7명의 다른 배우들과 계속 무대를 뛰어다니며 호흡을 맞춰야 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로제타'는 영화의전당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이 기획하고 제작사 옐로밤과 극공작소 마방진, 미국 오프브로드웨이 실험극단 리빙시어터가 공동 제작한 한-미 합작 창작물이다. 리빙시어터 소속 브래드 버지스와 엠마 수 해리스를 비롯해 고인배, 견민성, 원경식, 이경구, 김하리 등이 무대에 오른다. 김성령은 두 외국인 배우에 대해 “전통이 있는 극단 배우라 그런지 연기력이 대단하더라”라며 “그들을 통해 연기에 대한 영감을 많이 받았다”라고 말했다.
2019년 ‘미저리’ 이후 6년 만에 다시 연극 무대에 선다는 김성령은 “연극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에서 채우지 못한 것들을 채울 수 있게 된다”며 “쉬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쉽게 무대에 오르는 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관객을 마주 보며 연기하는 연극이 드라마나 영화보다 중압감이 커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라면서 “즐겁게 준비하다가도 막상 무대에 설 생각을 하면 ‘내가 미쳤지,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라고 후회되기도 한다”고 웃었다.
김성령은 지난 2월 결식 아동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사단법인 ‘선한영향력가게’ 의장을 맡는 등 주변을 챙기는 활동에도 열심이다. 김성령은 “인연이 닿아 자연스럽게 자리를 맡게 됐는데 생각보다 쉽지는 않더라”라며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영화 ‘대가족’과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금주를 부탁해’를 소화하며 쉼 없이 달려온 김성령. 연극 ‘로제타’로 이후에는 10월 김현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낮은 곳으로부터’ 촬영을 앞두고 있다. 또 JTBC 예능 ‘당일배송 우리집’에서 하지원, 장영란, 가비와 함께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선보이는 부산 공연은 9월 5일(금) 오후 7시 30분, 6일(토) 오후 2시 두 차례 열린다. 인터미션 없이 100분. 관람료는 R석 4만 원. S석 3만 원. 예매는 영화의전당 홈페이지와 NOL티켓으로 할 수 있다. 부산 공연이 끝나면 베세토페스티벌 초청으로 일본 돗토리현 무대에도 선다. 문의 051-780-6060.
2025-08-21 [1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