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노후 위해 60대는 ‘혈관 건강’ 70대는 ‘신체 기능’ 체크
부모님의 건강검진
연령·위험인자 고려해 항목 추가
여성은 유방·자궁 초음파 챙겨야
남성은 전립선·남성호르몬 점검
인지 기능 저하 땐 우울증 검사
이샘병원 가정의학과 조민지 원장은 “노년기에 접어드는 60~70대 부모님의 건강검진은 젊은 층과는 결이 달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샘병원 제공
가정의 달을 맞아 온 가족이 모였는데 부모님 건강 상태가 작년과 확연히 다르다. 건강검진을 선물하려니 나이, 성별, 기저질환에 따라 챙기고 추가할 검사가 달라 고민이다. 국가건강검진은 전반적 건강 상태 확인과 만성 질환 조기 발견에 목적을 두고 항목을 구성한다. 부산 이샘병원 가정의학과 조민지 원장은 “이를 기본으로 활용하고 연령별 특성과 위험 인자를 고려해 필요한 검진 항목을 추가로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60대 경동맥·심장, 70대 폐기능
조 원장은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는 60대는 앞으로 남은 긴 시간의 활기찬 노후를 맞이하는 시기이면서 동시에 신체 기능 저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기”라며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혈관 건강을 살피는 검사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경동맥 초음파’는 뇌로 향하는 혈관의 협착 정도와 혈전 유무를 확인한다. 평소보다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생겼다면 ‘심장 초음파’나 ‘관상동맥 CT’를 통해 심장 근육과 혈관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협심증이나 심부전 같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노령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드는 70대는 만성질환 합병증 여부를 정기적으로 살펴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자는 현재 치료가 적절한지, 신장이나 간기능은 괜찮은지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70대 이상에 필요한 것은 신체 기능 평가와 정신건강 검사이다. ‘골밀도 검사’ ‘폐기능 검사’와 ‘노인 신체 기능 평가’로 골절 위험과 근력·호흡기 건강을 확인하면 도움이 된다. 감염병에 취약한 시기인 만큼 대상포진이나 폐렴구균 같은 예방접종을 맞는 것도 좋다.
만 66세 이상부터는 2년마다 치매 선별을 위한 ‘인지기능 장애 검사’를 실시한다. 조 원장은 “인지 저하가 의심될 경우 정밀 검사와 치료를 받도록 연결하는 첫 단추가 된다”라며 “조기에 치매를 발견하면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교정으로 인지 기능의 저하 속도를 늦춰 품위있는 노년을 오래 지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남녀 모두 폐암·골밀도 검사
유방암은 여성 암 중 발생률 1위이다. 자가 검진과 정기적 ‘유방촬영 검사’가 기본이다. 한국 여성에 흔한 치밀 유방인 경우 유방촬영술 만으로는 종양 발견이 어려울 수 있어 ‘유방 초음파’를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완경 이후에는 부인과 질환이 생겨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자궁경부암 검사’와 자궁 내막·난소 이상을 확인하는 ‘자궁 초음파’를 추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완경 이후에는 골밀도가 빠르게 감소한다. 60대 이후 여성은 골절 위험이 높아지므로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가 필요하다. 국내 여성 폐암 환자의 90% 정도는 비흡연자이다. 조 원장은 “직계 가족 중에 폐암 환자가 있거나 환기가 잘 안되는 환경에서 장시간 요리를 했거나 직업적으로 분진에 노출된 경우라면 비흡연자라도 ‘저선량 폐 CT’를 촬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라고 전했다.
60대 이후 남성은 배뇨 불편감이 흔한 고민이다. 전립선암도 고령화·서구식 식단의 영향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암 중 하나이다. ‘전립선특이항원 검사’와 ‘전립선 초음파’로 전립선 상태를 확인한다. 이유 없는 무력감이나 근력 저하가 고민이라면 ‘남성 호르몬 수치 검사’를 할 수 있다. 골밀도 감소는 50대 이상 남성에서도 시작된다.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 음주·흡연을 즐긴다면 ‘골밀도 검사’로 낙상과 골절 위험에 대비한다.
■고혈압·당뇨 환자는 심뇌혈관 점검
조 원장은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에게는 혈관 손상을 유발하는 질환 특성상 심뇌혈관 중심의 검사를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경동맥 초음파’와 심장 근육의 상태와 혈관 석회화를 파악하는 ‘심장 초음파’ ‘관상동맥 CT’는 뇌졸중·협심증 같은 치명적 합병증을 예방하는 핵심 지표가 된다. 조 원장은 “당뇨 환자의 경우 통증 없이 심혈관 질환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니 혈관 내부 상태를 직접 들여다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몸속 미세혈관의 건강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안저 검사’도 필요하다. 눈의 망막 혈관을 직접 관찰해 당뇨망막병증이나 고혈압성 망막병증 유무를 확인하고 전신의 미세혈관 손상 정도를 파악하는 척도가 된다. 실명의 주요 원인인 녹내장 발견에도 도움이 된다.
60대는 암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시기다. 국가 6대 암(위, 대장, 간, 폐, 유방, 자궁경부) 검진을 기본으로 하되 가족력이나 위험요인이 있을 경우 해당 질환에 대한 검사를 추가하는 것이 좋다.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정기적으로 받고, 여성은 ‘유방촬영술’ 병행, 흡연력이 있는 경우 ‘저선량 폐 CT’로 일반 엑스레이 촬영으로는 찾기 힘든 미세 병변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다.
70대 이후의 암 검진은 환자의 전신 상태와 삶의 질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의 건강상태와 기대 수명을 고려해 필요한 검사를 선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조 원장은 “침습적 내시경 검사가 부담스러운 고령자라면 불편한 증상이 있는 부위의 영상 검사나 혈액 검사로 이상 소견을 파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6070 건강검진에서는 정신건강도 세밀히 살펴야 한다. 국가검진에 포함된 ‘우울증 선별 검사’ 문항에 성실히 답하는 것만으로도 현재의 심리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특별한 원인 없이 체중이 감소하거나 이상이 없는데 만성 통증을 호소한다면 심리적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 우울증은 집중력과 판단력을 흐리게 해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만든다. 인지기능이 저하됐다면 반드시 우울증 선별 검사를 병행해 진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건강검진 이후가 중요
조 원장은 “건강검진의 진정한 가치는 검진이 끝난 뒤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질병을 발견했다면 치료를 시작하고 다행히 큰 문제가 없다면 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골감소증 판정을 받았다면 근력 운동과 칼슘·비타민D 섭취를 늘린다. 혈당이나 혈압이 경계치에 해당한다면 식단 관리와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조 원장은 “검진 결과를 주치의와 상담하고, 좋은 습관을 만들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부모님이 건강을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 확실한 열쇠가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