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흑백요리사'에서 리더십을 읽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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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문화부 차장

드디어 오늘 우승자가 결정된다. 최근 애착을 갖고 시청하고 있는 넷플릿스 시리즈 ‘흑백요리사2’ 이야기다. 평소 집에서 음식 하는 걸 재미있어 하는 편인데다,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가 먹어보는 게 취미인 덕분에 보는 내내 흥미진진하다. 1년 3개월여 만에 다시 돌아온 ‘셰프들의 계절’이 반가울 정도다.

이번에도 출연한 셰프들은 각자의 개성을 부각하며 큰 인기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화제가 된 한식조리기능장 임성근 셰프는 직설적인 화법과 거침없는 조리 방식,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으로 눈길을 끌었다. 초반엔 그의 언행이 허세로 그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났는데, 근거 있는 실력을 보여주며 열광적인 반응을 쌓아가고 있다. 임 셰프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하루 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니 ‘거짓말 조금 보태’ 그야말로 ‘끝’났다.

양식과 한식,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2곳을 운영하고 있는 손종원 셰프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매너와 섬세하면서도 여유 있는 태도로 ‘느좋남’이라는 별명이 붙여졌고, 시즌 1에 이어 다시 등장한 ‘재도전의 아이콘’ 최강록 셰프는 신중하면서도 다소 어눌한 말투와 경연에 강한 전략적 시도를 성공시키며 응원을 받고 있다. 음식을 만들면서 수행한다는 선재스님 또한 승패 대신 재료와 조리 과정에 집중하는 태도, 차분한 손놀림을 보여주며 존경심을 자아냈다. 흑수저 요리사 중에서 가장 파이팅 넘치는 ‘요리 괴물’ 셰프는 남다른 열정과 독특하고 차별화된 재료 선정, 발군의 요리 실력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경연의 재미를 넘어 리더십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제한된 시간과 부족한 재료, 갑자기 바뀌는 룰 속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요리 경연장은 흡사 조직의 축소판 같았다. 극한의 압박 속에서 어떤 이는 날카로워지지만 또다른 이는 성숙한 태도와 내공을 발휘하며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실력도 인상적이었지만, 결국 그들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팀의 분위기와 경연의 결과를 바꿔냈다는 점이 오래 남았다.

특히 전설적인 중식 대가 후덕죽 셰프는 팀전에서 리더가 아닌 조직원이 되었지만 권위를 앞세우지 않았다. 리더를 자처하는 후배들에게 흔쾌히 기회를 내어주고 큰 흐름에 자신을 맞췄다. “잘하네”라고 격려하고, “편하게 재미있게 하자”는 멘트로 팀이 과업을 달성하는 데 불필요한 긴장을 완화시켰다. ‘무한 요리 지옥’ 미션에서는 당근 딤섬, 당근 짜장면을 내놓으며 위기에서 더 빛나는 문제해결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프렌치 요리 1세대 박효남 셰프는 또 어떤가. 흑백 1대1 경연에서 자신과 겨루는 후배 셰프의 우승을 진심으로 응원했고, 또다른 후배에게는 “너 잘 살았다”고 격려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일상적인 칭찬이 아니라, 상대의 시간과 노력,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존중으로 정리해주는 태도였다. 조직에서 리더는 성과에는 피드백을 하지만 과정이나 사람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그런 상황은 조직원을 더 열심히 달리게 하지 못한다.

‘흑백요리사’는 리더에게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걸 말해주었다. 긴장을 낮추고 해법을 만들고 먼저 나아가고 인정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 리더는 결국 조직의 결과물을 다르게 할 수 있다. 책임질 수 있는 일에 나서고 결과로 자신의 자리를 증명하는 ‘꼰대’가 아닌 ‘어른’다운 리더가 늘어나길 바란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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