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의 정가 뒷담화] 윤 전 대통령과 장 대표의 사과
정치부 기자
“과연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서 사과를 했는지 국민은 어리둥절할 것 같습니다.”
2024년 11월 당시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던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갖고 김건희 여사 등을 둘러싼 스캔들, 총선 패배, 정책 실패 등에 사과했으나 〈부산일보〉 기자로부터 돌아온 답이다.
지난 7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며 12·3 비상계엄 1년을 훌쩍 넘긴 시간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뒤늦게라도 큰 결단을 내린 점에 대해서는 높게 사지만 지금으로부터 14개월 전 윤 전 대통령이 오버랩되는 것은 기자의 기분 탓일까.
그동안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결단(?)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난해 10월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은) 힘든 상황에서도 성경 말씀과 기도로 단단히 무장하고 계셨다”며 “우리도 하나로 뭉쳐 싸우자”고 강조했다. 또한 비상계엄 1년을 맞은 지난달 3일에는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고 당위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처럼 비상계엄에 대한 확고한 자신만의 신념을 드러내 온 장 대표였기에 그가 쇄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을 때 국민의힘을 응원하는, 대한민국의 보수를 지지하는 많은 이들은 ‘정치인 장동혁’의 결단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이날 장 대표의 사과는 2024년 12월 3일, 그 날에 그쳤다. 계엄 자체에 대한 사과만 있었을 뿐 수많은 지지자들과 국민을 실망시켰던 ‘정치인 장동혁’과 ‘국민의힘 당대표’, 본인의 과오와 관련한 말은 없었다.
2024년 총선에서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입법 권력을 손에 쥔 더불어민주당은 2025년 대선까지 승리하며 행정 권력까지 소유하게 됐다. 이제는 오는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지방 권력까지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김병기, 강선우 의원의 논란에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굳건하기만 하며, 여당의 각종 헛발질에도 ‘여당 견제론’보다는 ‘정부 안정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는 국민의힘 역할이 톡톡했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중론이다. 이는 일반 국민들은 물론 국민의힘에서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주장으로 보인다. 장 대표의 사과 자체를 평가절하하고 싶지 않다. 다만 국민의힘이 다시 건강한 정당으로 태어나기 위해 본 기자는 지금으로부터 1년 2개월 전 당시 〈부산일보〉가 윤 대통령에게 했던 질문을 이번엔 장 대표에게 하고자 한다. “과연 장 대표가 무엇에 대해서 사과를 했는지 국민은 어리둥절할 것 같습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