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이 외국인 유학생을 동반자로 맞이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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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지수 부산대 국제처 부처장

옥지수 부산대 국제처 부처장 옥지수 부산대 국제처 부처장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대한민국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 해답 중 하나로 주목받는 것이 외국인 유학생을 지역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맞이하는 정주 유도 정책이다. 지역을 살리는 인재, 함께 살아갈 이웃으로서 맞이하겠다는 뜻이다. 부산시는 ‘스터디 부산 30K(Study Busan 30K)’라는 비전 아래 2028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3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부산대학교는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를 기반으로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우수한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학업과 생활을 성공적으로 이어가며 지역 발전의 든든한 동반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생활, 진로, 문화적 통합을 포괄하는 실질적 정주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이 부산으로, 부산대로 오는 것만으로 정주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정주는 경험에서 비롯되고, 그 경험은 사람 간의 태도와 관계 속에서 쌓인다.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필요한 것은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사회의 자세와 포용이다.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개념이 바로 ‘암묵적 차별’이다. 이는 의도적인 배척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배제나 미묘한 신호로 나타나는 차별을 뜻한다. 예를 들어 토론에서 발언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거나, 대화 중 눈맞춤이 적고 사무적 응대만 이어질 때,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당사자에게는 배제의 신호로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차별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멤피스대학교 크리스틴 P 존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암묵적 차별의 경험은 노골적인 차별보다 더 깊은 악영향을 미친다. 노골적인 차별은 가해자의 의도가 분명해 상대의 잘못임을 인식할 수 있지만, 암묵적 차별은 그렇지 않다. 은연중에 무시나 배제를 암시하는 태도를 마주하면, 사람은 그것이 차별인지 아니면 자신이 부족해서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인지 끝없이 의심하게 된다. 미국 라이스대학교 미키 헤블 교수는 이러한 모호한 차별이 인지적 스트레스를 유발해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학업과 성장에 써야 할 인지 자원이 차별의 의미를 해석하고 감내하는 데 낭비되는 셈이다.

즉, 암묵적 차별은 단순히 불쾌함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지속 가능한 구성원으로 맞이하는 역량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위험 요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식 개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 라이스대학교 이든 킹 교수는 차별 완화를 위해 구체적 행동 변화가 필요하며, 타인의 경험을 능동적으로 상상하는 공감 기반 접근과 차이를 인정하는 접근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조직 차원에서는 다양성 친화 목표를 설정해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노력과 함께 변화는 결국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시작된다. 대학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먼저 말을 거는 동료, 어색한 한국어를 주의 깊게 들어주는 교수,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려는 조교의 태도 등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유학생에게 정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다. 이런 사소한 배려는 단순한 친절을 넘어, 낯선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이곳의 구성원이라 느끼게 하는 힘이 된다. 누군가의 미소, 따뜻한 인사, 짧은 대화의 순간들이 쌓여 낯선 곳을 머무는 곳이 아니라 살아가는 곳으로 바꾼다.

우리는 이제 외국인을 정책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갈 사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캠퍼스에서, 지역에서, 그리고 사회 전반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같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공동체, 내 삶에 의미를 주는 사람들, 그리고 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외국인 유학생이 그런 미래를 부산에서, 대한민국에서 그릴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여는 일,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정주 유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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