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보전금 미끼 보이스피싱 기승… 소상공인 두 번 운다
손실보전금 지급 등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면서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지원에 목마른 소상공인들의 심리를 악용한 범죄인데, 문자가 안내하는 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링크에 접속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금융사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지원에 목마른 사업자 심리 악용
링크 클릭하면 금융정보 등 유출
전년 ‘신고 후 차단’ 2만 건 육박
정규 번호·웹 링크 여부 파악 필요
지난 13일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확인지급이 시작되면서 ‘손실보전금 지급 대상에 선정됐다’는 내용의 문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되고 있다. 이들은 링크 접속이나 상담원 연결 등을 직간접적으로 유도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정 모(62) 씨는 “최근 ‘소상공인 손실보상 소급적용’이라는 문구를 보고 전화를 걸었더니 상담원이 주민등록번호와 계좌 번호를 물어봤다”며 “이상한 낌새를 느껴 곧바로 전화를 끊었지만 절박한 마음에 순간적으로 잘못 판단했다면 범죄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손실보전금 지급에서 제외 통보를 받은 소상공인들은 이 같은 문자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는다. 아동용품 매장을 운영하는 허현정(47) 씨는 “손실보전금 지급에서 제외되어 가뜩이나 허탈한 상태에서 이런 문자까지 받으니 기분이 나빴다”며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사업 경험이 부족하거나 나이가 많아 보이스피싱에 취약한 경우 충분히 속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에 따르면 △손실보전금 신속지급 시작(지난달 30일) △손실보상 선지급 접수(지난 9일) △손실보전금 확인지급(지난 13일) 등 손실지원 일정과 관련된 날짜를 전후로 특히 많은 문자가 발송된다. 문자에는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의 이름이 등장하고 손실보전금, 손실보상금, 소상공인정책자금 등 실제로 소상공인이 지원받는 정책 명칭이 쓰여 공식적으로 발송된 문자인 듯한 인상을 준다.
경찰에 따르면 사기 문자에 포함된 링크를 클릭하면 악성 앱이 설치되면서 스마트폰에 저장된 금융정보 등이 유출될 수 있다. 전화를 걸면 상담사가 지원금 신청을 빌미로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를 요구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손실지원이 시작된 이후 스미싱 신고 사례는 크게 늘고 있다. 공공기관 사칭 스미싱 문자를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해 차단한 건수는 지난해 1만 6513건이다. 이는 2020년 1만 2208건에 비해 35% 이상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엔 36건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공공기관에서 보낸 것처럼 문자 내용을 꾸미고, 악성 앱이 설치되는 링크에 접속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 손실보전금과 손실보상제도와 관련된 문자는 각각 ‘1533-0100’ ‘1533-3300’ 번호로만 발송된다. 또한 본문에는 웹 링크도 포함되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소상공인 손실보상이나 손실보전금 지급 등이 개시되면서 이와 관련된 사기 문자와 전화도 증가하고 있다”며 “관계 부처와 함께 사기 문자나 전화에 활용된 번호는 이용을 중지시키고, 문자 발송자와 업체에 대해서는 단속이 강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