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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산은 이전 지연' 네 탓… 조속한 국회 처리가 답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산은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발생하고 있는 일인데도 정작 여야는 국감에서도 네 탓 공방만 벌이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여야 간 기싸움이 전개됐다. 여당의 공세에 야당이 이슈화를 회피하는 양상이었지만 결국은 산은법 개정안 처리 지연이 상대방 탓이라는 주장이었다. 16일 치러지는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산은 부산 이전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며 고발전으로 이어졌다. 국회에서 법만 처리하면 될 일인데 정치 공방만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산 시민은 답답하다. 정무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산은 본점 지방 이전을 위한 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했던 야당 의원 리스트를 공개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산은 지방 이전은 2017년 대선 당시 양당 모두의 공약이었고 21·22대 국회에서 7건이나 법안이 발의됐으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80여 명의 의원이 법안 발의에 참여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중 많은 이가 22대 국회에 진입했는데 이제 와서 반대하거나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야당 의원들을 직격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산은 부산 이전을 강하게 반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설득이 우선이라는 식으로 책임을 여당에 떠넘겼다. 국감장에서도 서로 책임이라는 주장을 이어간 것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산은 이슈화에 적극적인 반면 민주당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등 온도 차는 있다. 오세훈 시장이 ‘산은은 서울에 계속 존치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산은 부산 이전은 김민석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 위주로 반대 기조를 고수해 국회 법 개정이 벽에 봉착한 게 맞다.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산은 부산 이전을 강조해 온 것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미온적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산은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야당 의원은 없다’는 말이 쟁점이 되고 있는데 그 말이 사실이면 산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게 당연하다. 부산이 추진 중인 글로벌 허브도시 도약의 핵심이 물류와 금융이다. 부산이 국제금융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이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서울 중심의 수도권에 대응하는 남부경제권의 중심으로 부산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산은 부산 이전이 단순히 지역에 떡 하나 더 주는 차원의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산은 경쟁력이나 노조 반발 운운하는 것은 균형발전의 대의에 역행하는 것이다. 산은 용역보고서를 통해서도 부산 이전의 타당성은 이미 검증됐다. 국회도 이 같은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국감을 계기로 산은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다.
[사설] 의사 참석 의료개혁 토론회, 의정 갈등 푸는 계기 돼야
의대 교수들과 정부 관계자가 10일 의료개혁 방향을 놓고 토론회를 가졌으나 안타깝게도 입장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의정이 공개 토론회로 마주 앉은 것은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의정 갈등이 어느덧 8개월을 넘기면서 국민 불안과 불편이 임계점에 봉착한 상황인데, 이날 토론회는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일정 정도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양쪽이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긴 했지만 간극이 점차 좁혀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자리를 계기로 의정 양쪽이 본격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 수습은 더 불가능해진다. 이날 토론회에서 다룬 의제는 의료계 측에서 제안한 ‘의료체계 구축 방안’ 및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과 ‘정책 결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그리고 대통령실이 제안한 ‘2000명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이다. 예상한 대로 장기 갈등에 빠진 의정 대립을 해소할 만한 현실적인 접근이나 해법은 없었다.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입장, 1차 의료 강화를 통한 환자 중심 의료체계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료계 주장이 반복됐다. 의제 전체를 다루면서 충분한 논의를 하기에는 시간적 한계도 있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토론회에 대해 비판을 제기했는데, 갈등 해소의 길이 그만큼 험난하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토론회 등 의료개혁을 위한 소통 방안을 꾸준히 제시하고 있는 점은 일단 고무적이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제안,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추진 등 일련의 조처들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의료계가 여전히 불신을 걷어내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의료정책이 치밀하고 섬세하지 못한 탓이 크다. 엊그제 불거진 ‘의대 5년제’ 철회 소동만 해도 그렇다. 의대 학생들의 수업 복귀와 의료인력 수급 정상화 대안으로 내놓은 설익은 정책을 불과 이틀 만에 스스로 뒤집으면서 혼선을 빚었다. 정부가 의료계를 설득하려면 흔들림 없는 신뢰를 보여주는 게 먼저다. 그렇다고 해도 의대 증원 철회라는 일방적 주장만 내세우며 등을 돌린 의료계의 무책임이 용납되는 건 아니다. 정부가 2026년 정원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밝힌 만큼 의료계가 2025년 증원 철회 주장에서 벗어난다면 합의점 도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의료계는 정부와 정치권이 내미는 손길을 뿌리치는 대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지금은 의료 갈등을 매듭지을 계기를 마련하느냐 내년으로 넘어가느냐 하는 분기점이 될 만한 엄중한 시기다. 이번 토론회가 결실을 내진 못했지만 대화의 물꼬가 됐으면 한다. 대화가 늦어질수록 의료 사태는 수습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뿐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설] 금정구 보선·국감 이슈 ‘침례병원 공공화’ 꼭 성사돼야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은 물론이고 여야 지도부까지 가세해 지역 숙원 사업인 ‘침례병원 공공화’를 약속하면서 어느 때보다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8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부산 침례병원의 보험자병원 지정·설립을 위해 올해 안으로 해당 안건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상정하겠다고 해 침례병원 공공화에 힘이 실린다. 그간 보건부는 부산 보험자병원 설립에 유보적인 입장을 지켜 왔으나 주무 장관이 이와 관련 ‘연내 논의’ 등 상정 시점을 공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침례병원 공공화는 2017년 파산한 이 병원을 국가가 운영하는 지역 거점 병원인 보험자병원으로 탈바꿈하는 계획이다. 보험자병원 설립을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건정심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침례병원 공공화 안건이 보건복지부 건정심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현재는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재논의를 결정했으나 의정 갈등 여파로 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조 장관은 이번 국감에서 “부산시와 남은 쟁점을 신속히 협의해 연내 건정심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시민들과 금정구민의 관심이 조 장관에게 쏠리는 이유기도 하다. 조 장관은 반드시 약속을 지킬 일이다. 침례병원 공공화 사업은 부산시와 금정구의 핵심 숙원 사업이다. 그런데도 이 사업은 그동안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에 이번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유세에서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침례병원 공공화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민심 확장에 집중하고 있어 부산 시민과 금정구민의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 뒤에는 우려도 존재한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이 지역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다가 선거가 끝나면 그 관심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신뢰를 잃지 않으려면 정부와 협력해 침례병원을 보험자병원으로 지정하는 데 힘을 제대로 보태주어야 한다. 이번이야말로 이를 확실히 추진할 적기다. 침례병원 공공화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함께 지역의 주요 관심 사항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부산 시민들의 오랜 희망고문이 돼 왔다. 이제는 공공화가 이루어져 더 이상 희망고문이 되지 않길 바란다. 이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 의료 정책 공약이기도 하다. 이에 보건부는 부산시와 협력해 침례병원 공공화를 반드시 실현해 주기를 기대한다. 이는 공공의료 강화와 확충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또한 시와 보건부는 재원 확보 방안 마련 등 심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도 갖춰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에 대해 공히 책임감을 느끼고 이 사업을 꼭 이루어 주길 부탁한다. 더 이상 ‘타는 목마름’이 되어선 안 된다.
맥주와 정치
서양에서는 맥주가 종종 정치적 성향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맥주는 와인이나 위스키와 달리 일종의 연대감을 형성하는 음료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2023년 미국의 맥주 버드라이트 제조회사는 한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에게 맥주를 협찬한 게 논란이 됐다. 이를 알게 된 미국 내 보수 성향 정치인들과 인플루언서들이 강한 반감을 표하며 버드라이트를 보이콧했다. 이들은 성소수자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들이 즐겨 마시던 맥주에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그 결과 버드라이트의 매출과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 사건은 맥주가 단순한 음료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맥주는 때때로 정당 이름으로도 등장하는데, 유럽에서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맥주당’이 존재해 왔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맥주당이 1990년대 소련 공산주의가 몰락한 시기에 창당했다는 것이다. 그 시작은 1990년 12월 창당한 폴란드 맥주애호가당이다. 이듬해 총선에서 16석을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총선에서 의석을 얻지 못하고 사라졌다. 비슷한 시기에 체코,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노르웨이 등에서 맥주를 내건 정당이 등장한다. 이들 정당은 불안정한 민주주의와 기성 정당에 대한 대안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정치적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었다.이후에는 2014년 창당한 오스트리아의 맥주당이 주목받았다. 2022년 10월 치러진 대선에서 득표율 3위에 오른 30대 젊은 청년 도미닉 블라즈니가 속한 당이 오스트리아 맥주당이기 때문이다. 이 당은 정치 무력증에 빠진 기존 유권자를 선거로 불러 모으는 계기를 만들었다.최근 러시아에서는 1990년대 잠깐 활동했다가 사라졌던 맥주애호가당이 다시 등장했다.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지난 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맥주애호가당 재창당 총회가 열렸다. 부활한 이 정당은 현 정부에 진보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단 포부도 밝혔다. 앞서 이 당은 1994년 러시아 법무부에 등록돼 1998년까지 존재했지만,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러한 흐름에서 보면, 이 당이 향후 선거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오늘날 맥주는 대중에게 정치적 낭만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술 소비량이 많은 우리나라에도 맥주당이 생긴다면 어떤 정치를 보여줄지 사뭇 궁금하다. 어쩌면 맥주당보다는 소주당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답답한 속을 푸는 데는 소주가 제격이다. 국내 정치를 바라보면 속이 터질 지경이니 말이다.
논설실장
강병균
논설위원
이병철
곽명섭
강윤경
김승일
김건수
임광명
정달식
[이호진의 디지털 광장] 모바일 혁명과 문해력
중식 제공-짜장면 줘요? 족보-족발 보쌈 세트. 시발점-욕하세요? 우천 시 장소 변경-우천이 어디 있는 도시죠? 마치 개그 대본 같은 이 말들은 일부러 웃기려고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최근 전국 교사 58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교원 인식 조사’ 결과에 나온 사례들입니다. 이 조사에서 교사들은 학생 90% 이상의 문해력이 낮아진 상태라고 답했습니다. ‘교육이 문제다’, ‘스마트폰 중독 때문이다’ 등 말들이 많지만, 학생만의 일이 아닙니다. 인크루트가 지난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909명을 대상으로 ‘현대인의 문해력이 어떻게 변했냐’고 질문한 결과 약 90%가 낮아졌다고 답했습니다. 세대를 가릴 것 없이 현대 한국인의 문해력이 저하되는 이 현상은 글로벌 한국어 열풍이라는 또 다른 현실과 겹쳐 보면 묘한 위기감이 듭니다. 온라인 언어 플랫폼 프레플리 조사 결과 세계적으로 한국어 강좌 수강생이 지난 1년간 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언어 수강생의 연평균 성장률 9%보다 5배 이상 높습니다. 특히 유럽권 국가의 수강생이 68% 늘어 한국어에 대한 가장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한국의 노래와 영화, 드라마가 글로벌 인기를 끄는 덕분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급증하는데, 정작 한국 내에서는 글 맥락과 단어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현상은 왜 빚어질까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단서를 찾아봅니다. 스마트폰과 함께 모바일 혁명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이 곧 돈이 되는 ‘주목 경제’ 시대가 시작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영상물 공유 등의 분야에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들 플랫폼 기업은 최대한 많은 이용자를 최대한 오래 자신의 플랫폼 안에 머물게 함으로써 이윤을 챙깁니다. 앱 분석 서비스업체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한국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까지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1위였습니다. 유튜브의 이런 강세는 읽는 문화에서 보는 문화로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는 검색 시장에서도 절대 강자 네이버를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 중에서도 10~30초 길이의 짧은 동영상인 쇼츠가 시청 시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 초 한 조사에서 한국인의 월간 유튜브 시청 시간은 5년 전인 2019년 21시간에서 배 가까이 늘어난 40시간으로 조사됐습니다. 2021년 7월 쇼츠 출시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유튜브는 기존 영상보다 짧은 쇼츠 시청 횟수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수익을 올리도록 수익 배분 구조를 짰고, 긴 영상보다 쇼츠를 여러 개 올리는 것이 시선을 끌기에도 좋고 수익에도 유리했습니다. 이런 숏폼 영상의 인기는 인스타그램이 국내 MAU 13위라는 실적에서도 확인됩니다. 자체 숏폼인 릴스를 통해 사용자를 크게 늘리며 그 많은 SNS 플랫폼 중 가장 많은 MAU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더 많은 크리에이터가 더 다양한 숏폼 영상을 만들어 공유함으로써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순환 고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지난해부터는 더 쉽게 숏폼 콘텐츠를 만들도록 도와주는 인공지능(AI) 도구 등장으로 날개를 달았습니다. 대본, 사진, 영상 모두를 AI에 의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작뿐 아니라 유통 과정에도 AI가 이용자 취향을 분석해 좋아할 만한 영상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작동합니다. 이 알고리즘의 장벽은 내 관심 바깥의 세상을 탐색할 기회를 차단합니다. 다른 계층·세대·성별 간 소통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이런 소통 단절은 문해력 저하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다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말이 통하는 사람들끼리만 대화하는 것이 훨씬 편해집니다. 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엄청난 편리를 제공했지만, 그만큼 행복해진 것은 아니듯 ‘모바일 혁명’ 이후 우리 사회의 소통이 더 잘 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기술에는 언제나 이해(利害)가 공존합니다. 쓰기 나름입니다.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유튜브가 새로운 배움과 교류의 장이 되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알고리즘 장벽에 갇히지 않고 때때로 내 관심 밖 다른 세상도 둘러보며 이해의 폭을 넓혀갈 필요가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의 블로그나 서적을 찾아 읽는 것도 도움이 될 테지요. 읽기 귀찮은 긴 글을 찾아 읽는 불편을 기꺼이 감수할 때 소통의 장벽도 허물어지지 않을까요. 마침, 책 읽기 좋은 가을 아닙니까.
[안준영의 집피지기] 부동산 디커플링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특별공급에 1만 6000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렸다. 평(3.3㎡)당 분양가가 6530만 원이었지만, 경쟁률은 474.4 대 1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세 자릿수 청약 경쟁률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로또 청약’이라고 불리는 수도권 일부 단지의 무순위 잔여세대 청약에는 수십만~수백만 대 1이라는 비정상적인 수치가 찍히기도 한다. 이달 초 분양한 부산 수영구 광안동 ‘드파인 광안’의 1순위 경쟁률은 13.1 대 1이었다. 두 자릿수를 겨우 넘긴 경쟁률이지만 올해 부산에서 분양한 단지 가운데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이보다 앞서 부산에서 분양한 여러 아파트는 경쟁률이 1 대 1조차 넘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제2의 도시라기에는 너무 초라한 성적표다. 미분양 실태를 들여다보면 수도권과 지방의 온도 차는 더욱 극명해진다. 8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의 80% 이상이 지방에 몰려 있다. 특히 ‘악성 미분양’은 지방에서 도드라진다. 지난 8월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573세대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과거에는 서울에서 시작한 부동산 훈풍이 인천, 경기도를 거쳐 주요 광역시로 뻗어나가는 형세였다. 하지만 최근의 부동산 불장 또는 상승 전환은 수도권 위주로 국지적으로 나타나고 지역 내에서도 양극화된 모습으로 형성된다.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이대로 두고만 봐서는 안된다. 부동산 시장의 격차는 그렇지 않아도 좁히기 어려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서울에 살지 않는 타 지역 거주자가 서울 아파트를 매수하는 ‘상경 투자’는 이미 급증했다. 지금도 공고한 수도권 일극체제를 강화하고 지방 소멸이라는 정해진 미래로 성큼 다가서는 지름길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부의 시선이 서울과 수도권에만 꽂혀있다는 데 있다. 서울 강남 3구 등 일부 상급지의 집값이 널뛰기하자 이를 잡겠다고, DSR 2단계 규제 시행 등 대출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전 국민이 은행 대출창구만 바라보며 고통을 감내하는 실정이다. 벼랑 끝에 선 지방 건설·부동산 경기를 생각해서라도 지역별로 금리를 차별화하는 등 ‘핀셋 대책’이 필요하다. 한시적으로라도 세제 완화를 시행하는 등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 스톱’ 수준인 지방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원활히 돌아가도록 밀어주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때다.
[김정화의 크로노토프] 창의성은 관객을 부른다
어느 나라든 음악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써 사용되었으며,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며 변화했다. 음악은 인간의 본연이다. 최초의 한자 사전으로 꼽히는 〈설문해자〉에서 ‘음은 소리인데 마음에서 생겨난다’고 했다. 그 음을 조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음악이다. 그래서 전쟁과 같은 인간성 말살의 시기에도, 노예로 끌려갔던 비참한 시기에도 사람들은 음악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시기를 견뎌내며 인간의 삶과 고뇌를 음악에 담았고, 인간의 사고를 더 풍요롭게 하며 삶의 본질을 더 아름답게 만들었다. 음악은 문화와 마찬가지로 물 흐르듯이 흘러 다닌다. K클래식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스타 연주자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피케팅’(피를 튀기는 티케팅)을 한다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예매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몇몇 인기 있는 공연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객석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이 시대 살아있는 베토벤 피아노 음악의 대가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와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의 부산 공연(6월 29일)도 객석의 반을 조금 넘긴 정도였으니 말이다. 2026년 부산 오페라하우스 개관 예정 클래식 분야는 전용 극장의 역할 막중 숨은 인재들 모아 획기적 공연 준비를 클래식 음악은 음반을 사용해서 듣던 시기를 넘어, 소셜미디어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마음만 먹으면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공연장에서 직접 감상하는 클래식 음악은 여전히 고급 취향의 대명사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서 가장 많이 즐기는 문화생활 장르는 영화로 52.4%였고 서양 음악(클래식)은 1.9%에 그쳤다. 클래식 음악 티켓 판매액 비중은 서울이 73.7%, 대구 6.8%, 부산 6.5%, 인천 5.1%, 대전 2.8%, 울산 1.2%였다. 음악 소비도 어김없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관객은 여전히 소수이지만 지역 클래식 전용 극장들의 개관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2016년에 시작된 ‘부산오페라위크’는 부산 지역의 오페라 축제다. 2026년 예정된 부산 오페라하우스 개관에 앞서 시민들에게 오페라의 매력을 알리려고 만들었다. 2022년부터 오페라 자체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부산오페라시즌’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했다. 부산시는 오페라 전문 관련 청년 일자리와 무대 경험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취지로 매년 오디션을 통해 ‘오페라시즌 오케스트라·합창단’을 공모했다. ‘2024 부산오페라시즌’에서는 오페라 ‘나비부인’과 ‘라보엠’을 무대에 올렸다. 여느 해보다 깊어진 관심으로 극장이 가득 찼다. 특히 금정문화회관의 ‘라보엠’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출이 돋보였다. 작품의 내용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위트 넘치는 자막과 가수들의 적절한 연기도 재미를 더했다. 게다가 경성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학생 26명이 합창단 의상을 만드는 협업은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방법 모색과 오페라 관심의 증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시도라 돋보였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날 공연에서 ‘2024 부산오페라시즌 합창단’은 첫 공연 때보다 훨씬 자유롭고 편안하게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0세기의 가장 상징적인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 오페라는 미국 현대음악 작곡가 필립 글래스의 ‘해변의 아인슈타인’이다. 1976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초연 당시 전통의 규칙을 벗어던진 새로운 구성과 로버트 윌슨의 혁신적 연출이 화제였다. 이후에 국제 투어를 위해 재구성되었고, 2012년 프랑스 몽펠리에의 르 코룸 오페라 베를리오즈 극장에서 시작해 2015년 한국의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마무리되었다. 잘 팔리는 공연 상품이 된 것이다. 미술비평가 존 록펠러는 〈뉴욕타임스〉에서 ‘보고 또 보고 음미해야 하는, 평생 소중히 간직해야 할 경험’이라 격찬했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공연 예술도 마찬가지다. 이때 극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공연을 고르는 기획력과 창의력, 즉 상상력이다. 상상력이란 앉은 자리나 직위 때문에 저절로 만들어지거나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끊임없이 공부한 사람의 직접적인 경험으로 예술적 안목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상상력이 더해져야 공연 예술이 살아난다. 상상력은 세상의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그가 말한 진정한 상상력은 튼튼한 지식의 기초를 토대로 나오는 것이다. 단지 상상력만 있다면 그것은 우연한 일과성에 머무르고 만다. 새로 생기는 부산의 클래식 전용 극장에는 안목과 전문성을 겸비하고 상상력 가득한 이들로 채워지길 기대한다.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 하지 않던가. 곳곳에 숨은 고수들은 많다. 창의적인 상상력은 수많은 문화 소비자를 공연장으로 부르는 원동력이다.
[공감] 비틀어질 테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할 때가 있었다. 좋고 싫음의 구분만으로 뭐든 맛보고, 만지고, 느껴보려 했었다. 처음 접해본다는 것만으로도, 그 대수롭지 않은 체험에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했을 때가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이 낯설어 빛났던 유년 시절이다. 낯섦의 이면을 알게 되는 두 번째 시기가 있다. 무턱대고 달려들다 상처받고 위험에 빠지기도 했었다. 자의든 타의든 모든 낯선 것들이 도전으로 덮쳐오고,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했었다. 그런 경험으로 무모함이 뭔지 알게도 되었다. 조금 창피할 뿐인 실패를 세상이 무너지는 실패로 받아들여 미래를 속단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낯섦은 여전히 나를 매혹하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이른바 소년과 청년의 시절이었다. 다음에는 협상의 시기라고 이름 붙이겠다. 낯섦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두려운 영역이 있으며 동시에 엄청난 가능성이 깃들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능성을 얻기 위해선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이중성을 알기에,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낯섦만 즐겼다. 어쩌다 용기를 내어 낯섦에 도전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도전이 반복될수록 낯섦에 치르는 비용은 줄어들었다. 오히려 낯섦의 대가로 빈털터리가 될까 싶어 몸을 사렸다. 대신에 책을 읽거나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취미에 눈을 돌리기도 했다. 가끔은, 가진 걸 포기하고 미지의 공간에 몸을 던지는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심으론 낯섦의 가능성은 랜덤 박스처럼 운이 따라야 한다고 믿는다. 그다음 시기는 잘 모르겠다. 뭔가 다음 단계가 있을 것 같다. 실토하자면, 아무래도 내가 다음 단계에 발을 디딘 것 같다. 일단, 웬만한 것은 다 심드렁하다. 주말에 낄낄거리며 봤던 코미디 프로가 재미없고, 가슴 졸이는 공포 영화를 보고도 주인공은 결국 살아남을 거라며 콧방귀를 뀐다. 세상엔 새로운 것도 특별한 것도 없으며, 결국은 힘의 논리이며, 결국은 원자들의 집합일 뿐이라는 괴상한 논리를 중얼거리기도 한다. 변명하자면, 내 탓만은 아니다. 각종 매체에선 앞다투어 세계 곳곳의 명소와 이색 지역을 소개한다. 전문 정보들이 떠먹여 주듯 넘실거리고, 온갖 극한 직업과 기인, 지구촌 소식과 사건 사고가 눈만 뜨면 보인다. 이런 걸 매일 접하다 보니 가보지 않아도 가본 것 같고 먹어보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한데, 이런 익숙함이 의외로 고약했다. 마치, 의욕, 식욕 다 잃은 무기력증 환자가 된 기분이다. 나도 한때는 오지를 탐험하고, 세상 끝까지 걸어가 그곳의 별을 보고 싶었었다. 이득을 얻고자 함도, 철없는 호승심도 아니었다. 그 순수한 호기심과 욕구는 분명 삶의 열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다음 단계는 낯섦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 시기인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새삼스럽게 낯섦을 찾아다녀야 하나? 찾는다고 해서 그 낯섦을 감당이나 할 수 있을까? 심드렁해서 더 삐딱해진 눈으로 둘러보니 그럴듯한 낯섦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그러니까 늘 보는 것이지만, 거꾸로 돌리거나 비틀어보면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들 말이다. 갯바위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갯바위 바닥 틈에 우글거리는 고둥과 게를 발견하는 것처럼, 길 걷는 사람 뒷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걸을 때마다 보였다 사라지는 신발 바닥 무늬를 보는 것처럼, 눈으로 보고도 미처 몰랐던 광경이 주변에 널려 있었다. 세상을 꼭 정면으로 보라는 법이 있나? 돌려서 보고, 비틀어서 보니 낯선 것이 지천이었다. 까짓것 어디 한번 비틀어서 보자. 어차피, 죽음이라는 최고의 낯섦을 겪기까지 끊임없이 낯섦을 즐겨야 할 운명이 아닌가.
[기고] '게임학 석·박사 과정' 부산에서 시작하자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슈퍼스타들을 모으고 있는 축구와 더불어 국가적으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가 바로 게임 산업이다. e스포츠 월드컵(EWC)와 같은 국제행사를 지난 7~8월 개최했으며, 자국의 새비 게임즈가 6조 4000억 원가량을 들여 미국 모바일 게임사인 ‘스코플리’를 인수하는 등 게임업계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게임 산업의 전통적인 선구자였던 미국과 일본, 유럽은 물론 최근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과 중국 등에 이어 사우디까지 국가적으로 게임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향후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글로벌 게임시장에서의 인적, 물적 경쟁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짐을 의미한다. 특히 게임 산업의 전문가 양성을 통한 인적자원 확보는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인력 양성 측면에서는 발 빠르게 대응하는 편이다. 현재 전국의 대학에 50여 개의 게임 관련 학과가 운영되고 있으며, e-스포츠 관련 특성화고도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산의 경우도 동의대학교 등 4개 학교에서 게임 관련 학과를 운영하며 게임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다만 향후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비한 전문 고급인력 과정의 부재가 아쉽다. 연극이나 영화와 같은 다른 콘텐츠 분야에서는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다수의 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 산업에서 영화나 연극에 비해 그 비중이 적지 않은 게임 콘텐츠에 대한 교육과정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학 학과과정은 전국의 대학에서 고르게 운영되고 있지만, 전문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석·박사 과정으로 눈을 돌리면 전국에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의 학교만이 게임 관련 일반대학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관련 일반대학원을 운영하는 학교도 기존의 공학, 디자인학 등의 학위를 수여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순수 게임학 석·박사 과정은 사실상 아주 적은 편이다. 그렇다면 우리 부산에서 글로벌 게임학 석·박사 과정을 개설해 보는 건 어떨까? 글로벌 디지털 과학 허브도시를 표방하며 세계적인 게임박람회 지스타(G-Star)의 도시로 위상 높은 부산은 글로벌 게임학 전공의 석·박사 과정을 시작할 충분한 명분이 있다. 부산은 인문학, 사회학, 공학, 디자인학 등 다양한 학문의 융복합이 이루어져야 하는 게임학을 소화할 만큼 충분한 대학 교육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다. 센텀 1, 2지구를 비롯해 시 전역에 다양한 첨단산업 시설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부산의 BRENA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e스포츠 경기장이다. 필자는 부산의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산·관·학의 협력을 제안한다. 부산시는 게임펀드 조성과 대형 게임사의 프로젝트 및 지사 유치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현재 부산에도 좋은 게임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지만, 파격적인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글로벌 게임사의 지사를 유치하고, 그들이 진행 중인 글로벌 대형프로젝트 참여 인력들을 부산에서 선발할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산업계는 현장실습, 전문가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협력해 인재 육성과 발굴에 협력하고, 이를 통한 취업 기회를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는 게임 관련 학과의 커리큘럼을 실무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전문 교수인력의 활용을 통해 더욱 전문적인 지식을 학생들에 전달해야 한다. 현장 중심의 교육 없이는 곧바로 실무 투입이 가능한 인재로 키워내기에 한계가 있다. 위의 노력이 실현될 수 있다면 부산의 게임산업 생태계는 극적인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부산의 게임학 석·박사 과정을 통해 배출된 최고의 전문인력들이 게임산업 시장에 투입된다면 부산은 진정한 ‘글로벌 게임허브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저력있는 도시 부산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브루크너 9번, 느리고 깊은 곳으로
올해는 브루크너(Anton Bruckner, 1824~1896)가 태어난 지 꼭 200년 되는 해이다. 탄생 200주년을 맞아 빈 필하모닉은 1월 1일 신년 음악회에서 이례적으로 브루크너의 곡을 연주했고, 2020년부터 시작한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녹음도 마무리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월에 부천 필하모닉이 교향곡 6번을 연주한 것을 시작으로 KBS교향악단, 서울시향, 대구시향, 광주시향 등이 모두 브루크너 교향곡을 레퍼토리에 넣었다. 부산시향도 10월 1일에 홍석원의 지휘로 교향곡 4번을 연주했다. 11월에 내한하는 사이먼 래틀 지휘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도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가지고 온다. 브루크너는 모든 면에서 느리고 늦은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린츠의 성 플로리안 수도원에서 연주했고 인생 중반까지 수도사 같은 삶을 살았다. 그가 빈으로 나와 본격적인 작곡 활동을 한 것은 나이 43세나 되어서였다. 그러나 발표하는 곡마다 혹평이 따랐다. 흔히 음악에는 주제 선율이 있는데, 브루크너의 음악은 뚜렷한 선율 대신 복잡한 음향과 화성의 연속이다. 게다가 길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어렵고 지루하다”라는 것이다. 음악계는 그를 시골뜨기 취급했고, 빈 필하모닉이 연주를 거부한 적도 있다. 그가 청중의 인정을 받은 것은 나이 60세가 넘어 교향곡 7번을 발표할 때쯤이었다. 브루크너는 1896년 10월 11일 72세로 세상을 떠났다. 총 11개의 교향곡을 남겼는데, 앞의 두 곡은 스스로 습작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해서 번호를 매기지 않았고, 번호로는 9번 교향곡까지 작곡했다. 그나마 마지막 곡은 미완성으로 남았다. 작곡 중에 두 가지 말을 남겼다. 하나는 “이 작품은 사랑하는 신에게 바친다(Dem lieben Gott)”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혹시나 내가 마지막 악장을 완성하지 못하면, 3악장 뒤에 나의 ‘테 데움’을 이어 연주하라”라는 것이었다. 마치 이 곡을 완성하지 못할 걸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결국 4악장을 미완성으로 남긴 채 오늘 세상을 떠났다. 신기하게도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인 9번 교향곡과 같은 D단조로 되어 있다. 마지막 교향곡의 3악장 아다지오는 바그너의 오페라를 연상시키는 극적인 상승으로 시작한다. ‘느리고 장중하게(Langsam, feierlich)’라는 지시어처럼, 곡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로 천천히 천천히 흘러간다. 그는 이 악장을 ‘인생에 대한 작별 인사’라고 표현했다. 브루크너를 특별히 사랑하던 카라얀 지휘로 1978년 빈 무지크페라인에서의 영상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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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채, 세계국채지수 편입… 75조대 자금 유입 전망
한국 작가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은 누구
대장암, 폐암 제치고 국내 발생 2위…'화장실 신호' 놓치지 마세요
소설가 한강, 아시아 여성 첫 '노벨 문학상'…한국 작가 최초 수상
남녀 동호인 1200명 ‘부산 최대 규모’ 파크골프대회 15일 티오프
노벨 문학상에 소설가 한강…한국 작가 최초 수상 신기원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0월 10일 목요일(음 9월 8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0월 11일 금요일(음 9월 9일)
부처 미소 같고 그리운 벗 같은 '연보랏빛 개미취 물결'
[BIFF 2024] 배우 정우 “저는 부산의 아들, 고향 팬 응원 덕에 든든”
한강 노벨상에 외신도 '서프라이즈
한강, 역대 121번째 수상자로 노벨문학상 전당 입성
65세 이상만? 딱 한 번만? 폐렴 예방주사 얼마나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