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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표의 의미

한 표의 의미

선거 때만 되면 유권자들은 매우 피곤하다. 수많은 후보들이 너도나도 자신을 뽑아 달라며 성가신 요청을 해대는가 하면 온갖 여론조사 기관의 전화에 시달리는 일도 다반사다. 여태껏 인간이 만들어낸 체제 중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합리적이라 여겨지는 자유민주주의. 그 체제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제도를 향유하려면 유권자로서 이 정도는 견뎌야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하지만 온갖 정치 교과서와 논객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후보자의 공약을 꼼꼼히 잘 파악해 비교한 뒤 제대로 된 결정을 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면 ‘유권자 노릇’ 하기란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가 바로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기 위해 2016년 실시한 국민투표다. 국민투표는 후보자를 고르는 선거와는 다르지만 유권자에게 무언가를 결정하도록 하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다.당시 영국 캐머런 총리가 국민투표를 실시하자 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이런 투표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 반발했다. 본인이 세계적인 석학임에도 도킨스는 자신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그런 결정을 하기 위한 경제학이나 정치학적 배경 지식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결정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는 이번 국민투표에 투표할 자격이 없었다’는 제목으로 그가 시사 잡지 〈뉴 스테이츠먼〉에 기고한 다음 내용은 그가 유권자의 투표 행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차라리 아인슈타인이 대수 계산을 제대로 했는지 전 국민 투표를 실시하거나, 비행기 조종사가 어느 활주로에 착륙해야 할지 승객들이 투표하게 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현대사회가 발전할수록 선거와 투표는 더 많은 결정을 유권자에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도킨스가 지적했듯이 유권자에게는 그런 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이 결여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유발 하라리 같은 역사학자는 '선거는 이성보다는 느낌에 호소하는 제도'라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이성의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나 느낌은 모두가 가지고 있기에 1인 1표가 성립한다는 논리다. 많은 선거에서 호불호를 일으키려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인지도 모른다.조기대선이 이제 1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대선도 유권자들에게 어려운 결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러나 모두에게 1표씩 공평하게 부여되는 한 유권자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느낌으로라도 모든 유권자가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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