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해운대 밤 풍경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서영(1968~2018)

길을 잃은 아이는 나보다 먼 곳을 보는 사람 캄캄한 곳에서 환한 은하수를 관측하는 사람, 아이 하나가 울면서 해운대 백사장을 헤매고 있다. 사내인지, 계집애인지, 큰 울음소리는 성별마저 지워버린다. 울음은 사람을 만드는 성분이다. 비법이라고 할까. 저렇게 쉬지 않고 울다가 목이 쉬어서 목소리를 잃고 방향을 잃고 모르는 이를 따라가 버리면 큰일이다. 미아보호소에 데려다줄까. 파출소는 문을 닫았는데, 파도에 쓸려온 모래톱이 우주의 풍경 같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분명 집에 있었는데, 해운대 밤 풍경 속에 나는 누워 있네. 길 잃은 아이는 울음이 창조한 풍선. 어떤 사람에게서 반송된 편지 같은 것. 미아, 떨어지는 별처럼 나도 그곳에 있었다

시집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2017) 중에서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길을 잃는다는 건 인생의 필연적인 한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이 시는 실존적 위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위기가 더 먼 곳을 보게 하고, 어둠 속에서 방향을 찾게 합니다.

가슴에 더이상 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 행복이 뭔지 질문하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길을 잃은 사람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 있는지 자신을 극복하려는 자는 삶의 의미를 질문하는 자입니다. 미아가 발생한 해운대. 아이의 울음을 헤아리는 동안 시인 역시 길을 잃어버린 아이가 됩니다. 아니 그 아이가 시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린 모두 미아의 감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울음이 사람을 만드는 성분이라 하니 나는 언제 울었는가, 무엇 때문에 울었는가 생각해봅니다. 신정민 시인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