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프리츠커상 건축가 8명을 만나는 노바티스 캠퍼스
아트컨시어지 대표
어디를 가나 아름다운 호수와 산, 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스위스지만, 늘 볼품없는 도시는 바젤이었다. 하지만 그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반전이 있다. 해마다 6월이면 아트 바젤이 열리고, 도시 구석구석 근사한 현대미술관들이 있으며 문화유산은 적지만, 1459년에 설립된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바젤대학이 있다. 아트바젤이 바젤시에 현대미술이라는 컨텐츠를 안겨주었다면 바젤대학은 생물학을 바탕으로 하는 의학과 약학 연구자들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었다. 노바티스(Novartis), 로슈(Roche)와 같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본사가 바젤에 존재하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이들 제약회사의 본사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는데, 2022년 준공된 로슈의 쌍둥이 빌딩은 바젤에서 활동하는 헤어초크 드 뫼롱이 디자인했다. 더욱 흥미로운 건 노바티스 바젤 본사 캠퍼스 프로젝트의 경우 프랑크 게리, 알바루 시자, 마키 후미히코, 안도 다다오, 라파엘 모네오, 헤어초크 드 뫼롱, 세지마 카즈오와 니시자와 류에 유닛인 SANNA(사나), 그리고 데이비드 치퍼필드까지 무려 8회의 프리츠커 수상 건축가들이 노바티스 캠퍼스에 작업을 마쳤다.
한 부지에 이렇게 많은 스타 건축가들이 작업을 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인근 도시 독일 바일 암 라인에 위치한 비트라 캠퍼스와 남프랑스 액상 프로방스 근교 와이너리인 사토 라코스테가 견줄만한데 각각 7명과 6명의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들이 참여했다.
오래동안 노바티스 캠퍼스는 연간 두 번 밖에 건축 투어를 하지 않았기에 1년 전에도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투어 프로그램을 열어서 노바티스 캠퍼스 내부를 대중에 공개한다. 필자는 유럽 일정 중 하루 노바티스 캠퍼스를 방문할 목적으로 투어 일정에 맞추어 바젤을 찾았다. 제약회사의 본사와 연구단지이다보니 건물들이 건축가의 개성보다는 기능적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건축물 내부를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캠퍼스 그린이라는 조경 공간과 연계된 노바티스 캠퍼스의 대표적인 교류 공간인 프랑크 게리의 파브릭 스트라세 15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내부에는 오디토리움과 리딩 홀, 러닝 팩토리가 있으며, 1층에는 식당, 카페가 배치되어 있다.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단지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 식당과 카페라는 원칙 때문이다. 유일하게 유니크 한 외형을 지닌 이 건물은 개방성과 함께 ‘Spaces Flowing Together, 흐르는 공간’을 컨셉으로 디자인했다. 캠퍼스와 도시가 만나는 면접부에 위치하면서 노바티스라는 기업 이미지를 결정하는 상징과도 같은 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