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전역, 부산 미래 교통의 중심으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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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부산진구청장

부산시가 최근 복합환승센터 개발을 재추진하고 나선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부전역 일대 모습. 부산시가 최근 복합환승센터 개발을 재추진하고 나선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부전역 일대 모습.

부전역은 부산 도심의 심장이자, 도시 변화와 성장의 역사를 함께해 온 공간이다. 1932년 서면 간이역으로 출발한 이래, 일제강점기 철도망 확장, 산업화 시대의 물류 거점, 그리고 도심과 항만을 잇는 교통축으로써 부산 발전의 한복판에 자리해 왔다. ‘부전(釜田)’이라는 이름이 ‘가마솥의 들판’을 뜻하듯, 예로부터 사람과 물자가 모이는 중심지였다.

하지만 최근 복선전철화와 고속철도 중심의 교통체계 전환 속에서 부전역의 도심 중심역 위상은 다소 흐려졌다. 단순한 환승지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동해선·중앙선·경전선, 도시철도, 광역버스망이 교차하는 부전역은 이제 ‘도심형 광역 환승 거점’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 신공항~오시리아를 잇는 BuTX, 경부고속선 지하화 등과 연계된다면 부전역은 동남권 철도 허브로 거듭날 수 있다.

예로부터 사람·물자 모이는 중심지

도시재생·복합개발 최적의 입지

KTX 정차 100만 서명 뜨거운 열기

복합환승센터 통해 미래 도시 축으로

다시 ‘삶을 짓는 중심’으로 거듭나야

부전역의 지리적 중심성은 실로 뛰어나다. 부산 도심의 정중앙에 위치해 동서남북을 관통하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서면 상업지구, 전포카페거리, 부전시장, 부산시민공원, 부산콘서트홀, 국립국악원 등 다양한 도시 기능이 고루 밀집해 있다. 이러한 입지적 특성은 부전역 일대가 단순한 교통의 중심을 넘어 도시재생과 복합개발에 있어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의 모범 사례로는 서울의 청량리역을 들 수 있다. 한때 낙후된 구도심이었던 청량리역은 KTX·GTX·ITX 등 복합철도망과 고밀도 복합개발을 통해 도시재생의 대표적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일상과 문화를 잇는 플랫폼으로 변신하며 다양한 공간적 가능성을 연출하고 있다. 용산역 역시 민간 주도의 개발을 통해 철도와 공원, 상업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새로운 도시 거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부산 역시 이제 단일 중심지에만 의존할 수 없는 다핵도시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북항, 센텀, 사상, 오시리아 등 여러 거점이 도시의 구조를 재편하는 가운데, 부전역은 이들 거점을 연결하는 도심의 핵심 축이자, 도시 내부와 외부를 잇는 중요한 앵커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경부고속철 KTX의 부전역 정차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미 고속열차용 선로와 플랫폼이 갖춰져 있고, 2010년 복합환승센터 정부 시범사업으로 지정된 지도 벌써 15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진전은 더디기만 하다. 이러한 지연 속에 올해 3월부터 부산진구를 주축으로 인근 8개 자치구가 100만 명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등 시민들의 열망이 뜨겁다. 이에 더해 부전역은 실질적 수요, 지리적 중심성, 광역 연결성까지 모두 갖추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복합 환경 거점으로서 손색이 없다. 서울 청량리역과 수서역처럼 고속철이 도심형 복합환승 거점과 직접 연계될 때 도시 전체의 접근성과 교통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음을 이미 입증된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부전역의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광역철도·도시철도·시외버스·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복합환승센터 조성이 핵심이다. 둘째, 지상·지하를 아우르는 주거·업무·상업·공공 기능의 입체적 복합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전통시장·골목길·청년창업·문화예술 공간이 공존하는 시민참여형 도시재생도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 부산시, 철도공사, LH, 민간개발자 간 협력체계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정책 의지와 행정 실행력, 민간의 창의력이 결합될 때, 부전역은 도시 거점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은 물론이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교통은 도시를 바꾸는 힘이다. 철도는 도시의 척추이고, 역세권은 도시의 얼굴이다. 부전역은 지금, 부산이 미래 도시로 전환하는 핵심 축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마쳤다. 그 흐름을 실현할 마지막 조건은 시민과 행정, 정책과 계획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부전역이 그 이름의 의미처럼, 다시 ‘삶을 짓는 중심’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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