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관광시대 부산, 남해안벨트를 품어라
박의황 부울경관광레저연구원장
부산남해안벨트란 무엇인가? 부산 시민에게는 다소 낯선 개념일 수 있다. 이는 부산에서 목포까지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33개 기초지자체를 포괄하는 광역권 개념으로, 2010년 제정된 ‘동서남해안권 및 내륙발전특별법’에 근거해서 언급되는 개념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10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한다. 현재는 제2단계 추진기(~2030년까지)로, ‘상생과 번영의 남해안 공동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동북아 5위 경제권 도시 육성, 신국토 성장축 형성, 2시간대 통합생활권 달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살펴보면 녹록치 않다. 부산(약 320만 명)을 포함한 남해안벨트 전체 인구는 경남, 전남을 포함해도 약 839만 명, 이는 전국 인구의 11.4%에 불과하며,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약 2680만 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수도권과 ‘내부 경쟁’이 아닌 외부 확장형 시야, 즉 글로벌도시 관점에서 살펴보자. 2024년 12월 기준, 대한민국에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수는 약 246만 명으로, 전년 대비 약 20만 명 증가하였는데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의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부산은 약 6만 3000명으로 전국 대비 2.5%에 불과하다. 경남 10만 1000명, 전남 5만 4000명으로 부산남해안벨트를 합해도 21만 8000명으로 전국 대비 8.9%를 차지한다. 그래도 왜소하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통계를 보자. 2024년 한 해 동안 총 1637만 명이었으며 , 그 중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92만 9192명으로 집계돼 최근 10년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였다. 이는 전국 외국인 관광객의 약 17.9%에 해당한다. 여기에 경남 57만 명, 전남 35만 명의 추정치를 더하면, 남해안벨트 3개 지역 합산 412만 명 정도로 전국 대비 25.2% 수준으로 집계된다.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된다. 나는 이것이 태평양으로 열린 바다 덕분이라 생각한다.
부산의 중심은 배편으로 일본과는 쉽게 연결되며 비행기로 2시간 이내에 상하이,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칭다오 등 약 1억 명 규모의 도시권과도 연결된다. 따라서 부산은 투자, 유학, 결혼이민 등 외국인이 체류하는 정주형 글로벌도시로 전략 전환과 휴양관광도시로서 남해안벨트의 천혜의 자원을 동시에 활용하는 모델에서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부산이 대한민국 유일의 블록체인 규제 자유특구로 지정되었고, 디지털자산거래소가 개설되었다는 사실은 관광산업 부문에서도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이는 곧 AI, 블록체인 기술 혁명의 시대에 부산이 남해안벨트의 관광거점, 출발도시로 성장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려수도를 포함한 남해안 일대는 2500여 개의 섬과 천혜의 해안경관, 맑은 공기, 풍부한 해산물과 특산물 등 독보적인 자연자원을 품고 있다. 또한 김수로왕과 인도왕후의 전설, 가야왕릉과 박혁거세의 탄생 신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해남 황조별묘, 고인돌 유적 등 세계에 내놓을 만한 역사문화 자산도 각지에 산재해 있다.
앞으로 이러한 관광자원을 디지털화하고, 부산을 중심으로 하나의 통합 관광벨트로 융합·조직해 낼 수 있다. 그래야만 남해안 전역이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상생의 관광경제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행정구역상 각 지자체가 나누어져 있지만 해외 관광객 입장에서 남해안 전체는 하나의 이야기와 플랫폼으로 연결된다면 시너지 효과는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부산 시민은 디지털관광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또 지역을 넘어선 글로벌 시민의 시야를 갖고, 남해안 전역의 도시들과 연대하며 ‘상생과 번영의 남해안 공동체’라는 미래비전을 실현할 주체로 나서야 한다. 다가온 디지털 경제시대, 부산이 남해안 관광경제권을 이끄는 글로벌허브 도시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