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쇠퇴한 항구, 도시 미래 되다… 뒤셀도르프 미디어하펜
아트컨시어지 대표
뒤셀도르프(Dusseldorf)라는 이름은 강가(Dussel)의 마을(Dorf)이라는 뜻으로, 라인강에 면해 있어 함부르크와 더불어 독일 내 해상교통의 요지이다. 슈투트가르트에 이어 독일 내 인구순으로 7번째 도시이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주도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도 독일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로, 1인당 지역 내 총생산은 약 9만 7000유로다. 독일 평균인 5만 4000유로의 두 배에 조금 못 미친다. 금융, 패션, 통신, 광고, 무역, 박람회를 비롯한 관광 산업이 두드러지며, 특히 유럽 최대의 쇼핑 및 광고·마케팅 중심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리적으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벨기에 브뤼셀과 200km 떨어져 2시간 남짓이면 도달하기에 독일에서 가장 국제적인 도시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항구 도시로 발달했지만 70년대에는 도시 내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낮은 곳으로 쇠퇴한다. 라인강에 면한 부두는 수십 년 동안 번영했지만, 강관을 만드는 만네스만 공장이 폐쇄하면서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항구의 활용 공간이 축소됨에 따라 뒤셀도르프 도시계획청은 1974년 미래를 위한 항구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데 실제로 계획이 실행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세월이 걸리게 된다. 그 결과 부두 동쪽 지역이 재개발되기 시작하여 미디어, 디자인, 패션 기업 등 서비스 부문 기업들이 유치되었다. ‘미디어하펜(Medienhafen) 프로젝트’라 명명된 것은 이 항구에 처음 입주한 회사가 TV와 라디오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서독일방송국이었고, 뒤셀도르프 지역 라디오 방송국 안텐 뒤셀도르프 또한 항구 지역에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렌조 피아노, 스티븐 홀과 같은 스타 건축가의 건물을 중심으로 26개의 신축, 개축 건물이 미디어하펜에 위치해 있는데, 가장 눈에 뛰는 건 역시 건축가의 이름을 딴 ‘게리 빌딩’이라고 불리우는 ‘노이어 촐호프’(Neuer Zollhof)이다. 뒤셀도르프 항구 북쪽 끝에 위치해 도시와 항구가 연결되는 매개 역할을 한다. 건물 전체는 마치 조형물 같은 구조물로 구성돼 있다. 이질적 외형이라는 유사성은 있지만, 시공 방식은 각기 다르다. 클링커 마감, 스테인리스 스틸 외관, 흰색 회반죽으로 재료 또한 이질적이며 층 또한 제각각이다. 다만 돌출된 창틀은 모든 건물 구획의 표면에 고르게 분포돼 전체 건물 앙상블의 시각적 통일성을 뒷받침한다. 뒤셀도르프 미디어하펜은 이제 더 이상 쇠퇴한 항구가 아니라 라인강이라는 친수공간을 적극 활용한 뒤셀도르프의 얼굴이자 독일의 자랑이 되었다. 또한 709개의 기업과 825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약 16억 유로의 투자유치 효과를 거뒀다. 도시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