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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방과 호구 사이

우방과 호구 사이

관세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세계 각국에 ‘행운(?)의 편지’가 날아들고 있다. 오는 8월 1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상품에 붙일 관세를 통보하는데, 이미 25% 통보를 받은 한국과 일본에 이어 이번 주초에는 전통적 우방인 유럽연합(EU)과 멕시코에 30%, 캐나다에는 35%를 통보했다. 145%를 선포했다가 30%로 낮춰준 ‘가상 적국’ 중국과 같거나 더 많은 세율이다.경찰국가 지위를 내려놓고, 자국 제조업과 일자리 만들기에 전력하겠다고 선언한 트럼프의 협상 전략이지만, 미국을 동맹·우방으로 여기고 의지해온 교역국들은 혼란스럽다. 바야흐로 각자도생 시대다.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은 국방비를 국가 예산 5% 수준으로 올리라는 트럼프 요구에 국방 예산을 지금보다 2~3배 더 써야 하는 처지다. 4년째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성장률이 정체한 유럽 국가들로서는 관세에다 국방비까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심정일 터. 오죽하면 아시아의 ‘맹방’으로 불린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기존 24%에서 1% 오른 관세를 통보받고 “깔보는데 참을 수 있냐”며 발끈했을까. 하지만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관계가 재설정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이런 관점에서 최근 영남권 민심의 변화도 흥미롭다.지난 13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7월 2주차 정당지지도 조사 결과 부울경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0.4%, 국민의힘은 35.6% 지지율을 보였다. 대구 경북에서는 민주당 52.3% 국민의힘 31.8%로 오히려 더 벌어졌다. 6·3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더 많은 표를 가져간 영남이 한달여 만에 돌변했다.영남은 보수 정치권으로부터 ‘텃밭’으로 불렸지만, 유권자를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존재로 보는 것 같아서, 정치인들이 평소엔 나몰라라 하다가 선거때 밭에 들러 표만 잘 거둬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그럼에도 실제론 정당만 보고 표를 주는 사례가 오래 반복되었다. 어쩌면 일부 유권자들의 무비판적 맹종, 또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이 정치인들로 하여금 이 지역 유권자를 언제든 표를 긁어모을 수 있는 ‘호구’로 여기게 만든 것 아닐까.그런 점에서 요즘 영남권 민심의 변화는 효능감에는 지지로, 실망감에는 회초리로 성과에 맞게 대응하는 능동적 유권자로 바뀌어가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정치권의 건전한 경쟁과 혁신, 지역 발전도 이런 능동적 유권자로부터 비롯될 것이다.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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