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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과 겸상

혼밥과 겸상

“미쳤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마츠시게 유타카는 맛의 황홀을 느낄 때면 한국말로 너스레를 떤다.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혼밥 아저씨 고로상’의 고독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넷플릭스 신작 예능 ‘미친맛집’은 마츠시게와 가수 성시경의 한일 탐식 여행기다.마츠시게는 영화 제작에도 진출했다. 19일 개봉 예정인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궁극의 국물 요리를 찾으려다 조난을 당한 끝에 경남 거제에서 황태해장국을 만나는 고로가 주인공이다. 부산 출신의 배우 유재명이 출입국 관리소 직원으로 나와 고로의 고군분투를 돕는다. 옆에 앉아 입맛만 다셨지만, 어쨌든 고로 아저씨는 더이상 고독하지 않다.‘고독한 미식가’ 시절 고로에게는 밥 친구가 없었다. ‘나 홀로 먹기’를 신조로 삼은 까닭을 매회 도입부에서 되뇐다. ‘허기가 찾아오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스스로에게 주는 행위가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 행위!’ 내가 선택한, 나 자신이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1인 밥상에서 해방감까지 얻는다는 의미다. 다소 과해 보이지만, 이를 타인과의 관계 단절로 확장 해석할 필요는 없다.일본은 ‘나 홀로’ 밥상의 천국이지만 식문화가 혼밥 일색은 아니다. 일본 파견 근무 시절, 다양한 지위, 연령의 사람들과 식사, 회식, 가정집 초대 때 밥상머리를 마주했는데 겸상 문화는 한국과 다를 바 없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식탁의 즐거움을 모르는 게 아니라 혼자 먹는 데 거리낌이 없는 정도의 차이다.사실 한국 밥상도 급격히 단출해지고 있어서 일본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1인 가구 증가와 개인주의 문화로 홀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2022년 ‘서울시 먹거리 통계’에 따르면 서울 시민은 주 5.1회나 ‘나 홀로’ 식사를 한다. 청년들을 위한 ‘함께 밥 먹기’ 이벤트까지 만들어지는 데서 혼밥의 일상화를 알 수 있다.‘혼밥의 고수’가 함께 먹는 걸 즐기는 모습이 처음엔 낯설었다. ‘고독한 고로상’ 캐릭터가 무뎌지는 게 아닐까. 하지만 솔직히 보기 좋다. 한일 양국 모두 넷플릭스 시청률이 높다고 한다. 밥상 공동체 전통과 ‘나 홀로’가 더 편해진 세태. 음식 앞에서는 동전의 양면일지 모른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먹었어도 밥상에서는 무언의 소통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나 홀로’ 잘 먹는 사람이 겸상의 풍성함도 즐길 줄 안다는 의미에서다.김승일 논설위원 dojune@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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