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검찰청… 행안부 비대화·중수청 권력집단화 논란도
당정 “행안부 산하 중수청 신설”
검찰 안팎 개편안 우려 목소리
총장 직무대행 “검찰 입장 낼 것”
정부와 여당이 검찰청 폐지가 핵심인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자 법조계 등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검찰 수사 기능을 맡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신설하기로 결정해 행안부 권한과 조직이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은 개혁 대상이 된 데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국민의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는 8일 오전 대검 청사 출근길에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해 “헌법에 명시된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 당할 위기에 놓였다”며 “모든 것이 우리 검찰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세부적으로 다룰 것”이라며 “그 세부적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보완수사권 존폐 논란과 관련해선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총장 직무대행이 된 그는 개혁 대상이 된 검찰을 대표해 고개를 숙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검찰개혁안 세부 의제 등에 대해선 수사 주체인 검찰도 논의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겠단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지난 7일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행안부에 기소와 공소 유지를 전담하는 중수청, 법무부에 중대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법률안 공포 후 1년간 유예 기간을 고려하면 1948년 검찰청법으로 출범한 검찰은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9월 검찰청이 폐지되면 수사는 행안부 산하 경찰과 국가수사본부, 중수청이 맡게 된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다단계 사기, 마약 등을 포함한 범죄 전반과 고소, 고발 사건에 대한 1차 수사 기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중수청은 내란, 외환,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등 9개 중요 범죄 수사를 담당한다. 경찰과 중수청이 사건을 공소청에 넘기면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찰 권력을 분산하려는 취지라고 하지만, 중수청과 행안부 등에 권력과 기능이 집중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에선 수사가 형사사법 체계에 따라 본질적으로 ‘사법 작용’의 성격을 지닌 만큼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두는 게 맞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과 검사를 지휘·감독한 현행 체계와 달라지면 중수청이 선출 권력 통제를 받지 않는 ‘권력 집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방자치단체 조직, 인사, 재정 등을 관리하는 행안부가 비대화되면 재난 안전 업무나 국가 위기 대응 등에 빠르게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퇴직 검사들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검찰청 폐지가 뼈대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위헌적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검찰동우회는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면서도 “헌법은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니라 헌법적 차원에서 그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기관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