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 태광그룹, 애경산업 품는다…12조 투자 계획 포문
태광 컨소시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현금성자산 1조 9000여 억 달해 자금 풍부
태광그룹이 애경그룹의 모태기업인 애경산업 인수전에서 승자가 될 것이 유력하다. 현금성자산만 2조 원에 달하지만 인수합병(M&A) 등 투자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 온 태광그룹이 다시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이 출소한 2022년 향후 10년간 1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의 지주사격인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애경산업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산업과 매각 주관사 측은 이번 주 중 태광산업에 공식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태광 컨소시엄은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약 63%를 인수하게 된다. 컨소시엄은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인 4300억 원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광산업은 석유화학 업황이 장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2022년부터 3년간 영업 손실이 이어지자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지난 7월에는 2년간 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투자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화장품과 에너지, 부동산 사업 관련 인수에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태광산업의 2분기 말 연결 기준 유동자산은 총 2조 7127억 원이고, 현금성자산은 1조 9193억 원에 달한다. 대규모 투자를 위한 곳간은 풍부하다.
애경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태광그룹이 다시 M&A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은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06년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피데스증권중개(현 흥국증권)를 인수하며 금융사업의 몸집을 불렸고 2003년부터 한빛방송 등 20여 곳의 유선방송사업자(SO)를 차례로 인수하며 케이블 방송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면서 2008년을 마지막으로 M&A는 전면 중단됐다. 한때 재계 순위에서 36위에 올랐던 태광그룹은 50위권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이 전 회장이 출소한 다음 해인 2022년, 태광그룹은 향후 10년간 12조 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태광그룹은 투자 집행이 미뤄지는 이유를 두고 이 전 회장의 건강상 문제로 경영복귀가 미뤄진 점을 들어왔다. 이에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가 임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편 애경산업은 1985년 4월 그룹에서 생활용품 사업 부문을 떼어내 설립된 회사로 화장품과 생활용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6791억 원이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애경그룹은 그룹의 재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애경산업 지분 매각을 추진해 왔다. 지주사인 AK홀딩스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4조 원 수준으로, 부채비율이 328.7%에 이른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